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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사망설' 사법부 최종 판단은?(위클리 경향, 08.10.21)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03 11:51
조회
80
2008 10/21   위클리경향 796호
‘허위사실 유포’혐의 최씨 재판 마무리 단계
아고라 토론장은 여전히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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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된 최씨는 아고라에 올린 사진 10여 장 이외에도 130여 장의 사진을 남겼다. 누리꾼은 먼저 공개된 사진과 더불어 이 사진들이 담고 있는 ‘진실’이 무엇인지 추적했다. 가장 논란이 되었던 새벽 1시 37분 사진(위)과 추가로 공개된 새벽 1시 38분 사진(아래).
"나를 끌고 간 경찰은 5~6명으로 기억한다. 물포(살수차)와 차벽 사이로 끌려갔는데, 정말 많이 맞았다. 경찰봉으로 뒤에서 때린 사람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안면 부위에 출혈이 있었다. 뒤통수·옆구리·겨드랑이·허벅지 등 몸 구석구석이 상처투성이였다. 한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검은 멍이 흉터처럼 남아 있었다.”

김태성(37)씨의 법정 증언이다. 10월 6일 서울중앙지법 523호. ‘허위사실 유포로 명예훼손’‘전기통신망법 및 전기통신 기본법 위반’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48·경기 안성)씨의 6차 공판 자리다. 최씨가 포털 다음의 아고라 게시판에 ‘살인경찰 사실이 아니길 바랍니다’라는 제목으로 여성 사망설을 제기한 지도 벌써 4개월이 되었다. 변호인은 이날 최씨 석방을 요청하는 탄원서 명단을 제출하면서 보석 허가를 요청했다. 재판장과 최씨 사이에 가벼운 설전이 오갔다.

재판장: 피고인 스스로 느끼기에 단정적으로 글을 쓴 것은 아닌가.
최○○: 경찰이 진상조사를 하면 좋겠다.
재판장: 피고인은 지금도 봤다고 믿는가. 구체적으로 목졸라 죽이는 것을 봤나.
최○○: 그날 시위대가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끝까지 깨어나지 못했고, 경찰이 목을 졸라 죽였고 경찰도 진압을 하려면 안전장치를 해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재판장: 안타깝다. 피고인이 그날 목 졸라 죽이는 것을 봤다면 판사로서 할 말이 없다. 법관도 그렇지만 기자라면 이렇게 글을 안 썼을 것이다.
최○○: 진실은 밝혀야 한다. (사망한) 촛불시민이 근거도 없이 묻힌다면 나는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느낄 것이다. 추호도 잘못 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목격자다. 목격자가 목격한 것을 표현한 것이 죄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사회에서는 목격자를 법으로 보호한다. 사법부 처벌을 받는 것을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변호인의 보석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모씨 법정서 여성 사망 목격 계속 주장
이 사건을 조사한 서울사이버수사대 장관승 팀장은 “만약 사실대로 인정했다면 구속 사유가 안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최씨가 구속된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일정한 주거가 없다. 최씨는 주민등록상 주소지에 거주하고 있지 않았다. 둘째 ‘증거 인멸 도주 우려’라는 측면에서 최씨는 다른 곳에 피신한 상태였다. 셋째 진술이 매번 바뀐다. 1차와 2차, 3차 진술이 달랐다. 장 팀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법원이 왜 받아들였고, 또 변호인 측이 낸 구속 적부심을 왜 기각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최씨 구속으로 ‘여성 사망설’은 잠잠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까지도 포털 아고라의 ‘이야기즐’ 코너엔 하루에 20~30건의 관련 토론 글이 올라온다. 글의 중심 재료는 최씨가 남긴 137장의 사진이다. 최씨 사진을 어떻게 해석할지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사망설과 관련한 ‘진실’을 지속적으로 추적한 누리꾼의 입장은 크게 셋으로 나뉜다. 첫째는 최씨가 목격하지 않았거나 사망설에 대한 경찰 해명이 맞다고 보는 입장이다. 이들은 최씨가 남긴 사진과 인근에서 다른 이들에 의해 찍힌 사진이나 동영상을 종합했을 때 사망설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둘째는 이른바 ‘사진분석그룹’이다. 이미지 뷰어 등을 통해 최씨가 남긴 사진을 분석하고 사진을 찍은 시간과 카메라 기종 등의 정보가 들어 있는 ‘메타정보’를 분석해 당일 현장 상황을 파악하려는 그룹이다. 셋째는 온라인에 올라 있는 이미지 분석을 넘어 당일 현장 목격자들을 중심으로 증언 등을 수집해, 실제 6월 1일 통의동 파출소 인근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재구성하려는 그룹이다.

둘째와 셋째 그룹 범주에 해당하는 누리꾼은 최씨가 남긴 사진이나 현장을 목격한 최씨 자신이 이명박 정부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씨가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실제 ‘여성 사망’이 있었고, 정부와 경찰이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면 정권 퇴진까지 불러올 수 있는 큰 이슈라는 것이다.

인도 누워 있는 전경 방모 상경 아닐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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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방모 상경으로 추정되었던 사진. 최씨가 찍은 사진에도 이 전경대원의 운동화가 포착되었다. 재판 과정에서 방 상경은 “자신인 것 같다”고 진술했으나, 재판에서 나온 증언을 종합하면 사진의 주인공은 방 상경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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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에선 방 상경이 쓰러져 있던 장소가 어디인가가 계속 논쟁되었다. 사진은 경찰이 제공한 당시 현장 채증 사진. 경찰은 우측 하단의 흰색 부분(숫자 8과 0사이)이 통의동 파출소 앞 중앙선 건너 흰 차선이라고 주장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 수사대 제공>
현재까지 진행된 재판을 통해 밝혀진 ‘사실’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5월 31일부터 6월 1일까지 경찰의 대응에서 무리한 진압이 있었다. 특히 변호인 측 증인은 최씨가 글에서 언급한 ‘목조르기 자세’로 연행된 경우가 여럿 있었으며, 일부연행자는 연행 과정에서 실신하거나 구토하는 등의 사실이 있었다. ▲특히 최소한 2명의 목격자가 최씨가 언급한 것과 유사한 형태로 2인 이상이 연행되는 것을 목격했고 ▲전경 혹은 민간인, 성별은 구별하지 못했지만 그중 깨어나지 못해 스타렉스에 실려 간 사람이 있었다. ▲스타렉스 차량(06로4035)은 당일 현장지휘를 나온 영등포경찰서의 ‘위장차’(현장 출동용 차량)이며, 당일 현장 지휘를 위해 나온 차량이다. ▲방 상경을 옮길 당시 차량에는 운전자 강모(40)씨와 김모 상경, 방모 상경 세 명이 탑승했으며 운전자 옆 조수석에는 아무도 타지 않았다. ▲애초 한 민간인이 찍은 사진 속 인도에 누워 있는 전경대원이 방모 상경으로 지적됐으나 재판 과정에서 이 전경대원은 방모 상경이 아닐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그러나 방 상경은 공판에서 “잘 모르겠지만 내가 맞는 것 같다”고 증언했다). ▲심폐소생술을 받은 사람이 있다는 간접 증언이 나온 반면, 실제 방 상경은 심폐소생술을 받지 않았다 등이다.

공판과는 별도로 아고라 ‘이야기즐’의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9일과 10일, 토론은 경찰 동영상에서 방 상경을 싣고 갔다는 스타렉스 차량에 대한 논의에 집중됐다. 최씨 글에 자신의 목격댓글을 올린 ‘농촌사랑’ 박모(38·공무원)씨가 찍은 휴대전화 동영상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최씨 사건과 관련되어 조사받은 이들이 경찰에서 본 ‘경찰 제작 풀 버전 동영상’의 존재가 알려진 것도 일조했다.

기자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를 방문, 문제의 동영상을 검토했다. 경찰이 제시한 ‘풀 버전 동영상’의 재생 시간은 8분 정도다. 그러나 소문처럼 ‘풀 동영상’은 아니었다. 동영상은 의식을 잃은 방 상경을 둘러싸고 급박하게 전개되는 상황, 스타렉스에 방 상경을 싣고 떠나는 장면, 그리고 경복궁 담장 위에 올라 있는 최씨와 윤모 기자 등을 채증한 내용으로 되어 있었다. 종전 버전보다 조금 더 긴 버전임에도 불구하고 방 상경이 누워 있는 위치가 어디인지는 이 동영상에서도 특정되지 않는다. 즉 재판에서 주요 논점이 되었던 방 상경이 쓰러진 장소는 이 동영상으로 밝혀지지 않는 것이다. 또 이 동영상은 여러 군데서 ‘컷’되었다. 촬영할 때 필요한 장면만 쓰기 위한 ‘화면 컷’이라고 하더라도 동영상이 공개된다면 편집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스타렉스가 출발하는 장면에 등장하는 경복궁 담장 위에는 최씨로 추정되는 사람과 여성, ‘파도처럼’이라는 닉네임으로 글을 남긴 강모(38)씨의 모습도 있다. 사이버수사대 장 팀장은 “시간대 등을 고려할 때 최씨가 나온 장면은 최씨가 여성 사망을 목격했다는 시간과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법정에 제출된 방 상경이 쓰러져 인공호흡을 받는 경찰 채증 사진의 시간대는 6월 1일 새벽 1시 35분 57초에서 36분 47초 사이였다. 최씨의 사진과 박모씨가 찍은 동영상에 등장하는 스타렉스 후진 장면의 시간대는 1시 42분이다. 채증 사진이나 동영상이 조작되지 않았다면 최씨가 찍은 사진과 시간대가 일치할 가능성이 크다.

최씨와 함께 당일 경복궁 담장 위에 있었던 인물은 현재 거의 파악됐다. 누리꾼은 남긴 댓글로 추정해볼 때 당일 현장에 있었을 가능성이 큰 조모(20대 여성으로 추정)씨의 소재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 채증 사진을 보면, 최씨 바로 옆 곤색 나이키 트레이닝 상의를 입은 여성이 포착되는데, 박씨 등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이 여성도 최씨와 동일한 시간대에 사진을 찍었을 가능성이 크다.

“최씨 구속으로 경찰 불신 자초”
배영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당시 상황에서 민감한 사안이라서 경찰이 신속한 조치를 취했을지는 모르지만, 오히려 공중담론의 장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풀어지는 게 맞지 않았나 생각한다”라며 “인신 구속 때문에 소통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오해나 경찰 등 국가기관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는 상황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도 “이 사건과 관련 경찰이 곤혹스럽고 쓸데없는 행정력을 낭비했다든가 명예훼손을 당했다는 주장은 일면 이해되지만, 촛불정국에서 경찰이 ‘시민들을 위한 경찰’로서 역할을 못 했다는 데서 그런 오해를 자초한 것이 아니냐”라며 “명예훼손을 당했다는 경찰이 형사 처벌의 주체이기 때문에 설령 법적 처벌의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는 최씨의 구속재판을 경찰 보복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사건을 맡고 있는 김광중 변호사(법무법인 한결)는 “집단 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집단 크기를 보고 있는데, 경찰처럼 한 집단이 10만이 넘는 경우, 이를테면 경기도민 같은 집단은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다”라며 “다만 구성원 개개인이 특정될 수 있냐는 것인데, 최씨는 사진을 올릴 당시 누구라고 밝히지 않았고, 특정된 경찰대원 개인은 나중에 누리꾼에 의해, 즉 제3자의 추가적 행위에 의해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최씨의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최씨 사건은 10월 22일 최후변론 및 피고인 최후진술 등을 거친 뒤 선고가 내려진다.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과연 어떨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분석 얼마나 믿을 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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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 중 일부는 사진을 확대해보면 보이지 않았던 민간인 이미지가 또렷히 떠오른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사망설 초기 최씨 사진 중 심폐소생술을 받는 여성이 아니냐고 의혹이 제기됐던 부분. 논의가 진행되면서 적어도 그림처럼 여성이 누워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결론났다.
기자는 지난 8월 다음아고라에 글을 올려 ‘여성 사망설’과 관련한 자료를 요청했다. 300~400명의 누리꾼으로부터 1000여 건이 넘는 ‘제보’가 들어왔다. 그만큼 이 사건에 대한 누리꾼의 관심은 컸다. 그중에는 중복 자료도 많았지만 특이한 제보도 많았다. 특히 ‘뭔가 석연 치않은’ 제보는 “최씨의 사진을 분석해보면 한 명뿐 아니라 더 많은 민간인 사망자가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9월 초순 기자를 찾아온 유모씨가 내놓은 자료가 대표적이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최씨가 찍은 사진 중 경찰 방패 아래에도 5~6구의 시신이 숨겨져 있고, 당일 현장에 출동한 소방차의 윗 포장 아래에도 시신이 숨겨져 있다. 심지어 통의동 가로수 나무 밑에는 아이들로 보이는 이들이 3~4명 누워 있다는 것이다. 사진 분석을 통해 “더 많은 민간인 사망자가 있다”는 주장의 내용을 들어보면 구체적이며 단정적이다. “단발머리, 7부 청바지, 굽 높은 구두의 인상 착의의 여성이다.”

이들 중 일부는 사진을 확대하거나 돋보기·휴대전화 촬영모드로 보면 안 보이던 사람 형상이 포착된다고 말한다. 이런 주장을 어떻게 봐야 할까. 박주석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학)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었으면 픽셀 수가 낮기 때문에 담을 수 있는 정보량이 극히 적다”라며 “그걸 확대경으로 들여다본다고 없는 것이 생기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사회평론가 이철우 박사(사회심리학)는 파레이돌리아(pareidolia) 현상이 아니겠느냐고 풀이한다. 파레이돌리아란 불분명하고 모호한 영상에 일정한 패턴, 특히 사람 얼굴과 같은 형상을 찾아내려는 지각의 본성을 말한다. 보통 피암시성이 높은 사람들이 영향을 받기 쉽지만 일반인도 마찬가지다. 이 박사는 “촛불시위 참가자 중 일부가 이 사건이 이명박 정부를 하야시킬 기회라고 판단, 그런 희망에 너무 집착해서 나타난 현상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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