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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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가시’는 현장을 살아가는 젊은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젊은 칼럼 공간입니다.

‘목에가시’는 김아현(인권연대 연구원),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 서동기(대학생), 손상훈(교단자정센터 원장), 송채경화(한겨레21 기자), 이동화(아디 사무국장), 이상재(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이현정(꽃씨네농작물 대표), 이회림(○○경찰서), 허창영(광주교육청 조사구제팀장, 전임 간사)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연규련/ CJB청주방송 노조 상근활동가   근자에 자주 만나는 K는 대학 때 동아리에서 기타를 쳤다고 했다. 밥 먹을 땐 반찬으로, 술 먹을 땐 안주로, 학교 때 생활이며 음악 이야기가 더해지는지라 ‘녀석, 꽤나 열심이었나 보다’ 하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K의 동아리 사람들과 술을 한잔 할 기회가 생겼다. 기대했던 대로 그 자리에서는 외국그룹 누구누구에 대한 얘기며, 재작년 공연에서 연주한 곡이 정말 어려웠다는 얘기, 00학번 선배는 요즘 어떻게 지낸다는 얘기들이 곁들여져 어떤 안주보다도 맛있고 즐겁게 해주고 있었다.   사진 출처 - sbs   흥겨웠던 분위기의 중반쯤. 얼근하게 취한 K가 맞은편에 앉아있던 후배에게 갑자기 “지금 동방에 가서 내 기타 좀 가져와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유인즉슨, 집에 가져가서 연습을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자정이 가까운 시각에 도보로 왕복 20분이 넘는 거리를, 자리가 파하지도 않았는데 다녀오라고 하는 것이 나로선 이해되지 않았다. 더구나 본인이 가져오는 것도 아니라 후배에게 말이다. “정 필요하면 네가 다녀오면 되지”라고 한 내 말은 술에 섞어 마셨는지 못들은 체하고 앞자리의 후배에게 “빨리 가져오라” 소리만 녹음기처럼 반복하는 K. 그런데 불편한 얼굴로 맞은편에 앉아있던 그 후배, 어떤 기타냐고 자세히 묻더니 벌떡 일어나서 달려 나가는 것이다. 후배와 함께 돌아온 기타는 자리가 파할 때까지 구석에 박혀 있다가 집에 돌아갈 때쯤 다시 다른 후배의 어깨에 들러 메어졌다. 알고 보니 그 자리에선 K가 왕고(최고 학번)여서 K의 말이 곧 법이라는 것이었다.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있다. K의 일화는 단지 술 취한 사람의 주정일 수도 있고, 특별히 유대감이 깊은 동아리 선후배지간의 습관적인 심부름일 수도 있다. 물론 나 역시 그 자리가 술자리였건 그렇지 않건 간에 이와 비슷한 경험이 많다. 그리고 어느 땐 내가 K같은 입장이기도 했다. 내 눈에 든 들보는 못보고 남의 눈의 티는 보인다고 했던가. 상황이 갑자기 달리 보인다. K든, M이든, 나의 경우이든 재미있는 공통점은 언제나 이런 일엔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과 당하는 사람,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집단에서 영향을 미치는 자리에 서게 될 때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 권력을 행사하고, 집단은 그의 방식을 당연하게(저항 없이) 수용한다. 무언가 구체적인 사례가 없을까? 프랑스 영화 ‘룩 앳 미’가 좋겠다.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인기작가의 주위에 들러붙어 하루를 편하게 보내는 서글픈 인생들이 많다. 학교에서는 학번으로, 직장에서는 직책으로, 사회일반에서는 나이로 매겨지는 순번은 위계질서라는 명목으로 사람들의 목을 누른다. 가정에서 길들여지고 사회에서 인정받아온 이런 소통방식은 세습되고 교육되어져 사회를 지배하는 공식이 되는데 이 공식에 자기를 맞추지 않으면 ‘잘못된 답’이라는 낙인을 받는다. 술자리 친구의 이야기가 너무 크게 번졌나? 그렇다면 “이봐 K! 미안하다. 하지만, 사실이잖아” ^^
2017-06-22 | hrights | 조회: 49 | 추천: 0
안진걸/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 연구원   여러분, 장연희 아주머님을 아시나요? 아마도 거의 모든 분들이 모르시겠죠. 전 오늘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가 아니라 울 아주머님을 여러분께 소개할까 합니다. 장연희 아주머님은 늘 가방에 천 바구니를 여러 개 가지고 다니십니다. 모두 울 아주머님이 버려진 옷감들을 모아서 직접 제작한 천 바구니들이지요. 비닐봉지 쓰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나누어주신 천 바구니 숫자만 아마도 지금까지 만개가 넘을 것입니다. 때로는 울 아주머님은 정성껏 만든 천 바구니를 각종 행사나 집회장에서 팔아서 어렵게 활동하는 시민단체를 돕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다들 ‘천 바구니가 너무 예쁘고 참 실용적’이라고 한마디씩 하곤 합니다. 울 아주머님과 함께 비닐봉지 안 쓰기 제대로 실천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할인마트는 천 바구니를 가지고 가면 50원을 할인해주기도 하잖아요. 천 바구니를 애용하고 있던 저에게 울 아주머님은 어느 날은 떠먹는 요구르트 케이스를 깨끗이 씻어 만든 ‘컵’을 주셨습니다. 당연히 그 컵은 이제 종이컵의 자리를 대신해 제가 애용하게 되었지요. 종이컵이 얼마나 많은 산림을 파괴하고 있겠느냐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아직도 여러분 주변 곳곳에 종이컵을 쓰고 계시죠? 종이컵과의 결별, 분명 불편하겠지만 아마 ‘아름다운 이별’이 될 것입니다. 저도 한때 모 대학에서 ‘종이컵 안 쓰고 자기 컵 쓰기 운동본부’ 실무를 맡았던 생각이 납니다. 대학 내 50여 대의 자판기에서부터 종이컵 대신 자기 컵을 사용하자는 캠페인으로 실제로 종이컵이 자판기에서 아예 안 나오고 자기 컵을 사용하게 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습니다.(모든 학생들에게 예쁜 쇠 컵을 나누어 드렸었지요) 그러나 갈수록 그것이 불편하니까, 처음엔 호응했던 학생들도 ‘종이컵을 부활해 달라’는 요구를 거세게 하더군요. 결국 전 ‘에코(eco) 파시스트’라는 말을 듣기까지 했지요. 그러다 결국 10여 달 만에 종이컵이 부활하고야 말았습니다. 그날 전 펑펑 울고야 말았답니다. 생활을 바꾸는 일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또한 다른 이의 생활을 바꾸기 위해선 더 지난한 노력과 설득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울 아주머님께서는 그것을 지금 3십여 년째 묵묵히 해내고 계시는 것이죠.   직접 만드신 노끈 이쑤시개와 예쁜 천 바구니를 들고 장연희 아주머님과 필자가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 정기연  ‘참여연대’에서 자원 활동 하시는 울 아주머님께서는 참여연대를 드나드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천 바구니를 드리고, 깨끗이 씻어 만든 재활용 컵 등을 드립니다. 아마도 그 중에 사람들이 제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노끈을 잘라 만든 ‘이쑤시개’일 것입니다. 제가 사용해보니 참 좋기는 하였습니다만, 어쩐지 노끈이라고 하니 좀 망설여지기는 했습니다. 그래도 울 아주머님은 나무를 잘라 만든 이쑤시개를 쓰느니 노끈을 깨끗이 씻은 이쑤시개를 쓰는 게 옳다고 정성껏 설명해주십니다. 지금도 참여연대 입구 안내데스크에는 울 아주머님이 갖다 놓은 노끈 이쑤시개 수십여 개가 사용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번은 노순택 작가의 평택 대추리 사진전에서 만난 국무총리실 관계자를 붙들어 놓고 ‘왜 이렇게 정부 영역의 관용차는 (초)대형이냐’며 집요하게 설득하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자신의 주변에 아는 사람 몇몇이 차관급 공무원이 되었는데, ‘전용차량이 에쿠스로 바뀌었다’며 이럴 수는 없다고 하시면서 목소리를 높이셨습니다. 알고 봤더니 이해찬 전 총리 부부를 우연히 만났을 때도 한바탕 ‘교양’을 하셨다고 합니다. 제발 공공영역에서부터 작은 차를 타자는 울 아주머님의 외침은 지금 사회적 캠페인으로 발전했습니다. 현재 <희망제작소>가 <오마이뉴스>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관용차는 혈세로 굴러 간다’는 캠페인은 바로 울 아주머님의 제보와 제안으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또 한 번은 ‘컴퓨터를 사용 못 하신다’면서 16절지에 깨알 같은 글씨를 적어 오셨습니다. ‘김칫국물도 그냥 버리지 마라’는 제목이었는데요. 그 종이에는 “김칫국물이 몸에 좋기도 하고, 그냥 버리면 수질오염도 되니까 절대 그냥 버리지 말고 비벼먹거나 국을 끓일 때, 또 돼지고기 양념할 때 써라”는 호소를 담고 있었습니다. 오호! 울 아주머님은 도대체 아무것도 그냥 버리는 게 없는 것이었습니다. 한때 동아일보 해직기자의 아내로 모질게 세상을 살면서도 민주화투쟁과 언론개혁을 위해 항상 남편과 함께 투쟁해 오신 울 아주머님. 어떤 이들의 실천은 안타깝게도 민주화에서 그친 반면 울 아주머님의 실천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통째로 친환경적으로, 순환적으로 바꾸고 공익단체에서 자원 활동을 즐겨 하시며, 주변에 끊임없이 이를 알려나가고 전파하는 울 아주머님의 실천. 너무나 희망차고 아름다워 보이지 않으세요? 겨울에는 버려진 솜들을 엮어 만든 귀마개를 하고 다니시는 아주머님의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이 웃음과 기쁨을 여러분께 그대로 전하며 오늘 글을 마칩니다. ※ 추신 : 아, 참 노끈 이쑤시개와 예쁜 천 바구니를 보고싶거나 필요하신 분은 <희망제작소> http://makehope.org로 오십시오. 항상 비치해놓고 기다리겠습니다.
2017-06-22 | hrights | 조회: 41 |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