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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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가시’는 현장을 살아가는 젊은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젊은 칼럼 공간입니다.

‘목에가시’는 김아현(인권연대 연구원),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 서동기(대학생), 손상훈(교단자정센터 원장), 송채경화(한겨레21 기자), 이동화(아디 사무국장), 이상재(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이현정(꽃씨네농작물 농부), 이회림(○○경찰서), 허창영(광주교육청 조사구제팀장, 전임 간사)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다시 전국에서 대규모 시위가 시작됐다. 2008년 미국산 수입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이후 8년 만에 다시 켜진 대규모 촛불은 박근혜 정부의 각종 비리의혹과 비선 실세에 의한 국정 농단에 대해 11월 12일 100여만 명의 민중총궐기 집회 참여로 사실상의 시민에 의한 하야와 탄핵 정국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시위의 중심은 역시 서울이었지만 광역도시를 중심으로 지역에서도 만만치 않은 숫자의 시민들이 줄기차게 그들의 주장을 외쳐왔다. 또한, 2000년 이후의 집회문화는 촛불의 등장과 중고등학생의 집회 참여, 동네와 시, 군에서도 비록 작은 규모지만 집회와 문화제가 결합한 모습으로 다양한 시위 형식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일 것이다. 대전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11월 1일 첫 집회 이후 열 차례 이상 거의 매일 저녁 시내 중심가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 와중에 달라진 집회문화와 지역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두 번의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첫 번째는 11월 1일 대전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집회였다. 그간의 대전지역 시국 관련 집회의 주된 참가자는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관계자와 회원들로 많아야 500명을 넘기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날 집회는 첫 집회에다가 평일 저녁 집회였는데 무려 3,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가해서 1,000개 정도의 초를 준비했던 집회 준비 관계자들을 당황하게 했다고 한다. 이날 대전지역의 집회 참가자 수는 서울보다도 많았던 것은 물론이거니와 당일 전국 최다 참가였다. 게다가 참가자의 절반 이상이 중, 고등학생들이었던 점도 예전 집회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었다. 두 번째는 전국에서 100만 명이 서울에서 모여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한 목소리로 외쳤던 지난 11월 12일이었다. 애초 이날은 오래전부터 민중총궐기라는 이름으로 전국 집중 집회가 예정되어 있던 터라 대전지역 집회는 열리지 않을 예정이었다. 그래서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 들도 각기 버스를 전세해서 서울로 올라갔다. 하지만 서울에 가지는 못하지만, 지역에서라도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고자 했던 시민들의 요구가 많아지자 급하게 예정에 없던 집회가 오후 4시에 개최되었다고 한다. 지난 12일 오후 대전 둔산동 갤러리아 타임월드 백화점 앞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출처 - 뉴스1 특히 이날은 주말을 맞아 중고생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의 참가자도 많았는데 급하게 준비된 집회였는데도 불구하고 주최 측 추산 1,200여 명이나 되는 시민들이 모였다는 것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겪은 당시 지역 선배들은 이구동성으로 대전지역은 서울과 부산이 데모를 쉬는 날에도 계속 시위를 했다며 대전이 없었다면 6월 항쟁의 연속성은 이어지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자부심 섞인 얘기를 해 주셨다. 싸움의 대표성은 서울이 가지고 있었지만, 부산과 대전, 광주, 대구도 역사의 흐름에서 나름의 지역 대표성을 가지고 역할을 충분히 해왔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반헌법적 범죄행위로 인해 벌어진 2016년 겨울 초입, 현재의 정국 상황은 지역의 집회문화에 닥친 큰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2008년 집회에도 중고등학생이 제법 많이 참여했었지만, 올해는 2008년보다 훨씬 많은 수의 청소년들이 집회에 참여하고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2008년의 중, 고등학생들이 대학생이 된 지금은 청년들의 참여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이는 억눌리고 뒤틀린 교육제도와 사회참여 조건 아래에서도 10대, 20대 정치의식은 다른 세대에 비해 괄목한 만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모든 것이 서울중심으로 쏠리면서 지역의 정치 공간마저도 축소되거나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위태로움은 항상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되고 있는 지역의 촛불시위는 불만을 제기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지역 중심의 정치 공간의 계속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는 나날이었다고 평가된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54 | 추천: 0
다솜/ 미디어 활동가     요 며칠, 쏟아지는 뉴스를 보고 있자니 분노를 넘어서 모멸감이 느껴질 지경이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 역사적인 순간에 한국에 있지 못하고 먼발치에서 시간 차이를 두고 소식을 따라잡고 있지만 물리적 거리가, 그로 인한 시차가 결코 이 분노와 모멸감을 잠재우지는 못한다. 여러 가지 물음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채운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태민 일가와의 관계는 지난 대선후보 검증 과정에서도 아킬레스건으로 떠오르지 않았던가. 최 씨 일가는 늘 그림자처럼 박근혜의 곁에 드리워져 있었다. 그 그림자는 왜 이제야 충분히 수면 위로 떠오른 걸까. 도대체 어떤 바탕이 이 사태를 가능하게 만들었을까. 왜 알 만한 사람들도 침묵을 지켰을까. 왜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도록 제동을 걸지 않았을까. 정치적인 혼란이 오랫동안 지속되었고 그저 권력의 뒤로 내 몸을 안전하게 숨기기만 하면 된다는 역사를 반복적으로 학습해온 탓일까? 살아남아야 한다는 당위 앞에 부끄러움은 설 자리가 없는 걸까? 식민지 경험과 전쟁, 군부독재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생존을 위해 눈치만 잘 살피는 기회주의자를 대거 길러낸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분노와 모멸감으로 점철된 일상에 내가 짓눌리지 않게 도와주는 건 사람들이 빚어내는 유머의 힘이다. 시국선언이 아니라 시‘굿’선언을 하자는 제안이라든가, 시위대의 승마 퍼포먼스라든가, “경찰도 함께하자”는 구호가 바로 그것이다. 사람들이 자아내는 유머는 어처구니없는 정치판에 웃음으로 한 박자 쉬어갈 수 있는 힘을 제공한다. 분노와 모멸감에 무력해지지 않고 오늘 하루를 버텨내면서 내일 하루 또 한 번 싸울 수 있는 에너지를 선물해준다. 지난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차 범국민행동 촛불집회 모습 사진 출처 - 한겨레 오늘, 촛불이 다시 한 번 각 지역에서 광장을 뒤덮는 것을 본다. 노예로 살지 않겠다는 사람들의 외침이 들린다. 감격스러움으로 눈물이 끝없이 흐른다. 이들의 움직임이야말로 이 순간 최고의 퍼포먼스다. 이들의 몸짓은 한국 정치에 낀 살을 풀어내는 살풀이이고 부정부패의 망령을 몰아내는 장엄한 씻김굿이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53 | 추천: 0
손상훈/ 교단자정센터 원장 자승 총무원장은 지난 10월 10일 일간지 기자들과 만나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과 관련해 “서울시의 최종 인허가가 내려질 경우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자승 원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권 행보에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지난 4월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일부 국회의원 후보들의 선거 유세를 지원했다는 논란을 일으킨 자승 원장이 내년 대선에도 개입하겠다는 뜻을 드러내 논란이 예상된다. 연합뉴스 등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자승 원장은 10일 서울 봉은사에서 일간지 기자 간담회를 열고 “서울시가 오는 12월 즈음 최종 건축 허가를 내 줄 것 같은데, 이는 불교계를 기만하는 것이다”라며 "조계종은 박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제 신청을 검토하고 있으며 박 시장의 대권 행보를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자승 원장이 밝힌 주민소환제 투표를 위해서는 서울시민의 10%의 서명동의를 필요로 한다. 서울시 유권자의 10%는 약 80만~ 90만 명이다. 또 서명을 얻었더라도 유권자의 3분의 1이 찬성을 해야 한다. 지난 9월 홍준표 경남지사 주민소환 투표청구인 유효서명이 기준(경남도민의 10% 이상)에 미달해 ‘기각’ 결정됐다. 조계종이 주민소환에 필요한 서울시민 10%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을 지 관심이다. 자승 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봉은사에서 500m 떨어진 삼성동 옛 한전 용지에 현대자동차가 105층(약 550m) 건물을 짓는 것은 문화재를 보호하고 있는 천년 고찰을 무시한 처사이다.”라며 “55층(275m) 이상 건물을 짓는 것은 안 된다는 방침을 정해 서울시에 요청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 한전부지 환수위는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경우 봉은사 일조권 침해로 인한 국가지정 문화재 훼손이 심각하고 수행환경도 위협 받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어 조계종은 13일 오전 11시 봉은사 대웅전 앞에서 GBC 개발 저지를 촉구하고, 개발 인허가권이 있는 서울시를 규탄하는 법회를 열었다. 이 법회는 그동안 운영된 한전부지 환수대책위를 ‘졸속행정 재벌특혜 한전부지 GBC 개발 저지 봉은사 역사문화환경 보존 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지현ㆍ원명 스님)로 전환해 가진 첫 시위이다. “박원순 시장과 현대차 사이에 어떤 이면 합의가 있었던 것일까. 박원순 시장은 우리에게 응답해야 한다. 봉은사 천년의 혼 팔아먹은 박원순은 서울시장 자격 없다. 즉각 퇴진하라.” 사진 출처 - 불교닷컴 옛 한전부지를 불법강탈당해 원 소유주인 조계종에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을 펴던 조계종이 이번엔 현대자동차 GBC 건립과 관련해 박원순 시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조계종의 협의체 구성과 논의를 거절하고 졸속행정과 재벌특혜로 전통문화를 말살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조계종에서 광고중단 압력 등 해종언론으로 탄압받고 있는 불교계 인터넷언론 불교포커스와 불교닷컴 등에 따르면, 이날 법회는 조계종이 ‘한전부지 환수’라는 구호를 떼고 ‘역사문화환경 보존’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첫 행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앞서 조계종은 현대자동차 부지가 봉은사의 옛 토지임을 근거로 환수를 주장하면서 ‘더민주 총선필패’, ‘亡 현대자동차’, 종무원을 동원한 ‘삼보일배’ 등 공감하기 어려운 퍼포먼스를 벌여온 바 있다. 하지만 한전부지 매각 당시 조계종이 보상금을 받아내고자 하는 계획에 직ㆍ간접적으로 개입되어 왔다는 정황이 지난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바 있어, 종단의 이번 말 바꿈이 얼마나 많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에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13일 법회는 기존 한전부지 환수를 주장해 온 것과 달리 봉은사 역사문화환경 보존을 내세웠다. 법회에는 대책위 공동위원장인 조계종 총무부장 지현 스님,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과 조계종 종무원 및 신도 등 사부대중 500여 명이 참석했다. 법회에서는 신도회 대표로 김철현 부회장이 나서 결의문까지 발표했다. 시민단체 공동대표를 오랫동안 지낸 공동위원장 지현 스님은 봉행사에서 “서울시가 현대차 GBC 개발인허가와 관련된 행정절차를 역사상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1200년 봉은사의 역사문화수행환경에 피해가 발생될 것이 명약관화하게 된 상황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시와 현대차가 추진 중인 105층 건물이 들어서게 되면 동절기에 봉은사 전역이 4시간 동안 그림자에 가려 햇빛을 볼 수 없게 된다.”며 “이는 100년 전 목재로 지어진 선불당의 심각한 훼손을 야기하고 그 안에 보존되어 있는 동산 문화재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 불 보듯 뻔하다.”라고 말했다. 지현 스님은 “구 한전부지는 과거 군사정권과 그 대리인으로 나섰던 서울시가 대웅전을 제외한 모든 경내지를 강탈해 간 토지이다.”라고 주장했다. 기존 박정희 군사정권이 사찰 경내지를 강탈했다는 주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시장 취임 후 도시계획을 발표하며 역사와 문화가 숨 쉬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사실이 있다. 그럼에도 박 시장은 이곳을 철저히 외면한 채 역사와 문화, 그리고 문화재 영향에 대한 검토를 단 한 번도 하지 않고 오직 재벌특혜를 위한 용도변경 및 건축허가에 몰두하고 있다.”며 “역사와 문화를 온전히 보존 계승하기 위해 조계종은 어떠한 희생도 감수할 계획이다.”라며 박원순 시장을 겨냥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지현 스님 사진 출처 - 불교포커스 공동위원장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도 “서울시는 전통사찰의 보존 의무를 져버리고 1970년 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평화롭게 수행하며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고 있던 우리 봉은사의 10만평을 강탈하는데 앞장서더니 이제 와서는 전례 없는 재벌특혜 졸속행정으로 봉은사의 역사와 문화재를 송두리째 훼손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졸속행정과 재벌특혜는 국가 법령에 따라 보존하고 수호하여야 할 전통사찰 봉은사의 수행환경의 침해와 천년 문화재의 훼손을 전제로 하고 있어 박원순 서울시장의 문화정책에 대한 단면을 볼 수 있다.”면서 “서울시에서 35층 이상 건물의 신축허가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지만 유독 현대자동차 GBC 건축 허가만큼은 서울시장의 종전 시정철학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고 있어 그 배경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대책위는 박원순 시장과 현대차 GBC 건립을 반대하는 동영상을 상영했다. 대책위는 이 동영상에서 “박원순 시장과 현대차가 어떤 이면합의를 한 것인지 밝혀야 한다.”는 엉뚱한 주장까지 펼쳤다. 대책위와 신도들은 법회 후 거리로 나섰다. 대책위는 봉은사에서 현대차 부지 앞까지 현수막과 알림판을 들고 행진하며 “GBC 개발계획 즉각 중단하라”, “서울시는 재벌특혜 졸속행정 반문화적 개발 즉각 중단하라”, “헌법파괴 문화재 훼손 GBC 개발계획 강행하는 박원순 시장 즉각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서울시 "역사문화환경 침해 없을 것"…"문화재영향평가 고의 누락은 사실 아냐" 한편, 조계종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서울시는 “GBC 개발이 봉은사의 역사문화환경을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미 도시건축위원회를 통해 검증된 부분”이라고 반박에 나섰다. “서울시가 봉은사에 대한 문화재영향평가를 고의 누락 시켰다는 것이 사실이냐”는 물음에 최경주 서울시 동남권사업단장은 “문화재보호법이나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문화재영향평가는 공사 구간 50m 이내에 있는 문화재에 해당한다. 300m이상 떨어져 있는 봉은사는 대상이 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개발인허가 절차를 사상 유례 없는 속도로 강행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최 단장은 “1년 넘게 절차를 거쳐 가며 진행하고 있고 아직도 거쳐야할 절차가 많이 남아있다”며 “되레 현대차 측에서 속도감 있게 추진하려 하는 부분을 법과 절차에 맞춰 진행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 단장은 “종단에서 처음에는 저희를 찾아와 토지 소유권 관련 문제를 자꾸 이야기 하셔서 곤혹스러웠다. 저희가 당사자도 아니고 해서 딱히 말씀드릴 부분이 없었다. 그 외 사항에 있어서는 지금도 적극적으로 만나 면담에 응하며 모두 설명 드리고 있다.”라며 “GBC는 서울시 도시공동위원회를 거쳐 사업 승인을 받아 진행해 나가고 있는 사업으로 향후 도시 발전을 위해 그 개발이 어느 정도 허용되어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이 있다. 앞으로도 현행법에 정해진 법적 절차에 따라 사업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종은 한전부지 환수위를 봉은사 역사문화환경 보존 대책위로 전환해 가진 첫 행사에서 ‘박원순 퇴진’을 앞세웠다. 자승 총무원장이 주민소환을 언급한 그대로 신도들까지 내세워 주민소환 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한전부지 환수위 활동이 보상금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라는 정황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조계종은 보상금을 넘어 대선을 겨냥한 특정후보 흔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논란까지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조계종은 4·13 총선을 앞두고 ‘더민주 총선필패’와 ‘박원순 대권 불발’ 등의 알림판과 구호를 내세우며 서울시를 압박했지만, 성과를 얻지 못하고 종교단체가 스스로 정교분리의 원칙을 저버리고 총선에 개입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10월 13일 조계종은 ‘해종언론’이라는 해괴한 덫을 씌우며 언론을 탄압하는 모습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날 법회를 취재하던 <불교포커스> 기자를 사찰 밖으로 내쫓았다. <불교포커스>에 따르면 “기자가 법회 현장을 취재하는 동안 호법부 스님들은 수차례 몸을 잡고 사진 촬영 및 취재를 방해했으며, 일부 종무원들은 기자를 찾아와 ‘죄송하다. 스님들께서 내보내라고 해서 나가야한다’며 사찰 밖으로 나갈 것을 수차례 종용했다.”라고 전했다. 박원순 시장 주민소환 운동 선언과 박원순 시장 퇴진을 요구하는 조계종의 주장이 어떠한지 시민사회가 엄정하게 지켜보아야 한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46 | 추천: 0
이동화/ 아디(Asian Dignity Initiative, 아시아인권평화디딤돌) 사무국장 우 민 쉐(U Min Shwe)씨에게는 지금 이순간이 믿기질 않는다. 새벽 2시를 넘어 3시를 향해 가고 있는 지금 우 민 쉐씨는 미얀마 정글 속 늪에 몸 절반을 숨기고 나머지 절반의 몸은 늪 주변 수풀에 숨긴 채 벌써 12시간째 숨어 있다. 뱀과 벌레들이 몸을 타고 지나가고 주변의 모기 등 곤충이 온 몸을 공격하지만 숨소리조차 크게 내쉴 수 없다.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함께 늪 속에서 버티고 있다. 급하게 도망쳐 나오다 보니 가지고 온 것은 모포 한 장뿐이다. 얼마나 더 숨어 있어야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리 멀지 않은 곳, 본인이 수십 년 동안 살아왔던 집과 마을은 이미 화염에 쌓여 새카맣게 탔고, 광기에 휩싸여 장검과 칼, 오토바이 체인과 쇠파이프로 무장한 수십 명의 스님과 불교도들은 이 새벽까지 무슬림 마을 사람들을 찾으려 괴성을 지르고 있다. 공포와 두려움에 전혀 잠이 오지 않는다. 만약 저들에게 발각되면 산채로 불에 태워지거나 무시무시한 칼이 몸을 뚫고 나갈 것이다. 우 민 쉐씨와 가족들은 이 믿을 수 없는 현실이 꿈이길 바랐다. 불에 탄 모스크와 Chan Aye Tar Ya 지역 모습 사진 출처 - 필자 2016년 9월 13일부터 10월 5일까지 아디는 최초의 현장 활동으로 미얀마 메이크틸라를 찾았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메이크틸라 학살 사건을 들을 수 있었다. 메이크틸라 학살사건은 지난 글에도 소개했지만 2013년 3월 무슬림 금은방 주인과 불교도사이의 언쟁이 폭력사태를 유발했고, 한 승려가 무슬림 패거리에게 살해된 후 미얀마 정부의 방관과 일부 불교민족주의자들, 승려들에 의해 3일 동안 이어진 사건으로, 정부 발표에 의하면 43명이 살해되었고, 모스크 37곳, 집과 건물 1300채가 불탔으며, 이재민이 1만 3천명 발생하였다. 학살이 벌어진지 3년이 지났지만 이야기를 이어가는 우 민 쉐씨의 눈빛은 여전히 공포에 떨고 있다. 2013년 3월 22일 아침이 되어 다행이도 경찰들이 마을에 도착하였다. 정글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우 민 쉐 씨와 그 가족들은 경찰차를 타고 No.1 Police station으로 이동하였다. 정글에서 빠져나와 경찰차에 타는 와중에도 무슬림들은 학살자들의 공격을 받았지만 경찰은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온 마을이 타버린 상황이었기에 우 민 쉐씨 가족은 메이크틸라 제1고등학교에 마련된 임시피난천막에서 기거하게 되었다. 먹고 마시고 씻는 모든 것이 부족하고 불편하였지만 죽음의 공포로부터 벗어난 것에 대해 감사해 했다. 그리고 한 달 뒤, 우 민 쉐씨 가족은 정부가 관리하는 IDP(Internally Displaced Persons, 국내피난민)캠프에 수용되었다. 그곳에서 모든 생활은 통제되었다. 캠프 외부로 출입이 통제되고 밤에는 통금시간이 있어 캠프 내에서도 이동이 불가능했다. 정부 측으로부터 5일에 한 번 쌀, 콩, 오일 등을 지급받았고, 해외 무슬림기구로부터 고기와 참치 등 영양가가 있는 식량을 받았다. 간간히 들어오는 외부 구호단체들의 구호품목으로 옷과 이불들을 받았다. 가로 2미터 세로 2미터 남짓의 작은 임시처소에 5~10명의 1가구가 지냈다. 수천 명이 머무는 캠프에 화장실은 고작 15~20개였다. 우기에 비가 많이 오면 화장실이 넘치는 것은 일상이었다. 그래도 이 곳에서 우 민 쉐씨 가족은 무려 3년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현재 우 민 쉐씨는 학살이 있었던 자신의 마을에 재정착하였다. 학살 전에는 소와 염소를 키웠지만 지금은 일이 없다. 가장이 일이 없자 큰 아이인 민트(Myint)는 다른 먼 도시 따웅지에 가서 일을 하고 돈을 보내오고 있다. 학교에 다녀야 할 아이들은 6살 아이 한 명만 학교에 다니고 나머지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재정착한 집은 비가 오는 우기만 되면 폐수들이 집 안으로 들어온다. 그래서 비가 많이 오는 밤이면 잠을 잘 수가 없다. 우 민 쉐 씨의 악몽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재정착한 Chan Aye Tar Ya 모습 사진 출처 - 필자 미얀마의 국민 대다수는 불교도이다. 정치적으로 오랜 군부독재의 지배를 받았지만 2015년 11월 민주적 선거를 통하여 아웅산 수치 여사와 NLD가 의회의 다수당이 되어 절차적 민주주의의 토대는 마련하였다. 또한 시장경제는 빠르게 퍼져서 외부로부터 자본과 상품이 물밀 듯이 미얀마로 유입되고 있다. 미얀마는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급변하는 시기에 있다. 하지만 종교적으로는 반이슬람정서와 민족불교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다수의 종교가 소수 종교를 탄압하고 차별하며 배제할 수 있는 정당성을 주고 있다. 물론 다수의 미얀마인들이 메이크틸라 학살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거나 지지하지는 않았다. 학살관련 인터뷰를 진행하다보면 당시에 본인의 위험도 무릅쓰고 무슬림 피해자들을 적극적으로 돕고 피할 곳을 마련해준 많은 승려와 불교도인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미얀마 전반적으로 강화되는 반이슬람주의와 민족불교주의를 압도할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이다. 아디는 이번 현장 활동을 통해서 학살의 직접적 피해자와 목격자, 관련 전문가들 약 30명을 만나서 당시의 상황을 청취하였다. 더불어 직접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 미술심리치료를 진행하였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현지활동가들과 공동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인권감시단을 구성하였다. 그리고 현지활동에 대한 최종 보고대회는 11월에 가질 예정이다. 미얀마에서 활동을 하면서 내 머릿속에는 ‘수 천 킬로 떨어진 메이크틸라에서의 학살과 한국의 시민사회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한국사회 내에서 보이는 반이슬람정서, 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 선동, 폭력은 메이크틸라 학살과 아무런 관련이 없을까?’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그리고 현지 활동을 정리하고 평가 중인 지금은 ‘한국 사회는 학살과 같은 잔혹한 폭력에서 자유로운가?’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47 | 추천: 0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지방이 위기다’란 말은 마치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처럼 수십 년간 반복되어 왔기 때문에 이제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도 관행적으로 하는 것 같고 듣는 사람들도 그다지 심각성을 깊게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허울뿐인 지방자치, 그로 인한 지방재정의 빈약함, 돈이든 사람이든 뭐든지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서울공화국의 위력 앞에 지방의 위기는 대한민국 그 어떤 부문의 위기보다 가속화되어왔다. 하지만 이제 지방은 정말 현실적인 생존의 위기 앞에 섰다. 그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인구감소’이다. 언론에서 많이 나왔던 것처럼 대한민국은 2016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들면서 인구절벽 상태에 진입하는데, OECD가입 국가 중 합계출산율 1.3명 미만인 '초저출산'을 경험한 11개국 중 한국만 15년째 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우울한 사실을 뒷받침하듯이 통계청은 지난 1월~7월 사이 혼인과 출산이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인구절벽은 대한민국 전체의 위기이지만 그 피해의 최전선에는 작은 군소단위 지방자치단체가 위태롭게 서 있는 형국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개발한 ‘지방소멸 위험지수’라는 것을 보면 작은 규모 지방자치단체의 위기가 좀 더 명확해진다. 지방소멸 위험지수는 가임기 여성(20~39세) 인구를 65세 이상 고령 인구로 나눈 값인데 산출 값이 1.0 이하이면 ‘인구쇠퇴 주의단계’이며, 0.5 이하이면 ‘인구소멸 위험단계’ 진입을 의미한다고 한다. 가임기 여성 인구수가 고령 인구수 절반에 못 미치면 출산율이 늘어나도 인구가 지속해서 감소하기 때문에 인구가 산술적으로 ‘0’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지수를 통해 17개 광역 시·도를 살펴보면 지난 7월을 기준으로 지방소멸 위험지수가 1.0 이상인 곳은 서울과 인천 등 6곳으로 대도시도 인구감소의 위기에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충남의 기초자치단체를 조사한 자료는 충격이었다. 충남 15개 시군 가운데 청양(0.224), 서천(0.238), 부여(0.261), 금산(0.310), 예산(0.311), 태안(0.314), 보령(0.427), 논산(0.430), 공주(0.454), 홍성(0.479) 등 9개 시군의 지방소멸지수가 0.5 이하를 기록해 이 도시들은 30년 이내에 소멸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진 출처 - 경향신문 사정이 이러한데도 그동안 기혼자들의 출산독려에만 초점을 맞춘 정부의 출산장려정책에는 돈만 쏟아 붓고 별다른 성과는 내지 못하는 졸속 행정이 이어졌다. 복지선진국들처럼 기혼자들의 양육에 대한 지원은 물론 안정된 일자리를 늘리고, 신혼부부들이 감당할 수 있는 주거환경을 만들고, 보육 관련 인프라를 늘리는 보편적인 복지정책을 통해 미혼남녀들도 안심하고 결혼과 출산에 이르게 하는 동기부여가 거의 되지 못한 것이다. 눈앞에 다가온 ‘도시소멸’의 위기에 놓인 지방자치단체들의 출산장려정책도 중앙정부의 그것과 매일반이었다. 출산축하금과 출산장려금이 대부분인 지방정부의 출산장려정책은 전남 해남의 경우처럼 아기를 낳아 돈만 받고 대도시로 다시 이사가 버리는 이른바 ‘먹튀 출산’의 부작용만 양산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출산장려정책이 안심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보편적 복지에 기반을 둔 환경구축에 있는 것이라면 지방에서도 결혼과 출산, 교육을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주안점이 맞춰줘야 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재정의 열악함을 이유로 이러한 복지환경을 조성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설령 경기도 성남시의 청년수당과 공공산후조리원 같은 독자적인 복지정책을 하려고 해도 중앙정부에서 막는 이해하지 못할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지방재정의 열악함과 중앙정부의 방해 외에도 지방정부 자체 사업도 따져보면 그것이 해당 시군을 위한 것인지 고개를 젓게 만드는 것이 한둘이 아니다. 충청남도는 2018년 초 개원을 목표로 서울지역 대학에 입학한 충남 도민 자녀들의 숙소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 구로구에 ‘충남학사’를 건립할 예정이다. 서울로 유학을 가지만 다시 충남으로는 돌아올 가능성이 거의 없는 학생들을 위해 부지매입과 건물신축에만 200억 원이 넘는 도의 예산이 투입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지방 살리기의 본질과는 관련 없는 사업에 대해 지방의회도 지방 언론도 문제를 제기하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기는 역할을 자임한다는 것이다. 인구절벽으로 도내 군소 도시가 수십 년 내 없어질 수도 있다는 기사와 젊은 층의 인구이탈 가속화를 뒷받침할 수도 있는 재경기숙사 건립 환영기사가 같은 신문사에서 버젓이 다뤄지고 있는 형편이다. 그나마 경남도민일보와 같은 언론에서 지속적인 반대 여론을 펼쳐서 역대 도지사가 추진할 때 마다 막아왔던 경남에서마저 현 홍준표 도지사가 기어이 2018년 재경 경남학사를 건립한다고 발표했다고 한다. 안희정 지사도 홍준표 지사도 자신들은 도지사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그렇게 믿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실제 현실은 떠나고 돌아오지 않는 교육이민이 지방 인구감소의 주요 요인인데도 서울을 도와주는 정책을 통해 지역민을 위한다는 어처구니없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침몰의 위기는 코앞에 닥쳤는데 당장 자기가 탄 부서진 배를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서울만을 바라보는 지방처럼 보이지 않는 육지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지방위기의 현주소인 것이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55 | 추천: 0
신혜연/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재학생 티베리우스 그라쿠스는 기원전 2세기 로마 공화정에서 활동한 정치인이다. 당시 로마는 전쟁이 잦았고, 시민들은 군복무를 하느라 토지를 돌볼 여력이 없었다. 이 와중에 노예를 부리는 대농장 제도인 ‘라티푼디움’이 성행하면서 군소 자작농들은 대기업 대형마트 옆에서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신세가 됐다. 전쟁이 끝나자 대다수 시민들은 땅 한 뙤기 없는 처지로 전락했다. 이를 지켜본 그라쿠스는 호민관에 당선된 후 국유지를 공평하게 나누는 농지 개혁을 실시했다. 배를 곯던 평민들은 그라쿠스의 주장에 환호했다. 독재자 출현에 대한 우려로 호민관 자리는 재임을 허용하지 않는 게 관례였지만, 그라쿠스는 평민들의 지지에 힘입어 재선 출마까지 했다. 대중의 인기에 영합한 정치를 뜻하는 ‘포퓰리즘’의 어원이다. 청년수당은 반박의 여지가 없는 포퓰리즘 정책이다. 저성장 사회에 접어들고, 정규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워지자 청년들의 처지가 궁핍해졌다. 학업, 취업 등의 이유로 우리나라 청년의 절반이 서울에 거주하는데, 서울 청년의 주거빈곤률은 40%를 훌쩍 넘는다. 적어도 3명 중 1명은 반지하, 옥탑방, 불법개조 건축물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체감 청년 실업률은 작년에 20%를 넘겨 연일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들 앞에 청년수당이라는 선심성 정책을 내놓았다. 저소득층 서울 청년들에게 매월 50만 원의 보조금을 최대 6개월까지 지급하겠단다. 취업 보조금 명목이지만 유흥비가 아니라면 본인의 필요에 맞게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사실상 ‘공돈’이나 마찬가지다. 이 정책을 적극 지원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유력한 대선후보 중 한 명이다. 그도 그라쿠스처럼 연임을 노리는 걸까? 서울시 청년수당 홈페이지에 올라온 이미지 갈무리 사진 출처 - 서울시 문제는 포퓰리즘의 동의어가 민주주의라는 점이다. 포퓰리즘의 어원인 ‘포풀루스(populus)’는 라틴어로 ‘인민’이라는 뜻이다. 민주주의(democracy) 역시 인민을 뜻하는 그리스어 ‘demos’에서 파생된 단어다. 둘 모두 대중에 의한 통치를 뜻한다. 서울시는 지난 1년간 청년 당사자들로 구성된 협의 기구를 운영하며 청년들의 요구에 가장 부합하는 정책을 고민했다. 그 결과가 청년수당이다. 저임금 아르바이트에 시달리지 않고 본인의 장래를 계발할 시간을 갖는 게 절실하다는 청년들의 요구가 적극 반영됐다. 정부의 청년 예산 대부분이 비정규직 인턴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에 대한 보조금으로 흘러들어간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정책 집행 과정에서 청년들의 의견을 묻는 절차는 없었다. 청년들이 인턴과 단기 일자리를 원하는지와 관계없이 취업률 지표를 쉽게 높일 수 있는 수단을 택한 셈이다. 정부는 이런 식으로 수년 간 2조원의 청년 관련 예산을 집행해왔지만 청년 실업률은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로마 공화정에서 토지 재분배가 이뤄질 당시 공화정의 원로들과 부자 평민들은 그라쿠스의 정책을 탐탁지 않아 했다. 그들은 이런 정책을 ‘생각 없는 우중의 선택’이라며 폄훼했다. 그래도 민중들의 그라쿠스에 대한 지지가 계속되자, 호민관 투표일에 광장에 모인 그라쿠스와 그의 지지자들을 창으로 찔러 죽였다. 이후 로마 공화국은 중산층이 붕괴하면서 귀족 중심 제정으로 넘어간다. 청년들의 필요를 반영한 정책에 ‘포퓰리즘’ 딱지를 붙이는 정치인들은 그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로마 공화정의 귀족들과 같은 행보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왜 합의를 해주지 않는지’에 대한 설명 없이 ‘나와(복지부와) 합의 되지 않은 복지 정책은 시행할 수 없다’며 서울시 청년수당에 대한 직권취소 명령을 내린 보건복지부도 마찬가지다. “보통 사람들의 요구와 바람을 대현하려는 정치사상.” 캠브리지 사전이 정의하는 포퓰리즘의 뜻이다. 포퓰리즘이 민주주의다. 청년 정책에도 포퓰리즘 도입이 절실하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70 | 추천: 0
강국진/ 서울신문 기자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남성이라면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에게 물어보기 바란다. '내가 옷을 갈아입거나 목욕하는 모습, 심지어 화장실에서 오줌 누는 모습을 누군가 몰래카메라로 촬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나도 그렇고 거의 모든 남성들은 그런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거기에는 ‘그걸 온라인에 올린들 누가 관심이나 갖겠나’ 하는, 묘한 안도감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성들에게 이런 질문을 해보면 어떨까. 살면서 ‘내가 강간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을 느껴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는가. 십중팔구 없을 것이다. 밤늦게 술을 먹고 늦게 들어가더라도 당신의 어머니나 아내는 ‘그러다 강도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혹은 ‘넘어져 다치기라도 하면 어떡하냐’고 걱정할지언정 ‘밤늦게 취해서 집에 오다 뒷골목에서 나쁜 놈(혹은 년)에게 잘못 걸려 강간이라도 당하면 어쩌나’하는 불안에 떨진 않는다. 어떤 사회에서 소수자를 구분하는 건 뜻밖에 쉽다. 조금만 관심을 가져보면 금방 찾을 수 있다. 외국인 중에서 금발을 한 서양인이라면 한국을 찾은 손님으로서 환대받을 것이다. 혀를 찰지게 굴리며 ‘안녀하쎄여’라고 인사라도 하면 또 얼마나 화기애애해질 것인가. 반면 피부색이 검으면 검을수록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소수자란 그런 존재다. 소수자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꽤 그럴듯한 방법이 또 있다. 10년도 더 전에 홍세화 선생이 인권연대 강연에서 알려준 건데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한 마디면 충분하다. 어떤 사람에게 “너 전라도 사람이냐”라고 물어본 다음 “너 경상도 사람이냐”라고 물어보라. 전자는 익숙한 언어습관 속에 존재하지만 후자는 매우 어색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건 유럽에서 “너 유대인이냐” 혹은 “너 집시냐”라고 묻는 것과 같은 맥락 속에 존재한다. 한국에서 여성은 소수자인가. 그렇다. 한국에서 여성은 약자인가. 틀림없다. 여성은 여대생, 여사원, 여사장, 여검사, 여성판사 등 여성을 특정 하는 호칭과 함께 등장한다.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몰래카메라 관련 뉴스는 거의 언제나 여성들이 피해자다. 성폭력 사건은 또 어떤가.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이 발생한 직후 한 후배가 페이스북에 ‘자신은 언제나 하루하루 성폭력 공포를 의식하면서 살고 있다’는 글을 올린 걸 봤는데 솔직히 그 정도일줄은 정말 몰랐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다. 이렇게 항변하는 남성들도 있을 것이다. 남성도 성폭력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남성도 남자라는 이유로 피해보고 손해보는 게 많다. 맞다. 인정한다. 그럼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성폭력은 단순히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이 사람에게 가하는 폭력이다. 동성애란 그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강남역 살인사건 피해자에 슬퍼하고 가해자에 분노하는 것은 피해자가 여성이고 가해자가 남성이기 때문이 아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인게 문제다. 거기에 무슨 다른 이유가 필요한가. 사진 출처 - 미디어오늘 나는 시사IN 애독자다. 창간호부터 시작해 지금껏 한 권도 빼놓지 않고 읽었다. 시사IN은 박근혜 앞에서도 당당하고 삼성 앞에서도 꿀리지 않는다. 한마디로 진정한 언론이다. 지난주에 실린 기획기사 ‘분노한 남자들’ 기사도 꼼꼼히 읽어봤다. 매우 잘 쓴 기사다. 감정에 치우치지도 않았고 주장만 앞세우지도 않았다. 구독중지가 줄을 잇는다는 독자들 반응을 다룬 소식을 듣고 오히려 내가 더 놀랐다. 그 기사가 어딜 봐서 구독중지할만한 기사란 말인가. 시사IN 구독 중지하는 분들 중에 많은 분들이 “내가 가해자는 아니지 않느냐”고 항변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만약 어떤 일본 사람이 “내가 식민지배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 당시 가해자들 다 죽었는데 왜 우리한테 사과하라고 그러느냐?”라고 하며 “나는 과거 식민지배에 대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 사과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건 옳은 태도일까 아닐까. 그 일본인이 “한국 사람들은 틈만 나면 일본을 헐뜯고 일본을 비하해. 저러니까 아직도 저 모양이지.”라고 말한다면 그건 칭찬받을 발언일까 싸가지 없는 발언일까. 한 가지만 첨언하고 싶다. 정기구독자 급감은 시사IN에 상당히 위협적인 사태일 것이다. 이게 효과를 발휘하면 앞으로 여성인권 옹호하는 기사도 쓰기 힘들어지는 분위기가 생길 것이다. 대안은 있다. 많은 여성분들이 시사IN 구독자가 되어 주시길 바란다. 구독 끊는 분들보다 시사IN 기사를 응원하며 신규 구독하는 분들이 더 많다면, 세상이 더 안전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뀔 가능성이 조금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47 | 추천: 0
이동화/ 아디(Asian Dignity Initiative) 사무국장   사례 1. 2016년 4월,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당투표 기호 5번 기독자유당은 ‘동성애, 이슬람, 반기독악법을 꼭! 막아내겠습니다’라는 문구를 선거 공보물에 사용하였다. 그리고 투표결과 그 정당은 2.63%(62만 6,853표)를 획득하여 비례대표 확보에 필요한 3%에 미치지는 못해 국회진출은 실패했지만 전체 정당 보조금의 2%를 고정적으로 받는 정당이 되었다. 사례 2. 2013년 3월 20일 미얀마 중부 만달레이 주 메이크틸라(Meiktila)에서 무슬림 금은방 주인과 불교도 손님 사이의 언쟁은 폭력적 갈등으로 비화되었고, 한 승려가 무슬림 패거리에게 살해당한 후 불교도에 의한 무슬림 학살은 3일 동안 이어졌다. 미얀마 정부 발표에 의하면 이 학살로 인하여 43명이 살해되었고, 이슬람 사원(모스크) 37곳, 건물과 가옥 1,300여 채가 불탔으며 만 명이 넘는 이재민이 생겼다. 사례 3. 2016년 8월 18일 BBC의 보도에 따르면, 2016년 7월 한 달 동안 하루 평균 7,000건의 ‘이슬람 혐오’ 글이 트위터에 올라왔다고 하며, 같은 해 4월 하루 평균 2,500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배가 늘어난 수치라고 전했다. 특히 프랑스 니스에서의 트럭 테러와 같은 IS에 의한 무차별적 테러 이후에는 그 숫자가 급증한다고 하며 글이 작성된 지역은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등 주로 유럽에 집중이 되어 있다고 한다. 언급한 사례 이외에도 이슬람에 대한 혐오, 무슬림에 대한 차별은 전 세계적으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대선 후보자는 공공연히 무슬림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있으며, 유럽의 극우 정당들은 이슬람의 폭력성을 내세우며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고 있다. 2003년 알카에다의 911테러 이후 IS의 참혹한 테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세상은 이슬람과 테러를 동일시하며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들을 테러리스트로 몰아세우고 있다. 국내는 어떠한가? 역사적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이슬람과 무슬림에 대한 접촉이 적은 상황임에도 이미 인터넷상에서 이슬람에 대한 혐오는 넘쳐나고 무슬림에 대한 편견도 상당하다. 앞서 언급한 기독자유당 사례뿐만 아니라, 2009년 성공회대 연구교수 보노짓 후세인 씨가 버스에서 겪었던 욕설과 인종차별행위는 한국사회 내에서 혐오와 차별이 특별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전북지역의 할랄단지 육성사업에 대해 보였던 인터넷상에서의 표현을 거칠게 요약하면 ‘수십만의 무슬림이 한국에 온다. 그들은 잠재적 테러리스트이고 우리의 안전을 해칠 것이다.’라는 식의 선동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인터넷상에서 직접적인 혐오표현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것은 소수일지 모르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이러한 혐오와 차별에 대해 무관심하지만 때로는 혐오와 차별을 유지하는 한 축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을 빌어 밝히지만 인터넷 상에서의 이슬람에 대한 폭력적이고 반인권적 선동은 관련 책 몇 권만 읽어도 오류를 찾을 수 있는 허접한 것들이다. 특히 이슬람과 IS를 동일시하는 것은 공포와 무지가 만든 대표적 허상이다. 미국의 작가인 달리아 모가헤드는 ‘테드(TED)'를 통해 “테러단체 IS와 이슬람과의 관계는 KKK와 기독교만큼이나 관련이 없다”라고 하였고 전 세계 인구의 20%가 넘는 16억 명이 믿는 종교인 이슬람을 극단적 테러집단과 동일시하는 것은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지 않을까 의심이 든다. 사진 출처 - 참세상 분명히 말하지만 이슬람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이 잘못된 혐오와 차별은 국내외에 있는 무슬림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는 것을 넘어서 우리 모두에게도 공포와 편견을 심어준다. 애니메이션인 주토피아에서 나온 이야기이지만 공포는 인간을 지배하는데 아주 훌륭한 무기라고 했다. 공포와 편견은 특정한 상황과 조건을 만난다면 물리적 폭력으로 비화된다. 앞선 미얀마의 사례처럼 평소 이웃이었던 주민들이 누군가의 집에 불을 지르고,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면 인간의 이성이 참으로 무기력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례 4. 2014년 10월 캐나다 어느 마을 모스크(이슬람사원)에 누군가 이슬람을 혐오하는 낙서를 썼다. ‘CANADA’ ‘GO HOME’(무슬림들은 고향으로 꺼져라) 그 이후 캐나다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이슬람 사원으로 가서 낙서를 지우고 “가지 마세요. 여기가 당신들의 집이에요.(YOU ARE HOME)"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리고 수십만 명의 네티즌들이 동의하며 자신의 SNS를 통해 공유하였다. 혐오와 차별은 적극적인 선동뿐만 아니라 다수의 무관심과 냉소 속에서 성장을 하게 된다. 혐오와 차별이 나쁜 것임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우리 스스로도 혐오와 차별에 자유롭지 않음을 인정하며, 이를 바로 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더해지지 않으면 이미 강고하게 구축된 혐오와 차별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앞선 캐나다의 사례까지는 못 가더라도 다가오는 선거에서 특정종교 정당이 특정종교를 혐오하고 차별하는 꼴을 또 볼 수는 없지 않는가?
2017-07-12 | hrights | 조회: 58 | 추천: 0
다솜/ 미디어 활동가 나는 요즘 두 세계를 오가고 있다. 다큐멘터리의 호흡 상대가 되는 가난한 아이들과, 학원이라는 제도 안에 있는 아이들을 번갈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내일, 나는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의 방학 숙제를 같이 봐주기로 했다. 영어 동화책 세 권을 읽고 독후감을 써가는 것인데, 만약 집안에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거나 학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은 이 숙제를 어떻게 해가는지 궁금하다. 일단 영어 동화책 세 권을 구하기 위해서도 일정한 문화자본의 문턱을 넘어야 하는 셈이다. 도서관에 자주 다녀서, 어딜 가야 영어 동화책을 빌릴 수 있는지 잘 알거나 혹은 서점에 가서 아이의 수준에 맞는 적절한 책을 골라줄 수 있는 수준의 부모를 만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학원에라도 다녀야 하는데 그것마저도 자녀의 사교육비를 매월 고정적으로 지출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진 부모를 만나야만 가능한 일이다. 가난한 아이들, 특히 문화자본이 부족한 아이들이 학교에서 낙오하는 시기가 앞으로 점점 더 빨리 다가올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까짓 모범생이 한 번 되는 데에도 이렇게나 필요한 게 많다. 사진 출처 - 세계일보 개학이 다가온다. 이 숙제를 끝내지 못한, 아니 시작하지도 못한 아이들은 어디에 있을까. 그 아이들은 개학이 기다려질까? 어떤 마음으로 학교에 다시 가는 날을 기다리고 있을까. 혹시 새로운 학기의 첫날을 야단 맞는 것으로 시작하게 되는 건 아닐까. 그 아이들은 이 사회에 대해 과연 어떤 인상을 받게 될까. 학교는 미리 배워온 것을 확인하는 곳이 아니라 열린 감각으로 뭔가를 새로이 알게 되는 기쁨의 공간이어야 한다. 우리는 함께 배워야 한다. 무엇보다도, 숙제는 아이가 스스로 해낼 수 있는 딱 그만큼의 수준이어야 한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그 시도가 성공적이었을 때는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이 실패했을 때는 그 좌절의 경험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배워가는 것. 공부는 그런 것을 깨닫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 단순히 누군가가 '더 가진 것', '덜 가진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 될 뿐이라면 그런 숙제는 있어야 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하고 싶다. 아이들에게 숙제 파업이라도 독려하고 싶은 심정이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51 | 추천: 0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설동호 대전교육감님, 덥다는 표현이 무색한 너무나 뜨거운 날씨에 잘 지내고 계시는지요? 저는 대전의 한 인권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며 평소 설 교육감님의 대전교육행정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많아서 이런 지면을 빌렸습니다. 우선 지난 4월 25일 박병철 시의원이 주최한 대전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공청회는 일부 단체와 종교인들의 물리적인 방해로 인해 시작도 못 해보고 무산된 걸 알고 계실 겁니다. 그날 저도 공청회를 직접 참관했는데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분들이 고함을 치면서 하는 말들은 계속해서 듣고 있기가 괴로운 것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어린 학생들에게 인권이 왜 필요해?” “외국에는 이런 법 자체가 없어!” 누구에게나 모든 인권사항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인권의 보편성은 굳이 유엔아동인권협약을 언급하지 않아도 아동과 청소년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은 이제 주장할 필요가 없는 상식입니다. 체벌 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머리카락의 길이, 복장 상태를 가지고 학생들을 단속해야 할 일이 없는 인권선진국에서는 우리나라의 학생인권조례와 같은 법이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설 교육감님도 이런 사실 정도는 잘 알고 계실 줄 믿습니다. 하지만 1,000명이 넘는 설 교육감님의 지지조직인 '동호사랑'이라는 모임도 그날 공청회에 참가해서 조직적으로 반대한 사실이 있어서 설 교육감님도 설마 그날 외친 고함의 내용과 같이 생각하시는 건 아닌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얼마 전 대전의 한 초등학교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에서 1위에 올라간 적이 있었습니다. 기쁜 일이었으면 좋았겠지만, 그 내용은 안타깝게도 학부모가 올린 자녀들의 부실급식 사진이었습니다. 그런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된 내막을 알아보니 작년부터 학부모들이 그 초등학교의 급식문제에 대해 학교장, 서부교육지원청, 시 교육청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어느 곳도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학부모가 그렇게라도 문제를 제기하려고 했다는 겁니다. 이후 뒤늦게 학부모, 시민단체, 교육청이 함께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서 조사한 내용의 결과는 실제 충격적인 것들이었습니다. 영양 교사와 조리사 간의 갈등은 몇 년째 심각한 수준이었고, 이로 인한 급식실 내 위생 수준은 엉망이었습니다. 조리원들은 부인하였지만, 다수의 학생은 배식을 받는 과정에서 조리원에게 욕설과 “그만 처먹어”와 같은 인권침해 발언을 수시로 들었다고 합니다. 취임 이후 몇몇 학교 급식 현장에서 교육감님이 직접 학생들과 점심을 같이 하는 모습과 함께 급식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언론 기사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는 교육감님의 행보가 말뿐인 전시행정이 아니었나 하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게합니다. 1년 전 대전지역 고교생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전교육청에서 열린 ‘대전교육 공감토크’라는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이 꺼낸 얘기 중에는 놀랍게도 “배가 고프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합니다. 돈이 없어 급식을 먹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고 등교 시간이 이르기 때문에 아침을 제대로 먹지 못해서 배가 고프다는 의미였다고 합니다. 2014년 지방선거 이후 경기도 교육청에서 시작된 ‘9시 등교’는 인근의 충남북교육청과 세종시를 비롯해 서울, 경기, 전북 등 전국 대부분의 교육청이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설 교육감님은 학교장의 권한이라며 사실상 9시 등교 정책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아침밥은 학교에 가기 바빠서 집에서 먹지 못하고, 학교에서 먹는 점심은 불안한 급식환경에 노출된 것이 대전지역 학생들의 현실인 것입니다. 설동호 대전시교육감 사진 출처 - 아시아뉴스통신 설 교육감님은 지난 교육감 선거 당시 전교조 대전지부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 뜻을 밝힌 바 있었지만, 막상 조례제정이 어느 정도 가시화되자 “현재로선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교권의 침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진부한 논리를 내세워 사실상 거부의 뜻을 밝히셨습니다. 대전지역 학생인권의 향상을 위해서 다른 방안과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면 저도 굳이 학생인권조례 제정만을 고집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기본적인 인권이라고 할 수 있는 안전하게 먹을 권리가 침해당하고 있는 학생들과 근무 이후 인권교육은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는 급식종사자의 현실, 그로 인해 험한 욕설을 들으며 급식을 먹어야 하는 학생들의 인권을 제대로 보장해 줄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은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갈수록 각박해지는 노동환경에서 제대로 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학생 대상의 노동인권 교육은 다른 시도에서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대전지역은 좀처럼 그런 소식을 들을 수 없습니다. 대전지역의 고등학생들은 그런 교육 없이도 충분히 직장생활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인지 그것이 아니라면 왜 대전에서는 학생들에게 노동인권 교육을 시행하지 않는지도 궁금합니다. 지난 3월 지역 언론에는 설 교육감님이 대전에서 1박 2일간 열린 한 모임에서 축사를 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날 전국에서 모인 40여 명의 참석자들은 ‘전국학부모단체연합’이란 단체를 결성하기로 하고 출범과 함께 당면 현안 대응 과제로 ▲ 대전학생인권조례 저지 ▲ 충북교육공동체헌장 제정 저지를 위한 단체 행동 돌입 ▲ 전교조의 세력화로 망가진 교육 정상화 등을 결의했다고 합니다. 지역의 학생인권 관련 의제에는 철저히 무관심한 행보를 보이셨던 설 교육감님께서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단체의 워크숍행사에까지 찾아가서 그것도 학생인권과 전교조를 반대하는 활동을 하겠다는 사람들 앞에서 축사했다는 사실에, 대전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학부모의 한사람으로서 자존심까지 상하는 것은 저만의 감상적인 느낌일까요? 축사까지 가셨던 단체에 대한 관심의 절반만이라도 학생들의 인권에 관심을 두시길 부탁드립니다. 설 교육감님! 인권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감히 한 말씀 드리자면 ‘인권’이란 것은 그렇게 성가시거나 무서운 것이 아닙니다. 앞에서 제가 궁금했던 문제도 대전시 교육청의 행정이 인권을 기준으로 제대로만 이뤄졌다면 크게 문제가 될 일도 성가실 일도 없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제 그 무섭다(?)는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역에서도 우려와는 달리 교사가 연일 학생들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학생들 대부분이 장발족에 진한 화장을 하고 다니지는 않습니다. 학내 종교의 자유를 준다고 갑자기 이슬람으로 개종하지도 않고 성적지향과 미혼모를 차별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성애자인 학생이 동성애자가 되거나 갑자기 아이를 업고 학교에 나타나는 미혼모 학생이 많아지는 경우도 없다고 합니다. 2년 남짓 남은 설 교육감님의 임기 후반기에는 학생인권에 대한 관심과 실천이 많아져서 인권에 기반을 둔 대전시 교육행정이 실현되길 기대합니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42 |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