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가시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목에가시

‘목에가시’는 현장을 살아가는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칼럼 공간입니다.

‘목에가시’는 김성은(서울신문 기자), 김태형(프리랜서 방송작가),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총장), 박용석(출판업), 신종환(공무원), 윤요왕(춘천별빛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이동화(아디 사무국장), 이승은(경찰관), 이원영(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 정한별(사회복지사)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김성은 / 서울신문 기자 1950년대 중국에서는 참새, 모기, 파리, 들쥐 등 4가지 해로운 동물을 제거하는 제사해운동(除四害運動)이 펼쳐졌다. 이 정책은 마오쩌둥의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그는 어느 날 참새를 보더니 “저 새는 해로운 새”라고 지적했다. 참새가 곡식 낱알을 먹으면서 인민들에게서 노동의 결실을 도둑질한다는 단순한 이유를 댔다. 이후 중국 전역에서 인민이 동원돼 ‘참새 때려잡기’가 시작됐다. 결과는 참혹했다. 마오쩌둥의 의도대로 참새는 사라졌지만 2년이 흐른 뒤 중국 공산당은 참새가 곡식만 먹는 게 아니라 해충도 잡아먹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참새가 사라져 생태계가 교란되자 메뚜기 떼가 중국 전역을 뒤덮었다. 쌀 생산량이 급락했고 대기근이 촉발돼 수천만 명의 인민이 굶어 죽었다. 지난 3년여간 윤석열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을 돌이켜보면 영락없이 이와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대통령의 단순하고 즉흥적인 발언이 정책으로 이어지고, 이에 따라 혼란이 야기되는 일이 빈번했다. 5살 조기 입학 논란, 연장근로시간 한도 변경, 수능 난이도 조정, 의대 정원 증원, 공매도 금지 연장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2022년 5살 조기 입학 논란은 윤 대통령이 교육부 업무보고를 받은 뒤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곧 교육계와 학부모의 거센 저항에 직면했다. 같은 해 6월, 고용노동부가 연장근로시간 한도를 월 단위로 바꾸는 방안을 발표했는데, 하루 만에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며 뒤집는 일도 있었다. 2023년에는 윤 대통령이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언급한 뒤, 현장에서 ‘물수능’ 논란이 벌어졌다.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은 경질되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감사 대상이 됐다. 같은 해 말, 윤석열 정부는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의사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전 정부들의 의대 정원 증원 시도가 번번이 실패한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윤 정부는 이렇다 할 근거 없이 훨씬 더 큰 규모의 증원을 발표해 혼란이 가중됐다. 2024년 1월 4일, 윤 대통령은 새해 첫 업무보고에서 “공매도는 부작용을 완벽하게 해소할 수 있는 전자 시스템이 확실하게 구축될 때까지 계속 금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애초 금융당국이 밝힌 한시적 금지 방침과 달랐다. 또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방침을 언급하며 정책 혼선을 야기했다. 즉흥적인 정책 결정과 번복의 연속은 마침내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정점을 찍었다. 윤 대통령은 야권의 정치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극단적인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이를 수긍하는 국민들은 적었다. 물론 독재 체제하에서 정책을 시행한 마오쩌둥과 윤 대통령의 정치적 환경이 같진 않지만, 적어도 독선적이고 즉흥적인 결정으로 국민에게 큰 고통을 안겼다는 점에선 두 지도자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압도적인 군사력을 토대로 대중을 대규모 동원해 정책을 추진한 마오쩌둥의 강력한 리더십을 윤 대통령이 따라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도자가 사라졌다고 해서 국민들의 고통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다. 윤 정부의 후과는 오롯이 우리 국민들이 떠안게 됐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윤 대통령 재임 동안 한국이 규제 개혁과 산업 혁신에서 한층 뒤처졌다는 점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규제 혁신 정책 방향은 긍정적으로 평가됐지만 실제 개선 속도가 느리고 체감 효과가 낮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신산업 규제와 여러 부처에 걸친 복잡한 규제들이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국들이 빠르게 제도를 정비하는 동안, 한국은 복잡한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었다.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등의 분야에서 관련 법안과 규제 마련이 복잡하고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신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상화폐 관련 제도 정비도 지연돼 세계적 흐름에 뒤처지는 모습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을 가상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천명하며 가상자산 산업 규제 철폐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투자자 보호와 시장 활성화를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에 늦어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모든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해 우리 사회가 무감각하진 않은지 우려스럽다. 글로벌 트렌드에 어둡고, 심지어 패스트팔로워 전략마저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는 굼뜬 행보를 보인다. 정치적 혼란을 핑계로 모든 것을 제쳐두고 쉬운 해결책만을 찾는 안일한 태도도 문제다. 윤 대통령 재임 기간 ‘참새 때려잡기’ 식 정책으로 혼란이 커졌다면 현재의 탄핵 정국에선 정치권에서 난무하는 정쟁이 모든 중요한 사회·경제적 의제를 집어삼키고 있다. 이미 윤 정부 3년 동안 우리는 규제 철폐와 개혁에서 뒤처지며 경제를 일으킬 골든타임을 상당 부분 놓치지 않았나. 마오쩌둥의 사망이 중국에 과거의 실패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기회를 제공했듯, 우리도 윤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경제와 사회가 나아갈 새로운 길을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 철저한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은 축제를 벌일 때가 아니다.
2024-12-18 | hrights | 조회: 138 | 추천: 7
신종환/공무원 언제나처럼 인권연대 글 마감일이 다가오면서 마음속으로 ‘글감이 생기게 해주시고, 습한 화장실에 자고 일어나면 끼는 곰팡이처럼 눈 뜨면 탁해지는 자아를 성찰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고 바라고 있던 차에 단톡방에 누군가 ‘계엄령 선포’라길래 무슨 시시껄렁한 농담인가 하며 주안상을 마저 차리고 TV를 켰는데,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었다. 소설 원숭이 손에서 소원을 빈 주인공의 심정이 이랬을까. 너무 충격적인 일을 맞으면 놀란다는 감정도 들지 않고, 어찌할 바도 몰라 연극을 하듯이 으레 그래야 한다는 생각으로 몸을 삐걱삐걱 움직여 어색하고 어정쩡한 큰소리로 가족들을 불렀다. 미국 영화를 보면 종종 등장인물들이 진정하려고 양주를 마시는 장면을 보며 ‘저게 뭐하는 건가’ 싶었는데 우리 가족들이 그러고 있었다. 상황은 우리가 반응할 수 있는 범위를 아득히 넘어 있어서 우리는 흥분하려는 건지 진정하려는 건지, 애매한 상태로 빠르게 잔을 비우며 뉴스를 봤다. 자정즈음 국회를 비추는 화면에 잡히는 군인들을 보고 망치에 맞은 부위가 0.2초 정도 후에 통증을 인식하는 것처럼 머릿속에서 ‘계엄이구나!’하는 실감과 충격이 나를 둘러쌓았다. 그런데 40분이 지났을까 국회 본회의가 개의 되었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1시즈음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었다. ‘이게 말이 되나’라는 물음으로 시작해서 같은 생각으로 끝난 몇 시간. 출근하고 나니 직장 사람들은 놀람을 토로했고 업무상 만난 아재들은 계엄을 농담 삼아 민주당만 좋게 되었다며 애매모호한 감정을 섞어 웃음을 돌렸다. 계엄은 너무 두드러지고 커서 빼둘 수는 없고 어딘가에 끼워넣기는 해야하는데 어디에도 맞지 않는 퍼즐 같았다. 목요일에 지부장은 사내 메신저로 3차 범국민 대회를 다같이 출발하니 참석할 사람은 알려달라는 쪽지를 돌렸다. 나는 사무국장이라는 내가 감당하지 못할 것 같은 자리를 권유받던 차라 지부장을 비롯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가 부담스러워 혼자 집회에 참석하려다가 만에 하나 내 또래의 조합원이 그 사이에 끼면 처음 맞이할 집회 현장이 당황스러우리라는 생각에 참석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역시 아무도 가지 않을 거라고 되뇌이고는 평소에 친분 있는 조합원들이 있는 단톡방에서 토요일에 서울 갈 의향이 있는 이가 있는지 물었고 친한 동생은 자기는 성수동 팝업스토어에 가며 굳이 이 방에 집회가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라는 이모콘티로 답했더니 다소 뻘쭘했는지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어쩌구하는 소리를 주워섬겼다. 응원이라니? 내가 어디 프로야구팀을 응원하러 가나? 당신은 타국 사람인데 잠시 휴양을 왔단 말인가? 윤석열과 그 일당들이 개소리하는 건 사실 화가 나지만 그들에게는 일말의 기대가 없기에 배신감이나 슬픈 마음이 들 까닭은 없지만 평소에 온갖 자리에서 나와 민주주의가 어쩌니 시대가 어쩌니 하는 얘기를 나누다가 동참을 권유하는 내게 사람들은 가지 않을거란 걸 가르치려는 걸 보며 마음 한구석이 빠그라지면서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빠그라지며 고통스러워하는 나와 그런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겹치면서 나름대로 팽팽히 유지한다고 생각했던 이성적 비관을 놓고 스스로가 무의식적으로 낙관에 몸을 기대고 있었음을 알았다. 토요일 집회는 어느 정도 규모인지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광화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은 도로 앞뒤로 사람들이 끝도 없이 모여있고 통신이 잘되지 않는 상황에 미루어 수십만이 모였으리라 짐작만 할 뿐. 마침 우리 앞에 있는 공무원 노조 서울시 본부 깃발 아래에선 내 또래로 보이는 사람들이 밝은 표정으로 모여있었다. 나랑 같이 노조 할 사람은 없는 처지가 부각되어서 부럽고 앞날을 생각하니 우울했다. 시간은 지나 국회가 개의하고 멀리서 김건희 특검 투표가 부결되었다는 소리가 들리고 국민의 힘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을 나가는 풍경이 멀리 스크린에서 보였다. 누구나 그랬겠지만 열패감보다는 분노에 휩싸여서 돌아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다들 돌아오는 주에 두고보자는 마음이었으리라 짐작한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너울성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마음 속을 내내 들여다보았다. 다른 대오에는 젊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하는 마음과 내 주변사람들이 온·오프라인으로 하는 농담들을 나는 대문짝만하게 확대해서 보고 또 보고 있었다. 사실 그들은 내가 알던 사람들에서 달라진 것이 없는데, 나도 모르게 공무원을 하며 날카롭게 벼려야 하는 비관을 농담과 같이 엮어 이불처럼 덮고 현실을 피하고 싶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이제는 공통성이 많이 줄어들어 같은 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십대 중반 즈음의 내가 비록 모순을 안고 있었지만 말의 무게를 감당하고자 했던 것도 아프게 다가왔다. 퇴직을 앞둔 노조 선배들은 예전부터 그런 마음으로 앞에 서 있었으리라는 생각과 내가 읽고 늘 주워 섬긴 많은 사람들, 유배지에서 다리가 절단되고 사랑하는 부인도 없지만 굳건히 글을 쓴 바흐찐부터 엄혹한 나날에도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당겨와 피워낸 루쉰 등을 인용하며 젠 체 할 때는 좋았지만 이제 그 말의 무게를 약간씩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잦아들지 않는 파도에 한참 마음을 담그고 있자 드러났다. 집회의 현장에서 처음 마주한 형형색색으로 반짝이는 응원봉들과 그 새로운 몸짓들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이 고양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에도 누군가는 자기 안의 맥동에 이름을 붙이지 못해 방황하고 받아들이고 이름붙이기를 꺼리겠지. 그렇게 내가 믿고 방향과 형태를 갖추지 못한 마음들을 바라보고 불러주어야 그들이 형태를 갖출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올라갈 것임을 잊지 말고 그런 이가 있을 거라 늘 물 때 끼는 세면대처럼 탁해지는 마음을 닦아가며 서 있어야 하는 게 원치 않지만 해야하는 내 일이라는 걸 느낀다. 그리고 그 일은 생각보다 쉽지도 않지만 생각만큼 어렵지도 않겠지. 변방에 있으며 좋은 점은 스펙타클이 적어서 왕도란 쉽게 오지 않거나 허위인 경우가 많음을 잊지 않고 목적지보다는 출발지를 상기하기 좋다는 거니까. 단박에 나라의 주인 노릇할 마음의 준비를 마친 수십만의 사람들이 자아내는 모습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에 대해 나까지 말을 보탤 필요는 없다. 그런 글은 훌륭한 사람들이 더 의미 있게 쓸 것이고 읽는 사람들은 이미 주인의식이 새겨져 있어 읽을 필요가 없을 거란 생각이 들기에 나의 마음과 글은 언제나 이도저도 아닌 이들과 나를 상정하고 있다. 마음이 더러워지면 그러려니하고 또 닦고 청소하고 새겨야지 하며 속초시에 있는 많은 조합원들의 마음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사금 같은 마음이 있으리라 믿고 목적지보다는 출발지를 잊지 말자고 예전에 내가 출발했던 것 같은 마음자리에서 다시 새긴다.
2024-12-11 | hrights | 조회: 66 | 추천: 5
이원영/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그중에 경희대학교 교수, 연구자들의 시국선언이 눈길을 확 끌었다. 많은 분량이지만 옮겨본다. 인간의 존엄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퇴진하라!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나는 매일 뉴스로 전쟁과 죽음에 대해 보고 듣고 있다. 그리고 이제 내가 그 전쟁에 연루되려고 하고 있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평화와 생명, 그리고 인류의 공존이라는 가치가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가치라고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역사의 아픔이 부박한 정치적 계산으로 짓밟히는 것을 보았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보편적 인권과 피해자의 권리를 위해 피 흘린 지난하면서도 존엄한 역사에 대한 경의를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여성과 노동자와 장애인과 외국인에 대한 박절한 혐오와 적대를 본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지금 우리 사회가 모든 시민이 동등한 권리를 가지는 사회라고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이태원 참사 이후 첫 강의에서 출석을 부르다가, 대답 없는 이름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을지 알지 못했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학생의 안녕을 예전처럼 즐거움과 기대를 섞어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안타까운 젊은 청년이 나라를 지키다가 목숨을 잃어도, 어떠한 부조리와 아집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갔는지 알지 못한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군휴학을 앞두고 인사하러 온 학생에게 나라를 지켜줘서 고맙고 건강히 잘 다녀오라고 격려하지 못한다. 나는 대학교 졸업식장에서 졸업생이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팔다리가 번쩍 들려 끌려나가는 것을 보았다. 더 이상 나는 우리의 강의실이 어떠한 완력도 감히 침범하지 못하는 절대 자유와 비판적 토론의 장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중략) 나는 하루하루 인간성을 상실한 절망을 보고 있고, 나 역시 그 절망을 닮아간다. 어느 시인은 “절망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라고 썼다. 하지만 그는 그 절망의 앞자락에 “바람은 딴 데에서 오고 / 구원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오”리라는 미약한 소망을 깨알 같은 글씨로 적어두었다.(중략) 그리고 우리는 이제 새로운 말과 현실을 발명하기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낸다.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무관심하며, 거짓으로 진실을 가리고, 무지와 무책임으로 제멋대로 돌진하는 윤석열은 즉각 퇴진하라! - 2024.11.13. 경희대학교 ·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연구자 이 시국선언문을 읽는데 가슴이 갑자기 뜨거워지고 깊은 울림이 머릿속을 채웠다. 놀랄 만치 잘 쓴 글이어서이기도 하지만 길지 않은 시국선언문에 절망과 분노를 비롯하여 시민들이 바라는 새로운 길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너무도 정확하게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제공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문이 각종 언론에 보도되고 소통 방에 회자되는 이유는 교수라는 직업이 갖는 특성이 반영되어서 일 것이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연구자, 교육자, 지식인 집단이어서 그들의 목소리는 더욱 영향력이 크다. 특히, 사회의 문제에 대한 비판, 불의한 권력에 대한 저항의 움직임은 때론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경희대 교수, 연구자들의 시국선언문을 읽다가 이태원 참사와 채상병의 죽음을 언급하는 장면에서는 제자를 넘어선 보편적 인류애와 깊고 어두운 성찰이 느껴져서 더욱 감동적이었다. 그래서 경희대 교수의 시국선언문은 나의 시국선언문으로 각인되었고 습관처럼 여기저기 퍼 나르는 실천의 무기가 되었다.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무관심하며, 거짓으로 진실을 가리고, 무지와 무책임으로 제멋대로 돌진하는 윤석열은 즉각 퇴진하라!
2024-11-19 | hrights | 조회: 181 | 추천: 14
윤요왕 / 춘천별빛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최근 여기저기서 그동안 민-관을 연결하는 소위 중간지원조직 조례안이 폐지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춘천도 필자가 몸담았던 곳이 조례개정을 하더니 얼마지나지 않아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아예 조례 자체를 폐지한 것이다. 정권이 바뀌거나 의회가 바뀌는 과정에서 전임권자가 시작했던 정책, 사업을 폐기하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새로운 조례가 만들어지고 예산과 사업이 세워지고 그 조직의 구성원들을 구축해서 본 궤도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노력과 시간, 에너지가 들어간다. 민간 조직도 그럴진대 하물며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 승인까지 받아 만들어내는 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4년에 한 번 있는 지방선거로 정권이 바뀌면 하루아침에 폐기처분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방자치, ‘단체자치’와 ‘주민자치’ 사이   2025년은 1987년 제9차 개헌을 통해 지방자치가 부활한 후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였던 제1회 동시지방선거(1995년)가 실시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란 주민이 스스로 지역의 사무를 처리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으며...”라고 지방자치법에 나와 있는 그 본래의 사명을 다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지점들이 있는 것 같다. 혹시 지방자치가 ‘단체자치’(지방자치단체, 지방의회)만 남아있고 ‘주민자치’는 허울뿐인 건 아닌지 씁쓸한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결국,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장치이지만 국민, 시민, 주민들의 권한과 의견은 종종 무시되는 경우를 보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한 주민을 위한 조직, 기관들의 폐지과정에서 시민들과 진지한 공론장이나 의견수렴을 하는 시간이 있었던가 짚어봐야 한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일본 홋카이도의 작은마을 ‘히가시카와정’을 다섯 번이나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설명을 들으며 놀라운 점 하나는 12명의 지방의원들 정당이 모두 무소속이었다는 것이었다. 자기 지역을 위해 일하는 게 중요한 것이지 중앙정치의 정당이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방자치 30년이 지났지만 우리나라는 중앙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많은 정당의 정강정책이 지역에 도움이 되고 중앙정부의 지원을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역에서 바라보는 현실은 무조건 표대결로 가게 되고 의원 개개인의 가치와 신념은 정당주의로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민주적 공론장을 통해 의견을 듣고 결정해야 한다.   어쩔 수 없는 대의민주주의 체제 속에 그 허점을 조금이나마 극복하고자 지방자치 시대를 열어 풀뿌리민주주의, 숙의민주주의를 도모하고자 했던 숭고한 가치를 저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적어도 중요한 정책결정에 있어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막무가내식이 아닌 시민들의 민주적 공론장을 통해 의견을 듣고 결정해야 한다. 한마디 더 첨부하자면 진정한 민의의 지방자치가 주민자치로 가기 위해서는 유럽이나 일본 등 지방분권, 지방자치 선진국들처럼 더 작은 단위로 권력과 권한이 분산되어야 한다. 적어도 읍면동 단위까지는 작아져야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직접민주주의의 지방자치로 갈 수 있을 것이다.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으로써 지방자치   11월은 행사가 많은 달이다. 그중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일들이 있는데 모두 현장의 민의 활동가들이 직접 준비하고 기획하는 전국 행사들이다. ‘전국 읍면 실천 사례 공유회-옥천 청성대회’(11/15~16) 그리고 ‘지역소멸에 대응하는 풀뿌리교육자치 국제포럼-장수’(11/29~30) 행사가 그것이다. 우리가 스스로 고민하고 움직이고 대안을 만들어 실천하는 의미있는 행사들이다. 서로가 토닥이며 응원하고 함께 살아가는 힘을 나누는 그것이 지방자치이며 주민자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故 노무현 대통령님의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절실해지는 요즘이다.   지난 8월부터 덴마크의 폴케호이스콜레(성인 인생학교 : 학위도 자격증도 없는 시민교육, 삶전환교육)에 6개월 과정으로 공부하고 배우고 생활하고 있는 딸내미의 행복한 글귀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소외되는 사람 없이 다 같이 다양한 사람과 관계 맺고 이것이 좋은 공동체를 만드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건강한 삶, 건강한 공동체를 위한 ‘시민’을 양성하는 것 같다”
2024-11-13 | hrights | 조회: 66 | 추천: 3
김형수 /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꿈을 찾아가는 사람들   서울 은평구 구산동에는 서울에 몇 안 되는 재활치료를 전담하는 서울 재활병원이 있다. 몇 년 전 보건복지부 수도권 공공어린이 재활병원 운영까지 도맡으면서 10년 가까이 이어온 뇌병변 장애인 청소년 캠프가 있었다. 이른바 ‘꿈을 찾아가는 사람들’이었다. 당사자나 부모들이 너무 자신에 장애에 대한 치료나 재활에 매몰되지만 말고 다른 비장애청소년과 마찬가지로 취업이나, 연애나, 대학 진로 등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탐구와 모험을 하기를 희망하는 캠프였다. 처음에는 여행이나 진로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장애’를 무조건 감추거나 치료하기만을 원하는 학부모를 설득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이 캠프에서 배출한 유명한 이가 바로 유튜버 ‘굴러라 구르님’이다. 우리 장애인 청소년들은 지난 10년 동안 송암스페이스 천문대에서 머나먼 은하수 밤바다 사이로 길고 긴 레이저도 발사했다. 그것은 송암천문대의 놀라운 장애인 접근성과 직원들의 높은 인권 감수성 덕분이었다. 영국 그리니치 왕립 천문대의 장애인 참여 프로그램 부럽지 아니하다. 부모님 장애와 관련한 잔소리 일절 없이, 활동 지원사의 일방적인 의존 없이 당사자들이 기획하고 병원 사람들과 실습 대학생의 지원만으로 코로나 전에는 제주도도 다녀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작년에는 3년 만에 재개한 강화도 캠프가 여름 태풍으로 인해 좌절되었다. 송암스페이스도 더 이상 숙박을 지원하지 않아 하룻밤 머물며서 별을 볼 수는 없게 되었다. 남들이 다가는 외국 체험 캠프는 정부 돈 쓰기가 너무 어려웠다. 강릉으로 가는 휠체어 10대   그래서 우리는 올해 마지막 여름, 지난 9월 4일부터 2박 3일 나름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강릉 앞바다로 가기로 결정했다. 병원 프로그램으로 병원 앞에서 우리끼리만 가는 셔틀버스 여행이 아니라 남들이 설레며 타는, 철도청 KTX 강릉 가는 복작이는 기차를 타고 모두 다 함께 단체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휠체어 10대와 함께 정동진 일출도 맞이하고 레일바이크도 모두가 빠짐없이 발을 굴렸다. 인터넷에서 인기 높은 도슨트가 계신 참소리 축음기·에디슨 과학박물관은 편의시설도 해설도 너무 훌륭했다. 해설사 선생님은 당사자들이 단 한 명도 소외되지 않도록 한 명 한 명 모두 챙기셨고 장애인 청소년들을 모두 숨넘어 가게 웃겨 주셨다.   또한 사전 답사에는 문조차 열지 않았던 강릉역 역사 무장애 관광 지원센터에서 전동 휠체어도 무료로 빌릴 수 있었다. 물론 평창 올림픽 덕에 경사로와 장애인 화장실 있는 식당도 많았지만 강릉 역시 청소년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점에 당사자는 접근하기 어려웠다. 무조건 단체 손님을 거부하는 식당도 많았다. KTX를 타기 위한 노력   숨겨진 이야기지만 이에 뇌병변 장애인이란 이유만으로 필자는, 서울 병원 관계자와 함께 강릉 사전 답사를 두 번이나 가야 했다. 식당이나 레일바이크를 이용할 때 큰 위험은 없는지 접근은 가능한지 특별한 차별은 없는지 나를 통해서 먼저 모두 확인해야 했다. 나같은 중증 뇌병변 장애인이 스스로 여행할수 있다면 1:1 조력자가 있는 우리 청소년들은 다들 안전하고 신나는 경험을 즐길 수 있을 테니까.   우리가 투쟁하기 위하여 여행하는 것은 아니니까 미리 차별이 있거나 배재당하는 상황과 조건을 만들면 아니되었다. 사실 예상치 못한 일은 KTX 기차에서 일어났다. 기차에 있는 휠체어 좌석과 함께 기차 한 칸 한량에 모두 함께 같이 가야하는 원칙이 중요 했다. 적어도 휠체어 이용자 당사자들은 그래야 했다. 당사자들을 위한 캠프이고 안전이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비장애인 청소년들의 단체 여행은 그 존재 자체가 위험하다고 두명만 기차 한량에 따로 타라고 아예 예약 자체를 막지는 않으니까.   그런데 놀랍게도 KTX는 강릉으로 다닌 이제껏 한량이든 두 량이든 휠체어를 이용하는 승객을 5명 이상 태워 본 적이 없단다. 그런 손님을 받은 적이 없단다. 아니 아예 예약 자체를 안받아 주는데 어찌 도전을 하냐고. 휠체어를 캐리어나 택배 보관하는 공간에 두고 자체 인력 지원만으로도 옆에서 합석하겠다고 했음에도, KTX측은 처음에 휠체어를 이용학생들이 왜 10명이나 넘게 단체 여행을 하느냐고 반문할 정도였다. 언론이나 인권위의 힘을 빌리지 않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설득하는데 두 달 이란 시간이 걸렸다.   서울역에서 승강기를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 우리는 출발 시간 두 시간 전에 모였다.   사전 답사 당시에는 짐많은 승객들이 승강장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에 몰려 들어 제 때에 플랫폼에 당도 하는 것도 걱정스러웠다. 캠프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우리 청소년들이 행여 차별 앞에 홀로 서지 않도록 많은 준비를 했지만 캠프 여행 매 순간 우리는 역사에서 기차에서 행여나 거부당하지 않을까 긴장했고 전투력을 모아야 했다. 그래도 강릉역에서 만난 리프트 버스 운전사 선생님은 너무나도 당사자들을 즐겁게 하셨고 막상 현장에서 모두 친절했다. 여행, 도전이 아닌, 일상이 되는 그날까지   특히 우리 휠체어 때문에 비좁게 불편을 감수하셨던 다른 장애인 승객에게 감사드린다. 캠프 참가한 학생은 “이번 캠프에서 휠체어로 기차를 타는 것을 포함해 평소에 하지 못했던 다양한 활동들을 체험하고 도전하는 좋은 기회였다."라고 말했다. 정작 중요한 건 우리와 함께 기차를 타고 우리를 만나고 우리를 지원했던 다른 사람들이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체험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여행을 떠날 것이다. 우리의 여행이 특별한 도전기가 아니라 그 어떤 청소년들과 마찬가지로 일상이 되는 그날까지.
2024-11-13 | hrights | 조회: 47 | 추천: 4
정한별 / 사회복지사   타인의 인생에 개입해도 되는 것인가? 사회복지사로서 일을 하면서 가장 자주하는 고민이다. 속된 말로, “내가 뭐라고” 식의 고민들이 타인의 인생에 개입할 때마다 브레이크를 걸어주곤 한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목적의식 아래 어떤 때는 문제가 아닌 것들을 문제 삼고 지원의 탈을 쓰고는 간섭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는 사람의 자기결정. 선택권을 존중하는 것이다. 선택권의 존중을 위해선 당사자의 참여, 당사자가 의사표현 할 수 있는 분위기의 조성이 중요하다. 말로는 쉽고 너무 당연한 일인데  때때로 이 간단하고 중요한 사실이 간과되는 일이 있다. 특히, 장애가 있는 당사자의 경우에는 자기결정권이 더욱 쉽게 무시되곤 한다.   30대 남성 A씨는 혼자 지역사회에서 살면서 단시간 동안 회사를 다니고 받는 약간의 급여와 공적급여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민간 복지단체에서 제공한 주택에서 살고 있는 그는 보통의 혼자 사는 30대 직장인이 그러하듯 주거비용, 휴대전화 사용료, 식사비, 공공요금, 주말마다 이용하는 찜질방 이용료, 예배헌금 등을 사용하고 나면 저축을 하기에도 빠듯한 상황이다.   A씨는 지적장애가 있다. A씨가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배제하고 생각해 본다면 A씨의 상황이 특별히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그런데 A씨에게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A씨의 평범한 일상이 평범하게 보이지 않는 마법에 걸려버린다. 나아가 장애를 이유로 A씨를 도움이 필요한 존재라고 낙인까지 새겨버리는 일도 일어난다. 특히 이 부분은 경제적인 부분과 관련해서 더욱 큰 편견을 만들어 버린다.   A씨는 ‘발달장애인(지적장애인과 자폐성장애인을 통칭하는 개념) 재산관리지원서비스’를 받고 있었다. 발달장애인 재산관리지원서비스의 제공을 위해서는, 발달장애인의 재산을 수탁받는 기관과 발달장애인 당사자 또는 부모가 위탁자로서 현금, 부동산 등에 대한 신탁계약을 체결하는데, 이때 신탁재산의 수익자는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된다. 수탁기관은 신탁계약에 근거하여 발달장애인 당사자를 위해 본인이나 부모의 재산을 관리하게 된다. 한편, 재산관리지원서비스에서는 개별적 수요에 맞는 지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신탁계약 체결 과정에서 개인별 재정지원계획의 수립도 함께 진행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당사자들은 신탁된 재산을 문화생활, 요양, 치료, 직업훈련, 심리상담 등 자신에게 꼭 필요한 곳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A씨는 갑작스럽게 목돈이 생겼다. 이에, A씨를 돕는 다양한 지원기관과 A씨가 함께 협의하여 재산관리지원서비스를 이용하기로 결정하였다. A씨가 갖고 있는 목돈을 신탁재산으로 설정하여, 재산이 모두 소진될 때까지 매월 생활비를 지급 받는 식의 지원계획을 수립하였고, 1년 전, A씨가 신탁한 재산이 모두 소진되어 더 이상 신탁 계약의 의미는 없어졌다.   몇 달 전, A씨를 지원하는 다양한 복지기관의 직원들과 A씨가 함께 모여 재산관리지원서비스 이용에 대해 논의를 하기로 하였다. A씨는 그 자리에 나오지 않았고, A씨가 없는 자리에서 A씨를 어떻게 지원하는 게 적절할지 논의가 진행되었다. ‘A씨는 자신이 받는 급여와 공적급여를 저축도 하지 않고 모두 다 써 버리니 문제가 있다, 재산관리지원서비스를 계속 받을 수 있도록 잘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지 않겠냐’라는 의견들이 지배적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갑자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A씨가 받는 급여와 공적급여를 다 합쳐도 200만원이 되지 않는데, 저축을 하는 일이 쉬울까요, 주거비, 식사비, 공공요금 등 다양하게 쓰다 보면 결코 풍족하게 쓰는 것도 아닐텐데, 저축을 하지 않는다고 돈을 계획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는 건가요?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 역시 지양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만약 A씨가 장애가 없었다면, 문제를 삼았을까요? 이렇게 개입하는 게 맞는건가요?”   결국, A씨 없이 논의는 더 이상 진행될 수 없었다. 조금만 더 고민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A씨가 결정하는 방향을 존중하고,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실제 발생했을 때 당사자와 함께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회의는 일단락 되었다. 며칠 뒤, A씨에게 연락이 왔고, 재산관리지원서비스는 종료되었다.  “00에 취직 했어요. 11월부터 다녀요. 11월 20일에 만나요. 신탁(재산관리지원서비스) 필요 없어요. 저 혼자서 잘 해요” 존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자유 가운데서도 가장 소중하고 또 유일하게 자유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의 자유를 박탈하거나 자유를 얻기 위한 노력을 방해하지 않는 한, 각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는 자유이다” 라고 말했다. 각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갈 자유.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당연한 일을 실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2024-10-30 | hrights | 조회: 90 | 추천: 5
이동화 / 사단법인 아디 사무국장 #1. 지난 9월 25일 아침 해도 뜨지 않은 새벽 6시,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나블루스에 살고 있는 와엘의 집으로 15명가량의 중무장한 이스라엘 군인이 들이 닥쳤다. 군인들은 와엘과 가족들에게 총구를 겨누고 고함을 지르며 한쪽으로 모이라고 명령했다. 명령을 거부하면 죽음을 당할 수 있기에 집안에서 있던 와엘과 그의 아내 메이샤, 성인이 된 아들과 딸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거실로 모였다. 그리고 이스라엘 군인은 와엘의 아내인 메이샤를 다른 방으로 옮겨 수갑을 채우고 눈을 가렸다. 60세 고령의 메이샤는 평소 시력에 문제가 있기에 눈을 가리자 극도의 공포에 사로잡혔고 와엘과 자녀들은 목숨을 걸고 강력히 항의했다. 군인들은 메이샤의 눈은 풀어줬지만 그대로 메이샤를 끌고 갔다. 집 밖에는 커다란 군용차량 4대가 있었고, 수십 명의 추가 군인들이 집 근처를 경계하고 있었다. 와엘이 추후 알게 된 그녀의 체포이유는 ‘이스라엘 보안 위협’이었고, 그녀는 수십 년 동안 팔레스타인 지역 여성단체에서 일하는 활동가이다. #2. 가자지구에 살고 있는 모함메드는 13살이고 밑으로 6명의 동생이 있다. 작년 10월 10일, 외할머니의 건강이 걱정된 모함메드의 엄마는 외할머디댁에 잠깐 방문한 사이 모함메드의 아빠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모함메드 집 근처의 집이 폭격을 받았고 그 집이 모함메드 외할머니 집이었다. 집안의 모든 이들은 사망했다. 그렇게 모함메드 가족들은 엄마를 잃었고, 모함메드와 동생들은 병원에 대피했다. 머지않아 병원역시 폭격을 받으면서 이들은 남쪽으로 피난을 갔고, 그 와중에 아빠와 헤어지게 됐다. 3일 동안 거리에서 아빠를 기다린 모함메드와 동생들은 병원근처의 임시텐트에서 거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6개월 동안 모함메드와 동생들은 계속 지낼 곳을 찾아 이동해야 했다. 생후 1년도 되지 않는 막내, 그리고 어린 동생들을 위해 모함메드는 먹을 것과 물, 땔감을 찾아 매일 거리를 헤매면서, 무슨 일이건 닥치는 대로 일하면서 아빠를 기다리고 있다. #3.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이 계속되면서 WCNSF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Wounded Child, No Surviving Family(WCNSF), 생존한 가족이 없는 부상당한 아이, 모함메드와 6명의 동생들과 같은 가자 지구의 아이들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모함메드는 아빠의 생존을 희망하며 동생들과 살아가기 위해 매일매일 분투하지만. 공습의 폐허 속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다른 아이는 아빠와 엄마가 없는 이 현실이 지옥이라며 자신도 부모와 함께 죽었기를 바란다며 절규한다. UN은 이미 가자지구가 아이들의 공동묘지가 돼 버렸다고 했다.  #4. 얼마 전 하마스의 리더라는 신와르가 이스라엘 군에 의해 살해됐다. 이스라엘 국민들은 환호 했고, 미국의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축하를 전했다. 그리고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했다. 한국의 언론 역시 신와르가 누구였고, 어떻게 죽었는지 상세히 전하며 10월 7일 이후 벌어지는 모든 사태의 원흉이 그였다는 이스라엘의 입장을 재차 전달해준다. 그리고 며칠 뒤 이스라엘 총리의 집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며 언론은 비중 있게 다룬다. 이스라엘 총리집이 드론 공격받았기에 놀랄 만한 사건이고, 팔레스타인 지도자가 드론으로 암살당하자 안보를 위해 좋은 일이라고 한다. 이 지독한 이중성과 위선이 그동안 세상의 정의였고 선악의 기준이었다. #5. 메이샤의 남편과 자녀들에게 이스라엘은 절대 면회를 허용하지 않는다. 메이샤의 가족들은 그녀가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세상에 소식을 전하고 있다. 또한 가자지구의 모함메드와 6명의 동생들 역시 아빠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으며 세상에 자신의 이야기를 던진다. 이들이 이 고통스럽고 힘겨운 시간을 감내하며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비슷한 처지에 놓인 주변과 이웃의 관심과 도움 때문일 것이다. 세상이 만들어낸 위선과 폭력은 긴 시간동안 이들의 존재를 세상에서 지웠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그 시간동안 서로를 돌보며 서로를 챙겼다. 아무리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쫓아내고 체포하며 살해해도 이들은 존재로 저항한다. 팔레스타인은 그런 곳이다.
2024-10-23 | hrights | 조회: 219 | 추천: 12
김성은 / 서울신문 기자 어안이 벙벙했다. 소년원에 있는 아이들 사이에서 청소년쉼터 출신인지를 두고 일종의 서열이 매겨진다는 경험담은 정말이지 예상 밖이었다. 청소년쉼터는 오갈 곳 없는 처지의 아이들에게 일시적이나마 먹고 잘 곳을 제공해주는 일종의 피난처다. 그런데 소년원에서 한솥밥을 먹는 아이들 사이에서조차 출신을 두고 나름의 비교 경쟁이 붙은 것이다. 보육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모두가 부모 없이 자란다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누구는 화장실에서 태어났고, 누구는 병원에서 태어났다’는 식으로 태생에 따른 서열이 공공연히 매겨진다고 한다.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마저 끊임없이 서열을 매길 정도로 비교 문화는 이제 한국인의 의식 저변에 깊은 뿌리를 내렸다. 상당수 한국인은 학창 시절 “몇 등이야?”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성인이 된 이후 연봉과 집값을 흔한 얘깃거리로 다룬다. 단순한 호기심이라고 보긴 어렵다. 같은 무리 안에서 서열을 매기고 자신의 사회·경제적 위치를 확인해 타인과 조금이라도 차이를 만들어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물론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려는 심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다. 비교하는 행동 자체가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다. 더 뛰어난 사람과의 ‘상향 비교’를 통해 자기 발전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도 잘살아 보자‘는 상향 비교를 토대로 한국이 일궈낸 경제·사회적 성취는 적지 않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 3745달러를 기록했다. 1960년 158달러와 비교하면 200배가 넘게 불었다. 한국은 높은 교육 수준과 기술 혁신, 문화적 영향력에서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의 비교 의식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별난 면이 없지 않다. 해외의 한 연구에 따르면 쌀이 주식인 동양권에선 서로 논에 물을 터주며 돕고 살아야 하다 보니 서구권에 비해 집단주의가 더욱 발전했다고 한다. 무려 5000년이 넘는 쌀 문화 속에서 동양인들은 같은 집단 사람들과 더 많이 비교하는 의식 체계도 갖게 됐다고 한다. 특히나 한국은 초고속 경제 성장을 거치며 물질주의까지 합세해 비교 의식이 한층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흥미로운 건 대부분의 비교 대상이 주변 지인에 그친다는 점이다. 어린 시절 학교 친구에서 어른이 된 이후에는 회사와 동네 사람들로 바뀔 뿐이다. 자신과 유사한 상황을 가진 사람들과 비교해 위안으로 삼으려는 취지다. 그러다 보니 국제적인 비교에 있어선 상대적으로 무감각하다. 일부 한국인이 타인에게 사생활에 관한 질문을 거리낌 없이 던지는 건 한 사례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하지만 서구에서 연봉, 집값 등과 같은 재산을 대놓고 물었다간 무례하다는 평가는 물론 ‘하류층’이란 시선까지 따라온다고 한다. 돈을 대놓고 언급하는 건 ‘저속하고 교양 없는 사람들이나 하는 행동’이란 인식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주변 지인들과의 구별 짓기에는 집중하면서도 더 넓은 차원에서의 비교는 간과하는 셈이다. 이제는 자신이 속한 작은 세계만을 전부인 양 여기는 ‘우물 안 개구리’ 태도에서 벗어나 시야를 좀 더 넓혀보는 건 어떨까.
2024-10-15 | hrights | 조회: 582 | 추천: 8
신종환 / 공무원 1995년 인류는 허블망원경을 통해 통상적인 장비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빈 공간을 같은 위치에서 여러차례 관측한다. 대부분 의미 없는 행동이라고 여겼으나 관측 결과 아주 작은 관측 공간 안에서만 수천 개의 은하가 발견되고 이후 우주에 관한 천문학적 인식은 크게 전환되었다. 과학에서는 과감한 시도를 하고 나면 뒤따르는 발견으로 시도의 가치가 반증되고는 하지만 삶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오히려 시도를 지속하는 일 자체가 하나의 발견이고 의미이다. 브레히트는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라는 문구를 남겼고 지금은 시골에서 정신머리를 유지만 해도 훈장이 되는 시대다. 노조 아저씨들의 새로운 사업으로 젊은 노조의 패기로 민주노조의 모습을 보여 신규 조합원을 유치하자는 미친 소리를 꼭 참고 청년부에 남고, 돈이 없어 탈퇴하겠다는 친구에게 프렌차이즈 치킨 1.5마리 값 때문에 노조를 버리지 말라며 울고불고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일을 멈추지 않는 게 패기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콧날을 오똑히 세우며 퇴근해서는 한동훈을 적극지지 하는 아주머니와 함께 웃는 낯으로 욕하며 수 년째 이어지는 책모임을 준비한다. 서울에서 금천구청 휘하의 복지 부서와 연계된 금천구 가족센터에서 일하는 친구는 공무원과 연계된 조직 특유의 경직성, 낭비, 불통, 섬세하지 못한 환경에서 자신이 원하는 노동이 아니라며 통화할 때마다 폭발한 백두산처럼 감정을 쏟아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고흥군 문화재단에서 사람을 뽑는다며 다음 직장으로서 어떨지 내게 물었다. 나는 고흥군의 위치를 보고 잠시 말을 잊고, 고흥군 문화재단에서 작가들을 초청해 고흥군에서 잠시 머물게 하며 쓰게 한 글들을 보고 더 길게 말을 잊었다. 훌륭한 곳이겠지만 자본집약과 노동집약의 총본산 서울에서 상호 착취되는 과정에서 우러나는 문명의 편리함과 윤택함 속에 살던 친구가 고흥에 사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그런 의견을 말하니 자신도 인천의 덜 발전된 곳에 제법 살았다고 반박해서 더욱 말을 잇지 못하는데 친구는 적어도 거기가면 마음 맞는 또래는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것이 경기도민의 무지구나... 하며 처음 속초시 공무원 노조에 들어갔을 때를 떠올렸다. 청년부를 모집한다는 사내 메신저 쪽지를 보고 내 또래가 있을 거란 기대감에 청년부에 가입하러 갔더니 나보다 열다섯 살이 많은 조합원 형이 반색을 하며 기다리고 있었고 나와 동갑인 친구는 부서 계장님에게 강제로 잡혀와 이제까지 누가 먼저 탈출할까 서로를 감시하고 있다. 김영민 작가는 어떤 글을 읽을 때 글쓴이가 말하는 것보다 말하지 않은 보이지 않은 의도적 침묵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작가의 의도와는 차이가 있겠지만 무미건조한 지방의 삶을 돌이킬 때 잠시 떠올랐다 휘발되곤 하는 채 의미를 갖추지 못한 여러 의도들과 충동들을 떠올리면 명시된 것보다 명시되지 않은 수치 이하의 것들을 생각하는 것이 때때로 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글을 쓰다 보면 대체로 나를 둘러싼 세상을 보며 그들에게 혹독했을 환경을 염두하며 나도 모르게 온정적인 시선으로 분석하곤 하는데 그 온정적 시선과 미래에서 무이자 대출처럼 끌어오는 낙관을 스스로에게 종종 써먹는 것도 나의 미결된 기준 이하의 낱알들을 모아 동력으로 삼는 일로 느껴진다. 기다리면 무언가 변할까. 알 수 없지만 아직까지는 별 변화는 내 안에서도 밖에서도 오지 않았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아무런 바뀐 일이 없어도 여전히 무언가를 품고 존속하고 기다리는 것도 돌이키면 하나의 성과인 셈이다. 귀 기울임의 어떤 단계는 들리지 않는 것들에서 원래는 소리이고자 했을 것들을 스스로 울려보고 들어보는 것 같다. 거대한 적대도 시시한 적도 없이 옆 지자체장의 바지를 벗으라니 벗었다는 기가 막힌 해명을 회사에서 나누며 니체의 격언을 비둘기떼 가득한 광장에 빵조각처럼 뿌리며 어느 놈이 미끼를 물지 예의주시하는 스스로의 행태를 실은 그리 못나지만은 않은 것이라며 피고자 하고 했던 스스로를 추어올리며 먼지 같은 나날을 쓸어담아 먼 훗날 볼쏘시개처럼 타오르려니 믿어본다.
2024-10-08 | hrights | 조회: 202 | 추천: 5
김태형 / 프리랜서 방송작가 칼럼을 통한 인권연대 여러분과의 첫 만남, 영광입니다. 처음이라는 단어는 설렘도, 두려움도 함께하는, 조금은 이중적인 단어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영화 ‘라디오 스타’ 박중훈의 첫 오프닝은 첫울음, 첫 만남, 첫 데이트, 첫 키스로 시작합니다. 상상만 해도 설렘 가득한 이야기지만 사실 절반의 감정은 두려움일 것입니다.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뒤흔들지만 제가 경험한,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 누군가는 잘 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저는 18년차 방송작가입니다. 29살이라는, 업계에서는 많이... 늦은 나이에 이 일을 시작했고 마흔 후반의 나이에도 잘(?) 버티고 있습니다. 처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곳은 진주MBC였고 6년 정도를 지역 MBC에서 일하다가 서울 방송국에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2년여 있었던 진주 MBC에서는 진주, 창원 MBC의 통폐합 시도로 시끄러운 때였고 지금 직무정지 중인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대전MBC 사장으로 있을 때 그곳의 시사 작가로 있었습니다. 서울로 올라와 TV조선에서 잠시 일하다가 SBS에서 토론 프로그램에 들어갔고 이곳에서 운이 좋아서 지상파 처음으로 낮 시사프로그램을 런칭하기도 했습니다. 이후가 순탄한 것은 아닙니다. 외주 방송국 을의, 병의 입장이 되어보기도 하고 KBS 아침 방송에서 일하다가 얼마 전, 새로운 사장이 오면서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한 번에 실업자가 되기도 했습니다(문화예술인 실업급여 못 받았습니다. 그건 다음 기회에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여러 방송국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지금은 지역의 안전을 강조하는 라디오 프로그램과 시사 유튜브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 추억과 같은 명함들 방송작가가 경험한 ‘레거시 방송 VS 유튜브’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방송국에서는 테이프로 편집하던 시절부터 파일로 편집하던 지금까지 일상을 함께했던 작가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유튜브 방송 작가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가끔 어떤 분들은 질문합니다. 레거시 미디어, 흔히 말하는 방송국은 위기이고 유튜브가 대세 아니냐고 묻습니다. 뉴미디어시대, 유튜브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제가 경험한대로 말씀드리면 “지금은 맞고 내일은 다르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추석연휴 스픽스에서는 김진애 전 의원이 진행하고 ‘MBC 백분토론’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를 모셔서 방송장악과 뉴미디어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 분들의 고견을 제가 각색하거나 인용하기에는 부담스럽지만 제가 얻은 답변은 레거시 미디어와 유튜브가 공존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경험한 레거시 미디어와 유튜브 차이점은 이런 것입니다. (레거시 미디어, 지금부터는 방송국이라고 하겠습니다.) 방송국은 방송작가가 필요하지만 유튜브에서는 방송작가가 필요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얼마 전, 유튜브 방송 시작하기 전 뉴스토마토에서 ‘김건희 여사 총선 개입 의혹’에 대한 보도가 있었습니다. 방송국이었다면 심각한 고민에 빠졌을 것입니다. 패널을 어떻게 교체해야하는 건지, 우리가 어디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지, 기본적인 질문은 어떻게 가야하는지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회의가 진행되고 방송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유튜브 방송은 달랐습니다. 진행자인 최경영 앵커(전 KBS 기자)님에게 기사를 전달했을 뿐이었지만 1시간 20분 가까운 생방송을 문제없이 마무리했습니다. 전 이 방송을 준비 하면서 유튜브에는 방송작가가 필요 없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왜 그럴까? 방송국이 문제일까? 절차의 문제입니다. (모든 방송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제가 경험한 방송국은) 방송국은 예상답안을 미리 준비합니다. 작가가 패널과 통화를 하고 어떤 답변을 할지 예상을 합니다. 그 답변에 따라 진보, 보수 패널의 입장을 붙이기도 하고 매끄러운 진행에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방송국은 시간 안에 기승전결 마무리를 중시합니다. 주어진 시간 안에 답변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예상 답변이 필요합니다. 반면에 유튜브 방송은 자율성이 강조됩니다. 그리고 심의라는 절차가 거의 없습니다. 내부 평가가 있기는 하지만 방송국의 심의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심의라는 것이 어떤 것이라고 완전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한 개그맨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KBS 개그콘서트가 맥을 못 추고 TVN 코미디빅리그가 잘 되는 이유는 심의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TVN이 유튜브 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레거시 미디어라고 하는 방송국 보다 유튜브가 심플하고 발전적인 시스템을 가진 건지 모릅니다. 하지만 선을 넘는 발언이나 가짜뉴스가 독일 수 있습니다.  작가의 입장에서 유튜브가 좋은 점도 있습니다. 한 방향으로 흐른다는 겁니다. 시사 유튜브에서는 정치적 색을 가지고 있고 중도는 유튜브에서 성장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섭외 패널은 진보 혹은 보수, 한쪽으로 치우쳐 있고 작가가 섭외할 때 방송국 보다는 어려움이 덜합니다. 과거 한 방송국 토론 프로그램을 할 때 모시기 힘든 진보 패널이 하기로 했지만 보수 패널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밤을 새면서 섭외를 진행한 적도 있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의 유튜브 환경은 유연하고 비슷한 성향의 패널을 섭외하기 때문에 섭외의 어려움이 덜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레거시미디어의 해는 지는 것인가? 유튜브로 대체되는 것인가? 두 곳에서 일해 봤던 방송작가로 말씀드리면 “함께 하면 살고 각자의 길을 가면 둘 다 무너질 것이다”입니다. 유튜브는 독자 생존이 불가합니다. 여러분들이 즐겨 찾는 유튜브 방송을 보면서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유튜브 패널 분들이 정보를 얻는 곳이 어디일까요? 레거시 미디어입니다. MBC, JTBC, SBS, 한겨레, 오마이뉴스, 경향신문, 프레시안, 노컷, 뉴스토마토, 서울의 소리... 이런 언론사가 없다면 어떨까요? 지금의 패널 절반은 지금의 K사나 Y사와 비슷한 말을 할 것입니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Y사 24시간 생방송을 틀어놓고 원고를 쓸 때가 있었습니다. 원고를 쓰다가 속보가 나오고 특종이 나오면 다른 언론사를 찾아보면서 원고를 업데이트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Y사 방송을 보지 않습니다. 도움이 되는 뉴스가 없습니다. 이제는 다른 언론사를 찾아서 원고를 쓰고 있습니다. 물론, 내부를 통해서 주변인을 통해서 정보를 얻어서 유튜브 방송을 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시사평론가가 말하길 아침에 이슈가 터지면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방송을 다니면서 서로 정보를 얻고 저녁이 되면 완벽한 평론을 한다는 농담도 합니다. 그 사이 서로의 의견도 교환하지만 언론의 보도도 꼼꼼히 챙깁니다.  레거시 미디어가 위기라고 말하지만, 그 말은 유튜브가 대세라는 말이 아니라 유튜브도 위기라는 말입니다. 레거시 미디어라고 말하는 방송국, 신문사의 취재력이 없다면 유튜브 생태계는 위기에 처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 방송사 중에 열심히 취재를 하는 곳도 있지만 자본으로 본다면 다양한 취재를 하기에는 역부족이고 취재력에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제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레거시 미디어와 유튜브가 상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람 ‘인’ 자가 서로를 받들고 있듯이 방송환경에 모두 필요하다고 생각해 보고요. 언론장악은 그래서 막아야 한다고 합니다. 모두가 진실을 알고 공유하기 위해서 막아야 합니다.
2024-09-25 | hrights | 조회: 183 | 추천: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