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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의 파지기 학살, 평화도서관의 띤잔 축제(이동화)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3-05-04 09:02
조회
217

이동화 / 사단법인 아디 활동가




고대 버마달력으로 새해인 4월에는 미얀마와 태국, 라오스 등에서 최대 물 축제가 열린다. 미얀마에서 띤잔(Thigyan)으로 알려진 이 축제는 지난 한 해 동안의 잘못과 불결함, 불순함을 정화하는 의미로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미얀마 최대 축제이자 연휴이다. 하지만 2021년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에서 기존의 띤잔 축제의 모습은 사라졌고, 특히 올해는 미얀마 사람들에게 가장 충격적이고 슬픈 띤잔 축제로 기억될 것이다.



띤잔 기간인 지난 4월 11일, 미얀마 군부는 전투기와 무장헬기를 동원하여 쿠데타 이후 최대 규모의 학살을 자행했다. 당일 아침 8시, 미얀마 중부 사가잉 주(州) 파지기(Pa Zi Gyi)마을에서는 미얀마 군부에 저항하는 인민방위군(People Defence Force)의 지역사무소 개관식이 개최됐고, 이 행사에 약 800명의 지역주민이 모여 음식과 차를 나눠 먹고 있었다. 하지만 미얀마 군부는 전투기를 출동시켜 이 장소를 폭격하였고, 폭격 직후 무장헬기를 통해 폭격피해를 받은 지역주민들에게 무차별 사격을 한 것이다. 이로 인해 34명의 아이들을 포함한 최소 165명의 주민들이 사망했고 30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기에 폭격피해를 받은 이들의 시신은 사방으로 찢겨졌다. 부상자를 구조하고 가족들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접근하는 주민들에게 군부의 헬기는 재차 출격하여 사격을 하는 잔혹성을 보여 주기도 했다. 당일 저녁 군부 대변인은 파지기 마을에 군사공격이 있었음을 확인하였지만 민간인 피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얀마 군부 공습으로 피해 받은 파지기 마을 현장 / 출처 - Myanmar Now 홈페이지



명백한 민간인 학살이고 전쟁범죄이다. 군부 쿠데타 이후 군부는 자국민의 저항과 시위를 무력진압 했고, 시위 연루와 상관없는 이들까지 무차별적인 체포와 구금을 하였으며, 저항인사를 강제 사형 시키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리고 이번 사건을 통해 자국민에 대한 집단 학살도 서슴지 않는 극악한 정권임을 자처했다.



그럼에도 외부의 원조와 지원이 절실한 미얀마 군부는 정상국가 이미지를 위해 매년 띤잔 축제에 군인들과 공무원을 동원한 평온한 물 축제의 모습을 연기한다. 큰 도시마다 물 축제를 할 수 있는 무대와 부스를 강제 설치하고 일반인들의 참여를 유도하지만 미얀마 사람들은 군부가 주도하는 물 축제 참여를 보이콧 하고 침묵으로 군부의 통치를 거부하고 있다.



한편 파지기 학살이 있기 3일 전, 띤잔이 시작되는 4월 8일 토요일, 아디의 미얀마 메이크틸라 평화도서관에서 ‘평화와 희망 만들기’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도서관에 띤잔 축제를 맞아 작은 행사를 열어달라고 요청했고 선생님들은 아이들만이라도 청결한 몸과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며 축제를 자유롭게 즐기길 위하는 마음으로 작은 물 축제를 결정했다. 도서관 아이들은 한자리에 모여 서로에게 물을 뿌리는 물놀이를 하고 띤잔 축제 때 즐겨먹는 음식인 ‘몽로예보(Mont Lone Yay Baw)’를 함께 만들며 나눠 먹었다. 웃음과 흥겨움이 사라진 미얀마의 띤잔축제가 도서관에서 작게나마 부활한 것이다. 참여한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띤잔 축제에 참여하고 싶었는데, 도서관에서 자유롭게 즐길 수 있었고 전통과자를 함께 만들 수 있어서 좋았어요.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과자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군부의 폭력과 공포통치가 온 미얀마를 억누르는 상황에서도 미얀마 인들의 삶은 지속되고 미얀마의 아이들은 희망과 평화를 위한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