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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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가시’는 현장을 살아가는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칼럼 공간입니다.

‘목에가시’는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총장), 신종환(공무원), 윤요왕(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장), 이동화(아디 활동가), 이승은(경찰관), 이원영(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 정한별(사회복지사) 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지역의 한 대학 로스쿨의 교수가 제자를 성추행하는 사건이 일어나서 피해학생과 학생회가 강력하게 반발한 일이 얼마 전에 있었다. 성추행을 일으킨 가해 당사자는 부장판사 출신으로 작년에 이 대학의 로스쿨로 왔다고 한다. 그런데 교수로 임용된 지 얼마 되지 않은 9월에도 성추행을 일으키고 그 당시에는 각서까지 작성하며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불과 넉 달 만에 제자와 함께 간 노래방에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성추행을 다시 저질렀다고 한다. 당연히 학생들은 저런 교수에게 더 이상 수업을 들을 수 없다며 해임을 요구했고 서명 작업, 시위 등 일련의 과정 속에 해당대학 징계위원회는 최종적으로 해임을 결정했다고 한다. 두 번이나 학생들에게 성추행을 저지른 교수의 수업을 들을 수 없다는 학생들의 당연한 요구가 다행스럽게도 받아들여진 것이다. 지난 5월 3일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본관 앞에서 제자들을 성추행한 J교수의 해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이 대학뿐만 아니라 지역의 다른 대학에서도 교수 두 명이 수년간 여학생들에게 상습적인 성추행, 성희롱을 가했는데 피해확인이 된 학생만 23명에 이른다고 한다. 비단 이 두 대학뿐만 아니라 여러 곳의 대학가에서 계속 터져 나오는 것이 학내 성추행, 성희롱 사건의 연속이다. 시야를 넓혀보면 대학뿐만 아니라 회사, 관가, 시민단체를 가리지 않고 성추행, 성희롱의 성범죄는 최근 들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다소 엽기적인 면을 보여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행각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겠다. 대한민국 최초의 성희롱 민사소송인 이른바 ‘서울대 우조교 사건’이후 성희롱 개념이 1999년부터 남녀차별금지법과 남녀고용평등법 등에 도입되었다. 하지만 이후로도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는 매일 인터넷 포탈에 떠 있는 각종 성희롱, 성추행 사건 기사를 보며 확인하고 있다. 실제 2012년 한국여성민우회가 접수한 고용평등 상담 중 44.8%가 성폭력 관련 상담이었다고 한다. 최근 갑을관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데 성폭력 문제야말로 명확한 권력관계에 기반을 두는 갑을 관계의 대표적 사안이다. 남성교수와 여성제자, 남성 직장상사와 여성 부하직원간의 관계에서 남성은 대부분 슈퍼갑의 지위를 갖는다. 이런 슈퍼갑이 가진 권력을 이용한 성희롱, 성추행과 같은 성범죄에 대해서 ‘을’이었던 여성이 문제를 제기하고 사건화 시키기에는 너무나 많은 장벽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2011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 실시한 '여성 노동자 직장 내 성희롱 실태 조사'에서 약 40퍼센트의 직장여성들이 지난 2년 동안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대답했다. 그 중 80퍼센트는 아무런 사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유는 적극적으로 대응해도 변화가 없을 것 같아서 그랬다는 응답이 25퍼센트였는데 실제로 사후 조치를 취했을 때 상대방에게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이 50퍼센트가 넘었다. 심지어 사후 조치를 취했을 때 불이익을 받았다는 응답이 50퍼센트 가까이나 되었다는 조사결과는 성희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장 내 여성들이 넘어야 할 장벽이 얼마나 공고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삼성전기에서 일하다 직장상사의 성희롱을 문제제기한 이은의 씨는 5년간 회사와 민사소송을 진행한 끝에 결국 승리했지만 12년 9개월의 재직기간동안 7년이 넘게 만년 대리로 살아야 했다.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과 결코 부서질 것 같지 않는 권력관계의 공고한 틀 속에서도 꾸준하게 문제제기를 하는 ‘을’의 목소리가 점차 많아지는 것은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 비해 최근에 부쩍 성희롱, 성추행 사건이 많아진 것이 아니라 성희롱, 성추행을 용기 있게 고발하는 ‘을’이 많아졌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우리사회는 여러 가지 이유로 봉인을 강요당하는 성추행, 성희롱 범죄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드러나야 할 시기이다. 진정한 변화가 더디 올 것이 뻔 하다면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아니 알면서도 부인하는 가해자 남성들이 적어도 조심은 할 게 아닌가?
2017-07-12 | hrights | 조회: 264 | 추천: 0
강국진/ 서울신문 기자 경상남도 도지사 홍준표가 4월 3일부터 진주의료원을 휴업한다고 강행한 것을 계기로 지방의료원의 역할과 필요성을 둘러싼 격렬한 사회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경상남도는 과도한 인건비 등으로 인한 누적된 적자를 이유로 들지만 보건의료노조나 시민단체 등에선 신축이전에 따른 차입과 미흡한 지원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박근혜 대통령 대선공약과 정면배치된다는 비판으로 확산되면서 공공의료 전반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방의료원은 지역주민에 대한 의료사업을 수행할 목적으로 지방정부에서 설립한 공공의료기관이다. ‘국립(대학)병원-지방의료원-보건소’로 이어지는 공공의료체계에서 2차 기관으로서 기능을 수행한다. 지방의료원은 여타 복지시설과 마찬가지로 보편적인 건강권과 계층에 상관없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해주는 기본권 보장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방의료원 유래는 1910년 조선총독부에서 설립한 자혜병원 10곳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1925년 병원경영권을 시도로 이양했고 1980년에 지방정부가 지방의료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지방공기업법을 개정했다. 2005년에는 지방의료원 소관업무를 행정자치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했고, 참여정부의 ‘공공의료시책 확충 대책’에 따라 지방의료원을 지역거점병원으로 만드는 변화가 이뤄졌다. <표>지방의료원 현황 지방의료원이 적잖은 적자를 안고 있다는 건 사실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지방의료원 누적적자는 5140억 원에 이른다. 문제는 그 원인이 공공의료 기능을 수행하면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비용이라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중앙의료원이 2011년 발표한 ‘지방의료원 운영진단 및 개선방안 연구’를 보면 공익기능에 따른 비용이 ▲저수익 필수 진료과 운영 9억 원 ▲저수익 필수 의료시설 운영 15억원 ▲의료급여 진료비 차액 4억원 ▲지역보건 프로그램 운영 3억원 등 의료원당 평균 30억원이 넘는다. 게다가 지방의료원에 대한 경상비 보조가 갈수록 낮아져 의료원에 고용된 인력의 근로조건이 낮아지고 시설 노후화가 심각해지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전국 34개 지방의료원 중 12곳에서 임금체불이 발생했다.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전국 지방의료원 실태조사보고서’에서 2012년 7월말 기준 임금체불액이 152억 원이나 된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악순환이다. 지방의료원 경영상태가 어렵다. 앞으로 좋아질 가능성이 별로 없다. 그러니 문 닫아버리자. 거칠게 말해서 이게 홍준표식 대처법이다. 이에 반해 서울시는 정반대 재정정책을 편다. 지난해 서울시는 중랑구 신내동에 위치한 서울의료원에 173억 원을 운영보조로 지원했다. 올해는 187억원을 책정했다. 여기에 더해 서울시에선 새로운 실험에 착수했다. 서울의료원은 지난 1월부터 총 623병상 가운데 격리병상 등을 제외하고 39%인 180병상을 대상으로 운영중인 환자안심병원이다. ‘보호자 없는 병원’ 실험의 최신판이라고 할 수 있다. 환자안심병원은 공공의료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간호사인력을 대폭 늘려 보호자가 필요 없도록 하는 지방의료원을 만들겠다는 실험이다. 간호사들이 간병인 구실까지 하면서 의료 질이 높아지고 좋은 일자리도 늘어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다. 서울시에선 예산 36억 원을 지원하는 덕분에 간호사 1인당 환자 수가 7명에 불과하다. 한국 전체 통계를 보면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는 평균 17명이다. 현재 간호사 144명, 병원보조원 24명, 사회복지사 5명이 환자안심병원에서 일한다. ● 간호사 중심, 보편적 의료복지 실험 ‘보호자 없는 병원’ 자체는 새로운 실험이 아니다. 하지만 환자안심병원이 특별한 건 간병인이 아니라 간호사 중심이라는 특징 때문이다. 지난해 초 박원순 시장과 김창보 서울시 보건정책관은 서울의료원에 보호자 없는 병원 시행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달라는 요청을 했다. 서울의료원에선 고민끝에 시에 간호사 중심 시스템을 제안했다. 서울의료원에선 “어차피 의료서비스가 핵심이라면 간호사를 직접고용하는게 더 좋다”는 논리를 폈다. 가령 미국 캘리포니아는 환자 몸에 닿는 행위는 무조건 간호사만 할 수 있도록 했고, 이를 위해 간호사 1인당 환자 수가 5명을 넘지 않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간병인 중심 실험은 역사가 적잖게 오래됐다. 1994년 의료보장개혁위원회에서 보호자 없는 병원 운영을 검토한 이래로 2006년에는 간병서비스 건강보험 급여 제도화 검토를 위해 정부차원에서 연구 사업을 진행했고 2007년과 2010년에는 시범사업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 민간업체를 통한 위탁이다보니 ‘질 나쁜 일자리’만 양산하고 관리 소홀과 의료사고 문제가 발생했다. 행정비용은 늘어나는데 정작 환자들의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는 전혀 없다보니 필요성 자체가 의심을 받았다. 간병서비스와 간호서비스가 분리돼 있다 보니 의료사고와 의료서비스 질 저하 우려가 높았다. 간호사 규모를 대폭 늘리면서 일반 병원에서 가족이나 별도로 고용한 간병인이 해야 했던 모든 서비스를 간호사가 도맡아 한다. 간호사들로서는 노동강도는 높아졌지만 보람도 함께 커졌다. 환자안심병원에서 만난 한 수간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일반 병실에선 환자들을 세심하게 돌보고 싶어도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환자는 불만스럽고 간호사는 몸과 마음이 지쳐가죠. 환자안심병원은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7명으로 맞췄기 때문에 환자 상태를 더 잘 살피고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환자들에겐 친절하게 설명해주는게 무척 중요한데 지금은 그게 가능합니다.” 일부 취약계층만 대상으로 하지 않고 모든 시민들에게 혜택을 주는 보편복지를 구현한다는 점도 새로운 실험이다. 서울의료원에선 최대한 많은 시민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도록 의사 판단에 따라 이용여부를 결정하고, 기간은 15일에 필요시 1주일 연장하도록 했으며 만성이 아니라 급성 위주로 했다. 서울시와 서울의료원이 보편복지 시스템으로 설계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초생활수급자는 의료급여를 전액 지원받기 때문에 의료비 부담이 오히려 적고, 정작 차상위계층이 더 취약하다는 점 때문이다. 시에서 지원하는 취약계층 대상 간병비 지원 사업을 2007년부터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 ● 환자에겐 '안심', 간호사에겐 '보람' 몇 주 동안 입원해 있는 환자를 문병해보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 환자 침대 옆에 쌓여있는 옷가지와 생활용품. 환자 옆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갖 수발을 들어야 하는 가족들. 환자안심병원에는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환자 침대 주변은 단촐하다. 가족들은 간병이 아니라 문병을 위해 병원을 찾는다. 환자들은 무엇보다 엄청난 간병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가족들이 간병을 할 때 나타나는 경제적 어려움 뿐 아니라 오랜 간병으로 인한 가족해체도 막을 수 있다. 시행 4개월째가 되면서 개선해야 할 문제점도 드러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제도보완을 해야 한다. 바로 신포괄수가제 도입 이후 간호관리료 항목이 없어지면서 건강보험에서 인건비 보조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시민들을 위해 환자안심병원을 확대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덫에 빠질 수도 있다. 이 경우 결국 간호사 인력유지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는 다시 간병서비스 부실로 이어지게 된다. 환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범위와 한계를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환자들이 간호사들에게 밥달라 커피 달라며 부하 부리듯이 하는 것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거기다 일부 환자가족들이 사사건건 불만을 제기하면서 환자보다 더한 상전 행세를 하는 것도 개선이 필요한 대목이다. ● 혹으로 볼 것인가 투자로 볼 것인가 서울시에선 앞으로 서울의료원 뿐 아니라 여타 시립병원에도 환자안심병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의료원이라고 적자가 없는 게 아니다. 2011년에만 149억원 당기손순실을 기록했고 누적적자가 315억원이나 된다. 그럼에도 이를 단순한 적자가 아니라 ‘공공성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투자’로 생각한다는 것이 박원순과 홍준표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쓴다는 것이 철학의 문제이고 정치의 문제라는 것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참고로, 서울의료원에선 과감한 신규이전 투자와 환자안심병원으로 인한 이미지효과 등으로 최근 환자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210 | 추천: 0
송채경화/ 한겨레 기자   요즘 국회에서는 대체휴일제 도입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법안은 공휴일과 일요일이 겹칠 경우 평일에 하루 더 쉴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야당과 일부 여당 의원들은 입법에 찬성하고 있지만, 재계와 정부, 여당 지도부의 반대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상정된 채 논의가 중단됐다. 재계에서 내세우고 있는 주요 반대 이유는 ‘생산성 하락’이다. 일을 해야 하는 평일에 쉬게 되면 그만큼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논리다. 그러나 대체휴일제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노동자들의 ‘일하지 않을 권리’를 지키면서도 그만큼 관광이나 레저 소비가 늘어나 내수진작에 도움이 된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논의 말고도 입법 반대자들은 ‘오히려 노동자도 쉬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어떤 면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을 근로자들도 싫어한다. 일을 더 많이 해서 돈을 더 많이 벌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하루 수당이 삶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논리로 보면 대체휴일제 도입 반대는 마치 노동자의 ‘일할 권리’를 지켜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일할 권리? 그렇다면 근무 수당이 절실한, 혹은 휴일에도 열심히 일하겠다고 주장하는 누군가는 ‘진심으로’ 일하고 싶어 하는 걸까? 지난 4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안전행정위 전체회의에서 여야가 ‘대체휴무제’ 법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정회되자, 김민기 민주통합당 의원과 김현 민주통합당 대변인이 회의실을 나가는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 출처 - 한겨레 한병철 베를린 예술대학 교수의 저서 <피로사회>를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이 사회의 주민은 더 이상 ‘복종적인 주체’가 아니라 ‘성과주체’라고 불린다. 그들은 자기 자신을 경영하는 기업가이다. … 성과주체는 성과의 극대화를 위해 강제하는 자유 또는 자유로운 강제에 몸을 맡긴다. 과다한 노동과 성과는 자기 착취로까지 치닫는다. 자기 착취는 자유롭다는 느낌을 동반하기 때문에 타자의 착취보다 더 효율적이다. 착취자는 동시에 피착취자이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더 이상 분리되지 않는다.” 즉, 현대의 성과사회 인간은 과거의 규율사회 인간과는 달리 성과를 위해 스스로를 착취하며 노동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노동자들이 기업과 정부에 ‘휴일에도 일을 하게 해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오롯이 개인의 선택에서 나온 걸까? 아니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이러한 ‘성과주체’들이 양산되는 현상에 대해 “성취와 성공, 능력 있는 인간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우리 사회의 담론들, 소수의 승자에게 거대한 보상을 내리고 저항하는 주체들을 ‘실패한’ 주체로 낙인찍은 선택과 배제의 제도들, 또 이런 제도들에 대한 통제권을 쥐고 있는 집단들” 때문이라고 말한다. 결국, 우리가 휴일에도 일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은 평일에 8시간씩만 일해도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없도록 만들어진 우리 사회의 담론과 제도들인 것이다. 이런 점에 비춰 봤을 때 진정한 의미의 ‘일할 권리’는 휴일이나 밤에 일할 권리가 아닌, 평일 8시간을 일할 수 있는 권리, 그러고도 정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권리일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복종적 주체’가 아닌 ‘성과주체’로서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현대의 많은 인간들은 스스로 이러한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음을 깨닫지 못 하고 있다. 또한 많은 이들은 이런 권리 상실에 대한 책임을 사회가 아닌 자기 스스로에게 돌리고 있다. 취직이 안 돼 일을 못 하는 이들이나, 평일 8시간씩 일을 해도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지 못 하는 이들은 이에 대한 책임을 사회나 국가보다는 개인의 능력 부족 탓으로 돌리고 만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진정한 의미의 ‘일할 권리’를 지키는 방향으로 국가모델을 전환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4월11일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한국형 국가모델을 모색하겠다며 ‘대한민국 국가모델 연구모임’을 발족시켰다. 사회적 시장경제란, 시장경제에 있어서 자유경쟁을 보장하지만, 시장형태 등을 포함한 사회적 질서의 형성·유지에 대해서는 국가가 경제 ·사회 정책을 통하여 책임을 지는 독일식 제도를 말한다. 이들이 ‘독일 모델’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그동안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기치로 성장에만 매달려온 현재의 국가 모델로는 노동자들의 ‘일하지 않을 권리’나 ‘일할 권리’를 지킬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 모임 대표인 남경필 의원은 “경제성장의 수치도 중요하지만 국민 개개인의 행복을 유지하고 보장시켜준다는 의미에서 독일 사회가 주는 메시지가 크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도 신계륜 의원을 중심으로 4월30일 사회적경제를 연구하는 국회 연구모임을 결성했다. ‘대한민국 국가모델 연구모임’의 첫 강연에서 김택환 경기대 교수의 얘기를 들으면서 독일이 가장 부러웠던 것은 대다수의 노동자가 1년에 최소한 6주간 휴가를 간다는 얘기였다.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아직 상상하기 힘든 풍경이다. 이러한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들이 단지 정치권의 ‘보여주기식 쇼’에 그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언젠가 우리나라 국민들도 ‘휴일에도 일하게 해 달라’가 아니라 ‘더 많이 놀게 해달라’고 마음껏 외치는 날이 오기를.
2017-07-12 | hrights | 조회: 208 | 추천: 0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 간사 민변에는 다른 인권시민사회단체들처럼 자원활동가 제도(이전에는 인턴이라 했는데, 최근 변경함)를 활용하고 있다. 초창기 지원자들은 광우병에 빡친 시민들, 로스쿨을 지망하는 이들, 기자와 PD가 되고 싶은 이들, 아님 학교에서 학생운동을 하였거나 하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2008년 하반기부터 시작하였으니 햇수로는 5년, 기수로는 9기가 배출되었고(현재는 10기) 매 기수마다 15~20명 정도 배출되었으니 얼추 150명 정도가 민변의 인턴을 거쳐 간 듯하다. 민변내 각 팀과 위원회별로 자원활동가를 선발하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내가 담당하고 있는 국제연대위는 자원활동가들의 참여와 활동을 적극적으로 보장한다. 개인적으로도 그동안의 자원활동가들이 없었다면 국제연대위 활동이 어떻게 진행이 되었을지 상상도 어렵다. 그리고 매 기수마다 위원회 인턴선발과정에 참가하는데 지원한 자원활동가들의 정말 화려~~한 스펙?, 내로라하는 대학(학교기재를 하지 않지만 다른 사항으로 충분히 알수 있는)과 학점, 그리고 뛰어난 언어능력에 많이 놀란다. 솔직히 입장 바꿔서 내가 지원하면 서류도 통과하지 못할 것 같다. 칭송을 좀 더 하자면 선발된 자원활동가들의 성격도 대체적으로 좋고 긍정적인 편이다. 정말 민변이 무슨 복이 터졌는지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 자발적으로 보수도 지급하지 못하는 민변에 선발하는 인원보다 항상 더 많이 지원해 주시고 계신다. 칭송은 잠시만 접고, 앞서도 말했지만 2008년 민변에서 인턴을 처음 선발할 때 인턴을 지원했던 동기나 계기를 보면 나름 다양했다. 어떤 이는 홍콩에서 유명한 언론매체에서 근무하다 광우병사태를 접하고 분노하여 한국에 와서 열심히 집회하다가 민변의 모습을 보고 인턴을 지원하신 분도 있고, 어떤 이는 집회에서 연행이 되었다가 민변에서 접견 온 변호사에 반해서 지원하신 분도 계신다. 그런데 인턴기수가 늘어갈수록 지원자들 중 로스쿨을 지망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로스쿨 지망하는 이들이 민변과 같은 법률가 단체에서 인턴활동을 경험하고 싶은 게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본다. 재밌는 건 민변에 지원하는 이들 중 몇 분은 민변이 무슨 활동을 하는지, 어떠한 의견과 주장을 사회적으로 던지고 있는지는 모른 채 변호사 집단이기에 법률가 집단이기에 지원한 경우도 생기고, 어찌어찌 선발되었지만 민변의 좌빨? 주장이 본인의 정체성과 맞지 않아 인턴활동 초기에 정신적 멘붕을 겪고 중도에 그만두신 분들도 생기고 있다. 사실 아는 사람은 다 알지만 민변의 활동이나 사회적 메시지가 절대 왼쪽에 있지도 급진적이지도 않다. 차라리 내부자의 시선에서는 실망스럽거나 법률가 단체답게?^^ 적당히 중간에서 타협하며 뭉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언제 민변 활동이나 민변 변호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회가 있다면 그때 더..ㅋㅋ) 표본 집단이 적고 개인적 편견이라는 전제를 하고 이야기 하면, 좀 더 재미있는 건 최근 자원활동가들은 좀 더 차분하고 조용한 전형적인 모범생 같다는 점이다. 학창시절에 꽤나 공부 잘하며 선생님과 부모님 말씀에 충실하며 대학 가서 집회나 시위의 경험은 없고 학점관리하며 로스쿨을 준비한 그런 모범생?^^ !! 사실 요즘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취업과 학점관리에 사활을 거는 현실에서 그들이라고 뭐가 다를까 싶지만, 적어도 그들에게 술자리에서 왜 변호사나 법률가를 희망하는지 물었을 때 인권변호사를 꿈꾸는 정도의 지망생이라면 좀 더 다양한 경험과 의견을 가지지 못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길(주어졌다고 믿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벗어나려 하지 않는 순응적 모습에서 오는 살짝 아쉬움!! 차라리 잘 몰라도 씩씩하게 주장하며 서투르지만 당당한 느낌을 주었던 초기의 자원활동가들이 요즘 그립기도 하다. 솔직히 나는 변호사도 법률가도 아닌 단체상근 활동가이지만 세상을 바꾸거나 변화시키기 위해 법률전문가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고 현재도 참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현재 법률가와 변호사들이 가지고 있는 고리타분하고 권위의식에 쩔어 있는 모습을(가끔^^;;) 볼 때가 있고, 어느 정도는 그 개인의 그릇이 그 정도 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직역이 갖는 특권의식과 문화 때문에 그렇지 않나 생각한다. 미래의 인권변호사를 지망하며 법률가가 되고 싶은 이가 있다면 본인이 왜 법률가가 되고 싶은지 솔직하게 물어보고 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에는 더 했고 현재도 여전한 그들의 특권의식과 권위적인 문화는 인권변호사라는 아름답고 예쁜 꿈을 아주 빠르게 기억에서 지워버릴테니깐. 현재의 검사 집단이 그렇게 욕을 먹고, 사법부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이유가 그들 개인이 모자라거나 나빠서라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248 | 추천: -1
임아연/ 당진시대 기자 “여자 혼자 사니까 너도 몸조심해….” 부산에서 혼자 살고 있는 친구에게 이 말을 뱉어 놓고는 곧장 “야, 네가 조심할 게 뭐 있어. 그냥 살아! 네가 조심할 이유는 없어”라고 고쳐 말했다. ‘몸조심 하라’는 말 속엔 ‘밤늦게 돌아다니지 말고, 치마 짧게 입지 말고’ 따위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아서 그랬다. 몇 주 전 한 취재원이 나를 성추행했다. ‘뭐 좋은 일’이냐며 떠들어 대고 싶지 않았다. 좁디좁은 지역사회에 최대한 알려지지 않았음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조용히 이 일을 털어놓게 된 한 사람은 검지를 추켜세우고 입술 앞에 가져다 대며 “누구한테도 이 일에 대해 섣불리 말하지 말아라. 지역은 보수적이라 일을 당한 여성들이 손해를 본다”고 했다. 나를 염려하는 나이 지긋한 어른으로부터 들을 수 있는 흔한 반응이라고 생각하고 넘겨버렸다. 해당 취재원에게 개인적인 사과를 받고 사건은 일단락 됐지만 법적 조치를 취할 수도, 파렴치한으로 낙인찍고 지역사회에 더는 발을 못 붙이게 할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내게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고, 이 일로 누군가의 인생이 완전히 파괴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건이 붉어지는 과정에서 나의 가족이 입을 상처는 물론이고, 생각지 못한 사람들이 고통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그에 대한 분노만큼이나 컸다. 그는 처자식이 버젓이 있는 가장이었다. 그렇게 조용히 지나가길 바랐던 일에 대해 글로 쓴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아물지 않은 생채기에 소금물이 닿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일을 크게 만들어 그를 응징(?)하지 못한 것에 대한 소심한 분노의 표현일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그 일련의 시간을 보내며 피해자로서 느낀 감정들을 직접 설명해야 한다고 여겼다. 대부분의 성추행 혹은 성폭행 사건에 대해 피해자의 상황은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으며” 따위의 경찰이나 의사, 언론 등 제3자의 입을 통해 전해질 뿐이다. 우선 내가 그 일을 겪은 후 사회에 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할 때 가장 크게 두려웠던 건 나를 향한 질타였다. “그러게 왜 밤에 남자랑 단 둘이 만나 술을 마셔? 옷을 야하게 입은 것 아니야? 아직 어려서 그런지 사람을 너무 믿었네.” 혼자서 ‘내 잘못이 아니야’라고 주문처럼 되뇌여도 타인의 입에서 이런 얘기가 한 마디라도 흘러나오면 가까스로 부여잡고 있던 ‘멘탈’이 와르르 무너질 것 같았다. 지난 3월 21일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이사장을 지낸 고은태 중부대 교수의 성희롱 파문과 관련하여 언론인 출신 고종석 작가가 피해 여성의 과거 발언을 들춰내며 논란을 가중시켜 네티즌의 비난을 받았다. 사진 출처 - 노컷뉴스 얼마 전 ‘박시후의 그녀’라는 동영상이 떠돌며 성폭행을 당한 여성이 ‘원래 색기 있는 애더라’라는 얘기, 고은태 교수가 성희롱 했던 여성의 트위터 멘션을 모아 ‘원래 야한 것 좋아했던 여자’ 등으로 잘못의 화살을 여성에게 돌리는 일은 한국 사회에서 성추행(폭행)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꼭 한 번씩은 나오던 얘기가 아니던가. 이 같은 반응들은 몸조심하라는 흔한 걱정의 말조차 ‘내가 몸조심을 못했기에 이런 일을 당했느냐’고 따져 묻고 싶을 만큼 나를 날카롭게 만들었다.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사람이 “기사 잘 봤다. 고마우니 밥 한 끼 사겠다”는 말을 애초부터 경계할 일도 없거니와, 저녁을 먹으며 술 한 잔 마시는 건 직장인들에겐 일상적인 일이다. 그런데다 나는 청바지에 후드티를 입고 운동화를 신고 나가서도 험한 꼴을 당해, 여성의 옷차림이 성추행(폭행)에 그리 중요한 요소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일을 겪고 얻은 결론은 하나, ‘그 누구도 믿지 말자’였다. 성추행(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은 피해여성에 심리적, 정신적 때로는 신체적 상처는 물론이고 쓸쓸함을 안겨주는 일이다. 이 일에 대해 입을 연다는 것도 어려운 일일뿐더러 용기를 내더라도 고립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만 한다. 흔히 하는 위로조차 상처가 될 수 있어 스스로 가시나무가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왜 더 강하게 뿌리치지 못했지? 내가 잘못한 건가? 아, 내 잘못이 아닌데….’ 마음이 요동을 치며 롤러코스터를 타다 다다른 종착역은 ‘더러운 몸뚱아리’와 같은 낮아진 자존감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고소나 고발 같은 가해자에 대한 응징이라기보다, 내 자신을 무너지지 않게 부여잡는 것이다. ‘앞으로는 좀 더 조심하라’는 조언이 아니라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라며 서있을 수 있게 지탱해 주는 말이다. 한국 사회에서 숱하게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제대로 된 대처 매뉴얼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기껏해야 “당당히 ‘NO’라고 말하세요”라는 죽은 활자뿐. 예방도 중요하지만, 피해자 심리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바탕으로 ‘그들을 어떻게 다독이며 사회에서 고립감을 느끼지 않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187 | 추천: 0
이현정/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부장   (이 글은 지난 4월 3일에 작성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구익균 선생님께서 4월 8일에 별세하셨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올해는 4.3항쟁 65주기가 되는 해이다. 제주 도민 3만 명 이상의 학살 진실 속에서도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여전이 의견이 분분하다. 다행히도 과거 정권에서 특별법을 제정해 그들을 위로했지만, 이명박 정권과 현 정권은 여전히 냉담하다. 작년에 제주를 다섯 차례 정도 다녀오면서 4.3 관련 유적지도 곳곳을 다녀왔었다. 슬프게도 아직도 고통 받고 있는 4.3 학살의 진실. 그리고 제주 강정해군기지의 불편한 진실까지 현재진행형이었다. 최근 개성공단 논란이 뜨겁다. 결국 한반도 갈등 속에서 북측에서 개성공단 출경을 불허하였다. 개성공단 기업 측 선택으로 자발적으로 공단에 남았지만, 국방부에서는 벌써부터 억류 시 군사구출작전도 펼치겠다고 으름장을 내놓았다. 국방부장관의 개성공단 군사조치 첫 발언이자, ‘인질 구출 시뮬레이션 연습’까지 한다고 밝혔다. 남북이 지나치게 으르렁거리며 자극하고 있고, 미국은 계속해서 B-2폭격기 등 위협을 가하고 있다. 판이 깨질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만약 이럴 때 우발적인 작은 사건 하나라도 터진다면, 그 과정과 결과는 남북 모두에게 막대한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남한 정책 결정자들의 신중한 태도를 촉구한다. 병상 중인 106세의 구익균 옹 사진 출처 - 필자 이럴 때 현재 병상에 누워 계신 최고령 독립운동가 항산 구익균 옹(106세)을 소개한다. 대한제국 시절 1908년 평안북도 용천에서 태어난 그. 어린 시절 동네 어른들을 따라 이 산 저 산으로 다니면서 만세를 불렀었다고 한다. 신의주보통고교를 다닐 때 일제 노예교육반대, 일제통치반대 학생운동 주도. 더불어 평안도 사람의 사회적 차별에 저항하면서 사회주의를 익혔다. 선생은 결국 1929년 상해에 도착해 독립운동 일선에 뛰어들고자 하였다. 당시 일본 첩자들이 많아 보통 의심을 많이 받았는데, 신의주보고 시절 항일운동 경력 덕분에 바로 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 열혈 청년 구익균은 상해 독립 운동가들의 편협한 사고와 얕은 사상적 인식 등에 크게 실망을 했었다. 이후 도산 안창호 선생을 만나고 도산의 정치, 경제, 교육 평등사상이 본인의 사회주의 사상과 함께 한다는 것을 알고 도산의 비서실장이 되었다. 그러면서 흥사단 상해지부에서 월 2회 사회주의 강좌를 진행했으며, 상해 출입 한국인을 조사하여 독립운동에 참가시키는 운동을 해나갔다. 또 영어, 중국어, 일본어에 탁월했고, 1933년부터는 중국 광동 중산대학의 교수로서 혁명 운동가를 양성하였다. 청년 구익균은 도산의 지시로 <대독립당> 비밀정당을 추진하였다. 1930년부터 이념과 지역적 분파를 초월해 안창호, 이동녕, 최동오, 조성환, 김두봉, 김원봉 등 항일 단일투쟁을 위해 사회주의와 민족주의 독립 운동가들이 뭉쳤다. 그러나 1932년 4월 29일 상해 윤봉길 의사 의거 날에 도산은 피체되었고, 이후 대독립당의 정신은 끝내 완성되지 못했다. 구익균 옹의 자서전을 보면 당일 아침, 흥사단 상해지부 사무실에서 도산 선생이 본인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았냐고 여러 차례 물어봤다며 이후 생각해보니 도산은 백범으로부터 윤봉길 의사 의거를 미리 전해들은 것 같다고 하기도 하였다. (당시 5일에 한 번씩 백범이 도산을 찾아와 군자금과 자문을 구하고 갔다고 함) 이후 선생은 국내외에서 세 차례에 걸쳐 체포되었고, 당시 부인은 일본 경찰에 인질로 잡히면서 정신병에 걸려 죽기도 하였다. 해방 직전 무역상으로 큰 돈을 벌었던 선생은 광복 직후 백범으로부터 상해 교민단장에 임명되고 본인 돈 60만 달러를 들여 돈이 없어 가난했던 학도병 탈주병 100명, 교민 2,000여명을 환국시켜 주었다. 선생의 자서전을 살펴보면 약산 김원봉과 친분이 두터워 약산의 요청을 받고 백범에게 약산을 당시 독립운동가 고국 환송단에 넣어달라고 요청을 했지만, 최종적으로 거절당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선생은 상해에서 교민 환국 활동을 마치고 1947년에 입국하여 진보당, 통일사회당 등 정치활동을 하였다. 이승만의 회유와 포섭이 있었지만, 이승만을 반대했기에 흔들리지 않고 거절하였다. 그러면서 남북통일과 민주사회주의 활동에 주력하면서 반공법 반대, 한반도의 영세 중립국 통일을 주장하였다. 그러다 결국 5.16 쿠데타 이후 혁명재판소에서 북한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선생은 1991년에는 미국 뉴욕에서 코리아중립화추진위원회를 결성해 남북의 평화통일운동을 국제적으로 펼치기도 하였고, 2006년도부터는 99세의 노구로 도산 안창호 혁명사상연구원 이사장으로도 활동을 하였다. 또 반갑게도 2011년에는 49년 전 혁명재판소 반국가세력에서 무죄를 선고 받기도 하였다. (MBC뉴스데스크 영상 - 2010년 8월 / ‘독립운동의 '산증인', 최고령 독립유공자’ http://bit.ly/1538Z85) 구익균 회고록 ‘새역사의 여명에 서서’ (일월서각) 사진 출처 - 필자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렇게 왕성하게 활동하던 선생이 올 초부터 크게 아프셔서 병원에 계신다. 당신의 치열했던 그 105년의 삶을 정리하고 계신 듯 하다. 2년 전 대학생들과 선생을 찾아갔을 때 104세의 선생은 노구에도 불구하고 또렷하게 말씀하셨다. 다툼이 아닌 남북협상을 통한 통일운동을 해야만 한다고. 자기중심적으로, 자신의 조그마한 이익을 위한 활동을 해서는 안 되며, 어렵지만 부정에 반대하고 옳은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하셨다. 더불어 당신이 꿈꾸었던 새 나라에 대해서는 계급이 타파되고 부익부 빈익빈이 없는 사회, 스위스나 스웨덴 같은 나라를 꿈꾸며, 정치, 경제, 교육의 제한이 없는 곳이라고 하셨다. 106세 선생의 말씀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셨다. 평생을 독립운동, 혁신정당운동, 통일운동에 힘쓰셨던 선생. 크게 보면 사람은 정치의 틀 안에서 살게 되어 있다며, 다만 실력 없는 정치인, 협잡하는 정치인이 더 많다는 게 문제라는 선생. 남과 북이 끝없이 대결로만 치닫는 지금, 3년 전 MBC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하신 이 말씀이 계속 맴돈다. “통일문제는 독립운동의 연장이다. 그걸 잊어서는 안 된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215 | 추천: 0
-조계종 총무원장 후보자의 자격과 절차를 바라보는 여러 가지 시선 손상훈/ 소셜리서치앤멘토르 기획국장 종교계의 최고 지도자를 뽑는 일은 종교에 관계없이 사회적 영향력이 크고, 뉴스감인가 보다. 새로운 교황선출이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성직자 성추행, 교황청의 부패와 권력 암투 등 개혁의 필요성을 드러낸 사건들이 잇따라 터졌고 언론과 가톨릭 내부에서는 ‘변화’를 선택할 새로운 지도자를 기대하는 시선이 많은 듯하다. 세계적인 종교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은 인류가 몇 천 년 동안 살아온 경륜과 문명적인 지적관습 그리고 최소한의 민주적인 절차로 진행되어야 한다. 조계종은 최근에 선거 자체를 문제 삼으며 잡음이 없으면 결과만 받아들이면 된다는 식의 방향으로 지도자 선출을 고민하는 모양새다. 이것은 평신도의 의견을 최소한도 반영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후보의 자격과 선거절차를 바라보는 여러 가지 시선을 비교해 보는 것이 무례나 결례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문경 봉암사에서 3월11일 개최된 조계종 결사본부 자문회의 모습 사진 출처 - 불교포커스 자격_도덕성, 효율성, 안정성, 불쏘시개 다양한 시선들 먼저, 총무원장의 자격을 바라보는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소개되지 않는 분들이 있어도 섭섭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먼저, 도법스님은 자성과 쇄신 결사를 잘 할 수 있는 후보, 둘째 가장 실세인 종단주요 요직을 차지하는 종책모임 스님들은 자신들을 배반하지 않고 현재의 이익을 유지시켜줄 후보, 세력이 약한 종책모임은 새로운 후보를 통해 세력을 확대할 수 있는 후보, 소위 총무원과 가까운 불교계 시민사회는 민주적인 절차로 조계종을 안정시킬 수 있는 후보, 총무원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불교계 일부 시민사회는 ‘도덕성’과 기본적인 인격을 갖춰 부끄럽지 않는 후보를 원한다. 도박이나 성매매 의혹이 없는 후보를 원하는 것이다. 이상하게도 도덕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현재 크지는 않다. 하반기 본격적인 후보윤곽이 드러나면 쟁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현재 조계종 종단정치에 영향력을 미치는 선거인단 500명 이내의 동향은 ‘그 나물에 그 밥’ 분위기가 횡행한다. 젊은 때, 친목도모로 ‘실수’ 안 한 사람 있겠냐는 것이다. 여기에 자유로운 몇 분의 후보로 거론되는 분도 있다. 중앙종회의장을 역임한 보선스님과 종립대학 이사장을 하고 있는 정련스님은 그나마 ‘도덕성’에서 비교 우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종권이 교체되어도 자성과 쇄신 결사운동을 지속할 후보를 찾는 ‘효율성’을 자격의 기준으로 제시하거나, 종단분규없이 안정된 종권이양을 후보의 중요한 자격으로 보는 시선을 주장하는 의견은 본인의 뜻과 다르게 ‘현 원장 재임론’으로 연결된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현 총무원장 측근에서 여러 후보를 거론하고 추천하면서 현 원장스님과 비교하는 ‘밥자리’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분위기의 반영이다. 또한, 후보자의 자격으로 기존의 단단한 기득권 ‘종단정치’를 뒤집어엎을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회적 반향을 일으킬만한 능력과 자격이 있는 후보가 나와야 한다는 일부 주장도 있다. 절차_선추천 간선제 확대, 가톨릭 교황선출 방식도 좋아하는 일부 스님들 조계종은 지난해부터 원로의원이 포함되는 ‘쇄신위원회’ 중앙종회, 결사본부, 여러 조직을 만들거나 공청회를 개최하며 ‘총무원장 절차’와 관련된 논의를 많이 진행했다. 70~80년대 비상종단이나 1994년 종단개혁 이후 가장 많은 공개토론회와 ‘자성과 쇄신’회의가 개최되었다고 한다. 사회적 통계는 아직 정리 되거나 비교 리서치 되고 있지 않다. 이런 민감한 주제에 대한 논의만으로도 자성과 쇄신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논의를 하지 않을수록 좋은 분들도 있다는 것이다. 밥상에 반찬의 종류를 선택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기득권을 잠시 내려놓거나 나눌 수 있다는 뜻이란다. 그러나 대다수 스님들은 냉담하다. 각종 공청회나 토론회에 참여하는 스님도 소수이며, 열기도 차갑다. 민주적인 절차논의의 흥행이 실패하면서 자성과 쇄신운동도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 한편, 서울대 법대 정종섭 교수는 지난해 10월 22일 동화사가 주최한 ‘팔공총림 설치 추진을 위한 심포지엄-율장정신과 종단징계제도의 문제점’ 기조발표를 통해 “조계종 지도자를 구성하는 데 민주주의 원리나 투표가 반드시 행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 원리는 강제적 권력을 본질로 하고 권력이 작동하는 매커니즘인 국가에 적용되는 원리일 뿐, 자율적인 종교조직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현 조계종체제가 1994년 종단개혁의 흐름으로 마련된 종헌 종법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면에서 다른 의견이다. 조계종 지도자 선출 방식에 대해 헌법학자인 정종섭 서울대 교수가 민주주의가 표방하는 다수결주의와 ‘투표’를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과거 종정중심제, 총무원장 중심으로 종단분규를 겪은 일반 평신도는 궁금증이 일어나는 대목이다. 동화사는 현 종정스님을 배출한 중심 교구본사이다. 정 교수는 총무원장이 종단을 대표하는 것은 법리에 합당치 않고, 조계종의 최고 권위를 갖는 대표는 ‘종정’이라고 주장하고, 또 총무원장은 종무행정이나 소송에서의 법률상 대표로서의 지위만 갖는다는 의견이다. 한편, 선원수좌회 한 스님은 “현행 321명의 선거인단에 의해 선출되는 총무원장 선거제도를 직선제로 전환하면 매표행위 등 금권선거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하며, 불교시민사회 한 관계자는 “공화적 전통을 현대사회에 맞게 복원하는 것이야말로 불교전통에 가장 부합한다. 현 상황에서 평등하고 전면적인 직선제를 실시하는 것이 공화적 전통의 부활로 가는 현실적 접근법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토론회에서 국회 격인 중앙종회 한 스님은 “세속적인 선거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산중고유의 방식과 전통승가의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며 현행 총무원장 선거인수를 유지하거나 축소해 청정한 선출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총무원장 특별보좌관 한 스님은 직선제 도입 대신 교구별로 배정되는 선거인단 수를 대폭 늘리고 선거인단을 산중총회에서 선출하는 등 간선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평신도들과 투표권이 없는 대다수 스님들의 속내가 반영된 가장 바람직한 총무원장 선출방법은 무엇일까. 지난해 총무원장 선출제도에 대한 논의에 다양한 일정이 있었지만, 소수 몇 명만의 잔치로 끝났다는 일부 의견도 있다. 현행 총무원장 선출제도는 종회의원 81명과 교구본사 240명(교구별 10명씩)으로 총321명의 선거인단이 참여하고 있다. 이를 두고 소수 간선제 방식으로 사부대중 공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고, 교구별 재적승 편차가 반영되지 않으며, 계파정치에 따른 소수독점 및 금권선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종단쇄신위원회가 제안한 개선안은 추천위원회를 구성한 뒤 후보자를 천거하고 선거인단이 투표로 간접 출 하는 ‘선추천 후선출’이 주요 내용이다. 추천위원회는 선·교·율 등 종단의 신망 받는 인사와 종헌종법기구·공직자 등으로 폭넓게 구성된다. 추천위에서 검증을 거쳐 2~3인의 총무원장 후보자를 추천하면, 중앙종회·교구종회·본사주지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에서 총무원장을 선출한다. 조계종 결사추진본부는 최근 자문회의에서 “선거인단은 400~1000명까지 확대할 수 있다”면서도 “선교율·비구니·재가자 등 민주적 선출 방식을 통한 교구종회의 혁신이 전제돼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평신도인 재가자의 조직이 자발성이 없거나 결속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한 마디로 냉담하고 열정이 없고 몇 분 스님들의 잔치로 인식하고 있다. 종교 최고 지도자의 후보 자격과 절차 가운데 조계종의 몇 가지 시선과 현재의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새 교황님을 선출하는 비밀회의가 ‘개혁시계’를 돌리는 교훈의 결과물을 내고 세계인의 축제로 환영받길 기대한다. 또한, 조계종 선거 역시 선택은 여론과 투표가 가능한 스님들의 몫이다. 그러나 투표권이 없는 스님과 평신도의 역할도 소중하고, 여론의 관심을 이끌어 내는 중요한 몫을 한다. 조계종 선거제도 토론회 등에서 각종의견을 내면서도 정작 후보의 ‘도덕성’ 자격에서는 효율성과 안정성을 바라는 모습은 극복해야 할 자세이다. 종교 지도자의 후보 자격은 ‘부끄러움을 아는 도덕성’이 최우선 자격이고, 그 다음 자격순위와 절차가 상식으로 통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오길 바란다. 또 종교계 자성과 개혁의 과제는 내 가슴에 있고, 변화의 동력은 뜨거운 열정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존경받는 새로운 종교계 지도자를 기다리며.
2017-07-12 | hrights | 조회: 180 | 추천: 0
홍성준/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처장   최근 박근혜 정부출범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국회, 정치권에서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그들 간의 갈등표출과 그에 수반하는 한국 지배계급의 질 낮은 수준이 아무런 여과 없이 드러나고 있다. 사실, 인사청문회가 한국 정치권에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무런 잡음 없이, 대중의 분노와 비웃음 없이 임명된 고위공직자는 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이번의 경우도 예외 없었다. 특히, 관료출신들의 “전관예우”와 “회전문 인사”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들은 한창 왕성하게 공무를 볼 나이 또는 경력이 되면 퇴직을 한다. 그리고, “직무 연관성”이 있는, 솔직히 말해서 현직에 있을 때, 자신이 관리했던 업체에 재취업을 한다. 은행 등 고도의 공공성이 요구되는 기업 민영화 분야를 관장하여 정치권과 민간의 투기자본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료들, 특히 사업인허가권에 대한 권한을 가졌던 자들이 눈에 띈다. 법조계의 검사와 판사라면, 대형 법률회사 등으로 들어가 월 1억 원 이상 “떼돈”을 번다. 고액 수임료라고도 하고 자문료라고도 한다. 그런 자들이 인사청문회만 되면 어김없이 등장을 한다. 야당과 언론은 그들이 수수한 금액이 엄청나게 고액이라 “도덕적 비난”에 머무르는 인사검증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본질적인 것은 “직무 연관성”이다. 그런 자 중 최악의 사례를 꼽는다면 한승수 전 국무총리, 지금은 영국의 투자은행 스탠다드차타드 사외이사이다. 스탠다드차타드가 저지른 의혹, 투기경영을 법률적으로 자문해준 집단이 김앤장 법률사무소이고, 그 김앤장의 고문으로 한승수가 오래 있었다. 그 후에는 이명박 정권의 총리가 되었다가 2009년 10월 24일 총리 퇴임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김앤장으로 복귀했었고 다시 김앤장이 대리하는 스탠다드차타드의 사외이사가 된 시점은 그해 12월 14일이었다. 김앤장을 중심으로 국무총리직과 스탠다드차타드 간에 "회전문"이 있고, 한승수는 그 문으로 넘나든 것이다. 따라서 한승수는 김앤장을 중심으로 국가권력과 투기자본을 넘나들며 투기자본의 대리를 하며, 국부를 유출하는 로비스트가 아닌가, 하는 의혹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가 총리 시절 업무와 김앤장 고문 시절 업무에 대해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그리고 스탠다드차타드의 사외이사 발령도 대가성 보은인사일 것이다. 따라서 그가 김앤장에서 수수한 고액의 자문료라는 것도 “사전 뇌물”일 것이다. 그 사전뇌물을 매개로 투기자본과 부정부패의 결탁이 의심스럽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의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는 무기중개업체 ‘유비엠텍’에 취업해 로비스트로 활동했다고 한다. 올해 국방부는 K2전차 100대분을 구매할 예정인데, 여기에 입찰한 기업 중 독일 MTU사가 있고, 유비엠텍은 이것의 중개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유비엠텍의 비상근 고문으로 2010년 7월부터 2012년 6월까지 근무하면서 2억 1500만 원(퇴직금 7,000만 원은 제외) 가량을 받았다. 부정부패를 목적으로 한 관료와 민간의 자본 결탁은 정부의 정당성, 권력의 정당성을 훼손하게 만들어 끝내 실패의 길로 이른다. 반드시, 관료를 통제해야 한다. 사진 출처 - 서울신문 그럼에도 어떤 정권이든 관료에 대한 의존이 높다. 그들이 없으면 정부 구성조차 버거워한다. 그리고 유권자들도 매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거의 절반을 “물갈이”하며 정치권 부패청산을 한다. 선출된 정치인은 불신하고, 선출되지 않는 관료에게는 “전문성” 운운하며 고위 공직을 내주는 것을 “정치개혁”이라고도 한다. 지구상에 이런 한심한 나라가 또 있을까? 거기에다가 대통령도 단임제이다. 선출된 정치인이 관료들에게 휘둘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과거 외환은행 매각이 2003년 정권 교체기에 경제‧금융 분야 관료집단에 의해 주도되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어수선하게 정권 인수인계하는 상황 속에서 지금 막 선출된 정치인, 이제 퇴임을 할 정치인들을 상대로 경제‧금융 분야 관료집단이 저지른 론스타 게이트 사건은 10년이 지나도 그들 모두의 정치인생에서 큰 오점으로 남아있고, 어떤 한 정권 차원의 실패를 넘어 국가와 사회에도 암적인 일로 남아 있다. 최근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12년 11월 초,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는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야당과 우리 센터 등이 개정안에는 투기자본의 대명사인 투자은행, 헤지펀드 도입을 포함하고 있어서 크게 반대를 하였다. 그 개정 통과를 주도한 자들은 여당의 김종훈 의원(한미FTA를 주도한 외교통상 관료출신) 등이 있었지만, 실상은 김석동 금융위원장 등 경제‧금융 분야 관료집단과 3조 원 이상의 자본금을 가진 대형 증권사들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다. 법안 소위원회 공청회에서 필자는 론스타 게이트 사례를 거론하며 여야의 정치인이 모두 대통령 선거로 정신이 없이 바쁜 와중에 이런 위험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며 법안 통과를 반대한 바 있었다. 생각해보라. 왜, 하필 대통령 선거일까? 관료들과 일부 정치인들이 국민의 대표기관이라는 국회의 입법권을 훼손하고 1% 금융‧투기자본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키기에 그때보다 더 좋은 시점은 없을 것이다. 급기야, 최근에는 관료들의 “항명” 사건도 있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사항인 “외교통상부의 통상부문 산업자원부 이관”에 대해 외교 분야 관료집단의 반발이 컸었다. 그 수장인 김성환 장관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한 국가의 산업자원정책을 외교 교섭대상으로 여기는 외교부와 정치권 일부의 “미국식” 사고도 한심하지만, 진짜 심각한 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로 선출된 정치인, 대통령에게 자신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공개적으로 대든 관료집단이 문제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반역’이다. 불행히도, 박근혜 정부의 고위 공직자 중 관료출신이 많다. 60년 대한민국의 모든 정권에서, 어쩌면 유사 이래로 대를 이어 관료가 된 집단이 실제로 국가를 좌지우지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 자들을 통제하고, 시민의 지지를 받은 공약을 온전하게 실현하기에는 대통령 혼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것이 솔직히 내가 걱정하는 바이다. 최근의 복지공약 후퇴 논쟁에도 경제 관료들이 있다. 국무총리실장에 내정된 김동연 전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여야 정치권의 “복지 확대” 공약을 공공연히 반대했던 인물이다. 그런 자가 대통령의 복지공약을 온전히 이행할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 관료에 대한 통제는 여야의 모든 정치권, 나아가 자신들의 대표를 선출하는 시민사회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 전관예우와 회전문 인사를 근절하는 것은 아주 작은 시작이다. 더 나아가, 장관과 정부 주요 고위 공직자, 나아가 군사령관이나 사법부의 수장들도 시민에 의해 선출되어 관료들을 위에서 통제해야 한다. 미국도 “국가 폭압기구”라는 검찰과 경찰의 수장은 시민이 직접 투표로 뽑고, 한국도 이미 지방정부의 장과 교육감은 선출된다. 이런 “선출직 공직자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부패 공직자에 대해 임기 내 소환 파면 제도”나 장관급에 고위 공직자 대한 인사청문회를 넘어서 “ 내각 책임제”와 같은 국회기능을 강화하는 것을 사회적으로 적극 고민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공직 사회 부패추방을 공개적인 목표로 삼은 거대 조직이 있다. 회원도 수만에 전국적 조직이다. 바로, “공무원노조”이다. 이들은 주로 중하위직 공무원이다. 여기서 문제로 삼는 고위 관료들, 관료사회 엘리트들이 아니다. 이들과 정치권은 전략적으로 연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정권을 쥔 정치세력은 더욱 필요하다. 탄압이 아니라 연대가 필요하다. 이들이 공직 사회 내부에서 부패를 감시한다면 참으로 효과적일 것이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211 | 추천: 0
전국완/ 중학교 교사   친구야! 그동안 잘 지냈니? 너도 그랬겠지만 지난겨울은 혹독히도 추웠지. 봄기운이 막 시작된 지금, 못다 한 수다 떨고 싶어 너에게 소식 전한다. 2012.12.19. 18:00. 출구조사가 발표되는 순간, 나도 많은 이들처럼 멘붕이 왔더랬지. 대선관련 소식이 전해질 모든 매체를 끊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학년말 업무에 집중했어. 학년을 마감하면서 우리 몇 몇은 학급행사로 4개 학급이 함께 인근극장에서 ‘레미제라블’을 보기로 했지. 2012.12.21. 09:00 토요일 번잡스런 극장입구에서 인원점검하고, 안 온 아이 연락하고, 늦잠에 빠져 뒤늦게 달려 온 아이들을 챙기고, ……. 한 바탕 쌩쇼를 하고 극장으로 들어갔지. 지각생 덕분에 앞부분은 잘라먹었지만, 금세 몰입이 되더군. 그리고 판틴이 해고되고 거리에서 울부짖는 장면에서부터였는지, 젊은 투사들이 바리케이트를 칠 때 시민들이 피아노와 허름한 가구들을 내던지며 동조하던 장면에서였는지, 봉기가 실패로 끝나고 아낙네들이 바닥에 흥건한 핏물을 닦아내는 장면에서부터였는지, 우리 교사 넷은 훌쩍이기 시작하다가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에 젖어 그냥 꺼이꺼이 울었어. 그럼 아이들은 어땠냐고? 나름 의식화교육(?)을 하려던 우리 담임들의 의도가 무색하게도, 화장실 간다고, 목마르다고 그 컴컴한 극장 안을 종회무진 뛰어다니는 거 있지. 2시간을 훌쩍 넘는 시간을 버티기에는 우리 중딩아이들의 엉덩이가 너무 가벼웠던 거지. 민망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사들은 하릴없이 흑흑 흐느껴가며 눈물만 주룩주룩 뽑아내고 있었단다. 퉁퉁 부운 얼굴로 극장을 나서면서 깨달았어. 우리는 정말 엉엉 울고 싶었고, 그래서 그 영화를 핑계 댄 거였다는 걸. 그리고 또 프랑스혁명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장발장과 젊은 투사들, 그리고 수없이 반복되었을 실패와 죽음들을 생각하니, 우리들의 절망과 눈물이 한없이 가벼운 투정이었더라구. 사실 그 지점에서 더 마음이 무거웠지. 며칠 전 제주올레길을 다녀왔어. 이번이 세 번째야. 범생이 교사들답게 1코스부터 시작해서 이번에는 9,10,11코스를 걸었단다. ‘놀멍, 쉬멍, 걸으멍’을 모토로 다녔는데도, 2박3일 동안 아주 오지게 걸었지. 이름처럼 평화롭고 아름다웠던 대평포구를 시작으로 안덕계곡과 박수기정을 안고 있는 군산, 용머리해안의 신비스런 해안과 옥빛 바다, 송악산에서 바라보는 아련한 마라도와 다정한 형제섬과 가파도, 그리고 모슬포해안에서 천연의 원시림 무릉리 곶자왈까지 어느 곳 하나 버릴 것 없이 곱고 귀한 우리의 땅이더라구. 송악산 해안동굴 사진 출처 - 필자 특히 송악산, 군산과 11코스 곳곳에는 아픈 역사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었어. 1944년 2차 세계대전 말미에 일제가 최후의 항전을 위해 120여 개의 동굴을 뚫어 7만 5천의 병력을 집결시켰었다네. 또 섯알오름은 오름 전체가 마치 거대한 하나의 공동묘지 같더라구. 일제 강점기에 이어 미군정 당시 자행된 양민학살(4.3사태), 1950년 전쟁 당시 학살의 아픔까지 고스란히 안고 있는 제주를 걸으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더구나. 조금 더 가니 다산 정약용의 조카 정난주와 추사 김정희가 유배지도 나오고……. 조선시대까지는 버려진 땅처럼 유배지로 천대당하면서도 진상명목으로 온갖 수탈은 다 당하고, 일제 강점기에는 최대기지로 곳곳이 파헤쳐지고, 미군정과 6.25 때엔 학살까지 당해야 했던 사람들의 땅. 21세기인 지금은 또 미 해군이 입항할 기지를 건설한다는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참 기구하고 서러운 땅이구나 싶다. 이번 올레여행에서 계속 우리를 따라다녔던 산방산에는 해병대 기지가 들어선다지. 해마다 학년말이 되면 엄습하는 피로에, 12월에 있었던 멘붕까지 더해 온몸에 우울이 켜켜이 쌓여서 천근 같이 무거웠던 몸이 제주의 바람을 맞으며 걷는 동안 많이 가벼워졌어. 아파트도 높은 빌딩도 보이지 않고, 너른 마늘밭과 오름, 널찍한 분화구와 바닷길로 이어진 올레길은 내게 더없는 휴식이었어. 그래서 몇 년 전부터 2월이면 찾아 걷던 이 길이 올해에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구나. 격변기마다 어김없이 참담한 비극이 비켜가지 않았던 서러운 제주의 역사를 되새기며 걷다보니, 진정 우리 땅에 백성을 위한 나라가 있었나 하는 분노마저 인다. 여기서 다시 ‘레미제라블’을 생각한다. 그 때 그렇게 쉼 없이 흘러내린 눈물은 바로 우리 민중들의 지난할 수밖에 없었던 투쟁의 역사를 떠올리며, 그 이야기가 19세기로 끝난 게 아니라 21세기에도 여전히 진행 중임을 뼈아프게 깨달은 결과임을. 10여 년 전, 20년 수감생활을 마치고 나오신 신영복님의 강연 중 하신 말씀도 되새겨진다. ‘20년 동안 세상 많이 변했죠? 라는 사람들의 말에 하나도 변한 게 없다고 대답했다’는 그 말을. 서러운 땅 제주를 걸으며, 네가 많이 생각났다. 쉰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늘 어떻게 살아야 할지, 여전히 길을 잃고 흔들리는 내게 늘 방향을 잡아주곤 하던 네가 많이 보고 싶었다. 주당 수업 24시간에, 매일 8시까지 진행하는 공부방, 토요일에는 토론수업까지 한 숨 돌릴 여가도 없이 일에 내몰린 기간제 교사 12년차인 친구야! 비정규직의 서러움을 온몸으로 감내하면서도 꿋꿋이 아이들 토론수업준비를 하며 열정을 불태우던 너, 다들 조심스러워하는 성과급 소송에 실명으로 앞장서던 너, 거기에다 독서모임에 토론모임까지 쉬지 않고 새 세상을 꿈꾸는 너를 떠올리며, 나의 우울과 절망이 한낱 투정이었음을 다시금 확인한다. 제주 수선화 사진 출처 - 필자 역사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제주의 검은 현무암 바람벽 구석구석, 거센 바람을 맞으면서도 꿋꿋이 향기를 뿜어내는 제주수선화에게서 너의 모습을 본다. 쉽게 절망하지 않고, 긴 호흡으로 늘 실천하는 내 친구의 모습이 ‘길’이었음을 깨닫는다.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늘 고지가 가까이 있음을 이야기하던 김 선생님도 이번 여행길에서 다른 이야기를 하시더구나. 새로운 세상이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오지 못할 수도 있다고. 역사의 수레바퀴가 그렇게 쉽게 앞으로 굴러가지는 않는다고. 뒷걸음을 치기도 하다가 다시 힘겹게 앞으로 굴러갈 거라고. 그래서 우리는 방심치 말고 깨어있어야 한다고. 바람에 흩날리는 억새를 바라보며, 이제는 담담히 오늘을 살고 내일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직 절망은 우리의 몫이 아님을 반성하면서. 친구야! 다음에는 우리 조카들 데리고 이 코스를 다시 걸을까 해. 그 때에는 너랑 함께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이 길을 걷고 싶구나. 모슬포 보말칼국수집에 적혀 있는 ‘재개 재개 다울리지 맙써(자꾸 자꾸 재촉하지 마세요)’문구를 나에게 다시 속삭여 본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184 | 추천: 0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날씨가 좋은 요즘은 운전하다 정차할 때는 차창 넘어 먼 산도 바라보며 봄기운을 느껴보는 여유를 부려보고 싶다. 하지만 겨울을 넘긴 최근에 자동차 운전을 할 때 이런 여유는 언감생심이고 전방의 도로 바닥을 그야말로 뚫어지게 주시해야 한다. 이유는 겨우내 도로 곳곳에 생긴 ‘포트홀(pot hole)’ 때문이다. 포트홀은 토목용어로 노면에 생긴 파인 곳을 말한다. 근래에 자주 언급이 되는 이유는 이번 겨울 제설을 목적으로 뿌려진 염화칼슘 때문이다. 염화칼슘으로 녹은 눈이 아스팔트 사이에 침투해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차량의 충격에 균열이 생겨 결합력이 약해진 아스팔트가 떨어져 나가는 현상이 전국 곳곳의 도로에 급격하게 많이 생겼다고 한다. 올 겨울은 유난히 잦은 폭설과 추위로 인해 각 지자체마다 제설을 위해 사용한 염화칼슘이 평년의 두 배를 웃돈다고 한다. 문제는 염화칼슘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염화칼슘은 눈을 녹이는 것 외에는 위에서 언급한 도로훼손 외에도 차량부식, 환경오염과 먼지로 변한 염화칼슘이 호흡기질환과 피부병 등의 건강상의 문제까지 일으킨다고 한다. 올 겨울 잦은 폭설과 한파로 주요 도로 곳곳에 크고 작은 포트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남산 산책로의 도로 정비가 시급해 보인다. 사진 출처 - 노컷뉴스 외국에서는 러시아, 캐나다를 제외하고는 염화칼슘을 제설제로 사용하는 나라가 거의 없다는데 왜 우리는 염화칼슘을 이렇게 많이 사용하는 것일까? 해답은 우리나라 특유의 ‘문화’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에 눈이 많이 오는 날의 전후 상황을 한번 스케치해보자. 눈이 많이 온다는 날의 전날부터 일기예보에서는 내일 출근길에 대해 겁을 주기 시작한다. 전날 밤이건 새벽이건 일단 눈이 내리면 시민들은 관공서에다 왜 제설작업을 하지 않느냐고 항의전화가 빗발친다. 이 때문에 눈이 쌓여야만 작업을 하는 물리적 방식의 제설차량은 대기하고 있겠지만 염화칼슘을 뿌릴 수밖에 없다. 어떤 때는 눈이 오기 전에 미리 염화칼슘을 뿌려 준다고도 한다. 이러한 철두철미한(?) 시민정신과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눈 오는 날 아침 출근길을 전하는 뉴스는 미끄러진 차로 인한 교통사고, 미끄러져 넘어진 보행자들의 사고소식으로 넘쳐난다. SNS에서는 3시간, 4시간에 걸친 사투 끝에 기어이 사무실에 출근한 인간승리담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왜 우리의 눈 오는 날 아침이 이렇게 힘든 걸까?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10cm가 쌓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제설차로 눈을 치운다고 하는데 왜 우리는 눈이 내리기 전부터 백해일익(百害一益)한 염화칼슘을 뿌려대는 것일까? 그것의 정답은 아마도 하늘이 무너져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출근과 등교가 아닐까 싶다. 그것도 오전 8시, 아니면 9시까지는 정확히 해야 하는....... 얼마 전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에 영국식 복지를 소개하는 유학생의 글이 실렸는데 유독 내게 인상적인 부분은 영국에서 많은 눈이 왔을 때 겪은 그 유학생의 에피소드였다. 눈이 많이 내린 날 힘들게 학교 어학센터에 도착했지만 10시, 11시가 넘어도 선생들이 들어오지 않아 따지러 갔더니 주로 동양계 학생들만 화를 내며 따지러 왔다는 이야기......(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10130208142128) 왜 그 나라의 선생들은 오지 않았을까? 우선 눈이 많이 오면 버스가 다니질 않는단다. 그리고 대부분의 학교가 휴교에 들어가기 때문에 부모들인 어학센터 교사들도 당연히 아이들과 집에 있는 것이 상식이란다. 물론 우리나라도 폭설이 내리면 학교가 가끔씩 휴교에 들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가끔 있는 일이고 설사 그럴 때라도 직장이 휴무에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집이 아무리 멀어도 출근은 그야말로 죽기 살기로 해야 되며, 오늘 도착하기로 한 택배는 거친 눈보라를 뚫고서라도 오늘 꼭 도착해야 된다. 어떤 사회가 행복한 사회인가를 생각해본다. 우리나라도 눈이 오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에는 학교는 휴교하고 사무실은 굳이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최소한 집에서 근무하는 회사가 많은 나라였으면 좋겠다. 우편배달하는 노동자와 택배노동자도 당연히 배달을 멈추고 눈이 녹거나 치워질 때 까지 기다리는 사회였으면 좋겠다. 당연히 그로 인해 배달이 늦게 오는 것에 대해서 다들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회였으면 좋겠다. 안되면 되게 하라고 외치는 사람들을 뭐라 할 생각은 없지만 안 되면 포기하거나 좀 쉬었다 가는 사람을 나무라지 않는 사회였으면 좋겠다. 뭐든 빠르게, 어떤 일이 있어도 해야 하는 일이 많은 사회일수록 포트홀과 같은 문제는 필연적으로 뒤따르게 마련이다. ‘ 여유’가 있는 삶이 환경도 인권도 제대로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188 |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