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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피알(UPR)을 아시나요? (이동화)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2 13:34
조회
220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 간사



혹시 UPR이라고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얼핏 들으면 외국택배회사(UPS??) 이름 같기도 하고 또 무슨 광고회사(PR??) 이름 같기도 하고, 살면서 별로 들어볼 만한 단어는 아닐 듯합니다. 이 UPR은 Universal Periodic Review의 영어약자로 번역하면 ‘국가별인권상황정기검토’라고 합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유엔이라는 국가들 간의 연합체 내의 인권보호제도 중 하나로써 유엔 전체 회원국 193개국의 인권상황을 정기적으로 심의하고 그 결과로 해당 국가 정부의 인권관련 법과 제도, 정책들을 고치거나 바꾸라는 권고를 내리는 제도입니다. 일반인들에게 유엔이라는 조직은 안전보장이사회나 반기문 사무총장, 그리고 한국전쟁당시 연합군을 파견하는 정도로 알려져 있겠지만 사실 유엔이라는 조직은 상당히 거대하고 복잡하며 그 조직 안에서는 저희와 같은 시민단체들이 개입하여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UPR이라는 제도입니다.

유엔의 인권보호제도를 이 공간을 빌어 소개하기에는 그 양도 너무 많고 저도 모르는 지라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의 [국제인권법]을 참고하시거나 영어가 좀 되시는 분은 www.ohchr.org을 방문하면 많은 정보를 얻으실 수 있기에 과감히(^^) 생략하고 UPR(이하 국가인권검토)만을 좀 더 이야기 하면, 이 제도를 통하여 한국 정부는 2008년 5월에 1차 심의를 받았고 그 결과로 33개의 권고안을 받았습니다. 앞서도 밝혔듯이 한국 정부가 심의를 받을 당시 NGO들도 일정 정도 참여가 보장이 되었기에 민변과 참여연대, 인권운동사랑방, 공감 등 37개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심의 전에 공동의 보고서를 제출하여 심의 시 NGO 서면자료 검토대상이 되었고 현지 제네바에서 심의할 때도 참가단을 파견하여 심의에 참여하는 국가담당자들을 만나서 한국의 인권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최종권고에 NGO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로비활동을 하였습니다.

이렇듯 NGO들에게 열려진 공간을 적극 활용하여 최종 권고 33개에도 NGO의 의견이 다수 반영되어 그 권고들 중 국제 협약들에 가입하라는 권고를 제외하고 대략의 내용을 살펴보면 외국인노동자 권리보호, 사형제폐지, 이주여성노동자 권리보호, 집회&결사의 자유보장, 주민등록제도재검토, 호주제폐지, 국가보안법 폐지(전체 권고안은 민변 홈페이지 자료실http://minbyun.org/?mid=un&page=2&document_srl=19981&lis
tStyle=&cpage=참조) 등이 있습니다. 대부분 NGO들이 제기한 것들이지요. 이 33개 권고안 중 정부는 15개 항목에 대해서 수용입장(그 중에서 저는 아직도 왜 정부에서 주민등록제도 재검토 권고를 수용했는지 이해가 안 돼요.^^ 아무 생각이 없었나?), 나머지 권고에 대해서는 유보나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정권 들어와서 전반적인 인권상황이 후퇴했다는 것은 국내외 주지의 사실이지만 한국 정부는 유엔이나 국제적 자리에서 외교적 수사로 한국의 인권상황을 무지하게 좋거나 향상되었다고 주장하고 다녔기에 그나마 15개 항목에 대해서 수용입장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찌되었든 정부가 수용하기로 한 권고안들을 이행하기 위해서 정부 측과 심의 이후에 공동으로 간담회도 하고 토론회도 하며 대화를 진행하였지만 정부는 토론회 이후 그 어떠한 권고이행에 대한 정보도, 결과도 없이 현재까지 묵묵부답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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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국가인권위, 시민단체들과 공동으로 개최한 UPR 평가 이행토론회
사진 출처 - 민중의소리


그리고 최근 시민단체들이 자체적으로 권고이행 정도를 평가해 보았는데 그 이행정도는 아주 낮은 수준으로 밝혀졌습니다. 한마디로 유엔에서 33개의 권고에 대해 한국정부는 그중에 반 정도를 수용하겠다고 했으나 그 권고안들도 4년이 지난 지금 평가해보면 별로 바뀐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쯤 되면 유엔 조직 내에서 NGO가 개입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활동을 하였는데 그에 대한 성과는 결과적으로 별로 없다는 판단이 들 수도 있습니다. 힘 빠지는 판단이지요.

하지만 이 국가인권검토 제도는 4년 반마다 다시 되돌아오는 심의 제도입니다. 그래서 내년 10월에 제네바에서 한국정부에 대한 2차 심의가 예정되어 있고 그동안 넋 놓고 있던 정부 측에서는 다시 부랴부랴 관계부처 회의를 소집하며 어떻게 모면을 할까 고심을 할 것입니다. 저희 인권시민단체 측에서도 이번 12월부터 관련 단체들과 함께 어떻게 하면 이번 심의 때 한국의 인권상황을 아주 그대로 알리기 위해 모임을 가지고 준비를 시작하였습니다. 특히나 내년에 있을 심의는 2008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정확히 이 정권동안의 기간과 동일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이명박 정부의 인권상황을 유엔을 통해서 심의를 하는 나름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심의가 될 것입니다.

이번 심의를 위해 한국의 시민, 인권, 노동, 전문가 단체들은 적극적인 연대와 준비를 통해 지난 심의 때의 권고에 대한 이행정도가 어떠하였는지, 4년 동안 어떠한 인권상황의 후퇴가 있었는지, 한국정부는 유엔인권이사국으로서 인권의 보호와 증진을 위한 의무를 다하였는지 아니면 무슨 짓을 하였는지 명확히 알려야겠습니다. 분명히 한국정부가 어떤 이상한 보고서를 들고 와서 “이 정도는 했다. 한국정부는 최선을 다했다.”라고 항변을 하겠지만 4년 동안 거리에서 현장에서 외쳤던 목소리를 오롯이 전달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일 것입니다. 아자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