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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산책’에는 박록삼(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박상경(인권연대 회원), 서보학(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윤(경찰관), 이재환(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책임관), 조광제(철학아카데미 대표), 황문규(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소비위축의 시대, 지역화폐의 쓰임새(이재환)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3-03-14 10:06
조회
222

이재환 / 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책임관


 

 


출처 - 셔터스톡


 

근 3년간의 코로나19 시국 이후 이곳저곳에서 내놓는 경제 전망은 음울하다.


지난 2월 KDB산업은행의 2023년 국내 물가 및 고용 전망에 따르면, 국내경제는 글로벌 고금리, 고물가, 저성장 환경 하에서 소비·수출 둔화와 투자 위축으로 1.9%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소비는 소비심리 악화 지속과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가계의 실질 구매력약화로 2.3%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물가는 민간소비 감소와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상승폭은 축소되겠으나, 물가안정목표를 상회하는 3.4%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은 수출 부진 및 민간소비 위축으로 고용 여건이 악화되고 전년도 증가의 기저효과로 취업자 수 증가가 제한되어 실업률은 3.2% 수준으로 전망된다.


민생과 직결되는 물가는 2022년 대비 상승세가 완화될 것으로 예측되나 여전히 안정이 필요한 상황이며 고금리현상과 관련하여 소비심리를 위축할 가능성이 크므로, 관련 대응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지목했다.


아울러, 소비의 위축은 기업의 생산량․수익 감소, 고용률 저하, 구조조정 등 경기침체와 실업사태를 유발 할 수 있으므로 경제적 취약계층을 위한 긴급복지정책과 고용정책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고 밝히고 있다.



경제 관련기관의 예측 이전에 현장의 우려는 더 직접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말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소상공인 경영환경 전망 및 경영애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2023년 경영환경이 올해보다 어두울 것으로 내다봤다.


경영환경이 2022년보다 올해 악화될 것으로 전망한 소상공인은 56.0%였으며, 다소 악화 47.7%, 매우 악화 8.3%로 순으로 집계됐다.


악화를 우려하는 이유는 고물가에 따른 원가 상승과 수익 감소(52.4%), 기준금리 인상 등에 따른 대출상환 부담 증가(38.7%), 온라인·디지털화 등 급변하는 산업환경에 대한 대응능력 부족(8.9%) 등이 꼽혔다.


경영환경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한 소상공인은 10.3%에 불과했으며, 다소 개선 10.0%, 매우 개선 0.3%로 조사됐다. 개선 기대 요인으로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및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전망(77.4%), 새 정부의 다양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책 도입(12.9%), 향후 고금리․고물가 추세 완화에 따른 경영비용 감소(9.7%) 등 순이었다.


장황하게 경제 분석 및 여론조사 결과를 들이밀었지만, 요약하자면 코로나19 이후 고금리, 고물가,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며 물가는 오르고 소비는 위축, 후속 여파로 고용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경제는 심리라고 하는데 경제 주체들의 위축 심리가 큰 것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이처럼 경기침체라는 해일이 눈앞에 닥치는 상황에서 어떤 정책적 대안이 추진되고 있는지 경제주체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겠지만, 그 중에서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을 잘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지역화폐는 1930년대 초 오스트리아 티롤(Tyrol)의 뵈르글(Worgl) 마을에서 대공황의 여파로 실업자가 증대하자 마을회의를 거쳐 지역 저축은행 차입금을 담보로 지역일자리에 대한 보상으로 법정화폐 임금대신 ‘노동증명서’ 형태의 지역화폐를 지급한 것으로 시초로 본다.


또 1980년대 초 오일쇼크로 인해 북아메리카 지역의 경제 불황이 극심해진 시기,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주 코목스 벨리(Comox Valley)에서 최초의 LETS(Local Exchange Trading System)가 사용되었으며, 이 ‘렛츠’ 지역화폐는 근대적 지역화폐의 시작이었다.


이처럼 지역화폐는 경제 불황기에 그 빛을 발휘하게 된다. 경기불황과 소비위축이 반복되며 돈이 풀리지 않을 때 축적(이자) 없이 교환에 중점을 두고 소비 활성화를 목적으로 효과를 본 것이 지역화폐이기 때문이다. 돈이 안돌면 돌게 만들자!



지역화폐 시루와 텅빈 상권


 

일각에서는 지역화폐가 전국적으로 활성화되면 인플레이션에 의한 화폐가치 하락 등을 우려하지만, 한 해 유동성 현금이 수 천조 원 돌고 있는 현실에서 지난해 불과 27조 원이 돌았던 지역화폐가 인플레이션을 일으킨다는 것은 과대망상에 가깝다.


무엇보다 국내 지자체 주도 지역화폐는 법정화폐와 1대 1로 연동(태환)되는 보완화폐로 지자체가 마구 찍어내는 돈이 아니다. 인센티브 분을 제외하고 화폐가치의 하락을 이끌 개연성이 없다.


지역화폐가 소비를 촉진하고 지역에 돈이 돌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과한 것도 문제다. 이를테면 난방비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상에 대한 지원을 강구하면서 지역화폐 할인율 또는 캐쉬백을 대폭 상향하는 것은 정책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지역화폐는 현금으로만 구매가 가능해 난방비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상자들보다 현금 구매능력이 높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집중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역화폐가 만사형통은 아니다. 하지만 경제 위기를 타개할 하나의 도구로 그 쓰임새를 역사에서 검증 받아왔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지역화폐를 통해 오롯이 민생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지혜를 모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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