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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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통신’인권연대 운영위원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발자국통신’에는 강국진(서울신문 기자), 김태중(병원장), 김희교(광운대학교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 서보학(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항녕(전주대학교 역사문화컨텐츠학과 교수), 임아연(주간함양 편집국 부국장), 장경욱(변호사), 정범구(장발장은행장) 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 글을 씁니다.

김태중/ 인권연대 운영위원   1980년 5월, 저는 전라남도 광산군 송정리(현 광주 광산구 송정)에서 초등학교 2학년 때 5·18을 경험했습니다. 학교에 가지 않아 좋다는 생각밖에 없던 나이였지만, 제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시민군을 처음 본 곳은 광산경찰서 앞마당이었습니다. 이미 경찰은 자취를 감춘 채, 동네 꼬마들이 놀이터처럼 뛰놀던 공간이었지요. 그때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삼촌들’이 경찰 트럭과 무기를 들고 구호를 외치며 나섰습니다. 동네 어른들은 그들을 향해 환호하며 빵과 음료를 나눠주었습니다. 무섭기도 했지만, 가슴이 벅차고 신기했던 그 장면은 제 어린 시절의 깊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1991년 5월, 운암 나들목 부근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다시 마주했습니다. 고(故) 강경대 열사의 운구행렬이 광주로 들어오던 날, 운암동 주공아파트 부녀회 어머니들이 학생과 시민들에게 김밥과 음료를 퍼 나르고, 이불솜까지 내어주셨습니다. 아저씨들은 초코파이와 담배를 던져주며 학생들을 격려했습니다. 그날 밤 강경대 열사는 시민들의 품에 안겨 도청 앞에서 노제를 마친 뒤 망월동에 잠들었습니다.     <출처> 오월걸상 블로그  6호 오월걸상(2023.05, 제주 서귀포시청, 김영훈 작가)  제주의 사월이 광주의 오월을 품어, 서귀포시에 여섯 개의 걸상이 둥글게 자리했습니다. 하얀 배경 위로 다섯 번째 오월걸상에 나서주신 홍성담 화백의 판화 작품 '촛불행진'의 주먹밥을 나누는 여인과 제주 4.3의 상징 동백꽃이 어우러집니다. 걸상 앞 늠름한 상수리나무 사이로 해가 비추면, 정말 평화의 햇살이 머무는 듯합니다.   이 두 장면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5·18의 주먹밥이나 91년의 김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불의에 침묵하지 않는 남도민들의 연대와 공동체 정신의 상징이었음을 말입니다. 동학농민혁명, 구한말 의병, 여순항쟁, 암태도 소작쟁의 등 굳이 멀리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근현대사 속에서 남도민은 언제나 불의에 맞서고 공동체적 연대를 실천해 왔습니다. 그러한 힘이 이어져 우리는 5.18민주화항쟁, 6월항쟁,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첫 정권교체, 그리고 윤석열의 12.3내란을 막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광주의 모습은 어떤가요? 세계인권도시포럼을 개최하고, 민주화의 성지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치권과 관가, 시민사회가 보여주는 모습이 그 명성에 걸맞은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매년 5월, 성지순례의 마음으로 광주를 찾는 이들에게 보여줄 평화·연대·공동체 정신이 여전히 살아 있는가 하는 의문도 남습니다. 복합쇼핑몰 유치가 대선 공약으로 오르내리고, 지역 정치는 건설·토호 세력에 얽혀 요동칩니다. 최근 8.18자 뉴스를 보셨나요? 민주당 권리당원 신규 신청 30만 건이 접수됐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지역민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명부 거래, 매표 행위일 뿐이라는 것을. 이처럼 광주는 지금 리더십과 시대정신을 잃어버린 도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문제의 해법이 의외로 단순한 곳에 있다고 봅니다. 광주·전남이 잠시나마 변화를 경험했던 시기는 2010년대 초반, 민주노동당이 선전하며 기존 정치 지형에 균열을 냈던 때였습니다. 기초·광역의회에서 토호 세력을 견제하며 작지만 확실한 변화를 보여주었을 때, 시민들은 “정치가 변할 수 있구나”라는 희망을 품었니다. 지금 필요한 것도 그와 같은 변화입니다. 민주당은 광주·전남을 무공천 지역으로 선언해야 합니다. 그 속에서 지역 청년, 여성, 평화·인권·진보 세력이 전면에 나서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광주 정치 변화를 위한 첫 단추이자, 시대정신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변화의 첫 단추입니다.      
2025-08-20 | hrights | 조회: 102 | 추천: 5
이재승/ 인권연대 운영위원 이 글은 2024년 국회 질의응답 과정에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민주당 최민희 의원 간에 ‘식민강점기에 한국인의 국적이 일본인가?’를 둘러싸고 오간 설전에 대한 단상이다. 이 설전의 학술적 성토장으로서 2025년 6월 20일 <광복 80주년 일제강점기 한국인 국적- 국회 학술토론회>가 개최되었다. 필자는 토론회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교리문답으로 단순화된 국적 문제에 대해 ‘종합판단’의 필요성을 시사한 이철우 교수의 견해에 동조하면서 하나의 접근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제국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영국 국제법학자 오펜하임의 100여 년 전의 주장부터 살펴보자.1) 그는 당시 국적에 관한 조약법이나 국제관습법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병합된 나라의 국민이 병합국의 국적을 ‘사실상’ 취득한다고 전제하였다. 오펜하임은 병합 시점을 전후하여 그 나라를 떠나 외국에 머무는 사람의 지위와 관련해서 두 가지 상반된 견해를 거론하였다. 하나는 병합국의 국민이라는 견해이고, 다른 하나는 병합국의 국민이 아니라는 견해이다. 이 두 가지 입장 사이에서 오펜하임은 병합 시점을 기준으로 병합 전에 떠난 사람은 병합국의 국민이 아닌 반면, 병합 후에 떠난 사람은 병합국의 국민이라는 중간적 견해를 제시하였다. 오펜하임은 병합된 나라의 국민이 병합국의 국적을 원치 않는 경우 병합국이 그에게 이탈권을 부여할 수 있지만, 그러한 권리를 보장해야 할 국제법상의 의무는 없다고 지적하였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이민권에 대한 단초들은 적지 않다. 소크라테스는 <크리톤>에서 아테네가 성인이 된 시점의 시민에게 이 나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떠날 권리를 인정하였는데 자신은 그러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 아테네의 법을 지켜야 할 의무가 발생한다고 말하고는 탈출 권유를 뿌리쳤다. 이 얘기는 식민지 강점기와는 상관이 없으나 이민권이 고대 도시국가에도 인정되었다는 사정을 알 수 있다.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 아우구스부르크 종교화의(1555)는 통치자와 다른 신앙을 믿는 신민에게 자신과 동일한 신앙을 가진 통치자의 영토로 떠날 권리, 즉 이민권(ius emigrandi)을 부여하였다. 1581년 네덜란드 독립선언(Plakkaat van Verlatinghe 결별선언)은 명칭에서 보듯이 스페인으로부터 떠날 권리의 집단적 선언이다. 미국의 독립선언 기초자들이 이를 참조했다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물론 망명권과 나라를 떠날 권리를 규정한 국제법(세계인권선언, 자유권 규약)은 제국주의 시대가 끝난 후에 탄생하였다. 오펜하임은 예민한 쟁점을 언급하였다. 그는 병합된 나라에 거주하는 사람이 병합국의 국민이 되는 문제와 병합국 안에서 그 국민이 어떤 지위를 누리는가의 문제를 구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국적(nationality)과 시민권(citizenshiup)은 다른 것이고, 전자만이 국제법의 사안이고, 후자는 국내법 사안이라고 하였다. 당시 국제법의 관점에 따르면 망명자로서 외국의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조선인은 일본 제국의 국적자가 되었다. 그런데 일본 당국은 헌법과 국적법을 다른 식민지인들에게는 적용하면서도 조선인들에게는 적용을 배제하였다.2) 일본 국적법(1899년) 제20조는 다른 나라의 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일본 국적을 상실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었는데, 일본 제국은 병합 과정에서 일본에 끈질기게 저항한 조선인들을 통제해야 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에 국적이탈 조항의 적용을 정책적으로 배제하였다. 일본은 해외로 이주한 조선인들에 대해서도 감시와 통제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일본 제국은 조선인들이 외국의 국적을 취득한 경우에도 국적 이탈을 허용하지 않았다. 중국 국적을 취득하고 독립운동을 하던 안창호 선생은 일본 국적자라는 이유로 국내 송환을 피하지 못했다. 3) 조선인은 일본 국적이라는 족쇄를 끌고 세계를 유랑하는 국가 노예였다. 유대인이 독일 국적을 박탈당하는 것이 제노사이드의 시작이었다고 통찰한 아렌트에게 근본적 인권이 국적을 가질 권리였던 반면, 조선인 안창호에게는 국적을 이탈할 권리가 바로 근본적인 인권이었다. 국제법학자 웨스트레이크는 인도인의 국적에 관한 관행을 제국적 원리로 해명하였다.4) 국제법적 차원에서 영국 식민지 인도인은 영국인이지만 헌법적 차원에서는 인도인이라는 논리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시카와 켄지는 조선을 국제법상 일본 영토 안에 헌법상의 외국으로 해명하였다.5)  국제법적인 상위국적(supra-nationality)은 일본 제국의 신민이지만 국내적 차원(호적법)의 하위국적(sub-nationality)에서는 조선인이다. 하위국적에서 내지인(일본인)은 최상위 시민권자이고, 조선인은 하급의 외지인이다. 조선인은 고대 스파르타의 신분제도에서 정복자인 스파르타 시민과는 다른 정복당한 메세니아 원주민(헤일로타이)과 같다. 여기서 메세니아 사람들은 다른 폴리스들과의 국제적인 관계에서는 스파르타인이지만 국내법적으로는 시민이 아니라 국가 농노였다. 이들은 토지에 매여 주인에게 소출을 상납해야 했고 정치적 권리나 이동의 자유를 박탈당했다. 이들은 잠재적 반란 세력으로 간주되어 항상 감시받았으며, 전쟁 시에는 스파르타를 위해 동원되어야 했고, 그중 일부는 전쟁에서 공을 세워 국가 노예 신분을 벗었다.     사진 출처     국회 설전에서 김문수 장관은 제국적 원리에 따른 조선인의 지위를 불변적인 순수 사실로 퉁명스럽게 간주했던 것 같다. 설혹 국적 문제가 사실의 문제라 하더라도 이는 순수한 사실이 아니라 제국주의적 질서 아래 강요된 법적 사실이다. 어떠한 사실도 재해석과 재평가를 거부할 수 없다는 점도 법의 세계에서는 엄연한 사실이다. 법의 세계에서는 기성 상태를 인정하는 논리 이외에 교정하는 논리도 존재한다. 무효라는 제도가 그것이다. 혼인의 무효, 입양의 무효, 병합의 무효도 존재한다. 병합이 무효가 되고 원래의 국적이 회복된 사례들도 존재한다. 무효는 사실 자체의 물리적 제거가 아니라 법적 의미의 원천적 제거에 관한 제도이다. 재심은 죽은 자를 살려내지는 못하지만, 부당한 사형 판결을 소급하여 제거하고 죽은 자에게 정명을 부여하는 빼어난 제도이다. 한국 정부는 1965년 한일기본조약 제2조6)의 해석과 관련하여 을사늑약과 병합조약을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천명하였고, 2012년 대법원은 강제동원 판결에서 일제의 식민 지배를 불법 지배로 규정하였다. 제2차 세계 대전 후 연합국은 나치독일의 수권법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악법을 무효로 했으며 독일법원은 1952년 레머 재판(Remer-Prozess)에서 나치 체제를 불법국가라고 판결하였다. 이러한 판결은 나치 체제의 존재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체제를 불법화하고 정치적 정당성을 박탈하는 조치는 후속국가나 후속 체제의 고유한 권한사항이다. 유대인의 국적을 박탈한 독일국적법이 ‘정의와의 모순이 참을 수 없을 정도에 이르러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1968년 독일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주목할 만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병합조약이 원천무효이고 식민 지배가 불법 지배라는 한국정부와 대법원의 입장을 구체화하는 법적 조치이다. 국적에 대한 문답은 순전한 일차원적인 사실의 확인이 아닌, 배후의 오염원에 대한 평가와 총체적 진실에 기초한 정명(正名)의 문제이다. 식민 지배가 불법이라는 판단에 기초하여 조선인에게 강요된 일본 국적을 당연히 무효로 하고 소급하여 관철할 수 있다.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개정된 재외동포법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에 조선을 떠난 사람으로서 외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을 재외동포로 간주하고 이들에게 국적회복의 기회를 부여하였다. 이제 이 원칙을 국적법에 관철한다면, 국회는 대한제국의 국적 관행을 고려하여 원한국인(protokorean)을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혼란스러운 공백을 해결할 수 있다. 필자는 식민강점기의 국적 문제가 사실학의 영역이 아닌 법철학적 근본 물음에 해당한다고 본다.   Lassa Francis Lawrence Oppenheim, International Law. A Treatise, 3rd ed., vol. 1(Peace), Longmans, 1920, pp. 397-399. 한일 관계에 대한 오펜하임의 여타 기사 중 한국인에게 우호적인 내용은 전혀 찾을 수 없다. 2025년 6월 20일 <광복 80주년 일제강점기 한국인 국적- 국회 학술토론회>에 제출한 김창록과 호사카 유지 교수의 발제문 참조. 武井義和, “戦前上海における朝鮮人の国籍問題,” 中国研究月報 60[1], 2006/01, pp. 7-21. John Westlake, Chapters on Principles International Law, Cambridge U.P., 1894, p. 42. 石川健治、“憲法のなかの「外国」”、日本法の中の外国法-基本法の比較法的考察, 早稲田大学 比較法研究所(編)、2014. 한일기본조약 제2조: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일본제국 간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     이재승 위원은 현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2025-08-11 | hrights | 조회: 300 | 추천: 5
  정범구/ 장발장은행장 처음 인권연대로부터 강의 제안을 받았을 때, 다소 당황스러웠다. 인권연대가 올 6월부터 9월까지 서울 남부구치소, 안양교도소, 의정부교도소, 인천구치소, 화성 직업훈련교도소 5개 교정기관에서 진행하는, “교정기관 수용자를 위한 평화인문학” 과정에 강의를 요청받았기 때문이다. “아니 교도소에 있는 사람들한테 무슨 강의를 해?” 평소 이런저런 강의를 하러 다니기는 했지만 그건 대개 대학이나 대학원 학생들 대상 강의, 또는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중강연이 대부분이었다. 수강자들 성격이 대략 동질적이었기 때문에 수강 대상자들 성격에 맞추어 강의를 준비하기가 수월했다. 그런데 “죄를 짓고 갇혀 있는” 사람들을 위한 강의라니.... 연령대도 제각각이고, 아마 관심사도 다 다른 사람들, 유일한 공통점이라면 행동의 자유를 잃고 같은 곳에 갇혀 있을 뿐인 사람들. 더군다나 이 찌는 듯한 한여름 무더위에 곱징역을 살고 있을 재소자들에게 “한가한” 인문학 이야기가 귀에나 들어올 것인가? 이런저런 걱정을 하면서 강의를 준비하고 강의실(?)에 들어섰다. 내가 맡은 강의 제목은 “통일이 되면 뭐가 달라질까?-독일 통일의 교훈”이었다. “이 사람들에게 통일 이야기며 독일 통일 이야기가 먹힐까?” 하는 질문을 여전히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들어선 강의실이었다. 지금까지 모두 세 차례 교도소⁄구치소 강의를 진행하였다. 무엇보다도 무더운 여름날, 점심 식사 후 나른해지는 오후 시간이라 “졸음과의 전쟁”을 각오했는데, 놀랍게도 세 번의 강의 동안 조는 사람들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매번 20명 정도의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했는데, 수업 태도가 매우 진지했다. 통일에 대한 관심도나 북한에 대한 이해도도 “일반 시민”들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잠깐! 일반 시민들이라니.... 나도 모르게 이들을 “범법자”라고, 일반 시민과 차별하고 구분 짓고 있는 내 모습을 돌아보았다. 이런저런 실정법을 위반하여 일시적으로 구금된 이들은 굳이 분류한다면 “갇혀 있는 시민”이라고 불러야 옳을 것이다. 이들은 “격리되어야 할 자”가 아니라 “다시 통합되어야 할 자”인 것이다. 수용자들을 “교정‧교화” 시킨다고 교정시설에 가두어 놓고는 우리는 그들을 까맣게 잊고 있다. 그들은 거기에서 “썩어야 할” 사람들이 아니라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와야 할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재소자들과 같이 고생하고 있기에는 교도관들도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포화 상태에 이른 교정시설들의 열악한 환경은 교도관들의 근무조건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남부구치소에서 만났던 한 교도관은 여름철이 제일 힘들다고 말했다. 여름에 분쟁이 제일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한 방에 성인 남자 7~8명이 생활하고 있는데, 비좁은 데다 덥고, 게다가 화장실 하나를 함께 사용하다 보니 사소한 일에도 신경들이 날카로워져서 싸움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문득 오래전에 읽었던 신영복 선생의 책이 생각난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었던가? 여름철 감방에서는 바로 옆의 재소자가 원수처럼 느껴진다는.... 겨울철에는 상대방의 온기가 필요해 동료 재소자가 난로같이 느껴지지만, 여름철에는 서로가 서로에게 지글지글 끓는 37도짜리 화로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윤석열 구금 이후 그의 변호인들에 의해 교도소 에어컨 설치 요구가 나왔지만, 그에 대한 국민정서상 에어컨 설치는 무망한 일이다. 전국 교도소 어디에도 수용자를 위해 에어컨이 설치된 곳은 없다. 그의 육중한 몸매를 생각하면(속옷 입고 누워서 발버둥 치는 모습까지는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이 여름 안된 일이기는 하지만 그는 그래도 일반 재소자에 비해서는 엄청난 특혜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1인당 0.4 평 정도의 생활공간만 허락되는 일반 재소자들에 비하면 3.2평 규모에 수세식 변기까지 갖춰진 그의 독방은 엄청난 특혜 아니겠는가? 교도소 과밀수용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지난 윤석열 정권 3년 동안 더 악화됐다(지난해 8월 기준 전국 교정시설의 수용률은 124.5%, 서울 구치소는 152.9%에 달했다). ‘검사 독재정권’의 폐해가 드리운 그림자가 단기간에 과밀수용의 정도를 극단적으로 악화하고 있다. 게다가 벌금을 내지 못해서 노역장으로 유치되는 ‘환형유치’ 건수도 지난 정권에서 급등하였다. 전문가들은 과밀수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설을 확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으로 가석방의 확대, 불구속 수사 원칙의 정착 등을 지적하고 있다. 의정부 교도소에서 만난 한 교도관은 재소자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교정‧교화”라면서 가석방 제도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감옥은 우리 사회의 가장 아픈 곳이다. 최근 통계를 보면 교도소에는 마약 사범과 경제 사범, 그리고 특히 여성 재소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아픈 현실을 축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의정부교도소 강의를 나가서 대기하던 중 한 무리의 여성 재소자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아, 그런데 거기에서 아주 가슴 아픈 장면을 보게 되었다. 무리 맨 끝에 한 젊은 여성이 지나가는데, 그녀의 품에는 어린 아기가 안겨 있었다. 엄마와 함께 아기도 같이 “징역을 살고” 있는 것이다. 엄마와 떨어져 있는 것보다는 그나마 같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지, 그 아이가 나중에 기억하게 될 유년 시절의 풍경은 어떤 것이 될지, 강의실에 들어서기 전부터 내 마음은 착잡하다. 80여 분에 걸친 강의가 끝났다. 수강생들은 매우 진지하게 내 강의를 들었다. 통일이 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라는 나의 질문에 다양한 대답이 나온다. 지하자원이 풍부해질 것이라든지, 군사 강국이 될 것이라든지 하는 대답에서부터, 빈부격차가 심해질 것이라든가 싼 북한 노동력으로 인해 노동 시장이 안 좋아질 것이라는 사회학적 답변까지 나온다. 80분간의 만남을 뒤로 하고 우리는 헤어졌다. 나는 오후의 태양이 이글거리는 바깥세상으로, 그들은 다시 몇 개의 철문을 지나 서로가 서로에게 ‘화로’가 되는 감방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들은 오늘 강의에서 무엇을 얻었을까? 어려운 현실에서도 재소자들의 사회 복귀를 위해 노력하는 교도관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일도 많은 그들에게 이런 ‘평화인문학’은 분명 번거로운 ‘가외의 일’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매번 성심성의껏 임하던 그들의 모습에 경의를 표한다.  
2025-08-04 | hrights | 조회: 148 | 추천: 8
서보학/ 인권연대 운영위원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3일 취임 30일을 맞아 열린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기소를 위한 수사, 조작된 사건 구성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발언하며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필요성을 분명하게 강조했다. 검찰개혁의 완수와 관련해서는 “추석 전까지 제도 얼개를 만드는 것은 가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공언에 발맞추어 이재명 정부 첫 여당 대표에 출사표를 던진 정청래, 박찬대 의원도 검찰청 폐지 및 공소청 신설,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국가수사위원회 신설을 핵심으로 하는 검찰개혁 법안을 추석 전에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 정성호 장관은 7월 25일 검찰의 첫 고위직 인사를 통해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하면서 검찰권 남용에 앞장섰던 친윤 검사들을 전부 해임하거나 한직인 법무연수원 연구직으로 인사조치하였다. 지난 3년간 윤석열 검찰로부터 모진 핍박을 받고 사지로 내몰렸던 이대통령은 검찰 권력 해체의 필요성을 뼛속 깊이 느끼고 집권 초기에 검찰개혁을 완수하려는 분명한 의지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앞의 기자회견에서 이대통령은 “국민 여론이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보다 개혁에 더 호의적”이라며, 검찰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잃고, 검찰개혁을 자초한 자업자득이라고 지적하였다. 윤석열 정부 집권 3년 만에 나라를 존망의 위기에 빠트린 검찰공화국의 폐해를 경험한 국민 중 누가 이대통령의 지적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까. 윤석열의 파면 및 국민주권 정부의 출범은 지난 70년간 한국 사회 만악(萬惡)의 뿌리였던 검찰에게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할 것을 명령하는 주권자 국민의 결단이다.   지난해 12월 3일 위헌적, 불법적 비상계엄을 선포해 민주주의를 전복하고 장기집권을 꿈꿨던 윤석열은 내란죄로 구속 기소되었으나 지난 3월 지귀연 판사의 납득할 수 없는 법해석으로 구속이 취소되어 석방되었다. 조희대 대법원에 이어 지귀연 판사의 내란세력 동조에 국민은 큰 충격을 받았다. 다행히 윤석열은 내란특검에 의해 다시 구속영장이 청구되어 석방 4개월만인 지난 7월 10일 재구속되었다. 재구속된 뒤 윤석열은 특검수사와 재판을 거부하며 자신의 과오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줘 더운 여름 국민들의 분노게이지를 올리고 있는 중이다. 7월 9일 재구속심문을 받는 과정에서 윤석열은 영장판사에게 자신이 고립무원의 상태에 놓여 있음을 호소했다고 알려졌다. 정확한 워딩은 알 수 없지만 “변호인들이 특검의 공격으로 다 떨어져 나가고 있는 고립무원의 상황이라 혼자 싸워야 한다”, “국무위원들도 본인 살길 찾아 떠나고, 다들 불리한 진술을 하고 있다” 등이 변명의 핵심 내용이다. 윤석열의 치졸한 변명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인멸의 위험성을 고려해 재구속하였다. 권력을 쥐고 있을 때는 주변에 아부하는 사람들이 들끓었으나 권좌에서 물러나 법의 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의 곁에는 이제 아무도 없는 상황이다. 권력의 무상함, 정치세계의 냉엄함을 엿볼 수 있다. 무더운 여름 에어컨도 없는 방에서 땀 흘리며 지내는 윤석열은 이제야 비로소 자신의 비참한 현실에 눈을 뜰 것인가. 그래도 에어컨 없는 좁은 방에서 12~13명씩 혼거하는 다른 재소자들에 비해서는 사정이 나은 편 아닌가. 장님 무사 윤석열을 이용해 온갖 비리를 저지르며 탐욕을 부렸던 김건희도 곧 특검에 의해 구속되기를 기대한다.   사진 출처   현재 윤석열의 처지 역시 자업자득이다. 윤석열은 평생 특수부 검사로 살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을 감옥에 보내면서 살았고 그 덕택에 출세했다. 개중에는 죄를 지은 사람들도 있겠으나 검찰 특수부의 수사관행상 죄를 짓지 않았음에도 억울하게 감옥에 간 사람들도 많았으리라 생각한다. 간혹 검찰 특수부가 한국 사회의 건강을 부패세력으로부터 지키는 대단한 조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특수부의 명성은 허상에 불과하다. 특수부가 무리한 수사와 억지 기소로 많은 억울한 사람을 법대에 세워 고통을 준 사실은 과거 검찰 특수부의 대명사였던 대검중수부의 무죄율이 일반 형사사건 보다 수십 배나 높았던 통계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지난 2013년 인권침해와 정치적 하명수사로 악명이 높았던 대검중수부가 폐지된 이후에도 특수부의 무리한 수사와 억지 기소에는 달라진 것이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적한 바와 같이 검찰 특수부는 기소 방침을 정해 놓고 수사를 하기 때문에 당사자의 자백(심지어 거짓 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강압수사, 먼지털이식 별건수사, 가족 또는 지인에 대한 무차별 수사를 일삼고 때로는 증인에게 위증(거짓 진술)을 교사하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또한 변호인들에게 압력을 넣거나 공격하여 변호를 그만 두도록 하는 파렴치한 짓도 저질렀다. 실제로 특수부 수사를 받는 피의자가 변호사를 구하기 어려운 것은 변호사들이 검찰의 보복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수부 수사를 받는 피의자는 고립무원의 상태에 빠지게 된다. 특수부 검사의 요구대로 자백하거나, 심지어 죄를 짓지 않았음에도 거짓으로 자백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가족이나 주변 사람을 지키기 위해 자살해야 하는 극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동안 많은 사람이 검찰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우연이 아닌 것이다. 인권연대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추적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4~2023년의 20년간 검찰 수사를 받다가 자살한 사람이 163명, 경찰 수사 과정에서 자살한 사람이 76명이었다. 경찰 수사가 전체 사건의 약 97%, 검찰 수사는 약 3% 정도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자살한 사람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자살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피의자를 극한 상황, 심지어 자살로 내모는 강압적 수사 관행, 인권침해 수사 관행이 검찰에 광범위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특수부의 수사는 악명 높다. 그런데 이런 특수부의 수사가 유능하다고? 절대 동의할 수 없는 주장이다. 반면 김건희의 각종 부패의혹에 대한 부실수사에서 알 수 있듯이 검찰의 자기편 봐주기 수사도 열거하기 힘들 만큼 사례가 많다. 검사들이 입만 열면 인권보장과 부패척결을 내세우지만 얼마나 허망한 말들을 쏟아 낸 것인지 알 수 있다. 사진 출처   그런데 요즘 추가된 특수부 수사의 대표적인 악습이 하나 더 있다. 무지막지할 정도의 수사기록을 만들어 내는 것이 그것이다. 지난 4월 4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12·3 내란 사건 첫 공판에서 윤석열은 자신을 구속취소 결정으로 풀어준 지귀연 재판장에게 이렇게 하소연했다. “재판장님, 내가 시작이니까 말씀드리는데 유죄 입증은 검찰이 하는 거 너무 당연합니다만, 그래도 재판을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어요? 이렇게 공소장이 난잡하고, 증거라는 것도 어느 정도 될 만한 거 딱 골라서 던져줘야 그거 가지고 증거인부를 다투든지 하지, 지금 뭐 일단 (대검 내란 특별수사본부의 수사기록이) 7만 쪽에, 증거목록만 천몇백 페이지라는데 이래가지고 재판이 되겠습니까.” 수사기록이 7만 쪽에 달하면 웬만큼 많은 변호사가 달라붙지 않는 한 그 기록을 다 검토하고 방어준비하는 것이 사실상 곤란하다. 피고인이 기록을 복사하는 데만 비용이 통상 1~2천만 원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변호인이 한두 명에 불과하고 더구나 피고인이 구속되어 있다면 방어 준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재판부도 그 기록을 다 검토하고 재판에 임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재판은 검사에 의해 끌려 다니기 십상이다. 게다가 중요한 사건에서는 공판검사만 예닐곱 명 이상이 들어온다. 법정에서 한두 명의 변호인과 함께 자신을 방어해야 하는 피고인은 형사소송법의 이론상으로만 검사와 대등한 당사자이지 실제로는 검사의 먹이가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윤석열은 자신이 이런 처지에 놓여 있음을 하소연한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자신도 이런 수사를 평생 저질러 오면서 피고인을 고립무원의 상태에 빠트려왔다. 예컨대 지난 5월 1일 조희대 대법원이 당시 이재명 대선후보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원심을 파기 환송할 때 수사기록 및 재판기록이 7만여 쪽에 달했다. 때문에 당시 대법원이 그 기록을 다 보지도 않고 판결을 선고해 부실하게 재판하였다는 비판이 일었다. 사례는 더 있다. 대북송금 사건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검찰 수사기록도 7만 쪽이 넘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이 수사팀장으로 참여했던 특검의 ‘적폐수사’는 수사기록이 더 어마어마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8만 5천 쪽, 박근혜는 12만 쪽이었다. ‘사법농단’의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우에는 무려 20만 쪽이 넘었다. 경제력이 탄탄해 많은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소수의 사람을 빼고는 대부분 피의자·피고인은 이런 수사기록의 산더미에 파묻혀 죽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식의 나쁜 수사를 평생 해오면서 수많은 사람을 방어권도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감옥에 보낸 윤석열이 이제 와 법정에서 검찰 수사의 문제점과 자신의 처지의 곤궁함을 토로한 것은 심각한 자가당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의 고립무원은 윤석열의 자업자득이다.   필자는 윤석열에 대해 일말의 동정심을 갖지 않는다. 그동안 저지른 수많은 악행에 상응하는 엄한 처벌을 받고 고통을 느끼기를 원한다. 그래야 이 땅에서 저마다의 직분에 충실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많은 국민이 ‘사필귀정’이야말로 불변하는 인생의 법칙임을 확신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제 검찰의 존재를 더는 용납할 수 없다. 수차 강조하였지만 이제 검찰은 고쳐 쓸 수 있는 단계를 지나갔다. 폐지만이 답이다. 이대통령의 공언대로 가을에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기소 분리를 완성하여 앞으로는 더는 수사권과 기소권 모두를 한 손에 쥔 검사들에 의해 억울하게 피해를 당하는 국민이 나올 수 없게 해야 한다.   서보학 위원은 현재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2025-07-28 | hrights | 조회: 278 | 추천: 11
장경욱/ 인권연대 운영위원   지난 7월 18일부터 21일까지 네팔 카트만두에서 열린 제19차 국제민주법률가협회(IADL) 총회에 참가하였다. 총회에서는 회칙 개정과 새 지도부 선출을 비롯하여 팔레스타인, 여성, 노동, 국제법의 위기, 파시즘, 환경, 평화에 대하여 연설과 논의가 있었고, 논의결과를 반영한 제19차 총회 선언문을 발표하였다. 이번 총회 개회식에는 네팔 총리가 직접 참석하여 축사하였고, 연대의 밤 행사를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쳤다. 국제민주법률가협회는 유엔헌장의 원칙과 정신에 입각하여 전쟁, 분쟁, 탄압, 빈곤, 굶주림이 없는 정의, 평등, 인간 존엄성에 대한 완전한 존중이 실현되는 세계를 위해 노력하는 국제민주법률가들의 조직이다. 이번 총회는 이스라엘이 미국과 유럽연합과의 공모하에 팔레스타인 국민에 대한 집단학살을 저지르고, 세계경제의 지속 불가능하고 불공정한 성격이 강화되며 지속적인 국제 경제 위기 초래로 전 세계 노동자와 그 가족들은 일자리와 소득 상실로 인해 빈곤, 굶주림, 강제 이주 및 기타 사회적 악에 직면하고 있으며, 인류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기후 위기 및 기후 위기를 부인하는 세력의 성장과 확대가 우려스러운 상황에서 열렸다. 이에 국제민주법률가들은 총회에서 자결권과 국가의 주권적 평등권을 옹호하고, 팔레스타인 민중의 권리를 수호하고 제노사이드에 반대하며, 모든 형태의 파시즘에 반대하고, 민중의 정당한 열망인 완전한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권리 실현을 위해 연대와 협력을 통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였다. 또한 이번 총회에서 팔레스타인 민중의 자결권 실현은 국제민주법률가들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고, 자결권에 관한 국제법상의 진보적 발전의 적용은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투쟁을 통해 새롭게 창출될 것임을 인식하였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식민 점령은 거의 80년 동안 팔레스타인 국민의 자결권을 부정해 왔다. 이스라엘은 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의 불법 점령을 즉시 종료해야 한다. 모든 유엔 회원국은 점령을 종식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범죄적인 식민지 점령이 이토록 오래 지속된 유일한 이유는 미국이 국제법상 의무를 명백히 위반하며 이스라엘에 제공한 지원 때문이다. 서방의 무기, 재정적, 경제적, 군사적, 정치적 지원이 없었더라면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시온주의 식민지 프로젝트는 하루도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 국제민주법률가들은 팔레스타인 국민의 자결권을 옹호하기 위해 각국에서 연대 행동을 조직할 것을 약속하였다. 특히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국제사법재판소에 제기한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책임 추궁을 위한 용감한 법적 조치를 전적으로 지지하며, 우리가 활동 중인 모든 국가의 해당 국가의 정부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이 노력에 동참하도록 캠페인을 전개하기로 하였다. 국제민주법률가협회는 팔레스타인 국민이 점령과 학살에 반대하기 위해 사용할 수단을 결정하는 것이 그들의 몫이고 팔레스타인 국민은 국제법상 점령을 종식하기 위해 힘을 사용할 권리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은 파시스트 국가들에 의해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침해된 기본적 인권들을 확인했다. 오랫동안 미국을 위시한 서방국은 이 권리들을 형식적으로 지지하는 동시에, 이를 조작하고 악용하여 자국의 이익을 확보하려 했다. 그들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정책을 추구한 자주적 국가들, 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민족들은 인권침해나 국제법 위반으로 비난받았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자결권 원칙이 내부분열을 조장하는 데 사용되었다. 현재 미국은 공개적으로 유엔을 공격하고 있다. 미국은 안전보장이사회의 지위를 악용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집단학살 캠페인을 용인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그 어떤 비난도 막고 있다. 동시에 미국은 ‘국제법 위기'를 내세워 캠페인을 벌이며, 유엔헌장에 명시된 국제법 대신 '규칙 기반 질서’ 이론을 국제법의 진보적 성과를 훼손하고 있다. 국제법 준수를 강제하기 위한 국제적인 힘의 균형을 구축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해요소는 바로 미국이다. 국제법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글의 법칙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국제민주법률가들은 국제법의 진보적 성과를 도외시하는 모든 시도로부터 유엔헌장을 비롯한 국제법을 강력히 방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결의했다. 국제법에서의 새로운 긍정적 발전은 민중 투쟁의 결과여야 하며, 또한 과거 민중의 투쟁으로 마련된 국제법의 기반에 의존할 수 있어야 하기에 전 세계의 진보적이고 민주적인 법률가들은 현재 목격하고 있는 국제법에 대한 공격에 맞서 단결해야 한다.         역사는 지배계급이 파시즘에 의존하는 것이 그들의 전략적 약점을 드러내는 신호임을 가르쳐준다. 다른 수단이 남아 있지 않고 오직 폭력만이 남았을 때, 이는 깊은 위기임을 반증한다. 역사는 바로 이 순간에 자본주의 체제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이때 법의 지배는 더는 역할이 없으며, 결국 테러라는 결과로 나타난다. 국제민주법률가협회는 민중들의 파시즘에 대한 투쟁 이후에 탄생했다. 이는 오늘날에도 파시즘의 새로운 모습과 모든 형태에 맞서 우리 국제민주법률가들이 투쟁해야 할 역사적 책임을 의미한다. 미국이 자행하는 대만 주변에서의 반중 도발 강화와 ‘대만의 사실상의 당국에 대한 군사적·정치적 지원’을 점점 더 공개적으로 제공하며,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시도는 인류의 생존 자체에 존재적 위협, 즉 세계평화에 대한 위험을 초래한다. 자칫 글로벌 핵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현재 상황에서 평화, 전쟁, 침략 및 무장화에 반대하는 투쟁은 더욱 중요하고 필수적이다. 국제민주법률가협회는 유엔헌장에 명시된 무력 사용 금지 원칙에 헌신해 왔으며, 모든 민족의 평화 권리를 국제법적 규범으로 인정하며, 무기 경쟁에 반대하고 나토(NATO)의 해체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국제민주법률가협회는 나토와 같은 공격적 군사동맹은 국제 관계에서 무력 사용 금지 조항을 자체적으로 위반하는 것이며 따라서 국제법상 불법임을 강조하였다. 미국은 수십 년 동안 미국과 서구 제국주의의 지배에 반대하는 민족과 국가들을 대상으로 일방적인 강제 조치를 무기로 사용해 왔다. 이러한 일방적 강제 조치를 무기로 삼아 국가와 국민이 미국의 지시를 수용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유엔헌장에 명시된 국가의 주권 평등 원칙과 유엔 인권 협약 제1조에 명시된 정치적·경제적 체제를 자유롭게 결정할 권리에 반한다. 어떤 국가도 다른 국가와 정치적·경제적 관계를 발전하도록 강요받으면 안 된다. 국제민주법률가협회는 모든 국가 간의 선의에 기반한 평화적 협력을 촉구하며 이를 위해 적어도 일방적 강제 조치의 모든 치외법권 효과는 국제 관계에서 폐지되고 금지되어야 한다. 치외법권 효과는 제재 대상 국가나 국민의 주권 침해일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이 다른 국가와 협력할 자유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도 침해한다. 국제민주법률가협회는 국제범죄에 대한 면책권을 반대하며, 국제범죄 가해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책임을 추궁하는 게 더욱 중요해지고 있음을 강조하였다. 팔레스타인에서 발생한 제노사이드, 인종 청소 및 기타 인류에 대한 범죄, 대규모 전쟁 범죄를 고려할 때 이 과제는 더욱 시급하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과거 북반구의 강대국이 저지른 범죄를 조사하는 데 편향적이었고 아프리카 대륙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췄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2014년 이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고 최근 이스라엘 지도부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하는 등 용감한 조치를 취했다. 미국이 국제형사재판소의 판·검사에게 제재를 가한 것은 국제법 위반이며, 힘으로 제국주의적 지배를 유지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국제민주법률가협회는 이러한 제재를 단호히 반대하며, 이를 취소하고 그 효과를 무효화하기 위한 모든 노력에 동참할 예정이다. 국제민주법률가협회는 전 세계에서 국가 법원 관할권에 따라 이중 국적자에 대한 국가 법원의 관할권 또는 보편적 관할권 원칙에 근거해 가해자들을 재판에 회부하려는 모든 노력을 단호히 지지한다. 또한 미국과 이스라엘이 자국민이 저지른 범죄를 고발·접수 받은 국가 법원에 불법적인 압력을 가한 것을 규탄한다. 보편적 관할권은 모든 국제범죄가 억압의 두려움 없이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조사되어야 함을 요구한다. 부유하고 발전된 국가들의 규제 없는 탐욕과 무책임한 금융 관리로 인해 장기화된 경제 위기는 개발도상국 주민들뿐만 아니라 산업화 국가의 빈곤층과 소외된 계층에게도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많은 개발도상국은 국제 금융 기관들이 부과한 부당한 조건으로 인해 파산 직전의 부채 부담을 안고 있다. 노동자의 권리는 기업들의 노동조합에 대한 적대감으로 인해 이미 위협받고 있으며, 노동 규제 완화와 저임금 이주 노동력 수입 정책으로 인해 더욱 약화되고 있다. 이는 노동자의 심각한 착취를 초래하며 그들의 가정과 사회적 구조를 약화한다. 이 정책은 다문화주의의 목표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인종과 사회적 집단 간의 인종차별과 적대감을 늘린다. 여성들은 이중 착취의 피해자이며, 성별 평등 강화라는 중요한 요구는 점점 더 위협받고 있다. 어린이를 저임금 노동력으로 이용하는 비인간적 대우는 국제적 이슈가 되고 있다. 우리는 총회에서 국제민주법률가협회의 여성과 어린이 착취 반대 투쟁 강화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조직화할 권리 옹호에 대한 결의를 재확인하였다. . 또 이 자리에서 인간 존엄성, 건강 및 복지 증진과 빈곤, 굶주림, 무주택 문제와의 투쟁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자연재해 대응과 빈곤 및 개발도상국 국민에게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전염병 및 질병 예방을 위해 노력할 것을 선언하였다. 국제민주법률가들은 강력한 독립적 경제를 발전시키는 국가들의 출현을 희망으로 맞이하며, 독립적 경제 및 정치적 발전을 추구하는 민족과 국가 간에 강화된 독립심을 기반 삼아 양자 및 다자 간 수평적 협력 파트너십과 조직을 창설하고 확대·강화하는 것을 지지하였다. 나는 국제민주법률가협회의 개인 회원 자격으로 참가한 이번 총회에서 전례 없을 정도로 확산된 전 세계적인 차원의 반제국주의 반파쇼 투쟁의 줄기찬 흐름을 확인하며 큰 용기를 얻었고, 영감을 갖게 되었다. 국제민주법률가로서 이번 총회에서 제기된 국제민주법률가들의 임무와 역할을 명심하고, 다음 총회 때까지 자결권, 민중의 권리, 평화, 정의, 평등, 국제법 수호를 위해 연대하여 투쟁해 나갈 것이다.   장경욱 위원은 현재 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2025-07-24 | hrights | 조회: 490 | 추천: 4
임아연/ 인권연대 운영위원 대전광역시와 충청남도가 행정을 통합해 ‘대전충남특별시’를 내년 7월 출범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전과 충남도는 올해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인구 전국 3위, 지역내총생산(GRDP) 3위, 수출 2위의 경쟁력을 갖춘 ‘대한민국 경제과학수도, 대전충남특별시’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대전 인구 약 144만 명, 충남 인구 213만여 명으로, 대전과 충남이 통합할 경우 대전충남특별시의 인구는 360만 명을 예상하고 있다. 지역내총생산 역시 대전 54조 원, 충남 143조 원 규모로, 통합시 190조 원 규모 경제권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구성된 ‘대전·충남 행정통합 민관협의체’는 최근 대전·충남 지자체를 돌며 지역민들에게 행정통합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공론화 자리라곤 하지만, 사실상 일방적인 설득의 자리이거나 요식행위에 가까울 가능성이 크다. 대전충남특별시 관련 기사 댓글엔 “이름도 대충 지은 것 같은 ‘대충특별시’”라거나, “이럴 거면 모든 지역을 통합해 ‘전국특별시’를 만들어라”는 조롱도 나왔다. 대전과 충남에서만 행정 통합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몇 해 전부터 대구경북특별시, 부산·경남 행정통합, 부울경메가시티, 광주전남메가시티 등 서울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초광역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그야말로 지역마다 행정통합·메가시티 열풍이다. 행정통합은 두 개의 광역자치단체를 하나로 합쳐 조직, 예산, 인사, 재정권 등을 단일화하는 것인 반면, 메가시티는 각 시·도의 행정 독립성은 유지하되, 교통·산업·물류·교육 등 주요 분야를 공동 계획하고 실행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초광역주의라는 측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지역의 급격한 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한 지역소멸 위기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서울·수도권을 제외한 지자체는 행정통합과 메가시티 건설이 지역소멸의 대안이라고 여기고 있다. 지역을 통합해 인구와 경제 규모를 키우는 것이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초광역주의가 지역소멸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행정 통합을 통한 인구와 경제 규모를 확대하는 게 텅 비어가는 지역 문제를 해소할 열쇠가 될 수 있을까. 개발·투자 등의 관점에서 보면 경제 규모가 확대된다는 점에서 지역 활성화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오로지 경제성만을 고려한 시각이다. 초광역주의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수십 년 동안 추진해 온 자치·분권을 역행하는 정책이다. 서울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한다는 핑계로, 메가시티 내에서의 지역 간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 이는 인구 5만 이하의 지역의 소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행정통합이나 메가시티를 건설한다 해도 여전히 사람들은 기업이 입주하고, 개발이 이뤄지고, 문화·교육·복지 인프라가 집중되는 큰 도시로 나아갈 것이다. 결국 지역소멸은 이러한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 하나의 지역이 사라지는 것은 지구상에 오랜 시간 존재해 온 하나의 문화 또는 문명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인구와 경제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관점에서 벗어나면 작은 동네 그 자체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주민들이 주권을 가진 주민으로서 결정권을 갖고 정책효용감을 느끼며 사는 것, 곧 자치와 분권이다.   사진 출처   이러한 측면에서 충북 옥천군 안남면의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안남면은 옥천군 9개 읍면 중에서 가장 작은 면이다. 올 6월말 기준 고작 1300명이 사는 지역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자치 1번지’라고 자부할 정도로 주민들이 협력해 스스로 지역을 가꿔나가고 있다. 전국에서 주민자치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사실상 정부 정책에 따른 것으로, 이름처럼 ‘주민자치’ 실효성을 발견하기 어렵다. 위에서 아래로 정책을 시행하는 ‘탑다운’ 방식이 주는 한계다. 안남면에는 주민들이 스스로 만든 지역발전위원회가 있다. 주민들의 최종 의결기구로 주민들이 스스로 지역의 대소사를 의논하고 결정한다. 찬반이 첨예한 사안의 경우 주민들이 서로 합의하고 설득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갖고 토론한다. 국가가 결정하면, 지역 행정이 실행하고, 이장들을 통해 마을에 전달하는 기존의 방식이 아니다. 안남면 면장은 주민들이 합의해 도출한 결과에 대해 행정적·재정적 뒷받침이 가능한지 검토하고 지원할 뿐이다. 이러한 안남면의 주민자치는 대청호 물이용 기금 지원사업비 사용으로부터 시작됐다. 지역발전에 보탬이 되는 곳에 기금이 사용되기보다는 매년 소모성으로 써버리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문제의식을 느낀 일부 주민들이 주민지원사업비 중 일부라도 안남면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써보자고 제안하면서 주민 주도의 자치활동이 시작된 것이다. 안남면은 지역 발전의 밑그림을 그리는 안남의 중장기적인 발전계획을 수립하기로 하고 전문 컨설팅을 통해 안남면 농업농촌발전계획 수립, 안남면 농업 관련 조사, 안남면 관련 통계 자료 분석, 주민 교육, 안남면 발전을 위한 사업 아이디어 공모전 등을 추진했다. 지난한 토론과 회의에도 주민들은 지치지 않고 대화해 나갔다. 그 결과 전국 면 단위 최초로 배바우작은도서관을 설립했으며, 마을순환버스를 구입해 마을 구석구석 무료 버스 운행을 시작했다. 또한 친환경 학교급식단지 조성과 도농교류 활성화를 위해 친환경농산물지원센터와 배바우도농교류센터를 건립했다. 이곳에서는 로컬푸드 식당 및 숙박, 회의실 임대, 두부 가공체험 등을 할 수 있고, 콩나물 가공공장과 잡곡 도정 등 특화작물 가공사업장을 만들어 도농교류 및 면내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가공해 배바우 브랜드로 판매한다. 이밖에 인구 감소로 사라진 안남5일장을 30여년 만에 배바우 장터로 복원했다. 작은목욕탕, 노인주간보호센터 등도 주민들이 직접 기획해 운영하고 있다. 옥천 안남면의 사례에서 보듯 인구수, 경제 규모의 관점을 벗어나면 지역을 살릴 방법을 찾을 수 있다. 행정통합과 메가시티 건설로 더 큰 도시를 만드는 것이 지역소멸을 해결하고 지역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충북 옥천군 안남면의 사례는 지역신문 <보은사람들>의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임아연 위원은 <주간함양> 편집국 부국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2025-07-10 | hrights | 조회: 387 | 추천: 7
강국진/ 인권연대 운영위원   축구대표팀에서도 뛰었던 기성용이란 선수가 있다. 최근에 기성용이 소속팀인 FC서울을 떠나 포항 스틸러스로 이적한다는 뉴스가 전해지면서 축구팬들 사이에서 엄청난 논란이 벌어졌다. 공교롭게도 기성용은 유럽에서 뛸 때를 빼고는 줄곧 서울에서 뛰었던 이른바 ‘레전드’였고, 기성용을 내보낸 감독 김기동은 올해 처음 부임했다. ‘굴러온 돌이 기성용을 쫓아냈다’는 목소리가 서울 열성팬들 중심으로 울려퍼졌다. 지난 주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프로축구 K리그 서울과 포항 경기가 열리니 이래저래 분위기가 폭발하기 딱 좋은 조건이었다. 경기가 열렸던 서울월드컵경기장 분위기는 여러모로 특이했다. 경기 전부터 ‘레전드’를 존중하지 않는 서울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가득했다. 응원석에는 김기동을 비난하는 걸개그림이 곳곳에 걸려있었다. 중계화면에 김기동의 모습이 잡힐 때마다 야유가 쏟아졌다. 경기 내내 틈날 때마다 “김기동 나가!”라는 팬들의 구호가 끊이지 않았다. 정작 서울은 올 시즌 들어 가장 좋은 경기를 했다. 포항을 4-1로 꺾으며 대승을 거뒀다. 그럼에도 김기동은 웃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급기야 경기를 마친 뒤 서울 팬들이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선수들이 탄 버스를 한 시간가량 가로막고 항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사진 출처   이 소동에서 눈을 뗄 수 없었던 건, 여러모로 한국사회에서 나타나는 어떤 특정한 현상을 압축해서 보여준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기 때문이다. 이걸 뭘로 표현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거칠게나마 먼저 떠오른 말이 ‘분노 과잉 시대’였다. 어딜 둘러봐도 사람들은 화가 많이 나 있다. 대한민국에서 화병에 걸린 사람, 화병에 걸렸다는 사람, 화병에 걸릴 것 같다는 사람 찾는 건 너무나 쉽다. 당장 일요일 오전에 광화문 네거리에 가보면 화를 참지 못해 목에 핏대를 세우며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온갖 사람들에게 저주를 퍼붓는 사람들이 떼거지로 모여있다. 심지어 그 집회에서 가장 화가 많이 나 있는 사람은 (자칭) 목사님이다. 한국은 어쩌다 이렇게 “불만에 찬 시민”이 넘쳐나는 곳이 됐을까. 그 원인까지 따질 깜냥은 안되지만 다만 꼭 토론해보고 싶은 주제는 분노가 넘쳐나는 와중에 ‘존중’이라는 가치까지 외면받는 세태가 아닐까 싶다. 거칠게 표현해보면 ‘분노 과잉 시대’ 속 ‘존중 부족 사회’다. 지금은 이름을 민주노동당으로 바꿨다는 정의당에 오만 정이 다 떨어졌던 건 2022년에 의원 5명에게 총사퇴를 권고하는 당원 총투표를 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국회의원이란 존재를 그냥 몇 달 시켜보고 언제라도 쫓아내도 되는 계약직 직원처럼 생각하는구나, 정치에서도 숙련노동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구나 싶었다. 과연 다른 거대정당들은 정의당과 얼마나 다른 모습일까. 위에서 언급한 FC서울만 해도 팬들은 ‘레전드’를 존중하지 않는다며 거세게 항의하지만, 막상 선수들을 지휘하는 감독을 존중하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정치 팬덤들은 ‘직접민주주의’라는 실체가 불분명한 구호를 외치며 정치인의 전문성을 간단하게 무시해 버린다. 선거 부정론자들은 선거 관련 경험이 많은 사람들 얘기를 듣지 않고, 자신들을 재야 사학이라 주장하는 유사 역사학 신봉자들은 수십 년 역사 연구에 매진한 학자들을 속 편하게 ‘식민사학 후예’라고 매도해 버린다. 온 사회가 인공지능을 말한다. 혁신적인 인재를 길러야 한다고 외친다. 하지만 숙련노동의 가치를 존중해주지 않는데 숙련된 전문인력은 어느 세월에 육성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숙련노동에서 우러나는 통찰력에 제대로 귀 기울여주지 않는다면 육성은 해서 뭐할 것인가. 이제는 서로 서로 화를 좀 가라앉히고 상대방의 자부심을 조금씩이라도 존중해주는 게 국민건강을 위해서라도 시급하지 않을까 싶다.   강국진 위원은 현재 서울신문사에 재직 중입니다.  
2025-07-01 | hrights | 조회: 619 | 추천: 14
이재승/ 인권연대 운영위원     필자는 2022년 6월 소록도를 방문하여 이춘상 선생을 기리는 조형물의 제막식에 참석하였다. 이춘상 선생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제막식 참석 이후 이춘상 선생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하여 뭔가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는데 이제 그에 대해 쓰게 되었다. 이춘상은 소록도 갱생원에 수용된 나환자(한센인)였는데 1942년 6월 20일 갱생원의 일본인 원장 스오(周防正季)를 살해하였다는 혐의로 그해 8월 20일 광주지방법원(제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항소하였으나 10월 2일 대구복심법원(제2심)에서도 사형을 선고받고, 같은 해 12월 7일 총독부 고등법원(제3심)에서 상고가 기각되어 사형이 확정되었다. 당시 조선의 내로라하는 변호사들이 변론하였으나 무위로 돌아갔다. 일제강점기에 발생한 사건들은 많은 경우 그 진실을 밑받침할 자료가 없거나 개인적인 서사에 의존한 것이어서 진실 규명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이춘상 사건만큼 뚜렷한 증거와 맥락을 갖추고 있는 사건도 없다. 이춘상 사건은 오로지 재평가와 정당화만이 문제 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식민지 법질서에 따라 이루어진 판결이라고 하더라도 문제의 행위를 재평가할 근거를 확립하지 못한다면, 당시의 유죄판결이 합법화되거나 정상화되기 십상이다. 일제강점기에 일어난 일본인이나 친일파를 향한 범죄의 경우에는 그 목적과 동기를 중심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예컨대, 공갈이나 강도로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에도 그 목적이 독립군 활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친일 지주의 곳간을 턴 행동이라면 대한민국의 법질서는 다르게 평가해야 할 것이다. 심지어 어떤 사건에서는 돈과 물자를 자발적으로 독립군에게 희사해 놓고 나중에 발각된 경우를 대비하여 강도당했다고 미리 입을 맞춘 흔적들도 발견할 수 있다. 일제 강점기에 정치적 민족적 동기로 종로경찰서장을 살해하였다면 그 행위를 독립운동으로 분류할 수 있는 반면, 사사로운 원한 때문에 살해했다면 독립운동으로 평가하기 어려울 것이다. 동기와 목적을 중심으로 그 행위를 재평가하는 것이 과거사 정리작업의 핵심이다. 이춘상은 법정에서 “스오 원장을 죽인 것은 개인의 감정에서가 아니라 의분에 의한 것이다. 원장이 총애하는 사또(佐藤) 간호장이 원장의 앞잡이가 되어 확장공사 등 각종 사업에 동료 원생들을 혹독하게 사역시켰기 때문에 원장을 살해하여 여론화되면 이 기회에 소록도의 비참한 생활을 적나라하게 폭로 공개하여 시정을 바랐던 것이다”라고 살해 동기를 밝혔다. 2022년 여름, 이춘상 기념사업회는 소록도 공원에 그를 기리는 조형물을 설치하면서 이춘상의 항거를 독립운동으로 인정하는 데에 소극적인 국가보훈부에 대해서도 항의하였다. 기념사업회는 헌법전문에 대한민국을 3·1운동과 독립정신으로 건국하였다고 선언하는 대한 국민들을 향해 작은 동전의 외침에 공명해 줄 것을 촉구하였다.     사진 출처 원문 보러가기     이춘상에 대한 평가에 앞서 우리들이 갖는 상식적 입장을 재검토해야 한다. 아마도 1351년 도입된 영국의 반역죄법(Treason Act)은 재평가 작업에서 관념적 걸림돌을 교과서적으로 보여준다. 이 법은 아내가 남편을 살해하거나 수사(修士)가 수도원장을 살해하거나 하인이 주인을 살해하는 범죄를 일반적인 살인죄가 아니라 소역죄(petty treason)라 부르고 중하게 처벌하였다. 국가와 국왕에 대한 반역을 대역죄(high treason)라고 한다면, 작은 조직 범위 안에서 발생한 반역을 소역죄(小逆罪)로 규정한 것이다. 이러한 형벌 규정은 봉건사회의 위계구조를 엄격하게 보호하려는 가부장제적인 통치 규정이다. 한국의 전통사회도 이러한 관계에서 자행된 살인을 강상(綱常)의 법도를 파괴한 행위라며 끔찍하게 처벌하였다. 이춘상에 대한 재판과 처벌 과정에서도 소역죄뿐만 아니라 일제 식민정책을 거부하는 불충한 대역죄인이라는 관념도 필히 작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가부장제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을 치료해주는 원장을 살해하다니 천하에 몹쓸 인간’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태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제 강점기의 소록도 갱생원과 갱생원장 스오의 처사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소록도 갱생원은 근대 의료 문명의 식민지 표본이었다. 그러나 환자의 치료와 복리를 추구하는 빼어난 의료수용시설로 성급하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 조선 식민 지배의 최고위 관료이고 식민지배의 첨병이었던 스오는 수용인들에게 고문, 신체절단, 단종, 인체실험, 강제노동 등 각종 비인도적 조치를 자행하였고, 내부에 별도의 감금시설까지 두어 수용인을 자의적으로 감금하였다. 소록도 역사박물관은 수없이 많은 생체의 표본들을 통해 잔학상을 보여준다. 갱생원은 한마디로 스오의 노예장원이자 인체실험실이었다. 갱생원은 의료의 미명 아래 인도에 반하는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를 조직적으로 자행하는, 이른바 총체적 인권유린 시설이었다. 그러한 인권침해적 유산인 갱생원이 한센인에 대한 의료적 무지와 더불어 해방 후에도 온존되었고, 이러한 연속성은 갱생원과 이춘상의 항거를 단절적으로 평가하는 데에 장해물이 되었다. 또한 한센인들에 대한 일반대중의 사회적 무지와 차별이 지속되었다는 사정은 이들의 명예회복에 가장 큰 장해 요인이 되었다. 이러한 수용시설을 푸코의 통치성과 감금권력의 문제로 접근한다면 그 본질이 더욱 잘 해명될 것이다. 식민 지배의 최전선에서 문명의 나팔수로서 소황제처럼 군림하는 갱생원장 스오가 자행한 인도에 반하는 범죄 그리고 자신의 동상을 세워 수용인들에게 참배를 강요하는 행태를 주목한다면 이춘상의 원장 살해는 식민 지배와 노예화에 대한 정당한 항거로 평가된다. 일제경찰, 일본군대, 일제의 통치자들에 대한 타격만을 독립운동으로 보거나 독립군이나 사회운동가, 특별한 우국지사만을 독립운동가로 협소하게 인정하는 관행은 대한민국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국가주의다. 우리는 작은 동전들도 근원적으로 정치적 주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춘상은 ‘민족의 이름으로’, ‘내 칼을 받아라’고 갱생원장에게 지당하게 외쳤다. 그에게 독립운동가의 명예가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현재의 시각에서는 강제수용시설의 개혁을 촉구하는 선구적인 사회운동가로서의 영예도 부여해야 할 것이다. 독자들이여, 소록도에 가시거든, 소록도 역사박물관으로 발걸음을 떼어 놓으시라. 그곳에는 주인을 알 수 없는 비참한 신체의 표본들도 있지만 결혼한 지 며칠 만에 나병(한센병)으로 판명되어 생이별하게 된 부부의 애틋한 글도 남아 있다. 그들을 위로하고 위로도 받으시라.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은 시인이 되어 죽어 갔다. 이제 그 고통도 ‘한센인’이라는 용어 대신에 시인 한하운의 이름을 따라 ‘한하운인’으로 고쳐 부르면 어떨까. 독자들이여, 작은 동전들의 독립선언에 공명하고 이춘상의 명예회복 운동에 동참해 주시라! ** 소록도 한센인 피해자들과 관련해서 인권의 훈풍이 이번에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불어왔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한일 변호사들의 공동 소송 대응이 성과를 거두어 한센인의 명예 및 피해 회복이 일부나마 이루어졌고, 그 여파로 한국에서도 2007년 한센인사건법이 제정되었다.     이재승 운영위원은 현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2025-06-23 | hrights | 조회: 373 | 추천: 6
정범구/인권연대 운영위원   이재명 정부가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며 출범한 지 이제 두 주 남짓 되었다. 출범 후 이재명 정부 행보를 보며 누군가는 지난 3년 동안 윤석열 정부가 했던 일들을 3일 만에 해낸 정부라고도 한다. 많은 일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특히 휴전선에서의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여 북쪽의 상응 조치를 끌어낸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당장 휴전선 인근 주민들의 밤잠이 편해졌다. 국민의 삶에 변화를 주고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첫 국가기념일이었던 현충일에서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전쟁 걱정 없는 평화로운 나라, 일상이 흔들리지 않는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거룩한 희생과 헌신에 대한 가장 책임 있는 응답입니다.” 들어보면 지극히 정상적인 말인데 마치 처음 들어보는 명언처럼 기쁘고 반갑다. 비로소 나라의 격이 제대로 갖추어진 것 같고, “이게 나라다!”라는 소리가 저절로 입에서 나온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 앞에 펼쳐진 길이 꽃길만은 아니다. 내란 세력을 청산하는 일 외에 민생의 재건과 안팎으로 외교 안보를 굳건히 하는 일, 국민 통합을 이루어내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사를 읽어 본다. “정의로운 통합 정부, 유연한 실용 정부가 될 것”이라고 한다. 또 “국민 통합을 동력으로 삼아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한다. 국민 통합에 방점을 두며 이렇게 말한다. “낡은 이념은 이제 역사의 박물관으로 보냅시다. 이제부터 진보의 문제는 없습니다. 이제부터 보수의 문제도 없습니다. 오직 국민의 문제, 대한민국의 문제만 있을 뿐입니다.”라고 하면서 “이재명 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라고 다짐한다. 한국 사회를 오랫동안 지배해 왔던 진보/보수, 또는 “좌빨”/“꼴보수”의 의미 없는 논쟁으로부터 탈피하여 국리민복을 최우선에 두는 통합정부가 되겠다는 다짐일 것이다. 사실상 한국 사회의 진보/보수 논쟁은 그 실체가 대단히 빈약하다. 사회주의의 발상지인 유럽에서 사회주의/좌파란 “생산수단”에 대한 소유 내지 통제를 누가 할 것인가 하는 논쟁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1945년 해방 후, 통일국가 수립을 염원하던 민족주의자들까지 모두 “빨갱이”로 몰아넣던 우리나라 풍토에서, 서양과 같은 좌파 세력은 없다. 당장 사회주의를 공식적으로 표방하는 정당 하나 없지 않은가? 오랜 사회주의 전통을 갖는 독일 사회민주당이 정권에 참여하고 있고, 프랑스 사회당, 이탈리아 민주당 등이 여전히 사회주의적 가치 지향을 공공연히 내세우고 있는 유럽 상황에 비하면, 보수 정당 일색의 우리나라 정당 구조 속에서 사회주의/좌파 논쟁은 아직 공허하다. 보수 내지 우파도 마찬가지다. 서구 보수주의자들 특징의 하나는 과도한 민족주의 지향이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는 트럼프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우리 보수란 것은 어떠한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때 우리나라 우파가 보였던 행태는 어떠했나?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의 집회에 태극기 외에 성조기, 심지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등장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주의라고 이름 붙여야 하나? 극단적 반공주의를 방패처럼 내걸던 한국의 정통 보수는 사실상 극우에 불과하다.     사진 원문 보러가기     나는 이재명 정부가 표방하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욕망을 조절하는 정치”를 해 줄 것을 바란다. 앞으로 한국 정치는 국민의 “욕망을 부추기는” 세력과 “욕망을 조절하는” 세력 간의 경쟁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용도 없고, 실체도 없는 진보/보수 논쟁보다는 오히려 정치가 국민의 욕망에 어떻게 대응해 나가는가 하는 것을 기준으로 진영이 나뉘어졌으면 좋겠다. 과거 재벌 위주 압축 성장을 추진하던 시기, 이른바 “낙수 효과” 운운하면서 소수 기득권층의 욕망 채우기에 앞장섰던 군사 정권이나 보수 정권의 모델을 따를 것인지, 아니면 모든 경제 참여계층 간 공정한 욕구 조절을 통해 경제를 활력 있게 만들어 나가는 조절 모델을 따를 것인지 지켜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전체 고용의 87% 가까이 책임지는 중소기업이 대기업과의 관계에서 현재와 같은 종속적이고 수탈적인 관계를 벗어나 공정한 경쟁과 협력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인지, 어떤 정치세력이 이를 가능하게 하는지 지켜보는 것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자랑하지만 여전히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죽고, 떨어져 죽는 산재 후진국을 어떤 정치집단이 해결해 내는지 보자는 것이다. 선거에서 보여주는 유권자들의 반응은 이율배반적인 경우가 많다. 이상기후를 걱정하고,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지만, 막상 선거 현장에서 친환경 구호를 내세우는 후보, 생태적 도시 건설을 위해 녹지 공간 확보를 주장하는 후보자는 표를 얻기 어렵다. 대신 재개발 확대와 각종 개발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가 표를 끌어간다. “부자 되세요~”가 시대적 화두처럼 되었던 2007년, 기업인 출신 이명박은 부자가 되고 싶은 국민의 욕망에 힘입어 2위 정동영 후보를 500만 표 이상의 압도적인 차이로 누르고 당선되었다. 그 시절, 전 국토는 “4대강”, “한반도 대운하”의 거대한 공사판이 되어 5년 내내 덤프트럭의 자욱한 흙먼지 속에 잠겨 지냈다(그러나 개발을 그토록 강조했던 이명박 정부 5년간 평균 경제성장율은 3.2%로, 앞선 노무현 정부 4.5%보다 못했다. 평균 수출 증가율은 노무현 정부 평균 18.2%였지만 이명박 정부 9.1%였다). 2008년, 18대 국회의원 총선거 수도권 표심을 결정지은 것은 은평 뉴타운을 비롯한 뉴타운 건설 붐이었다. 뉴타운 건설을 공약했던 한나라당이 서울 전체 48개 지역구 중 41곳에서 승리했다. 정치의 가장 일차적 책무는 공동체의 통합과 유지이다. 5,200만 인구가 대한민국 호라는 한 배에 타고 있지만 각자의 욕망은 다양하고 끝이 없다. 개인으로서는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는 것이 목적에 부합하는 행동이겠지만, 공동체 전체로 보아서는 조정이 필요하다. 욕망을 여하히 공정하게 조절하는가 하는 것이 올바른 정치세력의 태도일 것이다. 자신들의 권력 장악을 위해 무책임하게 특정 집단의 욕망을 부추기거나 왜곡하는 세력은 통합을 유지할 의지나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진보의 문제도, 보수의 문제도 없다. 오직 국민의 문제, 대한민국의 문제만 있”다고 선언한 이재명 정부는 “표”를 따라 무책임하게 국민의 욕망을 부추기는 정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대중의 욕망과 때로 충돌하더라도 공동체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기꺼이 국민의 욕망을 조절해 주는 정부, 그리하여 진정으로 국민이 모두 승자가 되는 국민주권 정부가 되어야 한다.     정범구 위원은 장발장은행장으로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2025-06-18 | hrights | 조회: 268 | 추천: 5
  서보학 / 인권연대 운영위원   작년 12월 3일 밤 윤석열의 내란 시도가 있은 후 마치 6년 같았던 6개월을 보내고 6월 4일 민주정부가 출범하였다. 국민투표로 이재명 대통령이 선출되기까지 헌법재판소 탄핵결정 지연, 윤석열 석방 등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마지막 고비는 지난 5월 1일에 있었던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쿠데타 시도였다. 주권자인 국민이 투표로 나라의 지도자를 선출해야 하는 시기에 조희대 대법원장과 그의 지시를 충실히 따른 9명의 대법관들은 이재명 후보의 피선거권을 박탈하기 위한 음모를 획책하였다. 다행히 이들의 계략을 눈치챈 민주 시민들의 들불 같은 저항과 민주당의 강력한 대응 앞에서 조희대의 사법쿠데타는 실패하였다. 이 사건으로 주권자인 국민의 주권 행사를 제약하려 시도했던 조희대와 9명 대법관들의 오만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민주공화국의 헌법질서에 비추어 사법부의 독립은 주권자인 국민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만 보장되는 것임이 명백하다. 향후 대대적인 사법개혁을 통해 국민들과 동떨어져 독립공화국을 구축하고 있는 사법부에 대해 주권자인 국민들의 감시와 통제를 대폭 강화하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사법쿠데타가 완전히 진압되지 않았고 진행 중임을 명심해야 한다. 현재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해 진행 중인 형사재판은 5개나 된다(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대장동·백현동·성남FC·위례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법인카드 유용 의혹). 필자는 이 모든 사건이 윤석열 검찰에 의해 조작된 것으로 판단한다. 그동안 대선 때문에 공판이 중단된 상태에 있었으나 법원의 판단에 따라 언제 재판이 재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음 주 6월 18일에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파기환송심 공판일정이 잡혀 있었으나 다행히 재판부가 추후지정연기(무기한 연기)를 공지한 상태이다. 다른 4개의 재판부도 동일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다. 즉 대통령은 내란죄 또는 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 목적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의 안정성과 직무수행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정치적 목적으로 대통령을 형사소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에 있다. 그런데 헌법 제84조의 ‘소추’가 기소만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재판까지 포함하는지에 대해서 학계와 법조계의 해석은 나뉘고 있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0% 이상이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응답하고 있다. 생각건대 소추에는 당연히 새로운 기소뿐만 아니라 기소 후의 재판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 헌법학자 다수도 그렇게 해석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84조의 규정취지에 대해 “국가의 원수로서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하는 지위에 있는 대통령이라는 특수한 직책의 원활한 수행을 보장하고, 그 권위를 확보하여 국가의 체면과 권위를 유지하여야 할 실제상의 필요 때문에 대통령으로 재직 중인 동안만 형사상 특권을 부여하고 있음..”(헌법재판소 1995.1.20. 94헌마246 결정)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의 해석에 따른 헌법 제84조의 규정취지를 고려할 때 국가의 원수로서 대통령은 내란죄·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어떠한 형사재판도 받지 않는 직무상의 특권이 보장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게 해석하지 않는다면 대통령 선거 전 검찰에 의해 정치적 목적의 기소가 이루어질 경우에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형사재판을 피할 수 없고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수행에 현저한 방해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법정에 서서 형사재판을 받는 대통령은 모든 공적 권한의 정점에 서 있는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아니라 법원의 눈치를 살피는 약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국정과제나 사법개혁 등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주권재민을 최고의 원칙으로 삼고 있는 헌법은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의 머리 위에 존재하는 대법원장과 판사들의 존재를 상정하지 않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내란죄·외환죄를 제외하고 법정에 서는 경우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 의해 탄핵소추되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정에 서는 경우 외에는 있을 수 없다. 이것이 올바른 헌법 해석이다.     사진 출처: 원문 보러 가기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헌법 제84조에 대한 별도의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이후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국회에 나와 이 문제에 대해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이 계속될지 여부는 개별 재판부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답한 바 있다. 개별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국정운영의 혼란이 야기되어도 방치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것이다. 사법부에는 대법관 전원으로 구성된 사법행정 최고의결기관으로서 ‘대법관회의’가 있다. 대법관회의는 법원운영에 관한 중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기관이다. 대법관회의는 법원의 조직, 인사, 예산, 회계, 시설 관리 등 법원운영에 필요한 사법행정 전반을 담당하며, 판사의 임명 및 동의, 대법원 규칙의 제정·개정, 판례의 수집·간행, 예산 요구 및 지출 등 법률에서 정한 대법관회의 의결 사항 및 대법원장이 특히 중요하다고 인정하여 회의에 부치는 사항을 심의·의결한다. 이미 오늘날과 같은 사태가 예견되었기 때문에 조희대 대법원장은 진작에 대법관회의를 열어 헌법 제84조에 따라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은 임기 만료 시까지 중단된다는 원칙을 확인하고 이러한 원칙을 준수하도록 일선 재판부에 지시하는 것이 마땅하였다. 그러나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를 일선 재판부의 책임으로 미루면서 끝까지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운영 발목을 잡겠다는 속셈을 명백히 드러내었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반란은 현재도 진행중인 것이다. 이번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재판부의 무기한 공판 연기 결정은 잠정적인 성격을 가진 것으로서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되지 못한다. 재판부가 바뀌면 새로운 재판부가 언제든지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3-4년이 지나 현 정부에 대한 민심의 지지도가 떨어진다고 판단하면 법원이 기습적으로 공판재개를 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실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낼 수밖에 없는데 결국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의 운명을 소수의 법복 귀족들이 다시 결정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특히 공직선거법 사건과 관련하여 파기환송심 공판이 재개되면 환송심은 대법원의 유죄 취지에 기속되어 유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는데, 이 재판이 대법원에 재상고되어 최종 유죄가 확정될 경우에는 매우 복잡한 법리적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지난 대선에서의 허위발언 때문에 피선거권이 박탈될 경우, 이번 21대 대선 결과도 무효가 되는지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는 시급히 형사소송법을 개정하여 현직 대통령에 대한 모든 형사재판은 임기 종료 시까지 중단되도록 법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방탄입법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이것은 헌법정신에 따라 대통령의 차질 없는 국정수행을 보장하기 위한 입법이기 때문에 공익상 당연히 요청되는 입법이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 법원 홈페이지 갈무리     다음으로는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에서 '행위'를 처벌의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또는 제1항을 삭제하는 법률개정이 즉시 이루어져야 한다. 이 법규정이 존재하면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이후에 당선무효형의 유죄가 선고되어 5년간 대통령의 모든 국정수행이 소급하여 무효가 되는 전대미문의 혼란과 참사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의 ‘행위’에 관하여 “후보자의 자질, 성품, 능력 등과 관련된 것으로서 선거인의 후보자에 대한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줄 만한 사항으로 한정된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여 ‘행위’의 의미·내용을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으나, 후보자의 자질, 성품, 도덕성을 평가할 수 있는 ‘행위’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일반인 및 공직후보자가 정확하게 무엇이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알기 어려운 법문언은 일반적 행위규범으로 기능하기 어렵고 사법기관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처벌 여부가 결정될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법문에서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위헌적인 법문언인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방안은 선거운동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주권자의 선택권을 무시하는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을 폐지하는 것이다. 제1항은 후보자 스스로가 본인의 당선을 위해 자신을 과대 선전하거나 치부를 부인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그런데 공론의 장인 공직선거에서 후보자의 과대 선전이나 감추고 있는 치부는 즉시 언론의 감시나 상대방 후보자 측에 의해 검증되고 반박되어 드러나기 마련이다. 상대방을 허위사실로 중상모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과대 포장하고 자신의 약점을 감추는 정도의 발언은 언론의 검증과 유권자의 판단에 맡기고 굳이 사법기관이 개입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다. 게다가 검찰은 지난 20대 대선에서 후보자들의 발언에 대해 전혀 기소권을 공정하게 행사하지 않았다. 당선된 윤석열의 허위발언은 눈감아 주고 낙선한 야당 후보자의 발언만을 문제 삼아 법정에 세웠기 때문이다. 이미 언론보도 등을 통해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지난 대선에서 자신과 가족에 대해 허위사실을 가장 많이 발언한 후보자는 윤석열이었다. 부인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실에 대해 거짓말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윤석열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수사하거나 기소하지 않았다.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에 근거해 검찰이 공직선거 결과의 유·무효와 당선자·낙선자의 정치생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자의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공직선거를 통해 표출된 주권자의 선택이 검찰·법원에 의해 무시되고 뒤집힐 수 있도록 하는 허위발언죄는 국민주권이 최고의 가치인 민주공화국의 헌법 이념에 맞지 않는 선거법 조항이다. 제250조 제1항에서 행위가 처벌대상에서 삭제되거나 제1항 자체가 폐지된다면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은 면소판결로 종결된다. 이번 기회에 국회가 민주주의 선거제도의 이념에도 부합하지 않고 남용의 위험성이 큰 문제 조항을 개정하여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새 정부가 하루빨리 법원에 의한 사법쿠데타의 염려를 털고 민생회복과 사법개혁을 포함한 사회대개혁에 힘 쏟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서보학 위원은 현재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2025-06-10 | hrights | 조회: 392 | 추천: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