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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향한 동경과 경멸... 한국사회 병리 '집약판'(한겨레 08.10.4)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03 11:49
조회
90
스타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도넘은 비난 이어져
대중의 무차별 공격 노출된 연예인들 연대 절실

 

‘국민 연기자’ 최진실씨의 갑작스런 자살은 한국 사회에 내재된 여러 병리현상들이 위험수위를 넘어섰음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연예인에 대한 과도한 관심은 자신의 삶에서 만족감을 찾지 못하는 대중의 ‘좌절감’을 드러내고, 악소문에 노출된 대중스타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은 약자에게 유달리 냉혹한 우리 사회의 특성과 겹친다. 그렇지만 뒤처지고 상처받은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나 ‘연대’의 손길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씨는 “지금은 한국 사회 전체에 치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상실의 시대 심리학자들은 “최진실씨 죽음의 이면에서 한국 사회 전체가 입은 깊은 내면의 상처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최진실씨 죽음의 배경에는 걸러지지 않은 채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을 분 단위로 쏟아내는 ‘연예 뉴스’가 있고, 그 밑바탕에는 연예인들에 대한 대중의 지나친 관심이 자리잡고 있다.


과도한 입시 경쟁에 지친 10대, 제대로 된 직업을 찾지 못한 ‘88만원 세대’, 치열한 생존경쟁에 내몰린 30·40대들은 날마다 컴퓨터 모니터 앞으로 몰려든다. 이동연 문화연대 문화사회연구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한국의 인터넷 이용률과 이용 시간은 한편으론 현실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깊은 좌절감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그 틈을 파고든 것이 인터넷 포털을 통해 쏟아지는 ‘연예 뉴스’들이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문화콘텐트학)는 “서구에서도 연예인들의 사생활은 관심의 대상이지만 우리는 그 정도가 이미 정상 범위를 넘어선 것 같다”며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악플’로 해소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 ‘동경’과 ‘경멸’의 두 얼굴 한국 사회에서 특히 연예인들은 늘 ‘이중적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간다. 스타가 되는 순간 감당하기 힘들 만큼 큰 사랑과 경제적 보상을 받지만, 말실수나 음주 운전, 사소한 거짓말 등으로 한순간에 나락으로 추락하기도 한다. 영화평론가인 심영섭 대구사이버대학 교수(상담심리학)는 “한국의 대중은 곤란한 상황에 처한 연예인에게 매우 냉혹하다”고 말했다.


최진실씨는 1988년부터 20년 동안 대중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전 매니저 배병수씨의 죽음, 야구 선수 조성민씨와의 결혼과 이혼, 탤런트 안재환씨의 죽음과 얽힌 ‘25억 채무설’ 등의 굴곡을 지나오면서 견디기 힘든 ‘비난’과 ‘경멸’을 감당해야 했다. 가수 나훈아씨는 지난 1월 유명 여배우와의 염문설과 그로 인한 신체 훼손설을 진화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에서 바지 지퍼를 내리려는 퍼포먼스까지 벌여야 했다. 14년차 배우의 매니저인 이아무개씨는 “뒷이야기가 무성한 스타들뿐 아니라 신인 연기자들도 정신과 상담을 받을 정도로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하소연했다.


경멸의 대상은 연예인뿐만이 아니다. 2005년 필리핀에서 외아들을 잃은 임수경씨는 아들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 일부 인터넷 포털에 ‘빨갱이 아들 잘 죽었다’는 식의 악성 댓글이 넘쳐나는 경험을 했다. 이 때문에 임씨는 한때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큰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정혜신씨는 “누리꾼 대부분이 연예인을 증오해서 감정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자신의 말이 몰고 올 파장을 모르기 때문에 일을 저지른다”며 “그런 사실이 우리에게 더 깊은 상처와 좌절감을 남긴다”고 말했다.


■ 연대의 손길은 없다 심영섭씨는 “마지막 죽음의 충동을 억누르면서 최진실씨는 외로웠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동안 최씨가 했던 언론 인터뷰를 보면, 그의 복잡했을 감정의 결들이 느껴진다. 최씨는 지난 1월 나훈아씨의 기자회견을 두고 “속이 시원했다”고 했고, 다른 인터뷰에서도 “답답하다”거나 “혼자 남겨진 것 같다”고 자주 말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의 ‘외로움’을 이해하지 못했고, 그 고통을 보듬으려 하지 않았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대중의 무차별 공격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점에서 연예인들도 사회적 약자라고 볼 수 있다”며 “피해를 본 연예인들이 서로 연대할 수 있는 모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영섭씨는 “연예인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힘들고 ‘연예인 노조’ 같은 제도적인 지원과 사회의 따뜻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혜신씨는 “일상적으로 자신의 마음에 대한 배려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공격성이 사회 전체 분위기를 파괴적으로 만들고 있다”며 “연예인과 대중 모두가 세심한 정신적 치유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길윤형 하어영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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