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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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가시’는 현장을 살아가는 젊은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젊은 칼럼 공간입니다.

‘목에가시’는 김아현(인권연대 연구원),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 다솜(미디어 활동가), 손상훈(교단자정센터 원장), 송채경화(한겨레21 기자), 이동화(아디 사무국장), 이상재(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이현정(꽃씨네농작물 대표), 허창영(광주교육청 조사구제팀장, 전임 간사)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김지연/ 방송 작가   금싸라기땅 여의도 곳곳엔 그곳의 가치를 더욱 배가시켜주는 대규모 면적의 방송사들이 있고, 그 큰 면적의 방송사 내부 비상계단 음습한 한 구석엔 한 평도 되지 않는, 담배꽁초와 담배연기 가득한 공간, 공간이라고 칭하기에도 민망하고 비참한, 은밀한 곳들이 있다. 방송국을 드나드는 작가를 비롯한 여성 흡연자들이 발붙일 수 있는 유일한 처소다. 2003년 여름, 복건복지부의 국민건강증진법(제9조 금연을 위한 조치)이 시행되면서 한동안 흡연권과 혐연권을 둘러싼 논쟁으로 온 나라가 뜨거웠다. 방송사 토론프로그램마다 흡연권을 둘러싼 각종 토론들이 줄을 이었지만, 흡연자 대표 중에 여성은 없었다. 그 후 대부분의 공공건물들은 금연빌딩으로 지정됐고, 흡연자들이 발 딛고 설 곳은 눈에 띄게 줄었다. 건물마다 어렵사리 궁색하게 만들어진 그나마의 흡연 공간이 남성들의 전유물인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견고한 현실이었고, 보여지는 것과 실제 내용은 언제나 다르기 마련이어서, 언뜻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이고, 재기발랄한 공기만 넘쳐날 것처럼 보이는, 방송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담배 없이 살 수 없을 정도는 아니지만, 담배를 끊어야할 특별한 동인도 없고, 주위의 압력에 쉽게 욕구를 희생시켜버릴 만큼 착한 성격의 소유자도 아닌 필자, 그렇게 10년을 넘게 하루같이 담배와 더불어 살아오면서 갖게 된 생존 본능이, 바로 일터를 옮길 때마다 흡연실위치부터 파악해두는 거다. 지금 일하는 방송사에서 처음 만난 한 여성 작가에게 물었다. “담배는 어디서들 피우시는지?” 상냥한 그 작가, 복도 끝을 빠져나와 돌고 돌더니, 불빛 한줄기 없는 모 비상계단 꼭대기쯤 막다른 지점,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매캐한 담배연기가 가득한, 환기는 둘째 치고 마주서있는 사람 얼굴조차 보이지 않을 만큼 대낮에도 어둡고 음습한, 이 넓고 화려한 방송국 귀퉁이에 이런 곳이 있었을까 싶은 곳으로 나를 이끈다. 자존감에 상처가 엄습한다. ‘벼를 찧으면서도 학문을 할 수 있다’는 후쿠자와 유키치의 문장에 전율하고, ‘당신들은 천상의 별을 찬미하지만 나는 거리의 땀 냄새를 사랑하겠다’는 칼 마르크스의 전언에서 삶의 단서를 얻었다며 술만 마시면 주접을 떨어대던 필자, 역전 한복판에 담배 피우다 낯선 남자에게 따귀를 맞을지언정, 담배 한 개비 피우기 위해 이렇게 먼 길을 돌고 돌아, 이렇게 비참한 모습으로 담배를 피워야 한다는 사실이 몹시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함께 일하는 남자 PD에게 재차 흡연실 위치를 확인한다. 사무실 옆 지척에 문달린 방을 하나 소개한다. 근사하고 폼 나는 공간은 아니지만, 소박한 테이블과 소파가 마련돼 있는, 그럭저럭 삼삼오오 모여앉아 뒷담화 늘어놓기에는 별 손색없어 보이는 그 곳은, 남성들의 흡연실이다. 살짝 달아오른 얼굴을 하고 들어가 담배를 피워 문다. 그 후 1년 가까이, 그곳을 찾는 남성흡연자들과 안면을 익히고, 낯선 농담이라도 주고받을 수 있게 되기까지 그곳에서 필자, 원숭이이자, 이물질이었다. 백번 양보해 방송국에 드나드는 생물학적 성비를 둘로 쪼개고, 그 성비 안에서 다시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나누더라도, 이건 너무 치사한 공간분할 아닌가. 자유로운 영혼들이 모여드는 방송국 사정이 이럴진대, 다른 회사들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국내최초로 만들어진 남여 전용흡연실의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대학 1학년 교양선택 과목으로 신청해 들어갔던 문화인류학 첫 수업에서, 분필 한 자루 손에 들고 있는 것조차 힘겨워 보일 만큼 여리고 약해보이는 남자 교수 입에서, 돌연 터져 나왔던 흡연 여성에 대한 폭언을 기억한다. 임신과 출산을 해야 하는 여성들이 함부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여성이길, 나아가 인간이길 포기하는 야만적이고 비이성적인 행동이라는, 그러니 결혼안하고, 애 안 낳을 결심 한 여자들이나 담배를 피울 테면 피워보라는. 여성의 흡연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대체 이런 식의 논리로 박탈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회적으로는 더없이 유약함에도 불구하고,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용인되는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 사실 자체가 필자로서는 도무지 용납되지 않는다. 더 이상 단지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라, 무얼 먹고, 얼마나 잘 살 것이냐가 유일한 고민인 이때에, 하여 너도나도 웰빙을 위해 금연이 추세인 이때에, 그 무슨 흡연권 운운하는 야만적이고 뒤떨어진 소리냐 비웃는 분들 분명 있을 터다. 오해마시라. 필자는 우리 모두 행복을 위해 담배를 피워야 한다고 떠들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가뜩이나 법으로 제도로 흡연을 막아대고 있는 이 판국에, 남자든 여자든 흡연자는 갈수록 소수자로 전락하고 있는 이 시절에, 동병상련 오순도순 피워 올리는 담배연기, 그 또한 아름다울 수 있지 않겠냐, 주절거려 보는 것일 뿐이다. - 김지연 작가는 현재 KBS 1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 프로를 맡고 있으며, KBS 2TV 시사투나잇,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iTV 전격토론, SBS <책하고 놀자>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하였습니다.
2017-06-22 | hrights | 조회: 5 | 추천: 0
연규련/ CJB청주방송 노조 상근활동가   근자에 자주 만나는 K는 대학 때 동아리에서 기타를 쳤다고 했다. 밥 먹을 땐 반찬으로, 술 먹을 땐 안주로, 학교 때 생활이며 음악 이야기가 더해지는지라 ‘녀석, 꽤나 열심이었나 보다’ 하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K의 동아리 사람들과 술을 한잔 할 기회가 생겼다. 기대했던 대로 그 자리에서는 외국그룹 누구누구에 대한 얘기며, 재작년 공연에서 연주한 곡이 정말 어려웠다는 얘기, 00학번 선배는 요즘 어떻게 지낸다는 얘기들이 곁들여져 어떤 안주보다도 맛있고 즐겁게 해주고 있었다.   사진 출처 - sbs   흥겨웠던 분위기의 중반쯤. 얼근하게 취한 K가 맞은편에 앉아있던 후배에게 갑자기 “지금 동방에 가서 내 기타 좀 가져와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유인즉슨, 집에 가져가서 연습을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자정이 가까운 시각에 도보로 왕복 20분이 넘는 거리를, 자리가 파하지도 않았는데 다녀오라고 하는 것이 나로선 이해되지 않았다. 더구나 본인이 가져오는 것도 아니라 후배에게 말이다. “정 필요하면 네가 다녀오면 되지”라고 한 내 말은 술에 섞어 마셨는지 못들은 체하고 앞자리의 후배에게 “빨리 가져오라” 소리만 녹음기처럼 반복하는 K. 그런데 불편한 얼굴로 맞은편에 앉아있던 그 후배, 어떤 기타냐고 자세히 묻더니 벌떡 일어나서 달려 나가는 것이다. 후배와 함께 돌아온 기타는 자리가 파할 때까지 구석에 박혀 있다가 집에 돌아갈 때쯤 다시 다른 후배의 어깨에 들러 메어졌다. 알고 보니 그 자리에선 K가 왕고(최고 학번)여서 K의 말이 곧 법이라는 것이었다.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있다. K의 일화는 단지 술 취한 사람의 주정일 수도 있고, 특별히 유대감이 깊은 동아리 선후배지간의 습관적인 심부름일 수도 있다. 물론 나 역시 그 자리가 술자리였건 그렇지 않건 간에 이와 비슷한 경험이 많다. 그리고 어느 땐 내가 K같은 입장이기도 했다. 내 눈에 든 들보는 못보고 남의 눈의 티는 보인다고 했던가. 상황이 갑자기 달리 보인다. K든, M이든, 나의 경우이든 재미있는 공통점은 언제나 이런 일엔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과 당하는 사람,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집단에서 영향을 미치는 자리에 서게 될 때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 권력을 행사하고, 집단은 그의 방식을 당연하게(저항 없이) 수용한다. 무언가 구체적인 사례가 없을까? 프랑스 영화 ‘룩 앳 미’가 좋겠다.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인기작가의 주위에 들러붙어 하루를 편하게 보내는 서글픈 인생들이 많다. 학교에서는 학번으로, 직장에서는 직책으로, 사회일반에서는 나이로 매겨지는 순번은 위계질서라는 명목으로 사람들의 목을 누른다. 가정에서 길들여지고 사회에서 인정받아온 이런 소통방식은 세습되고 교육되어져 사회를 지배하는 공식이 되는데 이 공식에 자기를 맞추지 않으면 ‘잘못된 답’이라는 낙인을 받는다. 술자리 친구의 이야기가 너무 크게 번졌나? 그렇다면 “이봐 K! 미안하다. 하지만, 사실이잖아” ^^
2017-06-22 | hrights | 조회: 6 | 추천: 0
안진걸/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 연구원   여러분, 장연희 아주머님을 아시나요? 아마도 거의 모든 분들이 모르시겠죠. 전 오늘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가 아니라 울 아주머님을 여러분께 소개할까 합니다. 장연희 아주머님은 늘 가방에 천 바구니를 여러 개 가지고 다니십니다. 모두 울 아주머님이 버려진 옷감들을 모아서 직접 제작한 천 바구니들이지요. 비닐봉지 쓰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나누어주신 천 바구니 숫자만 아마도 지금까지 만개가 넘을 것입니다. 때로는 울 아주머님은 정성껏 만든 천 바구니를 각종 행사나 집회장에서 팔아서 어렵게 활동하는 시민단체를 돕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다들 ‘천 바구니가 너무 예쁘고 참 실용적’이라고 한마디씩 하곤 합니다. 울 아주머님과 함께 비닐봉지 안 쓰기 제대로 실천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할인마트는 천 바구니를 가지고 가면 50원을 할인해주기도 하잖아요. 천 바구니를 애용하고 있던 저에게 울 아주머님은 어느 날은 떠먹는 요구르트 케이스를 깨끗이 씻어 만든 ‘컵’을 주셨습니다. 당연히 그 컵은 이제 종이컵의 자리를 대신해 제가 애용하게 되었지요. 종이컵이 얼마나 많은 산림을 파괴하고 있겠느냐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아직도 여러분 주변 곳곳에 종이컵을 쓰고 계시죠? 종이컵과의 결별, 분명 불편하겠지만 아마 ‘아름다운 이별’이 될 것입니다. 저도 한때 모 대학에서 ‘종이컵 안 쓰고 자기 컵 쓰기 운동본부’ 실무를 맡았던 생각이 납니다. 대학 내 50여 대의 자판기에서부터 종이컵 대신 자기 컵을 사용하자는 캠페인으로 실제로 종이컵이 자판기에서 아예 안 나오고 자기 컵을 사용하게 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습니다.(모든 학생들에게 예쁜 쇠 컵을 나누어 드렸었지요) 그러나 갈수록 그것이 불편하니까, 처음엔 호응했던 학생들도 ‘종이컵을 부활해 달라’는 요구를 거세게 하더군요. 결국 전 ‘에코(eco) 파시스트’라는 말을 듣기까지 했지요. 그러다 결국 10여 달 만에 종이컵이 부활하고야 말았습니다. 그날 전 펑펑 울고야 말았답니다. 생활을 바꾸는 일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또한 다른 이의 생활을 바꾸기 위해선 더 지난한 노력과 설득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울 아주머님께서는 그것을 지금 3십여 년째 묵묵히 해내고 계시는 것이죠.   직접 만드신 노끈 이쑤시개와 예쁜 천 바구니를 들고 장연희 아주머님과 필자가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 정기연  ‘참여연대’에서 자원 활동 하시는 울 아주머님께서는 참여연대를 드나드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천 바구니를 드리고, 깨끗이 씻어 만든 재활용 컵 등을 드립니다. 아마도 그 중에 사람들이 제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노끈을 잘라 만든 ‘이쑤시개’일 것입니다. 제가 사용해보니 참 좋기는 하였습니다만, 어쩐지 노끈이라고 하니 좀 망설여지기는 했습니다. 그래도 울 아주머님은 나무를 잘라 만든 이쑤시개를 쓰느니 노끈을 깨끗이 씻은 이쑤시개를 쓰는 게 옳다고 정성껏 설명해주십니다. 지금도 참여연대 입구 안내데스크에는 울 아주머님이 갖다 놓은 노끈 이쑤시개 수십여 개가 사용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번은 노순택 작가의 평택 대추리 사진전에서 만난 국무총리실 관계자를 붙들어 놓고 ‘왜 이렇게 정부 영역의 관용차는 (초)대형이냐’며 집요하게 설득하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자신의 주변에 아는 사람 몇몇이 차관급 공무원이 되었는데, ‘전용차량이 에쿠스로 바뀌었다’며 이럴 수는 없다고 하시면서 목소리를 높이셨습니다. 알고 봤더니 이해찬 전 총리 부부를 우연히 만났을 때도 한바탕 ‘교양’을 하셨다고 합니다. 제발 공공영역에서부터 작은 차를 타자는 울 아주머님의 외침은 지금 사회적 캠페인으로 발전했습니다. 현재 <희망제작소>가 <오마이뉴스>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관용차는 혈세로 굴러 간다’는 캠페인은 바로 울 아주머님의 제보와 제안으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또 한 번은 ‘컴퓨터를 사용 못 하신다’면서 16절지에 깨알 같은 글씨를 적어 오셨습니다. ‘김칫국물도 그냥 버리지 마라’는 제목이었는데요. 그 종이에는 “김칫국물이 몸에 좋기도 하고, 그냥 버리면 수질오염도 되니까 절대 그냥 버리지 말고 비벼먹거나 국을 끓일 때, 또 돼지고기 양념할 때 써라”는 호소를 담고 있었습니다. 오호! 울 아주머님은 도대체 아무것도 그냥 버리는 게 없는 것이었습니다. 한때 동아일보 해직기자의 아내로 모질게 세상을 살면서도 민주화투쟁과 언론개혁을 위해 항상 남편과 함께 투쟁해 오신 울 아주머님. 어떤 이들의 실천은 안타깝게도 민주화에서 그친 반면 울 아주머님의 실천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통째로 친환경적으로, 순환적으로 바꾸고 공익단체에서 자원 활동을 즐겨 하시며, 주변에 끊임없이 이를 알려나가고 전파하는 울 아주머님의 실천. 너무나 희망차고 아름다워 보이지 않으세요? 겨울에는 버려진 솜들을 엮어 만든 귀마개를 하고 다니시는 아주머님의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이 웃음과 기쁨을 여러분께 그대로 전하며 오늘 글을 마칩니다. ※ 추신 : 아, 참 노끈 이쑤시개와 예쁜 천 바구니를 보고싶거나 필요하신 분은 <희망제작소> http://makehope.org로 오십시오. 항상 비치해놓고 기다리겠습니다.
2017-06-22 | hrights | 조회: 8 |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