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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와 경찰(이윤)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3-05-01 09:14
조회
255

이윤 / 경찰관



어떤 영화에서 범죄 현장에 온 검사에게 경찰이 거수경례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검사가 범죄 현장에 나오는 것이나 그 검사에게 경찰이 거수경례하는 것이 생소한 모습이라서, 나에겐 햄버거 가게에서 숭늉을 본 것 같은 위화감이 느껴졌는데, 다른 사람은 어떻게 느낄지 궁금했다. 웃자고 만든 작품을 다큐로 받아들이는 꽉 막힌 사람으로 여겨질까 봐 묻고 다니지는 않았다. 그러나 드라마 속 고부 관계를 보고서 모든 시어머니가 그렇다고 착각 또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검사를 경찰의 상급자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을 테니, 소속과 기능상 차이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겠다.


 


 

○ 소속


검사와 경찰 모두 행정부 소속 공무원이다. 이때 행정부란 입법부, 사법부와 대비되는 행정부다. 검사 소속이 사법부라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도 있다. 사법부는 재판하는 기관이고, 검사는 행정부 공무원으로서 국가를 대신하여 법원에 형사재판을 청구하는 사람이다. 검사를 ‘준사법기관’이라고도 하던데 아마도 한국 검사는 기소할 것인지 불기소할 것인지를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고(기소편의주의), 영장을 법원에 청구할 것인지 결정하는 권한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영·미에서는 선발된 시민이 기소여부를 결정하는 기소대배심을 운영함으로써 정부의 기소재량권 남용을 제한한다. 독일에서는 충분한 범죄혐의가 있으면 반드시 기소해야(기소법정주의)한다.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해야 하는데, 한국 검사는 기소 여부 결정 과정을 공개하지도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오히려 ‘초사법기관’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검사는 법무부 외청인 검찰청 소속 국가공무원이고, 경찰은 행정안전부 외청인 경찰청 소속 국가공무원이다. 즉 엄연히 다른 조직에 소속되어 있다. 그러므로 검사는 경찰의 상급자가 아니다. 다만 2021년 이전에는 형사소송법이 검사에게 ‘수사’업무에 관하여 경찰을 지휘할 수 있었으므로 마치 상급자인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었겠다. 그러나 그때의 지휘도 범죄 사건에 대한 지휘일 뿐이고, 군대에서 상급자가 하급자를 지휘하는 것과는 달랐다. 현실 세계에서 검사에게 거수경례하는 경찰관은 보거나 들은 적이 없다. 지금은 수사에 관해서도 협력관계이니 더욱 그러하다.



 

○ 기능


검찰청법에 규정된 검사의 직무는 일정 범위의 수사, 공소 제기 및 유지, 재판 집행 지휘·감독 등이다. 즉 범죄에 대해 증거를 수집하고, 범인을 검거하고, 법원에 재판을 청구한 후 유지하고, 선고된 형을 집행하는 등 형사절차 전반에 권한을 가지고 직무를 수행한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 규정된 경찰의 직무는 범죄 예방·진압 및 수사, 범죄 피해자 보호, 경비·경호, 대간첩·대테러, 교통 단속과 위해 방지 등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 보호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앞에 가는 사람 도둑~놈, 뒤에 가는 사람 경~찰”이라고 부른 노래는 경찰이 도둑 잡는 사람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경찰은 도둑 잡는 것 외에도 도둑질을 미리 예방하는 일과 기타 공공의 안녕과 질서 유지에 필요한 일을 더 많이 한다.


 

검사는 수사, 기소, 재판, 형집행이 직무이므로 이미 발생한 범죄 사건에 관여한다. 경찰은 수사 외에도 범죄 및 기타 위험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순찰, 홍보, 정보수집과 제공, 경고, 억류, 피난, 보호조치 등 사전 예방 활동을 한다. 그런데 수사가 아닌 예방을 위한 조치임에도 검사가 관여하는 부분이 있다. 가정폭력·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임시조치와 스토킹 범죄자에 대한 잠정조치는 재판을 위해 신병을 확보하는 체포나 구속과는 다르다. 장래에 다시 범행을 저지를 위험성이 높아서 이를 예방하여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가해자를 분리하는 예방조치이기 때문이다. 이런 예방적 조치까지도 경찰은 검사에게 신청만 할 수 있고, 법원에는 검사만이 청구하게 해 놓은 것은 수사를 포함한 모든 경찰 활동에 검사가 관여하고 싶어 하기 때문은 아닌지 의문이 생긴다. 그 과정에 결정이 늦어짐으로 인한 피해는 국민 몫이다.



관련 업계에 종사하거나 특별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검찰과 경찰을 같은 조직인 줄 헛갈리기도 한다. 무슨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려면 우선 그 대상을 잘 알아야 한다. 21년 이전에 검사에게 전적으로 수사권과 지휘권이 있었음에도, 잘못된 수사에 대한 책임과 비난이 오롯이 경찰 몫이었던 이유에는 이런 관계에 대한 무지도 포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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