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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호] 경찰, 과거를 넘어 미래로 가라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23 15:39
조회
252

허창영/ 인권연대 간사


  인권연대는 올 한 해 경찰개혁 문제를 인권의 관점에서 재정비하기 위해 <시민의신문>과 함께 ‘경찰개혁 연속 정책토론회’를 공동주최했다. 연속토론회는 5월 보안경찰을 시작으로 6월 수사, 7월 인사·교육, 8월 전·의경, 9월 정보, 10월 종합토론 순으로 진행되면서 경찰 각 분야를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이는 형사사법절차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10만에 이르는 거대한 조직에 대한 최초의 본격적인 논의였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계기였다.


 

 보안, 성역을 허물다


 경찰업무 중에서도 보안과 정보는 그야말로 베일 속에 가려져 있던 부분이었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예산은 얼마인지, 또 국민의 생활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도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보안과 정보는 토론회가 있기 이전부터 뜨거운 감자같은 주제였다.


 과거 민주화 인사들을 미행하고 고문하는 일을 담당했던 보안경찰은 故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사건으로 대표되는 폭압기제의 전형이다. 민간인 정부가 들어서고 남북화해시대가 열렸지만 여전히 2,600여명에 이르는 보안경찰이 활동하고 있고, 이들의 교육과 업무 또한 지극히 시대착오적인 냉전논리에 머물러 있다.


 특히 이들이 최근 몇 년간 한 일이라고는 그저 다루기 쉬운 한총련 학생 수십명을 잡아들이는 것이 고작이었고, 근거도 불명확한 탈북자 보호를 주요 업무로 상정하고 조직의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하고 있다.


 따라서 구시대적 보안개념의 재정의, 조직의 정비, 보안분실의 폐지 중단 등이 요구되었다. 특히 보안분실과 관련해서는 故 박종철 열사가 죽어간 남영동 보안분실만이라도 먼저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이 인권연대에 의해 처음 제기됐다. 이후 ‘남영동 보안분실을 국민에게’ 추진위원회가 구성되고 경찰이 남영동에 있던 보안3과를 홍제동으로 이전하고 남영동을 인권센터로 전환하겠다는 전향적인 발표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남영동에서 보안분실은 철수했으며, 보안경찰에 대한 논의는 국회차원에서의 공청회로 이어지는 등 보안경찰 새판짜기의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


 정책정보 활동은 월권


 정보경찰 토론회에서는 과거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던 민간인 사찰과 정보수집, 최근의 정책정보 수집 등 정보경찰 활동이 명확한 수권조항도 없이 경찰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에서 정한 ‘치안정보의 수집’이라는 포괄조항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어 국민의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최근 정보경찰은 민간에 대한 사찰과 정보수집은 거의 하지 않고 있으며 국가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규모 시위 등에 대한 정책정보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토론회에서는 경찰이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주요 정책결정에 사실상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우려도 존재한다는 점이 지적됐다. 결국 이는 ‘경찰국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결국 노사간 갈등과 집회 시위 현장에서의 중재 등 정보경찰이 정책정보 활동이라고 내세우며 벌이는 활동 또한 관련 분야의 다른 국가기관이 해야 할 일에 전문성도, 근거도 없이 관여하고 있는 셈이다.


 토론회에서는 민간에 대한 사찰과 정보수집이 당연히 중단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정책정보 수집도 경찰의 몫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정책정보 수집 또한 보안경찰과 마찬가지로 조직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밥줄 붙들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대한 정보경찰을 정비해 수사 등으로 인력을 재배치하고, 경찰의 정보활동은 수사에 필요한 정보활동으로 국한되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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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남북화해시대 보안경찰의 역할과 방향’ 토론회(05.05.18)


 

 경찰대학 존폐 논의 물꼬


 경찰 인사·교육 토론회에서는 경찰대학 문제가 논란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경찰대학은 전두환 정권 시절 개교된 이래 4년간 무료교육, 졸업과 동시에 경위로 임용하는 등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특혜를 주고 있으며, 지금 현재는 경찰조직의 주요 요직에 경찰대학 출신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는 상황이다.


 토론회에서는 경찰대학 출신들을 경위로 전원 임용하는 것이 일반대학 경찰관련학과 출신들에 대한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위헌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경찰대학 설립 당시에는 일반대학에 경찰관련학과가 거의 없었으나 지금은 70여개 대학에 경찰관련학과가 설치 운영되고 있는 현실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또 경찰대학 출신들에 대한 특혜와 주요 요직의 장악은 비경찰대학 출신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어 조직적인 갈등도 낳고 있다는 점도 아울러 지적됐다.


 따라서 경찰대학은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고졸자들을 수능점수만으로 뽑아 경위로 임용하는 방식을 벗어나 순경출신들을 간부로 재교육하거나 대학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토론회의 결과는 경찰대학에 대한 국회차원의 논의로 이어져 열린우리당 최규식 의원이 ‘누구를 위한 경찰대학인가?’라는 공청회를 열기도 했고, 국정감사에서 경찰대학의 폐지 내지는 운영방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국회의원들의 질의가 나오기도 했다. 토론회가 경찰대학 논의의 물꼬를 튼 셈이다.


 전·의경제 폐지가 유일한 답


 연속토론회에서는 경찰 경비 실무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전·의경 문제도 논의됐다. 전·의경은 대간첩작전을 위해 박정희 정권 시절 설치됐고, 군복무 대상자들이 전환복무를 하는 형태로 신분은 군인이면서 군인이 아닌 업무를 보고 있어 그 지위 자체가 탈법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전·의경은 시민들을 직접 접촉하는 집회와 시위 현장에 투입되면서도 경찰로써 받아야할 기본교육이 현저하게 부족한 것을 비롯해, 양심과는 다르게 진압에 강제동원되고 있는 점에서의 위헌논란, ILO 규정상의 강제노동에 해당한다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전·의경 문제는 지난 7월 10일 평택사태와, 故전용철 열사가 죽은 농민대회에서의 경찰 폭력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더욱 중요하다. 아울러 APEC에서의 경찰대응 등 경찰경비의 모든 문제가 전·의경과 연결되어 있다.


 경찰로써는 전·의경이라는 동원하기 쉽고, 합법적인 병력이 있기 때문에 인해전술식, 틀어막기식 경비가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위헌논란과 강제노동, 구타 가혹행위 등 인권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는 전·의경을 해체하고 과감한 경비개념의 혁신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토론회에서도 전·의경을 해체하고 경찰경비를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 제기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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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5일 진행된 경찰개혁 연속 정책토론회 종합토론


 

 민간차원의 소중한 성과


 연속토론회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문제도 논의됐다. 수사권을 누가 갖느냐라는 조직적 이익 차원이 아니라 어떤 구조가 인권친화적인 수사 환경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졌다.


 마지막으로 진행된 종합토론에서는 경찰의 과거청산이 과거사건의 정리에 머무르지 않고, 그러한 사건이 가능할 수 있었던 보안, 정보, 경비 등 과거기제들을 과감하게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경찰 스스로 표방하고 있는 ‘인권경찰’로 가기 위해서는 경찰 활동 전반에 대한 시민참여와 통제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총 6차례에 걸쳐 진행된 토론회는 우선 민간차원에서의 최초의 종합적인 문제제기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었다. 인권단체가 상대방의 실수에 대응하는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방식을 벗어나 ‘구조’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보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각 토론회에서 제출된 논문은 자료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지만 또 앞으로 경찰개혁을 요구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근거들이 된다는 점에서 소중한 결과물이다.


 이번 토론회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후원과 파트너였던 <시민의신문>의 적극적인 참여, 열린우리당 홍미영 의원의 참여, 곤란한 입장임에도 매회 참석했던 경찰청 관계자들, 그리고 선행연구가 미비한 상황에서 자료를 캐내가며 발제문과 토론문을 작성한 연구자 등의 참여로 가능했다. 이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문제는 토론회의 성과가 탁상공론에 머물지 않고 실제 정책반영으로 이어지게 하는 데 있다. 토론회는 경찰에 대한 시민적·민주적 통제를 위한 하나의 시작일 뿐이다. 경찰개혁 연속 정책토론회의 진정한 성과는 시민의 노력에 의해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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