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익의 인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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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제대로 하자 (경향신문, 2020.12.04)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0-12-04 15:45
조회
268

언론은 ‘추·윤 갈등’이라며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 갈등에 주목하지만, 그건 사태의 본질이 아니다. 핵심은 ‘검찰개혁’이다. 법무부 장관과 여당 모두 검찰개혁을 말한다. “검찰개혁이 일부의 저항이나 정쟁으로 지체된다면 국민을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 여당 대표의 말이다. 검사들의 말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검 차장이 장관에게 한발 뒤로 물러나라며 내건 명분도 검찰개혁이다. 전체 검찰 구성원의 마음을 얻어야만 검찰개혁이 가능하니, 검찰총장을 징계하지 말라는 거다.


말이 같다고 뜻마저 같지는 않다. 검찰개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각기 다르고, 개혁을 추진하려는 쪽과 저항세력이 뒤섞여 있기도 하다. 언론은 그저 중계방송식 보도를 하거나 검찰 쪽으로 기울어진 편파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정치적 셈법에 따른 보도도 적지 않다.


그래서 뭐가 검찰개혁인지 다시금 꼽아봐야 한다. 핵심은 간단하다. 문제가 있으니 고쳐야 한다는 거다. 검찰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있다. 오랫동안 살펴본 결과, 집권 초기의 대통령을 제외하곤 언제나 검찰권력이 가장 막강했다. 경찰이 득세하던 건국 초기나 군인들이 총칼을 휘두르던 군부독재 시기 정도만 예외일 뿐, 민주화 이후엔 언제나 검찰이 최강이었다.


검찰개혁은 검찰이 지닌 막강하면서도 독점적인 권한을 민주적 원리에 따라 나누고,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거다. 검사들만 누리는 엄청난 특권을 폐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진 힘을 빼앗길 판이니 검사들이 개혁에 저항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속내는 민주적 통제 없이 자기들만의 세상을 유지하겠다는 거다. 그래서 검찰 구성원의 마음을 얻고 동의를 구하며 검찰개혁을 하라는 건, 개혁 시늉만 내라는 거다. 재벌이 동의하는 재벌개혁, 검찰이 동의하는 검찰개혁은 모두 말장난이다.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은 이런 차원에서 진행한 개혁과제였다. 하지만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은 검찰의 완승으로 끝났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검찰의 수사권을 빼앗는 것은 고사하고 검찰은 자기들이 원하는 사건들에 대한 직접 수사권도 그대로 틀어쥐게 되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엄격하게 분리해 검찰이 지닌 수사권을 박탈하는 게 개혁의 핵심이지만, 어슬렁거리다 만 격이다. 공수처는 출발선에 서보지도 못했다. 검찰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논의조차 별로 없었다. 일본의 검찰심사회, 미국의 기소배심 같은 안전장치는 여전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헌법으로 규정한 것도 바로잡아야 하고, 오로지 국가검찰 제도만 운용하는 것도 살펴봐야 한다. 공룡경찰이 걱정되어 자치경찰이 필요하다면, 자치검찰도 챙겨봐야 할 중요한 대목이다.


검사들이 누리는 특권도 그대로다. 당장의 사태만 해도 그렇다. 국가공무원 중 유일하게 검사들에 대한 징계만 별도의 법률에 따른다. 법관의 독립이 곧 재판의 독립으로 이어지기에 행정부 소속 공무원들과 달리 ‘법관징계법’이란 별도의 법률을 두고 있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법무부 소속 외청의 공무원들만을 위한 특별한 징계법은 내용은 물론 행정조직 구조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검사들은 임용부터 3급 고위공무원 행세를 한다. 조직 안에는 차관급이 차고 넘친다. 대검찰청과 고등검찰청이 마치 대법원과 고등법원에 비견하듯,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과도하고도 이상하다. 검사였던 사람들이 전관예우를 받으며 형사사법 전반을 왜곡하는 악질 관행도 뿌리 뽑아야 한다. 평생 검사를 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검사를 했던 사람은 변호사 개업 자체를 못하도록 하는 등의 전관예우 방지장치도 챙겨봐야 한다.


집단행동을 하거나 사표를 던지는 등 일반 공무원들은 상상하기 힘든 검사들의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강도 높은 반발을 이렇게 쉽게 하는 건, 검사가 아니면 누구도 처벌할 수 없는 지금의 형사사법 시스템 때문이다. 불법적 집단행동마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우국충정이라 둔갑시켜버리면 그만이다.


문재인 정부에 실망했거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분노한다는 이유로, 또는 야당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검찰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도 제법 있단다.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이런 식으로 검찰개혁이 좌초할 수는 없다. 언론의 편파적인 과잉보도를 넘어, 정치쟁점화를 넘어 검찰개혁의 본령을 논의하고 또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