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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과 카타르의 부상- 사우디왕가의 리더십 그리고 미국 (홍미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7 10:08
조회
203

홍미정/ 단국대 GCC 국가연구소 연구교수



민주화를 요구하는 ‘아랍의 봄’의 결과 중동 및 북아프리카에서 세속적 독재 정권이 붕괴되면서 튀니지와 이집트에서는 온건한 이슬람주의자 정당들이 권력을 장악하였다. 이 과정에서 걸프 지역 강국들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가 대상 국가에 따라 때로는 함께, 때로는 서로 다르게 이슬람을 내세운 서로 다른 정당들에게 정치 자금을 제공하면서, 수니 이슬람 세계의 주도권에 대한 경쟁이 불붙고 있다. 2012년 10월 카이로에서 출판된 주간 알 아흐람은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집트와 튀니지에서 서로 다른 파벌들을 후원함으로써,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는 전환기의 아랍 세계에서 경쟁자가 되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카타르는 리비아 반란군을 지원했으며, 시리아 내전에서도 반란군을 지원하고, 이집트, 튀니지, 그리고 예멘에서 통치자를 몰아낸 거리 시위를 후원했다.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가 국경을 넘어 시위들을 집중 보도함으로써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독재자를 축출하는데 공헌했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사우디는 시리아 내전에서는 카타르와 협력하여 반란군을 지원하는 반면, 거리 민주화 시위로 위기에 몰린 요르단 왕국을 돕기 위하여 8억 달러의 기부금을 약속하고, 2012년 11월 28일 우선 2억 5천만 달러를 곧 요르단 중앙은행에 입금하기로 했다.

걸프 뉴스에 따르면, 2012년 1월 카타르 왕 하마드 빈 칼리파 알 싸니가 이슬람주의 파벌인 알 나흐다당이 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혁명 기념을 축하하기 위하여 튀니지를 방문하였다. 이슬람주의자 알 나흐다당은 카타르에 기반을 둔 유스프 알 까르다위가 이끄는 국제 무슬림 형제단의 후원을 받았고, 카타르는 알 나흐다당이 튀니지 선거에서 승리하도록 수만 달러를 지원하였다고 알려졌다. 반면, 알 나흐다 당의 라이벌인 알 아리다 차비아당의 지도자인 하치미 알 하미디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후원을 받았다.

알 아흐람에 따르면, 카타르의 영향력 확장은 이집트 정권의 붕괴이후 이집트에서도 표면화되었다. 2011년 3월, 카이라트 알 샤터(당시 무슬림 형제단의 대통령 후보)가 앞으로 무슬림 형제단과 카타르 사이의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서 며칠 동안 카타르를 방문했다. 이것은 카타르가 이집트의 민주 선거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의미한다. 카타르 왕 하마드는 무르시의 대통령 취임 이후, 걸프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이집트를 방문하였다. 이 때 그는 악화된 경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하여 20억 달러를 예치하기로 무르시에게 약속하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12년 5월, 10억 달러를 이집트 중앙은행에 예치했다. 이것은 이집트가 32억 달러의 IMF 차관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이집트 기획부 장관 파야자 압둘 나가는 사우디는 10억 달러 예치 이외에도, 5억 달러 개발 프로젝트, 2억 5천 달러의 석유 구입 재정 지원, 2억 달러의 중소기업 지원 등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뉴스에 따르면, 카타르 왕 하마드는 2012년 10월 팔레스타인의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를 방문하였다. 그는 “가자가 확고하게 존재하는 것은 전 아랍세계의 자존심이며, 전 아랍 세계와 이슬람 국가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대의를 강력하게 지지해야한다.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지지하는 이집트에게 감사하다.”고 강조하였다. 그는 2008-2009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파괴된 주택과 기반시설 건설비용으로 가자에 4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하였다.

카타르가 적극 지원하는 보수적이고 민주적인 형태의 이슬람주의의 발흥으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실패하고, 카타르가 부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웃하고 있는 두 석유 왕국들은 레반트와 북아프리카에서의 정치적 변동기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것은 각 왕국의 지정학적인 이익을 증진시키고, 각 왕국의 국민들이 왕정에 대항하는 대중 봉기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카타르는 영내에서 민주적인 이슬람주의 운동을 강화하는데, 사우디아라비아보다도 훨씬 더 열중하고 있다. 그 결과 사우디-카타르 경쟁이 아랍 지역에서 ‘이슬람 보수주의의 보루’라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역할을 위협하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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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정권으로 낙인 찍고도 그 정부에 자신들의 상업용 무기를 파는 미국
사진 출처 - 경향신문


최근 미국의 정책은 카타르와 무슬림 형제단 편에 서있는 것처럼 보인다. 국무 장관 힐러리 클린턴은 “미국은 튀니지의 민주주의의 출현을 열망하는 그들의 소망을 공유하며, 최근 튀니지 선거에서 승리한 알 나흐다당과 같이 부상하는 이슬람주의자 단체들과 협력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다른 한편으로,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주요한 무기 판매시장 이다. 2012년 8월 26일 뉴욕 타임즈에 다르면, 2011년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판매한 무기는 아파치와 블랙 혹크 헬리콥터 수십 대를 포함하여 총 334억 달러에 달했고, 미국의 걸프 지역 무기 판매량의 5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었다. 작년에 미국은 이란의 위협을 앞세워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걸프 동맹국들에게 주요한 무기를 판매함으로써 총 판매액이 663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전 세계 무기 시장 총액 853억 달러의 3/4 이상을 차지했고, 2010년의 총 판매액 214억 달러와 비교하여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를 차지하는 러시아의 무기판매는 48억 달러에 불과했다.

이러한 미국-사우디 군사 협력은 아랍 민주화시위로 곤경에 처한 사우디라아비아가 중동 지역 내에서 지도적인 위치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강화시키는 중요한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