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가시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목에가시

‘목에가시’는 현장을 살아가는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칼럼 공간입니다.

‘목에가시’는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총장), 신종환(공무원), 윤요왕(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장), 이동화(아디 활동가), 이승은(경찰관), 이원영(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 정한별(사회복지사) 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결국 교권조례인가? (허창영)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2 13:35
조회
226

허창영/ 전남대 공익인권법센터 연구원, 전임 간사



지난 19일 서울시의회에서 ‘서울시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되었다. 서울시학생인권조례는 이미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경기도 및 광주시와는 달리 주민발의를 통해 제정되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시의회와 대화가 가능한 교육청 발의는 제정까지가 상대적으로 손쉽다. 그렇지만 주민발의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 수준에다가 정치적 이견까지 존재할 경우 무산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서울시학생인권조례도 보수 종교계와 교육계의 반대가 거세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다행스럽게 통과돼 주민발의부터 본회의 통과까지 지난한 싸움을 해왔던 인권활동가들에게는 그간 고생에 대한 대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인권운동의 영역에서도 어렵게 얻은 성과라서 그만큼 값지다.

그런데 이런 기쁜 소식을 들은 지 하루 만에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온다. 광주시에서 전국 최초로 ‘교권조례’를 제정하겠다는 것이다. ‘광주광역시 교권과 교육활동 보호 등에 관한 조례’라는 이름은 가진 이 조례를 오는 22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전교조 출신 모 교육의원이 주도해 발의했다. 물론 교사의 교육활동은 당연히 보호되어야 하고 권한 또한 일정한 부분에서 존중될 필요가 있다. 특히 교사에 대한 폭행 및 협박이나 욕설·폭언 등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니 무언가 대책이 필요한 것만은 분명하다. 이를 방치할 경우 교사가 교육에 대한 열의를 상실할 수 있고 결국에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권조례가 해답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필자는 이미 교권조례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밝혔지만, 이제 구체적인 현실이 될 것으로 보여 몇 가지 우려의 입장을 다시 한 번 짚고자 한다.

SSI_20111215181640_V.jpg
사진 출처 - 서울신문


첫째, 교권이라는 의미의 애매함이다. 광주시조례안에서는 교권을 “법과 법률에서 보장하거나 대한민국이 가입·비준한 국제인권조약 및 국제관습법에서 인정하는 기본적 인권 및 교육권 등 교원의 직무수행에 수반되는 모든 권한”으로 정의하고 있다. 교사의 인권과 권한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모두 담고 있다. 그런데 제3조(기본원칙)에서는 교권을 “국가 안전 보장·질서 유지와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최소한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개인이 가지는 인권과 교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부여되는 권한을 같은 지위에 놓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인권과 권한을 같은 지위에 놓을 수는 없다. 인권을 함부로 제한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그것이 가지는 본질적 중요성에서 비롯된다. 권한을 인권과 같은 지위에 놓아야 한다는 것은 마치 노동권을 주장하는 노동자들을 향해 경영권과 인사권을 노동권과 같은 지위에 놓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영자들의 논리와 같다. 교권이라는 애매한 실체를 보호하려다 보니 이런 억지가 작용한 것이다.

둘째, 꼭 조례여야 하는가이다. 교권조례를 통해 보장하려는 주된 내용은 사실 제4조에 있는 ‘교육활동의 보호’에 있다. 조례안은 다른 내용도 담고 있지만 핵심은 교육활동의 보호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교육행정기관, 학교 행정가, 학부모 등과 사회로부터 교육활동에 관한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도록 하고, 혹 방해가 발생할 경우 교육감이 적극적으로 나서 구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위원회와 기구, 전담변호사도 두도록 하고 있다. 달리 해석하자면 교사에게 일어나는 폭행 등에 대해 적극적이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을 위해 꼭 조례가 필요한가이다. 사실 교사들에게 이루어지는 폭행 등에 대해서는 이미 있는 형사법으로도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다. 또 교원지위향상특별법에 규정된 ‘교원지위향상심의회’를 통해 폭행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와 기구 등을 마련할 수도 있다. 다만 교육청을 비롯한 교육당국의 의지의 문제였을 뿐이다. 문제는 입법의 불비가 아니라 폭행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의 불비에 있었던 것이다. 경기도가 ‘교권보호 길라잡이’를 배포하는 정도에 머무른 것도 이러한 인식으로 보인다. 그런데 굳이 별도의 조례를 마련하겠다는 것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격’이다.

셋째, 정치적 수단으로 휘둘릴 가능성이다.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교권은 학생인권과 갈등관계로 받아들여진다. 광주시조례안은 교권을 학생인권과의 갈등관계로 설정한 것이 아니라 교육당국 또는 학부모를 주된 갈등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물론 학생도 포함하고 있지만 학생만을 겨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의도와 달리 해석된다는 것이다. 교권조례 추진이 발표되자 보수 언론들은 일제히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대응’이라거나 ‘학생지도를 위한 대안’으로 해석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학교가 ‘난장판’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모 언론은 다른 지자체도 제정에 동참하라고 선동까지 하고 있다. 결국 교사의 인권 보장은 사라지고 교사의 권한 보장만 정치적 수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또 이는 앞으로 학생인권조례와의 관계에서 지속적으로 휘둘릴 가능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인권과 권한을 동등한 지위에 놓는 오류를 범하고 있고, 굳이 조례로 입법화할 필요도 적고, 학생인권조례 무력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교권조례는 다시 한 번 신중하게 재검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