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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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가시’는 현장을 살아가는 젊은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젊은 칼럼 공간입니다.

‘목에가시’는 김아현(인권연대 연구원),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 서동기(대학생), 손상훈(교단자정센터 원장), 송채경화(한겨레21 기자), 이동화(아디 사무국장), 이상재(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이현정(꽃씨네농작물 농부), 이회림(○○경찰서), 허창영(광주교육청 조사구제팀장, 전임 간사)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이현정/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간사 얼마 전 일이다. 청소년 회원 한 명이 지금 전쟁 상황도 아닌데 왜 지금 미국의 ‘종전선언’이 언급되느냐고 물었다. 의아해 했을 만도 하다. 소극적 평화의 개념이겠지만, 지금 전쟁 없이 평화롭게 살고 있는데 전쟁을 끝낸다는 선언이라니... 그런데 이 청소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또한 앞 청소년과 같이 한국전쟁이 끝난 지 50여년이나 흘렀는데, 지금의 한국전쟁 종전선언 발표를 의아해 했을 것이라 본다. 이렇듯 한국사회는 현재 환경, 노동, 교육, 심지어 부동산광풍 까지 여러 의제 속에서 허덕거리며 흘러가고 있으며, 이러한 가운데 ‘통일’이라는 것은 주변 생활과는 동떨어진 개념이다 보니 아직도 전쟁은 멈추지 않았다는 ‘정전협정’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살아온 것이다. 관련하여 어떤 이들은 국민들의 ‘안보 불감증’이 높아져 매우 위험하다고 외치는데, 사실 국민들을 분열시킴으로써 오히려 그들이 국민들의 안보, 즉 안전보장을 더욱 위험하게 부추키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지난 7월, 10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핵실험 이후 대한민국 언론, 여론 등에서는 남북관계, 통일 분야에 안테나를 곤두세우고 있다. 그만큼 국민의 관심도가 높다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러 사건의 발생 원인, 향후 전망, 해결방법 등에 대해서는 모두 제 각각이고, 이를 받아들이는 국민들의 입장도 다양하였다. 그러면서 역설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한국사회에서 ‘통일 인식’의 점유율이 점차 높아져 갔다. 이러한 시점에서 본인이 활동하고 있는 단체에서 서울지역 대학생 1,224명을 대상으로 ‘통일의식 설문조사’를 펼쳐봤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다소 내용이 길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사회 대학생 신분의 구성원들은 통일에 대해 어떠한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지 인권연대 회원분들에게 그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해본다.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사업은 지속되어야... - 서울지역 대학생 1.224명을 대상으로 한 통일의식 설문조사에서 나타나 - 통일에 가장 저해가 되는 국가는 미국, 북핵 문제는 미국의 강경책 때문 - 전시작전통제권은 환수해야 하며, 미국의 해외주둔군재배치(GPR)는 동북아 평화 위협 - 북한 수해돕기 모금운동은 잘한 일이며, 남북한 모두 핵을 가져선 안돼 - 북한 핵실험은 자국의 안보(32.4%)와 미국과의 대화를 촉구(25.8%)하기 위한 것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흥민통)에서는 대학생의 통일·동북아 인식 및 관련 현안 인식을 파악하고자 2004년부터 ‘대학생 통일의식조사’를 실시해 왔다. 이 조사는 매년 동일한 설문과 현안문제에 대한 설문으로 이루어지는데, 동일한 설문은 대학생 통일의식의 흐름과 변화를 파악하기 위함이며, 현안문제 설문은 주요 여론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조사결과 결과 대다수가 통일을 바라고 있으며(응답자의 78.3%), 북한을 협력적인 대상(40.1%)이라기보다는 다소 위협적인 대상(45.0%)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북핵 실험이 북한에 대한 인식을 다소 부정적으로 변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나, 역설적이게도 한반도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고, 동시에 통일에 대한 당위성 인식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통일에 가장 저해가 되는 나라로는 미국(51.4%)을 지목했으며(북한이라고 대답한 응답자는 25.2%), 북한 핵문제 발생의 주요원인도 미국의 대북 강경책(50.7%)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미국의 해외주둔군 재배치 계획(GPR)은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할 것이라고(50.1%) 보았으며, 전시작전권도 회수 되어야 한다(52.7%)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학생들이 전반적으로 기성세대와는 달리,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있어서 미국의 존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의존적인 동맹관계 보다는 자주적, 또는 동등한 관계를 바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학생들이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사업은 지속되어야 한다(66.1%)고 생각하고 있으며, 수해를 입은 북한을 돕기 위한 모금도 필요한 운동이었다고(73.9%) 평가했다. 이는 대학생들이 정치, 군사적 문제를 다른 여타 분야와 밀접하게 연관지어 사고하던 냉전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났으며, 교류·협력과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조사는 서울소재 대학생 1,224명을 대상으로 11월 20일부터 24일까지 면접원에 의한 직접 설문조사를 통해 이루어 졌으며, 통계 분석은 전문 통계분석기관인 ‘리서치 플러스’를 통해 이루어 졌다. 총 16문항에 대해 남녀, 병역복무 여부, 전공, 학년 등으로 구분하여 조사하였다. 이들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요 설문조사 결과는 아래와 같다. 1. 한반도 통일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대하여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대답한 학생은 78.3%였고, 통일이 되면 안 된다고 응답한 학생은 9.6%였다. 기타 통일문제에 관심이 없다고 대답한 학생은 11.9%였다. 통일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은 78.3%로 2004년( 71.7%), 2005년(68.6%)보다 다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으며, 통일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학생의 비율은 9.6%로 2004년(18.9%), 2005년(18.2%)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이는 북한의 미사일 실험, 핵 실험 등으로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되었으나, 역설적으로 남과 북의 평화정착과 통일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2. 북한이 우리에게 어떠한 대상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위협적인 대상이라고 응답한 학생은 45.0%, 협력적인 대상이라고 응답한 학생은 40.1%, 모르겠다고 대답한 학생은 14.7%인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을 위협 대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5%로 2004년(42.5%), 2005년(31.0%)에 비해 다소 증가하였으며, 협력 대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0.1%로 2004년(44.7%), 2005년(51.5%)보다 다소 줄어들었다. 이는 북한의 미사일 실험과 핵 실험 등으로 위기감이 고조된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3.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는 군사적 긴장완화(35.0%), 정치적 신뢰구축(33.1%), 민간교류 확대(18.5%), 경제협력(11.8%) 순으로 조사되었다. 4. 대북 경제지원과 화해협력 정책이 북한의 변화와 한반도 평화에 기여를 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기여를 하지 못했다는 대답이 50.4%로 기여를 했다는 응답(43.4%)보다 높게 조사되었다. 이는 기여를 했다는 응답이 더 많았던 2004년, 2005년과는 다른 결과이다. 2004년의 경우 기여를 했다고 응답한 비율과 기여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각각 48.8%와 46.9%, 2005년의 경우에는 각각 51.7%, 39.6%였다. 남북간 화해, 협력 분위기가 높았던 2005년과는 달리 올해는 북핵 위기로 긴장관계가 고조되었기 때문에 경제지원 및 화해협력 정책의 효과에 대한 확신감이 떨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5. 통일에 가장 방해가 되는 나라를 묻는 질문에 대하여는 미국(51.4%), 북한 (25.2%), 중국·일본(각 9.6%), 남한(2.9%), 러시아(0.9%) 순으로 응답하였다. 미국은 2004년 이래로 가장 통일에 저해가 되는 국가로 나타났으며(2004년 60.2%, 2005년 50.9%), 북한은 미국 다음으로 통일에 저해가 되는 국가로 조사되었다.(2004년 19.1%, 2005년 22.5%) 통일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학생이나 북한을 위협적인 대상이라고 보는 학생들도 미국이 통일에 가장 저해가 되는 국가라고 응답한 것은 주목할 만 하다. 6. 통일 후 예상되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경제력 차이(52.8%), 사상의 차이(31.0%)로 인한 혼란을 선택한 학생들이 많았다. 이밖에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10.2%), 생활습관 차이(4.7%), 언어 이질화(1.0%) 순이었다. 7.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조성하는데 있어서 한미동맹과 자주외교 중 어느 것이 더 우선시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의에 대해서는 ‘한미동맹과 자주외교의 균형’이라고 대답한 응답이 47.8%로 가장 많았다. 한편 자주외교가 더 중요하다는 답변은 28.0%로 한미동맹이 더 중요하다는 답변(23.9%)보다 높았다. 8. 북한 핵문제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이라고 말한 응답자가 50.7%로 가장 많았고, 북한의 무력도발 의도(24.0%), 한국의 적극적인 중재노력 부재(11.0%), 동북아 군사대국화(8.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9.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 가장 큰 이유를 묻는 질의에 대해서는 ‘자국의 안보를 위해서’라고 응답한 학생이 32.4%로 가장 많았고, ‘미국에 대한 대화 촉구’라고 대답한 학생이 25.8%, ‘미국을 위협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한 학생이 23.0%였다. 그리고 ‘한국을 위협하기 위해서’라고 응답한 학생은 7.4%로 가장 낮았다. 10. 북한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사업을 계속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의에 대해서는 지속되어야 한다는 답변이 66.1%로 축소시키거나(19.2%) 중단시켜야 한다(6.9%)는 답변보다 월등히 높게 나왔다. 이는 북한 핵실험으로 군사적 긴장관계가 고조되었고, 이에 따라 대북협력 정책에 대한 회의가 생기기도 했지만, 그래도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경제협력 및 민간 교류는 지속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저변에 확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 답변이다. 11.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한 질의에 대해서는 환수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52.7%로 환수하면 안 된다는 응답자(24.7%)보다 많았다. 모르겠다고 응답한 학생도 22.4%나 되었다. 북한의 위협대상으로 보고, 통일에 가장 저해가 되는 나라로 북한을 지목한 학생들도 환수해야 한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12. 미국의 해외미군재배치계획(GPR)이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하여 동북아 평화를 위협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대답이 50.1%로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답변(20.7%)보다 높게 나왔다. 이러한 경향은 미국이 한반도 통일에 가장 저해가 되는 국가라고 응답(50.9%)한 것과 매우 밀접하다. 13. 올 여름 큰 수해를 입은 북한을 돕기 위한 모금활동에 대해서는 필요한 운동이었다는 답변이 73.9%로 높게 나타났다. 필요없는 운동이었다는 답변은 16.1%에 머물렀다. 이는 대다수 대학생들이 인도주의적인 입장에서 북한의 상황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14. 북한 핵실험으로 고조되었던 갈등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선언으로 대화국면으로 접어들었는데, 이러한 대화국면 조성에 가장 큰 역할을 한 나라는 어디인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중국(29.7%)과 한국(23.6%)을 선택한 학생이 많았다. 다음으로 미국(20.8%), 북한(18.7%) 순으로 나타났다. 15.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견해에 대해서는 남북은 물론 외국의 핵우산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답변이 54.0%로 가장 많았다. 남북 모두 핵을 가져서는 안 되지만 핵우산은 필요하다는 답변은 19.6%, 남북한 모두 핵을 가져야 한다는 답변은 19.0%였다. 남한만 또는 북한만 핵을 가져야 한다는 답변은 매우 적었다.(각각 4.7%, 2.1%) 16. 통일, 북한에 대한 정보를 접하게 되는 경로에 대해서는 언론(73.5%), 인터넷(56.8%), 학교수업(12.4%), 도서·논문(11.1%), 가족·친지(6.9%), 사회·시민단체(6.1%), 친구·선배(6.0%) 순으로 응답하였다.(1, 2순위 복수응답) 종합적으로 이번 대학생 통일의식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 북한을 위협적인 대상으로 보는 학생들이 예년에 비해 증가(2004년 42.5%, 2005년 31.0%, 2006년 45%)했고, 대북 경제지원과 화해·협력정책이 한반도 평화에 그다지 기여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증가(2004년 46.9%, 2005년 39.6%, 2006년 50.4%)했다. 이는 북한이 미사일 실험과 핵실험이 대학생들의 대북한 인식을 부정적으로 변하게 하고, 화해·협력정책의 효과에 대해 회의감을 들도록 하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의 당위성에 대한 인식은 더욱 높아졌다.(2004년 71.7%, 2005년 68.6%, 2006년 78.3%) 통일이 되면 안 된다고 대답한 학생은 극소수(9.6%)였다. 이는 북한의 미사일, 핵실험이 역설적이게도 대학생들에게 한반도 문제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동시에 통일에 대한 당위성 인식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에 통일이 안 되었으면 좋겠다던가, 통일이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학생들에게 남과 북의 삶이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으며, 한반도(한민족)는 공동체라는 라는 인식이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다. 한편 미국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에 가장 저해가 되는 나라로 미국(51.4%)을 지목했으며(북한이라고 대답한 응답자는 25.2%), 북한 핵문제 발생의 주요원인도 미국의 대북 강경책(50.7%)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미국의 해외주둔군 재배치 계획(GPR)은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할 것이라고(50.1%) 보았으며, 전시작전권도 회수 되어야 한다(52.7%)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학생들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있어서 미국의 존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의존적인 동맹관계 보다는 자주적, 또는 동등한 관계를 바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라. 북한 핵실험으로 대북 경제협력과 화해·협력 정책에 대한 회의감이 생기기는 하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학생들이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사업은 지속되어야 한다(66.1%)고 생각하고 있으며, 수해를 입은 북한을 돕기 위한 모금도 필요한 운동이었다고(73.9%) 평가했다. 이는 대학생들이 정치, 군사적 문제를 다른 여타 분야와 밀접하게 연관지어 사고하던 냉전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났으며, 교류·협력과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 통일에 대한 찬반 여부, 북한에 대한 인식(협력-위협 대상)을 기준으로 교차분석(cross checking)한 결과 ‘통일에 찬성-북한은 협력대상’, ‘통일에 반대-북한은 위협대상’이라는 인식 차가 다른 문항에서도 상관관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전 조사와 다른 점은 ‘통일에 반대-북한은 위협대상’이라고 응답한 학생들도 미국의 존재(통일에 가장 저해가 되는 국가로 미국을 선택),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북한 핵문제의 원인은 미국의 강경정책,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찬성, 미국의 해외미군재배치 계획은 동북아 평화를 위협할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통일에 반대-북한은 위협대상’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의 인식에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7-07-11 | hrights | 조회: 34 | 추천: 0
윤요왕/ 강원도 춘천의 농사꾼 추수가 끝난 앞뜰의 너른 논바닥위로는 아침마다 하얗고 굵은 서리발이 겨울을 재촉하고 있다. 한 포기에 500원도 되지 않는 배추가 그마저도 팔리지 못하고 매서운 추위를 온몸으로 맞으며 암담한 농촌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한미 FTA 반대 집회가자는 농민단체의 차량방송이 아침부터 울려 퍼진다. 따뜻한 겨울을 보내기에는 올해도 힘들 것 같다. 겨울 공부방 준비로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는데 흥겨운 음악소리에 이어 마을회관으로 모이라는 이장님의 방송소리. 회의 안건은 올 봄부터 우리 동네로 들어온다며 시끄러웠던 해양수산부의 ‘무선 송수신탑’(위성항법보정시스템) 문제. 1만여평의 부지에 100m나 되는 무선 안테나를 세우는 정부사업이다. 길도 없는 동네 한가운데의 얕은 야산을 지난겨울 아무도 모르게 서울의 땅주인에게 매입하고 길을 팔라며 동네를 들쑤시며 돌아다녀 알게 된 것이 올 2월. 동네회의를 통해 반대를 결의하고 현수막을 걸고 반대서명을 하고 우리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 고생 꽤나 했었다. 예정부지로 통하는 길도 없고 강제수용도 할 수 없는 사업이니 길만 팔지 않고 버티면 못 들어오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잠잠하다가 이번 동네 할아버지 한 분 앞으로 온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라는 긴 제목의 공문에는 강제로 도로부지를 매입하겠다는 것이다. 법률적으로 싸워볼 수는 있지만 이기기는 힘들다는 변호사님들의 대답에 긴 한숨만 나온다. 받을 것 좀 많이 받고 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들의 의견도 나오고 그것 들어오면 동네 망친다며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분분하다. 처음부터 다시 정리해 본다. 원래 산 넘어 옆 동네에 땅을 매입하고 장비들까지 들여왔다가 절대농지인지 몰라 포기했다는 사업. 그런데 이상하다. 정부가 절대농지인지도 모르고 부지를 매입했다? 또 토지도 강제수용 할 수 있는 정부의 공익사업인데 절   사진 출처 - 해양수산부 대농지라 안 된다? 그 마을 주민대책위원장님도 오셔서 이 사업은 강제수용 안 되는 사업이니 길만 내주지 말라고 하셨다. 1년 만에 무소불위 국가권력의 핵심인 ‘공익사업’이 된 이유는 뭐지? 해양수산부 관계자를 만나 왜 우리 마을이어야 하는지 물었다. 지금 부지는 동네 한가운데고 길도 없고 민가도 너무 가까우니 꼭 세워야 한다면 국유지에 민가도 없는 그런 곳으로 하지 왜 우리 동네여야 하느냐고. 그런데 관계자는 춘천에 꼭 세워야 하며 전파가 어쩌고 하면서 99가지 조건이 맞아야 하는데 춘천에 우리 마을 밖에 없다고 한다. 하하하! 99가지 조건이 맞는 부지가 춘천에 딱 두 군데 있다는 얘기. 그런데 한군데는 비교적 젊은이가 많아 반대가 심하고 한군데는 노인들이라 괜찮다? 부합하지 않아도 되는 조건 한 가지는 마을주민이었구나! 몇 년 전에 강원도 횡성의 송전탑 문제로 싸웠던 적이 있었다. 울진에서 서울까지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송전탑을 세우는데 가까운 직선거리를 두고 온 백두대간을 파헤치며 빙 돌아 송전탑을 건설하는 이유가 비교적 만만한 산골, 시골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었다. 물론 내 생각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 정말 99가지 조건이 맞는 유일한 곳이 우리 동네 일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주민들과의 충분한 협의가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혹시 동네주민의 구성이 대부분 노인이어서 반대가 적을 것이다 라는 등의 이유가 국가사업을 결정하는데 우선 순위가 되는 것은 아닐까 염려된다. 가만 두어도 시름에 겨워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하는 농촌이다. 힘없다고 늙었다고 무시하고 괄시하지 마라. 올 겨울은 ‘아이들 공부방’ 투 잡(TWO JOBS)에 ‘송신탑 반대’ 쓰리 잡(THREE JOBS)으로 보내야 될 것 같다.
2017-07-11 | hrights | 조회: 44 | 추천: 0
김지연/ 방송 작가 때때로 낯선 전화를 받게 될 때가 있다. 모 대학 신방과에 재학 중인 방송 일에 관심 있는 학생인데, 방송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언을 듣고 싶다는…. 혹은 방송작가가 되기 위해 방송사에서 운영하는 아카데미엘 다니고 있는데, 도무지 자리가 나질 않는다는…. 아무 일이라도 좋으니 방송 일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함께 일했던 게스트, 진행자, 동료 작가들의 소개로 어찌 어찌 연락이 닿게 된, 미래 어느 때든 어떤 방식으로든 방송일을 하고야 말겠다며 벼르고 있는 예비 인력들의 하소연이다. 환타지를 이용한 방송사들의 상술 대중들에게 직업공간으로서의 방송은 대체 어떤 의미일까. 유명 인사들과 화려한 연예인들이 연일 드나드는 그 공간에서 그들과 교유하며, 일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다면 분명 매력적인 일이 아닐 수 없을 터이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방송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현실이 그런지 그렇지 않은지는 나중 문제일 뿐 아니라, 실제 일을 해보기 전에 이 같은 현실을 알아채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타 직업공간들에 비해 접근자체가 쉽지 않은 방송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그야말로 환타지로 가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어쩌면 그래서 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방송에 대한 이 같은 환타지적 인식은 방송인력, 특히 작가를 포함한 비정규직 인력들에게는 열악한 노동환경을, 반대로 방송사들에겐 확실하고 안정적인 수익창출 시스템을 보장해준다. 거대 방송사들이 모여 있는 서울엔 KBS, MBC, SBS 등 방송 3사를 비롯해 작가협회, 영상원 등에서 운영하는 방송아카데미들만 대여섯 곳이 넘는다. 이들 아카데미에서는 방송작가, PD, 엔지니어, 카메라맨, 아나운서 등 분야별로 6개월에 각각 100명에서 50명 가까이 되는 수강생들을 모집한다. 작가 만해도 한 아카데미에서 6개월에 100명, 1년이면 200명을 배출한다. 대여섯 곳만 추산하더라도 1년에 1,000명이 넘는 예비인력들이 배출되는 것이다. 6개월에 200만원을 웃도는 수강료는 사립대학 등록금 수준이다. 방송사에서 운영하는 일부 아카데미들에선 수강 신청 경쟁률만도 5:1을 넘어서, 돈 내고 다니는 학원임에도 별도의 면접이나 글쓰기 따위의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그나마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웃지 못할 광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아카데미 들어간다고 해서 모두 방송작가가 되는 것도 아니고, 이들 학습기관들이 수강생들의 일자리를 보장해주거나, 그러겠다는 의무감 따위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방송사로선, 수강생들의 지적 욕망, 혹은 방송이라는 준거집단에 소속되고 싶어 하는 이들의 열정을 이용한 그야말로 포기할 수 없는 확실한 수익사업인 셈이다. 사진 출처 - 쿠키뉴스 환타지에 가려진 방송 비정규직의 이면 (모든 일이 마찬가지지만) 상황이 이렇다보니, 넘치는 공급은 방송사에게 사람 선택의 폭은 넓혀주고, 작가를 비롯한 비정규직 인력들의 평균 노동환경에 대해서는 심각히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부여한다. 자연히 방송작가들은 객관적 노동환경보다 내부경쟁 논리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되고, 결국 방송사 조직 논리에 발목 잡히는 수순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인력의 역량과,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의 논리는 걷어내고 구조에 대한 얘기만 하자.) 사정이 이렇다보니, 무늬만 프리랜서인 방송작가를 비롯한 방송 비정규직들이 각자 처한 노동환경에 대해 갖게 되는 문제의식들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2001년 즈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산 모 방송사에서 작가, 리포터, DJ를 비롯한 일련의 방송 비정규직들이 노조를 만들겠다고 나서서 관심을 모았던 적이 있다. 서울에 모여 있는 방송사들에 비해 자체제작프로그램이 상대적으로 적고, 인력규모도 적다보니, 지방방송사들의 노동환경은 당연히 수도권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하다. 원고작업은 물론 청취자 선물포장, 차심부름까지 온갖 잡일을 다 해가며 한 달 꼬박 일해 봐야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교통비 정도로 만족해야하는 작가들이 대부분이다. 작가들의 노조결성 움직임이 지방으로부터 태동된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였지만, 논란을 통해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 낸 것이 그나마 성과라면 성과였을 뿐, 이 문제제기가 현실적인 동력으로까지 이어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필자가 함께 일하던 PD에게 넌지시 지역방송사 작가들의 동향을 전하자, 고민도 필요 없다는 듯 단박에 내놓는 답변이란 이런 것이었다. “회사가 굳이 피곤함을 감수하면서까지 노조소속 작가들을 고용하겠느냐는…. 돈 안줘도 일하겠다는 사람들 줄서있다는….” 돈 안줘도 일하겠다는 사람이 넘친다? 작가들 처지에 대한 이해도 깊고, 작가들과의 동료의식도 비교적 두터웠던 시사프로그램 PD의 이 솔직한 발언은 방송 비정규직에 대한 방송사의 인식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였던 것이다. 더욱이 대한민국 방송 비정규직 90%가 집중돼 있는 수도권 인력들은 이 같은 지역방송 비정규직들의 움직임에 미동조차 하지 않았고. 그 현실은 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변함없는데, 이런 배경에는 수백, 수천 만원의 원고료를 벌어들이는 상위 5% 미만의 작가들이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 했던 작가인력 내부의 심각한 양극화 문제도 한몫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요컨대, 이것이 바로 방송이라는 직업공간에 대한 막연한 환타지와 거품이 만들어낸 악순환 구조의 실체일진대, 이런 현실을 과연 노동환경을 포함해 직업적 경쟁력까지 확보한, 수많은 사람들이 몸담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직업공간이라고 말 하고, 권할 수 있을까. 이것이, 방송공간에서 일용할 양식을 구하고, 동시에 자아실현도 할 수 있게 되기를 꿈꾸는 예비 방송인력들이 물어오는 질문들 앞에서 내가 난감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17-07-11 | hrights | 조회: 39 | 추천: 0
연규련/ CJB청주방송 노조 상근활동가 작년 추석은 조합에 들어와 처음 맞는 명절이었다. 추석상품 판매에 정신이 없다가 연휴 전날인가..경비실과 청소용역 아주머니들 추석선물을 사러 근처 마트에 갔다. ‘그래도 명절인데...’ 하는 생각에 열세 개에 한 세트라는 배 다섯 박스를 카트에 싣고 퇴근시간에 늦을까봐 끙끙거리며 콜밴 주차장으로 향했다.   사진 출처 - 이데일리  ‘콜밴 타고 회사까지 길어야 5분, 30분은 남겠구나.’ 싶었는데 명절 코앞이라 그런지 줄이 길었다. 드디어 내 차례! 배 박스를 트렁크로 옮겨 싣던 기사양반, ‘이게 다 몇 박스야?’하더니 어디까지 가냐고 묻는다. 기본요금만 내면 되는 거리라 살짝 미안했지만 내색치 않고 어디까지 가는데요 하니 대뜸 “이 천원엔 못가요” 한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냐? 그럼 어떻게 간단 말이냐” 반문하는 내게 그 분, “삼천 원은 더 줘야”한단다. 뭬야? ㅂAㅂ;; 따지기 좋아하는 성미가 밀고 올라온다. 어쩔까 두 번 생각해 볼 것도 없이 지하 2층, 서비스 센터로 카트를 밀고 달려갔다. 사정설명을 하고, 외워두었던 콜밴 번호판을 줄줄 읊으니 담당직원이 여기저기로 전화를 한다. 그러길 몇 번, 하지만 신통한 답을 못 들었는지 “아, 그래요.”만 반복하다 푸들거리며 서 있는 내게 “안 그래도 이런 일이 자주 있었어요. 다음부터 시정할 테니 이번엔 손님이 요금을 부담해 주시면 안 될까요? 저도 쌀사서 집에 가져갈 때마다 천 원씩 더 내거든요.”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아~ 갑자기 가슴 속에서 뜨거운 뚝배기가 끓는 것만 같다. 뿌글뿌글 속이 끓는 소리를 들으며 서비스센터 앞에서 두 번째 실랑이가 벌어졌다. “규정대로 하면 원래 요금이 얼마인 거죠?” “이천 원이요” “그런데 왜 나보고 더 내라고 하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운영하면 어느 고객이 불편하지 않겠어요. 애초부터 합리적인 요금을 정하던지, 아니면 명절 같은 특수기간엔 이러이러한 예외가 있을 수 있다 공지판 이라도 세우던지 해야 하는 거 아니예욧! 자기들은 아무것도 안하면서 지금 나보고 그 돈을 내라는 거예욧!!!”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고 있을 때 고객관리팀장이 다가왔다. 그런데 그는...앗!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전 직장에서 이런저런 인연으로 만나 가끔 사무실 식구들과 술도 한잔하곤 했던 그 사람이 자기가 잘 말해 볼 테니 같이 가보자며 소매를 잡아끌자 화가 한풀 누그러진다. ‘아 또 이렇게 넘어가는 군, 아는 사람이라고 봐주면 안 되는데 난 역시 너무 물러...’ 다시 콜밴들이 대기하고 있는 주차장으로 올라가며 회사의 안일한 대응과 관련된 모두의 뻔뻔함에 대해 항의하자 그 역시 이런 일이 한 두 번은 아니었단다. 쳇, 쳇, 쳇, 개선하지도 않으면서 한 뼘 도움도 안 되는 같은 얘기의 반복...다른 기사와 기본요금에 천원을 더 붙여 움직이기로 흥정을 끝내자마자, 아까의 그 기사가 눈에서 레이저를 뿜으며 지나갔다. “새파랗게 젊은 X이...전화를 해대고...이 바쁜 통에 사람을 오라 가라 하게 만들고...어디서..XX이야” “뭐라구요? 아저씨, 지금 저한테 욕하셨어요?” 전쟁이 날 것 같은 순간이었다. 말리는 사람들과 싸울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섞이려는 순간, 갑자기 흰색 와이셔츠에 타이를 맨 남자가 등장했다. “무슨 일이야? 손님 앞에서 뭐하는 거야?” 갑자기 그 자리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와이셔츠씨 에게로 향했다. 나를 따라왔던 고객관리팀장에게 대충의 상황을 들은 와이셔츠씨는 갑자기 전화를 걸라며 소리쳤다. “당장 전화해서 오늘부터 콜밴 빼!” ‘어? 저 사람 누구지?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호통 치는 소리에 놀란 몇몇이 와이셔츠 앞에서 무슨 무슨 설명을 하기도 하고, 나와 싸움직전까지 갔던 기사도 그게 아니라며 해명의 제스츄어를 취할 쯤, 난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지 못한 채 어리벙벙한 얼굴로 회사로 향하고 있었다. 문을 닫아주던 또 다른 직원한명은 미안하다는 얼굴로 “점장님이세요. 아까부터 다 지켜보고 계셨나 봐요. 어쨌든 한두 번 있던 일은 아니거든요. 죄송합니다, 손님”이라고 했다. 회사로 가는 차안, 앞자리에 기사는 “밥벌어먹기 정말 어렵네요, 우린 개인사업자 형식으로 들어와 있는 거라 요금 조정도 마음대로 못해요. 명절 대목 때 아니면 언제 돈 벌어요. 기름 값도 안 나오지”라며 이런저런 설명을 해준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이미지  회사로 돌아와 퇴근 직전인 사람들에게 부랴부랴 선물을 나눠주고는 사무실에 올라가 고객관리팀장에게 전화를 했다. “어떻게 됐어요?” “30분전에 콜밴 다 뺐어요.” “어떡해..그런 식으로 결론을 내면 어떡해요? ㅠ_ㅠ 내가 원한 게 이런 건 아니잖아요. 사과하고 공지판이나 하나 세우면 되지 누가 다 내쫒으래요. 그리고, 아까 그 사람 정말 점장 맞아요?” “네, 점장님 맞아요.” “그럼, 나 그 사람이랑 연결 좀 해줘요. 내가 직접 얘기할게요.” “우리도 피해가 막심해요. 갑자기 콜밴을 빼는 바람에 발 묶인 고객들 항의도 빗발치고 다른 콜밴 업체들도 아무도 안 들어오려고 하고 있거든요.” 아~!!! 일이 일파만파로 커져버렸다. 갑자기 후회가 몰려왔다. ‘참을걸, 그냥 달라는 대로 주고 명절떡값이라 생각할걸’ 하는 생각이 끝도 없이 솟아올랐다. 가시방석 같은 명절이 지나갔다. 연휴 내내 전화하고 물어보고, 사정을 해도 난 와이셔츠 씨와 통화할 수 없었다. 후회는 자책과 함께 떠날 줄을 몰랐다. 그래도 명절인데 하며 과일박스를 챙겨들던 마음은 명절인데 그 사람들은 전부 어디 가서 벌이를 하나, 한두 명도 아니고 다 같이 갑자기 직장에서 쫓겨났으니 떡값도 집에 가져가지 못했겠네, 노동조합 간사라면서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라는 자책으로 이어졌다. 내 하소연을 듣던 친구들이 나대신 와이셔츠를 욕해줬지만, 하나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위로받을수록 움츠러들기만 했다. 그리곤 처음부터 끝까지 상황을 반복해서 생각할 뿐이었다. 어디부터 잘못됐을까? 나는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본질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한순간도 거짓 없이 정의롭기만 했었나? 와이셔츠가 미웠다. 부드럽게 풀 수도 있었을 텐데, 상식적으로만 행동했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태를 만든 그가 너무 얄미웠다. 그렇게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다 갑자기, 알았다. 사실은 내게도 나보다 더 큰 권력을 이용해 그 기사를 혼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는 걸, 소비자와 개인이라는 이름으로는 통하지 않았겠지만 서비스 센터와 고객관리팀을 통해서 너는 옳지 않다고, 그러니 내게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나는 정당한 요구를 하고 있고 당신은 약속을 지키지 않은 거라고, 그러니 너는 틀렸고, 나는 맞았다고 이야기 하고 싶었다는 걸 그때서야, 알았다. 부끄러웠다. 정당하다는 방패 뒤에 숨어서 나는 내 권력을 행사하고 싶었던 것이다. 조금만 더 차분했었다면, 조금만 더 생각을 하고 말했었다면 고객센터로 달려갈 필요 없이 그 자리에서 합의를 볼 수도 있었을 텐데.. 내가 여자라서, 어리기 때문에 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앞뒤 안 재고 화부터 낸 그때의 내 자신이 보여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내 눈에 들보는 보지도 못하면서 맨 날 사회정의가 어쩌고 하던 자신이 창피스러웠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6개월쯤 지난 뒤에 민주노총 산하에 육밴연대라는 콜밴 연합조직이 생겼다는 거다. 사업장엔 운임요금표가 그려진 게시판도 세워졌다. 이 같은 소식은 친절하신 고객관리팀장님께서 전해주셨다. 아마도 내가 후회하고 있다는 걸 알았을 테지. 물론, 그 사건 이후로 가장 위로가 됐던 말이었다. 잊지 못할 기억, 추석 때마다 나는 한동안 괴로울 것 같다.
2017-06-27 | hrights | 조회: 54 | 추천: 0
안진걸/ 희망제작소 사회창안팀장   차량이 계급이라고 합니다. 당신이 탄 차량이 당신의 신분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집에 이어서 계급을 나타내는 징표가 하나 더 있는 셈입니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줍니다’ ‘(고급차량을 보며)당신, 참 잘 사셨군요’와 같은 광고 문구는 ‘인간성’과 ‘진정성’을 대신해 인간에 대한 평가 척도를 차지한 ‘차량’과 ‘집’에 대한 가치를 가장 잘 표현한(하지만 가장 잘 못된!) 광고일 것입니다. 광고만 문제가 아니겠죠. 우리나라 국민 상당수가 ‘차량이 자신의 신분을 나타낸다’는 데 동의하고 있으며 ‘작은 차나 경차’를 우습게 보고 있습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작은 차나 경차를 탄 ‘사람’을 우습게 보는 것”이죠. 많은 사람들이 작은 차나 경차를 타고 다니다 겪은 봉변이나 해프닝 등을 이야기 합니다. 접촉사고 났을 시, 큰 차에서 내린 상대방이 ‘차도 안 좋은 게...’라는 말을 했다든지, 사업관계로 사람을 만났는데 작은 차를 탔다는 이유로 비우호적인 대접을 받았다든지, 호텔 같은 곳을 갔더니 차량 주차를 아예 못하게 했다든지... 엄연히 손님이었는데도 말입니다. 이 얼마나 ‘반인간적’이고 ‘인간에 대한 무례’한 상황인가요. 어떻게 차량이 계급이 될 수 있습니까. 어떻게 차량이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을까요. 차량은 그냥 운송수단에 불과한데도 말입니다. 사람이 좀 더 편안하고 안전한 차량을 타고 싶어 하는 마음은 십분 이해할 수 있지만, 차량이 계급이고 신분이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작금의 현실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잘못된 문화를 개선하고, 예산절감과 에너지 절약, 대기오염문제와 지구온난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고위공무원들이 오히려 잘못된 문화를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데 앞장서고, 연비가 가장 낮은 초대형차량을 주로 타고 다니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고위공직자들의 전용 관용차량은 대부분 에쿠스, 체어맨 류의 초대형차량입니다.   고위공직자 전용차량 중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최고급 차량인 현대자동차 '에쿠스' 사진 출처 - 현대자동차  고위공직자들의 행태를 보면 차량이 계급이 돼있는 현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장·차관급 고위공직자들에겐 기사 딸린 전용차량이 지급되고 있는데, 장관급들은 차관급보다 ‘더 큰 차’를 ‘전용차량’으로 배정받아 타고 다닙니다.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차는 배기량이 3500CC가 넘고 차값만 5천만 원, 1년 운영비만 1천만 원이 든다는 에쿠스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차량 중에서 가장 연비가 낮은 차량이지요. 또 고위공직자 전용차량의 색깔은 모두 검은 색입니다. 검고 큰 차로 자신의 권위와 신분을 드러내겠다는 것은 매우 반민주적이고 반문화적인 발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국민들은 정말 힘겹게 살아가는 이 때, 자기 돈도 아니고 국민세금으로 자기 신분을 과시하고 계급 서열을 나타내는데 사용하고 있는 현실이 슬픔과 동시에 분노를 자아냅니다. 차관이하의 직원들은 당연히 알아서 차관보다 작은 차를 타고 다니고 있습니다. 이는 수십 년 동안의 불문율입니다. 고위공직자뿐만 아닙니다. 일반 기업들에서도 직급에 따라 차량 크기가 다 다릅니다. 사장이 제일 큰 차면, 상무·전무들이 다음 크기의 차량을, 부장·과장이 또 그보다 더 작은 차를... 차량이 계급이고 신분인 잘못된 문화가 공공영역뿐만 아니라 생활세계에도 완강히 남아 있는 것이죠. 자전거 탄 대법원장, 경차타고 다니는 전직 대통령, 걸어서 출근하는 장관, 친환경차로 바꾸고 있는 내각, 작은 차 타는 CEO... 이런 이야기들이 외국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인구에 회자되는 것은 언제쯤일까요. 사람은 그 사람의 집이나 차량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인간성과 성품, 살아온 역사와 삶의 진정성 등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자명한 진실이 통하지 않는 대한민국에 때론 깊이 실망하게 됩니다. 생활세계에 뿌리박힌 이러한 잘못된 관념 외에도 사람들이 작은 차나 경차를 타지 않는 데는 별다른 메리트가 없다는 점도 작용할 것입니다. 작은 차나 경차에 대한 우대혜택이 약간 있긴 하지만, ‘별로’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죠. 실제로 작은 차나 경차가 연비가 아주 좋다거나, 승차감이 좋다거나 하는 얘기를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회사들이 경차보다는 큰 차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기에 그만큼 경차 기술이 향상되지 않았다는 게 교통관련 시민단체들의 지적입니다.   한국산 경차 마티즈 사진 출처 - GM대우 마티즈 홈페이지  지난 달 <희망제작소>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플러스>에서 조사한 결과(500명 전화조사)를 보면, 국민 69%가 “경차나 소형차에 대한 우대혜택을 확대해야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또한 국민 70%가량이 “정부영역에서부터 경차사용 비율을 30%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는 모범을 보여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관용차는 혈세로 굴러 간다’는 시민사회 일각의 캠페인에 대해 행자부에서 발표한 대책에 ‘앞으로 행정부 소속 관용차량 중 일반 업무용 승용차의 경우 20%까지 경차비율을 확대하겠다’는 전향적인 의견이 있었지만, 우리 국민들은 그 보다 더 많은 비율을 경차를 사용할 것을 주문한 것이죠. 현재 중앙정부의 전체 관용차(5만8천여 대)에서 승용차량 중 경차 비율은 총 9794대 대비 67대로 0.68%에 불과합니다. 국민들에게는 경차를 권유하면서, 관용차량부터 경차를 기피하고 있는 것이죠. 물론 소형차의 비율도 25%에 불과합니다. 전국의 지방정부의 사정도 이와 비슷합니다. 또 한국 사회 전체 차량현황을 보면, 극심한 에너지난과 환경파괴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경차 보급률은 4.9%로(2006년 6월말 기준. 전체 차량 대수 1566만2593대 중 경차는 76만여 대. 출처 : 건교부) 매우 저조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동차 선진국인 일본(26%), 이탈리아(45%), 프랑스(39%)와 비교해 보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인 것이죠. 정부는 이와 같은 국민들의 의견을 고려하고, ‘예산 절감, 에너지 절약, 대기오염 방지’를 위한 실천 중의 하나로 전체 공공영역에서의 관용차량 중 소형차나 경차비율을 더 확대할 것을 추진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또한 현재 많은 국민들이 ‘소형차나 경차’를 이용할 ‘메리트’를 못 느끼고 있는 실정에서, 우리 국민들이 ‘소형차나 경차’ 이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적절한 우대책·유인책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한편, 자동차 회사들도 소비자들의 폭넓은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더 나은 경차’ 개발에도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차량이 그 사람의 신분이나 계급을 나타낸다는 것은 그야말로 서글픈 일입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큰 차는 대기오염과 에너지 낭비의 주범 중의 하나로 지적받아야 마땅합니다. 사람간의 계급차이도 서러운데, 이제 사람이 사는 집과 사람이 타는 차량까지 서열을 매겨 계급차이를 더 공고하게 만드는 지금의 현실은 혁파되어야 할 것입니다. 공공영역과 생활세계 모두에서 작은 차나 경차가 존중받고(제발 무시당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더 나아가 자전거나 도보를 최대한 이용하는 그런 친환경적이고, 인간적인 교통·차량문화가 어서 자리 잡았으면 합니다. 청주시청이 관용 자전거를 도입했고,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 여럿은 소형차를 운행합니다. 행자부도 경차비율을 늘리기로 했고... 바로 이렇게 조금씩이라도 변해나갔으면 합니다. 이것이 최근 저의 간절한 희망사항 중의 하나입니다. ※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희망제작소 홈페이지(www.makehope.org) 희망칼럼 코너에도 함께 올라갑니다.
2017-06-22 | hrights | 조회: 34 | 추천: 0
이현정/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간사   제목만 보면 무슨 글일까 하고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무슨 내용을 쓰려고 엄마, 아빠를 등장 시켰을까 하고 말이다. 그렇다면 먼저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서, 내 자녀 이야기는 아니다 라는 것을 밝혀둔다. 나는 최근에 ‘청소년 통일교육’ 기획 및 진행을 맡아서 하고 있다. 제목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는 교육 모임에서 만났던 한 청소년 친구의 표현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며, 교육 활동에서 만났던 청소년들의 소담스러운 모습들에서 커가는 내 모습을 말해보고자 저작권 침해(?)의 위험을 무릅쓰고 인용해 봤다.   야외 교육활동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일회용 컵에 자기 이름을 쓰고 그 컵을 계속 사용하였다.  우리 모두는 청소년 시기를 겪었다. 겪어보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게다. 단지 자신이 겪었던 청소년 시기의 고민, 방황, 노력의 흔적들이 지금의 모습에 비춰져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정도의 차이점일 것이다. 나의 청소년기를 가만히 떠올려 본다. 참 평범했던 것 같다. 학원을 자주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 집, 학교, 집, 가끔은 친구들과 오락실도 가곤 했던 매우 평범했던 아이였다. 이러하다 보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활동에서는 그들을 잘 이해해줄 수 있는 경험적 준거, 가치 판단의 철학적 기준을 분명히 갖고 있지 못했다. 그래서 처음 그들을 만날 때에는 정체(?)를 잘 알 수 없는 그들이 왠지 두려운 존재로도 인식되었다. 통일교육 활동 중, 청소년 친구들에게 ‘갈등’에 대해서 표현해 보자고 했다. 친구, 가족과의 마찰, 전쟁, 폭력, 정치인 싸움, 옷과 음식 선택의 갈등 등 여러 의견이 나왔다. 한 친구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로 표현했다. 순간 모두가 웃었다. 나도 비슷한 상황들을 겪었지만, 모두들 겪은 듯 했다. 그 내용처럼, 어린 아이들에게는 정말 큰 갈등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는 청소년 자녀에게까지도 그 물음에 대한 분명한 대답을 듣고자 하는 부모님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모두가 웃은 이후에 이어진 그 친구의 말이 지금까지도 깊게 남는다. 자신이 어렸을 때, 이러한 갈등을 겪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통일의 모습과도 닮은 것 같다고 한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기준 안에서, 우리들이 갇혀 있는 것 같으며, 어른들이 원하는 대답을 해야 할 것 같다는 것이다. 이후 그 친구의 얘기를 떠올리면서 나 또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경계선, 분단의 역사 관점에서 청소년들을 대하고만 있지는 않았는지 하는 생각들을 해 보면서 나의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었다. 통일 카툰을 그리기 위해 연습장에 미리 그려보는 청소년 친구의 뒷모습. ‘아~ 갈등 밀려오네~’ ^^*  통일교육 활동을 마칠 때 쯤, 우리는 그동안 함께 해온 여러 통일교육을 통해 변한 자신을 사물, 동물, 자연 등으로 각자 표현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참 다양하며, 자신의 마음이 담긴 소박한 표현들이 많이 쏟아져 나온다. “저는 젓가락이 떠올라요. 젓가락이 하나이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겠지만, 둘이면 해낼 수 있거든요. 이 활동을 통해 통일 마음이라는 친구와 또 지금 제 옆에 있는 친구들을 둘 다 얻고 갑니다.”, “저는 민들레요. 민들레는 아름답지는 않지만, 많은 꽃씨를 만들어서 여러 곳에 날려 보냅니다. 저도 이 곳에서 통일에 대해 많은 생각을 만들었고, 이 꽃씨를 여러 곳에 날려 보내고 싶어요.”, “저는 숄이 떠올라요. 사람의 어깨를 감싸주는 따뜻한 숄처럼, 분단의 갈등을 따뜻한 마음으로 감싼다면 통일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언어,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고, 통일경운기를 타고 통일농장으로 출발~~ ^^*  시간이 흐르고, 그 두려운 존재였던 청소년들이 어느덧 이제는 더욱 더 두려운 존재, 존경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청소년들이 교육을 받고자 날 찾아오지만, 엄밀히 말하면 활동을 펼치면서 내가 더 그들에게서 배우고 있는 것 같다. 친구들의 몸짓, 마음 하나하나에서 많은 것들을 배워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을 닮아가고 있는 것 같다. 누군가 그랬다. 키 큰 나무숲을 지나니 내 키가 커졌고, 깊은 강을 건너니 내 혼이 깊어졌다고. 이제는 어느덧 청소년 친구들이 나에게 키 큰 나무 숲, 깊은 강이 되어 주었다. 나 또한 그 친구들에게 그렇게 되어주고 싶다. 이번 주 창조하는 토, 일요일 대구 지역의 키 큰 나무 숲, 깊은 강을 만나러 간다. 서로에게 바치고 싶다. 그런 나를 떠올리며, 벌써부터 들 떠 있다. ^^* * 보태기 : 매월 2, 4주 토요일이 언제부터인가 ‘놀토’라는 표현으로 대변되고 있다. 우린 창조하는 토요일 ‘창토’, 무언가 꿈틀거리고, 꿈을 품을 수 있는 토요일, ‘꿈토’라 부른다. 청소년 친구들과의 약속이다.
2017-06-22 | hrights | 조회: 45 | 추천: 0
윤요왕/ 강원도 춘천의 농사꾼   한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팔당댐, 청평댐, 의암댐, 춘천댐 그리고 우리 동네가 나온다. 저희 아랫동네(?) 분들께는 대단히 죄송한 말씀이지만 저희가 멱 감은 물 드시고 계시니 잘 보여야 깨끗한 물 드실 수 있을 거다. 이곳 춘천시 고탄리를 중심으로 인근 5개리의 시골아이들은 유치원생(4명) 포함 37명. 한반에 5명 안팎의 교육선진국 학급보다도 적은 인원으로 도시 부모님들이 부러워할 선생님과의 일대일 교육을 받고 있다. 전교생 모두가 형제처럼 지내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연과 벗삼아 공부하고 뛰놀며 살고 있다. 물론 학원이나 과외는 전혀 없고 이곳까지 태우러도 안오는 관계로 사교육비 지출은 할래야 할 수도 없고, 아이들은 스스로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아이들 데리고 이사 오실래요? 지난겨울, 맨 날 집안에서만 노는 아이들을 위해 태권도 학원 한번 보내보는 것이 소원인 학부모님들을 꼬셔서(?) ‘겨울방중 공부방’을 했었다. 동네 들어온 지 몇 년 되지도 않은 나를 믿고 공부방을 위해 회비도 내고 하루씩 돌아가며 아이들도 봐주시고... 태권도 시간은 없었지만 암튼 아이들과 부모님들 모두에게 너무나 행복한 겨울방학이었던 것 같다. 그러자 학기가 시작되면서 상설적인 공부방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빗발친다. 동네 힘도 모으고 기금도 마련코자 백창우 선생님을 모셔서 콘서트도 근사하게 했다. 우리 아이들 그 큰 콘서트 무대에 올라 노래도 불렀다. 까만 시골 아이들이 1,000여명 앞에서 주인공으로 당당히 노래를 부를 때 하마터면 눈물이 날 뻔 했었다. 난 ‘차이로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꿈꾼다. 비농촌아이들이 기본적으로 누리고 있는 것을 농촌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접해 보지도 못한다면 이 역시 차별 아닌가? 귀농하고 나서 농촌의 다른 모든 것이 그렇겠지만 내 눈에는 아이들이 보였다. 농촌에 산다는 이유로 모든 것으로부터 소외되고 차별받고 있는 아이들이 내 눈에 가득 들어온다. 학원중독증에 사교육비에 텔레비전만 켜면 나오는 과잉교육열풍으로 온 나라가 시끌시끌한데도 여기서는 다른 세상 뉴스를 보는 듯하다. 같은 나라 같은 국민인데 왜 그럴까? 철저한 자본의 논리다. 여기에다가 농촌인구의 대부분이 노인분들이니 마을의 모든 관심과 일들은 할아버지,할머니 중심으로 돌아간다. 우리 동네도 나와 귀농한 형님들 포함 4명 빼면 그 위가 바로 환갑을 넘기신 분이다. 그러니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또다른 소외와 차별을 당하고 있다. 나도 아이들이 학원의 홍수 속에서 자라게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개구리 잡고 냇가에 멱감는 것도 하루 이틀이고 부모님 일 도와드리는 것도 가끔씩 해야 재미있지, 갈데없고 할 일 없어서 그런다고 생각해 보시라. 교육환경만 그런가? 문화도 복지도 먹거리도 모두 그렇다. 몸에도 좋지 않지만 피자나 짜장면 한번 배달시켜 먹을 수 없다면, 그 흔한 캠프한번 못 가봤다면 누가 믿을까? 그러니 컴퓨터니 텔레비전이니 꼭 닫아걸고 옛날처럼 한복 입히고 머리 땋아 키워? 얼마 전 운동회가 있었다. 시내에서는 아이들이 많아 한, 두 개 경기면 끝난다고들 하는데 우리아이들은 하나 끝나면 바로 다음 경기가 연이어 있다. 동네 노인분들 경기에 부모님 경기가 두어 개씩 있어도 아이들은 종일 주인공이다. 이 날 하루만큼은 아이들 적은 것이 좋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쓸쓸하다. 37명이 양팔에 양팔을 벌려 서도 운동장의 빈 공간은 채울 수가 없다.   가을운동회에서 학생들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 경향신문  요즘 60명 이하는 통폐합 한다는 교육부 발표가 있고나서 부모님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복식수업(우리 민재엄마가 초등교사인데 정말 복식은 안 된다고 합니다)에 이런 열악한 교육환경보다는 시내학교로 통폐합 되는 게 낫다는 의견과 그래도 학교는 있어야 한다는 의견... 저는 후자의견에 한 표! 농촌에 학교가 없어지면 마을은 점점 더 어둡고 삭막한 곳으로 변해갈 것이기 때문이다. 단, 시골 작은 학교라도 혹 경제적 논리가 안 맞더라도 적어도 아이들 교육환경 만큼은 정부가 나서서 지금보다 더 개선시켜 주어야 한다. 그래야 학교도 살고 농촌도 살 수 있다. 올해 농사도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올 겨울 공부방은 또 어떤 재미나는 걸로 채우나 고민해야 될 때가 왔다. 마누라가 농사만으로도 정신없는데 잘 해도 욕먹는 공부방에 왜 매달리냐고 한다. 우리 동네 아이들이 이런 환경 속에서 자라나 도시의 아이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때 느낄 당혹감과 소외감을 조금이나마 줄여주고 싶다면 이유가 될른지... 여러분! 아이들 데리고 이사 오세요!
2017-06-22 | hrights | 조회: 52 | 추천: 0
김지연/ 방송 작가   금싸라기땅 여의도 곳곳엔 그곳의 가치를 더욱 배가시켜주는 대규모 면적의 방송사들이 있고, 그 큰 면적의 방송사 내부 비상계단 음습한 한 구석엔 한 평도 되지 않는, 담배꽁초와 담배연기 가득한 공간, 공간이라고 칭하기에도 민망하고 비참한, 은밀한 곳들이 있다. 방송국을 드나드는 작가를 비롯한 여성 흡연자들이 발붙일 수 있는 유일한 처소다. 2003년 여름, 복건복지부의 국민건강증진법(제9조 금연을 위한 조치)이 시행되면서 한동안 흡연권과 혐연권을 둘러싼 논쟁으로 온 나라가 뜨거웠다. 방송사 토론프로그램마다 흡연권을 둘러싼 각종 토론들이 줄을 이었지만, 흡연자 대표 중에 여성은 없었다. 그 후 대부분의 공공건물들은 금연빌딩으로 지정됐고, 흡연자들이 발 딛고 설 곳은 눈에 띄게 줄었다. 건물마다 어렵사리 궁색하게 만들어진 그나마의 흡연 공간이 남성들의 전유물인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견고한 현실이었고, 보여지는 것과 실제 내용은 언제나 다르기 마련이어서, 언뜻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이고, 재기발랄한 공기만 넘쳐날 것처럼 보이는, 방송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담배 없이 살 수 없을 정도는 아니지만, 담배를 끊어야할 특별한 동인도 없고, 주위의 압력에 쉽게 욕구를 희생시켜버릴 만큼 착한 성격의 소유자도 아닌 필자, 그렇게 10년을 넘게 하루같이 담배와 더불어 살아오면서 갖게 된 생존 본능이, 바로 일터를 옮길 때마다 흡연실위치부터 파악해두는 거다. 지금 일하는 방송사에서 처음 만난 한 여성 작가에게 물었다. “담배는 어디서들 피우시는지?” 상냥한 그 작가, 복도 끝을 빠져나와 돌고 돌더니, 불빛 한줄기 없는 모 비상계단 꼭대기쯤 막다른 지점,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매캐한 담배연기가 가득한, 환기는 둘째 치고 마주서있는 사람 얼굴조차 보이지 않을 만큼 대낮에도 어둡고 음습한, 이 넓고 화려한 방송국 귀퉁이에 이런 곳이 있었을까 싶은 곳으로 나를 이끈다. 자존감에 상처가 엄습한다. ‘벼를 찧으면서도 학문을 할 수 있다’는 후쿠자와 유키치의 문장에 전율하고, ‘당신들은 천상의 별을 찬미하지만 나는 거리의 땀 냄새를 사랑하겠다’는 칼 마르크스의 전언에서 삶의 단서를 얻었다며 술만 마시면 주접을 떨어대던 필자, 역전 한복판에 담배 피우다 낯선 남자에게 따귀를 맞을지언정, 담배 한 개비 피우기 위해 이렇게 먼 길을 돌고 돌아, 이렇게 비참한 모습으로 담배를 피워야 한다는 사실이 몹시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함께 일하는 남자 PD에게 재차 흡연실 위치를 확인한다. 사무실 옆 지척에 문달린 방을 하나 소개한다. 근사하고 폼 나는 공간은 아니지만, 소박한 테이블과 소파가 마련돼 있는, 그럭저럭 삼삼오오 모여앉아 뒷담화 늘어놓기에는 별 손색없어 보이는 그 곳은, 남성들의 흡연실이다. 살짝 달아오른 얼굴을 하고 들어가 담배를 피워 문다. 그 후 1년 가까이, 그곳을 찾는 남성흡연자들과 안면을 익히고, 낯선 농담이라도 주고받을 수 있게 되기까지 그곳에서 필자, 원숭이이자, 이물질이었다. 백번 양보해 방송국에 드나드는 생물학적 성비를 둘로 쪼개고, 그 성비 안에서 다시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나누더라도, 이건 너무 치사한 공간분할 아닌가. 자유로운 영혼들이 모여드는 방송국 사정이 이럴진대, 다른 회사들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국내최초로 만들어진 남여 전용흡연실의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대학 1학년 교양선택 과목으로 신청해 들어갔던 문화인류학 첫 수업에서, 분필 한 자루 손에 들고 있는 것조차 힘겨워 보일 만큼 여리고 약해보이는 남자 교수 입에서, 돌연 터져 나왔던 흡연 여성에 대한 폭언을 기억한다. 임신과 출산을 해야 하는 여성들이 함부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여성이길, 나아가 인간이길 포기하는 야만적이고 비이성적인 행동이라는, 그러니 결혼안하고, 애 안 낳을 결심 한 여자들이나 담배를 피울 테면 피워보라는. 여성의 흡연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대체 이런 식의 논리로 박탈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회적으로는 더없이 유약함에도 불구하고,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용인되는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 사실 자체가 필자로서는 도무지 용납되지 않는다. 더 이상 단지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라, 무얼 먹고, 얼마나 잘 살 것이냐가 유일한 고민인 이때에, 하여 너도나도 웰빙을 위해 금연이 추세인 이때에, 그 무슨 흡연권 운운하는 야만적이고 뒤떨어진 소리냐 비웃는 분들 분명 있을 터다. 오해마시라. 필자는 우리 모두 행복을 위해 담배를 피워야 한다고 떠들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가뜩이나 법으로 제도로 흡연을 막아대고 있는 이 판국에, 남자든 여자든 흡연자는 갈수록 소수자로 전락하고 있는 이 시절에, 동병상련 오순도순 피워 올리는 담배연기, 그 또한 아름다울 수 있지 않겠냐, 주절거려 보는 것일 뿐이다. - 김지연 작가는 현재 KBS 1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 프로를 맡고 있으며, KBS 2TV 시사투나잇,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iTV 전격토론, SBS <책하고 놀자>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하였습니다.
2017-06-22 | hrights | 조회: 50 | 추천: 0
연규련/ CJB청주방송 노조 상근활동가   근자에 자주 만나는 K는 대학 때 동아리에서 기타를 쳤다고 했다. 밥 먹을 땐 반찬으로, 술 먹을 땐 안주로, 학교 때 생활이며 음악 이야기가 더해지는지라 ‘녀석, 꽤나 열심이었나 보다’ 하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K의 동아리 사람들과 술을 한잔 할 기회가 생겼다. 기대했던 대로 그 자리에서는 외국그룹 누구누구에 대한 얘기며, 재작년 공연에서 연주한 곡이 정말 어려웠다는 얘기, 00학번 선배는 요즘 어떻게 지낸다는 얘기들이 곁들여져 어떤 안주보다도 맛있고 즐겁게 해주고 있었다.   사진 출처 - sbs   흥겨웠던 분위기의 중반쯤. 얼근하게 취한 K가 맞은편에 앉아있던 후배에게 갑자기 “지금 동방에 가서 내 기타 좀 가져와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유인즉슨, 집에 가져가서 연습을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자정이 가까운 시각에 도보로 왕복 20분이 넘는 거리를, 자리가 파하지도 않았는데 다녀오라고 하는 것이 나로선 이해되지 않았다. 더구나 본인이 가져오는 것도 아니라 후배에게 말이다. “정 필요하면 네가 다녀오면 되지”라고 한 내 말은 술에 섞어 마셨는지 못들은 체하고 앞자리의 후배에게 “빨리 가져오라” 소리만 녹음기처럼 반복하는 K. 그런데 불편한 얼굴로 맞은편에 앉아있던 그 후배, 어떤 기타냐고 자세히 묻더니 벌떡 일어나서 달려 나가는 것이다. 후배와 함께 돌아온 기타는 자리가 파할 때까지 구석에 박혀 있다가 집에 돌아갈 때쯤 다시 다른 후배의 어깨에 들러 메어졌다. 알고 보니 그 자리에선 K가 왕고(최고 학번)여서 K의 말이 곧 법이라는 것이었다.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있다. K의 일화는 단지 술 취한 사람의 주정일 수도 있고, 특별히 유대감이 깊은 동아리 선후배지간의 습관적인 심부름일 수도 있다. 물론 나 역시 그 자리가 술자리였건 그렇지 않건 간에 이와 비슷한 경험이 많다. 그리고 어느 땐 내가 K같은 입장이기도 했다. 내 눈에 든 들보는 못보고 남의 눈의 티는 보인다고 했던가. 상황이 갑자기 달리 보인다. K든, M이든, 나의 경우이든 재미있는 공통점은 언제나 이런 일엔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과 당하는 사람,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집단에서 영향을 미치는 자리에 서게 될 때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 권력을 행사하고, 집단은 그의 방식을 당연하게(저항 없이) 수용한다. 무언가 구체적인 사례가 없을까? 프랑스 영화 ‘룩 앳 미’가 좋겠다.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인기작가의 주위에 들러붙어 하루를 편하게 보내는 서글픈 인생들이 많다. 학교에서는 학번으로, 직장에서는 직책으로, 사회일반에서는 나이로 매겨지는 순번은 위계질서라는 명목으로 사람들의 목을 누른다. 가정에서 길들여지고 사회에서 인정받아온 이런 소통방식은 세습되고 교육되어져 사회를 지배하는 공식이 되는데 이 공식에 자기를 맞추지 않으면 ‘잘못된 답’이라는 낙인을 받는다. 술자리 친구의 이야기가 너무 크게 번졌나? 그렇다면 “이봐 K! 미안하다. 하지만, 사실이잖아” ^^
2017-06-22 | hrights | 조회: 58 | 추천: 0
안진걸/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 연구원   여러분, 장연희 아주머님을 아시나요? 아마도 거의 모든 분들이 모르시겠죠. 전 오늘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가 아니라 울 아주머님을 여러분께 소개할까 합니다. 장연희 아주머님은 늘 가방에 천 바구니를 여러 개 가지고 다니십니다. 모두 울 아주머님이 버려진 옷감들을 모아서 직접 제작한 천 바구니들이지요. 비닐봉지 쓰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나누어주신 천 바구니 숫자만 아마도 지금까지 만개가 넘을 것입니다. 때로는 울 아주머님은 정성껏 만든 천 바구니를 각종 행사나 집회장에서 팔아서 어렵게 활동하는 시민단체를 돕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다들 ‘천 바구니가 너무 예쁘고 참 실용적’이라고 한마디씩 하곤 합니다. 울 아주머님과 함께 비닐봉지 안 쓰기 제대로 실천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할인마트는 천 바구니를 가지고 가면 50원을 할인해주기도 하잖아요. 천 바구니를 애용하고 있던 저에게 울 아주머님은 어느 날은 떠먹는 요구르트 케이스를 깨끗이 씻어 만든 ‘컵’을 주셨습니다. 당연히 그 컵은 이제 종이컵의 자리를 대신해 제가 애용하게 되었지요. 종이컵이 얼마나 많은 산림을 파괴하고 있겠느냐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아직도 여러분 주변 곳곳에 종이컵을 쓰고 계시죠? 종이컵과의 결별, 분명 불편하겠지만 아마 ‘아름다운 이별’이 될 것입니다. 저도 한때 모 대학에서 ‘종이컵 안 쓰고 자기 컵 쓰기 운동본부’ 실무를 맡았던 생각이 납니다. 대학 내 50여 대의 자판기에서부터 종이컵 대신 자기 컵을 사용하자는 캠페인으로 실제로 종이컵이 자판기에서 아예 안 나오고 자기 컵을 사용하게 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습니다.(모든 학생들에게 예쁜 쇠 컵을 나누어 드렸었지요) 그러나 갈수록 그것이 불편하니까, 처음엔 호응했던 학생들도 ‘종이컵을 부활해 달라’는 요구를 거세게 하더군요. 결국 전 ‘에코(eco) 파시스트’라는 말을 듣기까지 했지요. 그러다 결국 10여 달 만에 종이컵이 부활하고야 말았습니다. 그날 전 펑펑 울고야 말았답니다. 생활을 바꾸는 일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또한 다른 이의 생활을 바꾸기 위해선 더 지난한 노력과 설득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울 아주머님께서는 그것을 지금 3십여 년째 묵묵히 해내고 계시는 것이죠.   직접 만드신 노끈 이쑤시개와 예쁜 천 바구니를 들고 장연희 아주머님과 필자가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 정기연  ‘참여연대’에서 자원 활동 하시는 울 아주머님께서는 참여연대를 드나드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천 바구니를 드리고, 깨끗이 씻어 만든 재활용 컵 등을 드립니다. 아마도 그 중에 사람들이 제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노끈을 잘라 만든 ‘이쑤시개’일 것입니다. 제가 사용해보니 참 좋기는 하였습니다만, 어쩐지 노끈이라고 하니 좀 망설여지기는 했습니다. 그래도 울 아주머님은 나무를 잘라 만든 이쑤시개를 쓰느니 노끈을 깨끗이 씻은 이쑤시개를 쓰는 게 옳다고 정성껏 설명해주십니다. 지금도 참여연대 입구 안내데스크에는 울 아주머님이 갖다 놓은 노끈 이쑤시개 수십여 개가 사용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번은 노순택 작가의 평택 대추리 사진전에서 만난 국무총리실 관계자를 붙들어 놓고 ‘왜 이렇게 정부 영역의 관용차는 (초)대형이냐’며 집요하게 설득하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자신의 주변에 아는 사람 몇몇이 차관급 공무원이 되었는데, ‘전용차량이 에쿠스로 바뀌었다’며 이럴 수는 없다고 하시면서 목소리를 높이셨습니다. 알고 봤더니 이해찬 전 총리 부부를 우연히 만났을 때도 한바탕 ‘교양’을 하셨다고 합니다. 제발 공공영역에서부터 작은 차를 타자는 울 아주머님의 외침은 지금 사회적 캠페인으로 발전했습니다. 현재 <희망제작소>가 <오마이뉴스>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관용차는 혈세로 굴러 간다’는 캠페인은 바로 울 아주머님의 제보와 제안으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또 한 번은 ‘컴퓨터를 사용 못 하신다’면서 16절지에 깨알 같은 글씨를 적어 오셨습니다. ‘김칫국물도 그냥 버리지 마라’는 제목이었는데요. 그 종이에는 “김칫국물이 몸에 좋기도 하고, 그냥 버리면 수질오염도 되니까 절대 그냥 버리지 말고 비벼먹거나 국을 끓일 때, 또 돼지고기 양념할 때 써라”는 호소를 담고 있었습니다. 오호! 울 아주머님은 도대체 아무것도 그냥 버리는 게 없는 것이었습니다. 한때 동아일보 해직기자의 아내로 모질게 세상을 살면서도 민주화투쟁과 언론개혁을 위해 항상 남편과 함께 투쟁해 오신 울 아주머님. 어떤 이들의 실천은 안타깝게도 민주화에서 그친 반면 울 아주머님의 실천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통째로 친환경적으로, 순환적으로 바꾸고 공익단체에서 자원 활동을 즐겨 하시며, 주변에 끊임없이 이를 알려나가고 전파하는 울 아주머님의 실천. 너무나 희망차고 아름다워 보이지 않으세요? 겨울에는 버려진 솜들을 엮어 만든 귀마개를 하고 다니시는 아주머님의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이 웃음과 기쁨을 여러분께 그대로 전하며 오늘 글을 마칩니다. ※ 추신 : 아, 참 노끈 이쑤시개와 예쁜 천 바구니를 보고싶거나 필요하신 분은 <희망제작소> http://makehope.org로 오십시오. 항상 비치해놓고 기다리겠습니다.
2017-06-22 | hrights | 조회: 64 |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