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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산책’에는 박록삼(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박상경(인권연대 회원), 서보학(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윤(경찰관), 이재환(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책임관), 조광제(철학아카데미 대표), 황문규(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생색내기식 장애인정책, 그 뒤에 숨어있는 진실 (정지영)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7 14:03
조회
180

정지영/ 서울DPI 회장



2014년을 돌아본 사자성어로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부른다’는 뜻의 ‘지록위마’가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거짓과 기만이 판친 2014년이 지나고 2015년이 왔습니다. 으레 이때쯤이면 묵은해를 보내고 희망찬 새해의 계획을 세웠던 것 같은 데 유독 올해는 새해가 아닌 2014년 13월 같은 마음입니다. 매듭지어진 것은 없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드러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2014년에 가장 많이 쓴 말은 ‘진실’입니다. 이 모든 일의 진실을 진심으로 알고 싶다는 것. 단순한 호기심도 아니고 누구에게 책임을 덮어씌우기 위함도 아닌 단지,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문제의 ‘원인’을 알아야 올바른 대안이 나오기 때문 일 것입니다. 그래서 2015년의 신년계획은 세상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우리는 진실을 외면하지 말아야하는 것을 잊지 않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는 장애인조차도 속고 있는, 비장애인은 더더욱 모를 수밖에 없는 장애인정책에 대한 몇 가지 오해에 대해서 말씀드리려 합니다.

제일 큰 오해는 장애인이 되면(?) 나라에서 많은 금전적 지원이 있다는 것입니다. 인권감수성이 높고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누가 그런 오해를 하냐고 하시겠지만, 길에서 마주치게 되는 일반시민들은 그렇게들 생각하십니다.

매년 연초가 되면 TV에서 ‘올해부터 장애수당 2만원 인상 지급’ 등의 뉴스를 보신 적이 있으실 것인데, 보도에 생략된 부분이 많습니다. 모든 장애인에게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대상자와 차상위 중에 장애를 가진 사람만 해당됩니다. 장애인연금(월 최대 200,000원)은 1,2급 장애인 중 소득인정액이 1인 가구 일 경우 870,000원 이하인 장애인에게만 해당됩니다. 매월 일정 소득을 지원받는 장애인이 있다면 산업재해로 인한 장애연금이나 보훈대상자 일 경우가 대부분이며 전체 장애인 중에 극히 일부이죠.

그리고 할인정책. 장애인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습니다. 할인정책이 더 확대되어야한다는 주장과 할인보다 경제활동지원이나 소득보장, 그리고 접근권 확대가 중요하다는 주장입니다. 당장에 소득이 없다보니 비용할인이 절박한 것은 이해되지만 지하철 무료승차는 지하철이 있는 도시에 사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고, 현실적으로 이런 할인들은 비교적 소액의 비용에만 적용될 뿐, 정부에서는 저비용으로 큰 생색을 낼 수 있는 국가만 좋고 일반국민들은 오해하기 딱 좋을 뿐입니다.

두 번째는 장애인도 ‘시설’에서 보호받으며 안전하게 사는 것을 원한다 입니다. 혹은 장애인도 시설에서 사는 것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뉴스에 보도되는 인권침해, 보조금 횡령 등은 극히 일부이며 국가에서 잘 관리하고 현대식으로 편리하게 기능을 보강하여 좋은 시설에서 살면 좋지않겠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우리나라 장애인복지예산의 약 70%가 이러한 장애인복지시설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선택권’이라는 것은 최소한 두 가지 이상의 선택지가 있어야 성립할 수 있는 단어입니다. 상한 음식과 상하지 않은 음식 중에서 상하지 않은 음식을 선택한 것은 선택이 아닙니다.

2015년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 계획 중에 “장애인돌봄가족 휴가제 실시”가 포함됩니다. 전국 최초입니다. 장애인당사자 뿐 아니라 장애인가족을 부양해야하는 책임을 전적으로 지고 있는 장애인가족지원정책의 일환입니다. 굉장히 멋져 보이지만! 장애인가족에게 주는 휴가 기간동안 ‘장애인당사자는 장애인보호시설에서 보호’됩니다. 진정한 장애인가족지원정책이란 장애인당사자가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24시간 활동보조인 지원, 주거지원, 소득보장, 발달장애인서포터 지원 등으로 장애인가족이 지고 있는 부양의 책임을 국가가 가져가는 것이 아닐까요.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그나마 가장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서울시 장애인정책도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거꾸로 가고 있는 서울시의 이동권정책에 대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지난해 11월 6일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보행자전거과 서울시설공단 장애인콜택시운영처에서 보도 자료가 나왔습니다. 제목은 “휠체어 2대 타는 장애인콜택시로 교통약자 이동편리해져”입니다. 서울시는 현재 장애인전용개인택시 50대를 포함하여 총 410대의 특별교통수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5년에는 같은 목적지로 이동하는 휠체어 이용자들이 따로 장애인콜택시를 부르는 불편함을 없애기 위하여 2대가 동시에 탈 수 있는 차량 도입을 포함하여 특별교통수단 446대, 장애인 전용 개인택시 50대를 운행 하는 등 차량 종류를 다양화하고 운영방법을 개선하여 이용편의를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겠다는 환영할 만한 내용인 줄 알았으나.... 현재 사전접수제를 즉시콜로 바꾸고 1인 1일 4회, 1인 월 80회 이내로 이용을 제한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제 많은 시민들도 아시다시피 장애인콜택시는 기존 대중교통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과 사회활동참여지원을 위해 도입”된 것입니다. 특히 전동휠체어와 같은 보장구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지하철이나 시내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현재까지 한계가 많아 장애인콜택시로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월 이용횟수를 제한하게 된 배경으로는 ‘일부 특정인이 영업활동 등 개인용도로 연간 1,384회를 이용하는 등 과다 이용하고 있어 병원진료 등 긴급한 이용자가 차량을 배차 받을 수 있게’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013년 이용통계를 보면 연간 1,000회 이상 이용하는 이용자는 ‘4명’입니다. 이 4명의 이용평균은 하루 3.1회 입니다. 하루 1.86회를 이용하는 이용자는 ‘35명’입니다. 2013년 전체 이용자 19,155중 0.2%에 불과합니다. 과다이용자(?)의 이용횟수도 전체 이용회수의 3%에 불과한데 이 분들의 이용이 장애인콜택시의 가장 큰 불만인 배차시간 지연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그런데 지난 11월 19일 모 인터넷신문의 기사로 의문은 풀립니다. <자가용 아닌데, 장애인콜택시 남용에 서울시 골머리>라는 제목의 기사에는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는 일부 무분별한 이용자들로 인해 병원 방문 등 긴급히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해야 하는 장애인들이 오랜 시간 대기하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라는 서울시의 속마음이 담겨있습니다. “장애인콜택시를 여가생활 등 기타목적으로 사용한 경우는 전체 이용자 중 22.4%로 장애인 콜택시 도입 목적인 진료 및 치료 목적 이용자(25.8%)와 맞먹는 수치‘라는(문제라는) 지적과 함께 장애인의 이동권보장을 위해 도입된 것이 명백한 장애인콜택시를 ‘장애인들의 병원 및 시설 이동을 돕기 위해 시행’되었다고 왜곡하는 의도는 무엇일까요?

장애인콜택시의 대기시간이 긴 이유는 근본적으로 차량이 부족해서 이고, 접수순서대로 배차하는 배차시스 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저상버스와 같은 대체교통수단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장애인콜택시와 저상버스도입을 위한 예산확대보다 ‘몰지각한 장애인들 탓’으로 ‘권리를 제한’하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습니다.

당연히 많은 장애인단체와 당사자들의 항의가 있었지만 새로운 운영지침을 철회할 마음은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들께도 똑같이 여쭙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은 버스나, 택시나, 전철을 타실 때 목적지를 밝히고 타시나요? 하루에 3번 버스타면 대중교통을 남용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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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필자


<장애인콜택시는 장애인들의 병원 및 시설 이동을 돕기 위해 시행된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이동권보장과 사회활동참여지원을 위해 도입되었다고 서울시설공단 홈페이지에 친절히 설명되어있었습니다. 그러나 새로 개편된 서울시설공단 홈페이지에서는 이 문구가 어디에도 기재되어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