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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가시’는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총장), 신종환(공무원), 윤요왕(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장), 이동화(아디 활동가), 이승은(경찰관), 이원영(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 정한별(사회복지사) 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아이고, 이것도 중요하고 저것도 중요하고... -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1 18:03
조회
241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한국에서의 국제연대활동의 유형은 시기적으로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지지 않을까 싶다. 첫 번째는 한국의 인권상황을 외부에 알리고 외부로부터 도움을 받기위한 고전적 국제연대활동이다. 대규모의 인권침해가 만연했고, 최소한의 절차적 민주주의 제도가 부재했던 암울한 독재 정권 시기에는 각 분야별 노동이슈면 노동단체들이, 환경 관련이슈면 환경단체들이, 여성은 여성단체들이 단체 내에 국제연대 부서를 두어서 각 이슈에 대한 상황을 관련 국제단체들에게 알리고, 이에 대한 서명이나 항의 전화나 항의 편지 등의 구체적인 액션을 외부로부터 요청하였다. 지금도 여전히 규모가 큰 단체에서의 국제연대부서의 활동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외국의 사례를 한국에 알리고 이를 이슈화하며, 한국 내에서의 활동을 조직하는 활동인데 이는 아마도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1991년도 미국에 의한 걸프전 때 몇몇 여성, 평화단체에서 했던 반전시위가 그 시작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 이후로 전쟁과 점령, 외국의 정치권력에 의한 대규모 인권침해사례가 발생할 때 한국 내에서 단체들끼리 꾸준한 연대대응모임과 활동이 있어왔다.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민변이라는 단체에서도 국제연대활동 부서는 단체 창립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쭉 있어왔다. 주로 했던 활동은 앞서 말한 유형 중 첫 번째인 주로 국내의 인권침해 사례 등을 유엔인권메커니즘을 통해서 제기하고 이슈화하고, 외부 단체나 기관으로부터 행동을 이끌어 내는 활동이었다. 하지만 단체 내에서 서서히 국내 상황에 대해서 우리가 필요할 때 연대를 요청하는 이기적(?) 활동보다는 다른 나라의 인권침해상황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의견이 생기기 시작했고, 특히나 국제연대단체들끼리 공유하는 메일이나 간간히 국제회의에 참석하면서 해외 인권침해사례와의 접촉 빈도가 높아지면서 앞서 밝힌 두 번째 유형쪽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실제로 지리적으로 가까운 아시아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 내 시민사회단체뿐만 아니라 해외 각 국에서 활동하는 국제단체들과 연대하는 활동이 시작되었다.

통계적으로 최근 2~3년 내의 활동을 살펴보면 필리핀에서의 시민활동가 탄압(말이 탄압이지 실재 도로에서 총기를 사용하여 활동가들이나 성직자를 살해하는 수준)에 연대하는 활동, 버마에서의 민주주의 열망에 대한 버마군정의 탄압에 항의하는 활동, 중국정부의 박해를 받는 티벳인들과 연대하는 활동, 이스라엘에 의한 팔레스타인 학살에 항의하는 활동 등 다양한 이슈와 영역에 걸친 국제연대 활동들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러한 활동들은 자연스럽게 이전만큼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게 솔직한 상황이다. 단체내의 모습을 보면 다시 국내의 여러 인권침해사례에 대해서 기존에 했던 활동(유엔인권메커니즘 활용)에 더하여 유엔 이외의 국제기구에 한국의 사례를 알리고 이에 대한 연대를 요청하는 활동이 더욱 늘어났다. 그것도 거의 하나의 사안이 끝나기도 전에 또 하나의 사안이 터지고, 네버엔딩 사안폭발이라 이러한 사안을 계속 알리다 보면 나중에는 창피하기까지 하다. 요즘처럼 데모한번 할라치면 오만절차를 다 치르더라도 나중에 불허되기 십상이고 광장이 경찰차로 삥 둘러 쳐진 사안을 해외에 보낼 때 “정말 어쩌다가 이 나라가 이 모양까지 갔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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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앞 광장과 태평로 일대를 둘러싼 전경버스
사진 출처 - 뉴시스


앞서 밝힌 두 가지 유형은 어느 것이 옳다는 가치판단을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어떠한 활동을 보다 집중하고 역량을 투여해야 하는지와 같은 선택의 문제이다. 인권보호에 국경과 민족이 있을 수 없기에 차이를 두지 않고 모두 다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그건 활동함에 있어 비현실적이다. 개인적으로 솔직히 한국의 시민사회는 국외의 인권탄압상황에 눈을 돌려 그에 맞는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러한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내가 게을러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현재는 그 쪽의 상황만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활동가가 어디에 시선을 두고 관심을 가지냐가 활동에 중요한 동인이겠지만, 외부 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그마저도 쉽지 않은 것 같다. 시간이 갈수록 뭔가 발전된다는 느낌보다는 쓸데없는 고민만 늘어나는 게 아닌가 싶다. 가장 좋은 모습은 국제연대 활동의 외연이 넓어져서 국내와 국외, 주제와 주제를 넘어 활동함에 장애가 되는 모든 경계를 넘는 국제연대활동을 하는 것이다. 솔직히 ‘이 모든 게 이명박 때문이야!’라고 하며 스스로 자위할 수도 있겠지만, 양심상 그렇게는 하기에는 너무 민망하다. 가슴 속 켕기는 것도 있고.

나를 구속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면밀하고 냉정하게 봐야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는 동안은 이러한 고민을 무척이나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이씨~~MB(에구, 이러다 잡혀가는 거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