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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산책’에는 박록삼(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박상경(인권연대 회원), 서보학(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윤(경찰관), 이재환(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책임관), 조광제(철학아카데미 대표), 황문규(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지난 5년간 지역화폐 현황과 2024년 전망(이재환)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4-01-24 08:54
조회
174

이재환 / 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책임관


지역화폐와 관련하여 깜짝 놀랄만한 데이터가 나왔다.


정보공개 청구 등을 통해 공공데이터를 분석하여 사회 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시빅해킹’ 그룹 ‘코드포코리아’는 최근 전국 243개 지자체의 방대한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정보를 취합하여 분석했다.


2019년 지역화폐 국비 지원이 시행된 후 지난해 2023년까지 5년간의 데이터를 무려 9개월간의 노력을 들여 만든 소중한 자료이다.


지역화폐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가 부족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에서 시민사회가 발 벗고 나서 직접 수집과 분석을 하여 아무 대가도 없이 공개한 것에 대해 무한히 감사를 드리고 싶다.


자세한 내용은 코드포코리아 홈페이지(https://codefor.kr/g/home/action/3/18)에서 살펴볼 수 있다.


사진: 코드포코리아


코드포코리아의 자료에 따르면, 우선 2023년 1월 기준 전국 243개 지자체 중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곳은 모두 191곳이었다.


광역지자체의 자치구들이 광역형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것을 감안하면(예를 들어 부산시는 16곳의 자치구 중 14곳이 부산 지역화폐 동백전을 같이 쓴다) 강원도 양양군을 제외한 모든 지자체에서 지역화폐를 쓸 수 있는 셈이다.


발행 지자체 수는 2019년 128곳에서 2020년 182곳, 2021년 186곳, 2022년 188곳, 2023년 188곳으로 늘어났다.


국비 지원액은 2019년 884억 원, 2020년 6,689억 원, 2021년 1조 2,522억 원, 2022년 7,053억 원, 2023년 3,525억 원이었다.


전국 발행액은 2019년 3조 2,927억 원, 2020년 15조 5,645억 원, 2021년 25조 2,435억 원, 2022년 28조 4,560억 원, 2023년 21조 9,181억 원이었다.


연 누적 이용자는 2019년 281만 5,230명, 2020년 1,492만 2,875명, 2021년 2,680만 3,259명, 2022년 3,857만 6,490명, 2023년 3,901만 8,892명으로 추산했다. 이용자 수는 지류형, 모바일형, 카드형 지역화폐의 중복사용자를 포함한 수치이다.


지역화폐 가맹점 수는 2019년 53만 2,995곳, 2020년 135만 537곳, 2021년 189만 3,835곳, 2022년 241만 5,690곳, 2023년 245만 5,603곳이었다.


지역화폐는 1996년 충북 괴산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대 중반까지 약 50여개 지자체가 자체 조례에 근거하여 도입하고 운영했으나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


이를 성남, 포항, 군산, 시흥시 등에서 정책적인 집중을 하게 되며 부흥기를 맞게 되었고, 2019년 골목상권 활성화를 목적으로 정부가 처음 국비 지원을 시작했다. 이후 코로나19로 급속하게 침체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재난지원금 지역화폐 지급 및 인센티브 10%의 국비 지원이 강화되었다.


이렇게 중앙정부의 주도로 거의 모든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도입하고 운영하였으나 코로나19가 지나가며 정부 지원은 급속히 줄어들게 된다. 2021년 1조 2,522억 원의 정부 지원은 지난해 3,525억 원에서 2024년에는 3,000억 원으로 줄었다.


그 결과 2023년 대비 올해 2024년 지역화폐 발행액을 확대하겠다는 지자체는 11곳, 유지 48곳, 축소 96곳, 미정 33곳으로 전반적인 지역화폐 발행 축소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2024년 지역화폐는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까? 전체 발행액은 줄지만 급격한 쇠퇴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다만 광역급 지자체는 많은 부침이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의 지역화폐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중앙정부의 집중적인 역량투입으로 급격한 우상향 성장 곡선을 나타냈다. 이제 인위적인 성장의 거품은 꺼질 때도 됐다. 그 사이 시민과 소상공인 모두에게 지역화폐의 효용성과 만족도가 자리를 잡고 있으니 적절한 수준의 역량투입이 이뤄진 지자체의 경우 롱테일 발전 곡선을 보일 것이다.


지역화폐 도입의 순기능은 코드포코리아의 이번 공개 자료 중 하나인 설문 응답에서도 볼 수 있다. 지역화폐 사용으로 “지역을 더 잘 알게 되고 지역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다”, “온라인 쇼핑으로 쟁여놓고 쓰던 것을 가까운 곳에서 필요한 만큼 살 수 있어 과소비, 과포장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등의 의견이 그것이다.


물론 지역화폐가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도입 목적에 부합하지 못한다면 예산 낭비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시민들의 효용감과 별도로 구체적인 경제적 효과 분석이 아직도 더 필요하다.


지역화폐의 발전과 지속가능성의 핵심은 마중물 역할을 하는 적절한 인센티브와 보다 낮은 곳에 있는 상권에 지역화폐가 흐를 수 있는 가맹점 관리, 지역사랑상품권 법률의 제1조 목적에도 나와 있는 ‘지역공동체 강화’를 위한 새로운 상상력과 연계 정책의 도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