목에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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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가시’는 현장을 살아가는 젊은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젊은 칼럼 공간입니다.

‘목에가시’는 김아현(인권연대 연구원),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 서동기(대학생), 손상훈(교단자정센터 원장), 송채경화(한겨레21 기자), 이동화(아디 사무국장), 이상재(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이현정(꽃씨네농작물 농부), 이회림(○○경찰서), 허창영(광주교육청 조사구제팀장, 전임 간사)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기억 하나 2004년쯤이었을 거다. 지역의 한 선배가 당시 열린우리당 후보로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 적이 있었다. 그 선배의 선거사무소 개소식 자리에 갔었는데 오랜 시민단체 경력 때문인지 전국에서 온 축하 손님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이런저런 식순 끝에 당시에 꽤 지명도가 있었던 교수 한 분이 축하 인사말을 했다. 내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의 노무현 정부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가벼운 질책성 내용도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당원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일어나서 그 교수에게 거칠게 항의를 했다. 자기가 속한 당을 비판하지 말라는 거였다. 전반적인 축하 인사말 끝에 나온 짧은 비판이었지만 그 사람에게는 거슬렸던 것이다. 식장은 한참을 술렁거렸고 순식간에 개소식 분위기는 차가워지고 말았다. 기억 둘 올해 4.13총선 기간 동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호남 민심을 붙잡기 위해 광주, 전남지역을 방문했다. 더불어민주당에 등을 돌린 호남 민심의 실체가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해서 문 전 대표와 동행한 인터넷신문의 생방송을 잠시 시청했다. 문재인 대표에게 기자가 질문했다. “호남에서 국민의당이 상당한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오고 있는데…….” 그 순간 문재인 대표를 둘러싸고 있던 지지자 중의 한 사람이 화를 내며 기자에게 항의했다.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무슨 지지를 받고 있단 말입니까? 그거 다 종편에서 조작질한 거예요, 질문 똑바로 해요.” 당황한 기자는 질문을 바꿔서 할 수밖에 없었다. 2004년의 그 선배는 당내 경선에서 떨어졌고 종편의 조작질이라고 주장하던 호남 민심은 실제로 국민의당 압승의 결과를 보여줬다. 2000년 이후 한국 정치현장에서 정치 지도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이른바 무슨 무슨 ‘빠’라는 명칭을 자주 사용하는 것을 듣게 된다. ‘노빠’ ‘문빠’ ‘안빠’ 등 어감도 그렇지만 실제 이 단어를 사용하는 맥락도 긍정적인 것보다는 특정 정치인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자들을 일컫는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위에서 예로 든 사례처럼 ‘빠’들의 특징은 맹목적인 지지이다. 지지하는 정치인의 무오류를 주장하고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에 대한 약간의 비판도 용납하지 않는다. 지지 정치인의 조그마한 정치적 행보는 유치할 정도로 크게 의미를 두어 해석하는 반면, 라이벌 정치인이나 반대정당은 폄하하고 깎아내린다. 특히 선거가 다가오면 이러한 움직임은 훨씬 심해지는데 지난 4.13총선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문재인과 안철수로 대표되는 거물 야당 정치인을 두고 양쪽의 ‘빠’들이 펼치는 SNS상의 네거티브 공세는 극에 달했다. 무엇 때문에 이 사람을 지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리보다는 서로 상대진영의 대표 정치인들이 이런 저런 흠결이 있기 때문에 안 된다는 날 선 공격만이 가열됐던 선거기간이었다. 그 여진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며 아마도 내년 대선 때까지는 날로 더 치열해질 것 같다. 사진 출처 - 경향신문 현실에서의 선거는 무엇일까? 선거는 상대 후보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투표행위를 하게 해야 성공하는 정치행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와 내 공약을 모르는 사람들을 알게 만들어야 하며, 기존에 지지하던 사람들에게도 계속해서 그 지지를 확인해야 한다. 당선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는 여기에서 머물러서는 안 되고 나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열심히 노력해서 나를 지지하게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표의 확장성이라고 생각한다. 기존 지지자 외에 무관심층과 반대편의 지지까지 끌어오기 위해서는 후보인 나와 지지자들이 표를 끌어올 수 있는 확장성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빠’는 그 확장성에서 심각한 결함이 있다. 오직 자신이 좋아하는 정치인에 대한 지지만을 거듭 확인하면서 중도층이나 반대편에서 표를 끌어올 수 있는 현실적인 힘이 없다.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나 당에 대한 조금의 부정적인 의견도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애초에 반대편에 지지를 물어볼 의사도 없는 것이다. 표를 확장하는 작업이라고 해봤자 자기와 같은 지지자들로만 연결되어 있는 SNS상에서 서로 격려하고 ‘좋아요’를 누르며 현실 선거에서의 표 확장성과는 의미가 없는 행위들만 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빠’가 아니라 포용력 있는 ‘지지자’가 필요한 시대이다. 정말로 지지하는 후보가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원한다면 좋아하는 정치인에 대한 감성팔이를 하고 있는 시간에, 고향에 있는 부모님과 친척들에게 제대로 된 언론 기사 한 대목이라도 단체 대화방이나 문자로 보내려고 노력하기를 권유한다. 다른 당 특히 같은 야당 정치인 흠집 내기는 제발 그만하고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의 공약이나 정책을 알리는 것이 지지후보에게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저 정치인은 저래서 안돼라고 욕하고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이 집권하면 세상이 어떻게 바뀔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보여줘야 사람들이 더 호응하지 않을까 싶다. 정치는 속성상 성인군자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인의 비판과 비난은 당연히 따라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지하는 정치인을 비판하면 왜 그런 비판과 욕을 얻어먹는지 진지하게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이명박, 박근혜의 10년은 4대강과 세월호, 그리고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점철된 민중잔혹사로 기억되고 기록될 것이다. 답답한 마음에 그 잔인한 세월을 끝내고 싶은 현실적인 방안의 한편을 끼적거려 보았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38 | 추천: 0
해군은 강정 주민 다 죽이고, 강정 재산 다 가져가라! 이현정/ 꽃씨네농작물 대표 어제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모두 모여라는 뜻의 ‘모다들엉, 평화!’ 슬로건으로 4월 23일부터 26일까지 10개국 34편의 영화가 상영되었다. 영화뿐만 아니라 평화포럼, 북콘서트, 거리 공연 등의 다양한 행사로 구성된 첫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해군기지로 파괴된 강정마을 공동체를 복원하고, 제주섬과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는 취지로 영화인들과 주민들이 이끌었다. 지금까지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세월호 사건을 다룬 <업사이드 다운> 개막작 상영도 인상적이었다. 내년 2회 영화제도 기대해볼만하다. 그러나 개막식이 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 갑작스럽게 서귀포성당으로 바뀌었던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서귀포시에서 정치적 편향성을 이유로 개막 전 주에 불허한다고 ‘일방적 통보’를 했다. 그렇다. 아무리 영화제라도 강정마을의 문제는 어느덧 시끄러운 ‘정치 사건’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우리는 분명히 안다. 이 짓을 누가 시작했고, 지금도 치졸하게 끌고가고 있는 주모자가 누구인지를. 대한민국 정부와 해군의 치졸함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3월 28일에 해군은 강정 주민, 성직자 121명과 관련 5개 단체를 상대로 34여억 원의 구상금 청구 소송을 냈다. 제주 해군기지 공사 방해로 공사가 지연되었으니 배상하라는 거다. 저들이 뻔뻔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치졸함의 민낯을 또 드러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조경철 마을회장은 ‘가만히 내버려두어도 회복될까 말까 한데 아예 강정주민들을 다 죽이려고 작정한 것이며, 주민들이 더 이상은 참지 않고 다시 일어나 저항할 것’이라 밝혔다. 또 마을회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거짓말과 협박, 폭력이 난무했고, 강제수용을 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고는 입에 침이 마르기도 전에 땅을 빼앗았고, 농사짓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농민들에게 군복을 입은 해군 장교들이 십 수 명씩 몰려다니며 위협을 가해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고 역설했다. 결국 국가와 대형 건설사들이 공권력을 앞세워 불법적으로 공사를 강행해 마을이 파괴되었는데, 또 죽이려 한다. 사진 출처 - 제주의소리 그런데 현재 해군의 구상금 청구 소송은 문제점이 많다. 첫째, 공사가 예정보다 지연된 것은 여러 가지 이유 때문이다. 사업 적법성에 대한 법적 논란과 소송 싸움, 불법공사로 인한 제주도의 아홉 차례 공사 중지 명령, 바람이 강한 지형과 태풍 등으로 인한 공사 구조물 파손과 유실 등이 주된 이유였다. 즉 주민들이 공사장 정문 앞에서 잠깐 동안 공사차량을 막아서 공사가 지연되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둘째, 해군의 청구 소장 자체가 불법이다. 해군이 민사소송 준비를 위해 검찰에서 강정 주민의 형사사건 기록을 열람하고 등사한 것은 불법이다. 해당 재판이 아니면 본인 외에는 열람할 수 없는데, 특히 다른 민사소송을 위해 검찰이 해군에게 기록을 넘겼다는 것은 형사소송법과 개인정보보호법까지 어긴 불법이 된다고 민변은 밝혔다. 셋째, 일부는 소장 요건도 갖추지 못 했다. 60여 퍼센트의 피고인들 주민번호와 주소를 '불명'으로 처리했으므로 소장 조건 자체도 성립되지 못한다. 해군이 얼마나 무리하게 강행하는지 알 수 있다. 많은 노동운동가들이 밝혔듯이, 노동운동의 가장 큰 고통은 감옥살이가 아니라 바로 재산 가압류이다. 많은 노동자들을 옥죄고 결국 죽음으로까지 내몰고 있는 가장 공포스러운 것이다. 그렇게 보면 이번 해군의 비용 청구 목적도 다르지 않다. 강정해군기지에 반대하는 마을 주민과 단체들에 대한 협박용일 수 있다. 민변에서도 ‘원고인 대한민국이 국민을 상대로 소송을 남용한 것이며, 그 목적은 국책사업 반대 국민들을 협박하기 위한 것이며, 정말로 돈을 받기 위한 소송이 아니라 국민을 겁주기 위한 국가의 폭력이자 야비한 수법’이라고 적극적인 대응을 해주고 있다. 반문을 해본다. 삶의 터전이 불법적으로 짓밟혀 공권력에 저항하는 결과가 이렇게도 힘들어야 하는 것일까. 우리들 누구라도 싸웠을 것이다. 평화로운 생존권을 위협받아 저항하는 것은 주권자로서의 당연한 헌법상 권리이고, 또 마땅히 보장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많은 주민이 현재 범법자로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 34억 원 구상금 청구까지. 이 고통의 끝은 어디일까. 다행스럽게도 현재 민변에서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주고 있어 주민들은 외롭지 않다. 또 이번에 선출된 3명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과 제주 시민사회단체에서도 해군 구상금 청구 소송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강정 주민들은 현재 처절하게 외치고 있다. “해군은 강정 주민 다 죽이고, 강정 재산 다 가져가라!”고. 치졸한 대한민국 정부와 해군, 그리고 이에 침묵하고 있는 제주도정은 주민들의 피 끓는 절규를 들어라. 그리고 강정마을 구상권 청구를 당장 멈춰라!
2017-07-12 | hrights | 조회: 38 | 추천: 0
다솜/ 미디어 활동가   얼마 전, SNS를 뜨겁게 달군 하나의 이미지가 있었다. 고카페인이 함유되어 한 번 마시면 다음 날 아침까지 잠들지 않고 버틸 수 있다는 한 우유였다. 각성제로 유명한 음료보다 몇 배 많은 카페인 함유량을 자랑한다는 그 우유는 특히 중간고사 기간의 대학생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이내 마음이 착잡해졌다. 언제부터 우리는 잠을 자지 않고 공부하는 것을 당연한 것, 혹은 젊은 날의 열정으로 포장하게 된 걸까? 언제부터 우리는 스스로의 몸을 망쳐가면서까지 공부를 하게 되었을까? 충분히 잠 잘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들은 대학생만이 아니다. 한창 중간고사를 치르고 있는 중고등학생들 역시 마찬가지다. 늘 잠이 부족해 허덕이고, 밥 먹을 시간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편의점의 삼각 김밥으로 끼니를 때운다. 그뿐인가? 오전에 지하철을 타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난밤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해 아침부터 꾸벅꾸벅 졸고 있는지. 지하철 역사 안에 하나둘 자리 잡은 카페는 그래서 생겨났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고개를 떨군 채 졸고 있거나 퀭한 눈으로 커피잔을 붙잡고 있다. 무엇을 위해 이토록 스스로를 소진시켜가며 살고 있는 걸까? 잠을 자지 않고 공부해 얻은 대가가 다시 잠도 자지 못하며 끝없이 일해야 하는 삶이라니 이건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사진 출처 - 매일경제 저녁, 다시 지하철에 오른다. 공교롭게도 내 양옆의 사람이 모두 조는 바람에 어깨가 무거워진다. 그들 삶의 무게가 내 몸에 전해져오는 것을 느끼며 나는 잠깐 동안 누리는 그들의 ‘휴식’을 방해할 수 없다는 마음에 움직임을 최소화하며 혹여나 내 몸짓이 그들의 잠을 방해할까 염려했다. 그러면서 더더욱 이 칼럼을 써야 할 명분을 얻게 되었다. 언젠가 짜증 섞인 일상이 주는 피로함과 술 냄새 및 고기 냄새로 찌든 옷을 입은 사람들이, 집으로 가는 길에 붐비는 대중교통 안에서 앉을 자리 하나 얻지 못해 그 비좁은 공간을 또 서서 가야 하는 걸 보며 '이런 게 삶이라면 이건 곧 형벌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고문 중에는 잠을 재우지 않는 것이 있다고 한다. 어떤 면에서 우리 사회의 학생, 노동자들은 잠 안 재우는 고문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고문을 중단하라. 그리고 잠 잘 권리를 허하라!
2017-07-12 | hrights | 조회: 39 | 추천: 0
신혜연/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재학생   타워팰리스와 포이동 판자촌이 나란히 놓인 장면을 보면, 누구나 이질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러나 선거철 유세 차량과 그 뒤에 모여앉아 나물을 파는 할머니들의 모습만큼 극명한 이질감을 주는 장면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 간의 빈부 격차는 어느 정도 허용 가능한 현상인지 몰라도, 최소한 민주주의 사회라면 유권자와 피선거인의 관계는 변해서는 안 될 최후의 보루다. 선거판을 뛰고 있는 후보자는 사실상 유권자의 권리 대행에 지나지 않는다. 대리인은 시내 전체가 들썩이도록 유세 음악을 튼 채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데, 정작 권리의 주인들은 오늘도 길바닥 위에 눌러앉아 생계를 위한 노동을 계속해야 한다. 머슴이 주인 위에서 날뛰는 희한한 모양새다. 이런 풍경은 413 총선을 앞둔 한국 어느 지역에서나 볼 수 있다. 머슴이 이토록 날뛰는 이유는 한국의 지역주의 정치 탓이다. 정치학에서 말하는 지역주의는 보통 중앙정부로부터 독립하려는 지역의 독자적인 움직임이다. 예를 들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스코틀랜드가 그렇다. 반면 한국의 지역주의는 중앙을 바라보는 ‘권력바라기형’ 지역주의다. 수도권의 중앙 권력에 더 가까이 다가갈 ‘연줄’로서, 가장 힘 있는 지역구 의원을 당기는 게 지역구 총선에서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다. 중앙과 멀어지면 지역 개발이 멈추고, 지역 경제가 죽어버린다는 생각에 주민들은 필사적이다. ‘중앙에서 내려주신’ 힘 있는 후보들에게 절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제천 단양 지역구 총선 유세 현장의 모습. 유세 차량 뒤편에서 할머니들이 나물을 팔고 있다. 사진 출처 - 필자 내가 다니는 학교는 충청북도 제천에 있다. ‘단양팔경’으로 유명한 이 지역은, 노인 인구가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여당의 텃밭이다. 새누리당 소속의 전임 국회의원은 지역구에서 4선을 하다가 비리 혐의로 구속돼 자리를 비웠다. 하지만 여당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애정은 식을 줄 모른다. 새로 공천받은 새누리당 후보는 20년이 넘게 국토부에서 중앙 관료를 지내다 첫 선거에 도전하는 정치 신인이다. 그는 지금 제천 단양 지역구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다. 이 후보는 자신의 7대 공약을 정리한 홍보물에 “행정고시, 국토부 인맥을 총동원하여 정부예산을 대폭 끌어오겠습니다”라고 크게 써 붙였다. 그의 제1 공약은 단양 지역 관광 활성화다. 단양팔경에 흐르는 2m 물길을 4m로 높이고, 유람선을 띄우겠다고 한다. 이후에는 홍보관, 선착장, 생태공원, 조경탑 등을 건설할 생각이다. 단양이 유명 관광 도시가 된다면, 더 이상 주민들이 알던 그 단양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두 번째 공약으로는 도로망 확충을 내걸었다. 5개 구간 철도도로를 개통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서 실현 가능한 것인지 물었다. “2018년이면 대부분 실현 가능하다”는 자신만만한 대답에서, “4년이면 준공은 불가능하고 일부 착공 정도 가능하다”고 답변이 바뀌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화려한 발전 계획은 말 그대로 ‘공약’이었던 셈이다. 제천 단양 지역 새누리당 후보의 7대 공약 홍보물. “행정고시, 국토부 인맥을 총 동원하여 정부예산을 대폭 끌어오겠습니다”라고 크게 쓰여 있다. 사진 출처 - 필자 그럼에도 개발 공약은 지역 주민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주민들은 제천 지역의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를 걱정했다. “야당에서 정말 ‘센’ 후보를 내려주지 않으면 아마 계속 여당이 당선될걸.” 택시기사의 진단은 옳았다. 그러나 제천 주민들의 선택은 옳다고 보기 힘들다. 국내 지방자치단체 중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높은 다섯 군데는 인천, 세종, 광주, 대구, 부산이다. 이중 세종시를 제외한 지방자치단체들의 공통점은 대형국제행사를 유치했다는 점이다. 중앙 권력을 끌어당겨 국제행사를 유치하고, 불필요한 공항이나 도로를 신설해도 지자체에 남는 건 빚뿐이다. 설령 지역 경제가 활성화된다고 하더라도 환경을 잃게 된다. 주민들의 삶이 나아질지도 확신할 수 없다. 주인이 주인 노릇을 하려면 주권을 제대로 행사해야 한다. 실현성 없고 명분도 없는 지역 개발 사업에 현혹될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복지 공약을 살펴보는 게 더 중요하다. 힘 있는 정치인에게 머리를 조아려 중앙정부 사업을 받아내는 일은 지역주민을 행복하게 하지도 않을뿐더러, 필요한 예산이 적재적소에 쓰이지 못하니 국가 전체로도 불행한 선택이다. 앞으로는 허공에 흩어질 공약을 떵떵거리며 외쳐대는 유세 차량은 그만 보고 싶다. 그보다는 길가에서 나물을 파는 허리 굽은 할머니를 돌보는 게 민주주의가 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38 | 추천: 0
강국진/ 서울신문 기자 휴가를 나온 사병들이 사람들로 붐비는 기차역에서 수군거리고 있다. “우와! 쟤네 군복 좀 봐라. 각이 장난이 아닌데. 각이 쫙 잡힌 게 잘못 만지면 손 베겠다.” 이들이 바라보는 건 다른 부대 소속 사병이다. 뭔가 모르게 각을 잘 잡은 A급 군복을 두고 “줄을 세 줄을 잡았네, 네 줄을 잡았네.”하며 자기들과 비교도 하고 나름대로 분석도 한다. 여기까지는 사병들 시선이다. 기차역에 있는 민간인들 시선으로 그 상황을 정리하면 어떤 모습일까. 그냥 ‘군바리들이 있나 보다’ 딱 그 정도다. 남들 눈에는 그 나물에 그 밥이지만 당사자에겐 매우 중요한 차이인 게 있다. 그 중에는 전북 고창이 고향이라고 했더니 “나도 고창 알아요. 고추장이 유명한 곳이죠?”라고 해서 대학 새내기를 당황시켰던 어떤 선배처럼 웃음을 주는 차이도 있다. 사실 고창이나 순창이나 다른 지역 사람이 보기엔 다 같은 전북이다. 하지만 어떤 건 그 정도가 꽤 심각하기도 하다. 바르셀로나로 유학 간 한국인 학생이 “왜 스페인어로 수업하지 않나요?”라고 묻자 교수가 “그럼 스페인으로 가던가.”라며 핀잔을 줬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카탈루냐와 카스티야 사이에 존재하는 역사적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무신경이 부른 패착이 아닐까 싶다. 유학생 입장에선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 왜 그래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역사를 조금만 알면 그런 말이 안 나올테니 말이다. 그럼 한국 진보정당은 어떨까. 이번 20대 총선에 참여한 진보정당으로는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이 있다. 무려 셋으로 나뉜 이 진보정당은 과연 얼마나 다를까. 각 당 관계자들은 그 차이를 부각시킬 것이고, 독자적인 조직을 유지하는 당위성을 강조할 것이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 관점에선 어떨까. 민간인 눈에 비친 ‘군바리 군복 각 잡는 방법’ 정도 차이밖에 없지 않을까? 내가 보기에 문제 핵심은 세 진보정당이 과연 서로 얼마나 다르냐 같으냐 하는 게 아니다. 정당은 정권창출과 유지를 목표로 하는 조직이다. 권력획득을 위해서는 국회에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 선거제도는 과장 없이 말해서 개판 그 자체다. 그 흔한 다수결도 아니다 보니 공천신청자가 한 명밖에 없어서 선거도 하기 전에 당선이 확정되는 코미디가 현실이 된다. 대부분 50%가 넘는 표는 ‘죽은 표’가 되고 민의는 상습적으로 왜곡된다. 결선투표제나 선호투표제도 없고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도 없으니 진보정당 지지자들로선 선거 때마다 ‘비판적 지지’라는 굴레 앞에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제19대 총선(2012년)은 야권연대 덕분에 그런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이번 총선에선 그마저도 힘들다. 통합진보당 사태와 정당 해산판결로 인해 상황은 더 엉켜버렸다. 남는 건 결국 독자노선이요 자력갱생이다. 그런데 흔히 얘기하는 야권연대와 별개로 진보정당 간 연대조차 안 하는 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다시 강조하지만 정당이라면 비례 의석 하나라도 더 확보해서 정치를 바꾸는 걸 목표로 해야 한다. 정의당은 다섯 석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불안하고, 노동당과 녹색당은 원내 진출은 고사하고 존재 자체를 모르는 국민이 대부분인 게 냉정한 현실이다. 그리고 힘을 합쳐 비례대표 한자리라도 더 만들어도 시원찮을 판에 각자도생이요 각개전투다. 그리고 그 결말은 각개격파가 될 거라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다. 1일 서울 종로구 거리에 20대 총선 후보자들의 현수막이 빼곡히 걸려 있다. 사진 출처 - 서울신문 다시 강조하는데 진보정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길 간절히 원한다. 지도부에 속한 분들 중에는 지인도 여럿 있다. 그분들이 ‘고군분투(孤軍奮鬪)’하는 걸 폄하할 생각은 없다. 문제는 ‘용감하게 싸운다’가 아니라 ‘따로 떨어져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된 군사들이 수많은 적군과 싸운다’는 데 있다. 해법은 없을까? 지극히 원론적인 해법이 있긴 하다. 진보정당 관계자나 당원이라면 십중팔구 ‘단결투쟁가’와 ‘연대투쟁가’를 좋아할 거라고 믿는다. 사실 연대투쟁과 단결투쟁은 식상하다 싶을 정도로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다. 하지만 정작 진보정당들은 그러질 않는다. 선거제도가 승자독식을 초래한다는 걸 그리 비판하면서도 분열해서 다 같이 망하는 길로 각자 달려간다. 이유를 들어보면 결국 그 잘난 선명성과 진정성 문제다. 구동존이(求同存異)와 화이부동(和而不同)까진 바라지도 않겠다. 프랑스 인민전선이나 국공합작, ‘반파쇼 통일전선’을 학습할 때는 다들 합심해서 졸기라도 했단 말인가? 새누리당은 열 가지가 달라도 하나가 같으면 ‘우리가 남이가’ 하는데 이른바 야권이니 진보진영이니 하는 분들은 열 개가 같아도 하나가 다르면 ‘우리는 노선이 다르다’고 한다. 그런 식이니 맨 새누리당한테 지면서도 항상 또 그런 식이다. 그렇게 서로 ‘구별 짓기’를 꼭 해야겠다면 브라질 노동자당처럼 당내 분파를 아예 공식 인정하는 건 어떨까 싶다. 가령 진보대연합을 구성하고 그 안에 정의 분파, 노동 분파, 녹색 분파를 공식적으로 결성하는 거다. 대의원대회에서 아예 분파별 선거를 해서 일정 수준 이상 득표를 한 분파에겐 중앙위원회나 상임집행위원회에 지분을 아예 배분해주는 방식도 좋지 않을까 싶다. 소선거구제처럼 하지 말고 득표율도 최대한 지분으로 반영해주고, 지도부도 각 분파별 쿼터를 어느 정도 인정해주는 방식도 괜찮을 것 같다. 비례대표 후보도 당원투표로 뽑힌 후보와 각 분파별 쿼터를 결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선거 때마다 탈당하고 분당하고 창당하는 꼴 안 봐도 되지 않겠나 말이다. 힘을 합쳐 덩치를 키워서 다수결 투표제(결선투표제)나 선호투표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도 도입하자. 그리고 나서 분당하는 건 상관하지 않겠다. 헬조선을 사는 민초들은 답답하다. 무능력과 무책임, 염치없음 삼박자를 고루 갖춘 박근혜 정권은 ‘대한민국호’를 침몰시키고 있다. 그런데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수를 넘길 것으로 대부분 예측하고 있다. 180석을 넘겨 개헌한 다음에 박근혜 총리가 취임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안철수는 총선 목표가 야권 전멸이냐는 비판을 받는다. 안철수를 비판하는 그 논리를 진보정당에 대입하면 어떤 결론이 나올까.
2017-07-12 | hrights | 조회: 41 | 추천: 0
손상훈/ 교단자정센터 원장   지하철에서 어린아이를 놀려 재미있다는 어르신을 가끔 보게 됩니다. 아이를 울리기까지 하는 어르신은 불편하기도 하지만 의외의 반전도 있습니다. 용돈을 주거나 미안하다며 급 칭찬에 울먹거리던 아이는 엄마를 쳐다보며 웃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기까지입니다. 특히, 종교단체에서 국민과 시민을 상대로 하는 생떼 쓰기나 헌법 가치를 파괴하는 행위는 중단되어야 합니다. 지난 2016년 3월 23일 조계종 한전부지환수위원회(공동위원장 지현ㆍ원명스님)는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스님과 신도 1만여 명(주최 측, 경찰추산 3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전부지 환수 기원법회를 봉행했습니다. 조계종 환수위는 이날 법회에서 “1970년 당시 정부는 총무원을 겁박해 봉은사 토지 10만 평에 대한 허위 강제 매매 계약서를 작성하게 했다”라고 주장하며 한전부지를 봉은사에 환수해 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런데, 법회가 열리는 서울광장 곳곳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더불어민주당을 압박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고, 신도들은 사회자의 진행에 맞춰 “한전부지 개발 허가? 박원순은 대권불발, 더민주는 총선필패”등의 구호가 적힌 플랜카드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구호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박원순은 대권불발, 더민주는 총선필패. 헌법파괴 지적을 받고 있는 조계종환수위 피켓 사진 출처 - 불교포커스 서울시 공공 기여금은 1조 7,400억…환수위는 "현대차 매각 원천무효" 주장 2014년 당시 한전부지 경매는 국내 단일 부동산 거래로는 사상 최대 규모라 불리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 현대자동차 그룹은 입찰가로 10조 5,500억을 써내 삼성전자를 제치고 해당 부지를 낙찰 받았고, 한전부지는 과거 봉은사 땅으로 조계종이 40여 년 전 정부에 매각한 10만평 가량의 부지 중 일부에 해당합니다. 이후 현대차 그룹은 한전부지에 신사옥(GBC)을 건립하면서 서울시에 공공기여금 1조 7,400여억 원을 내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공공기여금은 현대차 부지 주변 교통난 해소, 전시시설 및 공연장 투자 등에 쓰일 것이며, 탄천과 서울종합운동장 인프라 개선에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서울시의 이 같은 계획에 대해 조계종 한전부지환수위가 제동을 걸며, “현대차 매각은 원천무효이며 서울시는 현대차 신사옥 인ㆍ허가를 중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울시청 진입, 몸싸움하는 조계종 환수위 관계자 사진 출처 - 불교포커스 국민을 바보로 여기지 않는다면, 조계종의 지나친 우롱은 여기서 중단되어야 합니다. 제 잇속을 챙기기 위한 떼쓰기가 아니라면 8년 전 국민에게 한 약속을 생각하며 차분하게 주장해야 합니다. 시민사회단체 공동대표를 오랫동안 하였던 조계종 총무부장, 총무원 기획실장이자 당연직으로 조계종 대변인이 서울시청 경비직원과 몸싸움까지 벌였습니다. 조계종 기관지 불교신문 기사에 자랑스럽게 몸싸움 사진까지 개별로 실어놓고 홍보까지 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열심히 떼쓰기 하는지 서로 자랑하는 것 같은 황당한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부디, 인격과 품위를 갖고 주장을 했으면 하는 말씀을 드려야 하는지도 답답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바른불교재가모임과 대한불교청년회 현수막 사진 사진 출처 - 불교포커스 종교지도자나 조계종 같은 국민의 세금을 많이 지원받는 단체는 대중의 신뢰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2008년 불교계 전체, 특히 조계종은 서울시청 광장에 모여 ‘지혜와 힘이 필요하다’며 대규모 대회를 개최하였습니다. ‘명분’은 헌법파괴, 종교 차별하는 이명박 정부 규탄이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처럼 가물거리지만 정보사회에서 ‘범불교도 대회’ 키워드 검색만 하면 당시에 상세한 내용이 그대로 확인됩니다. 2008년 8월 26일 헌법파괴 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 봉행위원회(위원장 원학)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밝힙니다. ‘국민 여러분들께서는 우리 불교도들이 서울에 모여 오만과 독선으로 헌법을 파괴하며 종교차별을 일삼는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게 되었음을 널리 이해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이번 범불교도대회는 이 정부의 종교차별을 규탄하는 모든 불교 종단과 사찰, 단체 불자들이 참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대회가 될 것입니다.’ 1994년 3월과 4월에 일어난 조계종의 소위 ‘94종단개혁’이 김영삼 정부(1993년~ 1998년) 출범 다음 해 에 일어났고, 2008년 범불교도대회는 이명박 정부(2008~2013) 첫해에 열린 대회라 특별한 관심을 받았습니다. 2008년 8월 27일 열린 ‘범불교도 대회’는 조계종을 비롯한 27개 불교종단이 모여 개최했고, 국민과 큰 약속을 했었습니다. “우리 불교인이 그동안 제대로 하지 못한 사회적 역할을 자각하고 참회하는 장입니다. 그리고 사회적 고통과 민족의 장래를 위한 논의와 실천에 적극 나서고자 하는 결심의 마당입니다…. 국민 여러분의 지혜와 힘이 필요합니다.”라며 관심과 애정을 가져달라고도 당부했습니다. 전국에서 20여만여 명(봉행위 집계)의 불자들이 대회가 열린 서울광장에 모였다고 주장했고, 이명박 정부의 ‘헌법파괴 종교차별’에 대한 규탄의 열기는 후끈했으며, 이웃종교계와 일반 시민사회단체도 함께 참여하였습니다. 불자들은 이날 결의문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지목해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어청수 경찰청장 등 종교차별 공직자의 즉각 파면 ▶종교차별 금지 법 제도화 즉각 추진 ▶시국 관련자에 대한 국민 대화합 조치 실시 등 4개 항의 요구 사항을 주장했습니다. 불교계의 주장은 일부 받아들여졌고, 집회를 주도했던 총무원장을 비롯한 종교지도자들은 범불교도 대회가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불교계 한 언론인 정성운 기자는 범불교도대회의 가장 큰 의미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종교차별을 사회적 이슈를 넘어 의제로 제출했다는 점이며, 정부․정치와 종교, 공공영역에서의 종교, 종교 간 갈등, 종교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환기시킨 것이라고 평가하였습니다. 범불교대회의 성과는 국민들이 이해하고 지지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8년이 지난 2016년 3월 서울광장에는 헌법정신을 파괴하는 구호와 생떼 쓰기 같은 막장 드라마에 버금가는 황당한 주장과 행동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조계종 환수위는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토론회나 충분한 사전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서울광장에 천막 법당을 설치하고 지속적으로 집회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5월 연등축제 기간에도 이런 모습을 보고 있어야 할지 지켜볼 일입니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45 | 추천: 0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 간사   지난 2월 25일, ‘귀향’이라는 영화를 단체관람하고 조정래 감독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당시 개봉한지 하루밖에 안 지난 상황이어서 지금처럼 흥행 할지는 몰랐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기를 간절히 바랬다. 영화를 아직 못 보시거나 조만간 볼 계획이실 분도 계실 테니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자제하고, 당일 기억에 남는 점은 감독과의 대화에서 감독은 “이 영화가 단순히 일본에 대한 증오심을 불러일으키기 보다는 무엇이 이 분(피해자 할머님)들을 그 지옥에 보냈는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라는 이야기이다. 감독은 “누가”가 아닌 “무엇”을 강조하였다. 2015년 12월 28일, 박근혜 정부와 아베 신조 일본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방안에 합의하고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을 선언했다. 위안부 문제를 세상에 알린 피해자분들이나 피해자분들을 지원했던 단체들과의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말 그대로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영화 ‘귀향’에서도 나오지만 1991년 최초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께서 세상에 이 사실을 알리기 전까지 국가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수십 년 동안 위안부 피해자분들과 그 분들을 지원하는 많은 단체와 국민들이 매주 수요일 집회를 하며 기나긴 투쟁을 하였을 때도 정부는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 보이지 않았다. 2015년 12월 28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한일 정부의 합의를 축하하며”, “협상이 타결된 것을 매우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발표하였고, 2016년 1월 1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박근혜 대통령이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대해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국내 주요 언론들은 이를 유엔의 결정으로 몰아가며 위안부 합의에 한껏 힘을 실어주었다. 민변과 정대협은 반기문 총장의 발표에 즉각 반발하며 2016년 1월말에 기자회견을 개최하여 유엔의 각종 인권기구(조약감시기구, 인권특별보고관)에 위안부 합의가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한지 유엔사무총장의 평가가 맞는지 합당한지 평가를 요청하는 청원서를 제출하였다. 그리고 2016년 2월에 개최된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 일본정부 심의회의에 직접 참가단을 파견하여 위안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며 유엔의 공식입장을 요청하였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심의회의시에 “위안부는 조작된 것이며, 성노예라는 것도 잘못된 개념이다”라고 하며 12월 28일, 양국 간 합의내용인 ‘일본정부의 공식적 책임인정’을 완전히 뒤집는 주장을 하였다. 사진 출처 - 씨네21 심의 이후 유엔의 여러 인권담당기구는 위안부 합의에 대한 공식적 입장을 발표하였다. 2016년 3월 7일,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위 합의가 피해생존자의 견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피해자중심의 해결원칙을 지키지 않은 점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일본정부는 피해자의 권리를 인정하고 보상과 만족적인 조치, 공식적 사과 및 재활서비스 등을 제공하라”고 권고하였다. 2016년 3월 10일,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유엔인권최고대표는 일본군 ‘위안부’를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성노예제도 아래에서 생존한 여성들”이라고 못 박으면서 “이번 합의에 피해자로부터 문제제기가 나오는 것은 매우 중대하다”라고 하며 합의에 비판적인 견해를 밝혔다. 2016년 3월 11일, 유엔의 전통적인 인권기구인 특별절차(Special Procedures)의 인권전문가 그룹도 공동보도자료를 발표하며 “한일 정부의 합의는 생존자들의 요구에 미치지 못하며 완전한 책임을 인정한 명확한 공식사과와 충분한 배상만이 진실, 정의, 배상에 대한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다”고 분명히 했다. 마지막으로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는 지난 3월 21일, “일본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제도로 인한 인권침해 행위 조사나 가해자 형사책임 추궁 등에 관해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이 유엔의 모든 인권기구는 지난 12월 28일, 한일정부간 위안부 합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피해생존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대책 이행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정부는 12월 28일,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실무논의를 진행하며 소위 ‘피해자 지원 재단 설치 및 운영방향’에 대해 논의하였다고 한다. 같은 시각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와 정대협 관계자들은 합의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이역만리의 미국에서 힘든 활동을 이어가고 계신다. 70년 전 국가와 사회, 공동체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그 분들은 지옥의 삶에 내몰렸다. 1991년 피해자분들이 본인의 입으로 그 지옥을 이야기하기 전까지 국가와 사회, 공동체는 침묵하였다. 그리고 양국의 정부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합의를 하였다고 발표한 이후에도 고령의 피해자분들은 여전히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유엔에서, 많은 국가를 돌며 본인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증언하고 계신다. 무엇이 이토록 긴 시간동안 이 분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지?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 하고,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않고, 피해자의 고통을 자기 멋대로 활용하는 국가의 모습을 70년 넘게 우리는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45 | 추천: 0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대전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해 대전의 뜻 있는 단체들이 모여 대전학생인권네트워크라는 연대기구를 만들어서 활동한 지 1년이 넘었다. 그동안 대전학생인권네트워크는 대전지역 최초로 학생 인권실태조사를 벌여 결과를 발표하였고 조례 제정을 위해 학생인권증진 토론회를 개최하고 대전시의회 의원과 수차례 협의를 진행해왔다. 그런 과정을 거쳐 애초 이달 시의회에서 발의 예정이던 대전학생인권조례가 5월로 연기되었다. 이는 작년 이후 두 번째 연기인 셈이다. 대표 발의자인 박병철 시의원은 교육계의 의견을 좀 더 수렴하겠다는 이유로 연기했다고 한다. 학생들의 교육과 학교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례이니만큼 교육계와 시민들의 충분한 의견을 듣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그 의견수렴은 합리적이고 상식적이어야 하며 학생들을 위한 미래지향적인 의견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지역의 일부 단체들과 종교계는 학생인권조례가 학생들에게 과도한 자유를 줘서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사들의 교권, 심지어 학교운영의 자율권까지 침해한다는 상식 이하의 주장으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박병철 의원이 대표 발의하는 조례안을 자세히 살펴본 후에 드는 생각은 도대체 어느 조항, 어느 문구에서 그런 비합리적이고 비상식적인 주장을 인용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오히려 이번에 발의한 학생인권조례안은 앞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경기, 서울, 광주, 전북 등과 비교하면 학생권리보장의 명확성과 조문의 구체성, 조례 실행력에 대한 장치 등이 한참이나 후퇴한 조례안이라서 대전학생인권네트워크 차원에서는 많은 부분의 조례 내용을 바꿔 달라는 수정안을 이미 시의회 측에 보낸 상태이다. 작년에 대전지역의 여성단체 주도로 양성평등조례를 성 소수자까지 포함한 ‘성평등조례’로 제정하자 지역 기독교계가 대전시와 의회를 거세게 압박하고 항의한 적이 있었다. 결국, 대전시의회는 한 달 만에 성 소수자 내용을 삭제한 ‘양성평등조례’로 재개정하고 말았다. 이를 의식했는지 이번에 시의원이 발의한 조례안 차별 문구 예시에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정하고 있는 차별사항 중에 성별, 종교, 민족, 언어, 나이, 신체조건, 경제적 여건, 성적 등 여덟 가지만 나열되어 있고 성적지향을 비롯한 다른 차별금지 문구가 빠져있어, 이 문제도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르는 차별금지 내용을 담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학생’과 ‘인권’이 결합한 문구나 조항에 대해서는 덮어놓고 반대만 일삼는 지역 내 일부 단체나 종교계는 오히려 사학재단과 교육청의 일방적 의견만을 주장하면서 한쪽으로 극히 기울어진 정치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둘러싼 공방의 와중에 보여주고 있는 대전교육청의 입장 역시 한심한 수준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설동호 대전교육감은 지난 2014년 교육감 선거 당시 “교육계 의견수렴을 거쳐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나서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랬던 설 교육감은 인권 친화적 학교+너머운동본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발표한 '2014 전국 학생 인권 실태 조사'에서 대전이 전국 1위의 학생 인권침해 지역으로 나온 결과에 대한 대책을 물은 시의원의 질문에 표본을 신뢰할 수 없다고 대답하더니, 최근에는 교권침해의 가능성과 조례의 유명무실 등의 이유를 들어 사실상 이번 조례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학생 인권을 주장하면 교권이 침해받는다는 논리는 학생인권조례 논의가 처음 나오면서부터 제기되어 온 우리 사회의 오래된 농담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실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역에서 교권이 뚜렷하게 추락했다는 근거를 찾아볼 수 없음에도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하는 언론과 단체, 종교계는 언제나 학생 인권의 대척 지점에 교권침해를 놓고 끊임없이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전가의 보도로 사용하고 있다. 9시 등교, 두발과 복장의 자율화, 학생자치의 내실화, 방과 후 학습시간에 대한 실질적인 선택권, 혁신학교의 정착 등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역에서 일어난 변화는 학생들의 처지에서는 예전과 달리 학교생활의 긍정적 변화를 크게 실감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된 경기 지역의 어느 선생님은 조례 제정 이후 일어난 변화를 묻자 “두발과 복장이 자율화되면서 학생의 머리와 옷이 아닌 얼굴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처럼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를 위해서도 현 시기 대전에서는 꼭 필요한 조례이다. 대전시 교육청은 선언적인 의미일 뿐이라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해봐야 큰 의미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대전학생인권조례를 선언적인 의미로 만드는 것은 오히려 학생 인권에 대한 대전교육청의 무관심과 준비부족이다. 대전 인근의 세종·충남·충북·전북의 경우 전부 중학교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있지만 대전교육청은 학생의 사회복지권리와 직결되는 중학교 무상급식에 대해서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또한 대전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 뿐만 아니라 전국 대부분의 진보교육감이 의욕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혁신학교 만들기도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법외노조를 통보받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장에 대해서는 전국에서 제일 먼저 직권면직을 위한 징계위원회를 여는 기민함을 보였다. 대전교육공동체를 위해서 대전교육청이 해야 할 일은 박근혜 정부의 막가파식 교육정책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같이 학생들과 교육계에 의미 있는 변화를 줄 수 있는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생인권이 제대로 보장되면 교사의 권리 역시 존중받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학교현장의 모습일 것이기 때문이다. 대전교육청과 지역의 일부 단체, 종교계는 학생인권 보장이 교권침해라는 해묵은 농담은 이제 그만 멈추기 바란다. 같은 농담을 자꾸 하면 웃기지도 않고 짜증만 날 뿐이다. ● 이 글은 한겨레신문 대전충남 지역판 칼럼<울림마당> 원고를 수정, 보충한 것임을 밝힙니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44 | 추천: 0
다솜/ 미디어 활동가   "자존심이 밥 먹여주냐."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존심을 버려야 하고,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밥그릇을 냅다 집어 차버릴 용기를 지녀야 한다. 자존심을 지키며 살아가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세상에서 우리는 힘겨운 숨을 쉬고 있다. 영화 <다이빙벨>의 상영과 관련해 시작된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의 갈등을 보며, 어떻게 권력이 예술의 자존심을 망가뜨리는지 처참한 심경으로 바라보게 된다. 뿐만 아니다. 그래피티 아티스트 GR1이 그린, 'Big sister is watching you'라는 제목의 대통령을 풍자한 그래피티는 "민원이 있었다"는 이유로 지워졌다. 2014년 당시의 화두였던 카카오톡 사찰을 주제로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물론 작가와 사전에 그 어떤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 시대의 우울이 예술을 잠식해오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새삼 예술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지 여러 번 반복하여 질문해보게 된다.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땅이 황폐해져간다고 느낄수록 가슴속 질문은 더욱 더 강렬해진다. 누군가가 예술을 가리켜 인간의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했던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 만난, 윤동주 시인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 <동주>는 내게 각별한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스크린으로 복원된 시인 윤동주는 그야말로 '곱다'는 말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끊임없이 고뇌하는 곱고 연약한 심성을 가진 사람. 수줍음 많고 순수하며 부끄러움에 예민한 감각을 지닌 사람.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소망했던 그는, 꿈을 가질 수 없는 어둠의 시대를 어떻게 호흡했을까. 영화에서 그는, 일본 유학을 앞두고 창씨개명을 한다. 이제 윤동주가 아니라 히라누마 도쥬가 그의 이름이다. 이름을 가질 수 없고 언어를 가질 수 없는 고통으로 괴로워하던 그는, 우연히 친구의 소개를 받아 그토록 한 번 만나고 싶어 하던 젊은 날의 우상 정지용을 마주한다. 어두운 시대에 절망하며 글쓰기를 접어두고 술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정지용은 윤동주에게 말한다.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라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위정자들이 ‘염치불고하고’ 활보하는 시대, 영화 속 정지용이 내뱉은 이 한 마디는 시대를 초월하는 호소력을 갖는다. 일본에 가 유학생활을 하던 윤동주는 항일운동에 가담한 죄로 일본 형사에게 끌려가 고초를 당한다. 그의 시에서 불온한 사상이 감지된다는 형사에게 윤동주는 항변한다. 시어는 하나하나 따져가며 읽는 것이 아니라고. 그러나 자존심 강한 시인의 자기변호는, 패색이 짙어져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던 숨 막히는 군국주의의 분위기 앞에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랬던 윤동주가, 예술을 검열하지 말고 즐겨달라는 간곡한 부탁이 통하지 않는 작금의 현실까지 살아 숨 쉬고 있었다면 과연 어떤 심정으로 이 풍경을 바라보았을까. 사진 출처 - 씨네21 윤동주는 춥고 배고프고 아픈 후쿠오카의 형무소에서도 밤하늘의 별을 바라본다. 이런 세상에 태어나서 시가 이토록 쉽게 쓰여진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스스로를 자책하면서도 그는 계속해서 글을 쓴다. 숨 쉬기조차 괴로운 시대, 글쓰기는 그가 유일하게 숨을 쉴 수 있는 몰입의 시간이 아니었을까? 그의 글은, 아름다운 문장으로 가득 차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런 절망적인 시대상황 속에서 처연하게 피어난 꽃이기에 더욱 더 깊은 감명을 준다. 언어를 가질 수 없는 시대에 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고 글을 썼다는 것은 그 자체로 그에게는 존재를 건 저항이 아니었을지, 생각해본다. 글쓰기를 지속하는 것이야말로 스스로의 자존심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와 같은 행위가 아니었을지, 생각해본다. 왜 세상살이는 예나 지금이나 이다지도 욕될까. 욕되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세상을 위해서는, 너무 심각하게 굴 것 없이 긴 호흡을 가져야겠다고. 지치지 말아야겠다고. 언어를 빼앗긴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글을 쓰고 친구들을 격려하며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는 것. 그것이 영화 <동주>가 내게 가르쳐준 삶의 태도이니까. 그러면서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싸늘하게 죽어간 1800명의 삶을 생각해본다. 윤동주 만큼이나 귀한 1800명의 사람. 그들 삶의 서사를 헤아려본다. 예술이 주는 선물은 이런 것이다. 공감 역량과 감수성의 확장. <동주>는 이렇게 나에게 여러모로 뜻밖의 위로와 선물을 안겨주고 간 셈이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45 | 추천: 0
신혜연/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재학생 대학생인 지영(가명, 27세) 씨는 작년 12월부터 학교 근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이하 알바)를 시작했다. 평일에 6시간, 일요일에는 5시간씩 주 6일로 근무했다. 손님으로부터 컴플레인 한 번 받지 않고 성실히 일했다. 사장님이 원하는 시간에 업무 시간도 잘 맞춰줬다. 집에서 독립해 사는 지영 씨에게 고정적인 급여는 더없이 소중했다. 그런 지영 씨는 돌연 해고통지를 받았다. 3개월짜리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였다. ‘주휴수당’ 언급하자마자 잘려 지영 씨가 잘린 건 주휴수당 때문이었다. 15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라면 계약서상의 근무시간을 모두 채운 경우 일주일에 하루의 유급휴일을 갖는다. 유급휴일에는 일하지 않아도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다.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는 법이지만 실제로 지켜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11월 '알바천국'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알바 노동자 1,345명 중 65%가 '주휴수당'의 존재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지영 씨가 일하던 카페도 다르지 않았다. 매니저 2명과 알바 노동자 4명 모두 주휴수당의 존재를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저녁 6시부터 12시까지 근무하는 지영 씨는 야간수당도 받지 못했다. 우연히 친구로부터 주휴수당의 존재를 듣게 된 지영씨는 함께 일하던 동료 2명에게 이를 알렸다. 동료들은 사장에게 밀린 주휴수당을 달라고 요구했다. 정당한 요구의 대가는 참혹했다. '매니저만큼 일 잘하던' 동료들은 주휴수당 지급을 요구한 당일에 구두로 해고당했다. 이후 카페에서 '주휴수당'은 금기어가 됐다. 지영 씨는 해고를 피하고자 주휴수당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새로 들어온 알바들에게 주휴수당에 대해 '언급'했단 이유만으로 해고 대상이 됐다. 동료들이 잘린 지 불과 2주 뒤의 일이었다. 예상치 못한 해고에 지영 씨는 혼란에 빠졌다. 당장 다음 달 월세가 걱정이다. 지금 '알바 시장'은 수능을 마친 고등학생들과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바로 알바를 구한다고 해도 월급이 나오기까지는 한 달여를 기다려야 한다. 30만 원짜리 월세를 매우려면 집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지영 씨는 말했다. 근로감독관은 사장님 편 이런 상황에서, 지영 씨는 최근 큰 결심을 했다.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넣어보기로 한 것이다. 알바노조로부터 상담도 받았다. 세 달짜리 계약서를 쓰고서 한 달 만에, 명확한 사유 없이, 당일 날 해고 통지를 받은 상황이니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알바노조가 확인해줬다. 그러나 지영 씨의 진정이 제대로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고용노동청에서 진정을 처리하는 근로감독관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국의 근로감독관 수는 1,100명. 이들은 1,900만 명의 노동자에게 일어나는 진정 사태를 처리해야 한다. 한 달 평균 1인당 15~20건 정도다. 이렇다 보니 체불임금 액수가 비교적 소액인 알바 노동자의 진정은 후순위로 밀리기 일쑤다. 근로감독관의 태도에도 아쉬운 점이 많다. 알바노조에 따르면 적지 않은 근로감독관들이 주휴수당과 야간수당에 대한 잘못된 지식을 가지고 사건 해결에 임하거나, 체불임금을 축소해서 합의할 것을 종용하는 등 노동자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왔다. “생계를 위한 노동이 아니므로 (체불임금을 받는 데)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라고 한 근로감독관의 말에는 알바 노동에 대한 이들의 인식이 담겨있다. 지난달 22일 알바노조가 근로감독관의 행태에 대한 항의 방문을 위해 서울고용노동청을 찾았다. 사진 출처 - 알바노조 홈페이지 법을 어긴 사람은 누구일까 “사장 편드는 근로감독관 OUT!” 알바노조는 지난달 22일 근로감독관의 행태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서울고용노동청을 방문했다. 지영씨도 현장을 찾아 알바노조가 항의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알바들의 항의 방문을 대하는 고용노동청의 태도는 단호했다. 고용노동청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59명의 알바노조 조합원들과 몇몇 시민들을 연행해갔다. 마치 테러리스트를 잡듯, 한 사람에게 십여 명의 경찰이 달라붙어 순서대로 ‘표적 연행’을 해갔다. 끌려가는 그들의 손에는 무기가 될 만한 무엇도 없었다. 지영 씨는 알바노조 조합원들과 함께 서울 시내 경찰서로 연행됐다. 뜻하지 않게 유치장 신세를 지게 된 조합원들은 당장 내일 있는 알바를 걱정했다. 벌금형이라도 나오면 한 달 치 월급을 쏟아 부어야 한다. 지영씨가 주휴수당으로 받지 못한 돈은 한 달에 20만 원가량. 적은 돈 같지만, 지영씨에게는 월세에 보탤 수 있는 소중한 돈이다.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지영 씨는 여전히 고용노동청의 구제를 기대할 수 없는 ‘을’이다. 반면 사장님들은 법을 지키지 않고도 당당하다.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고용노동청을 항의 방문한 이들은 ‘퇴거명령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수사 대상이 됐다. 하지만 ‘근로감독’이라는 역할에 소홀했던 근로감독관들은 오늘도 면죄부를 받는다. 지영 씨가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40 |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