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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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가시’는 현장을 살아가는 젊은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젊은 칼럼 공간입니다.

‘목에가시’는 김아현(인권연대 연구원),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 다솜(미디어 활동가), 손상훈(교단자정센터 원장), 송채경화(한겨레21 기자), 이동화(아디 사무국장), 이상재(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이현정(꽃씨네농작물 대표), 허창영(광주교육청 조사구제팀장, 전임 간사)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대전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해 대전의 뜻 있는 단체들이 모여 대전학생인권네트워크라는 연대기구를 만들어서 활동한 지 1년이 넘었다. 그동안 대전학생인권네트워크는 대전지역 최초로 학생 인권실태조사를 벌여 결과를 발표하였고 조례 제정을 위해 학생인권증진 토론회를 개최하고 대전시의회 의원과 수차례 협의를 진행해왔다. 그런 과정을 거쳐 애초 이달 시의회에서 발의 예정이던 대전학생인권조례가 5월로 연기되었다. 이는 작년 이후 두 번째 연기인 셈이다. 대표 발의자인 박병철 시의원은 교육계의 의견을 좀 더 수렴하겠다는 이유로 연기했다고 한다. 학생들의 교육과 학교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례이니만큼 교육계와 시민들의 충분한 의견을 듣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그 의견수렴은 합리적이고 상식적이어야 하며 학생들을 위한 미래지향적인 의견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지역의 일부 단체들과 종교계는 학생인권조례가 학생들에게 과도한 자유를 줘서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사들의 교권, 심지어 학교운영의 자율권까지 침해한다는 상식 이하의 주장으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박병철 의원이 대표 발의하는 조례안을 자세히 살펴본 후에 드는 생각은 도대체 어느 조항, 어느 문구에서 그런 비합리적이고 비상식적인 주장을 인용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오히려 이번에 발의한 학생인권조례안은 앞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경기, 서울, 광주, 전북 등과 비교하면 학생권리보장의 명확성과 조문의 구체성, 조례 실행력에 대한 장치 등이 한참이나 후퇴한 조례안이라서 대전학생인권네트워크 차원에서는 많은 부분의 조례 내용을 바꿔 달라는 수정안을 이미 시의회 측에 보낸 상태이다. 작년에 대전지역의 여성단체 주도로 양성평등조례를 성 소수자까지 포함한 ‘성평등조례’로 제정하자 지역 기독교계가 대전시와 의회를 거세게 압박하고 항의한 적이 있었다. 결국, 대전시의회는 한 달 만에 성 소수자 내용을 삭제한 ‘양성평등조례’로 재개정하고 말았다. 이를 의식했는지 이번에 시의원이 발의한 조례안 차별 문구 예시에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정하고 있는 차별사항 중에 성별, 종교, 민족, 언어, 나이, 신체조건, 경제적 여건, 성적 등 여덟 가지만 나열되어 있고 성적지향을 비롯한 다른 차별금지 문구가 빠져있어, 이 문제도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르는 차별금지 내용을 담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학생’과 ‘인권’이 결합한 문구나 조항에 대해서는 덮어놓고 반대만 일삼는 지역 내 일부 단체나 종교계는 오히려 사학재단과 교육청의 일방적 의견만을 주장하면서 한쪽으로 극히 기울어진 정치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둘러싼 공방의 와중에 보여주고 있는 대전교육청의 입장 역시 한심한 수준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설동호 대전교육감은 지난 2014년 교육감 선거 당시 “교육계 의견수렴을 거쳐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나서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랬던 설 교육감은 인권 친화적 학교+너머운동본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발표한 '2014 전국 학생 인권 실태 조사'에서 대전이 전국 1위의 학생 인권침해 지역으로 나온 결과에 대한 대책을 물은 시의원의 질문에 표본을 신뢰할 수 없다고 대답하더니, 최근에는 교권침해의 가능성과 조례의 유명무실 등의 이유를 들어 사실상 이번 조례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학생 인권을 주장하면 교권이 침해받는다는 논리는 학생인권조례 논의가 처음 나오면서부터 제기되어 온 우리 사회의 오래된 농담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실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역에서 교권이 뚜렷하게 추락했다는 근거를 찾아볼 수 없음에도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하는 언론과 단체, 종교계는 언제나 학생 인권의 대척 지점에 교권침해를 놓고 끊임없이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전가의 보도로 사용하고 있다. 9시 등교, 두발과 복장의 자율화, 학생자치의 내실화, 방과 후 학습시간에 대한 실질적인 선택권, 혁신학교의 정착 등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역에서 일어난 변화는 학생들의 처지에서는 예전과 달리 학교생활의 긍정적 변화를 크게 실감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된 경기 지역의 어느 선생님은 조례 제정 이후 일어난 변화를 묻자 “두발과 복장이 자율화되면서 학생의 머리와 옷이 아닌 얼굴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처럼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를 위해서도 현 시기 대전에서는 꼭 필요한 조례이다. 대전시 교육청은 선언적인 의미일 뿐이라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해봐야 큰 의미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대전학생인권조례를 선언적인 의미로 만드는 것은 오히려 학생 인권에 대한 대전교육청의 무관심과 준비부족이다. 대전 인근의 세종·충남·충북·전북의 경우 전부 중학교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있지만 대전교육청은 학생의 사회복지권리와 직결되는 중학교 무상급식에 대해서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또한 대전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 뿐만 아니라 전국 대부분의 진보교육감이 의욕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혁신학교 만들기도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법외노조를 통보받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장에 대해서는 전국에서 제일 먼저 직권면직을 위한 징계위원회를 여는 기민함을 보였다. 대전교육공동체를 위해서 대전교육청이 해야 할 일은 박근혜 정부의 막가파식 교육정책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같이 학생들과 교육계에 의미 있는 변화를 줄 수 있는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생인권이 제대로 보장되면 교사의 권리 역시 존중받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학교현장의 모습일 것이기 때문이다. 대전교육청과 지역의 일부 단체, 종교계는 학생인권 보장이 교권침해라는 해묵은 농담은 이제 그만 멈추기 바란다. 같은 농담을 자꾸 하면 웃기지도 않고 짜증만 날 뿐이다. ● 이 글은 한겨레신문 대전충남 지역판 칼럼<울림마당> 원고를 수정, 보충한 것임을 밝힙니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7 | 추천: 0
다솜/ 미디어 활동가   "자존심이 밥 먹여주냐."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존심을 버려야 하고,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밥그릇을 냅다 집어 차버릴 용기를 지녀야 한다. 자존심을 지키며 살아가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세상에서 우리는 힘겨운 숨을 쉬고 있다. 영화 <다이빙벨>의 상영과 관련해 시작된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의 갈등을 보며, 어떻게 권력이 예술의 자존심을 망가뜨리는지 처참한 심경으로 바라보게 된다. 뿐만 아니다. 그래피티 아티스트 GR1이 그린, 'Big sister is watching you'라는 제목의 대통령을 풍자한 그래피티는 "민원이 있었다"는 이유로 지워졌다. 2014년 당시의 화두였던 카카오톡 사찰을 주제로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물론 작가와 사전에 그 어떤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 시대의 우울이 예술을 잠식해오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새삼 예술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지 여러 번 반복하여 질문해보게 된다.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땅이 황폐해져간다고 느낄수록 가슴속 질문은 더욱 더 강렬해진다. 누군가가 예술을 가리켜 인간의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했던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 만난, 윤동주 시인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 <동주>는 내게 각별한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스크린으로 복원된 시인 윤동주는 그야말로 '곱다'는 말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끊임없이 고뇌하는 곱고 연약한 심성을 가진 사람. 수줍음 많고 순수하며 부끄러움에 예민한 감각을 지닌 사람.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소망했던 그는, 꿈을 가질 수 없는 어둠의 시대를 어떻게 호흡했을까. 영화에서 그는, 일본 유학을 앞두고 창씨개명을 한다. 이제 윤동주가 아니라 히라누마 도쥬가 그의 이름이다. 이름을 가질 수 없고 언어를 가질 수 없는 고통으로 괴로워하던 그는, 우연히 친구의 소개를 받아 그토록 한 번 만나고 싶어 하던 젊은 날의 우상 정지용을 마주한다. 어두운 시대에 절망하며 글쓰기를 접어두고 술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정지용은 윤동주에게 말한다.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라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위정자들이 ‘염치불고하고’ 활보하는 시대, 영화 속 정지용이 내뱉은 이 한 마디는 시대를 초월하는 호소력을 갖는다. 일본에 가 유학생활을 하던 윤동주는 항일운동에 가담한 죄로 일본 형사에게 끌려가 고초를 당한다. 그의 시에서 불온한 사상이 감지된다는 형사에게 윤동주는 항변한다. 시어는 하나하나 따져가며 읽는 것이 아니라고. 그러나 자존심 강한 시인의 자기변호는, 패색이 짙어져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던 숨 막히는 군국주의의 분위기 앞에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랬던 윤동주가, 예술을 검열하지 말고 즐겨달라는 간곡한 부탁이 통하지 않는 작금의 현실까지 살아 숨 쉬고 있었다면 과연 어떤 심정으로 이 풍경을 바라보았을까. 사진 출처 - 씨네21 윤동주는 춥고 배고프고 아픈 후쿠오카의 형무소에서도 밤하늘의 별을 바라본다. 이런 세상에 태어나서 시가 이토록 쉽게 쓰여진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스스로를 자책하면서도 그는 계속해서 글을 쓴다. 숨 쉬기조차 괴로운 시대, 글쓰기는 그가 유일하게 숨을 쉴 수 있는 몰입의 시간이 아니었을까? 그의 글은, 아름다운 문장으로 가득 차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런 절망적인 시대상황 속에서 처연하게 피어난 꽃이기에 더욱 더 깊은 감명을 준다. 언어를 가질 수 없는 시대에 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고 글을 썼다는 것은 그 자체로 그에게는 존재를 건 저항이 아니었을지, 생각해본다. 글쓰기를 지속하는 것이야말로 스스로의 자존심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와 같은 행위가 아니었을지, 생각해본다. 왜 세상살이는 예나 지금이나 이다지도 욕될까. 욕되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세상을 위해서는, 너무 심각하게 굴 것 없이 긴 호흡을 가져야겠다고. 지치지 말아야겠다고. 언어를 빼앗긴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글을 쓰고 친구들을 격려하며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는 것. 그것이 영화 <동주>가 내게 가르쳐준 삶의 태도이니까. 그러면서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싸늘하게 죽어간 1800명의 삶을 생각해본다. 윤동주 만큼이나 귀한 1800명의 사람. 그들 삶의 서사를 헤아려본다. 예술이 주는 선물은 이런 것이다. 공감 역량과 감수성의 확장. <동주>는 이렇게 나에게 여러모로 뜻밖의 위로와 선물을 안겨주고 간 셈이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7 | 추천: 0
신혜연/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재학생 대학생인 지영(가명, 27세) 씨는 작년 12월부터 학교 근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이하 알바)를 시작했다. 평일에 6시간, 일요일에는 5시간씩 주 6일로 근무했다. 손님으로부터 컴플레인 한 번 받지 않고 성실히 일했다. 사장님이 원하는 시간에 업무 시간도 잘 맞춰줬다. 집에서 독립해 사는 지영 씨에게 고정적인 급여는 더없이 소중했다. 그런 지영 씨는 돌연 해고통지를 받았다. 3개월짜리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였다. ‘주휴수당’ 언급하자마자 잘려 지영 씨가 잘린 건 주휴수당 때문이었다. 15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라면 계약서상의 근무시간을 모두 채운 경우 일주일에 하루의 유급휴일을 갖는다. 유급휴일에는 일하지 않아도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다.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는 법이지만 실제로 지켜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11월 '알바천국'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알바 노동자 1,345명 중 65%가 '주휴수당'의 존재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지영 씨가 일하던 카페도 다르지 않았다. 매니저 2명과 알바 노동자 4명 모두 주휴수당의 존재를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저녁 6시부터 12시까지 근무하는 지영 씨는 야간수당도 받지 못했다. 우연히 친구로부터 주휴수당의 존재를 듣게 된 지영씨는 함께 일하던 동료 2명에게 이를 알렸다. 동료들은 사장에게 밀린 주휴수당을 달라고 요구했다. 정당한 요구의 대가는 참혹했다. '매니저만큼 일 잘하던' 동료들은 주휴수당 지급을 요구한 당일에 구두로 해고당했다. 이후 카페에서 '주휴수당'은 금기어가 됐다. 지영 씨는 해고를 피하고자 주휴수당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새로 들어온 알바들에게 주휴수당에 대해 '언급'했단 이유만으로 해고 대상이 됐다. 동료들이 잘린 지 불과 2주 뒤의 일이었다. 예상치 못한 해고에 지영 씨는 혼란에 빠졌다. 당장 다음 달 월세가 걱정이다. 지금 '알바 시장'은 수능을 마친 고등학생들과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바로 알바를 구한다고 해도 월급이 나오기까지는 한 달여를 기다려야 한다. 30만 원짜리 월세를 매우려면 집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지영 씨는 말했다. 근로감독관은 사장님 편 이런 상황에서, 지영 씨는 최근 큰 결심을 했다.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넣어보기로 한 것이다. 알바노조로부터 상담도 받았다. 세 달짜리 계약서를 쓰고서 한 달 만에, 명확한 사유 없이, 당일 날 해고 통지를 받은 상황이니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알바노조가 확인해줬다. 그러나 지영 씨의 진정이 제대로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고용노동청에서 진정을 처리하는 근로감독관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국의 근로감독관 수는 1,100명. 이들은 1,900만 명의 노동자에게 일어나는 진정 사태를 처리해야 한다. 한 달 평균 1인당 15~20건 정도다. 이렇다 보니 체불임금 액수가 비교적 소액인 알바 노동자의 진정은 후순위로 밀리기 일쑤다. 근로감독관의 태도에도 아쉬운 점이 많다. 알바노조에 따르면 적지 않은 근로감독관들이 주휴수당과 야간수당에 대한 잘못된 지식을 가지고 사건 해결에 임하거나, 체불임금을 축소해서 합의할 것을 종용하는 등 노동자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왔다. “생계를 위한 노동이 아니므로 (체불임금을 받는 데)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라고 한 근로감독관의 말에는 알바 노동에 대한 이들의 인식이 담겨있다. 지난달 22일 알바노조가 근로감독관의 행태에 대한 항의 방문을 위해 서울고용노동청을 찾았다. 사진 출처 - 알바노조 홈페이지 법을 어긴 사람은 누구일까 “사장 편드는 근로감독관 OUT!” 알바노조는 지난달 22일 근로감독관의 행태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서울고용노동청을 방문했다. 지영씨도 현장을 찾아 알바노조가 항의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알바들의 항의 방문을 대하는 고용노동청의 태도는 단호했다. 고용노동청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59명의 알바노조 조합원들과 몇몇 시민들을 연행해갔다. 마치 테러리스트를 잡듯, 한 사람에게 십여 명의 경찰이 달라붙어 순서대로 ‘표적 연행’을 해갔다. 끌려가는 그들의 손에는 무기가 될 만한 무엇도 없었다. 지영 씨는 알바노조 조합원들과 함께 서울 시내 경찰서로 연행됐다. 뜻하지 않게 유치장 신세를 지게 된 조합원들은 당장 내일 있는 알바를 걱정했다. 벌금형이라도 나오면 한 달 치 월급을 쏟아 부어야 한다. 지영씨가 주휴수당으로 받지 못한 돈은 한 달에 20만 원가량. 적은 돈 같지만, 지영씨에게는 월세에 보탤 수 있는 소중한 돈이다.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지영 씨는 여전히 고용노동청의 구제를 기대할 수 없는 ‘을’이다. 반면 사장님들은 법을 지키지 않고도 당당하다.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고용노동청을 항의 방문한 이들은 ‘퇴거명령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수사 대상이 됐다. 하지만 ‘근로감독’이라는 역할에 소홀했던 근로감독관들은 오늘도 면죄부를 받는다. 지영 씨가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7 | 추천: 0
손상훈/ 교단자정센터 원장   언론보도에 의하면, 2015년 초 불교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대한불교 태고종 내분 사태에 조직 폭력배가 깊숙이 개입하였고, 자신들은 폭력을 쓰지 않고 뒤에서 조종한 이른바 '스마트 조폭'들이 최근 검찰에 구속되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폭력을 쓰는 일은 다른 폭력조직에 맡기는, 이른바 지능화된 스마트 조폭 방식으로 법망을 빠져나가려 했으며, 폭력조직 사이에 하청 방식을 통해 한 단계 진화한 조직폭력배들이 종교계로까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충격적입니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청부 폭력이 종교계 권력 싸움, 불교계 총무원 자리싸움에서도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태고종은 대한민국에서 조계종 다음으로 역사가 오래되고 문화재가 많은 불교 종단입니다. 천태종과 비교되는 많은 인적 자원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태고종에서 당시 총무원장이던 도산스님과 비대위원장이었던 종연스님 측이 서울 종로에 있는 총무원 사무실을 점거하기 위해 두 차례나 맞붙은 겁니다. 폭력배 출신 스님과 용역 깡패 등이 동원되면서 수십 명이 다친 폭력사태로 도산과 종연스님이 모두 구속되었습니다. 1998년 조계종 권력싸움과 비슷한 상황이지만, 태고종 양측 모두 구속된 것은 또 다른 특이한 대목입니다. 1994년 서의현 전 총무원장이 폭력배를 동원하여, 조계종 총무원 청사를 물리력으로 장악한 적이 있습니다. 변화와 개혁을 원하는 생각이 다른 승려들을 폭력으로 제압하려다 오히려 여론의 지탄을 받고 서 원장이 물러나는 여러 계기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서 원장은 공직을 스스로 사퇴하고 국가기관의 처벌은 면하는 타협책이었습니다. 그러나 2015년 태고종 종권다툼세력들은 조계종 권승들의 잘못된 폭력의 역사를 되풀이 하다 사법당국의 처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시대가 달라진 것을 모르고 서로 이권만 생각하다 감히 청와대 근처 서울 종로구에서 싸움을 벌이다 ‘불경죄’에 걸렸을 수도 있겠습니다. 조계종과 태고종의 오래된 비구대처 싸움도 있습니다. 폭력으로 절을 지키고 빼앗고, 주먹 잡이들을 모아 승복을 입혀 절 뺏기에 동원했으며, 폭력배들은 이후에도 승복을 입고 절에 남아 큰스님 행세를 하거나 대접을 받았습니다. 이런 굴절된 역사와 전통이 청산되거나 공개적으로 반성되지 못하였고, ‘청부폭력’으로 변질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최근 조계종 총무원도 폭력행위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습니다. 자승 총무원장 출신 교구인 제2교구 용주사 공양간(구내식당)에서 자승원장의 제자가 사숙스님을 폭행한 사건과 용주사 관리과장이 신도비대위 사무총장에게 방화미수 한 사건이 일어나 경찰서에서 조사 중에 있는 사례 등입니다. 조계종 총무원 호법부는 검찰과 경찰 기능을 하는 기관인데 같은 용주사 출신의 세영스님이 맡고 있습니다. 세영스님은 경찰인권위원회 인권위원도 맡고 있고, 불교환경단체 등 시민사회단체에도 알려져 있는 분입니다.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용주사 출신들이 권력을 장악했다고 해도, 종단차원의 최소한의 조사와 징계는 당연한데 시간 끌기, 늦장조사, 중앙종회 책임전가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면피하고 있습니다. 아주 스마트 합니다. 용주사 폭행사건이나 현 용주사 주지 성월승려의 처와 자식 있다는 ‘은처의혹’은 성월승려 스스로 주장한대로 ‘친자확인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면 바로 해결될 문제입니다. 스스로 승려의 명예를 지키려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겠다고 선언했으니 지키면 될 일인데 실행하지 않으니, 불필요한 폭력사건이 연달아 일어나고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오죽 답답하면, ‘조계종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 추진위원회’(공동추진위원장 도법스님)가 동국대 사태와 용주사 사태에 대한 종단적 문제해결을 재차 촉구했습니다. 동국대 사태와 관련해서는 원탁회의 재구성을 제안하고 용주사 사태에는 "총무원과 중앙종회가 특단의 자세로 나서달라"고 요청했다고 불교계 언론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공동추진위원장이란 명칭은 자승 총무원장 2중대라 불리는 도법스님이 맡은 여러 가지 조계종 직위 가운데 하나입니다. 도법스님은 2015년 11월 동국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면서 보름 넘게 단식한 교수와 밤샘 협의도 하고, 총무원장의 공개선언에 따라 민주노총 위원장도 자진 출두하라고 열심히 설득하는 노력을 했다고 합니다. 오는 3월 15일 조계종의 입법기구인 중앙종회가 열리는데 또 어떤 고군분투를 하실지 지켜봐야 합니다. 총무원장이 내린 지시를 근거로 열심히 포장하고 충성경쟁을 하는 모습이 ‘스마트 조폭’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볼 일입니다. 동국대 이사회 은석초교 앞 기자회견.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입에 가져간 최광백 총학생회장은 “건중이가 30일이 넘도록 단식을 하고 있다. 여기 와서 발언을 하게 되면 울지 않으려 했는데 눈물이 난다. 총학생회장으로서 여러분을 볼 면목이 없다”고 말하며 결국 눈물을 떨궜다. 사진 출처 - 불교포커스 50일 단식한 학생, 투신하겠다는 학생의 노력으로 동국대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3일 ‘이사 전원 사퇴’를 결의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1월 11일 동국대 이사회는 임기가 짧은 순으로 이사직을 사퇴하기로 결의했다고 전해집니다. 한 달여 만에 가장 문제가 된 일면, 보광이사가 가장 임기가 긴 이사가 되는 결정을 한 것입니다. 불교계 일부에서는 동국대 이사회의 이런 결정은 조계종 정황상 자승 원장을 비롯한 최고위층의 입장이 없이는 나오기 힘든 결정이라는 의견입니다. 사회적 지탄을 받고 상황을 면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사립학교법이 명시한 ‘덕망 있는 인사’를 추천해야 하는 조계종 중앙종회가 게으름을 피우는 동안 동국대 학생들과 교수들은 단식과 징계의 절벽 위에 서 있습니다. 올 2016년 동국대 구성원들은 또 다시 조계종 권승들과 싸움을 해야 하는 안타까운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과거 ‘개혁세력’을 자처했던 일부 승려와 재가불자들까지 결합되어 변질된 ‘스마트 개혁’에 참여한다면, 피눈물을 흘릴 중생들은 더 많아질 것입니다. 사회법이나 조계종 종법을 위반한 승려와 추종자들에 대한 모니터를 함께 해야 할 이유입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신년하례법회 맞대응 야단법석. 용주사신도비대위 등은 1월 12일 낮 조계사 건너편 템플스테이 정보센터 앞에서 ‘용주사 주지 성월 퇴출! 동국대 정상화 촉구! 재가단체 신년하례 야단법석’을 열고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과 용주사 주지 성월스님, 동국대 총장 보광스님의 퇴진을 주장했다. 사진 출처 - 불교포커스 마지막으로 조계종에 비판적인 세력을 종단 차원에서 탄압하고 있습니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2015년 11월 11일 불교계 언론 인터넷 매체인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를 ‘해종언론’으로 규정했습니다. 종단 차원에서 해종언론대책위원회까지 꾸려 이들 매체에 대해 취재 지원 중단, 종단 출입 금지, 광고·후원 중단, 이미 게재된 광고 삭제, 간담회·인터뷰 금지 등 지침을 종단 산하 사찰에 내려 보냈습니다. 이들 매체는 최근 동국대 사태를 비롯해 자승 스님의 전일저축은행 대주주 접촉 의혹, 일면 스님의 탱화 절도 의혹 등을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최고위층과 관련되어 심기를 건드릴 수 있고, 서로 충성경쟁하며 명예를 지키겠다고 정정보도나 언론중재위에 제소하거나 소송으로 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절차나 해명 없이 광고를 게재하는 승려들까지 징계하겠다고 하는 조계종의 태도는 마치 5공 때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불교계와 조계종의 ‘스마트’하지 못한 ‘변질된 행태’를 잘 지켜봐 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7 | 추천: 0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 간사   최근 한국정부는 유엔인권이사회 의장국으로 선출되었다. 2006년 유엔인권이사회가 시작된 이래 10번째 의장국이다. 한국이 의장국으로 선출된 날 외교부는 “우리나라의 인권이사회 의장직 수임은 인권관련 기구에서는 정부수립 이후 최초이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및 인권신장 성과와 지난 10년 동안 인권이사회의 이사국을 세 차례나 수임하며 세계 인권증진에 기여한 것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를 반영한 것으로 본다고” 자평하며 보도자료까지 배포하였다. 참으로 기가 막힌(?) 평가이다. 2015년 11월 5일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는 한국정부의 4차 국가보고서를 심의(Review)한 결과로서 25개 권고를 발표하였다. 2006년 3차 때 12개의 권고안에 비하면 배 이상으로 늘었다. 그 권고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위원회는 경찰의 평화로운 집회에 대한 과도한 무력 및 차벽 사용 사례 등 평화로운 집회의 권리의 심각한 제한에 우려를 표명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무력사용에 관한 규정을 검토하여 규약(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부합하도록 보장하고 이에 따라 경찰관을 교육해야 한다(최종견해 52항 53항).” 그러나 2016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 경찰은 치명적인 최루액이 섞인 물대포를 시위대에 무차별적으로 발포하여 현재까지 백남기 어르신이 사경을 헤매고 있다. 유엔 권고가 나온 지 채 열흘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유엔의 권고에 따르면 교육을 받아야 할 경찰은 사과조차 하지 않은 채 현재까지 당시 시위자들을 검거하기 위해 1천 명 넘게 소환장을 남발하고 있다. 민중총궐기 대회시 경찰의 물대포에 맞은 뒤 정신을 읽고 쓰러진 백남기 님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외교부의 같은 보도자료에 따르면 “인권이사회 의장은 인권이사회와 보편적정례인권검토(UPR, ‘국가별인권상황 정례검토’로 용어 바뀐 지가 언제인데)등을 주재하고, 세계인권의 보호 및 증진 방안을 모색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라고 친절히 의장의 역할과 책임도 언급했다. 그런데 지난 2차 UPR 심의(2012년 10월 25일)를 통해 한국정부는 무려 70개의 권고를 받았다.(1차 UPR 심의 때는 33개) 이중 주요 권고로 사형제 폐지, 대체복무제 시행, 국가보안법 개정 및 폐지, 성적 지향 포함한 차별금지법 제정 등이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국민여론을 핑계로 권고 이행을 거부하였다. 또한 이주노동자협약, 고문방지조약 선택의정서, 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 ILO 핵심협약 등 국제인권조약의 가입 권고에 대해서 대부분 거부하거나 연구하겠다고만 답변했다. 현재 3년도 넘게 지났지만 연구에 대한 결과는 없다. 혹 일부의 보수단체와 개신교 종교단체는 유엔의 각 기구가 형평성이 없고 한국의 시민단체의 로비에 휘둘려 권고를 내린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 위원은 유엔 자유권규약에 가입한 국가에서 선출한다. 그리고 UPR에서 심의하는 주체는 각 국가이다. 즉 한국에 권고를 내리고 있는 유엔기구의 구성은 각 국가에 의해 결정이 되어 시민사회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토록 사모해 마지않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유엔기구의 구성에 함께 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와중에 2016년 1월 20일부터 29일까지 ‘마이나 키아이’ 유엔 집회와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한국의 집회와 결사의 자유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공식방한 한다.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한국의 집회와 결사의 자유는 위축되었고 예년에 비해 악화되었다.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집회는 경찰의 차벽으로 꽁꽁 에워싸이고, 집회 참가자는 최루액이 다량 살포된 물대포에 노출된다. 또한 수십 년간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사과와 피해배상을 요구한 수요시위도 박근혜정부의 역사(?)적인 합의문 발표 이후 위법하다고 소환장이 발부된 상황이다.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마이나 키아이’ 특보는 한국의 심각한 상황에 대해 강력한 권고를 내릴 것이고 한국정부는 또 개무시(?) 할 것이다. 그리고 올해 3월부터 시작되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의장국 역할을 할 것이다. 한 얼굴에 두 가지 모습을 한 마징가 Z의 아수라 백작처럼 말이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5 | 추천: 0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며칠 전 교사 두 분이 사무실에 왔다. A 씨는 교장과 수석교사로부터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도움을 요청하러 온 기간제 교사였고, 다른 한 분인 B 씨는 같은 학교에서 그분을 도와주고 있는 정규직 교사였다. 기간제 교사 A 씨는 학교생활의 작은 부분에서부터 차별을 당한 경험과 그로 인한 억울함을 담담하게 때로는 눈시울을 붉혀가며 얘기했다. 이 교사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 다른 정규직 교사들은 무관심하거나 또는 오히려 별거 아닌 것을 가지고 문제를 일으킨다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다른 기간제 교사들도 사정은 비슷했지만 ‘재계약’이라는 장벽 앞에서 움츠러드는 걸 지켜보며 뭐라 탓할 수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 사무실에 같이 온 정규직 교사 B 씨는 시종일관 기간제 교사 A 씨를 지지하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10년이 넘는 기간제 교사생활을 끝낼 결심 끝에 정식으로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하고,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하는 것도 정규직 교사 B 씨의 지지와 도움이 컸다고 한다. 작년 충남의 모 단체에서 제기된 여성 상근자에 대한 지속적인 성희롱과 성추행, 비인권적인 업무지시 등은 언론에까지 나오며 지역에서 화제가 되었다. 구체적인 증거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성희롱 사건의 특성상 자칫 문제가 장기화하거나 흐지부지될 수 있었지만, 이 사건은 뜻밖에 빨리 매듭 되었다. 가해자는 파면되었고 윗선의 조직 책임자도 물러났다. 조직에서는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조직 구성원 대상의 인권교육 시행을 약속했다. 사안이 이렇게 빠르게 해결될 수 있었던 것은 피해자의 강단 있는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와 함께 다른 원인 하나를 꼽자면 전, 현직 직원들의 증언이었다. 작은 규모의 단체였기 때문에 현직에 있는 경우 자칫 자신의 증언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었고 이미 직장을 떠난 사람도 좁은 네트워크 상태인 지역 사정을 고려하면 쉽게 피해자에게 힘을 보태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전, 현직원들은 피해자의 도움 요청에 응답했고 가해자와 일하면서 자신들이 겪었던 성희롱과 피해자가 당한 성희롱, 비인권적인 업무방식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알려주었다고 한다.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송곳’에서는 만화가 최규석 씨가 원작 만화에서 쓴 대사가 그대로 나온다. “분명 하나쯤은 뚫고 나온다. 가장 앞에서 가장 날카롭다가 가장 먼저 부서져 버리고 마는 그런 송곳 같은 인간이…” 내 경험으로만 한정하면 위 두 사례처럼 조직 내 인권침해와 부패문제에 대해서 그냥 넘기지 않고 송곳처럼 뚫고 나오는 사람들을 자주 만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그 결과가 언제나 송곳 같은 이들의 바람처럼 잘못이 시정되고 조직문화가 개선되는 것은 아니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높은 비정규직 비율과, 정규직의 경우도 노동조합 조직률이 10%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우리나라의 노동계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노사문화에서 노조나 외부 연대단체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직장 내 개인과 회사 간의 싸움은 개인 혼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그래서 직장 내에서 남달리 인권감수성과 정의감이 높은 송곳 같은 사람은 “가장 앞에서 가장 날카롭다가 가장 먼저 부서져 버리고 마는” 경우가 많다. “서는 데가 다르면 보이는 풍경도 다르다.” 이 말도 ‘송곳’에 나왔던 대사다.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서는 위치와 거기서 보이는 것들은 크게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정규직이어도 노동조합 조합원이 보는 풍경과 비노조원이 보는 풍경은 많이 다르다. 드라마 '송곳' 사진 출처 - 노컷뉴스 연대(連帶)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연대는 서는 곳은 비록 다를지라도 같은 곳, 같은 풍경을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것은 비정규직의 차별에 대해 정규직일지라도 그 차별의 문제점에 대해 공감하고 개선해 나가려고 노력하는 것일 수도 있고, 성희롱 문제에 대해 여성과 남성이라는 차이를 떠나 직장 내 인권침해 문제라는 인식을 공유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각기 서는 데는 달라도 한 곳을 바라봐야 할 연대의 대상과 문제의식은 언제나 존재한다. 거의 모든 것이 기업중심인 대한민국의 구조상 노동조합 조직률이 당장 눈에 띄게 높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라고 아무리 아우성을 쳐도 오히려 비정규직 사용 연한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법안을 만드는 현 정부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개선될 여지도 없어 보인다. 그래도, 아니 그래서 실망하지 말고 연대하자고 말하고 싶다. 분명 송곳같이 뚫고 나오는 인간은 어디든 있다. 그런데 그 송곳이 하나가 아니라고 둘이라면, 송곳은 되지 못하지만 그 송곳을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한 사람이 있다면, 그 송곳은 여전히 가장 앞에 있겠지만 적어도 부서져 버릴 가능성은 작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 한 사람은 그냥 한 사람이 아니라 차별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일상적인 성희롱에 시달리는 여성 노동자에게는 그 자체가 커다란 조직이고 희망이지 않겠는가?
2017-07-12 | hrights | 조회: 7 | 추천: 0
강국진/ 서울신문 기자   대체로 한국 사극에는 몇 가지 전형적인 특징이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먼저 좋은 일 중요한 일, 훌륭한 일은 모조리 주인공 몫이다. ‘주몽’을 보면 주몽이 예수 같고, ‘광개토대왕’을 보면 광개토대왕이 다윗같다. ‘왕건’에서는 왕건의 훌륭하신 ‘교시’에 온 나라 사람들이 감화를 입어 ‘왕건은 뇌수요, 우리는 손발이라’ 죽어라 싸운다. 그런 주인공 옆에는 대개 ‘주체성 상실한’ 예쁘고 착한 아줌마들이 있다. 착한 척은 혼자 다 하던 ‘허준’ 아내가 딱 그런 인물이다. 주인공은 언제나 조국과 민족만 생각한다. 주인공은 언제나 좋은 편, 상대편은 언제나 나쁜 편이라는 너무나 순진무구한 세계관도 불편하다. 한국 드라마치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게 거의 없지만 그중에서도 사극을 특히 싫어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고증을 등한시하기 때문이다. 명색이 역사학도였던 내 감수성으로는 사극을 곱게 보아 넘기는 게 너무나 어려운 노릇이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영화 ‘명량’을 들 수 있다. 활에 대한 치밀한 고증에 감탄했던 ‘최종병기 활’을 만든 감독 작품이라길래 기대를 많이 했건만, 차라리 명량해전 장면 전까지가 나름 괜찮았을 뿐 그 뒤로는 악몽 그 자체였다. 배 위에서 백병전을 벌인다거나 신기전을 직접 활로 쏘는 장면, 판옥선으로 박치기하는 장면은 그중에서도 최악이었다. 세종로 네거리에 있는 충무공 이순신 동상은 수십 년 동안 우리에게 이순신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오른손에 큰 칼을 ‘들고’ 있는 거대한 동상이 고증을 잘못했다는 지적 또한 끊이지 않았다. 갑옷이 중국풍이라는 건 일반인들에겐 어려운 문제라고 양보하더라도, 이순신이 왼손잡이냐 하는 지적 앞에선 반론의 여지가 없어진다. 거기다 이순신 스스로 밝혔던 “큰 칼 옆에 차고”고 아니라 “큰 칼 들고” 있는 모습은 한국에서 역사고증이 얼마나 관심밖에 있는지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다. 최근 미국 드라마 ‘더 닉’을 봤다. 20세기 초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한 의학드라마다. 이 드라마에는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과 부정부패 등 당시 생활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가령 팔을 다친 백인 여성을 치료하는 흑인 의사에게 “왜 내 딸 팔을 자꾸 만지느냐”고 따지는 장면이나, 흑인을 구타하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모습은 “부정적인 역사관”을 심어준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또 다른 미국 드라마 ‘로마’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묘사하는 동성애 풍습이나 근친상간, 불륜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더 닉’이나 ‘로마’에서 묘사하는 시대상은 어느 정도 불편하기만 하다. ‘패트리어트’처럼 흑백갈등을 적당히 얼버무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적나라한 어제를 통해 우리는 오늘을 더 잘 인식할 수 있다. 오늘이 어제와 어떻게 다른지 제대로 알게 되면 오늘이 거저 얻어걸린 게 아니라는 것도 깨닫게 된다. 의학박사조차도 대놓고 무시당하는 모습을 통해 인종차별이라는 현실을 직시할 수 있다. 비록 ‘객관적인 역사’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사실 자체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사실이라는 토대가 없으면 진실은 모래성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임진왜란 당시 실전에서 썼던 형태의 칼과 활로 무장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해군사관학교에 세워졌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권력은 예나 지금이나 예외 없이 오늘을 정당화하기 위해 어제를 재구성하려 시도했다. 세종은 ‘용비어천가’를 통해, 일본은 식민사관을 통해, 박근혜는 국정교과서를 통해.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조선왕조실록 가운데 유일하게 선조에 대해서만 선조실록과 선조수정실록이라는 서로 다른 판본이 존재한다. 인조반정 뒤 새롭게 선조수정실록을 쓰면서도 선조실록을 그대로 뒀다. ‘터럭 하나라도 다르면 그 사람이 아니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킨 조선시대 초상화는 또 어떤가. 자기 맘에 안 든다고 수상한 우주의 기운을 느끼는 21세기 권력자보다 조선시대 권력자들이 더 대인배스럽다. <사족> 그런 점에서 보면 11월27일 경남 창원에 있는 해군사관학교 교육시설인 ‘통해관’ 앞 충무광장에서 열린 제막식에서 선보인 새 이순신 동상은 여러모로 반갑다. 왼손에 칼 대신 활을 잡고 등에 화살통을 메고 있다. 특히 눈여겨 볼 대목은 칼머리를 뒤로 가게 한 점이다. 18세기 동래부사가 초량 왜관에 온 일본 사절을 환영하는 모습을 담은 ‘동래부사접왜사도’를 보면 한일 간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아무래도 칼을 위주로 한 전투방식과 활을 위주로 한 전투방식의 차이에서 나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8 | 추천: 0
이현정/ 꽃씨네농작물 대표   12월 30일. 한 해가 진다. 올 1월, 아내와 세 살배기 딸과 함께 제주 서쪽 저지리에 정착했다. 저지리는 전형적인 중산간 농촌마을이다. 오름, 곶자왈, 관광지들이 많아 최근 마을에서는 마을생태관광을 시작하였다. 어느덧 제주에 정착한지 1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제주에서 몇 년 살다가 육지로 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몇 달 살다가 바뀌었다. 가족들과 이곳 생활이 좋아 오래 살기로, 그때부터 생계 활동까지 더 바빠졌다. 결국 일을 많이 벌렸다. 농촌 민박도 시작했고, 자연환경해설사 공부를 해서 제주생태*역사 여행도 진행하고 있다. 또 마을에서 고맙게도 밭을 무상으로 빌려줘 콜라비도 700평 재배하고 있다. 1월이면 수확인데, 우리 가족이 키운 첫 농산물이라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 글을 쓰는 직전까지도 아침부터 귤을 땄다. 우리 가족의 새로운 터인 제주에 최근 안타까운 사건이 터졌다. 아니 매우 중요한 전국 사건이다. 지난 12월 18일, 박근혜 정부가 국내 최초의 영리병원인 제주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승인한 것이다. 물론 최종적으로 제주도가 설립 심의 승인을 해야 하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제주도가 정부에 사업계획서를 올린만큼 설립이 허용될 분위기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고 책임져야 할 의료 분야도 결국 민영화의 서막이 올랐다. 제주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적극적으로 반대한다. 제주도정은 당장 이 나쁜 짓들을 멈춰야 한다. 의료 민영화란 결국 자본이 더 몰리는 것에 의료 투자와 치료를 하고, 더 많은 자본을 회수하는 것에만 관심을 둔다. 왜냐하면 기존 병원들과는 달리 영리병원 수익은 투자자가 회수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 때문에 의료의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당연히 국민건강보험 시스템은 붕괴된다. 공공성을 담보해야 할 의료분야마저 죽는 것이다. 현행 의료법은 영리병원 설립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녹지국제병원 설립 승인은 특별법으로 인해 제주도에 예외적으로 허용되어 추진하고 있다. 만약 이게 설립된다면 특별법에 의해 육지의 경제자유구역에도 우후죽순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의료법까지 바꿔 버젓이 자본 회수만을 내세우는 악덕 의료민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꼭 막아야 한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영리병원 설립 승인을 받은 중국 녹지그룹의 녹지국제병원 건설 공사가 지난 18일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병원 부지에서 진행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사진 출처 - 한겨레 녹지국제병원 설립주체도 도마에 올랐다. 의료사업 경험이 전무한 중국녹지그룹이라는 부동산 재벌기업이 추진하고 있다. 결국 녹지국제병원은 미용이나 성형 등을 통해 막대한 돈벌이 사업을 대한민국에서 해간다는 것이다. 나쁜 박근혜 정부와 제주도정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이 그룹과 구체적인 병원 사업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조차 틀어막고 있다. 사업계획서를 보면 2017년 3월에 서귀포에서 개원하여 4개 과목을 진료하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다. 박근혜 정부, 그리고 제주도정은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 제도의 근간을 없애버릴 의료민영화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최근에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들어올 때와 나갈 때가 한결 같은 사람, 진실한 사람을 강조했던데 기가 막힐 노릇이다. 본인이 내건 대선 10대공약을 지키지 않는 사람 입에서 나온 말 치고는 부끄럽기 짝이 없다. 더불어 본인이 4대 중증 질환 국가 보장까지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을 잊은 것 같다. 모두 반대로 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국민들이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정부와 제주도정은 공공의료를 훼손할 의료민영화 작태를 당장 멈춰라!
2017-07-12 | hrights | 조회: 10 | 추천: 0
홍성준/ 약탈경제반대행동 사무국장   이번에 쓰는 글은 전부터 쓰던 글과 주제나 내용이 많이 다르다. 요즘, 박근혜 정권이 저지른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때문에 온 사회가 반대 여론으로 들끓고 있다. 이에 대한 나의 솔직한 생각을 정리해 봤다. 지난해 제법 큰 논란을 일으켰던 김상구 저 “김구 청문회”를 아는가. 이 책에서 김구(金九)는 누구나 인정하는 대표적인 독립운동가요, 조국 통일의 제단 위에 흉탄으로 쓰러져 간 애국자이다. 감히, 훼손할 수 없는 김구의 그 명성에 대해서, 그것은 김구 자신과 지지자들, 그리고 대표적인 “친일파” 이광수(李光洙)가 공모하여 저지른 ‘역사 왜곡’이며 ‘조작된 신화’에 불과하다고, 김상구라는 “재야 사학자”는 이 책을 통해 주장했다. 사실, 아주 오래 전 김구의 자서전 “백범일지”를 읽을 때부터 약간의 의혹이 있었다. 가령, 동학혁명군을 학살한 양반지주의 민병대(民保軍) 사령관 안태훈(安泰勳)-안중근(安重根) 집안이 동학군 출신이라는 김구를 거두어들이고 깊은 인연을 맺었다는 것도 수상하고, 일본군 정보장교를 치하포에서 때려 죽였다는데 김구는 비밀 임무를 수행 중인 자를 어떻게 알아보았는지 등등의 의문이 있었다. 1990년대 중반에 본 인상적인 얇은 책 한 권이 있다. 최갑룡이란 사람이 일본제국주의에 맞서 민족해방운동을 했던 주요 ‘아나키스트(anarchist)’들의 활동을 정리한 “황야의 검은 깃발”이란 책이다. 거기에 보면, 윤봉길 의사가 상하이 의거 후 일제의 탄압과 검거를 피해 임시정부는 피난길에 오르고, 거액의 현상수배범이 된 김구는 자싱(嘉興)으로 도피하여 숨어 지낼 때의 일을 몹시 흥미롭게 기술하고 있다. 최갑룡의 책에는 아나키스트 독립운동가들이 자싱으로 찾아가 김구를 혹독하게 꾸짖는다. “엄청난 거사 후 정부의 수반(김구)이 숨어서 젊은 여인과 ‘윤락(淪落)’에 빠져 지내는 것은 무책임한 짓”이라는 것이다! 거기에, 김구의 비서 안공근(安恭根)이 공금까지 횡령했다고도 한다. 그 후, 김구는 정신을 차리고 임시정부를 수습했다는 것이다. 반면에, 백범일지에는 “먼 타국의 노(老)혁명가인 자신을 목숨을 걸고 불철주야 보살펴 준 중국 여인 주아이바오(朱愛寶)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헤어질 때 여비조차 변변하게 주지 못한 연민.. 그리고 평생 잊을 수 없는 고마움.. 분명히 ‘윤락’같은 육체적인 관계는 아니다. 또, 안공근도 공금 문제가 아니라 피난 중 안중근 의사의 가족 보호를 소홀하게 처리한 것으로 질책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아무튼, 같은 사건과 같은 인물에 대해 각자 다른 기억과 기록이 동시에 있다. 무엇이 진실일까. 솔직히 난 모르겠다. 2000년대 초반 나는 “공공근로”로 연명하고 있었다. 그때 일했던 곳이 “광복군동지회”라는 단체였다. 널리 알려진 대로, 여기서 광복군이란 임시정부의 군대이고, 회원들은 생존한 독립운동가들이다. 어느 날 회장님에게 조심스레 여쭈었다. 자싱의 피난처와 양쯔강(楊子江) 위의 배에서 김구와 그녀에 대해서 말이다. 그는 그랬다. “난 모르지.. 다만, 언제 죽을지 모르고 쫒기는 불안한 사내와 그를 돕는 젊은 여인이 좁은 배 안에서 종일 함께 있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이 아닐까?” 광복군동지회의 주요한 행사는 제사다. 1월 15일 동작동 현충원에서 치르는 총사령관 지청천(池靑天) 장군에 대한 제사와, 수유리 이시영 선생 묘소 아래 무후선열(無後先烈) 비석 앞에서는 중국에서 항일작전 중 자손도 없이 죽은 젊은 옛 동지들에 대한 합동 제사가 5월에 있다. 처음 출근해서 한 일이 지청천 장군 제사의 보조였다. 함박눈이 쏟아지는 날, 제사를 마치고 언 몸으로 찬 건물에 모여 식사(飮福)을 하는데, 좀 이상했다. 추운데도 서로 멀리 떨어져 식사를 하고 있었다. 조심스레 어느 한 분에게 여쭈었다. “저쪽은 온풍기도 있고, 저분들과 함께 모여 드시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그러자, 그 분은 웃으며 “1지대는 ‘좌파’야!”라고 했다. 순간, 머리를 한 대 맞는 듯 현기증이 일었다. 70년이 지나서도 좌파라니! 광복군 1지대는 혁혁한 무장투쟁으로 유명한 조선혁명당 김원봉(金元鳳)의 조선의용대에서 출발했다. 조선의용대는 내부 사상투쟁을 겪고 둘로 나뉘어 상당수의 대원이 옌안(延安)의 중국공산당 해방구로 들어가 소위 “연안파” 공산주의자가 되고 나머지는 임시정부 산하 광복군이 된 것이다. 반면, 2지대는 이범석(李範奭)으로 대표되는 강경한 우익 민족주의였다. 만주에서 김좌진(金佐鎭) 장군의 화요파 공산주의자에 의한 암살과 “자유시 참변”을 겪은 노병들에게는 특히 그랬을 것이다. 비교적 뒤에 성립하는 김학규(金學圭)의 3지대는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의 최대치나 장준하(張俊河) 선생처럼 일본군을 탈출한 청년들이 주축이 되어 성립이 되었다. 이범석은 해방 후 이승만 정권에서 국무총리가 되었지만, 김학규는 정치범으로 서대문 형무소에서 수감 생활을 했다. 김원봉은 널리 알려진 대로, 해방 후 종로경찰서의 “친일 경찰” 노덕술(盧德述)에게 고문당하고 월북해서 고위직이 되었다가 끝내 정치적 “숙청”을 당했다. 아무튼, 생사를 함께 한 전우였어도, 정치적 입장이 다르면 영원히 다른 것이다. 후대에 아무리 통합해서 역사를 좋게 저술해도 마찬가지이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나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러진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는 노래, “바람이 분다”를 들으면, 그런 것이 역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같은 사건과 같은 인물에 대해 각자 다른 기억과 기록이 동시에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각자의 정치적, 사상적, 실천적 입장에 의해 전혀 다른 기억과 기록으로 계승될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김구는 김원봉이 아니고, 같은 김구를 읽어도 나는 다른 김구를 생각한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생각해 보자. 모두들 문제는 크게 두 가지라고 한다. 하나는 “국가가 단일한 역사(國史)를 정리하는 것”이 부당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 정권의 입장이 반영되어 ‘친일’과 ‘독재’가 정당화”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의 기저에는 국가가 ‘위험한 국사’로 자라나는 새로운 세대를 “세뇌(洗腦) 교육”을 시킬 것이라는 공포심이 있다. 하지만, 학교 교육을 통해 사람들이 세뇌가 될 것이라는 것은, 조금만 역사를 이해하거나, 우리 세대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기우(杞憂)’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진정으로 역사에 관심을 가지는 시작은 대개 부당한 현실을 마주할 때 일 것이다. 국가의 공식적인 설명이나 사회의 통념에 부합하지 않는 현실에 괴로운 사람은 반드시 그것 밖에서 답을 찾을 것이다. 그것이 역사라고 생각한다. 내 기억에 1980년대 베스트셀러가 “해방전후사 인식”이었다. 거기에는 그때까지 배운 국사책에는 없는 내용이 많았다. 또, 지금도 학교에서 노동의 권리를 가르쳐 주지 않지만, 졸업생 대부분은 노동자가 되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싸우면서 “노동해방의 역사”를 배울 수밖에 없다. 왜곡된 역사교육으로 악명이 높은 일본의 아베 정권하 젊은 세대가 최근 “아베를 용서하지 않겠다!”며 거리로 나와 투쟁하는 것도 언론을 통해 알고 있다. 오히려 너무 학교 교육에 많은 가치를 두는 이 사회 통념이 세뇌교육에 대한 과도한 공포심을 조장한 것이 아닐까, 의심해 본다.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은 현행의 “국가 검인정 하의 한국사 교과서”라고 생각한다. 그것 또한 국정교과서 같이 국가가 인정하고 허락한 내용만 담도록 강제하고 있다. 결국은 같은 것이다. 일본도 국정교과서를 만들지 않지만, 검인정 제도를 이용해서 국가 권력의 요구대로 교과서를 만들고 있다. 그런데, 국정 교과서 반대론자들은 검인정 교과서는 다른 것처럼 대중을 호도하고 있다. 그래서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만 나쁘고, 다른 출판사 교과서는 좋은 것이라고. 나는 현재의 검인정 제도로 만들고 있는 한국사 포함, 일체의 교과서에 반대한다. 국가 권력이 교과서를 만들어 “국민 교육”을 하는 것, 그 자체가 부당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배자들에게 예의바른, 충성하는 군인과 그들을 위해 생산하는 “근로자”를 만드는 것이 원래 의도였으니까. 그 방식이 soft하던, hard하던 간에. 사진 출처 - 허핑턴포스트 나는 이참에 “교과서 자유발행제”가 우리시민 사회의 ‘공론’이 되길 희망한다. 앞서 말했듯이 역사는 서로 다른 입장으로 서술이 가능하다. 나도 현재의 주류 역사에 많은 이견이 있고, 내가 한국사를 쓴다면 분명히 현재의 교과서들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교과서의 자유발행이 가능하다면, 다양한 우리사회를 반영해서 수백 수천 종의 교과서가 출현할 것이다. 그냥 대형서점 가판대를 상상하면 될 것이다. 이것은 당연한 것이며, 그 자체로 우리사회가 건강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물론, 누군가(아마도 보수 우파)는 그것이 ‘혼란’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에는 주요한 몇 가지 교과서가 가장 많이 읽힐 것이다. 그것이 사상의 자유시장(marketplace of ideas) 원리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소수자에게도 자유롭게 사상을 경쟁할 권리를 인정하는 것과 사상에 대한 판단을 국가 권력이 아닌 시민들 각 개인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나는 늘 시장을, 시장의 지배자 자본을 국가가 철저하게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래야 시장의 다수 약자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이 ‘민주주의’라고 나는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그런 이유에서 “자유주의”를 반대하고 자유주의자들을 혐오해왔다. 하지만, 국가가 모든 것을 통제하는 것이 좋을까? 결코 아닌 것도 있다. “사상의 자유”와 “자유 시장”은 분명히 다른 범주의 문제이다. 그래서 교과서의 자유발행제를 주장하는 것이다. 끝으로, 한 가지 첨언을 한다. 새정치민주연합과 문재인 의원에게 이 문제를 ‘의탁’하거나 ‘연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최근, 그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예산 등, 이른바 “박근혜 표 예산”이 포함된 2016년도 예산안을 여당과 합의하여 ‘무수정 통과’시켰다. 지금도 겉으로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의 소리를 높이고, TV를 통해서는 그런 내용을 담은 플래카드 아래에서 당의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니,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정치집단인 것이다. 생각해 보면, 그들은 늘 그랬다. 늘 자유주의적 개혁을 말하며 “수구 꼴통” 정치세력과 대립각을 세우지만, 언제나 부패했고 배신을 해왔다. 국회의 과반 의석과 대통령을 가졌을 때도 그랬다. 따라서 그들의 “자유주의”는 믿을 수 없으며, 반드시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사라져야 할 것들이라고 본다. 올바른 시민운동이라면, 스스로 박근혜 정권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맞서 싸워 교과서 자유발행제를 쟁취해야 한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7 | 추천: 0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 간사   2015년 11월 13일 프랑스 파리에서는 동시다발적인 테러로 132명이 사망하고 350여명 이상의 시민이 부상당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이 테러에 대해 IS는 본인들의 소행임을 밝히며, 다시 한 번 전 세계인을 충격과 공포에 빠지게 하였다. 이후 프랑스와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국가들은 IS 점령지에 대한 직접 폭격을 진행하고 있고, 유엔차원에서는 모든 수단(군사적 방안포함)을 동원하여 IS를 몰아내기 위한 결의안이 채택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2001년 911 테러이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침공 모습이 다시 재현 되고 있다. IS와 한국은 이미 한차례 악연이 있다. 2004년 이라크에서 발생한 김선일 씨 납치와 살해 사건이 바로 IS의 전신인 ‘유일신과 성전’이라는 단체가 자행한 것이다. 이라크 전쟁이후 미국에 의한 점령시기부터 IS의 전신인 ‘유일신과 성전’이라는 단체는 이라크 바그다드 인근 도시인 팔루자, 티크리트, 라마디, 소위 수니 삼각지대에서 반미와 반제국주의에 기대어 세를 확장시켰고, 이라크의 혼돈과 시리아의 내전으로 인해 결정적인 세력 확장을 이뤄낸 무장 세력이다. 알고 보면 지금의 IS를 탄생시킨 배경에는 미국에 의한 이라크 전쟁과 점령이 있는 셈이다. 이라크 내 수많은 무장 세력과 종교 세력도 IS의 잔혹함과 극단적 방식에 대해서 치를 떨고 있고, 알 카에다 조직도 공식적으로 IS와의 단교를 선언하고 최근 선전포고도 한 상태로 알려졌다. IS가 잔혹한 테러를 계속하면서 전 세계적인 이슬람포비아와 적개심이 높아가고 있다. 그리고 무장 세력에 대한 군사적 공격 또한 별다른 저항 없이 용납되고 있다. 지난 9월,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기 쿠르디의 사진으로 인한 시리아 난민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와 시리아 내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은 IS의 파리 테러로 그 갈 길을 못 찾고 헤매고 있다. 그 와중에 이스라엘에서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무차별적 군사공격으로 십 수 명의 이스라엘인들과 9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여전히 팔레스타인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과 살상은 계속되고 있고 이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저항도 계속되고 있다. 파리 테러가 발생한 바타클랑 주변에 꽃다발을 갖다 놓는 시민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파리 테러이후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 국기를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플픽)으로 올리며 파리 테러에 의해 희생된 이들을 애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IS가 자행한 다른 테러(이라크와 시리아, 레바논에서의 테러와 암살)와 파리 테러의 희생자들을 비교하며 프랑스 국기 플픽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본인의 페이스북 플픽에 프랑스기를 올린 것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더욱이 그들이 다른 테러에 눈감고 파리 테러에만 반응한다고 생각지도 않는다. 하지만 파리 테러를 비롯한 IS의 만행이 지속되는 이 순간에도 서방국가를 중심으로 하는 공중폭격과 군사적 행동은 그 지역의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을 야기하고 있다. 언론에서 이에 대한 뉴스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IS의 공포가 전 세계를 뒤덮은 현재, 테러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고 올바른 대응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힘을 잃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테러방지법’을 제정하여 테러를 방지하자는 입법 활동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미 911 테러 이후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가 테러방지법을 제정하였지만, 테러가 줄어들기는커녕 현재의 모습처럼 더 만연되고 있다. 국회에서 제정하려는 테러방지법은 테러행위와 테러위험인물, 외국인테러전투원 등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고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고, 이미 현행 국내법으로 항공기납치, 폭탄테러, 인질, 국제범죄조직 등을 처벌할 수 있음에도 국가정보원에 테러관련 예방과 대응에 대한 권한을 위임하여, 그렇지 않아도 문제가 가득한 국가정보원에 무소불위의 날개를 달아주려 한다. 만약 테러방지법이 제정되면 국정원은 ‘테러’라는 명분으로 민간단체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휴대폰을 도감청하며, 금융정보를 마음대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이미 대선에 개입하고 서울시 공무원을 간첩으로 조작한 국정원에게 그러한 권한을 넘겨주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한 것임이 명백하다. 이제 한국의 많은 사람들도 테러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 불안과 공포가 가득하다. 언론은 균형을 잃은 지 오래고, 국회는 국민의 불안과 공포를 활용해 국정원에 통제할 수 없는 권한을 몰아주려 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 지켜봐야 할 대상이 IS만은 아닐 것이다. IS를 만들어 냈던 전쟁과 점령, 그 이전부터 지속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탄압, 그리고 테러방지법까지, 하나하나 실에 꿰어진 구슬처럼 하나의 관계로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 부분이 아닌 전체가 보이고, 문제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쿠르디를 잃었던 슬픔 마음을, 파리 테러에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마음을 하나하나 엮어야 이 비극적인 상황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4 |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