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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산책’은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수요산책’에는 박록삼(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박상경(인권연대 회원), 서보학(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윤(경찰관), 이재환(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책임관), 조광제(철학아카데미 대표), 황문규(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누가 우리의 이웃입니까?” (이은규)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21 11:47
조회
199
이은규/ 인권연대'숨' 사무국장

성서에 착한 사마리아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율법교사가 예수에게 묻습니다. “어떻게 해야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습니까?”
예수는 그에게 묻습니다. 율법에는 어떻게 쓰여 있으며 당신은 그것을 어떻게 읽었는가 하고.
율법교사는 답합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하였습니다.”
예수는 그에게 말합니다. “옳게 말하였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그러면 당신이 살 것입니다.”(물론 성서에서는 예수가 하대를 합니다만 글쎄요 제가 아는 예수는 상대방에게 존대를 했을 것입니다.)

영원한 생명은 다른 새로운 무엇을 얻음에 있는 것이 아니며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것, 그 앎을 실천하는 데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렇습니다. 진리는 앎과 삶이 일치하는 가운데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네 삶이 이러하기를 바랍니다.
시절이 시절인지라 정치인들 특별히 대통령후보로 나선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당신들이 알고 있는 대한민국의 법대로, 헌법대로 행하십시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는 이렇습니다. 다들 잘 알고 계시겠지만 굳이 여기에 옮겨봅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당신들의 상식에 기대했으면 좋으련만 그 상식이라는 것이 자신의 삶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니 할 수 없이 헌법대로 행하라는 당부의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국가 권력에 대한 견제로서의 법과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권과 복지,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헌법적 가치가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너무 큰 기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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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통령 선거의 유력 대선주자 3인방인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
사진 출처 - 뉴시스


율법교사는 다시 묻습니다. “그러면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이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예수는 착한 사마리아인을 이야기 합니다.
다시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봅시다.
어떤 사람이 길 위에서 강도를 만나 초주검이 되었습니다. 마침 어떤 사제가 그 길 위에서 강도당한 사람을 보고서는 길 반대쪽으로 지나가 버렸습니다. 레위인도 마찬가지로 그를 보고서는, 길 반대쪽으로 지나가 버렸습니다. (당시 레위인들은 종교행사를 관장하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여행을 하던 한 사마리아인은 그를 보고서는, 가엾은 마음이 들어 그에게 다가가 상처를 싸매주고, 자기 노새에 태워 여관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 주었습니다. 이튿날이 되자 그는 떠나면서 여관주인에게 말합니다. '저 사람을 돌보아 주십시오. 비용이 더 들면 제가 돌아올 때에 갚아 드리겠습니다.'

예수는 이야기를 마친 후 율법교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이 세 사람 가운데에서 누가 강도를 만난 사람에게 이웃이 되어 주었다고 생각합니까?”
율법교사가 대답합니다. “그에게 자비를 베푼 사람입니다.”
예수는 그에게 말합니다. "가서 당신도 그렇게 하십시오."

율법교사는 적잖이 당황하였을 것입니다. 예수의 말에 의하면 사제도 레위인도 아닌 사마리아인이 이웃이기 때문입니다. 뭇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특권을 행사하며 살고 있는 사제와 레위인이 아니라 근본도 없는 사마리아인이 이웃이라니.
당시 사마리아인들은 유대인들에게 몹시도 천박한 족속이라 여겨진 사람들입니다. 예수가 말한 이웃은 종교와 족속을 떠나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 대한 연민으로 자비를 행하는 사람, 그들이 이웃이라는 말씀이며 그처럼 행하며 살라는 말씀입니다.

누가 우리의 이웃입니까?
그리고 우리는 어떤 이웃일까요?
예수의 말씀에 의하면 종교와 체제, 지역과 빈부의 차이을 벗어나 자비행을 하는 사람들이 지금 우리들의 이웃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우리들의 삶이 이와 같은 자비를 행하며 살고 있다면 우리는 참 좋은 이웃일 것입니다.

그래요 시절이 시절인지라 다시 한 번 정치인들, 특별히 대통령후보로 나선 사람들에게 말하고자 합니다. 당신들은 어떤 이웃입니까? 길 위에 방치된 사람의 상처를 싸매주고 돌보아 주며 그에 따른 비용을 갚아주는 이웃이 당신들이기를 바랍니다. 세계인권선언 제1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 인간은 천부적으로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으며 서로 형제애의 정신으로 행동하여야 한다.” 이러한 삶을 사는 사람, 그들이 당신들이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정치가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커서 어쩔 수 없이 기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특히나 여섯 아이를 둔 부모 된 사람의 책임과 의무로서 드리는 말씀이니 제발 귀담아 들으시기를.

그리고 여기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묻겠습니다.
“누가 우리의 이웃이며 우리는 어떤 이웃입니까?”
깊은 연민으로 맺어진 사람과 사람의 연대에 목마른 시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