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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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가시’는 현장을 살아가는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칼럼 공간입니다.

‘목에가시’는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총장), 신종환(공무원), 윤요왕(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장), 이동화(아디 활동가), 이승은(경찰관), 이원영(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 정한별(사회복지사) 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홍성준/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처장   1. 맹강녀(孟姜女) 전설을 아시는가. 나는 맹강녀가 전근대 사회에서 아주 아주 많았던 “열녀”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고전문학 시간에 배운 어느 시조에서 맹강녀는 남편을 무척 공경했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알게 된 맹강녀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한 세상을 뒤집어 엎어버린 혁명가였다. 2,200년 전, 무력으로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秦始皇)은 사상 최초로 강력한 황제 독재 권력을 형성하여 중국을 지배했고, 그에게 도전할 모든 세력을 탄압하고 멸망시켰다. 더 이상 중국 내에서 도전자를 찾지 못하자, 마지막 도전자로 북방의 흉노(匈奴)를 지목하여 만리장성(萬里長城)을 쌓았다. 만리장성은 중국민중을 강제로 동원, 그 노동력을 착취하여 만들었다. 한편, 흉노가 진(秦) 나라의 적이 된 것에는 흉노의 약탈도 문제였지만, 오르도스 평원의 광대한 초원을 강제로 빼앗고 몽염(蒙恬)장군의 부대를 주둔하는 등, 진 나라의 도발도 한 몫을 했다. 생각해보면 외부의 적을 만들어 안보불안을 조성하여 민중을 억압, 착취하는 통치방식의 일환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흉노 등 북방민족의 침략에 만리장성은 실상 무용지물이었음은 지금은 물론 당시의 중국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진시황을 비롯해서 중국의 많은 황제들은 중국의 많은 민중들을 끊임없이 장성공사에 동원했다. 아무튼 민중들을 만리장성 공사에 강제로 동원 - 징용을 하였고, 이에 대한 저항의 방법으로 많은 민중들은 도망쳤다. 그 중에는 한(漢)나라를 세운 유방(劉邦)이 유명하다. 그 진시황 시절, 강제노역을 피해 도망친 사람 중에, 범기량(范杞梁)이란 청년이 있었는데, 쫒기는 그는 맹강녀의 집에 숨어들었다. 여기서 도망 중인 청년과 그녀는 사랑에 빠진다. 이것이 이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의 시작이다. 얼마간 숨어서 사랑을 나누던 범기량은 결국 관리의 체포로 다시 만리장성 노역장으로 끌려간다. 연인이 끌려 간 후 그녀는 매일같이 울었고, 결국에는 그를 찾아 떠나기로 결심하였다. 끌려간 연인을 위해 정성스럽게 지은 겨울 옷가지를 들고, 몇 개의 산을 넘고 여러 개의 강을 건넌 끝에 그가 노역을 하고 있다는 만리장성 동쪽 끝에 있는 산해관(山海關) 근처에 다다랐다. 그러나 그녀는 거기서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어야 했다. 범기량이 강제노역을 하다 지쳐 죽었고, 진 나라 정부는 그의 시신을 수습하지도 않고 공사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거대한 만리장성 아래에 억울하게 죽은 연인의 시신이 깔려서 묻혔다는 것이다. 너무도 원통했던 맹강녀는 여러 날을 통곡했다. 그러자 어느 순간, 천둥 같은 큰 소리가 나면서 거대한 만리장성이 무너져 내렸고, 바라고 바라던 연인의 시신이 드러났다. 또한 범기량과 함께 강제노역 중 죽은 민중들의 수많은 백골들도 드러났다. 마침 장성을 시찰하러 왔던 진시황은 이 소식을 듣고 진노하여 맹강녀를 죽이기로 마음먹고 체포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군인들에게 끌려온 그녀를 본 순간, 진시황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하고 말았다. 진시황은 맹강녀를 죽이지는 않고 오히려 뻔뻔하게 황제 자신(朕)의 “수청”을 들을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맹강녀는 분노를 참고 자신의 연인인 범기량의 시신을 수습할 것, 그를 위해 국장을 치러 줄 것, 그리고 그 국장에 진시황이 검은 옷을 입고 참석할 것의 세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그녀의 미모에 눈이 먼 진시황은 이 조건을 모두 들어주었다. 국장을 마친 진시황이 드디어 맹강녀를 행궁(行宮)으로 데려가려는 순간, 그녀는 갑자기 장성 옆의 바다로 몸을 던져 죽었다고 한다. 현재, 중국 하북성(河北省) 산해관 동쪽 7 km 지점에 맹강녀의 묘가 있고, 그 옆에는 원망 가득한 눈초리로 멀리 만리장성을 바라보는 그녀의 동상이 서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전설이다. 역사가 아니다. 하지만 전설의 맹강녀는 눈물로 만리장성을 무너뜨렸고, 잔혹한 황제의 만리장성을 무너뜨린 것도 당대의 피억압 민중들의 눈물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만리장성이 무너지고 드러난 것은 연인의 그리운 몸뚱이와 함께, 통치계급이 숨기고 감춘 잔인무도와 위선, 부패와 무능일 것이다. 맹강녀의 눈물은 진실로 위대하다. 2. 요즘 늘 만나는 사람들은 동양그룹 사태의 피해자들이다. 내가 일하는 센터의 사무실도 그들에게 점령당한지 오래다. 그 이유는 피해자들이 일할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동양그룹은 법정관리 상태이다. 그런데 다른 기업의 법정관리에서 대부분의 채권자가 은행 등 금융사들인 것에 비하여, 동양의 경우는 채권자들의 95% 이상이 개인 피해자들이다. 그 중 대부분은 5천 만 원 미만의 피해자들이다. 이것이 동양그룹 사태의 가장 큰 특징이며 본질이다. 이들은 기업회생과 청산을 결정하는 법원의 “관계인집회”를 위해 대표를 뽑아 같은 피해자들로부터 위임장을 받는 일을 하고 있다. 물론, 동양증권은 자신들 때문에 발생한 전국의 피해자들(원래는 다 동양증권 고객)에게 이런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고 있으며, 알릴 것을 요구해도 거부하였다. 얼굴 한번 본적 없는 전국 수 만 명의 피해자들로부터 위임장을 받는 일은 너무도 엄청난 일이다. 먼저 나서서 스스로의 피해구제를 위한 투쟁을 하는 피해자들이 우리센터 사무실을 점령한 것이다. 그러니, 좋은 일이다. 최근, 집회장에서 만난 중년의 여성, 이순자씨를 소개하고자 한다. 마산 출신인 그녀는 지금도 전국의 동양증권을 찾아다니며 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였다. 그러면서 전국의 피해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녀는 호소한다. “혼자 집에 있지 말라, 그러다가 미친다, 나와서 함께 싸우자...”고. 그녀는 영세한 작은 공장의 노동자라고 한다. 20년을 종일토록 서서 노동해 번 돈, 천여 만 원이 그녀의 전 재산이라고 한다. 그 전재산을 동양그룹에게 빼앗긴 것이다. 삶을 통째로 빼앗긴 것이다. 분노한 그녀는 혼자서 낙담하지 않고 적극적인 투쟁에 나섰다. 최근 청와대 앞 집회에서 스스로 손가락 잘랐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것을 보내 자신과 동양피해자들의 억울함을 알리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로 보내지던 그녀의 잘린 손가락은 경찰의 제지로 막혀 피투성이가 된 그녀가 누어있는 병상으로 되돌아왔다. 최근 동양피해자들의 투쟁은 첫 성과를 쟁취했다. 검찰이 변제할 의사도, 능력도 없이 2조원에 육박하는 기업어음 등을 ‘사기발행’ 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전 직원을 동원해서 조직적으로 기업어음 등을 5만여 금융소비자를 상대로 ‘사기판매’를 주도한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즉, 동양그룹 사태의 본질은 “사기”인 것이다. 이로써, 5만 피해자들에 대한 “완전한 배상”의 길이 열린 것이다. 여기서, 완전한 배상이란 범죄로 인한 피해액 전체에 대한 것이다. 단순히 피해를 입은 원금이 아니라, 실제 변제일 까지 약속된 이자, 그리고 금융피해자가 피해구제를 받기 위해서 들인 모든 비용까지를 의미한다. 즉, 사기범죄를 저지른 금융자본의 범죄수익 전체를 박탈해야 한다. 최소한 그 정도의 징벌이 있어야 날로 증가하는 재벌과 금융자본의 금융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종주국 미국에서 내리는 천문학적인 징벌적 배상금 명령을 감안하면, 이 정도 처벌은 오히려 약소하다 할 것이다. 한편, 앞으로는 “불완전 판매” 운운하며, 민사소송을 통한 피해금액의 일부를 “보상” 받자는 무책임한 주장으로 피해자들을 우롱하고, 사건의 본질을 오도하는 일도 사라져야 한다. 또한, “개인투자자”나 “투자실패”와 같은 말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이를 방해하고 나섰다. 동양그룹의 사기사건을 처음부터 수사하고, 그 주범들을 구속기소한 여환섭 검사를 지방으로 발령을 내서 쫒아낸 것이다. 그것도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말이다. 그리고 그를 대신하여, 과거 BBK사건에서 당시 권력자이고 사기피의자인 이명박 여당 대선후보에게 면죄부를 주어 당선을 도왔던 김후곤 검사에게 동양그룹 사기사건을 맡긴 것이다. 누가 보아도, 박근혜 정부의 의도는 명확하다. 김후곤 검사에게 과거의 역할을 다시 주문하여, 동양그룹의 현재현 등에게 면죄부를 주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동양피해자들에게는 너머 산이다. 동양그룹 사기사건에서 박근혜 정부의 책임은 명확하다. 그 동안 현재현 등이 전체 그룹의 기업들을 동원하여 미증유의 사기사건을 저지르는 동안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는 방조하였다.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현을 해외 순방에 동행하게 하여, 동양그룹의 사기범들이 피해자들을 현혹시키는데 가담을 했다. 사진 출처 - 경향신문 3. 대한민국은 금융피해자들에게 잔인하다. 검찰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로 인해 부산저축은행에서 농성을 하였던 김옥주 저축은행비대위원장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였고, 첫 공판이 신년 벽두, 1월 15일 부산법원에서 열린다. 소위, “저축은행 사태”란 무엇인가. 저축은행의 대주주들이 금융관료, 정치 권력자들과 결탁하여 저축은행의 예금자, 후순위채 구입자들의 재산을 강탈한 사건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사과와 배상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노후자금, 생활자금을 강탈당한 시민들이 스스로의 권리구제를 위해 당연히 할 수 있는 저항을 김옥주 위원장은 한 것이다. 부산저축은행에서의 점거농성도 그렇다. 피해자들의 재산이 강탈당하는 범죄 현장을 스스로 지킨 것에 불과하다. 문재인 대통령후보와 관련된 법무법인에 대한 항의도 문제 삼을 수 없다. 자신들의 재산을 강탈한 저축은행 대주주, 즉 범죄자들을 변호해서 거액의 수임료를 챙긴 해당 법무법인과 변호사들이야말로 저축은행사태의 공범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저항과 항의를 문제 삼기 이전에 이들 피해자들에게 국가는 무엇을 해주었는가! 저축은행사태 발생 3년이 지나 언론과 세상의 주목에서 멀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검찰이 저항에 나섰던 피해자들에게 벌을 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사회공익도, 피해자 인권보호도 검찰에게는 없다! 한마디로, 범죄를 저지른 금융자본과 권력자들의 개가 되어 항의하는 피해자들을 물어뜯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김옥주 위원장에 대한 기소를 보도한 일부 언론매체들도 부끄럽기는 마찬가지이다. 과거, 언론은 경쟁적으로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하자 온갖 호들갑을 떨며 피해자들을 쫒아 다녔지만, 이제는 김옥주 위원장과 피해자들의 어떤 반론도 없이 검찰 발표만을 일방적으로 게재하였다. 그 결과, 저축은행사태 피해자들을 흡사 ‘은행 강도’처럼 둔갑 시켜 “명예훼손”을 저질렀다. 그들 피해자들이 왜 저축은행에서 점거농성을 했는지, 최소한 이유는 밝혀야 언론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국가는 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잔인무도한 짓을 하고 있다. 4. 국가가 금융피해자들을 외면하고, 되려 죽이려든다고 해서 금융피해자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들 뒤에는 동양그룹 기업어음 사기사건 피해자 등 피눈물을 흘리는 더 많은 금융피해자들이 분노의 물결을 이루며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금의 금융시스템은 애초부터 잘못 설계된 것이다. 언제나 사기, 투기 등 불법을 동원하는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이 최대 이익을 내기 위해, 금융자본의 이익에 봉사하는 부패 무능한 금융관료와 정치인들이 설계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생산하지도 않고, 고용은 파괴하면서 무한히 성장하는 지금의 금융자본주의를 칭송하는 언론과 교육의 거짓말도 한몫을 했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끝이 있는 법이다. 왜냐하면, 금융자본의 독식은 무수히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할 것이고, 시장의 다른 참여자들이 더 이상 수탈당할 것조차 없는 상태가 곧 오기 때문이다. 금융자본주의 피해자들의 피눈물로 온 세상이 채워질 그 날, 세상은 반드시 크게 뒤집어질 것이고, 마침내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그런 연후에야 금융시스템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작동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274 | 추천: 1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신년하례회 때 들은 이야기이다. 민변도 다른 단체들처럼 2014년 새해를 맞이하여 신년하례회를 1월 2일 오후에 진행하였다. 70세가 넘으신 원로변호사부터 2년차 로스쿨 출신의 변호사까지 적지 않은 회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안녕과 덕담을 주고받는 자리였다. 그 자리에서 이전 민변 회장을 지내셨던 한 변호사께서 최근 본인이 겪은 사례를 이야기했는데 내용은 이렇다. 본인이 우연찮게 연말에 청와대의 고위공직자를 만나게 되어 그 자리에서 넌지시 박근혜정부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 중에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는데 청와대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그 고위공직자는 그건 국민들이 아직 잘 몰라서 그런 거라고 아마 박근혜 정부 정책에 대해 좀 더 알게 되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고위공직자에게 내년(2014년)에 올해의 이런저런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하실 건지 물었더니, 그 고위공직자는 올해 1년차는 정권의 기반을 다지는 해이니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지만 집권 2년차부터는 본격적으로 (무언가를) 해볼 계획이라고 한다. 섬뜩하면서도 허탈했다. 작년 박근혜 정부 출범하고 1년을 보내고서 이런저런 놀랄만한 일도 많았고 단체차원에서는 매우 바빴기에 솔직히 더 이상 무슨 새로운 사건이 생기겠느냐 싶었는데, 완전 착각이었다. 저 쪽(청와대)은 나름 1년 동안 최선을 다하지는 않았고, 특히 국민다수가 동의하는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에 그건 국민들이 잘 몰라서 그러는 것이기에 국민들이 정권의 본심(?)을 알게끔 더욱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다. 한번 보여 줄 테니 각오 단단히 해라 뭐 이런 게 아니가 싶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후 첫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집권 2년차 국정운영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돌이켜보니 이명박 정부 때에도 1년차 촛불정국을 거치며 두 번이나 국민에게 사과했지만 2년차부터 본격적으로 4대강 사업, 인권후퇴법안 입법시도, 방송법 날치기 등을 하며 무척이나 강경하게 본색을 드러냈다. 그렇게 5년을 보내고 나서 당선된 박근혜 정권이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토크빌은 ‘모든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고 했다. 대선이후 그 결과가 너무 짜증났고 한국 투표권자의 수준이 이정도인가 싶어 이 정부를 찍은 특정 세대와 지역 분들에게 큰 실망을 했었다. 그런데 대선이후 얼마 되지 않아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과정에서 국가기관의 개입이 만천하에 드러났고 그 의혹에 대해 이야기 한번 해보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커져갔는데, 저 쪽은 득본 것도 없고 부정도 없었다는 사오정 대답만 하며, 심지어 요구하는 국민들을 종북으로, 부정한 세력으로 몰고 있다. 어쩌면 우리의 수준에 맞지 않는 정부일거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어쨌든, 최근 유엔고문방지위원회 위원 두 분과 국내 시민단체 간담회를 가졌고, 한국의 인권상황을 설명하며 용산, 강정, 밀양, 쌍차 사건을 되짚어 보았다. 여전히 국가폭력으로 인한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고 피해자들은 큰 고통에서 지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불행하게도 앞으로 더 많은 인권침해가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합법의 탈을 뒤집어 쓴 국가와 자본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회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협박하고 휘몰아 칠 것이다. 청와대 고위공직자는 그렇게 속내를 드러냈고,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을 하며 더욱 그러할 거라고 공언했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 2년차를 맞이하는 단체 활동가로서의 자세는 어떠해야할까?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 이명박 정권 때도 일이 많아 당시 정권과 업무협약을 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이 정권은 더하면 더했지 덜할 것 같지 않다. 체포영장 달랑 들고 해머로 민주노총 건물 때려 부수며 들어가는 정권인데 헤벌레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2017-07-12 | hrights | 조회: 221 | 추천: 0
임아연/ 당진시대 기자   사람이 죽었다. 그리고 또 죽었다. 당진 경제의 견인차라는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이제 노동자의 무덤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무덤이다. 지난 5월 전로에서 일하던 다섯 명의 노동자가 한꺼번에 가스에 질식해 죽은 뒤 반년 만에 네 건의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10월에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8층 높이에서 추락했고, 11월에는 현대제철 연관기업인 현대그린파워 발전소에서 가스가 누출돼 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안전진단을 하던 노동자가 지붕에서 떨어져 숨졌다. 그리고 추락사가 발생한지 사흘 만에 고로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탈진으로 사망했다. 그는 300℃가 넘는 설비 바로 옆에서 13시간 동안 작업을 마치고 그 다음날 정상 출근해 10시간 동안 또 일을 하고 쓰러졌다가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두 건의 사망사고는 고용노동부가 현대제철에 대한 특별관리감독을 시작하자마자 발생한 일이었다. 경찰 관계자가 지난 11월 26일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내 그린파워발전소에서 발생한 가스가 누출사고 현장 출입을 막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지역사회는 경악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한 사업장에서 벌어졌다. 현대제철에서는 “현대그린파워는 현대제철과는 다른 별도의 법인”이라며 억울해 했지만, 결국은 현대제철이 대주주로 참여한 ‘한 몸’이었다. 쓸쓸히 빈소를 지키고 있던 동료 노동자들과 가족들은 작업장 내부의 안전실태가 엉망이라고 입을 모았다. 위험한 줄 알면서도 그냥 일을 하는 노동자들보다 그들에 대한 관리·감독이 형편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했다. 안전교육을 주기적으로 하지만 형식적인 ‘시간 때우기’에 불과하며, 노동자들의 안전을 강조하기보다 공사기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더 큰 압박으로 다가온다.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서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거의 대부분이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이다. 이들은 늘 관리자의 눈치 속에 살아야 했다. 회사에 안전을 요구하기란 어지간해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목소리 한 번 잘못 냈다가는 내일 당장 일자리를 잃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한 노동자는 “자칫 블랙리스트에라도 오르면 (현대제철이 아닌) 어떤 곳에서도 일을 할 수가 없게 된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에게는 안전하게 일할 권리란 없었다. 불과 몇 개월 동안 현대제철에서 일어난 이 사고들은 한국의 노동실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이다.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현대제철이 뭇매를 맞고 있지만(사실 일부 지역 언론 이외에 크게 보도되지 않기 때문에 여론의 질타를 받는 것도 아니다) 이는 결코 현대제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제철의 모습에서 삼성에서 죽어간 노동자들을 만나고, 인천공항 청소 노동자들을 만난다. 한국타이어, 쌍용차, 한진중공업, 기륭전자, 대형마트, 대학, 병원··· 사회 곳곳에서 신음하며 벼랑 끝에 매달린 노동자들이 여기에 있다. 가장 최근에 사망한 이 모 씨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30대 중반의 청년이었다. 버스운전부터 해보지 않은 일이 없을 정도로 성실히 살았다. 그는 2년 전 어머니에게 현대제철에서 근무하게 됐다며 무척 기뻐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잘 됐다면서 아들을 당진으로 보낸 게 가슴에 한이 맺힌다”고 말했다. 취업이 하늘에 별 따기 같은 요즘, 현대제철과 같은 대기업은 젊은이들에게 ‘꿈의 직장’이다. 현대제철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일부러 유니폼(작업복)을 입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지역에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혹은 부러워운) 일로 여겨진다. 하지만 회사는 이들의 자부심을 원청과 하청으로 나누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눴다. 그리고 노동자를 하나의 소모품 정도로 여기는 듯했다. 지역의 한 NGO 관계자는 “동물이 같은 사안으로 몇 마리만 죽어도 지자체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는데 사람이 1년 동안 9명이나 같은 곳에서 죽었는데 지자체는 아무런 말이 없다”고 한탄했다. 시민사회계에서 기업, 노동자, 지자체 등이 산업재해 사망사고와 관련해 대책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했지만 여전히 검토 중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이란다. 산재와 관련해서는 노동부에서 직접 관여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지자체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게 이유다. 모두가 노동자이지만 또는 곧 노동자가 될 테지만 이들의 아픔을 사회구성원 전체가 고민하지 않는다. 함께 아파하지 않는다. 한국의 경제성장은 노동자들의 희생을 기반으로 하지만 사람들은 “박정희 대통령이 이룬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개막식에서 노동자들이 전면으로 부각됐던 장면은 그래서 내겐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이제 우리도 인간이 인간답게, 노동이 노동답게 인정받아야 하는 때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184 | 추천: 0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우리 삶에 하루가 있고 일주일이 있고 또 한 달과 정확하지는 않지만 분기에 따른 계절의 바뀜이 있어 그때마다 사람들은 새로운 변화와 결심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또 전날, 전주, 전달과 비교하며 현재의 상태를 점검하기도 한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돌면 대략 365일이 조금 넘는 시간이 걸리는데 이걸 우리는 1년이라고 한다. 올해 1월 1일을 기준으로 삼으면 이제 한 달 정도만 있으면 지구는 또다시 태양을 한 바퀴 다 돌게 된다. 365일이라는 시간이 지나가면서 그 전과 비교해서 우리 삶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고 우리 사회는 얼마만큼 진보했을까 생각한다. 1년 전에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바뀌었다. 투표한 사람들 중 절반이 조금 넘는 국민은 환호했고 절반이 조금 안 되는 투표자들은 실망했다. 박근혜씨에게 투표한 사람이나 문재인씨에게 투표한 사람 모두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새로운 정권담당자들에게 뭔가 변화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기대가 낙담과 분노로 바뀌는데는 1년은 긴 시간이었다. 선거기간동안 온 동네를 붉게 물들였던 박근혜씨의 각종 복지공약은 어느 하나 실천되는 것 없이 파쇄기 안으로 여지없이 빨려 들어가 버렸다. 국정원과 군대가 저지른 인터넷과 관변단체를 이용한 여당후보 선거운동혐의는 공안기관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고 시간이 갈수록 그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 정권은 혐의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정국은 이 문제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대통령 선거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변화는 고사하고 우리사회의 정치시계는 12월 19일에 그대로 멈춰있는 것이다. "1%에 쏠린 정치권력을 99%에게 나눠주겠다, 이 땅의 민중을 위해 일하겠다."는 국회의원에게 ‘김일성주의’라고 공격하고 국군 사이버사령부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따져 묻는 국회의원에게는 종북을 넘어 ‘월북’딱지가 붙고 있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에게 이정도이니 지방의 한 천주교 신부가 받고 있는 앞뒤 맥락을 무시한 종북공세는 무시무시할 정도이다. 우리 사회의 시계는 정지를 넘어 뒤로 가고 있는 것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1950년대에서 온 사람들이 우주선을 타고 이 땅이 아닌 달나라에서 정치를 하고 있는 동안 우리네 삶은 갈수록 피폐해져 가고 있다. 1950년대가 아닌 2013년, 달나라가 아닌 대한민국의 대전주변의 삶의 일단은 이렇다. 2009년 유성기업지회<노조>에 용역깡패를 투입해서 노조 말살을 시도한 사업주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충북 옥천의 고속도로 나들목 근처 광고철탑에 올라가 농성을 하며 사업주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유성기업 홍종인 아산지회장과 이정훈 영동지회장이 지난 10월13일부터 충북 옥천군 옥천읍 경부고속도로 옥천나들목 근처 22m 대형 광고판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한겨레21 경부고속도로 북대전 톨게이트 바로 앞쪽에 위치한 원자력연구원 정문 앞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전환을 요구하며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으로는 최초로 불법파견시정명령을 받은 원자력연구원 사측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으며 미래창조과학부와 기획재정부는 ‘원자력연구원의 도급계약 관계는 적법했다’라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대전시청 앞에서는 전액관리제를 요구하는 택시노동자들의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으며 대전교육청 앞에서 는 법외노조 통보 철회를 주장하는 전교조 조합원들이 연일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노총 대전본부에서는 11월 20일부터 대전역 서광장에서 '원자력 비정규문제 해결 촉구, 전교조 탄압 중단, 철도가스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3년 4개월간의 법정공방 끝에 복직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의 노동자 정승기씨는 복직한 지 두 달 만에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다시 해고되어 기약 없는 해고자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대전이라는 지역으로 한정시켜도 이 정도인데 전국으로 눈을 옮긴다면 또 얼마나 많은 고단한 삶의 현장이 펼쳐지고 있겠는가? 이렇듯 어려운 민중의 삶은 아무 것도 변한 것 없이 퇴행만 거듭한 채 또다시 추운 겨울을 맞고 있는 것이다. 올해를 정리하고 내년을 기대해야 하는 시기가 요즘이다. 하지만 지나온 올 한해 무엇을 정리해야 하는지, 다가올 내년에는 또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하다. 정리할 것도 없고 기대할 것도 없는 1년이 지난 어느 날이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195 | 추천: 0
송채경화/ 한겨레 기자 결혼한 지 20일째다. 결혼은 미친 짓이라고 어느 영화가 그랬다. 그거 맞는 말이다. 결혼준비를 하면서, 그리고 결혼하고 난 뒤에도 자주 드는 생각이 ‘내가 정말 엄청난 일을 저질렀구나’였다. 결혼이 엄청난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낯선 남자가 매일 옆에서 자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서로 전혀 다른 문화속에서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서 하나의 가정을 꾸려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과 조심스러움이 더 크다. 사실 아직 며칠 안 살았지만 살다보니 다른 것도 참 가지가지다. 발을 닦고 난 뒤 발매트에 대충 발바닥만 비비고 나머지는 자연바람에 발리는 방식으로 살아온 나와 달리 남편은 발수건이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소소한 차이는 곁가지에 불과하다. 전셋집을 구할 때는 나는 대출을 받아서 조금 더 넓은 집으로 가자고 주장한 반면, 남편은 형편에 맞춰 작은 집으로 들어가기를 원하는 등 삶의 방식에 대한 의견 차이도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 부부는 사귀고 나서부터 결혼을 준비하고, 또 결혼한 지금까지 한 번도 싸우지 않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놀라워 하는 사람도 있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우리에게는 의견이 서로 다를 때 논쟁을 벌일지언정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상대방의 자존심을 다치게 하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이 룰은 우리의 관계를 깨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과 조심스러움’에서 나온다. 이 룰을 핵심으로 우리 부부는 의견이 충돌할 때마다 서로 조금씩 양보해 타협점을 찾는다. 거기에 더해 ‘시월드’의 부담이 내게는 거의 없다. 결혼한 부부의 큰 스트레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시댁이나 처가와의 갈등이라고 한다. 남편이 아내와 시댁 사이에서 버팀목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못할 경우 관계는 더욱 악화된다. 다행히 내 경우 양가에서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사는지 거의 관여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남편이 오롯이 내 편이라는 신뢰가 형성돼 있어 결혼준비 등 모든 일을 남편과 상의해서 해결해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 우리 부부와 극한적인 대비를 보이는 파탄 직전의 신혼부부가 보인다. 아직 결혼한 지 1년도 안 된 부부가 싸우기도 참 박터지게 싸운다. 아내는 그 사이 집을 나갔다가 돌아오기도 했는데 남편은 돌아온 아내를 감싸기는커녕 구박만 하고 있다. 아내는 자신이 집을 나갔던 이유에 대해서 끊임없이 외쳐보지만 들리는 건 메아리뿐이다. 서로를 헐뜯기만 하는 이들은 그야말로 이혼 직전의 부부 같다. 거기에 더해 남편은 ‘마마보이’, 시어머니는 ‘헬리콥터 맘’이다. 민주당과 새누리당, 그리고 깐깐한 시어머니 노릇을 하는 청와대 얘기다. 사진 출처 - 한겨레 정권초의 여와 야는 신혼부부와 비슷한 처지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다가 만난 신혼부부처럼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진 두 정당이 새로 출범한 정부 안에서 국가 운영에 동참하다 보면 치열한 논쟁을 벌이게 된다. 세금을 어느 정도 내게 할 것인가, 복지수준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 책임과 자유의 선을 어디까지로 지정할 것인가 등 논쟁할 일이 널려있다. 국가운영의 중요한 틀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여야가 논쟁을 벌이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비정상이다. 논쟁을 통해 타협점을 찾아나가는 것이 민주주의 정치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이 논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헐뜯고 상처내면서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극한의 폭력을 방지하고자 만든 국회선진화법까지 내팽개쳐질 위기에 있다. 이성을 잃은 부부의 모습이다. 여기에 더해 박근혜 대통령이 ‘헬리콥터 맘’으로 나서고 있으니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지난 18일 국회를 방문한 박 대통령이 했던 시정연설은 여야의 관계 개선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관계를 더욱 악화시켰다. 시어머니가 신혼부부의 집을 방문할 때마다 사달이 나는 격이다. 게다가 남편은 시어머니 말이라면 무조건 복종하는 ‘마마보이’다. 박 대통령이 돌아가자마자 새누리당은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민주당이 주장해왔던 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 도입과 국정원 개혁 특위 구성 가운데 특위 구성을 수용하겠노라고 발표했다. 시어머니가 신혼부부 집을 방문해 “부부끼리 논의해서 잘해보라”고 하자, 그제서야 남편이 다가와 떡 하나를 내민 것이다. 그 떡을 보는 아내의 심정을 남편은 생각해보기나 했을까? 박 대통령이 진심으로 여야의 경색국면을 해결하고 싶다면 뒤에서 조종하는 시어머니 역할은 이제 그만 해야 한다. 여당이 스스로의 결정으로 야당과 협상하고 국회를 운영하도록 내버려 두길 바란다. 새누리당도 그만 ’마마보이’에서 벗어나야 한다. 같은 당 중진의원조차 “여당이 청와대 감싸기에만 급급하다”고 쓴소리를 하는 이유, 야당 대표가 왜 여당 대표가 아닌 대통령을 만나서 담판을 짓겠다고 나서는지 그 까닭을 여당 스스로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결혼은 미친 짓’이라는 오랜 불신을 불식시킬 수 있는 건 결국 부부의 몫이듯이 여야 갈등이라는 오래된 정치권의 악습을 없애는 건 오롯이 여당과 야당의 몫이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1353 | 추천: 5
전국완/ 중학교 교사   이번 달 초 나는 우리 반의 한 학생을 강제전출 보냈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을 위한 법률 제 17조 제1항 제8호에 의해……. 지속적인 금품갈취와 폭행이 그 이유이다. 자신보다 약한 하급생들에게 돈을 빌려서 갚지 않고, 또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고 주먹질을 해댄 것에 대한 징계이다. 3월부터 흡연으로 인한 교내봉사, 폭행 등으로 인한 사회봉사 1회, 특별교육 3회, 출석정지 등의 화려하고 무시무시한 전력을 지닌 녀석이다. 덕분에 우리 반 출석부도 깨끗할 수가 없었고 ……. 그럼에도 ‘그놈의 문제아 잘 보냈다’는 마음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남는다. 평상시 수업시간에 가끔 엎드려 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 녀석에게는 뭔가 미워할 수 없는 모습들이 있었다. 늘 선함이 묻어나는 웃음을 짓고 다니고, 뭔가 챙겨줘야 할 것 같은 빈틈이 많아 담임인 나를 포함한 다수의 여학생들에게 모성본능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옆 반의 어여쁘고 착한 여학생과 친구로 지내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고……. 학교에서 보내는 일상 속에서 담임인 나는 그 녀석의 어떤 폭력성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지극히 평범한 녀석의 일상은 방과 후부터 특별해지기 시작한다. 한동네에 사는 친구들과 어울려 근처 놀이터나 으슥한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고, PC방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고, 돈이 남으면 노래방에 가서 놀다가 밤늦게 귀가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하급생의 돈을 갈취(본인은 빌렸다고 함)하고, 분위기 험악해지면 주먹도 쓰는 것 같다. 3월 첫날부터 ‘흡연’으로 걸렸던 그 녀석과 이야기를 나눈 것도 수십 번이다. 이야기할 때마다 순순히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문을 쓰고, 사회봉사니, 특별교육이니 하는 프로그램도 착실하게 다녀온다. 그러곤 또 사고를 친다. 그야말로 사람 미치고 팔짝 뛸 일이다. 일명 ‘폭자’로 일컬어지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출석해서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변호하는 야무짐도 전혀 지니지 못했다. 문제정도가 심한 친구들이 먼저 차례차례 강제전출을 당하고, 이제 2학년 두 달여를 남기고 또 이 녀석마저 강전을 가게 된 것이다. 이 녀석을 보내는 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함께 저녁을 먹는 일밖에 없었다. 이미 전출당한 녀석 중 하나는 전출간 지 2달 만에 또 다른 학교로 전출당한 상태였다. ‘그 녀석의 전철을 밟으면 안 된다’ ‘네’ ‘어울려 다니는 친구들과도 서로를 위해 얼마동안은 거리를 둬라’ ‘네’ ‘폭자 열리던 날 우시던 엄마를 생각해라’ ‘……’ ‘상급학교도 들어가고 취직도 해야 하지 않니?’ ‘……’ 앞날에 대한 두려움과 후회로 겉늙어버린 어린 제자의 일그러진 얼굴이 지금도 지워지지 않는다. 폭력대책자치위원회 담임진술시간에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던 건 그 녀석을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녀석이 그 화려한 전적을 세우며 만신창이가 될 동안 담임인 나는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 하는 자조감 탓이 훨씬 더 컸다. 내가 왜 그 아이를 좀 더 가까이 붙잡아 놓고 지도하지 못했을까? 주말에 데리고 자장면이라도 자주 먹을 걸. 예전처럼 PC방 노래방에 쫓아다니며 지도했으면 좀 낫지 않았을까?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이런 고민들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우리 교사들 앞에 교육부가 내놓은 제안은 참으로 생뚱맞다. 점점 늘어만 가고 있는 학교폭력에 대한 예방책으로 ‘학교폭력 및 예방교원에 대한 승진가산점’ 제를 시행한단다.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전 교원의 40%를 승진가산점으로 매년 0.1점을 부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도입취지는 그야말로 거창하게시리 ‘학교폭력 근절 분위기 조성과 교원의 사기진작’이라고 명시해 놓았다. 이에 폭주하는 학년말 업무에 시달리는 담당교사는 추천기준을 만드느라 우왕좌왕하고, 결국 승진을 염두에 둔 교사들이 관련공적을 적어내느라 바쁘다. 이런 것으로 우리 교사들의 사기가 진작된다고 보는가? 그래서 사기가 진작된 교사들의 활약으로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는 건가? 점점 힘들어지는 생활지도의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고민도 없이 이런 유치한 탁상공론만 만들어 놓고 실적으로 내세울 건가? 교사와 학교를 A, B, C등급으로 나눠 몇 푼씩 성과급을 차등지급해서 교단을 헤집어 놓더니,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또 알량한 가산점을 들이대며 공적조서를 만들어내라고 하고 있다. 우리 교사들에게 학생들은 한 명 한 명이 다 귀하고, 또 아픈 손가락이다. 우리 교사들의 생활지도를 그렇게 얄팍하고 천박한 논리로 재단하다니 황당할 따름이다. 학생들이 질풍노도기를 잘 겪어내고,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학교생활에 동기를 부여해주고, 이렇게 저렇게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일이 시급하다. 상업적 마케팅으로 가득한 매체들에 포위된 채 물질과 외모만이 관심사가 되어버린 우리 청소년들에 대한 생활지도가 학교와 교사들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건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임계점에 다다른 이 문제를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진정성 있는 대안을 내놓을 수 있도록 범사회적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교사로서의 무력감과 쓰디쓴 회한을 안겨 주고 떠난 그 녀석은 나와 한 약속을 잘 지키고 있는지 궁금하다. 일단 12월 겨울방학 때까지 사고 치지 않기로 했는데, 일단 믿어 볼 밖에 도리가 없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344 | 추천: 0
손상훈/ 소셜리서치앤멘토르 기획국장   검찰총장과 같은 종교인은 죄를 짓고도 덕을 볼 수 있을까. 대검찰청 범죄분석 통계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09년까지 한 해 발생한 형법과 특별법 죄인 가운데 종교가 직업인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2006년 종교인 범죄가 약 4500건이었으나 2009년 5400건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직업 종교인이 저지른 범죄 유형의 순서를 살펴보면, 폭력 20%, 사기, 강간, 성매매,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음주운전 순이다. 드물긴 해도 마약이나 도박도 있다.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이 4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5년 6개월 동안 강간 및 강제추행 범죄로 검거된 6대 종사자는 총 1181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6대 전문직 종사자는 의사, 변호사, 교수, 종교인, 언론인, 예술인을 말한다. 직업별로 보면 종교인이 44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의사 354명, 예술인 198명, 교수 114명, 언론인 53명, 변호사 15명 등 순이었다. 이런 범죄를 저지른 직업 종교인이나, 종교계 지도자는 누구에게 상담을 하고 도움을 구할까. 검찰총장 내정자의 위치에 있는 분이 자신이 믿는 종교인에 대한 ‘부도덕한 청탁의혹’이 일고 있다면 철저한 인사검증이 절실하다. 검찰이나 경찰이 국민의 신뢰를 더 받을 수 있는 하나의 잣대는 ‘불교계 관련 의혹 수사’이다. 교단자정센터는 지난 8월 22일 대구지검 포항지청 입구에서 고위층 스님들의 상습도박의혹 사건을 신속히 수사하고 불국사를 직영사찰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출처 - 불교닷컴 불교계 시민단체들이 제기한 고위층 종교지도자들이 도박장과 상습도박을 했다는 의혹이 하나이다. 여러 단체 가운데 참여불교재가연대 전문기관 교단자정센터는 지난 8월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여 ‘불교 조계종 고위층의 도박장 개설의혹과 상습도박 사건’에 대하여 검찰의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였다. 20여명이 넘는 불교계 고위층 인사들이 줄줄이 조사를 받았지만 소문만 무성하다. 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답답한 상황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신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서울지검의 책임을 맡고 있는 분들은 종교 지도자들에 대한 엄정한 수사 의지가 있는지 그리고, 현 검찰총장 김진태 내정자가 불교계 고위직 스님들에 대한 사건에 ‘부도덕한 청탁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불교계 사정을 잘 아는 전직 총무원 관계자에 따르면, 현 검찰총장 내정자는 전 현직 총무원장들, 관람료 수입으로 돈이 많은 유명사찰 주지스님들과 골프 등 ‘고급친교’를 즐겼다는 의혹도 있다. 이런 의혹이 인사청문회를 통해 철저히 밝혀지길 기대하는 것은 물론이다. 또한 김 내정자가 청문회를 통과 한 후에라도 도박장 개설이나 상습도박 같은 종교인 범죄 행위는 철저한 수사를 공개적으로 약속하고 실행해야 한다. 종교는 같아도 죄를 저지르면 덕 볼 수 없다는 상식이 통하길 기대한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208 | 추천: 0
강국진/ 서울신문 기자   5월부터 보건복지부를 출입하면서 상당히 놀랐던 건 ‘복지국가’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진 관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일단 ‘복지’보다는 ‘보건’ 쪽이 선호부서다. 그렇다고 공공보건정책이 강하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거칠게 표현하면 ‘의료’와 관련한 업무가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물론 해외연수 기회를 이용해 스웨덴이나 독일 같은 나라에서 복지정책을 공부하며 견문을 넓히는 분들도 있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복지국가는 복지지출확대를 전제로 한다. 그것도 지금보다 몇 배는 더 많이 늘려야 한다. 당연히 재원마련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복지국가 실현에서 핵심 논제가 된다. 그런 와중에 복지국가에 반대하는 담론도 기승을 부린다. 이명박이나 오세훈이 내세웠던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은 그 중에 저급한 쪽에 속한다. 좀 더 그럴듯해 보이는 건 ‘재정건전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흥청망청 빚내다가 집안 거덜 난다며 가계부채와 정부부채를 동일시하는 비유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대통령도 그렇고 기획재정부도 그렇고 기초연금도 그렇고 각종 복지정책을 얘기할 때 재정건전성을 기준에 놓고 얘기하는 경우를 자주 듣게 된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가 일갈했듯이 “그렇게 재정건전성이 걱정되면 기초연금은 뭐하러 하느냐”는 말이 적절한 대답이 될 듯하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한 박사가 재정건전성의 논리적 허점을 까칠하게 표현한 얘기도 있다. “재정건전성만 놓고 보면 젊어서 열심히 세금 내고 환갑 되기 전에 죽는게 제일 좋은거 아니겠습니까.” 대공황이나 미국발 세계금융위기를 보면 재정적자를 ‘만악의 근원’처럼 여기며 재정건전성을 지키려는 시도가 오히려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가령,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1년 영국 정부는 실업수당 10% 삭감 등 재정적자 6억 달러(GDP 대비 2.5%)를 만회하기 위한 재정긴축정책을 실시했지만 아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문제의 본질은 재정적자가 아니라 민간 소비위축과 양극화였기 때문이다. 대공황 극복은 뉴딜정책이 상징하듯 적극적인 재정지출과 민간 소비활성화 유도를 통해 가능했고, 미국발 세계금융위기도 다르지 않았다.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한 원동력 역시 국제통화기금(IMF)이 강요했던 재정긴축과 고금리가 아니라 적극적인 재정지출과 금융완화 덕분이었다. 박근혜가 새 복지부장관 후보자로 내세운 문형표는 오랫동안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일한 학자다. 그는 재정건전성을 최우선으로 강조하는데다 복지지출 확대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그가 2006년 한 경제지 기고문에 쓴 글을 예로 들어보자. 그는 “과다한 복지부담은 근로의욕의 축소, 기업의 고용 회피 등으로 경제성장에 저해요인이 될 수도 있다”면서 “이를 고려한다면 무조건 복지지출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기고문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한국보다 2.5배나 높다는 건 인정하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복지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단순비교의 함정에 빠진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지금 굳이 복지확대를 요구하지 않아도 “2050년께 우리나라 복지지출 수준은 (독일이나 스웨덴 등) 현재의 고복지국가들과 유사해질 것”이라면서 자신이 비난했던 '단순비교의 함정'에 스스로 자신을 빠트리는 결론을 내렸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사진 출처 - 서울신문 문형표는 박근혜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시절이던 2004년부터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기초연금’을 주장해온 핵심 ‘멘토’ 가운데 한 명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박근혜는 2004년 3월 한나라당 대표가 된 뒤 연금 전문가들로 특별팀을 구성했다. 안종범(성균관대 교수, 현 새누리당 의원), 김용하(순천향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문형표도 그 중 핵심 멤버였다. 이들의 논의 결과는 그 해 12월 의원 윤건영(현 연세대 교수)이 대표 발의한 국민연금 개정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취지는 지금도 살아 숨쉰다. 법안의 핵심은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을 분리하는 것이다.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가입자 평균 소득월액의 20%를 지급하고, 소득비례연금은 본인 평균 소득의 20%로 낮춰 소득대체율을 당시 60%에서 40%로 삭감하자는 것이다. 대신 연금보험료를 9%에서 7%로 낮추는 내용이 들어갔다. 이는 곧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폐지하고 ‘덜 내고 덜 받는’ 공적연금 체계를 만들자는 의미다. 재정건전성을 재정정책에서 최우선 과제로 두는 경제학자가 복지부 장관이 된다고 생각해보자. 재정건전성에 좋지 않다며 복지지출 확대도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긴축을 위한 복지지출통제’를 소신으로 견지하는 학자를 복지부 장관으로 앉히겠다는 것은 복지정책을 ‘경제개발’ 정책에 종속시키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정부 복지정책의 큰 그림은 복지확대에서 완전히 멀어졌다. 작년 대통령 선거에서 내놓았던 각종 복지공약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거기다 국민연금의 공적기능을 대폭 약화시켜 삼성생명 같은 민간보험처럼 만들수 있는데 그게 10년 가까이 대통령과 공유해온 소신일 가능성이 높다. 한마디로 국민들은 뒷통수 제대로 맞았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193 | 추천: 0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혹시 일본의 헌법 9조를 아시나요? 한국 헌법도 잘 모르는데 일본의 헌법 9조를 모르는 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이 헌법 9조는 한국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고, 매우 중요한 역사적 배경과 내용을 가지고 있다. 조항은 다음과 같다. 9조 1항 일본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 평화를 성실히 희구하고, 국권의 발동에 의거한 전쟁 및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영구히 이를 포기한다. 2항 전항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하여 육해공군 및 그 이외의 어떠한 전력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 역시 인정치 않는다. 간략히 설명하면 일본은 군대를 보유할 수 없고, 교전(交戰)의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일본은 자위대라는 사실상의 군대를 가지고 있지만, 이 조항 때문에 군대라 하지 않고 자위대(치안유지 목적의)라 불리는 처지이다. 배경을 잘 모르는 일본인들이라면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헌법 9조는 인류역사상 최악의 참사라 여겨지는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으로서 인류의 재앙인 전쟁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반성이자 인류에 대한 약속이다. 이러한 평화헌법 9조가 제정 60년을 넘긴 지금 최대의 위기에 빠져 있다. 매체를 통해 자주 등장하는 보수 우익성향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공공연히 헌법 9조를 개정하여 국방군을 보유하고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고 최근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도 아베 총리의 당이 승리를 거둠으로써 그의 발언은 위협적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우려스러운 상황을 깨기 위해 최근 일본에서는 평화헌법을 지키기 위한 일본의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해외 각지의 인사들이 참가한 ‘9조 간사이 세계대회’가 개최되었고, 운이 좋게 민변 회원들과 함께 대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간사이 세계대회 포스터 사진 출처 - 필자 일본에 가기전만 해도 일본의 이미지는 정치인들의 우경화된 발언과 위안부 할머님들에 대한 망언들, 보수 우익정당의 선거 신승,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 반한류 시위 등 온통 걱정스럽기 그지없었다. 막상 일본에서 대회에 참석한 분들뿐만 아니라 여러 다양한 분들을 만났는데 우려했던 것 보다 정치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조금은 무덤덤한 모습이었다. 생각해보니 한국의 연평도 포격이나 천안함 사건 때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과 비슷하지 않았나 싶다. 참고로 연평도 때인가 술 먹고 밤 늦게서야 집에 돌아갔는데 이를 외국인 친구가 알고 엄청 용감하다고 해서 참 어이없던 기억이 난다. 국제대회 모습 사진 출처 - 필자 여하튼 일본시민사회가 오랫동안 준비한 ‘9조 간사이 세계대회’는 10월 13일, 14일 양일간 일정으로 진행되었는데 첫 번째 일정은 해외 참가단들과 일본 지식인들이 함께 평화헌법 9조가 가지는 의미와 역사적 배경, 왜 지켜져야 하는지, 그리고 9조가 동북아지역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어떠한 역할을 가지는 지에 대한 학술세미나들로 이뤄졌고, 그 다음날은 오사카종합체육관에서 일본 각지에서 모인 1만 명 이상의 일본 시민사회 사람들과 함께 각종 행사와 퍼포먼스를 하며 9조를 지키기 위한 국제 대회가 있었다. 두 번째 날 행사장 밖에는 무수히 많은 부스가 설치되어 환경, 생태, 핵문제 등 일본의 다양한 시민사회의 목소리와 현안을 볼 수 있었고, 행사장 안에는 대규모 합창과 춤, 퍼포먼스, 젊은이들의 발언 등 웅장한 국제행사를 경험할 수 있었다. 개인적인 관심사이기도 하지만 학술세미나가 열렸던 첫째 날 미국 퇴역대령이자 현재 평화활동가인 Ann Wright씨는 이라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이라크 전쟁은 현재 아무런 해결도 남기지 못한 채 지금까지 이라크인들과 주변국 민중들에게 고통과 피해만을 남기고 있다고 이야기 하였고 여전히 미국은 각 지역의 분쟁지역에서 무력을 활용한 평화구축을 설파하며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는데 이것이 지구촌의 분쟁해결을 위한 어떠한 역할을 하였는지 되물어봐야 할 때라고 하며, 국제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전쟁 및 무력의 행사를 금지하는 헌법 9조가 얼마나 지켜야할 가치인지 이야기할 때 깊은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국제대회에서 보여준 일본 시민사회의 노력과 참여도는 외부에서 일본을 볼 때와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게 해주었고, 이들의 노력에 한국의 시민사회도 적극적으로 연대하여 힘을 실어 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심어주었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이 행사에서 연세가 많으신 할머님 할아버님들을 꽤나 많이 보았는데, 이 분들은 상당히 평화적이고 反戰 성향이며 길거리에서 홍보전단지도 나눠주고 서명도 받는 등 헌법 9조를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보수 어르신들을 시위장에서 자주 뵙기는 하나 (물론 전체는 아니겠지만) 왜 이렇게 다른지, 지난 주 촛불집회에는 유난히 보수측 어르신들 마이크가 크게 틀어져, 종북세력 죽이네 살리네 하여 집회 내내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두 곳 다 전쟁을 겪었고 전쟁을 이야기 하며 전쟁 반대를 목 놓아 외치지만 그 내용과 행위는 천지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행사장 인근에서 활동하시는 일본 어르신들 사진 출처 - 필자 일본에서 돌아와 다시 한국에서 일상을 지내고 있다. 그리고 최근 국정감사를 통해 연일 국정원뿐만 아니라 군당국도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밝혀지고 있는 듯 하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정치는 혼탁하고 과거 어두운 시대로 역행하고 있는 거 같아 걱정스럽다. 그래도 시청 앞에서 촛불을 드는 사람들이나 9조 세계대회에서 9조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어 너무 다행이고 든든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사람 인원수는 이쪽이 훨씬 많을 것이다. 시대는 다시 앞으로 전진 할 것이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201 | 추천: 0
홍성준/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처장 일교차가 큰 가을 날씨처럼, 필자가 일하는 투기자본감시센터는 감정의 기복이 크다. 지난 9월 13일에는 피해금액 3,400억 원대의 800여 피해자를 양산한 CP(기업어음) 사기발행 사건으로 주범인 LIG그룹의 “재벌총수” 인 아비와 그 둘째 자식과 고위 임원들이 1심 법원에서 중형을 받아 구속처벌을 받았다. 2년 6개월 피해자들과 함께 투쟁해서 얻은 승리라서 기쁘다. 하지만, 형사법원에서 피해배상 명령이 없었고, 피해자들은 전혀 반성하지 않는 자본가들과 지난한 민사소송 재판이 기다릴 것이다. 다시 9월27일에는 “키코(KIKO)는 환헤지 목적에 부합, 불공정 계약이 아니다”라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고, 키코 피해 수출기업들의 부당이득금반환 소송 4건은 몽땅 패소했다. 그들 피해기업들과는 지난 2년여 연대를 해온 처지인지라, 투기자본감시센터 또한 크게 분노했다. 대법원의 “법조귀족”들은 키코가 사기성 금융상품이라는 국내외에서 터져 나오는 비판을 외면하고, 은행이라는 막강한 금융자본의 우월적 지위를 통한 금융수탈을 정당화 시켜주었다. 최근 동양그룹의 기업어음 등으로 수많은 금융피해가 발생했다. 피해사태는 일파만파 연일 커지고 있다. 원래부터 재무상태가 취약해서 기업어음(CP)와 회사채를 발행하여 근근이 자금조달을 해오던 동양그룹이 매일 수십억 원의 만기도래 어음으로 위기에 빠져 들었고, 지급이 불가능해지자 그룹자체가 해체되고 있다. 그런데, 동양그룹은 기업어음을 1조원, 회사채를 1조원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한 반면 금융권을 통해 조달한 액수는 9천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기업어음 4천563억 원을 개인투자자 1만5천900명에게 판매하였고, 회사채는 거의 전량을 개인투자자 3만1천명에게 판매하였다고 한다. 즉, 이들 5만여 금융소비자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필자가 여기서 강조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연일 회자되고 있는 “불완전 판매”라는 논리의 부당성이다. 금융당국, 언론, 일부 시민단체에서 해당 금융사의 “불완전 판매”를 그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진단이다. 또한, 그런 잘못된 진단에 기반을 하면 피해구제 방안도 엉뚱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 그것은 “키코 사태"나 ”저축은행 사태“와 같이 대량 피해를 양산하는 다른 금융상품 피해사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금융피해 양산의 주된 책임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의 “불량한 감독”에 있다. 더불어 엉성한 법제도에 원인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의 책임을 추궁하고, 보다 엄격한 규제와 효과적인 피해구제를 규정하는 법제도 마련을 위한 입법운동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불완전 판매라는 것은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를 보다 상세하게 금융소비자에게 제공하지 않고 판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제공될 금융상품 정보의 내용과 양이라는 것 자체가 합리적으로 규정하기 어렵다. 금융상품 자체가 과학적 입증이 가능하고 합리적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을 자극하는 정보들에 기반을 하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금융피해 사건의 원인을 불완전 판매로 규정하는 순간, 해당 금융사와 개별 금융소비자 각각의 사이에서 일어난 민사 사건으로만 한정하게 만든다. 그 후, 피해구제도 민사 법정에서 이뤄지는데, 피해를 입은 금융소비자가 민사법정에서 자신이 당한 불완전 판매를 스스로 입증해야만 한다. 그 결과, 온전한 피해구제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 그나마 막강한 금융사를 상대로 법정에서 이긴다는 것도 오랜 시간을 낭비하고, 전체 피해금액의 아주 약간만 “보상”받는 실정이다. 또한, 불완전 판매가 함의하는 논리에는 금융피해 책임을 금융사를 소유지배하는 금융자본이 아닌 근무하는 금융노동자에게 전가시킬 위험이 크다. 매일매일 금융상품 판매압박에 시달리는 노동자의 처지에 대한 몰지각한 태도가 불완전 판매 운운하는 것이다. IMF사태 이후, 대부분의 금융기관은 투기자본들에게 장악되어 금융공공성이 실종되었고, 오로지 투기자본의 고수익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것이 실상이다.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도 동양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9월 들어서도 직원들에게 계열사 CP판매를 독려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거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처지를 감안하면, 그들의 불완전 판매를 탓하는 것은 본질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금융상품, 그것도 피해위험이 높은 금융상품을 관리 감독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 금융감독원 등 정부 당국이란 점을 상기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금융상품 설계와 판매를 개별 금융사,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에게 맡기는 것은 개별 금융소비자의 처지로 볼 때, 연약한 초식 동물들을 사나운 맹수의 아가리로 몰아주는 것처럼 위험하고 불공정한 것이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의 직무유기이다. 동양증권 직원·투자자들이 현재현 회장 자택앞에서 항의시위하는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따라서 이번 동양그룹의 기업어음 피해사태에서도 “불량감독”을 한 금융감독원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동양그룹이 부채율이 1200%에 달하는 등 부실에 빠진 상황에서 회사채와 기업어음 등 금융상품을 파는 것에 대하여, 수수방관한 채 아무런 경고 장치를 작동하지 않았다. 오히려, 금융감독원은 지난 3년간 동양증권을 4차례 검사하면서도 매번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 등 기관 투자자들에게는 "투기 등급의 CP를 아예 보유할 수 없다."는 내용의 내규를 만들도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 감독권을 행사하고 있으나,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위험하다는 신호조차 전혀 보내지 않았는데, 이는 명백한 잘못이다. 다수 피해자가 발생하자 금융감독원이 이제 와서 금융소비자 보호 운운하는 것은 가증스러운 태도이다. 따라서, 금융감독원의 직무유기에 대한 형사 책임을 묻는 제소가 당장 필요하다. 또한, 그 동안 한국 사회는 저축은행 사태, 키코 사태 등 유사한 사태가 연속적으로 발생해 심각한 금융피해 발생으로 고통을 받았다. 그러는 동안, 그 어디에도 정부는, 금융당국은 없었다. 오히려, 드러난 것은 금융관료들의 무능과 부패, 불법이다. 마지막으로, 금융자본 규제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소위 말하는 개인투자자, 금융소비자, 즉 평범한 시민들은 기껏해야 판매사의 창구에서 신용평가회사의 신용등급 정도만을 고려하여 투자를 결정하고, 재무제표 등을 본다 하더라도 이를 분석하여 기업의 재무 구조 등을 파악하기는 어려운 것이 실정이다. 기업내부 정보를 충분히 알 수가 없는 이러한 개별 금융소비자를 상대로 기업어음 등을 무한정 팔고 있는 금융시장이 문제다. 관련법인 자본시장통합법에는 기업어음 개인판매에 대한 규정 자체가 아예 없다. 따라서 위험한 금융상품은 개별 금융소비자를 상대로 일체 판매할 수 없도록 법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아울러, 신속한 피해구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대개의 금융피해자들은 평생 모은 수 천만 원 노후자금을 금융자본에게 몽땅 빼앗긴 경우에 해당 한다. 조지 소로스나 워랜 버핏, MBK파트너스 같은 “큰 손”이 아니다. 몽땅 금융수탈을 당한 이들 피해자들이 민사소송 재판을 통해 피해구제를 받아야 하는 현행 법제도는 끔찍한 악법이다. 따라서 먼저 정부가 신속하게 피해구제를 한 연 후에 수탈을 저지른 금융자본에게 공권력을 동원해서 피해금액을 회수해야 한다. 징벌적 배상명령을 내려야 한다. 이런 것은 무능하고 부패한 현재 금융당국의 금융관료가 아닌 독립된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를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 독립된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는 금융피해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공감하는 인사들로 구성되어야 신속하고 효율적인 피해구제가 가능하며, 나아가 유사 금융피해 재발을 막을 수 있다.
2017-07-12 | hrights | 조회: 218 |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