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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누이의 간절한 새해소망, 종교자유와 학생인권! (손상훈)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2 10:47
조회
218

손상훈/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상담위원


 

호랑이와 관련된 좋은 이야기 말고, 모양새 불편해 듣기 싫은 썩은 동아줄 전래동화이야기가 있다. 어머니를 잡아먹은 호랑이가 오누이까지 어찌해보려 하지만, 하늘도 남매의 간절한 기도에 호응하여 썩은 동아줄을 내려 보냈고, 그 줄을 타고 올라가던 호랑이는 줄이 끊어져 크게 탈이 났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눈부신 발전을 해 온 종교계는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급성장을 해왔다. 그러나 모든 것을 먹어버리려는 호랑이처럼 인정사정없이 치달아온 기성 종교계에서는 내부에서 일어난 잘못된 일들에 대한 반성의 모습이 결여되어 보인다. 특히 대다수의 종교계가 사학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호랑이 해’를 맞이해 사학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한 반성과 자신들의 허물을 고쳐버리는 결단을 내려주었으면 한다.

올 해에도 어김없이 모든 종교계 최고지도자들은 갖가지 덕담과 희망을 전하고 있다. ‘용산문제’해결에 종교계가 기여했다는 이런 메시지에 더해 종교계가 못 고치고 있는 차별사례 하나씩이라도 바꿔준다면 더 존경스러울 것 같다.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불교계 한 종단의 종립대학에서 조교를 선발할 때 수계증이 없으면 뽑지 않았던 최근 방침을 바꿔준다든지 특정종교 학생동아리가 구성되고 강의실을 빌려 유명한 강사를 초청해 자유로운 집회를 갖도록 했다는 소식 같은 것이다. 또한, 절에 가서 절했다는 이유로 해직당한 선생님도 다시 대학 강단에 돌아갔으며, 강남의 한 불교계 설립 중•고교는 불교의식과 교리를 강화하려는 계획을 취소하고, 동아리교회의 담임목사를 종교교사로 초빙하여 국내최초로 학생들이 종교교육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이 종교사학들은 학부모가 보내고 싶은 최고의 학교로 뽑혔다고 한 언론사가 밝혔다고 한다. 여기까지가 상상의 날개의 마지막이고 현실은 추운 날씨 같다.

한 고등학생이 2004년 6월 예배 참여를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며 학교방송을 이용해 호소한다. 이 학교 학생회장이었고 공부를 매우 잘했던 이 청소년에게 해당 학교는 한 달이 채 안되어 ‘퇴학’처분을 내렸다. 이 학생의 아버지는 교회의 직분을 맡았던 분이었지만, 아들의 인권을 보호해 주지 못해 애간장을 태웠을 것이다. 종교계의 편협한 발전이라는 ‘막 되먹은 호랑이’가 한 학생과 부모들을 잡아먹은 순간이었을 것이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이 학생은 45일을 단식하고, 또 단식을 했었다. 광대뼈가 보이게 달라진 마른 얼굴은 마음고생의 ‘상징’처럼 많은 부모들에게 각인되기도 했었다. 이 사건을 모두 알고 있지는 않겠지만, 종교사학에 다녀본 지금의 학부모들은 모두 가슴이 타 들어갔으며, 여전히 불타고 있다. 자신의 자녀가 부모가 원하는 방향으로 교육되기를 바라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든지 비슷할 것이다. 그럼에도 유독 종교문제, 종교교육문제에 있어서는 이렇게 폐쇄적이고 닫힌 자세로 있는 게 오늘날 종교사학의 현실이다. 학생인권을 지켜달라는 한 고등학생의 법정투쟁은 아직 진행 중이다. 도대체 종교사학의 종교교육이 청소년을 정신적으로 고통스럽게 하는 괴력이 어디서 나오는 지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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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석씨는 지난 2004년 서울 대광고등학교에 재학 중에 예배선택권을 주장하다, 퇴학처분을 받고 종교자유 침해 손해배상 소송 등을 제기하였다.
사진 출처 - 필자


방법은 무엇인지 종교 지도자들은 제시해 주길 요청한다. 종교계 지도자들은 호랑이를 피해 ‘간절한 기도를 하는 이 땅의 오누이’들을 위해 작은 힘을 보탤 것을 호소한다. 한 학생이 제기한 한국사회 종교자유인권의 판단이 대법원에 맡겨져 있고 이 땅의 수많은 못된 호랑이 들은 여전히 썩은 밧줄을 잡고, 오누이들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누이들의 소망과 기도’에 답하는 대법원과 종교계 지도자들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