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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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산책’은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수요산책’에는 박록삼(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박상경(인권연대 회원), 서보학(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윤(경찰관), 이재환(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책임관), 조광제(철학아카데미 대표), 황문규(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신하영옥/ 여성운동연구활동가네트워크 '젠더고물상'  3월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방식의 온라인을 활용한 형태를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러 곳에서 행사를 준비 중이다. 그 중 <제3회 세계여/성노동자대회> 조직위원회는 올해 행사의 초점을 임신과 출산 노동에 맞추고, 임신과 출산이 인간 생산 노동임을 전면에 부각하며 임신과 출산의 생산 노동으로서의 가치를 주장하고자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 “임신·출산을 생산과 노동으로 간주하지 않는 것, 가치화하지 않는 것은 가족과 국가와 시장의 통제와 맞물려 있습니다. 가족과 국가와 시장들은 여성을 통제합니다.”라는 이들의 주장은 구미가 당긴다. 이들의 성 노동론에는 찬성하지 않지만, 그동안 여성들의 가사노동과 임신/출산을 재생산 노동이라 칭하며 부차적인 노동, 혹은 노동이 아닌 생물학적 활동으로 가치절하하는 현실에서 여성운동이 전면화하여야 할 의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리아 미즈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에서 “경제를 보이는 부분과 보이지 않는 부분으로 나누는 전략은 처음부터 자본축적의 과정”, 이라고 보고 “보이지 않는 부분은 당연히 ‘진짜’ 경제로부터 배제”되지만, “사실상 이 부분(보이지 않는 부분)은 보이는 경제의 근간을 이룬다.”라고 주장한다. 사실상 여성들이 하는 노동은 가사노동과 임신/출산에만 국한되지 않지만, 여전히 여성들의 일차적인 노동과제는 ‘재생산 노동’이라는 가사 및 임신, 출산, 육아로 한정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성들의 자리는 여전히 가정이라는 인식, 가정은 공적 영역에서 동떨어진 곳이며 따라서 여성들의 노동은 공적 노동이 아닌 사적 노동으로 가치 평가되며, 무급으로 진행되는 것을 당연히 여기도록 만들어낸다. 그러나 소위, 생산영역의 노동은 이러한 여성들의 비 가시화된 재생산영역의 노동이 없으면 작동하기 힘들다. 여성들의 노동은 근본적으로 노동력을 생산하는 노동이다. 가정주부가 가정에서 생산하는 것은 단순한 사용가치가 아니라 노동력이라는 상품이다. 이러한 여성의 생산력이 전제될 때 남성 임노동자의 생산성이 작동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핵가족이야말로 노동력이라는 상품이 생산되는 사회적 공장(달라 코스타)”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가정주부인 여성과 그 노동은 잉여가치를 생산하지 못하는 노동이 아니라, 잉여가치 생산 노동의 토대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여성의 노동을 사적인 노동으로 비가시화하고, 공적 노동에서 배제함으로써 무급화 하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적 착취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 출처 - 제3회 세계 여/성노동자대회 페이스북  그런 의미에서 <제3회 세계여/성노동자대회>가 임신과 출산을 ‘인간 생산 노동!’으로 호명하고, 이의 가치와 의미를 전면화함으로써 노동에 관한 새로운 인식을 촉구하고 확산시키고자 하는 것은 이례적이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현재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여성운동 세대들은 구 여성운동 세대들과 달리 ‘몸의 정치’를 주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구세대들이 법과 제도 등의 제/개정 등 공적이고 정치적인 영역, 즉 남성들이 독점하고 있었던 영역에 끼어드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신세대들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구분을 거부하고, 대의 정치체제를 비판하며, 가부장제가 가장 친밀한 남성과의 관계를 통해 작동한다는 것을 드러내며, 그것이 남성의 여성에 대한 몸의 착취를 통해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 모든 사적이라고 보여지는 여성들의 몸에 가해지는 폭력과 억압, 착취가 결국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정치가 작동하는 기제라고 문제 제기하고 있다. 여성의 몸을 통해 가해지는 가부장제의 폭력과 억압이 자본축적의 원천이라고 본다. 이는 가부장제가 공공정치 영역에서 기원한 것이 아니라 남성의 여성의 몸-섹슈얼리티와 생식능력-에 대한 통제에 기원한다고 보는 것이다. 남성국가에서 여성의 몸에 대한 대표적인 통제가 낙태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여성들의 섹슈얼리티와 생식능력을 사회적 노동으로 가치화하는 것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지속가능성에 제동을 거는 행위가 된다. 여성들의 임신과 출산을 노동으로 정당화하고 이에 대한 정당한 사회적 평가와 보상을 받는 것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무엇에 기반하고 있는지, 그 착취구조를 전면적으로 드러나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진정한 노동의 의미와 가치를 재확인하면서, 생산의 개념에 대해서도 착취적 구조가 아닌 인간해방의 관점에서 재발견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노동과정과 생산과정의 분리가 아닌, 생산과정이 곧 노동과정이라는 합의, 이윤창출의 과정이 아니라 생산과정이 되는 노동과정, 이러한 인식과 합의가 달성되기 위해서는 결국 노동소외를 극복하기 위해 고민하는 정치환경을 구성하게 한다. 이는 결국 경제와 정치, 공과 사, 이성과 감성, 정신과 몸이라는 이분법을 극복하는, 사회구조를 전면적으로 재구조화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여성들의 생식능력을 재생산이 아니라 생산으로 호명하는 것은 그 시작이자 도전이 될 것이다.
2021-02-24 | hrights | 조회: 1122 | 추천: 2
홍미정/ 단국대 중동학과 조교수  메디나 오아시스 지역에서 지배권을 행사하던 카즈라즈 부족과 아우스 부족은 622년 양측 간에 수자원 확보 문제와 연루된 유혈 분쟁의 조정자로 예언자 무함마드를 메카에서 메디나(야스립: 이슬람 시대 이전 명칭, 본고는 편의상 메디나로 통일)로 초대하였다. 이 두 부족은 아랍인들이라고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들이 갖고 있던 종교는 무엇이었을까?  메디나로 이주하기 이전 메카에서 활동하던 예언자 무함마드는 부유한 상인으로 다신교인이던 꾸라이시 부족의 우마이야가문 수장 아부 수피얀 등에게 탄압을 받고 있었다. 예언자 무함마드는 꾸라이시 부족의 하심가문 출신이었다. 당시 같은 부족 내에서 개인들이 서로 다른 종교를 갖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다신교인, 유대인, 기독교인, 조로아스터교인, 마니교인 등 다양한 종교인들이 공존하던 메카에서 다신교인들이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 지배권을 행사했다.  반면, 메디나는 유대인들의 지배적인 영향력 아래 놓여 있었다. 유대교는 무함마드가 등장하기 2세기 전에 이미 메디나에서 잘 확립되어 있었고,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유대인들이 메디나에 거주하였다. 이 유대인들은 경우에 따라 부족 단위로 오아시스 농업, 금은 세공업, 무역업 등 서로 다른 직업을 가졌고, 아라비아반도에서 예언자의 출현 등에 관한 서로 다른 신학적 견해를 견지하고 있었다. 이 유대인들은 아랍어 사용자들이었고, 아랍 이름을 가졌다. 다양한 문서들에 따르면, 메디나의 각 부족들은 하나의 종교로 통일된 것이 아니라 유대인, 기독교인, 다신교도 등 다양한 종교인들을 포함한다고 알려져 있다. 메디나는 유대교의 영향력이 지배적이긴 하지만, 각 부족 내에 다양한 종교인들이 공존하는 사회였다.  메디나 헌장은 예언자 무함마드가 주도하는 메카 출신의 이주민 무슬림들과 메디나 주민들 사이에서 체결된 공존 협정으로, 예언자 무함마드가 메카에서 메디나로 이주한 이듬해인 623년에 만들어졌다. 이 헌장은 무슬림들과 다양한 메디나 주민들, 특히 유대인들이 하나의 공동체(국가)를 결성하도록 규정하였으며, 무슬림들과 유대인들 및 다양한 종교와 다양한 부족들 사이의 평화로운 공존을 강조하였다.  다음은 메디나 헌장의 주요 내용이다. 메디나 헌장 자율적인 유대인 공동체; 무슬림과 유대인은 각각의 종교와 경제권을 가진다. 유대인의 권리: 유대인들은 사회적, 법률적, 경제적으로 무슬림들과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 유대인과 무슬림 동맹: 유대인의 적들은 도움을 받지 못할 것이다. 유대인들과 동맹한 사람들은 유대인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 자율적인 다종교 공동체: 유대인 외에도 이 공동체에 포함된 다른 종교인들도 무슬림과 정치 및 문화에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자율적이고 자주적인 종교의 자유를 갖는다. 전사 공동체: 외부인들과의 관계는 모두 전쟁에 참가하거나 완전히 평화 상태이거나 둘 중의 하나다. 전쟁에서 메디나의 주민들은 모두 같은 편. 이 조약에 서명한 자들은 메디나가 공격을 받을 경우에 서로 도와야만 한다. 무함마드의 위상: 무함마드의 허락 없이 전쟁을 할 수 없다. 전쟁 비용: 유대인들은 유대인들 스스로 전쟁 비용을 부담하고, 무슬림들도 스스로 전쟁 비용을 부담한다. 이 공동체 구성원 중 누가 공격을 당하면 다른 구성원이 도와야만 한다. 유대인들이 전쟁에 참가하지 않는다면, 무슬림들에게 전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메카의 꾸라이시: 적들인 메카의 꾸라이시와 그들의 동맹은 보호를 받지 못할 것이다. 꾸라이시 상인들은 보호를 받거나 지원을 받지 못한다. 꾸라이시 상인들은 메디나를 공격하는 사람들을 돕는다. 9개 부족의 유대인들 명시: 아우프 부족의 유대인들, 낫자르 부족의 유대인들, 하리스 부족의 유대인들, 사이다 부족의 유대인들, 자샴 부족의 유대인들, 아우스 부족의 유대인들, 싸흘라바 부족의 유대인들, 주프나 부족의 유대인들, 샤트비아 부족의 유대인들은 무슬림들과 하나의 공동체를 이룬다. 유대인들에게는 그들의 종교가 있고, 무슬림들에게는 그들의 종교가 있으며, 이 원칙은 유대인들의 후원자들과 유대인의 친구들에게도 적용된다. 그러나 악한 행동이나 죄악을 저지르는 자들은 스스로와 가족에게 악행을 불러오기 때문에 여기서 제외된다. 메디나는 성지: 이 헌장에 나오는 주민들에게 메디나 안은 성지다. 사진 출처 - 구글  메디나 헌장은 예언자 무함마드를 메디나로 초대한 두 부족인 카즈라즈와 아우스 부족을 포함하여 9개 부족(아우프, 낫자르, 하리스, 사이다, 자샴, 아우스, 싸흘라바, 주프나, 샤트비아) 유대인들에 대해서 동맹관계를 강조하였다. 낫자르 부족, 하리스 부족, 사이다 부족은 더 큰 규모의 카즈라즈 부족을 구성한다. 이 헌장은 유대인들과 무슬림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구성한다고 규정하면서 다른 주민들에 대해서는 유대인들과 가까운 친분관계가 있으면, 유대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고 명시하였다. 따라서 이 공동체는 무슬림들과 유대인들이 주도하는 다종교 공동체이다.  또한 이 공동체는 전사 공동체의 특성도 가지고 있다. 무슬림들과 하나의 공동체를 구성하는 유대인들일지라도 적들과 내통하거나 그들 편에 서면, 공동체로부터 추방당할 수 있다. 실제로 624년 메카와의 전쟁에서 메카의 꾸라이시 적들 편에 섰던 일부 유대인들이 메디나에서 추방당하였다. 이 사건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많은 자료는 무슬림들과 유대인들 사이의 불화로 몰아감으로써 종교 간 충돌로 결론 내는 경향이 있다.  이슬람이 출현하기 이전인 5세기 후반 아브라함의 순수한 일신교 신앙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무함마드의 증조부 하심 빈 압드 마나프(하심 가문을 세운 시조다. 464-497년)는 증조모 살마와 함께 메디나에 거주하였다. 이 증조모 살마는 카즈라즈-낫자르 부족 출신이다.  예언자 무함마드의 조부 사이바 빈 하심(497-578)은 메디나에서 이 증조부모, 하심과 살마의 아들로 태어나 메카로 이주하였고, 카바 신전의 잠잠 우물을 발견하여 관리하였다. 특히 그는 유복자로 태어난 무함마드를 키웠다. 이러한 사실은 무함마드가 무슬림 예언자로 우뚝 서기전에 일신교, 메디나 및 카즈라즈-낫자르 부족과 깊은 인연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언자가 된 이후 무함마드는 622년 메디나로 이주하면서 카즈라즈-낫자르 부족과 함께 거주하였고, 예언자의 모스크가 카즈라즈-낫자르 부족의 마당에 세워졌다. 또 예언자 무함마드 사후, 무슬림들은 카즈라즈-사이다 부족이 소유한 건물인 사끼파에서 아부 바크르를 무함마드를 잇는 후계자인 제 1대 칼리파로 결정하였다.  이와 같이 카즈라즈 부족은 예언자 무함마드를 메디나로 초대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가 메디나에서 정착하여 활동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이후 이 부족은 무슬림으로 개종하였으며, 무함마드 사후에도 무슬림들의 정복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메디나 헌장 속에 나타나는 무슬림들은 각 부족 내 유대인들과 매우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였고, 종교나 부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대우를 하거나 분쟁을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2021-02-17 | hrights | 조회: 1797 | 추천: 7
이윤/ 경찰관  몇 년 전 서울의 한 지구대에서 근무할 때였다.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서 우리 지구대에 주의를 주었다는 말을 들었다. 어떤 집에서 거의 매일 가정폭력을 이유로 112신고를 하는데, 출동한 직원들이 현장 조치로 사안을 종결할 뿐이고 신고는 계속 반복되고 있으니 일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고, 지구대 및 경찰서 전체 성과평가 점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낮은 성과평가는 다음 해 급여액 감소를 의미하여 직원들 모두가 신경 쓰는 일인데 왜 신고처리를 부실하게 하였을까? 더욱 걱정되는 것은 가정폭력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나중에 누군가 죽거나 크게 다치는 위험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팀장들과 직원들은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였다. 112 신고자는 아들과 함께 사는 여성인데, 20대 중반인 아들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집안 물건을 부수거나 엄마를 폭행한다는 것이다. 약을 먹으면 괜찮은데, 엄마가 매일 일을 하러 나가야 해서 챙겨주지 않으면 잊어버리고 약을 먹지 않는 경우가 많고, 특히 아침 출근 시간에 아들이 행패를 부리면 출근할 수가 없어서 112신고를 하여 경찰관들이 아들을 붙잡고 진정시키면 자신은 출근한다고 하였다. 이 분의 목적은 아들을 진정시키고 자신이 출근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들에 대한 처벌이나 격리, 접근금지 등 다른 가정폭력 관련법상 조치를 원하지는 않는다고 하였다. 그래서 성과평가에도 좋지 않고, 직원들도 매일 돌아가며 시달리고 있지만(그 아들이 힘이 엄청 세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가서 도와주고 있고, 과거에 몇 가지 조치를 취해 봤지만 엄마 스스로 아들을 돌보고 싶어 하여 결국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하였다.  고민스러웠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성과평가나 직원들 힘든 것도 문제지만 지금까지 하던 대로 계속 아들을 저지하고 진정시키기만 해도 괜찮은 걸까?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서 칼 같은 흉기를 휘두르거나 집에 불을 지른다거나 하여 자신의 엄마나 주변 사람들의 생명과 신체, 재산에 위해를 가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위험이 장래에 예상된다는 이유만으로 아들을 엄마 의사에 반하여 떼어놓는다거나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가능성 여부를 떠나) 것이 옳은 일인가? 혹시 그 엄마는 아들을 입원시킬 경제적 여유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데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럼 먼저 이 엄마와 상담하여 진정 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다음은 아들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한 후 위험성 평가를 거쳐 조치결정을 하는 것이 맞는 순서일까? 등등 많은 생각을 했다. 자치단체 복지담당 직원을 찾아 그 가정에 대한 일종의 솔루션을 추진하는 방안도 생각했다. 이런저런 생각과 고민만 하던 와중에 갑작스러운 인사발령으로(1월 말에 갔는데 3월 초 인사는 정말 예외적이다) 그 지구대를 떠났다.  양천 아동학대 사건이 집중적으로 조명되었을 때 문득 지구대에서의 그 일이 떠올랐다. 만일 그 아들에 의해 엄마나 주변 이웃들에게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면 무고한 희생이 따랐을 것이고, 신고와 출동이 반복되었음에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엄청난 비난과 처벌을 받았을 것이다. 당시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그와 함께 위험 발생 예방과 피해 우려인의 의사, 당사자 조치방법 사이에서 갈등해야 하는 현장 경찰관들의 고충도 느꼈다.  경찰을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사안에서 관련된 권리는 서로 충돌한다. 때로 그 권리들은 생명권, 주거권, 행복추구권 등 기본적 인권에 해당한다. 인권 충돌 상황에서 경찰관은 어떤 판단과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그나마 고민할 시간이 있다는 것은 사치다. 흥분되고, 소란하고, 혼란스러운 현장에서는 부족한 정보를 가지고 빠른 판단하에 즉각적인 행동이 요구된다. 어떻게 하지? 이럴 때 어떻게 하라고 했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뭐지? 이거 해도 위법한 것은 아닌가?  이럴 때 즉각적인 판단에 적용하라고 만든 기준이 비례의 원칙이긴 한데, 도대체 충돌하는 인권 중 무엇이 중한지 모를 일이다. 사람과 직업에 귀천이 없듯이 인권에도 가벼운 인권과 무거운 인권이 따로 있지 않은데 뭘 비교하란 말인가. 이럴 때 과거 경찰 선배분들은 ‘주변 상황을 면밀히 고려해서, 현명하게 판단하여, 슬기롭게 대처’하라고 했는데 비례의 원칙은 이보다 거의 한 발자국 정도 나은 기준일 뿐이다. 즉각적이고 적절한 행동을 하려면 요건과 조치 행동, 효과가 구체적이고 명확한 법규와 매뉴얼이 필요하다. 그리고 실무자가 법규와 매뉴얼을 따랐다면 그 결과에 대해서는 형사·민사·행정상 책임을 묻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일관되고 신속하며 당당한 경찰활동이 가능해지고, 가래로 막을 위해를 호미로 막을 수 있다. 그래서 입법의 역할이 중요하다.  또한, 많은 분이 경찰권을 굉장히 대단하다고 여겨 경찰이면 강제로 뭐든 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계시는데, 시간 되시는 분들은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경찰관직무집행법을 한 번 읽어 보시라. 경찰관들은 질문하거나, 보호하거나, 경고하거나, 피난시키거나, 제지하거나, 통행을 제한 또는 금지하거나, 출입하거나, 조회할 수 있는 정도의 권한을 가질 뿐이고, 이 모든 것에 강제력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있더라도 상당히 미약하거나 간접적인(공무집행방해죄를 매개로 한) 강제력에 불과하다. 체포, 구속, 압수와 같은 엄청난 강제력은 전체 경찰업무의 1/4에 지나지 않는 범죄 수사에 필요한 형사법적 강제조치일 뿐, 사전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강제력은 아니다. 사진 출처 - 노컷뉴스  누군가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누군가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 아이러니하지만 경찰에게 기본권을 보호하게 하려면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도 허용해야 한다. 기본권 침해는 헌법에 의해 유보된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 그것이 ‘법치주의’이고 이 역시 입법의 영역이다. 비극적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형벌을 높이는 방식의 입법 조치와 책임질 사람을 찾아 처벌하고 징계하는 것보다는, 사회가 보호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그 가치를 위해 허용할 것과 포기할 것은 무엇인지, 절차적 정당성과 실효성을 확보하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민주적 논의와 합의를 활발하게 하여 다음에는 동일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다.
2021-02-03 | hrights | 조회: 976 | 추천: 13
이재환/ 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주무관  얼마 전 2020 경기기본소득박람회 자료를 다시 살피다 뒤늦게 눈에 띄는 자료를 보게 됐다. 인태연 청와대 자영업 비서관의 발제 토론자료였다.  장표 하나를 보는 순간, 한국형 지역화폐를 정확하게 정리했구나! 싶은 생각에 바로 출처를 밝히고 여기저기 써먹어야겠다는 궁리를 하게 됐다.(ㅎ)  인 비서관은 지역화폐의 개념을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법정화폐 이외의 지불결제 수단’이라고 정리했다. 여기서 ‘지자체가 발행하고 해당 지역 가맹점에서만 사용하는 유가증권의 일종’을 덧붙이면 더 깔끔한 마무리가 되겠다.  이어 목적에 해당하는 부분에서는 ‘지역 시민들의 소득이 외부에서의 소비를 통해 유출되지 않게 함으로써 지역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해 발행’이라고 적시했다. 여기서 눈에 확 꽂히는 말은 ‘지역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해’가 되겠다.  그동안 우리나라 지역화폐의 특징이라고 하자면, 법정화폐와 동일한 가치로 교환이 가능한 태환형 지역화폐이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최우선 목적에 두는 보완화폐라고 주로 설명을 했다.  하지만 인 비서관은 경제 활성화가 아니라 지역공동체 복원을 지역화폐의 목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반가웠다. 그동안 공적인 문서나 공공영역 관계자의 입에서 지역화폐를 설명하며 ‘공동체’를 전면에 내세운 것을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는 중간 다리이고 궁극적으로는 공동체 강화라고 말할 때 구구하게 설명을 덧붙이던 것에서 순간 퀀텀 점프한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워낙 우리나라의 지역화폐는 경제와 연결되어 이해되는 상황이니만큼 인 비서관은 지역화폐의 골목상권 보호 기능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술하고 있다.  그는 ‘지역화폐는 사용지역 및 사용상권 제한 등의 방식을 활용하여 지역경제 선순환과 대기업 위주의 지역상권에서 자영업 소상공인 상권을 보호하고 활성화하는 균형추’라고 밝혔다. 아래 이미지 자료는 무릎을 '탁' 쳤던 그 장표이다. 어떤 지역경제 활성화를 말하는지 길을 찾아주는 나침반 같은 느낌이었다. 출처 - 인태연 청와대 자영업 비서관  먼저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는 지역 내 소비의 부가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이 아닌 지역에서 돌고 돌아야 한다는 ‘역외유출 예방’을 뜻하며, 이는 내부에서 돈이 돌게 됨에 따라 지역화폐가 지역경제 돈맥 곳곳에 흐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상공인 영업기반 확충’, 이 부분이 우리나라 지역화폐의 지속가능성을 가를 분기점이 될 개념이다. 장표에서 표현하는 ‘대기업 상권’은 쉽게 말해 대기업 프랜차이즈를 말한다. 이를테면 대기업 본사의 다양한 홍보 마케팅을 통해 익숙한 브랜드의 가게들을 말한다. 같은 계열 프랜차이즈끼리 포인트 적립도 가능한 그런 가게들이다. 이를 ‘기업형 자영업’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건너편에 있는 ‘골목상권’은 가게 마케팅도, 홍보도 홀로 해야 하는 동네 가게를 말한다. 시흥시의 기준으로 하자면 가맹 본사가 있더라도 유통산업발전법 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대기업) 외의 프랜차이즈인 경우에는 포함된다. 동네 치킨집을 상상하면 된다. 다른 표현으로 ‘생계형 자영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역으로 가둬둔 돈의 흐름이 한 곳으로만 쏠리게 된다면 이것도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지역에서 순환하는 돈이 골고루 흘러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에 두 번 갈 것을 한번은 동네 빵집으로 발길을 돌리게 하면 위의 장표에서 표현한 것처럼 골목상권 내에 돈이 머물게 하면서 균형발전을 이루게 된다는 설명이다.  사실 지난 2~3년 사이 급속하게 성장한 우리나라의 지역화폐는 지역 소비의 역외유출을 막는 데는 성공했지만, 지역 내 소비의 쏠림현상을 막았는지에 대해서는 되짚어봐야 한다. 골목상권을 보호하여 대기업 상권과 상생할 수 있도록 지역화폐가 균형추 역할을 했는지 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각종 지원금이 지역화폐로 지급되자 다소 불편하지만 가계에도 도움이 되고 동네 골목상권도 살리는 협력적 소비를 바탕에 둬야 하는 지역화폐가, 마치 정부가 제공하는 소비쿠폰처럼 인식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게다가 ‘카드업계, 지역화폐 시장 잡아라…올해 15조 규모’라는 뉴스 제목까지 보고 있자면, 지역화폐의 의미와 목적이 흐려지고 있다는 생각을 넘어 지역화폐 자체의 존망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아닐까 걱정이 든다.  지역화폐를 둘러싼 이슈는 오늘도 끊임없이 이어진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이 지역화폐로 지급되고 있다. 정치적 폭발력이 큰 기본소득 이슈에 지역화폐는 꼬리표처럼 붙어 다닌다. 기본소득과 지역화폐의 관계에 대해서는 다음에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지난 2012년에 시작해서 전 세계적인 지역화폐 모범도시로 일컬어지던 영국 브리스톨시의 브리스톨 파운드가 얼마 전부터 유통을 중단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가맹점 관리 및 운영에 문제가 있었던 모양인데, 코로나19 마저 덮쳐 유통량이 크게 줄어 운영을 멈춘 채 새로운 결제방식 등을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역화폐가 단순한 소비쿠폰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안팎으로는 방향을 제대로 잡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지역화폐와 관련한 이슈 및 정책 환경 변화가 너무 빨리 추진되고 변화하고 있다. 한 해의 트렌드를 정리해 매년 발간되는 도서의 올해 슬로건이 ‘방향보다는 속도’라고 하던데, 과속하다 치이면 갈 길이 없어질 수도 있다. 속도보다는 방향이다.
2021-01-28 | hrights | 조회: 720 | 추천: 3
조광제/ 철학아카데미 대표  2021년을 맞이하게 되면서 이제 21세기도 중반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 시대를 이끄는 위력은 단연 A.I.를 중심으로 한 고도과학기술의 가속하는 발달이다. 빅 데이터 활용에 따라 각자의 프라이버시의 내밀함이 증발하고, 그 대신 스마트폰이 마치 각자의 기계적인 영혼인 양 위력을 발휘한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현실화되는가 하면, 구글을 중심으로 영생불사를 향한 기술 개발이 박차를 가한다는 소식에 따라 전혀 새로운 인간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매스컴을 타고 간간이 흘러나온다. 무엇보다 A.I.로 무장한 알파고가 이세돌 천재 기사에게 전적인 승리를 거두고 곧이어 강력한 딥러닝으로 무장한 알파고 제로가 알파고와 바둑을 두어 백전백승을 거두었다는 소식이 전파되면서, A.I. 기술 기반의 범용 로봇이 인간을 넘어서서 대체해버리거나 적어도 인간을 노예로 삼거나 하는 사태가 현재로서는 터무니없지만 머지않은 미래의 현실이 될 것이라는 불안이 암암리에 확산하고 있다. 2000년에 미국 대통령의 과학기술자문 위원회를 이끌던 빌 조이가 오래 가지 않아 인간이 쓸모없는 존재가 되고 말 것이라고 한 예측이 결국 현실화하는 과정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 하는 인류 전체의 불안이 암암리에 확산하는 것이다. 이에 뇌의 비밀을 밝혀 지능의 정체를 알아 기계적으로 전용하고자 하는 ‘뇌 신경 인지과학’이 첨단의 복합적인 융합학문으로 떠오르고, 그와 더불어 새로운 생물학적인 기계 인간인 사이보그 인간을 모델로 해서 ‘포스트 휴먼’ 담론이 인간 존재에 관한 첨단 담론인 양 제시되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어쩌면 역사상 최대의 전 지구적 역병으로 기록될 것 같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인류를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국가들 사이에 각종 장벽이 건설되고, 국가 내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와 활동 시간의 강한 제한이라는 방역 정책으로 인해 사람들 사이에 분리와 고립이 당연한 일상인 양 자리를 잡고 있다. 사람들의 감정이 무기력의 우울인 ‘코로나 블루’에다 방향과 이유가 없는 분노인 ‘코로나 레드’가 겹친 상태로 치닫고 있다. 입고 먹는 데 필요한 것들이 비대면 택배로 공급된다. 하지만, 먹고 입는 것만으로는 인간이라 할 수 없다. 직접 만나 온몸으로 복합적인 감각을 주고받을 때, 그 만남을 바탕으로 그 수준과 상관없이 문학과 예술의 세계를 공유할 때, 그리고 사회정치적인 문화생활을 구체적으로 즐길 수 있을 때, 비로소 그런 만큼 인간다운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다. 대면 접촉에 따른 이러한 인간됨의 구체적인 실현의 영역들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말 그대로 붕괴하는 중인 것이다. 물론 이삼년 지나면 예전의 정상 상태를 회복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붕괴한 인간 됨은 쉽게 복원되지 않을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라는 말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치고 난 뒤의 사회 양식을 뜻할 수도 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진정되고 난 뒤의 사회 양식을 뜻할 수도 있다. 후자의 뜻으로 본 ‘포스트 코로나’는 대대적인 생명 위협에 따른 불안과 공포가 집단 트라우마를 형성함으로써 사람들의 감정과 사유 그리고 행동을 새롭게 가져가도록 할 것이다. 그 아주 가까운 미래 상황을 제대로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이때를 떼돈을 벌 기회라고 여겼을까, 아니면 전 인류를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에서였을까, 세계 유수의 제약회사들은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WHO를 비롯한 각국의 백신 허가 관청에서는 2상이니 3상이니 하는 검증 절차를 간소화해서라도 접종 허가를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중국과 소련에서 먼저 접종이 시작되었고 이어서 미국과 EU를 비롯한 선진국에서 접종이 시작되었다. 이 와중에 심지어 백신 접종 후 몇 시간 만에 수십 명의 사람이 사망했다는 보도를 비롯해 백신 접종의 각종 부작용에 따른 불안과 공포가 확산하면서 백신 접종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들이 상당 정도에 이른다는 여론 조사의 결과가 보도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백신과 강한 효력을 발휘하는 치료제의 개발과 같은 의료 과학기술 말고는 확실한 해결책이 없다.  이 와중에, 빅 데이터를 장악하고서 세계를 호령하는 몇몇 세계적인 플랫폼 기업들이 백신 속에 극미한 디지털 장치를 숨겨 넣어 전세계 사람들을 노예화하려는 계책을 꾸미고 있으니 백신 접종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퍼뜨리는 변종 기독교 집단이 나타나고, 그 일부의 극단주의자가 미 의회를 공격해 들어가 의기양양 파안대소를 하는 장면이 전세계에 보도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무슨 ‘BTJ ― back to Jerusalem ― 열방 센터’인가 하는 제정신을 잃어버린 기묘한 기독교 선교집단이 이와 연결된 모양이다. 작년에는 ‘신천지’니 뭐니 하는 집단 광기의 기독교 집단이 코로나19 확산에 불을 붙여 문제가 되고, 정체불명의 인물인 ‘전광훈’을 중심으로 한 ‘태극기 부대’의 광화문 집회니 ‘사랑제일교회’니 해서 반(反)민주정부 변종 기독교 세력들이 코로나19 방역에 역행하여 문제를 일으키더니, 새해 들어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성지를 회복하자는 둥, 과거 유럽에서 수세기 동안 온갖 잔인무도한 폭력적인 사태를 일으켰던 십자군 운동을 되살리자는 둥, 시대착오적인, 아니 21세기 불안과 공포를 역용한 종말론적인 변종 기독교 광신 집단이 전면에 드러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왜 이러한 변종 기독교 바이러스가 나타나는가? 모든 일에 대해 전지전능한 힘을 발휘하는 유일신을 믿는 기독교가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빠지기 시작한 것은 수백 년이 되었고, 오늘날 그 정점을 맞이했다고 할 수 있다. 17세기 근대과학혁명이 일어나 기계론적인 우주론이 확립됨으로써 전 우주의 운행에 신의 의지와 섭리가 작동하지 않거나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신은 우주에서 ‘쫓겨난’ 신세가 되었다. 19세기 진화론과 유물론이 발달하여 지성의 세계를 장악하다시피 하자, 신은 생명 일반의 영역에서 쫓겨났다. 그런가 하면, 이와 같은 세기에 새로운 기계기술과 산업 경영의 획기적인 발명에 힘입어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발달하여 자본이 인간 욕망과 감정,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행동을 장악하게 되고, 20세기 들어 처참하기 이를 데 없는 홀로코스트를 수반한 양차 세계 대전과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으로 이어지는 거대 악이 이어지자, 이제 신은 인간의 삶으로부터도 쫓겨난 신세가 되었다. 히틀러 나치가 ‘유대인 소탕’을 목표로 하루에 몇천명씩 독가스실로 보내 홀로코스트, 대대적인 살육을 자행할 때, 곧 희생당할 누군가가 “야곱의 하나님은 어디로 갔는가?” 하고 외쳤다고 한다. 가장 무서운 것은 신의 침묵이다. 얼마 동안에는 신의 침묵을 계시로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오랫동안 지속하면 신의 침묵은 신의 무능력으로 해석되고 급기야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사진 출처 - Freepik  그런가 하면, 이제 21세기에 이르러, 앞서 기술한 것처럼, 첨단과학기술들이 신의 고유한 영역을 최대한으로 잠식하고 있다. 진화론을 원용하기도 하면서 이루어지는 유전공학의 발달은 생명의 유물론적인 이해를 넘어서서 인간을 비롯한 생명 창조의 영역을 장악하는 중이다. 인공수정에 이어 유전공학의 발달로 체세포를 이용한 동물 복제가 실현되고, 이에 게놈 구조가 똑같은 개개 인간의 복제가 원리상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A.I.로봇 기술의 발달로 신이 창조한 최고의 창작물인 인간 존재의 탁월성을 뒤로 물리칠 범용 A.I. 기계 생명체가 등장할 것이라는 예고가 예사로 매스컴을 타고 있고, 이러한 A.I. 기계 생명체를 만드는 기술공학자는 자신이 혹시 신이 아닌가, 하는 심중한 착각을 할 정도다. 이 고도과학기술들이 인간 삶을 근본에서부터 결정하기 시작하자, 그나마 형이상학적-신학적으로 남아있던 인간의 영혼마저 기계적인 영혼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을 낳으면서 이제 신은 그야말로 오갈 데 없는 헐벗은 ‘거지’ 신세가 된 셈이다. 신이 이렇게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되자, 그와 함께 특히 전지전능한 신을 믿는 기독교 자체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전세계적으로 기독교는 겉으로 보기에 건재하다. 모르긴 해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해 사망한 자들의 장례식에서 슬픔에 젖은 유가족들이 고개를 떨구고 있는 맞은편에 신부나 목사가 망자가 내세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기를 기원하는 기도를 올리는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다. 이같이 아직 기독교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이 죽음을 아직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본과 전쟁과 코로나 팬데믹은 인간의 필연적인 죽음을 정확하게 알리고 드러내는 위력이다. 죽음으로부터의 구원,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을 극복할 수 있는 구원이라는 이데올로기는 필연적인 사멸과 무의미에 대한 확신에 기반을 두고서 그 사멸과 무의미를 넘어섰으면 하는 실현 불가능한 바람에 상상이 결합해 생겨난 것이다. 그 이데올로기의 정점에 구원과 행복뿐만 아니라 심판과 공포와 저주의 위력을 발휘한다는 신이 자리를 잡고서 가상적인 지상 최대 최고의 주권적인 위력을 발휘해 온 것이다. 방역을 방해하는 광화문 집회에서 “죽음은 오히려 우리에게 축복인 거야!”라고 떠들어대는 ‘전광훈’의 말이 이를 잘 나타낸다. 과연 전광훈만일까? 죽어도 좋다, 왜냐하면 전지전능한 하나님이야말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진정한 구원의 백신이고, 그 구원은 하늘에 있기 때문이라는 이념을 믿어야 한다고 기독교도 일반이 주장할 것이고, 그 믿음을 최면을 걸어서라도 강화하기 위해 기도를 올린 것이다.  결국, 문제는 죽음이다. 그런데 인간 개체의 복제 기술을 숨긴 상태로 영생불사의 기술을 개발하는 데 많은 자본을 투자해 그 결과가 상당한 성과를 보이기 시작하면, 인간들은 과연 신에게 구원을 청할 것인가, 아니면 발버둥 치듯 돈을 벌어 돈으로 살 수 있는 기술에 의한 구원을 청할 것인가.  이전에도 특히 대대적인 전쟁이나 대역병으로 사회정치적인 대혼란이 일어나 신이 위기에 처하면, 온갖 새로운 구원의 길을 제시하는 변종 기독교 집단들이 생겨나 기승을 부렸다. 하지만, 앞서 기술한 것처럼, 21세기에 겪는 신의 위기는 이전의 위기와는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백신 약물 속에 눈에 보이지 않는 극미한 감각-통신의 디지털 기계를 숨겨 백신을 맞은 모든 인간을 노예로 만들고자 하는 세계 지배 세력의 음모를 운운하는 신종의 변종 기독교 바이러스의 출현은 신의 절대적인 위기와 그에 따른 기독교의 절체절명의 위기를 상징한다.  그래서 어쨌다는 것인가? 그 해답은 현실을 제대로 보라고 발달시켜 온 우리 인간의 이성을 앞세워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성이 인간을 죽음에서 구원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성은 종교건 기술자본이건 인간의 죽음을 볼모로 대중을 선동하여 무지와 무명(無明)을 강요하는 ‘사탕발림’을 내세운 권력의 욕망을 폭로할 수 있고 분쇄하는 최소한의 인간 능력임은 분명하다.
2021-01-20 | hrights | 조회: 726 | 추천: 4
윤요왕/ 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장  벚꽃엔딩 대학 몰락이 현실화 해가는 듯하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학도 어쩔 수 없나보다. 상대적으로 고3수험생들은 ‘IN서울’이라는 지상최대의 당면 목표가 어쩌면 손에 잡힐 듯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서울, 수도권의 인기는 지방의 몰락’이라는 공식이 대학가에도 이 시린 겨울 더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나는 2003년 춘천의 한 시골마을로 귀농을 해서 19년째 살고 있다. 최근 한 뉴스에서 서울 아파트가 3.3㎡(1평)당 4,000만원이라는 소식에 설마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근로자가 평균 임금 30%를 저축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서울 25평 아파트 구매에 118년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고도 한다.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현실이 된 지는 이미 오래다. 그러나 내게는 다른 나라 이야기였다. 같은 시대, 같은 나라에 살고있는게 맞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2005년 1,000평이 넘는 땅을 사서 30여 평의 집을 지을 때 1억 조금 넘는 비용이 들었던 것 같다. 내가 사는 마을은 뒤로는 용화산의 산맥이 든든히 지켜주고 앞으로는 너른 들녘과 춘천호의 풍광이 멋지게 펼쳐져 있는 시골마을이다. 서울까지 1시간 정도면 도착하고 춘천시내도 20-30분 정도면 닿을 거리에 있다. 서울, 수도권 집값 얘기를 접할 때면 그때 시골로 내려온 게 천만다행이라는 안도감까지 든다.  우리는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왜 서울로 사람들이 몰려가는지, 왜 서울집값이 이리 비싼지, 왜 대한민국이 지방소멸의 절벽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더 무서운 건 그로인해 치러야하는 사회적비용과 피폐해지는 국민들의 삶의 고통일 것이다. 서울(도시)도 지방(지역)도 모두가 절망과 고통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듯하다. 환경문제, 청년실업문제, 삶의 빈곤문제, 교육문제 등 대한민국의 모든 문제는 서울을 위시한 수도권 과밀화 현상으로 발생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정부든 국회든 또 많은 정책입안자, 교수님들이 이를 모르지 않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과 궁금함이 든다. 사진 출처 - KBS창원  지방에서도 농촌은 훨씬 오래 전부터 심각한 인구소멸 위기에 접어들었다. 청장년이 사라지고 농업의 대가 끊기자 노인들만 사는 죽은 마을로 변해가고 있고, 작은 학교가 없어지니 젊은이들도 찾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이젠 모두 포기한 듯 보이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나하나 좋자고 귀농을 하고나서 어쩔 수 없이 함께 사는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 건 아이들이 유치원을 다니게 되면서부터였다. 친구가 없고 학교는 언제 없어져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이었다. 농사를 지으며 이장을 맡아 마을일을 보게 되면서 별빛공부방(현재 춘천별빛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어 농촌유학도 하고 마을어르신들을 위한 노인복지까지 하게 된 건 숙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900여명 모여 사는 마을에서 ‘아이 키우기 좋은마을, 나이들기 좋은마을, 청년살기 좋은마을’이라는 기틀이 마련되기까지 18년이 걸렸다.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한 일이었지만 어느덧 10여 명의 청년일자리가 만들어졌고 폐교위기 학교는 40여 명의 학생수(토박이 아이는 한 명 남았다. 나머지는 도시에서 온 농촌유학생, 교육귀촌아이들, 시내에서 찾아온 도시아이들)를 유지하며 폐교를 막아냈다. 방문진료를 비롯해 우리마을 119, 한글교실, 반찬배달 등 노인복지를 마을 돌봄의 형태로 운영하는 커뮤니티 케어를 실천하며 조금은 기반이 마련된 듯하다.  지방소멸과 도시지옥은 같은 말이다. 탈출구의 가능성은 곳곳에서 확인되고 조금씩 실천되고 있다. 조금만 눈을 돌려보고 생각을 바꿔보자. 우리끼리 ‘서울 집값이면 우리 마을에서 대지주에 궁궐을 짓고 살 수 있겠다’는 말을 농담 삼아 하곤 한다. 조금 더 나아가 지방소도시면 어떨까? 교통통신의 발달로 정보나 문화, 사회적 관계와 혜택은 얼마든지 누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 않은가. 로컬(Local)이 대세로 등극할 조짐도 보이고 호기 충만한 청년들이 지방으로 내려와 재미있고 발랄한 작당을 도모하는 모습을 종종 보곤 한다. 혹자는 얘기한다. 극히 일부의 성공사례일 뿐이라고.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동감한다.  그래서 문득 재밌는 상상을 하게 된다. 일단, 강원도라는 지역으로 한정시켜 생각해보자. 강원도의 춘천교대를 비롯한 국립대와 사립대 입학생에 시. 군 지역(기초지자체)할당제를 도입하자. 4년 장학생으로 예산은 해당 시. 군에서 부담하고 졸업 후 지역거주 기간을 합의한다. (서울대와 춘천교대 동시합격시 춘천교대를 선택한 실례를 보니, 많은 학생들이 굳이 도시로 안 나가고 초중고를 자기 고향마을에서 다닐 수 있겠다는 생각) 둘. 강원도의 도청, 시/군청 공무원, 지방공기업 등은 지역대학생 출신으로 할당제와 인센티브를 두고 채용하며 사기업이 동참하면 엄청난 인센티브와 혜택을 주자. 셋. 일정면적에 적절한 인구수 유지법을 제정해 못 지키는 자치단체에는 세금을 많이 걷어 법 잘 지키는 지역에 준다. 그만큼 지방자치단체 시민. 군민들은 기본소득, 농지, 주택 혜택으로 돌아가게 하자. 오죽하면 이런 발칙한 상상을 하겠나. 지방분권, 지방자치의 더딘 걸음에 지방소멸은 빠른 속도로 돌아올 수 없는 절벽을 향해 가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지방소멸을 막는 길이 도시지옥을 해결하는 길임을 명심하자.
2021-01-19 | hrights | 조회: 971 | 추천: 7
석미화/ 한베평화재단 사무처장  응우옌떤런(Nguyễn Tấn Lân). 빈안학살 생존자. 1951년생.  1966년 당시 15살이던 아저씨는 베트남 떠이빈사(구 빈안사) 15개 지점에서 일어난 학살 중에서도 2월 15일 일어난 까인브엄 들판 학살 생존자다. 아저씨는 그날 어머니와 여동생을 잃었다. 한국군이 던진 수류탄이 터지며 파편이 온 몸에 박혀 평생 고통 받았다. 하지만 평생 아저씨를 괴롭힌 건 몸에 난 상처보다는 참혹하게 죽어간 어머니와 여동생에 대한 기억이었다.  언제나 부고는 갑작스럽다. 가족들이 장례를 준비하는 사이 한국 친구들이 장례비와 무덤 조성을 위해 급히 조의금을 모았다. 런 아저씨는 학살 때 돌아가신 어머니 묘 인근에 묻혔다. 살았을 때 국화와 향을 들고 늘 찾았던 어머니 곁으로... 아저씨의 가족들이 “GIA ĐÌNH VÀ NHỮNG NGƯỜI BẠN HÀN QUỐC ĐỒNG LẬP MỘ” ‘가족과 한국의 친구들이 함께 묘를 세우다’는 문구를 묘비에 새겨주었다. 한국 친구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었다. 사진 출처 - 한베평화재단  2015년 4월. 런 아저씨는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학살 피해자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꽝남성 퐁니퐁넛 학살 생존자 응우옌티탄과 함께였다. 당시만 해도 베트남 사업을 했던 평화박물관이 <하나의 전쟁, 두 개의 기억> 전시를 개최하며 전시 오프닝에 피해자를 초청했다. 나는 이 사업의 책임자로 아저씨를 만났다. 그때 한국으로 초대하는 과정이나 6박 7일간의 방문 일정 중 일어난 수많은 일들을 지금은 다 기억도 못하겠다. 서울, 대구, 부산을 다니며 학살피해를 증언하고, 국회에서 피해자로서 한국정부에 진상규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등 아저씨는 지치지 않고 자신이 겪은 학살의 경험을 증언했다. 피해 당사자의 목소리에 한국 언론들도 떠들썩하게 응수했다. 학살 생존자들은 존재 자체가 곧 증언이었다. 6박 7일은 아저씨 인생에 잊지 못 할 사건이었을 것이다.  베트남전 참전군인의 등장은 긴장을 더욱 고조시켰다. 우리가 가는 곳마다 참전군인 집회가 열렸다. “응우옌떤런은 부친과 형제 모두 베트콩이었다! 베트콩도 양민이냐! 민간인 피해자 행세를 즉각 중단하라!” 군복 입은 참전군인들이 런 아저씨의 얼굴 사진과 함께 큰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했다. 전시 개막행사는 고엽제전우회의 항의로 하루 미뤄 열렸다. 개막행사를 마치고 참석한 수요 집회에서 몰려드는 언론의 취재와 인파로 런 아저씨는 현기증이 나 결국 한 쪽에 앉아 쉬어야 했다.  아저씨와 함께한 일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으로 오고 가는 차 안에서의 기억이다. 두 분 모두 몸에 큰 상처를 안고 있어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컸다. 다행히 녹색병원의 도움으로 검진을 받으러 가는 날. 차 안에서 아저씨가 갑자기 한쪽다리 바지를 걷어 올렸다. 앙상한 다리 군데군데 패인 흔적을 손가락으로 하나씩 누르며 수류탄 파편자국을 보여줬다. “당신도 보여줘 봐” 탄 아주머니를 향해 아저씨가 말했다.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탄 아주머니도 옷을 들어 올렸다. 사진으로만 봤던 복부의 큰 흉이 그대로 배에 선을 그으며 나타났다. 피가 흐르고 상처가 났던 자리를 보며 소리 없는 아우성이 들리는 듯 했다. 두 사람은 한국 친구들이 마련해 준 기회에 기분이 좋았다. 런 아저씨가 돌아가시고 탄 아주머니는 그때를 기억하며 눈물을 흘렸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행사가 열리는 호텔을 둘러싸고 참전군인이 시위를 하고 있다는 긴급한 연락을 받았다. 이 상황을 어떻게 전해야 하나. 어차피 부딪힐 상황이라 말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전쟁이 끝나고 50여 년이 지나 또다시 군복을 입은 한국 군인을 만나야하는 두 분의 기막힌 심정을 생각하니 황망하기 짝이 없었다. 런 아저씨는 담담했다. 오히려 옆에 앉은 탄 아주머니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노래를 불러보라고 했다. 함께 노래를 불렀다. 내게 남은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다.  당시의 상황은 아리랑TV에서 동행하며 모두 영상에 담았다. 아리랑TV는 한국과 베트남 수교 25주년 기념으로 지난 2017년 베트남 VTV와 공동으로 다큐멘터리 <센드 앤 리시브: 더 비디오>를 제작했다. 2015년 방한 당시의 장면과 함께 런 아저씨를 다시 찾아 그를 인터뷰했다. 베트남전 한국군에 의한 피해자의 영상 메시지를 한국의 참전군인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끝나는 이 영상에서 런 아저씨는 참전군인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한국과 베트남 두 나라의 미래를 위해 한국 군대가 베트남에서 한 일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길 바란다.” 이 영상에서 런 아저씨는 2015년 한국 방문의 소회를 밝힌다. “나는 한국 국회에서 연설하기 전에 많이 긴장을 했다. 탄과 나는 베트남 전쟁 때 한국군 주둔지 근처에 살았다. 나는 학살을 목격했고 온 몸에 상처를 입었다. 나는 이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나의 심장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낀다. 나는 그 기억을 떠올리기 전에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준비되어 있다. 필요하면 언제든 할 수 있다.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럽든 상관없다. 그것이 살아남은 자로서 나의 의무이다. 나는 진실을 말 할 의무가 있다.”  국회 정론관에서 카메라를 응시하며 흔들림 없이 성명서를 읽어 내리던 런 아저씨의 모습이 떠올랐다. 살아남은 자로서의 결연한 마음과 평화를 향한 외침이 빛나던 순간이었다. 빈안학살은 1966년 2월 맹호부대에 의해 1004명의 민간인이 희생된 사건이다. 나의 외삼촌은 1965년 10월 월남으로 갔다. 나는 매년 돌아가신 삼촌의 이름으로 빈안 위령제에 꽃을 보낸다. 올해는 런 아저씨를 기억하며 빈안 55주기를 맞아야할 것 같다.
2021-01-06 | hrights | 조회: 1231 | 추천: 6
홍미정/ 단국대 중동학과 조교수 이스라엘-아랍국가들 관계정상화  2020년 12월 10일,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모로코가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였다. 모로코는 UAE, 바레인(9월 15일), 수단(10월 23일)에 이어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협정을 체결한 4번째 아랍 국가가 되었다.  이스라엘-모로코 관계 정상화 대가로 미국은 수십년 간 분쟁 지역으로 독립 움직임이 있는 서부 사하라에 대한 모로코의 주권을 인정하였다. 미국은 유엔의 입장을 무시하면서, 모로코가 점령한 서부 사하라를 모로코 영토로 인정한 것이다. 유엔은 이 지역 주민들이 자치권을 부여받지 못한 채 모로코의 식민 지배를 받는 영토로 간주한다. 서부 사하라는 폴리사리오 전선으로 알려진 사흐라위 민족주의자 운동이 완전한 독립을 추구하는 지역이다. 따라서 이러한 미국의 결정은 폴리사리오 전선과 모로코뿐만 아니라, 폴리사리오 전선을 후원하는 알제리와 모로코 사이의 심각한 무력 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  2020년 12월 11일, 오만 외교부는 이스라엘-모로코 관계정상화에 대한 환영 성명을 내고 “모로코 국왕 무함마드 6세가 중동의 포괄적이고 정의롭고 항구적인 평화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강화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모로코에 이어 오만도 곧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모로코 관계를 진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 시기를 저울질하면서, 더 많은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2020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점령정책을 더욱 공세적으로 추진하였다. 2020년 1월-11월까지, 이스라엘은 점령지 동예루살렘과 서안에서 331채의 주택, 561개의 가게 등 892채의 팔레스타인 건물들을 파괴했다. 이는 작년보다 31% 증가한 수치다. 올해 1월-6월까지, 이스라엘 점령세력은 27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살해하고, 1,070명을 다치게 했으며, 2,330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체포하였다. 2020년 9월 말 현재 4,184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보안상의 이유로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되어 있다. 게다가 2020년 이스라엘은 점령지 서안에 총 12,000채 이상의 국제법상 불법적인 유대인 정착촌 주택 건설을 추진함으로써, 최근 10년 동안 최대의 유대인 정착촌 건설 붐을 일으켰다. ‘아브라함 협정’ 체결 이후, 10월에만 이스라엘은 점령지 서안 지역에 3,000채가 넘는 유대인 정착촌 주택 건설을 승인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아랍국가들 관계 정상화, 소위 평화 협정 체결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심장을 찌르는 듯한 커다란 고통으로 다가왔다. 시온주의자 바이든 미국 대통령  2020년 11월 7일, 사우디 정보부장(1979–2001) 및 주미대사(2005–2007)를 지낸 투르키 알 파이잘 왕자는 “미국 대통령 당선자 조 바이든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실망시킬 것이다. 바이든은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이며 골란고원은 이스라엘의 영토라는 트럼프의 친이스라엘 정책들을 계승할 것이며, 아브라함 협정에서 후퇴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바이든은 2007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선거 유세에서 러닝메이트로서 “이스라엘은 미국이 중동에서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힘이며, 나는 시온주의자이고, 시온주의자가 되기 위해서 유대인일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1897년 8월 29일 스위스 바젤에서 개최된 제 1차 시온주의자 회의에서 채택된 바젤 강령에 따르면 ‘시온주의는 팔레스타인에 공법으로 보장된 유대민족 고향을 창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회의에서 시온주의자 기구가 창설되면서 유대 민족주의운동, 즉 예루살렘(시온)을 포함한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국제정치 운동을 주도하였다. 그 결과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 국가가 수립되었다. 따라서 시온주의자는 ‘유대국가’를 표방하는 이스라엘 국가 창설이념에 동의하는 사람들이며, 이스라엘 국가에 대한 지지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간주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한 아랍 국가들은 팔레스타인 땅에 건설된 이스라엘 국가를 인정하고, 지지하기 때문에 시온주의자들로 간주될 수 있다.  2020년 11월 22일 미국무장관 폼페이오는 UAE, 바레인, 수단 이외의 다른 아랍국가들도 이스라엘과의 관계 평화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다음과 같이 밝혔다. “다른 나라들도 UAE, 바레인, 수단이 한 일에 동참하고, 이스라엘의 정당한 위치를 인정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들은 자국을 위해 옳은 일을 하는 것이고, 자국의 번영과 안보가 증진되기 때문에 그렇게 할 겁니다. 미국의 지도력과 개입, 그리고 이란 이슬람 공화국으로부터 중동 지역의 위험을 줄이려는 미국의 역할이 없었다면 이런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지금 걸프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이 이란으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고 공통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대통령 바이든의 정책은 본질적으로 이스라엘 강화라는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업적을 계승할 것이다. 트럼프와 다른 점이 있다면, 아마도 바이든은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 한 아랍 정부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란 및 무슬림형제단을 중요하게 다룰 것이고, 무슬림형제단 및 무슬림형제단 연계 세력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터키나 카타르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다. 특히 무슬림형제단 연계 세력들은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으며, UAE, 바레인, 수단, 사우디 등에서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강력한 정부 반대파를 구성한다. 때문에 무슬림형제단 연계 세력들이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추진한 아랍 정부들에 맞서 정치개혁 문제를 제기한다면, 역내 정치적 불안정성이 심화될 수 있다. 이러한 불안정한 환경은 이스라엘의 역내 패권 강화에 더욱 유리하게 활용될 수 있다. UAE와 이스라엘 정착촌 동맹  2020년 10월 20일, 이스라엘-UAE 관계 정상화 합의, 즉 아브라함 협정 체결 이후 처음으로 UAE 고위급 대표단이 이스라엘을 방문하였다. 이 날 이스라엘과 UAE는 무비자 여행 및 매주 28편의 UAE-텔아비브 항공편을 포함하는 항공운항협약을 비롯한 다양한 협정을 체결하였다.  특히 공항 기념식에서 미국 주도로 UAE, 이스라엘은 중동 및 그 외의 지역 경제 협력과 번영을 위한 개발 계획을 위해 30억 달러의 민간 기금 조성을 목표로 하는 아브라함 기금 설립을 발표했다. 아브라함 기금은 우선 팔레스타인인들의 이동을 통제하는 서안 소재 이스라엘 군대 검문소를 현대화하는데 사용될 것이며, 이스라엘 천연 가스 탐사를 위한 투자자를 찾고 있다.  같은 날,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은 “미국, 이스라엘, UAE는 아브라함 협정을 실행하기 위한 아브라함 기금 설립을 발표하게 되어 자랑스럽다. 이 기금을 통해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 UAE, 이스라엘은 30억 달러 이상의 민간주도의 투자개발 계획을 통해서 중동 및 그 외 지역의 지역 경협과 번영을 도모할 계획이다.”고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의 애덤 뵈흘러 대표는 미국, 이스라엘, UAE가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경제 회복과 평화 강화를 위해 민간 투자로 아브라함 기금, 즉 최소 3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기금을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덤 뵈흘러는 공항 기념행사에서 아브라함 기금의 일부는 먼저 이스라엘이 운영하는 서안 소재 검문소를 현대화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아브라함 기금은 서안과 그 외 지역의 안정, 평화, 안보를 촉진하기 위한 투자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다. 우리는 이미 팔레스타인인들의 이동을 위하여 이스라엘이 운영하는 검문소를 개조하고 현대화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응답하여, UAE 국무장관 아흐메드 알리 알 세이예그는 “이 기금은 종교나 정체성에 상관없이 사람들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세 국가의 열망을 반영한다. 이 구상은 가장 많은 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동시에, 경제적, 기술적 힘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알 세이예그의 주장은 아브라함 기금이 팔레스타인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이스라엘 검문소를 현대화하는데 사용된다는 것이다.  서안에는 팔레스타인인들과 물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통제하는 700개 이상의 이스라엘 검문소가 있다. 이 기금 설립자들은 검문소를 현대화함으로써 팔레스타인인들의 이동을 수월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이스라엘의 점령을 영구화하는데 활용될 것이다. 국제법상으로 이스라엘과 같은 호전적인 군사 점령은 일시적인 것이어야 한다. 이스라엘의 점령은 1967년 이후 이미 50년 이상 지속되었다. 현대식 검문소는 인종차별적인 점령정책을 더욱 심화하고, 영구화하려는 시도로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다.  현재 검문소를 활용함으로써,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을 꼭두각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관리하는 지역으로 몰아넣고, 비옥한 땅과 풍부한 상수원이 있는 지역을 포함하는 나머지 지역으로의 진입을 금지한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출입이 금지된 지역에서 이스라엘은 정착촌을 건설하고 확장한다. 이스라엘이 검문소를 통해 팔레스타인인들의 이동을 통제함으로써 얻는 어떠한 것도 팔레스타인들에게는 손실이고 정착민들에게는 이익이다.  현대화된 검문소는 분명히 이스라엘과 정착민들이 원하는 곳에 팔레스타인인들을 수용하기 위하여 훨씬 더 효율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따라서 아브라함 기금은 검문소 현대화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을 통제하고 억류하는 기술을 더욱 정교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는 아브라함 기금을 이끌 첫 지도자로 극우 랍비 아례 라이트스톤을 선정했다. 라이트스톤은 2018년 5월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일을 적극 추진한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 데이비드 프리드먼의 선임 고문이며, 정착촌과 강력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2020년 11월 8일-12일, 사마리아 정착촌 위원회(이스라엘은 북부 서안을 사마리아로 지칭한다) 대표 요시 다간이 이끄는 정착촌 대표단이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생산되는 물품 생산과 판매 협력을 촉진시키기 위하여 두바이를 방문하였다. 11월 10일 사마리아 정착촌 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대표단이 농업, 해충 방제, 플라스틱 및 담수화 사업 분야에서 일하는 20여 명의 개인과 기업들과 마라톤 비즈니스 미팅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 방문 기간 동안, 두바이 유통회사인 팜 홀딩 사무실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요시 다간은 “오늘 아침 우리는 역사를 만들고 있다. 우리는 사마리아와 최고 기업인 팜 홀딩 사이에 새로운 경제의 장을 열고 있다. 나는 매우 흥분되고 행복하다. 사마리아는 모든 분야에서, 그리고 수출과 사업 발전에서도 선두를 이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마리아는 인구통계학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 중 하나이며 경제적으로도 발전하고 있다. 이 합의들은 사마리아와 두바이 그리고 UAE와 이스라엘 사이의 경제 협력을 강화시킬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가족처럼 개인적이고 사업적인 차원에서 친구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답하여 팜 홀딩 대표 파이살 알리 무사는 “여러분들을 이 자리에 모시게 되어 매우 기쁘다. 이것은 상상하지도 꿈도 꿀 수 없었던 상황이다. 이것은 오늘날 우리가 도달한 매우 큰 목표다. 우리는 UAE와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우리가 진정한 사업가임을 알리고 있다. 우리는 진짜 형제고, 진정한 친구다. 우리는 함께 사업을 할 것이고 평화롭게 살기를 원한다. 나는 우리를 위해 문을 열어준 요시 다간에게 감사한다.”고 말함으로써. 이스라엘 정착촌과 감동적이고, 긴밀한 동맹관계를 수립하였음을 확인하였다.  2020년 11월 12일, 사마리아 정착촌 위원회와 UAE 협력에 관하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보좌관인 나빌 샤스는 “우리 팔레스타인 땅에 있는 이스라엘 정착촌과 아랍국가의 협력을 목격하는 것은 고통스럽다. 이스라엘 정착촌은 팔레스타인 국민에 대한 최악의 명백한 공격 중 하나다.”고 절규하듯 비난하였다. 2020년 12월 7일, 사마리아 정착촌 위원회는 와인, 타히니, 올리브 오일, 꿀을 생산하는 이스라엘 정착촌 기업들이 팜 홀딩과 UAE로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생산한 제품을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이스라엘 정착촌 제품의 UAE로 수출이 시작되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서안 소재 이스라엘 정착촌을 평화에 대한 주요한 장애물이며, 국제법 위반으로 간주한다. 결국 UAE는 팔레스타인인들의 토지소유권을 박탈하는 불법적인 유대 정착민들과 공조체계를 구축함으로써 팔레스타인인들의 영토주권을 박탈하는데 공식적으로 직접 가담하고 있다. 이렇게 UAE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인권을 무참하게 짓밟는 점령세력 이스라엘에게 적극적인 협조를 하고 있다. 출처: Bahraini artist Sarah Qaid  2020년 11월 11일, UAE 부총리 겸 내무장관 사이프 빈 자이드 알 나흐얀과 이스라엘 공안부장관 아미르 오하나가 화상회의를 개최하고 공동팀을 구성하여 범죄 예방 프로그램, 안전 서비스를 구축하기로 합의하였다. 11월 19일, 아부다비에서 요르단왕 압둘라와 바레인왕은 아부다비 왕세제 무함마드 빈 자이드와 회담을 하였다. 이러한 전례 없는 회의들은 이스라엘을 중심축으로 한 중동의 지각변동을 의미한다.  2020년 11월 16일, UAE의 에티하드 항공은 이스라엘 방문을 선동하는 비디오 광고에서 이스라엘 점령지 동예루살렘 소재 알 아크사 모스크를 대체하는 유대교 제 2성전을 내보냈다. 유대교 제 2성전은 서기 70년 로마제국에 의해서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에티하드 항공의 유대교 제 2성전 광고는 동예루살렘 소재 알 아크사 모스크 복합단지를 유대교 제 3성전으로 대체시키려는 이스라엘의 의도를 따르는 것으로, 아브라함 협정의 목표를 명백히 드러내는 것이다. 이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심장에 비수를 꽂는 행위다. 에티하드 항공은 2021년 3월 28일부터 매일 아부다비-텔아비브 직항 노선을 운행하기로 공식 발표했다.  2020년 11월 4일 두바이에 본사를 둔 플라이두바이 항공사는, UAE와 이스라엘 사이에 11월 26일부터 직항 운항을 시작하여, 매일 2회. 일주일에 14회 두바이와 텔아비브를 운항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11월 8일, 플라이두바이는 이스라엘 관광객을 태우고 UAE에 처음으로 착륙하였다.  2020년 11월 7일, UAE는 개인의 자유를 확장하기 위하여 이슬람 율법 적용을 완화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것은 이스라엘 관광객과 투자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UAE와 이스라엘의 관계를 정상화에 따른 발표다. UAE는 2017년, 2018년, 2019년 미국, 이스라엘 등과 함께 그리스에서 실시된 연합 공군 군사 훈련을 진행했고, 리비아 내전에서도 이스라엘과 함께 리비아 동부 지역 군벌을 지원하면서 역내에서 이스라엘과 매우 적극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UAE가 사우디를 넘어서 역내 리더로 부상하고 있는가? 바레인: 이스라엘 정착촌 제품 통관 허브 꿈  2020년 12월 3일, 이스라엘 방문 중인 바레인 산업상업관광 장관 자이드 빈 라시드 알 자야니는 이스라엘 기자들과의 회견에서 “바레인은 이스라엘 제품과 정착촌 제품을 구별하지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이 제공하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는 이스라엘의 상품으로 취급될 것이다. 서안과 골란고원 소재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나온 제품들조차도 특별 라벨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스라엘과 함께 새로운 장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바레인의 정책은 유럽연합의 정책과 충돌하는 것이다. 2019년 11월 12일, 유럽연합 사법 재판소는 “회원국들이 소매상들에게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특별 상표로 식별하도록 의무화해야 하며, 'Made in Israel'로 표기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스라엘 정착촌 제품들은 이스라엘 제품으로 탈바꿈하여 바레인을 경유해서 유럽 등 다른 국가들로 팔려나갈 수 있다. 따라서 바레인은 이스라엘 정착촌 제품들의 통관을 위한 허브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2020년 11월 18일, 바레인 외무장관 압둘라티프 라시드 알 자야니는 바레인 공식 대표단을 이끌고 이스라엘을 방문하였다. 알 자야니는 최초의 텔아비브 행 걸프 에어의 바레인-이스라엘 간 직항 노선을 이용하여, 이스라엘을 공식 방문한 최초의 걸프국가 장관이 되었다. 바레인의 국영 BNA 통신은 이번 방문이 “평화 프로세스 지원에 찬성하는 바레인의 강력하고 영구적인 입장을 확인시켜 줄 것이며, 이스라엘과의 경제적 기회와 양자간 합의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했다.  같은 날, 알 자야니의 초청으로 이스라엘 외무장관 가비 아쉬케나지는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주최로 12월 4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역내 장관급 회담인 2020 마나마 대화에 참석하기로 합의했다. 아쉬케나지는 “오늘부터 시작된 건설적인 대화를 계속하기 위해 마나마에 곧 갈 것이며, 양 측 지도자들 간의 대화를 촉진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아쉬케나지는 자신의 트위터에 “바레인이 이스라엘에 대사관을 개소하고, 마나마에 이스라엘 대사관을 개소하기로 합의한 것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걸프지역과의 관계를 다루어온 이스라엘 외교관은 “우리의 UAE, 바레인과의 관계에는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이 있다. 외무부의 많은 사람들은 15년 이상 동안 이러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이제 이들이 마침내 그것들을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바레인 외무장관의 방문은 이러한 노력의 정점이며,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2020년 9월 23일, 이스라엘의 첫 직항 비행기가 바레인에 착륙하였다.  바레인은 이스라엘과 비공식적으로 유지해오던 관계를 공식화하면서, 정치 경제적인 변화의 계기를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바레인은 정치, 경제적으로 사우디의 그늘에 묻혀있었다. 이제 바레인은 사우디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사우디의 복잡한 셈법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대한 사우디의 셈법은 UAE나 바레인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사우디는 이스라엘-아랍국가들과의 관계정상화로 아랍 리더국가로서의 자리가 빛이 바래는 듯하다. 게다가 사우디의 국내 상항은 다른 걸프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더 복잡하다. 특히 이것은 왕권 승계 문제 및 입헌 군주제로의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무슬림형제단관 연계된 세력을 비롯한 사우디의 정부 반대파들의 활동을 포함한다.  2020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바이든이 당선된 후, 트럼프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온 사우디 정부는 무엇인가 입장 변화를 내놓아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0년 12월 8일, 살만 국왕이 주재한 각료회의 결과 발표한 성명은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근본적인 아랍 문제이며, 사우디 정부의 최우선의 외교 정책이라고 다음과 같이 밝혔다. “사우디는 국제법과 결의에 따라 2002년 아랍 평화안을 준수하고, 평화를 위한 전략적 선택을 지지한다. 팔레스타인인들과의 연대의 날을 맞이하여, 팔레스타인 땅에서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은 중단되어야한다. 이스라엘 정착촌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며, 영구적이고 포괄적인 평화 달성에 장애물이다.” 이 성명은 UAE와 바레인이 현재 적극 추진하는 이스라엘 정착촌 우호 정책 충돌하는 것이다.  아랍 평화안은 2002년 3월 27일 베이루트에서 개최된 아랍연맹 정상회담에서 당시 사우디 왕세제였던 압둘라가 제안하고, 아랍연맹이 승인한 것으로 “시리아 골란고원을 포함한 이스라엘이 점령한 모든 아랍영토로부터 1967년 6월 4일 경계로 완전히 철수하고, 여전히 점령하고 있는 남부 레바논으로부터 완전히 철수할 것, 유엔총회결의 194호에 따라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를 공정하게 해결할 것, 1967년 6월 4일 이후 점령한 서안과 가자에서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주권을 가진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수용할 것, 그 대가로 아랍 국가들은 이스라엘과 평화 협정을 체결하고, 포괄적인 평화의 틀 내에서 이스라엘-아랍국가 관계 정상화를 수립한다.”고 규정한다.  아랍연맹은 2002년 아랍 평화안을 2007년 3월 24일 리야드에서 개최된 아랍연맹 정상회담, 2017년 3월 23-29일 암만에서 개최된 아랍연맹 정상회담에서 재승인하였다.  2020년 11월 21일, 사우디외무장관 파이잘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왕자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리야드는 이스라엘과의 완전한 정상화를 지지하지만, 우선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위엄을 갖춘 팔레스타인 국가를 보장하는 영구적이고 완전한 평화협정이 승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0년 12월 5일 다시 한 번, 그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정상화의 전제 조건은 팔레스타인 국가 지위확보라고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리는 이스라엘과의 완전한 정상화에 항상 열려있으며 이스라엘이 이 지역에서 위치를 확보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팔레스타인인들이 그들의 국가를 가져야 하고 우리는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2020년 12월 6일,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원격으로 참석한 바레인 안보정상회의에서 사우디 왕자 투르키 알 파이잘은 이스라엘을 중동에 남은 마지막 서구 식민 지배 세력이라고 다음과 같이 비난하고 나섰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테러 조직으로 규정하고, 하마스와의 전쟁을 선언하였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마지막 남은 서구 식민지 지배 세력'이다.”라고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발언을 했다. 이러한 투르키 왕자의 발언은 이스라엘 언론이 네타냐후와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이 네옴 신도시에서 회동한 사실을 폭로한 이후, 사우디 당국 내에서 원성이 확산된 가운데 나왔다. 투르키 왕자의 발언은 네타냐후에게 사우디 왕국을 경시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2014년 5월 26일, 투르키 알 파이잘 왕자는 이스라엘군 정보부장(1970–2010)을 지낸 아모스 야들린을 만난 자리에서, “아랍인들은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넜고, 더 이상 이스라엘인들과 싸우기를 원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핵무기, 미사일, 잠수함을 갖고 있다. 아랍인들은 미치지 않았다. 아랍인들은 이스라엘과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추구한다.”고 주장하면서 이스라엘의 힘과 우호적인 관계 수립을 강조했다. 사실,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왕세자가 2017년 왕세자 취임이후, 이스라엘과 긴밀하게 협력해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사우디의 국내외 상황을 고려할 때. 사우디 정부는 이스라엘과의 국교정상화를 조심스럽게 추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2020년 11월 22일, 사우디외무장관 파이잘은 터키와의 관계가 좋고 원만하며, 카타르와도 분쟁 해결을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최근 사우디는 터키뿐만 아니라 카타르와도 관계 개선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바이든 당선에 따른 터키와 카타르의 부상 및 무슬림형제단 연계 세력 부상 등 중동의 정세 변화를 염두에 둔 사우디의 선제적인 역내 정책 변화로 읽힌다.  같은 날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가 사우디의 네옴 신도시를 방문하여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사우디 국교 정상화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스라엘-사우디의 국교 정상화는 무슬림형제단 연계 세력을 비롯한 사우디 국내 반대파들의 급격한 부상을 불러일으켜 정권의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는 상황으로 판단된다. 사우디가 추진하는 터키와 카타르와의 관계 개선 노력은 이러한 복잡한 사우디 국내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2017년 6월 5일, 사우디는 UAE, 바레인, 이집트와 함께 카타르를 테러(무슬림형제단)지원국이라고 비난하면서 관계를 단절하였다.  복잡한 국내외 환경 때문에, 사우디는 조용히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있다. 2020년 11월 30일, 사우디는 이스라엘 항공기가 사우디 영공을 비행할 수 있도록 공식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마침내 사우디는 이스라엘 항공기에게 동부로 가는 노선을 획기적으로 단축하여 두바이로 가는 직항편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총제적인 난국에 직면한 팔레스타인  1979년 이스라엘/이집트 국경획정협정, 1994년 이스라엘/요르단 국경획정협정에서 이스라엘과 두 아랍 국가들 사이에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위한 공간은 없다. 2020년 9월 15일 체결된 아브라함 협정은 2020년 1월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평화안의 연장선에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아브라함 협정에 대한 대응으로, 2020년 9월 25일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두 국가 해결안 달성, 이스라엘 점령 종식,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을 위해 2021년 초에 유엔이 주도하는 국제평화회의를 소집할 것을 요청했다.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제 75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압바스 수반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을 위한 국제평화회의 개최를 주장하면서 “국제평화회의는 국제법에 토대를 둔 진정한 평화과정을 시작할 수 있도록 모든 권한을 가져야한다. 이 평화회의는 점령을 종식시키고, 1967년 경계를 따라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팔레스타인독립 국가 수립, 특히 난민 문제를 포함하는 최종 지위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연설했다.  2020년 11월 22일. 압바스 수반은 요르단을 방문하여 압달라 2세 왕을 만나고, 이어서 이집트를 방문하여 알 시시 대통령을 만났다. 이 회동에서 3국은 국제평화회의 개최를 위하여 협력하기로 결정하고, 팔레스타인, 요르단, 이집트 관리들로 공동 준비 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이러한 압바스 수반의 행보는 1979년, 1994년 이집트와 요르단이 각각 이스라엘과의 국경획정협정을 통하여 이미 가자와 서안을 이스라엘의 영토라고 인정한 것을 무시한 것이고, 3자가 주도하는 국제회의를 개최함으로써 진정으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추진할 의도가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국제관계에서 볼 때, 이집트와 요르단은 이스라엘과 이미 국경을 획정함으로써 팔레스타인 땅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였기 때문에,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을 이야기할 입장이 아니다.  그런데 2020년 5월 19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스라엘 및 미국과 체결한 모든 협정을 무효화하며, 협력을 중단한다고 선언하였다. 그러나 2020년 11월 17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스라엘과 민간 및 안보협력을 재개를 선언함으로써 지난 5월 19일 이후 6개월간의 협력 중단과 관세 수령 거부 등의 정책 실패를 스스로 인정했다. 이는 팔레스타인 지도부가 이스라엘에 대한 정책에서 뚜렷한 전략이 없다는 것을 팔레스타인 대중들과 국제사회에 스스로 폭로한 모양새가 되었다.  사실은 5월 19일 공식적인 협력 중단 선언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안보협력이 계속되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안보협력은 이스라엘이 꼭두각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수립을 계획한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것이 바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한계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이스라엘과의 협력을 중단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의 관세 통제 때문이다. 2020년 6월 3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스라엘이 자치정부를 대신해서 걷은 팔레스타인의 수출입 물품에 부과하는 관세 수입 수령을 거부했다. 이 세수는 매달 약 2억 달러로 추산되는데,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수출입 서비스 비용과 전기요금으로 약 4천만 달러를 공제한다. 이 세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공공 수입의 63%를 차지한다. 때문에 2020년 6월부터 11월까지 계속된 협력 중단에 따른 관세 수익 수령 중단은 팔레스타인자치정부의 재정 위기를 불러왔다. 이 기간 동안 자치정부는 이스라엘이 거두어들인 약 7억 5천만 달러의 관세 수령을 거부하면서, 재정 붕괴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EU 또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게 원조 중단을 위협하면서 이스라엘과의 관계 회복을 압박하였다. 이러한 경제적 위기 또한 자치정부가 이스라엘과의 협력 재개를 선언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이러한 재정 붕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하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제 공식적으로 이스라엘과 안보협력 등 관계회복에 나섰다. 2020년 11월 20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보안대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이스라엘 협력재개를 비난한 죄로 시민활동가, 니자르 바나트를 헤브론 소재 그의 집에 쳐들어가서 체포하였다. 2020년 12월 3일, 팔레스타인 민정부 장관, 후세인 알 셰이크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세수 11억 4000만 달러를 이양했다고 밝혔다.  사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이스라엘과의 협력을 6개월간 중단한 뒤, 협력을 재개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지난 5월 협력 종료 결정은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의 약 30%를 정식 합병할 것이라는 위협에 직면해 나온 것이다. 공식적으로 팔레스타인 보안대와 이스라엘군 사이의 협력은 종료되었으나, 팔레스타인 보안대는 마치 협력이 여전히 유효한 것처럼 행동했다. 즉, 이스라엘이 관심을 집중하는 안보 분야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협력 중단 선언 이전과 동일하게 행동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공개적으로 이스라엘과 안보협력을 재개하는 와중에, 하마스는 이러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이 민족 통합을 향하여 나아가는 노력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점령과 합병 및 이스라엘-아랍국가들 관계정상화 노력에 맞서는 것을 약화시키는 행위라고 비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마스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민족주의 파벌들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소위 ‘화해’를 위하여 카이로에서 파타와 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은 하마스 및 팔레스타인 파벌들이 자치정부의 한계를 명확하게 인식하면서도, 자신들도 어떤 뚜렷한 대안 및 전략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자치정부 및 파타와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수립을 목표로 활동하는 팔레스타인 민족주의자 파벌들은 총체적인 위기를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0년 11월 9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 무함마드 시타야는 라말라에서 열린 주례 각료회의를 주재하면서 “이스라엘 점령 정부는 식민지 계획을 중단하고, 우리 땅 점령과 수천 개의 정착촌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 팔레스타인 점령지역에 존재하는 불법적인 이스라엘 정착촌은 평화의 적이다. 예루살렘을 포함한 팔레스타인 영토의 정착민 수는 현재 75만 명 이상이 되었고, 그들은 점령된 서안 총 인구의 25%를 차지한다. 이제 이스라엘은 두 국가 안이나, 인구통합 중 하나를 선택해야한다.”고 주장하였다. 두 국가 해결책을 추진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가 인구통합 안, 즉 한 국가 해결책을 거론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사실, 두 국가 해결안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선호도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인구통합안, 즉 한 국가 해결책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2020년 8월 12일-9월3일까지 라말라 소재 팔레스타인 정책 조사연구 센터와 텔아비브대학의 조정 및 분쟁 관리 에벤스 프로그램이 라말라 주재 네덜란드 대표부와 팔레스타인 주재 일본대표부의 자금 지원을 받아 실시한 이팔 분쟁 해결안에 대한 공동 여론조사를 실시하였다. 이 여론조사 결과 팔레스타인인들 43%, 이스라엘 유대인들 42%가 두 국가 해결안을 지지한 반면, 팔레스타인인들 56%, 이스라엘 유대인들 46%는 두 국가 해결안을 반대하였다.  그런데 2017년 2월 16일, 팔레스타인 정책 조사 연구소와 텔아비브대학 타미 스테인메츠 평화 연구 센터가 실시한 공동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스라엘인들 55%, 팔레스타인인들 44%가 두 국가 해결안을 지지한 반면, 팔레스타인인들 36%, 이스라엘 유대인들 19%, 이스라엘 아랍인들 56%가 한 국가 해결안을 지지하였다.  이러한 여론조사는 양 측의 다수가 두 국가 해결안을 지지하긴 하지만, 한 국가 해결안 등 다른 선택의 여지도 있음을 보여준다. 한 국가 해결안이라는 것은 하나의 민주국가 안에서 이스라엘인들과 팔레스타인인들이 동등한 시민의 권리를 보장받는 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팔레스타인인들 대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18년 9월 팔레스타인 정책 조사 연구 센터의 여론 조사결과에 따르면, 파타와 하마스도 모두 팔레스타인 대중들의 지지를 잃고 있다. 게다가 팔레스타인인들 60% 이상이 압바스 수반의 퇴진을 요구하며, 팔레스타인인들 50%는 자치정부를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지워진 무거운 짐’으로 간주하고, 팔레스타인인들 3/4은 오슬로 협정 이전보다 현재의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중재로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관계정상화 협정을 체결하는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뚜렷한 대응 전략을 세우지 못한 채 국내외적으로 총체적인 난국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2020-12-23 | hrights | 조회: 968 | 추천: 3
신하영옥/ 여성운동연구활동가네트워크 '젠더고물상'  지난 5월, 충북청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충북청주경실련)에서 발생한 성희롱 사건이, 지역의 시민사회연대와 여성연대 단체들이 성명서를 내면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조직위원회 단합회 자리였다.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수위 높은 발언들이 이어졌고 친목을 빌미로 허그를 강제로 실행하였던 것이다. 피해자들이 2차 허그를 거부하고 악수를 하겠다고 하고 나서야 그러한 행동들이 마무리되었다. 그 자리에 있던 활동가 2명은 심한 불쾌감을 느꼈고, 이러한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함을 임원들에게 알리며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청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들의 사건처리 과정은 피해자들의 관점에서 이뤄지지 않았다. 임원들이 돌려준 말은 ‘법대로 하라’와 고성이었다. 그들은 성희롱을 젊은 세대와 나이 많은 세대 간의 차이로 몰아갔으며, 수많은 2차 피해를 양산하는 방식을 전개했다. 가해자를 두둔하는 SNS 계정을 만들어 피해자들의 사진을 유포하고 조롱거리로 삼기도 하고, 피해사실을 비밀로 할 것을 요구했음에도 피해자들의 공식 입장이 있기도 전에 벌써 언론에서 십여 차례 기사가 나갔다. 뿐만 아니라, 그 기사도 대체로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었고 가해자의 관점에서 쓰여졌다는 점은, 사회정의와 민주주의, 진보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에게 여성이란 무엇인가? 라는 고민과 분노를 불러오게 만든다.  성희롱이 성립하는 데 있어 가해자의 의도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피해자가 불쾌함과 혐오감을 느꼈고, 그것이 그러한 상황에 놓여진 다른 사람도 느낄만한 불쾌한 감정이라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2018년과 2019년에 대법원과 고등법원은 판결하였다. 이를 “합리적 피해자의 관점”이라고 한다. 피해자의 관점에서 사건을 처리하고, 누구보다 먼저 피해자들에게 그 결과를 알려야 한다. 가장 먼저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격리하고, 피해자가 안전한 상황에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배려하며, 모든 처리과정을 공개하고, 범죄 유무를 통지해야 한다. 그것이 성희롱 처리과정의 공식적 절차이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구성된 중앙경실련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피해자들에게 진상조사결과를 알리지 않았다. 되려 가해자가 진상조사결과에 이의신청하기에 이르렀다. 비대위는 비대위활동결과를 발표하면서 성희롱이 발생했다는 것을 인정하긴 했지만 이를 계기로 충북청주경실련을 ‘사고지부’로 결정하면서 피해자들을 업무정지시키고, 모든 활동을 중단하게 하였다. 피해자들을 일상에 복귀시키는 것이 아니라, 실직으로 유도한 것이다. 성희롱 피해자에게 부당한 노동행위를 한 것이며 위법행위이다.  경제정의는 정치적 정의가 선행될 때 가능하다. 정치적 정의란 의사결정과정에 모두가 참여할 권리를 갖는 것이고, 이때 가장 낮은, 그리고 작은 권력을 가진 집단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사결정과정의 민주주의가 정착되었을 때 경제정의를 논의할 수 있는 토대, 경제 권력의 불균형을 완화할 장치의 필요성이 설득력을 가진다.  가장 낮은 지위의 사람, 피해자의 관점으로 고려하고 민주적 절차를 지키지 않는다면 어떤 정의도 성립되기 힘들다. 2000년도에 ‘100인 위원회’가 구성되어 운동권 내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운동이 있었다. 운동권 내 ‘미투’였다. 그동안 ‘조직의 보위’, ‘시민운동의 도덕성’이라는 외피에 의해 은폐되었던, 운동단체 내부에서 활동가들에게 가해진 성폭력을 드러내어 바로잡자는 의미였다. 그러나 ‘100인 위원회’의 구성원들은 즉시 ‘마녀’가 되어, 온․오프라인에서 갖은 고초를 겪어야 했다. 2020년의 경실련 사태도 이에 못지않다. 어떤 조직보다 성적 감수성에 민감하고, 민주적인 절차와 합법성을 갖춰야 할 시민단체가 오히려 저질의 성적 감수성을 지닌 데다 억압적이고 위계적이었음을 드러냈고, 사건 처리 과정은 위법했다.  시민사회단체가, 민주주의와 국민의 인권 보장을 진일보시킨다는 본연의 비전과 목적에 부합하지 못하는 행태를 보인다면 그 조직은 존재 이유를 상실한다. 그런 점에서 중앙경실련이 충북청주경실련을 사고지부로 통보하고 폐쇄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실련이 문제해결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보여준 태도는 민주적이지 않았다. 인권을 보장하지도 않았다. 실제로 폐쇄 당해야 할 곳이 어디였을까? 안타깝게도 조직이 오래되면, 운동을 목적으로 하기보다 조직의 지속성을 목적에 두는 경우가 있다. 그것이 발전되면 ‘조직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는 행위는 억압되고, 은폐되며 격리된다. 이것이 그동안 운동조직에서 성폭력/성희롱 사건을 다뤄온 태도들이다. 이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다. 해당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피해자들 지지모임도 새로운 활동을 준비 중이다. 사진 출처 - 충북인news  이번 사건만이 아니라 성희롱을 제대로 근절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직장 내 성희롱과 성폭력이 ‘산업재해’에 포함되어야 한다. 산업재해는 사업주와 국가의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노동자의 안전한 보호와 피해의 보상, 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감소하고자 하는 조치다. 산업재해의 중요한 구성 요건은 ‘업무상 사유’및 ‘업무와의 관련성’이다. 1963년 소위 ‘굴뚝 산업’이라 불리는 2차 산업(건설 및 제조업)에서의 노동자 안전을 위해 마련되어 2013년 업무상 질병의 범위를 넓혔으나 ‘신체 부상’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많아 여성 노동자들이 겪는 다양한 질환 등은 외면되고 있다. 남성과 여성 노동자 성비는 57:43이지만 산재판정 노동자 성비는 80:20으로 나타나는 것은 여성 노동자들의 특수한 상황이 배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산업 안전은 모든 노동자에게 매우 중요하지만 ‘안전’을 체감하는 범주는 남녀 노동자에게 있어 차이가 존재한다. 예전에 가스검침원이 가정 방문 중 남성에게 감금당했다 풀려난 뒤 자살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남성이라면 이런 경험을 겪지도 않고, 이런 종류의 안전을 걱정하지도 않는다. 안전과 위험에도 성별차이가 존재한다. 직장 내 성희롱은 업무상 사유(위계)에서 발생하고 업무와 관련한 장소-회식이나 야유회 역시 사업주의 관리가 영향을 미침- 및 일과 관련하여 발생기 때문에 업무 연관성이 존재하며, 따라서 산업재해의 구성 요건을 충족한다. 직장 내 성희롱을 산업재해로 포함한다면, 성희롱 예방을 위해 사업주는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고, 성희롱 및 성폭력 가해자들도 실질적으로 줄어드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피해의 극복을 위한 제도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피해자의 조속한 일상복귀를 도울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인권의 목록’을 확대하는 일은 녹록하지 않다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한 사건을 비롯한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과 지지자들의 연대를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투쟁의 과정이 필요하다. 산업재해에 성희롱을 추가하는 것은 ‘인권의 목록’을 확장하는 동시에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이다. 성희롱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민주주의와 사회정의 차원에서 접근하고 해결하는 것, 이것이 바로 진보성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2020-12-09 | hrights | 조회: 1095 | 추천: 7
이윤/ 경찰관  검찰개혁 과제 중 하나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가 법 통과 이후 지지부진 하고 있다. 야당 반대로 공수처장 후보자 선정이 어려워진 모습을 보면서 로마의 파비우스가 한니발을 상대로 벌인 지연작전이 떠올랐다. 한니발이 공격하면 전투를 피해 도망가고, 그렇다고 완전히 철수하지도 않으면서 지긋지긋하게 거리를 두고 쫒아 다니는 것만으로 결국 카르타고 군을 지치게 만들어 로마를 지켰다.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선정하려 하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계속 공수처가 독재정치의 수단이라는 주장을 언론에 발표하는 모습이 지연작전과 매우 유사하다. 이렇게 4년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 없었던 일로 만들면 승리라고 여기는 것 같다.  고위공직자의 부패를 예방 및 수사하기 위한 공수처는 반드시 설치되어야 한다. 2004년경 대학원 과제로 홍콩의 염정공서, 싱가포르의 탐오조사국, 캐나다의 상설반부패청 등 여러 반부패기구를 조사하던 중에 이런 기구는 한국에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후 설치의 조짐은 많이 있었으나 설치가 가시화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2017년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 포함된 것을 보고 ‘혹시 받아준다면 나도 공수처에 지원해봐야겠다.’는 마음을 먹기도 했다. 이렇게 늦어지는 것을 보면 그 때 공수처 지원에 올인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뉴스만 쳐다보다가 말라죽을 뻔 했다. 지원한다고 해서 받아줄 지도 의문이지만.  공수처의 역할은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는 인간세상에서 다시 양화가 대세가 되도록 악화를 솎아주는 것이다. 그레샴 선생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자신의 이론이 한국에서 이런 식의 비유로 사용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겠지. 정의가 승리해야 하고, 노력한 사람에게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순진한 내 마음에 부정적 세계관을 심어주었으니 이 정도는 감내하셔야겠다. 사진 출처 - YTN  그레샴 법칙의 사례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열심히 절도범, 강도, 살인범 잡으러 다닌 형사는 승진이 늦은데, 바쁘지 않은 자리 또는 바쁘더라도 쉽게 인정받을 수 있는 자리를 찾아다닌 사람이 쉽게 또 더 빨리 승진하게 되면 그 행동양식이 모델이 되어 경찰조직에는 점점 업무를 열심히 하려는 사람보다는 승진 요령만 터득한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청렴성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고등학교 동창 중에는 나에게 ‘술 마시고 운전하다 걸렸을 때 네 이름 대면 풀어주냐?’라는 시답지 않은 농담(진담일지도)을 건네는 친구가 있다. 그런 친구에게는 ‘그러면 괘씸죄로 더 크게 혼내주라고 할 거다’라고 역시 씁쓸한 농담으로(진담일지도) 대답한다. 경찰관도 음주운전 하면 징계 먹고 강제전출 당하는 등 처벌받게 된 지 오래되었는데, 사람들의 인식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그런 것이 통했던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친구라서 봐주고, 돈 받고 봐주고, 승진 등에 도움 줄 수 있는 사람이 부탁하면 봐주었다. 그런 사람들이 악화다. 곧이곧대로 단속하여 딱지 끊고, 원칙대로 움주단속 하던 사람들은 양화다. 20년 전까지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했었다. 다행히 지금은 인터넷, 스마트폰, CCTV처럼 진실을 감지·저장·재생하는 기술이 있어 악화가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 그 덕분에 경찰에서는 양화가 다수가 되고 악화는 드물어졌다.  그러나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는 것은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일이어서 언제라도 악화가 득세할 수 있다. 따라서 악화를 잡아낼 시스템(법과 제도)을 만드는 일은 억지로라도 해야 한다. 그것을 게을리 하고 잘못이 드러난 사람만 쳐낸다면, 가을 논에 웃자란 피처럼 악화들이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 것이다. 잘못을 저지른 몇 사람만 조직에서 축출한다고 해서 조직이 변화하지는 않는다. 눈에 보이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보통은 희생양 한 두 사람만 쫒아내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과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악화가 득세하는 곳에서는 권력과 부를 가진 사람들끼리 학연, 지연, 혈연, 룸연, 골연, 스폰서연으로 엮여 서로 불법과 탈법을 눈감아주고, 그렇게 해서 생긴 부정한 재산을 나누어먹고, 천대만대 세습도 할 것이다. 부의 논리 앞에 정의가 희미해지는 것을 막으려면 법과 제도로 이 나라 안 어떤 곳에서도 위법과 부당이 자리 잡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법과 원칙 앞에 예외와 성역은 없어야한다.  공수처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국가 시스템이다. 법률상 공수처가 기소도 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사인소추제도가 없는 한국에서는 검사가 기소하지 않으면 재판과 처벌을 피해갈 수 있었다. 공수처가 생기면 그들만의 짬짬이는 힘들어진다. 동창이라고, 친척이라고, 스폰서라고 봐주려 할 경우 자신까지 처벌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빨리 설치되어 이 사회의 악화들을 몰아내면 좋겠다.  이 시점에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포에니 전쟁에서 지연작전을 펼친 로마가 결국 승리했으나 10년간 한니발이 이탈리아 반도를 휘저으며 끼친 피해는 재앙급이었다는 것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국가 투명성은 필수다. 공수처 설치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한국 사회는 정체가 아닌 후퇴를 경험할 것이다. 지금 나의 순진한 가슴은 곧 다가올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기대로 콩닥거린다.
2020-11-25 | hrights | 조회: 895 | 추천: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