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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에도 봄은 오는가? (홍미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21 11:46
조회
292

홍미정/ 단국대 GCC 국가연구소 연구교수



○ 사우디 시위대의 구호는 무엇인가?

2011년 1월 이후 2012년 10월 현재까지 크고 작은 시위가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2012년 7월 14일 리야드 북부에 위치한 까심 지역에서 정치범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던 수감자 가족 여성들 10명이 체포되었다. 이와 유사하게 재판 없이 수감된 정치범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들이 7월 23일 까심 지역에서, 25일 리야드에서, 28일 메카에서, 8월에 메카 행정 구역에 속하는 타이프, 동부 지역에 위치한 담맘 등지에서 산발적으로 계속되었다.

개혁을 넘어서 혁명을 촉발시킬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박탈감, 정치적 억압, 부패는 사우디아라비아에도 모두 존재한다. 시위대가 내세우는 구호는 ‘재판 없이 수감된 정치범 석방, 부정부패 척결, 실업 문제 해소, 종파적인 차별 종식, 바레인에 파견된 군대 철수’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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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행정 구역


놀랍게도 전 세계 석유 수출량의 25퍼센트를 차지하는 석유 부국 사우디아라비아 왕국 시민들이 개혁을 주장하며 내세운 구호들이 가난한 공화국들인 튀니지, 이집트, 예멘, 시리아 시민들이 내세웠던 구호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워싱턴 소재 걸프 문제 연구소 소장, 알리 알 아흐마드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부정부패에 따른 시민들의 곤경 상태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부패는 최악의 상황이고, 관리들은 시민관련 업무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75년 전부터 지금까지 석유 수익으로 5조 달러 이상 벌었다. 이 금액은 엄청난 것이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시민들의 생활양식을 전혀 변화시키지 않았다.”

○ 교사들이 시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작년부터 실직 상태의 교사들은 정규직 일자리를 요구하면서 수도인 리야드, 메카 행정 구역에 속하는 사우디 제 2의 도시인 제다와 타이프, 타북 등지에서 산발적인 시위를 벌였다. 2011년 1월 9일, 250명의 실직한 대학 졸업생들이 수도 리야드에서 시위를 하면서, 정부가 자신들을 위하여 일자리를 창출할 때까지 시위를 하겠다고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리는 실직한 교사들이다. 우리는 교육부 앞에서 평화적으로 시위를 하고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시위를 하고 싶지만, 경찰들이 우리를 해산시키고 있다.”

시위자들은 국립 학교에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교육부 관리들에게 요구하였다. 시위대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교육부 관리들은 곧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우리에게 약속했다. 만약 그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다른 시위를 할 것이다. 사립학교 교사들의 월급은 2천 리얄(약 533달러)이다. 반면 국립학교 교사들은 한 달에 8천 리얄을 받는다.” 이러한 사우디 사립학교 교사들의 월급 수준은 이스라엘의 점령 통치하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교사들의 수준보다 낫지 않다.

○ 높은 청년 실업과 저임금 노동자

사우디 시민의 약 70%는 30세 미만인데, 많은 청년들이 실업 상태다. 석유 부국 사우디아라비아가 10퍼센트(비공식적으로는 30퍼센트)가 넘는 실업문제로 씨름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 수치는 이집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집트, 튀니지, 리비아, 예멘, 시리아에서 혁명은 높은 청년 실업률이 가장 중요한 요인들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사우디 시민들의 일자리 중 약 90%는 공공 부문이 차지한다. 민간 부문 일자리의 90%는 약 8백만 명의 외국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외국 노동자들은 고급 기술이 필요한 고임금 일자리나 혹은 사우디 시민들이 천시하는 저임금 일자리를 채우는 경향이 있다.

민간 부문에 근무하는 사우디 시민들은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들과 경쟁하고 있다. 이러한 사우디 시민들은 겨우 생계유지가 가능한 수준의 보수를 받는 택시 운전수, 개인 안전 요원 등 저임금 노동자로 내몰린다. 이제 외국인들이 거의 도맡았던 저임금 일자리를 사우디 시민들이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 왜 동부 지역에서 격렬한 시위가 발생 하는가 ?

2011년 1월부터 2012년 9월 말까지 시위 도중 18명이 사망하였으며, 사망자들 대부분은 동부 지역에서 시위도중 발생하였다. 동부 지역은 사우디 유전 중 90퍼센트 이상이 위치한 곳으로 사우디 전체 주민의 10-15퍼센트를 차지하는 시아파들이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지역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아파는 1913년 사우디 왕가가 정복전쟁으로 이 지역을 점령하기 훨씬 이전부터 거주해 온 동부 지역 토착민들이다. 그런데 사우디 종교 정책을 주도하는 와하비 성직자들은 시아파를 불신자들로 규정한다.

2012년 7월 8일 시아파 성직자 니므르 니므르가 시위 도중 다리에 총상을 맞고 경찰에 체포된 이후 동부 지역에서의 시위가 격화되었다. 그가 체포되던 날, 시위 도중 보안대가 쏜 총을 맞고 3명의 남성이 사망하였다. 시아 공동체 지도자들은 사망자들의 장례식이 유혈분쟁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주민들과 보안대 양 측에 자제할 것을 호소했다. 현재 니므르 니므르는 고문을 당하면서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다.

2009년 2월 사우디 정부는 중요한 개혁을 수행하기 위하여 ‘최고 울라마 위원회’를 구성하였다. 그러나 시아파 대표는 이 위원회에 포함되지 못했다. 또 시아파는 장관, 대사 등 주요 요직에 임명되지 않았으며, 시아파 밀집 지역인 동부 지역 위원회에서도 15명의 위원 중 단 한 명만이 시아파 소속이다. 경찰과 군대에서도 시아파는 거의 배제되고, 공공 부문에서 승진 기회는 거의 없다. 이렇게 제도적으로 차별대우를 받고 있는 시아파가 사우디 정부에게 요구하는 개혁 내용은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의 시민으로서 평등권 확보다.

○ 사우디 정부의 개혁 조치와 분파주의 담론은 성공할 것인가?

사우디 정부는 시위 금지법, 경제적 보상, 보안대와 경찰력 강화, 反시아파 담론 등으로 대중 시위를 촉발시키는 동기를 효과적으로 무력화시키는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시위로 분출되는 시민들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하여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경제, 사회, 보건 및 교육 혜택의 패키지를 실행시키고 있다. 이는 주택, 직업, 보건시설, 복지 서비스 부족에 대한 당면한 불만을 완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위기의식을 느낀 정부는 2011년 12월부터 실업 수당 제도를 도입하여 한 달에 533달러씩 1 백 만 명 이상의 실직자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또 공무원들에게는 2개월 치 봉급을 더 지급하고, 고위 군인들을 승진시키며, 수 천 개의 병원 침대 등을 새로 설치한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5년에 걸쳐 50만 채의 주택과 보안대와 군대에서 6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기로 약속하였다. 군인과 경찰의 막대한 충원과 시위대를 감시하는 보안대에 대한 아낌없는 보수는 사우디 젊은이들을 무장시키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중 봉기라는 당면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는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반시설 건설을 위해서 4천억 달러라는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와하비 종교 지도자들은 석유가 풍부한 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집중적인 시위에 대해서 시아파에게 그 책임을 돌리고, 경건한 수니 국가에 대항하는 시아파 이란의 음모라고 설명하면서, 통치자를 지지하도록 요구했다. 시아파에 반대하는 와하비 전통은 사우디 내부의 반체제 인사와 외부의 적에게 대항하는 매우 효과적인 정책이다. 시아파 대 수니파의 투쟁이라는 분파주의 담론은 사우디 주민의 다수를 구성하는 수니파 내부의 결속을 다지면서, 시아파의 저항운동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수니파 대 시아파의 투쟁이라는 널리 퍼진 담론은 현재 진행 중인 시리아 내전 해석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