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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가시’는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총장), 신종환(공무원), 윤요왕(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장), 이동화(아디 활동가), 이승은(경찰관), 이원영(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 정한별(사회복지사) 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제 2의 쉬린 아부 아클레를 꿈꾸며(이동화)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3-06-14 09:54
조회
179

이동화 / 사단법인 아디 활동가




지난 5월 11일은 팔레스타인 언론인인 쉬린 아부 아클레(Shireen Abu Akleh)가 이스라엘에 의해 살해된 지 1주기가 되는 날이다. 미국과 팔레스타인 이중국적을 지닌 그녀는 중동의 대표적인 언론사인 알 자지라 방송사에서 팔레스타인 특파원으로 25년 동안 활동한 베테랑 언론인이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받는 언론인 아이콘과 같은 존재였다. 2022년 5월 11일 이른 아침, 이스라엘 군대가 서안지구 북부에 위치한 제닌(Jenin) 난민촌을 공격한다는 연락을 받고 동료 4인과 함께 제닌 난민촌에 도착한 쉬린은 'PRESS'라고 큼지막하게 적힌 조끼와 헬멧을 착용하며 이스라엘 군인의 동태를 취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곧바로 몇 발의 총성이 울렸고, 그녀는 땅에 쓰러졌다. 당시 쓰러진 그녀를 구조하기 위해 동료 언론인이 그녀에게 다가가자 그에게도 총이 발사됐다. 이후 그녀는 병원으로 급히 이송되었으나 오전 7시 15분에 사망했다.


 


사진 1. 이스라엘에 살해당한 쉬린 아부 아클레<출처: 트위터 쉬린 아부 아클레 추모계정>



사건 발생 직후 이스라엘은 그녀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을 거라고 발표했으나 당시 총격현장이 찍힌 영상에서 이스라엘 군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과의 교전이 없었고, 쉬린을 구하기 위해 접근하는 이에게도 조준 사격이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이스라엘 정부는 그녀가 이스라엘 측 또는 팔레스타인 측에서 발포한 총격에 의해 사망했을 거라고 발표를 정정했다. 하지만 유엔과 외신의 독립적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녀는 이스라엘 군의 발포에 의해 사망했고, CNN은 그녀가 이스라엘의 ‘조준’사격에 의해 사망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후 이스라엘은 그녀의 장례식 때 관을 운구하는 사람들과 장례식에 모인 사람들에게도 최루탄과 고무총탄을 발포하며 장례식을 막으려 했다. 이스라엘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장례식에는 수만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모여 그녀의 죽음을 추모하며 그녀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스라엘이 언론인을 살해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제언론인단체인 CPJ(Committee to Protect Journalists)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01년 이후 이스라엘 방위군(Israeli Defence Force)이 살해한 언론인은 최소 20명이고 이 중 팔레스타인 사람이 18명, 유럽인이 2명이라고 확인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군인 누구도 죽음에 대한 책임을 지거나 처벌받은 사례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2021년 가자지구 침공 시 이스라엘은 국제적인 언론사인 AP와 알 자지라 방송사가 입주한 건물을 폭격하여 수십 명의 소속 언론인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서 이스라엘의 점령폭력을 취재하는 언론인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은 일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SNS도 자국 보안을 핑계로 광범위하게 감시하고 이스라엘 정책을 반대하는 이용자들을 탄압하고 있다. 2020년 아디의 팔레스타인 여성지원센터에서 ‘여성활동가 역량강화 교육 프로그램’을 받았던 현지 여성활동가 리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스라엘 점령을 반대하는 게시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2022년 6월에 체포되어 현재까지도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되어 있다.



이러한 감시와 탄압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 여성들 중에 언론인을 꿈꾸며 진실을 전달하고자 하는 이들은 많다. 사람들은 아랍 무슬림 여성들이 수동적이라고 생각하지만 2018년부터 매년 팔레스타인 인권보고서를 제작하고 ‘팔레스타인 여성지원센터’를 운영했던 경험에 비추어보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스라엘 점령폭력에 대한 팔레스타인 여성들의 억울함과 분노는 더욱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되었고, 여성을 억누르는 가부장적 사회로 인해 여성들은 더욱 도전적이고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게 됐다. 아디가 팔레스타인에서 활동하면서 팔레스타인의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그녀들의 열망은 늘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아디는 현지 여성단체, 언론단체와 함께 팔레스타인 여성들을 독립언론인으로 성장시키는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여성 독립 언론인을 세우는데 함께 해주세요



이 캠페인에는 굶주림에 힘겨워 하는 아이들의 사진이 없고, 파괴된 가옥에서 처절하게 살아가는 여성들의 사진도 없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이 캠페인이 잘 안될 거라 비관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여성들은 기꺼이 제 2의 제 3의 쉬린이 되고자 열망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탄압을 뚫고 그녀들이 보다 자유롭고 다채롭게 현실을 기록하고 진실을 전달하는 세상을 꿈꿔본다. 아마 조금 더 평화롭고 평등한 세상이 아닐까? 언제까지 어쩔 수 없는 현실만을 탓할 수는 없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