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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유엔에서 본 한국 사회권의 모습은? (이동화)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2 10:44
조회
217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 간사


 

지난 2009년 11월 초 유엔사회권위원회(이하 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비준 가입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규약(이하 사회권규약)에 따라 한국에서의 사회권이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는지를 심의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 회의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었다. 규약에서의 사회권의 범위는 차별, 노동 3권, 노동조건, 여성, 환경, 교육, 주거, 사회복지, 장애, 문화, 과학, 저작권까지 소위 ‘먹고 살기위한 모든 영역에서의 권리를 포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심의에서 정부는 위원회 위원들도 놀랄 만큼의 인원인 44명의 대표단을 파견하여 위원회 위원들로부터의 질문에 응답 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의 회의가 있기 전에 정부는 종합적인 사회권 보고서를 제출하였고, 심의 회의 때에는 사회권 위원들과 정부관계자와의 질의응답이 약 이틀정도 이어졌다. 이 심의에 대비하여 한국의 사회권 관련 단체들(저자가 활동하는 단체도 포함됨)은 위원회 위원들에게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제공하기 위해서 정부보고서에 대한 엔지오 대안보고서를 작성, 제출하였고 심의 때에도 위원들과의 사전미팅을 통해서 엔지오의 의견을 제공하였다.

하지만 심의과정에서 정부는 각 행정부서가 추진했거나 진행 중인 정책과 법안에 대한 홍보와 그에 대한 긍정적 측면의 평가만을 언급하며, 한국 사회권 관련 이슈 중 어두운 면이나 불평등한 부분에 대한 설명과 파악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미 정부가 제출한 사회권보고서에도 이 부분은 엔지오들이 지적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한국정부의 보고서와 심의과정에서 정부의 답변은 한마디로 한국의 사회권은 잘 보장되어 있고 한국정부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면서 무척이나 잘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사회권에 대한 최종적 평가와 권고가 담겨있는 위원회 최종견해(Concluding observations)가 11월 24일에 발표되었다. 정부가 제출한 보고서와 심의과정에서의 정부답변에 대해서 최종견해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자면, 한국 사회권의 현실은 갈수록 악화되어가고 있고, 대부분의 사회권 영역에서 규약이 보장하는 권리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불어 한국정부는 규약의 당사국으로써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고 있고 그 노력 또한 미비하다고 평가하였고 총 36개 항의 권고항목을 발표하였다. 이는 곧 유엔사회권위원회가 정확하게 현재 한국의 사회권의 현실이 새로운 정부와 연동되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음을 인지하였고, 한국의 높은 경제성장에 걸 맞는 사회권보장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권고한 것이다.

(한국정부에 대한 유엔사회권위원회 최종견해는 아래 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음.
http://minbyun.org/?mid=act_02&document_srl=28807&listStyle=&cpage=)

하지만 정부는 위원회의 최종견해가 발표되자마자 성명을 발표하면서, 위원회가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을 언급하면서 이는 관례상 어긋난다고 하면서 위원회의 최종견해를 혹평하였다. 그렇게 글로벌 스탠다드 하면서 국제기준을 외치더니만, 국제기관에서 한국의 사회권 현실을 정부와는 다르게 평가하니 이제 그 기준이 잘못되었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셈이다. 정부의 눈에는 한국의 사회권 현실은 유엔에서 보는 것보다는 훨씬 좋다고 판단하고 있나보다.

정부가 뭐가 그리 억울해서 이례적으로(사실 조약기구 최종견해 발표이후 당사국이 의견을 내는 것은 거의 드물다) 성명을 발표하나 싶어 정부의 보도 자료를 보았는데, 역시나 정부보고서나 심의 때의 발언과 비슷한 논리로 억지를 불이고 있는 것이었다. 한 가지만 예를 들자면 작년의 국가인권위 조직축소에 대해서 위원회는 21%의 조직 감축은 심각한 우려사항이고 이에 인권전문가를 포함한 인적, 물적 자원을 배정하기를 권고하였는데, 이에 정부의 항변은 국가인권위원회 임원의 임기는 법으로 보장하고 있고 조직축소도 모든 행정기구의 개편과 연관되어 있기에 인권위의 독립성은 충분히 보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무슨 삽질하는 소리도 아니고... 당시 국가인권위를 포함한 대부분의 정부조직들이 개편 되어 감축 된 것은 사실이나 그 폭은 2%에 불과하였고 인권위는 21%를 감축하였다. 사회권위원회의 측면에서 보자면 이는 상대적으로 과도한 감축임이 분명하기에 정부가 국가인권위에 인적, 물적 지원을 하여야 한다는 권고인데, 정부는 자꾸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고 하니... 참...

다른 내용도 그 주제가 다를 뿐 수준은 비슷했다. 그래서 엔지오들은 다시 정부의 성명에 대해서 그 반론을 작성하여 위원회에 제출하였다.

(관련 자료는 http://minbyun.org/?mid=act_02&document_srl=29319&listStyle=&cpage= 에서 찾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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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사회권위원회 권고이행 촉구 기자회견
사진 출처 - 필자


엔지오들은 약 2년에 걸쳐 엔지오 대안보고서와 심의참석을 준비하였다. 그 과정에서 정부의 태도를 꾸준히 지켜봐온 결과 정부는 참으로 치사하고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릇 하나의 대상을 어느 측면을 보느냐에 따라 그 대상은 판단이 될 텐데, 정부가 보는 한국의 사회권의 현실은 한국의 엔지오와 유엔사회권위원회의 생각과 너무도 다르다. 사실 좋은 면이 있으면 나쁜 면도 있을 것이고 그 정도가 어느 정도 비슷해야지 이야기도 통할 텐데, 정부는 한국의 사회권현실을 너무도 좋게만 보고 있으니, 좀 더 노력해야지 하는 위원회의 소리가 들릴 리 만무하고 유엔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던지 자신의 이야기만 하는 형국이 되었다. 엔지오의 의견은 시작 때부터 무시했으니 그렇다하더라도 이제 유엔의 권고도 못 받겠다고 저러니 누가 이야기해야 하나? 딱 하는 짓이 미운 7살 아이의 행동인데 매를 들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