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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호] 서울역 충돌사태를 통해서 본 우리시대 노숙인 : 노숙자에게 인권이 있었나!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18 11:06
조회
511

유의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no02.jpg  지난 1월 22일 발생한 노숙인 두 분의 사망과 일각에서는 ‘소요’라 표현될 정도로 격렬히 표출된 경찰과의 충돌사태 이후 ‘노숙자’라는 존재는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격리의 대상으로 집단적인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연이어 개설된 인터넷 토론방에서는 “노숙인에게도 인권이…” 이러한 이야기는 끼어들 틈조차 없다.
당일 현장에서 사망한 노숙인의 사체가 빼돌려 지던 마지막 순간까지도 경찰과 노숙인들간의 중재를 시도했던 노숙인 인권·지원단체들이 수백명의 노숙인 분들
이 분노해 결집하고 충돌로까지 이어지게 된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는 “쓰러진 사람이 노숙인이든 누구든 그에 합당한 의료적 조치가 이루어져야 함에도 손수레에 싣고 가다 사망했다”는 황당하기까지 한 비인간적 처사에 대한 문제제기에 귀조차 기울여 주지 않는다.
사회안전망에서도 소외

 이제는 일상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생계형 자살, 가족해체, 단전단수, 동사한 노숙인, 아사한 아동과 독거노인의 이야기 등 굶어 죽고 얼어 죽고 불에 타 죽는, 마치 봉건시대에나 있을 것 같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이 우리 이웃들의 문제가 되고 있다. 그리고 누구나 빈곤과 가난,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를 말하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이라 말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거리 노숙’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사람들이 사회적 실체로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임에도, 노숙인들 중 상당수가 부득이하게 거리 노숙을 생활의 일부로 선택하게 되어 그 과정에서 이렇게 시민의 편의와 충돌할 수밖에 없는 서울역과 같은 공공역사로 몰려들게 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접근해보려는 노력은 그 어디에도 없다. 정책 당국자들마저도 불쑥 ‘강제수용조치’를 발표하는 걸 보면 할 말을 잃게 된다.

 누군들 ‘거리 노숙’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고 싶을까.

 달동네, 산동네, 비닐하우스 촌…, 가난한 사람들이 몸 비비며 똑같이 없는 처지에 부족함을 서로 나눌 수 있었던 공간들은 이제 우리 눈에서 대부분 사라져 버렸다. 자산이 없는 노숙인과 같은 위기계층들이 일용 노동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거리 노숙’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피할 수 있었던 도심지 ‘최후의 주거지’ 쪽방촌마저도 녹지조성과 주거환경개선을 이유로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

 유일한 사회안전망이라고 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소득구조가 불안정하고 주거 불안으로 주민등록 말소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노숙인과 같은 위기계층에게는 답답한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생애 자체가 불건강의 악순환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노숙인들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통과하지 못하면 특례조항을 활성화해 의료의 사각지대를 줄이려는 접근이 없는 한 현행 의료보호제도로도 편입이 될 수 없는 사회보장제도 밖에 있는 계층이다.

no03.jpg
 `노숙인 사망 실태조사 및 근본대책 마련을 위한 연대모임`은 지난 2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 노숙자가 기자회견장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
노숙인에게 인권은 없어

 이렇듯 최소한의 주거와 의료적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기본 생활을 유지할 수조차 없는 고단한 생애는 98년부터 노숙인 지원활동을 해온 지원단체들과 연구자들에 의해 파악되고 있는 통계자료들(<표1>~<표3>참조)을 통해서도 얼마나 기본적 권리로부터 배제되어 왔는지, 사회보장체계의 후진성이 이들의 삶을 얼마나 절망 속에 빠져 들게 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과연 노숙인에게 ‘인권’을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는지 되묻고 싶고, 오히려 너무나 고급스러운 치장처럼 느껴질 정도이며, 이러한 노숙인의 존재를 격리하라고 여론몰이하고, 개인의 문제로만 탓하기에는 너무나 복잡 다양한 문제가 얽혀 있다.

 어쩌면 이미 깨끗함과 청결에 익숙해져 있는 시민들에게 서울역으로 대표되는 공공역사를 이용하다 만나게 되는 부정적인 일면(청결상태, 구걸행위, 알코올 노출정도 등)은 그것만으로도 시민의 편의를 위협하는 존재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료에서 보듯 이번 사태의 책임을 모든 노숙인들에게만 돌리기에는 그들의 생애가 너무나 고단했다.

구   분 비 율
성장과정에서 부모 관계의 변화(사망, 이혼, 별거) 30%
아동학대, 가정폭력을 경험하거나 부모가 알코올 중독이거나 정신질환인 경우 35.5%
가족과 연락이 불가능하거나 전혀 연락을 하지 않는 경우 63.8%
노숙 직전 주거형태 월세 35.2%
일세방 21.9%
직장내 숙소 12.4%
최초 직업 활동을 시작 시점이 고등학교 졸업 전인 경우 60.2%
최근 직업 영세 서비스업종 33.7%
건축 일용 노동 22.1%
최초 종사한 직업 서비스 업종 32.1%
소규모 공장 노동자 28.3%
저축 경험이 있는 사람 41.8%
저축 액수가 100만원을 넘지 않는 경우 63.8%
결혼 경험이 없는 노숙인 54.8%
노숙생활을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 94.3%
노숙 탈출 시기를 1년 이하라고 응답한 경우 84.0%
<표1>노숙인의 생활실태(2003년 3월 예장 실직·노숙인 선교 평가와 전망 심포지엄)

구 분 인 원 비 율
퇴소 후 도움 줄만한 사람 전혀 없음 2,089명 62.2%
퇴소 후 물질적·정신적 도움을 줄 사람들(친지, 이웃, 동료 등) 있음 428명 12.7%
퇴소 후 같이 거주는 불가능하나 물질·정신적 도움을 줄 가족 있음 558명 16.7%
현재 가족과 만남 지속, 퇴소 후 거주가족 있음 285명 8.5%
합 계 3,360명 100.0
<표2>사회적 관계망 수준(2003년 6월 20일~7월 20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전국쉼터 실태조사)


흔히 노숙생활을 ‘한계상황’이라고 표현하는데, 출구를 찾지 못하고 내몰린 노숙인과 같은 위기계층이 머물게 되는 공공역사는 상황에 따라 생활의 근거지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곳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권리, 생명에 대한 신성함은 찾을 수 없고, 목숨과도 직결될 수 있는 상황이 매일 같이 반복되는 전쟁터와 다름 아닌 곳이기도 하다.


 최근의 경향을 보면 진단서와 같은 공문서 발급을 위해 거리 노숙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몸에서 필요한 것을 채취해 수익을 챙기는 브로커들의 존재까지도 노숙인 인권·지원단체들을 통해 종종 파악되고 있다. 이들 범죄조직은 노숙인의 특성을 너무도 잘 알고 있어 이를 이용하여 주 노숙지인 공공역사를 중심으로 인신매매나 신분도용을 통한 경제사기로 노숙인을 이용한다. 특히 후자의 경우에는 향후 노숙인의 경제활동을 원천 봉쇄시켜 노숙탈출의 싹을 잘라버리는 악랄함을 보이며 최근 극성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그 신분적 특성상 각종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음에도 그 어떠한 법적인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시민의 편의를 앞세운 공권력에 의해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구 분 주민등록 소지/유효 주민등록 말소/사용 불가
비 율 59.3% 40.7%
<표3>주민등록증 소지 여부(1999년~2003년 서울자유의집 4주년 기념자료집)


최소한의 권리는 인정되는 사회 돼야

 서울역 사태는 노숙인과 같이 시장으로부터 상품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가혹하리만큼 이해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이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부에 맞는 세금을 걷어 부를 나누고, 제도를 개선해 최소한의 권리조차 인정되지 못하는 삶을 살아 온 사람들에게 국민으로서 인권을 평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국가의 정책을 짜는 것이 다수의 인권을 신장시키고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이다. 그런데 아직 우리사회 시민성과 언론, 정책당국자들의 여론몰이로 인해 제도로부터도 사회로부터도 계속해서 배제되고 격리되어 가는 우리시대 노숙인들을 보게 된다.

 어쩌면 ‘소요 사태’로까지 표현되는 서울역 충돌사태의 이면에는 오랜 배제를 경험해 온 노숙인들이 이러한 사회적 흐름에 대한 최초의 저항일 수 있다. 그래서 “그것은 봉기였다”는 극단적 표현조차도 마음에 와 닿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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