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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 '가난과 한국사회' 기획연재를 시작하며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25 15:23
조회
202

 서상덕/ 인권연대 운영위원, 가톨릭신문 기자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요. 저는 아는 만큼 사랑하고 사랑하는 만큼 실천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관계된 일에서는 더더구나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단정적인 말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제 주위에는 좋은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 자신의 영역에서 성가를 높이는 분들도 계시고, 크게 드러나진 않지만 좋은 일을 하는 이들도 있고, 정말 된 사람이구나 하는 찬탄을 자아내게 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이들의 공통된 모습 가운데 하나는 자신의 외연을 주변으로까지 넓힐 줄 아는 안목을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달리 말해 자신을 넘어서 다른 이들까지 자신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이타적인’ 사랑을 하는 이들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아는 만큼 사랑한다는 말도 참 잘 들어맞는 얘기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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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노컷뉴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이들 가운데서도 아쉬운 점이 눈에 띄고 어떤 경우에는 그 아쉬움이 너무 도드라져서 그 사람의 장점까지 바래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소외된 이들을 대하는 시야는 많은 경우 그 사람이 아는 범주를 뛰어넘기가 힘든 게 현실입니다. 나아가 그 ‘앎’이 던져주는 불편함이나 불쾌함 때문에 의식적으로 가난한 이들에게서 눈을 돌리거나 자신의 주위에 두지 않으려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가난한 이들을 자주 대하게 되는 저로서는 ‘앎’은 많은데 그에 맞갖은 ‘행동’이 따르지 못하는 이런 경우를 보며 아쉬움을 느낄 때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까닭에 사랑은 불편을 감내할 줄 아는 지혜이거나 그런 능력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인권에 대한 감수성
이런 단상들은 종종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라는 의제로 옮아가곤 합니다. ‘앎’이 있어도 그 ‘앎’대로 따르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자극에 대해 적절히 반응하지 못하는 감수성 부족을 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인 장애인들의 문제만 봐도 그렇습니다. 한 예로 장애인의 성과 결혼에 대한 담론이 제기되었을 때를 한번 상상해보십시오. 많은 경우 이 문제에 대해 애써 무관심해지거나 배척하기까지 합니다. 이는 장애인의 삶을 그들의 삶 속에서 찾으려 하지 않고, 일반인의 범주에 맞춰 생각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얘기한 ‘앎’에서 ‘사랑’으로까지 나아가지 못한 셈이지요.
어쩌면 이 나라 현실과 구조 속에서 그렇게 생각하고 지내는 것이 더 쉽게 느껴지도록 배운 탓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돌이켜보면 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인식으로부터 왔다고 하는 것이 더 진실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인식전환 필요
‘앎’을 통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가지려면 예의 ‘감수성’이 필요합니다. 인권연대는 올 한해 동안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새로운 모색을 하고자 합니다. 특별히 우리 사회현실을 비추어 올해는 ‘가난’의 문제로 감수성 높이기 연습을 해볼까 합니다. 굳이 ‘가난’을 의제로 삼은 것은 현재 우리 사회에 드리운 가난의 그림자가 낳은 문제가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수많은 악순환으로 재생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먹고살기도 힘든 판국이어서 인권에 대한 감수성은 사그라질 대로 사그라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새 기획인 ‘가난과 한국사회’는 우리 사회 곳곳에 도사린 가난이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는지 함께 돌아보고 고민하는 장이 될 것입니다.
가난으로 인해 고통당하는 이들과 그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떤 곳이든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서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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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 인권연대는 일년동안 ‘가난과 한국사회’ 기획연재를 시작합니다. 이 면의 기획과 연재는 인권연대 운영위원이자 가톨릭신문 기자로 재직 중인 서상덕 기자님이 기꺼이 수고를 해주시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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