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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호] 청년이 서야 조국이 산다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29 15:47
조회
371

서정민갑/ 대한민국 청년


 길거리에서 유인물을 나눠주거나 서명운동을 할 때 가장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젊은 사람들이다. 십 수 년간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젊은 사람들은 유인물을 줘도 잘 받지 않고, 안 받겠다는 말조차 하지 않으며 그냥 휙휙 지나간다. 이에 반해 나이 든 이들은 대부분 유인물을 받거나 받지 않거나 반응을 분명히 하고 사안에 따라 서명운동도 쉽게 참여하는 편이다. 특히 젊은이들 중에서도 커플들의 경우는 거의 유인물을 받지도 않고 서명운동에 참여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서로를 꼭 껴안고 총총히 지나갈 뿐이다.


 젊은 층이 오히려 운동에 냉담


 아직은 동년배라고 볼 수 있는 사람으로서 젊은 사람들이 이처럼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은 채 지나가는 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답답하다. 저들은 자신들의 삶과 사회적 문제들이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자신들은 결코 비정규직으로 살지 않으며, 한미 FTA와도 무관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 땅에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으로서 그 누가 비정규직의 굴레를 손쉽게 피할 수 있으며 한미FTA와 무관한 삶을 살 수 있겠는가. 저들의 무관심은 기실 무지나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기 십상이다. 자신은 노동자나 서민으로 살지 않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멋진 부르조아의 삶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그것이 환상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다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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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FTA 2차 협상 첫날이었던 지난 7월 10일 오전 협상장인 서울 신라호텔 부근에서
시민단체회원들이 협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하지만 문제는 현재 젊은 세대에서 이러한 사회의식의 왜곡이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오히려 10-20대들에게서 보수적인 의견들이 더 많이 나오고 있지 않은가. 학생운동의 쇠퇴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제는 비운동권 총학생회가 등장하는 일도 특별한 사건이 되지 못한다. 예전에는 비운동권 총학생회가 학생운동의 방향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던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대학 노동조합의 파업을 짓밟는 우익의 역할까지 하고 있기도 하다.


 과연 무엇 때문인가. 20년 전만 해도 학생운동에 참여하지 않은 것에 대해 미안해하던 대학생들이 이제는 한총련을 거의 컬트 집단으로 비웃으며, 독재자의 딸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세상은 돌고 돈다더니 진보의 시대는 가고 보수의 시대가 돌아온 것인가. 성급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현재 10-20대들에게 더 이상 진보의 가치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못하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불안정한 취업과 고용시장의 현실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요즘의 젊은이들에게 안정된 직장을 얻는 것이 가장 큰 꿈이 되어버렸다. 만약 이대로 간다면 우리 사회의 진보층은 30대 전후반의 이른바 386 세대로 한정될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끊임없이 6.25 한국 전쟁 경험만을 되풀이하는 보수세력의 노년층처럼 우리도 5.18과 6월항쟁의 경험을 되풀이하는 고집불통 기성세대가 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진보세력부터 스스로 성찰해야


 기실 이러한 가치의 왜곡은 이 사회가 끊임없이 신분상승의 욕구를 내면화하며 자신의 계급에 반하는 자발적 복종을 선택하게 만들기 때문이겠지만 또한 진보세력이 자기 갱신에 실패한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학우대중들의 지지를 잃어버린 학생운동과 보수정치권으로 편입되어 버린 민주화운동세력의 모습, 그리고 낡은 운동방식을 되풀이하고 있는 진보세력 자신의 문제를 되돌아보지 않는 한 결코 이 문제를 풀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가장 역동적이고 발랄한 젊은 세대의 감수성과 교감하며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운동하는 이들이 먼저 가장 역동적이고 발랄한 트렌드의 선도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강변하기보다는 대화하고, 설득하기보다는 감동시키며, 지켜보게 하기보다는 참여하게 하는데 그 답이 있을 것이다. 어찌됐든 청년이 서야 조국이 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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