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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호] 해방 투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한 헤즈볼라 (홍미정/ 한국외대 연구교수)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29 11:47
조회
336

홍미정/ 한국외대 연구교수


 

 2006년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과정에서 헤즈볼라에 대한 레바논인들의 지지가 기독교를 포함하는 각 종교와 이슬람 종파를 넘어서면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수니파 출신 푸아드 사니오라 총리는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해체 요구’에 답하여 ‘이스라엘의 완전한 철군’을 요구하였다. 이것은 내전을 유발시켰던 1974년,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때와는 전혀 다른 상황의 전개다. 이번 전쟁에서 헤즈볼라는 종교, 종파, 정치 이념을 넘어서 레바논내의 정치 세력들이 연대한다는 새로운 저항 패러다임을 구축하면서 이스라엘의 압도적인 화력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2005년 6월 총선에서 헤즈볼라는 시아파 정당인 아말(Amal)뿐만 아니라, 기독교도가 주류인 시리아 사회민족주의자당(the Syrian Social Nationalist Party)과도 연합전선을 구축하였고, 이 연합 세력이 의회에서 총 128석 중 35석을 차지함으로써 레바논 정치에서 두 번째로 영향력 있는 정치 블록을 이미 형성하였다.


 헤즈볼라는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과정에서 이란의 지원으로 창설되었다. 이 때 이란의 시아파 이슬람 혁명 지도자인 아야톨라 호메이니와 그의 추종자들은 헤즈볼라 대원의 군사 훈련을 위해서 1,500명의 혁명 수비대를 레바논에 파견하는 등 군사적 지원과 재정적 지원을 하였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거짓, 대량학살, 환상에 토대를 둔 불법적인 강탈자’라고 간주한다. 이것은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발전시킨 이란 이슬람 혁명의 정치 이념이기도 하다.


 이러한 헤즈볼라의 이스라엘에 대한 관계 설정은 1968년 이후 3차례에 걸친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레바논 공격이라는 역사적 사건들과 관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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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7년 이스라엘/아랍 전쟁에서 아랍 국가들의 패배는 레바논을 비롯한 대부분의 아랍 국가들 내에서 팔레스타인의 무장 투쟁을 활성화시켰다. 이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레바논 정부가 레바논에서 활동하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을 통제하도록 압박하기 위하여 1968년 대규모의 1차 레바논 침공을 감행하였다.


 이후 1974년 재차 레바논을 침공한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기독교 무장단체인 ‘팔랑헤’는 팔레스타인 난민 캠프들을 무차별 공격하면서 팔레스타인 난민과 레바논 무슬림 빈민 3,000명 이상을 학살하였다. 이러한 사건들을 통해 레바논내의 기독교/무슬림들이 대립각을 세우면서 내전이 시작되었다.


 1982년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다시 침공하였고 역시 이스라엘과 공조한 팔랑헤 대원들이 팔레스타인 난민촌을 공격하면서 팔레스타인 난민들과 레바논 무슬림 빈민 4,700명 이상을 집단 학살하였다. 1982년 전쟁 동안에 헤즈볼라가 창설되면서 ‘이스라엘-팔랑헤/팔레스타인 난민-헤즈볼라’의 세력 구도가 형성되었다.


 이 때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아랍 영토 점령정책’과 ‘제국주의 국가들의 이스라엘 지원’이 분쟁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비난하면서,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의 해방, 제국주의 퇴출’을 대의로 내걸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헤즈볼라는 1983년 베이루트의 미 대사관을 폭탄 공격하여 63명을 살해하였고, 같은 해 베이루트에 주둔한 미군 사령부와 프랑스군 사령부를 공격하여 미군 241명, 프랑스군 58명을 살해하였다. 이 사건 직후 프랑스군과 미군은 즉각 철수하였다. 또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군과 교전을 벌여 2000년에는 남부 레바논으로부터 이스라엘군을 철수시킴으로써, 레바논인들, 팔레스타인인들을 비롯한 아랍 세계에서 영토 해방자로서의 지위를 각인시켰다.


 2000년 이후 남부 레바논은 헤즈볼라의 영역이 되었다. 남부 레바논은 1948년 이스라엘/아랍 전쟁에서 이스라엘 국가 영역으로부터 추방된 팔레스타인인들과 1967년 전쟁에서 동예루살렘, 서안, 가자로부터 추방된 팔레스타인인들이 밀집해 살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헤즈볼라의 절대적인 후원자들이다. 이것이 헤즈볼라가 ‘팔레스타인 해방’이라는 대의를 적극 내세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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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폐허가 된 베이루트의 모습
사진 출처 - 한겨레


 

  2006년 7월 이스라엘은 레바논 공격에서 헤즈볼라의 근거지로 추정되는 지역들뿐만 아니라 공항과 도로, 다리 등 레바논의 핵심 기반시설을 파괴했다. 이것은 헤즈볼라 파괴를 목표로 했다기보다는 레바논 정부로 하여금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에 대한 책임을 헤즈볼라에게 묻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다. 결국 이 공격을 통해서 이스라엘은 레바논 정부가 헤즈볼라와 대립각을 세우게 함으로써 레바논 정부와 헤즈볼라 사이의 내전을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9일 사니오라 총리는 시아파 헤즈볼라와의 연대를 밝혔을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레바논 점령지 반환을 요구하였다. 내전을 유발시키려했던 이스라엘의 전쟁 프로그램이 이번 전쟁에서는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전쟁 동안 헤즈볼라에 대한 지지는 종교와 종파의 경계를 넘어서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레바논인들이 결집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74년, 82년의 이스라엘의 침공과 함께 발생했던 레바논 내전과는 전혀 다른 레바논 내부 세력 구도다. 실제로 지난 7월 26일에 발표된 ‘베이루트 조사정보센터(Beirut Center for Research and Information)’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레바논인들의 87%가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헤즈볼라의 투쟁을 지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것은 지난 2월에 있었던 조사보다 29%가 상승한 수치다.


 이번 여론 조사에 참가한 기독교인의 80%, 드루즈 80%, 수니파 89%가 시아파 헤즈볼라의 투쟁을 지지한다고 대답했다. 2005년 7월에는 기독교인의 74%가 헤즈볼라의 저항을 지지했었다. 이는 이번 전쟁으로 레바논 내 헤즈볼라에 대한 지지율이 높아진 것은 물론 헤즈볼라의 핵심지지기반인 시아파 이외의 이슬람 종파와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도 헤즈볼라의 저항에 대한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서구 언론들은 레바논이 다종교, 다 종파 국가라고 강조하면서 이들 사이에서 권력 투쟁이 전개되면서, 내전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해왔다. 이렇게 이스라엘/레바논-팔레스타인 분쟁에서 종교나 종파를 강조하는 것은 ‘점령된 영토’와 ‘추방된 주민’이라는 분쟁의 핵심을 은폐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것은 팔레스타인인들과 레바논인들과의 영토 분쟁 속에서 이스라엘이 구사해온 ‘분할 지배 전략’이라는 오래된 점령 정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전쟁에서는 이스라엘이 의도했던 내전과는 정 반대로 레바논인들이 헤즈볼라를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는 상황이 전개됨으로써, 사실상 이스라엘의 전쟁 프로그램은 이미 실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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