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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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가시’는 현장을 살아가는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칼럼 공간입니다.

‘목에가시’는 길주희(인권연대 연구원), 김성은(서울신문 기자), 김태형(프리랜서 방송작가),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총장), 박용석(출판업), 신종환(공무원), 윤요왕(춘천별빛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이동화(아디 사무국장), 이라영(문화평론가), 이승은(행정사), 이원영(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 정한별(사회복지사) 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길주희/ 인권연대 연구원   간단하고 당연한 명제다. 청년을 위한 정책과 행정은 청년 당사자의 의견과 경험이 꼭 필요하고, 초중고등학교 교육 정책과 행정에는 유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한 교사 당사자의 의견과 경험이 반드시 녹아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정책을 만들거나 관련 실무에 착수할 때, 이 당사자들은 얼마나 참여하고 있을까. 그 단면을 지난 2월 6일, ‘국무총리 주재 제1차 청년 정책 관계 장관 회의’ 라이브를 통해 확인했다. 부처 간 흩어진 청년 정책을 하나로 모으는 출발점이자, 일자리, 주거, 참여(정부위원회 청년 참여)를 3대 핵심과제로 두고 이야기하는 장이었다. 여야 청년위원장이 함께 참석한 회의에서 오창석 청년재단 이사장은 “그냥 듣고 가려고 했는데, 한마디해야겠다”라며 발언을 시작했다. 회의 시작 후 약 1시간 11분이 지난 후였다. 참석자들의 현실 모르고 떠드는 탁상공론에 지켜 갈 때쯤 ‘아, 이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지!’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특히 “혼인 신고하면 바보라는 말이 온라인에서 조금만 찾아보면 많이 나온다”라고 말하며 답답해한 장면은 이미 크게 화제가 되었으니 여기서 자세히 다루진 않겠다. 사실 막 ‘청년’에서 중년에 접어든 입장에선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이었는데, 적어도 현장에 참여한 이들은 잘 모르는 정보인 듯했다. 오 이사장은 <사장 남천동>에서 가져온 재미있는 이미지는 유지하면서도 온오프라인에서 체험한 ‘진짜 정보’를 내었다. 청년이었던(그 역시 나이로는 중년에 막 접어들었다) 당사자이기에 너무도 익숙한 내용을, 청년에게 꼭 필요한 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 이야기한 거다. 교육 정책과 행정도 그렇다. 우리 교육을 책임질 수장을 볼 때 중요한 건, 누가 학교 현장의 언어를 이해하고, 현장의 언어로 소통하는가다. 교육이 이루어지는 진짜 장소는 문서와 토론장 위가 아니라, 아이들의 성장과 선생님의 교육 철학이 깊게 스며든 교실 안이다. 그러나 직선제 교육감 시대가 열리고 15여 년이 흐르는 동안, 대학교수의 연구실이나 관료의 집무실을 거쳐 온 이들이 교육의 수장이 되는 풍경은 너무도 익숙해져 버렸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진짜 학교의 언어를 이해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2010년 직선제 이후 당선된 전국 교육감 중, 초중고등학교 교사 생활을 한 교육감들은 총 12명(각 교육청과 선거 정보 등 노출된 정보에서 추렸으므로 오차가 있을 수 있다)이 있었다. 전체 당선자의 약 20.7%에 불과한 이들이 보여준 변화는, 단순한 수치로만 설명할 수 없다.   충청북도 교육청   몇 가지 사례를 보자. 강원도의 민병희 교육감은 교사 시절, 점심시간에 ‘가난의 증명서’를 내미는 아이들의 상처를 보며 전국 최초의 무상급식을 시행했다. 이는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모든 아이가 평등한 권리를 가진 주체임을 교실에서부터 확인시켜 준 일종의 사건이었다. 경남의 박종훈 교육감은 교사들을 괴롭히던 ‘공문의 늪’에 주목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상담해야 할 시간에 수십 통의 공문을 처리하느라 바쁜 교사들의 비애를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교무행정 업무를 전담하는 팀을 꾸려 교사를 행정의 도구가 아닌 교육의 주체로 되돌려 놓는 일에 착수했다. ‘선생님을 오롯이 아이들 곁으로’라는 그의 공약은 행정 전문가가 아닌, 수업의 가치를 아는 교사 출신이었기에 나올 수 있었다. 울산의 고(故) 노옥희 교육감과 그 뜻을 잇는 천창수 교육감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공업도시 울산의 학교 현장에서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을 보았다. 이에 직업계고 학생들을 위해 취업 지원을 강화하고, 학교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교육의 동반자로 대우하며 처우를 개선하는 일들을 수행했다. 이는 교육 현장에서 직접 배우고 느낀 깨달음에서 비롯되었다. 충북의 김병우 교육감이 추진한 학교 공간 혁신도 그렇다. 학교는 감옥 같은 사각형 건물이 아니라 아이들의 감성이 자라나는 집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딱딱한 복도 끝에 아이들이 쉴 수 있는 소파를 놓고, 교실 숲을 가꾼 것은 아이들의 행동 양식을 관찰해 온 교사의 세심함이 빚어낸 결과로 볼 수 있다. 2026년 현재도 많은 석학이 우리 교육의 수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초중고 교사 출신들이 보여준 ‘현장 밀착형’ 행정은 독보적인 가치를 지닌다. 이들은 교육부의 지침이 학교 현장에서 왜 겉도는지를 경험으로 알고 있으며, 교사들이 새로운 일을 주저할 때 무엇이 그들의 발목을 잡는지 짚어낼 수 있다. 교육은 이론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삶 그 자체다. 이론으로 무장한 전문가보다 중요한 건, 아이들의 하루를 함께 살아본 사람이다. 20% 남짓한 이들이 일궈낸 혁신의 씨앗은 이제 대한민국 교육의 보편적인 상식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가 더 많은 교사 출신 교육감을 기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학교의 진짜 주인인 학생과 교사의 마음을 가장 깊이 헤아리는 사람, 그들이야말로 우리 교육의 미래를 교실에서부터 다시 설계할 수 있는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2026-03-17 | hrights | 조회: 47 | 추천: 4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총장   내가 사는 은평구 구산동의 아파트는 22년 2월 3일 사용 승인이 난 나름 5년 차밖에 되지 않은 단독 2단지 146세대 새 아파트다. 나는 재건축 허가 조건의 장애인 특별 공급 당첨으로 –이 제도는 무주택 세대 구성원인 등록 장애인에게 일정 규모 이하의 분양·임대 아파트를 우선 공급하는 제도이다. 배점 기준에 따라 추천받으며, 평생 1회 제한이 있다.- 21년부터 은평구 주민이 되었다. 20년 넘게 기다린 아파트 입주는 행운이었으나 500세대 이상 대단지가 아니라서 생애 첫 주택 대출이 되지 않아 주택구입 자금 마련에 많은 애를 먹었다. 그럼에도 굳이 내가 서울 서쪽 끝 은평구 구산동에 살기로 한 것은 아파트 재건축한 주민들이 다들 구산동에서 사신 분들이고 은평구 전체나 구산동 자체가 장애인 거주민의 비율이 높아, 관련 종사자들도 많아서 이제껏 당한 장애인 차별이 이 동네에서는 없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승강기가 1대밖에 없어서 승강기 고장이나 교체할 때 과연 아파트 관리위원회가 대체 수단을 마련할지 걱정되고 주차장도 많이 적어서 갈등이 염려되었다(인권위는 2026년 공동주택 승강기 공사 시 장애인 불편 최소화해야 한다는 권고를 내린 바 있다. 사건 24진정0849000 아파트 승강기 공사 과정에서의 장애인에 대한 장애 차별). 여전히 나는 아파트에서 서로 만나면 인사하는 최초 입주자이다. 그러나 나는 서오릉 고개 너머로 가는 큰길로 바로 나가는 아파트 정문을 이용할 수 없다. 오토바이 출입을 막고 입구 놀이터 안전을 이유로 큰 화분으로 좁은 틈만 있다. 전동 스쿠터나 휠체어는 물론 목발 사용자도 출입이 어렵다. 나는 다른 입주자와는 달리 수국사 쪽 아파트 후문을 100미터 이상 돌아 나와야 외출할 수 있다. 아파트 후문은 자동차가 드나드는 길이지, 걷는 사람을 위한 주 출입구는 분명 아니다. 입주자의 법적 권리와 편의를 침해하는 사항을 넘어 기본적인 안전의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아파트 관리 측에 이제껏 딱히 문제 제기하지 않았다. 큰길가에 오토바이의 출입을 제한한 이유가 되는 어린이와 보행자의 안전을 먼저 배려했기 때문이다. 우리 아파트의 장애인 주차구역은 1층에만 설치되어 있다. 영하 10도의 눈보라가 치고 태풍이 와도 장애인 주차 구역을 이용하려면 목발 사용자인 나는 고스란히 눈비를 다 맞아야 한다. 먼지를 뒤집어 써야 한다. 또 장애인 주차구역이 소방도로와 근접해, 별도로 사다리 설치를 방해하는 지붕을 설치할 수 없다. 그래서 엄연한 불법이지만 이삿짐 차량이 오면 이사하는 새 이웃을 위해 굳이 힘들게 목발을 짚고 내려가 차를 일반 구역으로 옮겨 주어야 한다. 장애인 특별공급을 전제로 재건축을 허가받은 아파트가 모든 입주자가 이용할 수 있는 지하 1층 주차장에는 장애인 주차 구역을 설치하지 않는 것은 주차비 건설 설치비를 분담한 입주자로서 명백한 재산권 침해이자 장애인 차별금지법 위반이다. 이미 2020년 인권위는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지상 또는 지하 주차장 한쪽에만 설치하는 것은 장애인 차별”이라 권고한 바가 있다(사건 19진정0137700 보행 장애인에 대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이용 차별).     그래도 나는 한 번도 문제 삼지 않았다. 세대수에 비해서 전체 주차가 많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하에 자리가 남아도 날씨가 많이 궂지 않으면 늘 비어 있는 장애인 주차 구역에 주차했다. 모든 이의 편하고 적게 걷고 싶은 욕망은 인정해야 한다. 내 주차 이용이 침묵을 깬 것은 지난 전기차 화재 사건이 처음이었다. 우리 아파트 관리 측은 공개적으로 지하에 장애인 차량을 주차하면 어떤 처벌을 하겠다고 공지했다. 나는 아파트 주민 단체방에서 아주 정중하게 철회를 요청했다. 그런 공지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조용히 사라졌지만, 이번 겨울 혹한에는 거의 지하에 주차하지 못했다. 이번 3월이 되어야 겨우 지하 주차장의 주 출입문과 거리가 먼 곳에 겨우 자리가 생겨 미세먼지라도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아파트 관리소장 측이 나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걸어 장애인 주차 구역에만 ‘꼭’ 주차해 달라고 요구했다. 장애인 관리소장의 무지하고 무식한 명령은 나처럼 아파트에서 특정하기 쉬운 소수의 장애인 입주자에게는 -우리 아파트에는 장애인 특별 공급세대는 딱 2세대뿐이다.- 결국 협박이자 강요였다. 장애인 주차 가능 표지를 부착한 차량에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만 주차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는 시설물의 소유·관리자는 장애인이 해당 시설물을 이용할 때 장애인을 제한·배제·거부하거나 부당한 조건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장애인 차별금지법 제18조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직접차별이다. 슬픈 건 내가 다른 사람의 차별에 저항하는 인권활동가이자 국가인권위원회의 장애인 차별 분과 전문 위원이지만, 관리소장이라는 위치 권력자 앞에서는 한낱 민원 넣겠다는 정도밖에 말하지 못하는 소수의 약자라는 것이다.   민원 넣겠다고 화를 낸들 정작 이런 문제는 은평구청 중 어디에, 은평구에 있는 그 많은 장애인 단체, 복지 단체 중 어디에 하소연해야 할지 막막했다. 이런 당연하고 사소한 권리조차 자연스럽게 누리지 못하고 이런 서글픈 차별과 격리의 전화를 받았을 때는 어떤 사람이라도 움츠리고 무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장애인 주차구역은 장애인의 이동 편의를 위해 '우선적'으로 제공되는 권리이지, 일반 주차구역 이용을 제한하는 '격리' 공간이 아니다. 장애인이 일반 구역에 주차하는 것은 자유이며, 이를 제지할 법적 근거는 없다. 은평구, 우리 동네에서 장애인에게 자유롭게 주차할 권리를 달라 요구할 줄은 미처 몰랐다. 차별은 그런 것이었다. 반백년을 경험해도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다.   본 원고는 <은평 시민의 신문>에 올린 칼럼을 수정·추가 보완하였습니다.  
2026-03-17 | hrights | 조회: 16 | 추천: 1
이승은/ 행정사   1. 수화기 너머로 쏟아진 통곡 제복을 벗고 학교폭력 전문 행정사로 첫발을 내딛던 날들, 저는 학폭 상담 오픈채팅방에서 한 아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자폐스펙트럼이라는 얇고 투명한 벽을 사이에 두고 세상과 마주하던 피해 학생, 정연이(가명). 채팅창 너머로 조심스레 고민을 꺼내던 아이와 처음 전화가 연결된 순간. 수화기를 타고 넘어온 것은 말이 아니라, 거친 숨소리와 함께 터져 나온 통곡이었습니다. “너무 억울해요.” 그 말과 함께 터져 나온 울음은 한참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잦아드는 울음 끝에 걸린 한마디. “도와주세요, 제가 행정심판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 말이 저를 이 사건의 한가운데로 이끌었습니다.   2. '혼잣말'이라는 이름의 방패 정연이가 직접 정보공개청구해서 받아 낸 학폭위 회의록에서 마주한 것은 우리 학폭 행정의 차가운 민낯이었습니다. 가해 관련 학생 박주영(가명)은 수행평가 시간, 정연이의 귀에 대고 “장애인 새끼”, “죽어”라는 말을 수차례 내뱉었습니다. 그런데 심의위원회에서 가해 학생이 꺼내 든 방패는 ‘혼잣말’이라는 변명이었습니다. 학원 친구 때문에 짜증이 나서 혼자 중얼거린 것뿐이라고. 정연이에게 한 말이 아니라고. 더 참담한 건 그다음이었습니다. “가해자가 패닉 상태라 독백했을 것”이라며 심의위원들이 그 변명에 동조했습니다. 정연이가 용기를 내어 켠 휴대폰 녹음기, 그 증거는 오히려 “가해자를 몰아붙인 행위”로 뒤집혔습니다. 피해자의 용기가 외면받는 순간, 저는 그 자리를 기억해 두기로 했습니다.   생성 이미지 3. '성장'이라는 이름의 사과문 학폭위 심의 결과는 제1호 서면사과였습니다. 가해자가 제출한 사과문을 펼쳤습니다. 정연이에 대한 미안함은 단 한 줄도 없었습니다. 대신 이런 문장이 가득했습니다. “저는 이번 일을 통해 성장을 했어요.” 타인의 영혼을 짓밟은 대가가 가해자의 ‘성장’이라니. 이보다 잔인한 역설이 있을까요. 끝이 아니었습니다. 법으로 금지된 즉시분리조치 기간, 가해자는 정연이에게 접근해 스스로 해명을 늘어놓았습니다. 2차 가해였습니다. 그런데 교육청은 이를 ‘화해를 위한 노력’으로 기록했습니다. 불법이 노력으로 둔갑하는 것. 그것이 제가 마주한 학폭 행정의 현실이었습니다.   4. 다시 펜을 잡는 이유 심리검사 결과지에는 ‘정서적 위기’라는 건조한 단어만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는, 밤마다 잠 못 들며 자살 관념에 시달리는 열일곱 살 아이의 울음이 숨어 있었습니다. 경찰 시절, 선후배에게 자주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일을 너무 열심히 하지 마라. 남들 하는 만큼만 해라. 안 해도 되는 건 하지 마라.” 들을 때마다 묘하게 부끄러웠습니다. 열심히 한 게 아니었으니까요. 원칙대로 하려고 노력했을 뿐. 그 말이 경찰 조직 안에서만 들리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정연이의 회의록을 읽으며 알았습니다. 원칙은 선택적이었습니다. 피해자를 위해서는 안 해도 되는 건 하지 않았고, 가해자를 위해서는 안 해도 되는 걸 기꺼이 했습니다. ‘패닉 상태의 독백’이라는 해석도, 불법 접근을 ‘화해 노력’으로 기록한 것도, 누군가 공을 들인 결과였습니다. 제복을 벗고 나서야 자리가 생겼습니다. 타인의 평가를 의식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자리. 이 글도 그 자리에서 씁니다. 눈치 보지 않고.   정연이의 울음은 ‘혼잣말’이라는 이름으로 묻혔습니다. 아무도 듣지 않기로 한 것처럼. 그래서 씁니다. 묻힌 것들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누군가는 들었다는 것을. 이 기록이 정연이의 억울함에 이름을 돌려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6-03-10 | hrights | 조회: 75 | 추천: 5
이라영/ 문화평론가   안희정이 지난 2월 7일 공식 석상에 등장했다. 2018년 비서에 의해 처음 그의 성폭력이 폭로된 이후 8년 만이다. 박정현 부여군수 출판기념회에 등장했고, 현장에 있던 의원들이 크게 환호했다고 알려졌다. 지방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가 곳곳에서 이어지는 중이다. 정치인의 출판기념회가 ‘출판’이 아닌 정치를 위한 자리라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8년만’이라고는 하지만 지난 8년간 안희정은 꾸준히 정치적인 몸이었다. 그의 수감 생활 중 모친상과 부친상이 이어졌고, 그때마다 정치권에서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인간적으로 조문할 수는 있지만, 사회적 참사 희생자들이 정치에 휘말려 제대로 애도받지 못한 사건들을 떠올리면 성폭력 가해자 안희정을 둘러싼 이 ‘조문 정치’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직접 공식석상에 나타나기까지 했다. 형을 다 살았으니 그래도 괜찮을까. 비서를 성적으로 착취한 사람이 실형을 살고 난 후에 정치에서 다시 호명된다면 이 사회가 성착취를 사소하게 취급하는 신호라고 봐도 무방하다. 안희정의 등장을 비판하는 이유는 단순히 전과자의 사회 복귀를 막자는 게 아니다. 한국사회에서 ‘위력에 의한 성폭력’ 가해자로서 그가 끼친 악영향이 크다. 안희정은 2018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2019년 2심에서 유죄가 되어 3년 6개월의 실형을 살았다. 1심에서는 도지사의 지위가 위력으로 인정되지 않았고, 2심에서는 위력 행사가 인정되었다. 이 판결은 위력에 의한 성폭력에서 그 ‘위력’의 개념과 범주를 구체적으로 인정한 중요한 사건이다. 여성 노동자의 노동환경이 권력에 의한 성폭력에 취약한 상황임을 공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다. 그런 당사자가 사과와 반성도 없이 지지받으며 등장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지난 8년의 세월을 부정하는 것이다. 여성들은 ‘미투’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애를 쓰는데 현실 정치는 이에 부응하지 못한 채 인권의 시계를 계속 거꾸로 돌리고 있다.   JTBC 뉴스 영상 갈무리   안희정의 등장보다 문제가 있는 모습은 그의 등장에 환호하는 목소리다. 나아가 안희정의 정치 복귀를 비판하는 입장을 비난하는 목소리이다. 이들은 8년이나 시간이 지났고, 이미 수감생활까지 다 마쳤는데 뭐가 문제냐는 것이다. 일시적 해프닝일 수 있지만 결코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이는 위험한 전조증상이다. 민주당 출신 지자체장’들’의 비서 성폭력 역사를 복기하기 바란다. 폭력은 단 한 사람의 가해자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방관하는 주변인과 주제넘게 용서를 말하는 제삼자들의 담합으로 폭력의 구조를 만들어낸다. 안희정이 8년 만에 공식석상에 등장해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는 모습은 역설적으로 그의 ‘위력’이 여전히 공고함을 방증한다. 법적 처벌을 받으면 죗값을 치렀다는 착각이 갈수록 팽배해지고 있다. 이 생각이 왜 위험한가. 법은 언제나 최소한의 도덕이다. 도덕이 위태롭게 유지될 때 법적 책임도 아슬아슬하게 지켜질 것이다. 정치적 책임 따위는 실종된 토양에서 자라나는 정치는 큰 우려를 자아낸다. 윤리적 책임이 파탄 난 사회에서 법적 책임은 잘 지켜질 수 있을까. 그럴 리 없다. 법적 책임에 함몰된 사회는 법적 책임조차 온전히 묻지 못한다. 법적 책임이 모든 책임을 다 포함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안희정의 폭력을 안희정 개인의 문제로 급격하게 좁히기를 원한다. 오직 안희정이라는 특수한 인물이 어쩌다가 저지른 잘못이기에 그의 수감생활로 죄를 씻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안희정’들’을 방관한다. 사실상 ‘법적으로는 문제 없다’라는 말은 사회의 윤리 체계를 파괴하는 말이다. 다시 말해 양심의 실종이다. 양심이 없어도 될 권리를 주장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 간절하게 필요한 책임은 정치적, 윤리적 책임이다. ‘정의를 위한 정치적 책임’(아이리스 매리언 영)이 필요하다. 법적 책임은 처벌받는 개인에게 책임의 범주를 좁힌다. 반면 윤리적, 정치적 책임은 법적 책임을 넘어서 더 많은 사람에게 구조적 책임을 묻는다. 다시 말해, 법적인 처벌을 다 받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안희정에게만 책임을 물을 뿐, 안희정들의 증식을 외면한다는 뜻이다. 개인적 책임에서 정치적 책임으로 나아갈 때 사회의 부정의한 구조를 바꿀 수 있다. 안희정들의 난립을 막고 싶다면 안희정의 정치 복귀를 단호하게 반대하자. 법적 처벌을 받았다는 것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정치적 책임을 다했는지 질문해야 한다.  
2026-02-24 | hrights | 조회: 226 | 추천: 8
정한별/ 사회복지사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2026년 1월 24일.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5년 만이었다. 93년을 살아내신 할아버지였기에 언제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해 왔지만, 이렇게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실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2025년 11월의 마지막 월요일 아침. 큰고모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 시간에 전화가 울릴 일이 없는데, 불안한 마음에 평소였으면 받지 않았을 전화를 급하게 받았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고모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슬픔을 눌러 담는 느낌이 들었다. 자세한 것은 묻지 않고, 알겠다고 답을 한 뒤 가족들에게 소식을 전했다. 하던 일을 정리하고, 할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갈 준비를 하는데, 다시 연락이 왔다. “돌아가신 건 아니란다. 수로에 떨어졌는데 의식은 있단다. 일단 상황을 보고 다시 연락할게.”   할아버지는 응급실을 거쳐 중환자실에 들어가셨다. 뇌출혈과 저체온증이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급하게 엄마와 함께 할아버지가 계신 경상북도 문경시로 향했다. 의식은 있었으나, 할아버지는 우리를 알아보지 못했다. 아무런 소리를 내지 못했고,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마른 얼굴에 눈빛만은 형형했던 할아버지가 하루아침에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 병상에 누워 계신 할아버지의 모습에 아버지의 모습이 겹쳤다.   같은 해 봄. 할아버지는 감나무에서 떨어졌다. 두 달에 한 번꼴로 문경에 가곤 했던 토요일 낮. 할아버지 집 근처 골목에서 얼굴에 피떡이 덕지덕지 붙은 채로 절뚝이며 걷고 있던 할아버지를 만났다. 깜짝 놀라 할아버지를 모시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미라처럼 얼굴에 붕대를 친친 감은 할아버지가 ‘자신은 멀쩡하고 밭에 할 일이 많아, 바로 퇴원하겠다’라며 몽니를 부리는 통에 하루만 입원해서 상태를 보자고 설득하는 데 애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만큼 건강했던 할아버지였건만 이번만은 불안했다. 자꾸 할아버지의 얼굴이 아버지의 얼굴로 보였다.   며칠 뒤 다시 찾아간 병원에서 할아버지는 내 이름을 불렀고, 차를 가져왔냐며 집에 가자고 자신의 휴대전화를 달라고 다그칠 정도로 정신이 맑아졌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할아버지가 내 이름을 부르며, 날 기억한 날은. 정신은 온전치 않았으나 기력은 있었던 할아버지는 입원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폐렴에 걸렸다. 병원에선 다른 환자에게 폐렴을 옮길 위험이 크니, 1인실에 가야 한다고 했다. 중환자실에서 다인실로 올라와 병실 생활을 하던 할아버지가 1인실로 가면서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병원비도 커졌지만 돌봄에 대한 부담이 달라졌다. 다인실에서 공동간병을 받을 때는 고모들과 함께 병원비와 간병비를 감당할 수 있겠다는 묘한 안도감이 있었지만, 1인실에서 생활하면서부터는 상황이 180도 변했다. 간병비의 규모가 너무 달라졌다. 90대의 할아버지를 70대의 할머니가 간병했는데, 간병비만 한 달에 500만 원 이상 필요했다. 할아버지의 섬망증세와 과격한 행동이 반복되자 병원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며 할아버지의 손과 발을 묶었다. 묶인 손과 발은 피가 통하지 않아 부어올랐다. 할아버지를 만나러 간 가족들은 묶인 손발을 풀고 주무르기에 바빴다. 사실을 알면서도 보통의 일상을 잠시 중단하고 할아버지를 직접 간병할 수 있는 가족은 그 누구도 없었다. 대신 간병비를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걱정의 대화만이 오고 갔다.   병원에서 더는 할 수 있는 치료가 없다며, 요양병원으로의 전원을 제안했고, 요양병원으로 간 할아버지는 다음날 돌아가셨다. 고작 2달 동안의 일이었다. 10년이 넘게 투병했던 아버지에 비하면, 돌봄의 무게는 그리 무겁지 않았다. 할아버지를 돌볼 수 있는 가족들이 여러 명이 있었고, 간병 기간이 매우 짧았다. 그럼에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 가족 간 대화의 가장 큰 주제는 돌봄 부담이었다. 자신이 하던 일을 중단하면서 할아버지를 돌볼 수 있는 사람도 없었고, 간병비가 부담이 되지 않을 만큼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족도 없었던 우리에게 돌봄의 무게는 절대 가볍지 않았다.   사진 출처   긴 시간 가족들을 돌봤고, 돌아가시기 전 5년간은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의 묘도 돌봤던 할아버지는 그렇게 남은 자식들에게 가벼운 돌봄의 무게라는 선물까지 안겨주고 세상을 떠났다. 생전에 할아버지를 그렇게 좋아했고, 할아버지와 함께 하는 시간을 소중히 생각했던 가족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짧은 투병 생활 끝에 생을 마감한 할아버지를 그리며 남몰래 안도의 숨을 내쉬지는 않았을까.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간병비는 한 달 평균 370만 원 수준이며, 이는 65세 이상 가구 중위소득의 1.7배에 달하는 액수라고 한다. 간병에 지쳐 환자를 살해하는 간병살인은 2006년 3건에서 2019년 26건까지 늘었다. 간병살인 가해자의 대다수는 가족이며, 가해자의 94%가 피해자와 같이 살면서 범행을 저질렀고, 74%는 경제활동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돌봄의 끝에서…“간병살인은 사회적 타살”, KBS, 2025.10.16.).   과연 사랑의 무게는 간병의 무게보다 클 수 있을까. 간병의 무게가 죄책감의 무게로 바뀌지 않게 사회적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  
2026-02-10 | hrights | 조회: 217 | 추천: 7
이동화/ 사단법인 아디 활동가   지난 2주간(1월 14일~27일) 가자지구 관련 뉴스에서 가장 많이 다뤄진 소식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평화위원회’ 출범과 이스라엘 인질의 시신 수습이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가자지구에서는 혹한 속에서 땔감을 줍던 소년들이 이스라엘군의 총격으로 사망하는 등 총 215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이 소식들은 휴전 발표 이후, 주요 뉴스에서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트럼프가 주도하는 이 ‘평화위원회’는 가자지구 재건과 문제 해결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약 60개국을 초대했고, 현재까지 19개국과 코소보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한국 역시 초대받았으며, 외교부는 이를 검토 중이라고 공식 논평했다. 그러나 이 명단에 이스라엘은 있어도, 가장 큰 피해 당사자인 팔레스타인은 없다. 평화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팔레스타인이 배제된다는 사실은 이 논의가 무엇을 전제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가자지구 임시 난민캠프에서 추위에 불을 쬐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 (출처: 가자지구 사진사 Hosny Salah)   국제사회의 최고 사법기관인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이미 가자지구 상황과 관련해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개연성을 인정하고 잠정조치를 명령했다. 이는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국제법적 판단이다. 그런데도 이스라엘은 휴전 이후에도 공습과 군사작전을 멈추지 않았고, 민간인 사망은 계속 보고되고 있다. 국제인도법은 민간인 보호, 비례성 원칙, 집단 처벌 금지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만, 가자지구에서는 이 원칙들이 반복적으로 무시되어 왔다. 그리고 팔레스타인은 늘 예외로 취급받아 왔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평화위원회’가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집단학살의 책임을 흐리게 만드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책임을 묻지 않는 평화와 가해자를 중심에 둔 협상은 정의를 삭제한 채 폭력을 관리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이것이 오늘날 국제질서의 민낯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팔레스타인이 배제된 평화위원회에 참가하는 것은 결코 중립적인 선택이 아니다. 이는 국제법 위반과 집단학살 의혹이 제기된 사안을 ‘관리 가능한 분쟁’으로 축소하고, 책임을 묻지 않는 평화 프레임에 동참하는 것을 의미한다. 스스로를 인권과 국제규범을 중시하는 국가로 규정해 온 한국이, 피해 당사자가 배제된 협상에 참여하는 일은 그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우리가 가자지구 이야기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가자지구의 참상은 단지 중동 지역의 비극이 아니라, 현재의 세계질서가 어떤 생명은 보호하고 어떤 생명은 쉽게 포기하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국제법은 늘 조건부였고, 인권은 유보되었으며, 평화는 언제나 타인의 언어로 결정되어 왔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야기는 동정이 아니라 저항의 방식이다. 이름 없는 숫자로 지워지지 않게 하는 일, “이미 끝난 일”로 봉인되지 않게 하는 일은 집단학살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평화는 위로부터 선언되지 않는다. 가해자의 면죄부 위에 세워진 평화는 오래가지 못한다. 진정한 평화는 아래로부터의 기억, 책임을 묻는 목소리, 그리고 자결권을 부정당해 온 사람들의 존재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가자지구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스라엘에 의한 집단학살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국제사회의 이중적인 인권 담론을 드러내기 위해서, 그리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더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의 침묵 역시 정당화할 수 없다.  
2026-02-02 | hrights | 조회: 164 | 추천: 9
김성은/ 서울신문 기자   2026년 1월, 코스피가 5000 고지를 돌파하며 역사적인 축포를 터뜨렸다. 반도체 산업의 기록적인 호황이라는 ‘업황의 힘’과 정부 주도의 기업 지배구조 개혁이라는 ‘제도의 힘’이 맞물린 결과다. 수십 년간 한국 증시를 짓누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드디어 해소되고 있다는 기대감이 시장을 사로잡았다. 상승장의 결정적 계기는 지난해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친 상법 개정이었다.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 확대는 대주주 위주의 폐쇄적 의사결정에 제동을 걸었고, 한국 증시의 고질병인 ‘거버넌스 불신’을 정면으로 타격했다. 여기에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임 확대가 더해지며 지배구조의 투명성은 한층 높아졌다. 올해부터는 배당금에 대한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등 다양한 세제 혜택이 이어진다. 정부와 여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을 통해 ‘주주 중심’의 체질 개선을 적극 추진 중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코스피 6000 시대까지 예고하며 한국의 ‘밸류업’ 성과를 극찬한다. 그러나 축제 분위기 속에서도 냉정한 진단은 필요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이제 겨우 첫걸음을 떼었을 뿐이다. 완전한 해소를 외치기엔 이웃 대만과 심지어 중국에 비해서도 여전히 투자자를 보호하는 실질적 장치가 부족하다. 대만 증시는 개인 투자자 비중이 한국과 유사하지만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이머징 지수 내에서 한국을 제치고 2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그 원동력은 주주의 재산을 지켜내는 강력한 ‘공적 방패’에 있다. 2003년 설립된 대만의 증권투자자보호센터(SFIPC)는 모든 상장 주식을 100~1000주 보유한 ‘상시 감시 주주’로서, 이사가 법을 위반하면 직접 해임 소송을 제기한다. 분식회계, 내부자 거래, 주가 조작 등으로 기업이 검찰에 기소되면 집단 소송을 통해 수백 명의 소액주주를 대신해 배상금을 받아낸다. 반면 한국의 주주들은 여전히 고비용의 변호사비와 수년이 걸리는 집단소송 절차를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사전 예방’ 차원의 충실 의무는 강화했지만, 피해를 즉각 되돌려줄 ‘공적 구제 장치’는 없는 셈이다. 최근 대통령실에 제안된 ‘투자자보호원’ 설립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 있다. 개인 투자자가 법률 지식이 없어도 공적 기구가 대신 재산을 묶고 소송을 대행하는 체계가 갖춰져야 기업의 불법 행위에 대해 강력한 억제력이 생긴다.   MBC 뉴스 갈무리   법적으로도 대만의 소액주주 보호망은 한국보다 훨씬 촘촘하다. 먼저 대만 회사법 제200조는 이사가 회사에 큰 손해를 입히거나 법을 어긴 경우, 주주총회에서 해임안이 부결되더라도 3%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가 30일 이내에 법원에 해임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했다. 부적격 경영진을 법적으로 끌어내릴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제369조의 4는 모회사가 자회사에 불합리한 경영을 강요해 손해를 끼치고도 제대로 보상하지 않으면, 1%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가 모회사를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에서 논란이 되는 ‘물적분할 후 자회사 가치 하락’ 같은 상황에서 자회사 소액주주가 모회사와 싸울 수 있는 무기를 쥐여준 셈이다. 중국이 지난 2023년 대대적으로 개정한 신(新) 회사법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은 이사회 뒤에 숨은 ‘그림자 이사’(실질 지배 대주주)가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지시할 경우 이사와 연대 책임을 지우고(제192조), 소액주주가 회계 장부는 물론 ‘회계 전표’(증빙서류)까지 들여다볼 수 있도록 법제화(제57조)했다. 회사가 합법적 이익 침해를 이유로 열람 제공을 거부할 수 있지만, 이 경우 회사는 주주 요청일로부터 15일 이내에 서면으로 이유를 설명해야 하며, 회계사·변호사 위탁을 명문화해 회사가 거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나아가 중국은 제89조에서 지배주주의 횡포로부터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강력한 장치를 신설했다. 지배주주가 권리를 남용해 회사나 다른 주주에게 심각한 손해를 끼치는 경우, 소액주주는 회사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자신의 주식을 사 가라고 요구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주로 합병이나 영업양도 같은 특정 경영 결정이 있을 때만 주식매수청구권이 생기지만, 중국은 ‘지배주주의 권리 남용’이라는 포괄적인 사유만으로 이 권리를 인정한다. 자본주의 한국보다 사회주의 중국의 법이 오히려 ‘주주 평등 원칙’에 더 충실하다. 뼈아픈 역설이다. 이재명 정부는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대만과 중국이 보여준 강력한 ‘집행의 무기’를 참고하지 않는다면, 밸류업은 ‘알맹이 없는 선언적 구호’에 그칠 우려가 있다. 주주를 대신해 싸워줄 ‘투자자보호원’과 같은 공적 집행 기구를 안착시키는 것은 물론 지배주주 횡포 시 주식 환매권을 보장하고, 자회사 경영진까지 견제할 수 있도록 소송의 문턱을 낮추는 등 실효성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선언적 문구를 넘어, 투자자의 권익을 실질적으로 탈환해 줄 강력한 ‘법적 인프라’와 ‘집행 기구’를 구축하는 데 화력을 집중해야 할 때다. 코스피 5000을 넘어 6000으로 가는 진정한 밸류업의 마지막 퍼즐이다.   ※ 참고 자료: 중국 신구 회사법 비교 분석 리포트(한쿤 법률사무소) https://www.hankunlaw.com/portal/article/index/cid/8/id/13874.html/ 중국 개정 회사법 주요 조항 비교 전문(PDF) https://www.hankunlaw.com/upload/portal/20231230/9e3c5486898f4634cf68cc0a21c9d50e.pdf    
2026-01-28 | hrights | 조회: 180 | 추천: 6
신종환/ 공무원   올해 들어 연달아 노조 탈퇴서를 전달받아 지부장님에게 전달했다. 작년 연말에 과장급(5급)으로 승진된 인사 두 명이 문제가 되었는데, 한 명은 십여 년 전 신체 수행을 했다는 제보가 노조 게시판 익명 글을 통해 드러났고, 다른 한 명은 반려자가 국장(4급)으로 있으면서 승진 순위를 차근차근 올려 이번에 승진시킨 게 아니냐는 의혹이 표면으로 드러난 건이다. 노조는 전자에 대해서는 지휘부(지자체장 및 지자체장 주변)에 수사 의뢰와 인사발령 보류를 요청하고, 후자에 대해서는 인근 지자체에서 벌어지는 사례와 함께 정부 감사를 요청하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이런 형태의 문제는 결과가 즉각적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걸 다들 알고 있지만, 몇몇 직원은 노조에 불만을 표했다. 사는 게 비슷한 지방직 공무원들은 늘 처우개선을 희망한다. 초과근무 수당이 오르기를, 초과근무할 때 책정되는 식비가 오르기를, 연가보상비가 오르기를…. 하지만 국민에게 봉사하는 우리의 처우는 지금 같은 난세에는 순위가 다소 밀리기 마련이다. 실제로도 경기도에 사는 동생은 몇 년간 회사 소속으로 푸드트럭을 운영하다 인수하여 자영업으로 전환하였는데, 수입이 좋지 않아 정리했는데, 공장이나 일용직 자리도 쉽게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바깥은 모르는 공무원으로서는 드라마 <미생>의 “회사는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라는 대사를 생각나게 한다. 노동자의 처우개선은 고용주와의 교섭을 통해 이뤄내야 하는데, 지자체 공무원의 고용주는 표면적으로는 지자체장이나, 실질적으로는 국가다. 그래서 때로는 지자체장과의 교섭 현장에서, 때로는 집회 현장에서 열심히 으쌰으쌰하거나, 같이 으쌰으쌰하기 위해 무던히도 권유하곤 한다. 하지만 집회 현장을 보면, 늘 ‘나 없었으면 어쩔 뻔 봤냐’라는 정규직 박화영의 마음으로 참석하는 나와 지부장님, 그리고 아주 가끔 계장급의 운영위원들이 배우자감을 포획하는 사르마티아인처럼 강요 반 회유 반으로 데려온 9~8급의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느낀다. 노조 운영위원 구성 또한 마찬가지라서 참여하는 것은 미스터리한 일이고, 운영위에서 나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공무원 8년 차로서 매년 강화되는 의식은 ‘나서는 자, 고생한다’이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다잉 호우잉의 소설 《사람아 아, 사람아!》를 읽으면서 등장인물 시류가 “나는 늘 맨 앞줄에 서. 하지만 첫 번째는 아니다. 내 앞에는 늘 한 사람이 더 있기 마련이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불쾌하게 느껴졌지만, 지금 보면 시류와 우리의 차이는 적극적으로 영달을 위해 그렇게 하느냐, 아니면 몰아칠 화를 피하기 위함이 목적이냐의 차이일 뿐, 움직이는 모양새는 비슷하게 되었다.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회사 밖으로 나가면 가능한 한 직장을 밝히지 말고, 언급되지 않으면 나서지 말고, 질문받지 않으면 먼저 대답하지 않기를 가르친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중간보다 살짝 뒤에 위치하고자 하는 모습이 되는데 지방직은 짬이 쌓이면서 이런 면을 내재화하게 된다. 우선 언제 어느 부서로 인사발령이 날지 발령 전날까지 모르는 경우도 종종 있는 면에서 그렇고, 지자체 사업의 큰 틀은 지자체장의 공약을 바탕으로 궤가 이루어지고, 사업의 진행 방향과 그림은 상급자 내지는 지자체장의 의중에 따른다는 면에서 그렇다. 이 과정에서 공직자의 역량은 주어지는 부하를 견디는 숙달된 교량공병 같은 형태가 된다.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업무에 잘 적응하는 형태의 이면에는 더 나은 처우에 대한 상상력이 잘려 구체적인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모호한 갈증으로 남는다. 목적지에 대한 상상력이 잘린 고통은 동료의 즐거움이 박탈된 자신의 권리로 생겨난 것처럼 방향이 모호한 분노의 형태를 취한다. 조합원과 함께하는 글램핑이나 호프데이 같은 행사는 일단 진정한 노조가 하는 일이 아니고, 이득을 취하는 사람은 따로 있으며, 어딘가 분명히 존재하는 조합원이 모두 만족하는 형태의 사업이 반드시 있기에 노조를 위해 진정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이익이 돌아가야 하나, 그게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운영위원들은 아니다. 매달 총회를 열어 업무 공백을 유발하고 수당을 증액하는 공무직 노조는 은혜를 원수로 갚는 사람들이다. 지자체장의 부서 방문에 세 자리 데시벨로 감사하다고 외치며 익명으로 노조의 존재의의를 묻는 이들은 동일 대상이 아니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이는 노조가 나아갈 바를 더욱 선명하게 밝혀야 하는 반증이다. 고용주의 탄압 없는 현실이 사치임을 종종 역류하는 혈류 속에서 잊곤 한다. 이번 주 금요일에는 작년 임용된 신규자들을 대상으로 오후 동안 진행되는 교육이 있다. 그런데도 진행하는 일상의 누적이 잘려나간 상상력을 회복하는 단초임을 다시금 기억한다. 백마 탄 초인이 올 수도 안 올 수도 있지만, 오게 된다면 그의 이정표는 이런저런 돌부리를 마주쳐도 나아가는 우리의 모습이니.    
2026-01-21 | hrights | 조회: 158 | 추천: 3
김태형/ 프리랜서 방송작가   세계 1등 주식시장 대한민국 2024년 국내 주식시장 수익률은 전 세계 꼴찌였다. 2025년 상반기에는 12.3 비상계엄 등 여파로 코스피는 올해를 2천4백으로 시작했고, 2천2백 대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지난해 6월, 외국인들이 돌아왔고 코스피 수익률이 76%나 상승해 4천까지 돌파하는 이변을 이뤄냈다. 코스피 수익률은 압도적인 전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모두가 기억하고 있다. 우리가 정권교체를 이뤄낸 바로 그때다. 6.3 조기대선을 통해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했고, 코스피는 이른바 불기둥을 새웠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코스피는 이틀 연속 급상승해 2800선을 돌파했다.   그리고 2026년 1월, 우리는 코스피 5천 시대를 기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조기 대선에서 코스피 5천 시대를 열겠다고 했고 그 약속을 이행 중이다.   (저자 제공, 원출처: 연합뉴스)   누구나 말할 수 있지만, 누구나 할 수 없는 일 코스피 5천 시대는 우리 경제에서 상징성을 갖는다. 많은 사람이 지난 조기 대선에서 처음 코스피 5천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생각하겠지만, 2022년 대선 후보 시절에도 이재명 대통령은 코스피 5천 시대를 만들겠다고 공약했었다. 당시 이재명 후보는 한국거래소를 찾아서 “한국 자본시장 디스카운트(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선 투명성·공정성·성장성 확보를 실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코스피 3000에 도달했지만, 4000을 넘어 5000을 향해 가는 원대한 대장정이 현실화할 수 있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날 코스피는 2600선이 붕괴했는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 경제가 앞으로 더 어려울 것이라는 암울한 진단이 돌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문가들이 옳았다. 윤석열 정권 2년 7개월 동안 코스피는 약 10%가 하락했고, 코스닥은 무려 30% 가까이 급락했다. 문제는 이런 초라한 경제 성적표에 고통받는 건 서민들이라는 점이다. 주식 투자를 하는 개미들에게만 여파가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주식시장의 불안은 기업의 고용불안으로 이어지고, 서민들에게는 직격탄이 된다. 가정경제에까지 영향을 주며 이는 소비불안으로 이어진다. 이어서 지역경제까지 힘들어지는 순서다. 이런 상황들을 돌아보면서 느낀 점은 대한민국이 3년의 성장 시간을 잃어버렸다는 생각과 이재명 대통령에게 3년 더 빨리 기회가 주어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움뿐이다.   (저자 제공, 원출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의 포트폴리오, 대한민국의 미래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국장 지킴이를 선언했다. 60개월 동안 1억 원을 ETF에 투자한다는 계획도 직접 보여줬다. 모두 코스피에 간접투자하는 계획이었다. 코스피만큼은 확실히 올리겠다는 자신감 아니었을까, 이재명 대통령의 수익률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으나, 취임 초기 2800선의 코스피에서 5000선을 현실화하고 있는 지금, 계획들이 지켜지고 있다면 상당한 수익률을 보일 것이다.   주식 투자하라고 권하는 말이 아니다. 흔히 “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돈이라는 것은 수익이 되는 곳에 모인다. 절대 마이너스가 되는 곳에 모이지 않는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있다. 한국 기업의 실적, 성장 가능성, 자산 가치 등이 떨어지지 않는데 왜 한국 주식은 저평가돼 있었을까? 결국은 한곳으로 시선이 모인다. 바로 정치다. 윤석열 정부 시절 정치는 마이너스 요소였고, 현재 이재명 정부의 정치는 돈이 모이는 효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차이는 기대와 희망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1년 전만 해도 당시 정부에 우리는 일말의 기대도, 희망도 품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12.3 계엄을 시도했고 국민은 새로운 시대를 만들었다. 정권교체에 성공했고, 이제는 이재명 정부에 기대와 희망을 품어나간다. 정치는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책임이 있다. 지금의 코스피는 그 책임이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2026-01-14 | hrights | 조회: 143 | 추천: 2
이원영 /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 가족 같았던 개와 고양이의 추억 시골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의 공통점일 수 있다. 우리 집에서는 개를 키웠다. 목줄 없이 풀어놓고 길렀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동생이 있어서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기도 했었다. 요즘은 애완동물을 반려동물도 바꿔 말하지만, 개와 고양이는 그냥 가축이기도 했고 가족이기도 했다. 경계가 모호했다. 별도의 사료를 구매하지는 않았고 일곱 식구가 먹는 음식, 먹다 남은 음식으로 개와 고양이도 함께 먹었다. 그런데 고양이는 아니었지만 그렇게 집에서 키우는 개를 팔기도 하고 먹기도 했다. 지금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때는 그랬다. 오래전에는 이른바 잡종, 똥개였지만 어느 날부터 이웃에서 가져온 진돗개, 시베리아허스키, 리트리버 등으로 바뀌었다. 우리는 개들이 참 똑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개가 팔리거나 죽으면 마음이 가볍지 않고 한동안 그리웠다. 누구나 살면서 동물에 대한 좋은 추억 및 아픔이 함께 존재할 것이다. 인권과 동물권의 공존을 만들어가려는 노력 서울, 도심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텔레비전이 없이 살다가 아버지가 아파서 서울 병원을 오가셔야 해서 우리 집에 머물면서 텔레비전이 생겼고 동물농장이라는 프로그램을 자주 봤다. 주말 아침에 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동물들 이야기가 참 재미있었다. 시민운동을 오래 하면서 느낀 점은 동물권 시민단체가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는 점이다. 동물 학대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고 영업용 동물 취급 업종에 대한 규제도 까다롭게 변했다. 동물권 단체의 노력으로 공장식 번식장도 사라져 가고 있다. 인권과 동물권이 공존하는 사회는 우리 사회가 나아갈 중요한 가치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동물권 단체의 활약이 커지고 시민들의 전폭적인 호응이 결합해 동물자유연대, 카라, 케어 같은 큰 단체들은 회원 수가 1만 명이 넘고 연간 예산이 수십억에 이른다. 단체가 커지면서 운영 방식을 둘러싸고 단체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의 질문이 터져 나왔다.     동물권 단체의 동물복지 훼손과 노동권 탄압 “‘카라 대전환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대표적 동물권 시민단체 ‘동물권행동 카라(이하 카라)’의 바로 서기를 위해 나섰다. 카라는 현임 전진경 대표의 취임 이래 심각한 동물복지 훼손, 후원금 남용, 노동권 침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 조직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동물권 운동의 신뢰와 미래가 걸린 중대한 사안이다. ‘비대위’는 카라를 바로잡기 위한 첫걸음으로 전진경 대표의 즉각 사퇴를 엄중히 촉구한다. 카라의 정상화는 대한민국 동물권 운동의 질적 도약을 위한 초석이며, 더 나은 미래를 열기 위한 단호한 의지의 표현이다.” ‘카라 대전환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선언문(2025년 12월8일)은 이렇게 시작한다. 손꼽히는 동물권 단체 내부에서 몇 년 전부터 다수 활동가의 문제 제기가 시작되었다. 높은 벽에 직면한 이들은 단체를 떠났다. 남은 이들은 시민단체 대표의 독단적인 운영에 항의하다가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지금은 카라 전진경 대표의 사퇴와 민주적 운영, 후원금 사용과 운영의 투명화 등을 촉구하고 있다. 동물권 운동의 새로운 전환은 가능할까? 카라 대표와 활동가 노동조합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자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최근에 꾸려졌다. 활동가 조합원들은 두 달 가까이 농성을 이어가며 한 달 넘게 파업 중이다. 어떤 단체이든지 다양한 토론과 문제 제기는 피할 수 없고 당연히 발생한다. 카라의 핵심 문제는 기존 운영의 문제에 대한 성찰, 이를 통한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후원금으로 만들어진 수십억짜리 단체 건물을 독단적으로 매각하고 여러 문제를 제기하는 노조 활동가들에 대한 고소와 고발이 눈덩이처럼 쌓이면서 자체적인 해결이 불가능한 상태다. 단체 갈등의 장기화는 당사자들의 엄청난 고통과 고난을 수반하지만, 한편으로는 동물권 운동 대전환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위기가 기회로 작용한 사례는 많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시민단체는 사유화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문제 해결 능력이 없는 대표는 사퇴해야 한다. 회원이 주인인 동물권 단체는 결과가 아니라 가야 할 길,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시민단체는 민주적인 운영, 투명한 공개, 회원의 참여, 끊임없는 혁신이 생명이다. 시민단체의 기본에 충실하면서 세계적인 동물권 운동 흐름에 부응한다면 카라뿐 아니라 동물권 운동은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또한, 동물권이 우리 사회의 중심적인 가치로 굳건하게 자리를 잡아가지 않을까, 기대하고 확신한다.  
2026-01-06 | hrights | 조회: 285 | 추천: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