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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국제개발협력 모델 비판, 그리고 그에 대한 대안을 위한 시론 (정재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7 10:49
조회
159

정재원/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최근 새마을 운동의 본격적인 해외 보급이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의 대외 원조 혹은 국제개발협력 사업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났다. 2010년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된 이후 한국의 국제개발협력사업은 정부와 산업계는 물론 학계와 시민사회단체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관심 영역으로 대두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그 어떤 분야와 비교해 봐도 한국의 정부 각 부처는 물론 한국 사회의 거의 모든 영역이 대규모로 관여하고 참여하고 있지만, 현재의 국제개발협력이라는 의제 자체에 대해 근본적으로 비판적이고 성찰적인 자세로 임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이제 진부한 주제로 여겨질 정도로 전 지구적인 담론이 되어 있지만, 막상 전 세계가 연관되어 있으며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주요 선도 기관들이 금액을 지원하는 등 이러한 세계화가 실질적으로 전 지구적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는 소위 국제개발협력 영역에는 개발 관련 정부 기관들과 관련 학자 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게다가 그나마 외형적으로는 서구 사민 주의적 의제들이 크게 반영되어 있는 국제개발협력의 주요 방향과는 정반대의 자세를 가지고 현재 국제개발협력의 선구자인 양 활동하는 한국의 주요 관련자들이 국내적으로는 복지를 포퓰리즘 등으로 왜곡하는 데 앞장서 온 수구적 관료들과 학자들이라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결국 이러한 모순은 기이하게도 한국적 개발협력 모델을 박정희 시대의 새마을 운동을 재현하는 사태에 이르게 되었다.

이러한 새마을 운동과 같은 한국의 개발 개념은 한국의 발전사 속에서 형성된 것으로 시공을 초월해 재현할 수 없으며, 따라서 이러한 모델을 보급, 전수하는 방식의 국제개발협력 지원은 지양해야 하는 것은 말 할 나위도 없다. 그리고 이에 앞서 지금까지 개도국을 지원하는 미명 하에 논의되어 온 개발 개념이 사실은 중심부 서구 선진국들의 이익이 명백히 반영된 결과라는 사실, 즉 개발 개념이 지닌 본질과 그에 따른 명암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막대한 개발협력의 규모에도 불구하고, 저발전국가들에서 국부가 외채 등으로 빠져 나가는 부분이 더 큰 현실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끔찍한 현상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금 확인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이러한 국제 원조 혹은 국제개발협력이 완전히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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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르완다 수도 키갈리 외곽 무심바 마을의 한국국제협력단 사업현장에서 현지 주민들이
수로를 파고 있다. 이 마을은 한국국제협력단이 새마을운동 사업지로 선정한 마을이다.
사진 출처 - 경향신문



따라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 하지만, 몇 가지 대안적인 개발협력의 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기존의 개발 이슈 외에도 다양한 이슈가 제기될 향후, 수원국들의 경제자립 및 내발적 발전 등 저발전 수원국들의 자생력을 증강하는 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 아울러 수원국의 필요에 입각한다는 의제는 수원국의 중앙과 지역의 권력 엘리트들이 아닌 원조를 절실히 원하고 있는 지역 대중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하며, 그 대중들의 직접적 참여를 통해 사업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원조 효과성의 제고 및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개발협력 의제들은 중장기적으로는 수원국들의 빈곤 퇴치를 넘어 복지 사회 건설, 그리고 사회경제적 실질적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양성평등 등의 향상이 이루어질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각인해야 할 것이다. 또한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전 세계적 경제위기, 탄소 가스 배출 등으로 인한 기후 변화, 식량 및 식수 위기, 부국과 빈국 간 양극화, 국내 빈곤 및 양극화 등의 지구적인 문제를 고려한 협력 사업이 발굴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자연생태계와 인간발전의 조화를 파괴하는 개발과 성장 모델을 지양하고, 생태적 사고에 입각한 협동경제발전, 인간복지향상에 입각한 개발 모델을 추구, 빈곤퇴치를 넘어 자조와 자립, 그리고 자치능력을 고양할 수 있으며 지속가능한 소득창출과 발전을 촉진시킬 수 있는 국제협력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향후에는 저탄소 대안경제적 관점에서의 협력이 중요하게 대두될 것으로 생각되는 바, 이러한 분야 중 태양열, 조력, 풍력 등 다양한 신재생 에너지 협력을 주목해야 한다. 특히 신재생 에너지 협력 분야 중 중 폐기물 에너지 산업의 경우 이미 유럽에서 폐기물 처리와 재생에너지 생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외에도 도시 및 농촌의 정비 및 현대화, 개발 사업 분야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사회복지정책과 연계된 사업이라는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즉 빈곤 퇴치, 건강 및 가족계획, 위기 예방, 환경정책 및 환경보호, 지속 가능한 경제 개발, 식량 안전과 농업, 식수 및 쓰레기 처리, 공공관리, 이주 노동자, 길거리 아동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공공서비스 관련 분야 중심의 협력이 구체적으로 실행되어야 한다.

사회복지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교육, 보건의료, 주택 등의 분야 협력은 해당 국가의 의무 및 무상, 공공성 개념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질적인 개선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따라서 주택의 경우 난방 시설 현대화 등을 통한 에너지 효율화, 그리고 서민 주택 건설 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는 주택이 재산과 투기의 수단이 되고, 사회적 불평등의 근거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 분야 협력의 경우에도 현지에서의 중장기적인 플랜 하 지속가능한 사업들을 제안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실질적인 무상 초등기초교육 확대, 양성평등 교육 강화 등을 위한 사업들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 보건의료 분야 협력도 소수에게 혜택을 주는 분야 중심의 의료 현대화 사업보다는 무상 의료 시스템 구축과 질적 제고를 위한 협력이 위주가 되어야 한다.

전반적으로 이러한 분야들은 단기간에 큰 수익을 거두기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에 사회적 기업이나 일반 기업의 사회적 공헌활동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이 나을 것으로 보이며, 전 세계적으로 국가적인 대단위 성장보다는 지역 단위의 자립경제 발전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 공동체나 협동조합 등 시민사회의 대안적 경제가 실현되도록 원조해야 할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자원 확보 중심적 정책을 지양하고, 노동 집약적 공해산업의 이전이나 한국 기업들의 하청 중심의 협력이 되지 않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따라서 새마을 운동의 해외 확산 정책을 한국형 개발협력모델로 만들려는 것은 인류의 진보에 정면으로 반하는 시대착오적인 것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