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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호] 버마 8888 민중항쟁 기념 인터뷰 - 한국에 5.18이 있다면 버마에는 8888이 있다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29 11:50
조회
333

 [편집자주] 1988년 8월 8일 버마에서는 군부독재에 항거하는 대규모 민중항쟁이 일어나게 된다. 이를 ‘8888 민중항쟁’이라고 부른다. 올해로 18주년을 맞았다. 이와 관련해 한국에 머물고 있는 버마 사람들과 한국의 인권사회단체들이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버마 민주화 촉구 인권주간’을 진행했다. 이 행사를 주관했던 버마행동(한국) 대표인 뚜라씨를 만나 8888과 버마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참고로 버마는 군부정권이 국명을 미얀마로 바꾸었지만 대다수의 버마 사람들은 여전히 버마로 부르고 있다.


○ 우선 자신에 대한 소개를 좀 해 달라.
- 제 이름은 뚜라(Thura)이고 한국 나이로 35살이다. 1994년 한국에 왔고 아직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 버마 민주화운동을 하고 있고, ‘버마행동’이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버마신문(B.A.K Digest)과 이주노동자방송국(MWTV) 일도 하고 있다.


○ ‘버마행동’은 어떤 단체인가?
- 99년부터 버마사람들을 조직하기 위한 모임이었던 버마공동체 사무국장으로 활동을 했었다. 그러던 2003년 11월, 한국 정부의 이주노동자 강제추방 정책에 반대하는 이주노동자들의 농성투쟁이 있었다. 당시 20여명의 친구들과 농성단에 결합했었는데, 농성을 하면서 이주노동자 추방정책도 문제지만 결국에는 우리들의 뿌리인 조국도 문제가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내 나라 정부가 자국민을 보호할 의지가 있다면 우리들의 농성도 필요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농성이 끝나면 버마군부에 맞서 싸우자는 약속을 했고, 2004년 1월 31일에 버마행동을 결성했다. 버마행동은 한국에 있는 버마출신 이주노동자들이 버마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는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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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행동 뚜라 대표


○ 한국에 있는 버마 사람들은 얼마나 되나?
-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고 약 2,500명 정도 있는 것으로 안다. 이들은 주로 제조업체인 프레스, 가구, 전자, 사출, 기계 등에서 일하고 있다. 지역마다 대부분 모임이 있고, 또 따로 모이는 장소가 있기도 하다. 그룹 리더들은 대부분 연락이 닿아 있다. 그리고 우리가 만들고 있는 버마신문을 통해서 활동을 알리고 소통하고 있다.


○ 버마의 현재 상황이 궁금하다.
- 버마는 현재 군부가 정권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1962년 네윈이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이후 폭압정치를 통해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군부는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하고, 1,300여명의 민주인사를 감옥에 가두고 있고, 강제노동, 인신매매, 강간, 소년병 동원 등 상상하기 힘든 인권침해를 자행하고 있다. 군부의 폭압을 피해 수백만의 버마 사람들이 태국과의 국경지역에 난민으로 떠돌고 있다.


정치적 상황뿐만 아니라 경제적 상황도 참담하다. 공무원조차 한 달 생활비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월급을 받고 있고, 일반인의 경우 한국 돈으로 3만원-5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데, 버마의 물가가 결코 한국보다 싸지 않다. 실업자도 너무 많고, 초,중,고교 조차 돈이 없어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 8888은 어떤 날인가?
- 8888은 1988년 8월 8일을 의미한다. 당시 군부정권에 항의하기 위한 시위가 전국적으로 일어나는데, 약 70만에 이르는 시민들이 참여한다. 처음에는 학생들의 시위로 시작해 나중에는 노동자, 재소자들까지 가담하게 된다. 군부는 이러한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총과 탱크를 동원했다. 한국의 5.18과 비슷하다. 9월까지 계속된 시위에서 적게는 1만명, 많게는 2만명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아직 정확한 진상은 모른다. 이후에 군부는 유화책으로 다당제 총선을 실시하게 되는데, 총선에서 민주세력이 압승을 거두게 되자 군부는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현재까지 정권이양을 하지 않고 있다.


○ 아웅산 수지는 어떤 인물인가?
- 아웅산 수지 여사는 버마의 정신적인 지도자다. 수지 여사는 제국주의 침탈시기 독립운동가였던 아웅산 장군의 딸로 버마NLD(민족민주동맹)를 이끌고 있는 지도자다. 군부정권에 의해 가택연금 된 상태에서 1990년 총선을 이끌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고, 91년에는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가택연금은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버마 사람들은 수지 여사를 지지한다.


NLD는 8888 이후 민주세력들이 모여 만든 버마 최초의 공식 야당으로 90년 총선을 주도한 당이고, 지금도 버마에서 가장 큰 재야 정치정당이다.


○ NLD 외에도 군부독재에 맞서 싸우는 활동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주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나?
- 수지 여사를 중심으로 평화적인 방법을 통해 군부에 맞서기도 하고, 주로 국경지대나 산악지대에서 무장투쟁의 방법으로 군부에 저항하는 세력도 있다. 학생운동은 거의 대부분의 대학이 폐쇄되어 지하조직만 남아 있는 상태다. 또 우리처럼 해외에서 버마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군부의 철권통치가 워낙 강해 한국처럼 국내에서 활발한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다.


○ 버마 난민의 상황은 어떤가?
- 군부정권의 폭압을 이기지 못하고 버마를 떠난 사람들이 수백만에 이른다. 우리처럼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영국 등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국경지대에 몰려서 ‘난민촌’에서 살아가고 있다. 태국과의 국경지역에만 2백여만명이 있다. 이들의 생활은 비참하다. 많은 사람들이 말라리아, 콜레라 등 질병에 시달리고 있고, 먹을 것을 구하러 산을 헤매다 지뢰를 밟기도 하고, 정부군의 총에 맞아 죽기도 한다. 변변한 의료시설은 당연히 없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교육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전쟁 때의 ‘피난촌’을 상상하면 된다.


다행이 우리처럼 다른 나라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도 한국처럼 난민인정에 인색해 ‘불법체류’ 딱지가 붙어 있으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 이번에 한국에서도 행사를 치루었다고 알고 있는데, 어떤 내용이었나?
- 8월 6일부터 12일까지 버마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인권사회단체와 함께 ‘버마 민주화 촉구 인권주간’을 진행했다. 6일 여의도에서 시청, 인사동, 대학로, 명동에 이르는 자전거 캠페인을 시작으로, 8일에는 미얀마대사관 앞에서의 기자회견, 8일부터 11일까지 사진전, 11일 여아웅씨와의 만남, 12일 후원의밤을 진행했다.


○ 이번에 한국에 온 여아웅씨는 어떤 사람인가?
- 여아웅씨는 무장 저항조직인 ABSDF(전버마학생민주전선) 소속 활동가로 버마와 태국 사이의 국경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주로 난민들을 지원하고, 아이들을 교육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여아웅씨가 한국에 들어오기가 정말 힘들었다. ‘다시는 한국에 오고 싶지 않다’고 말을 했을 정도다. 한국 외교부 관료들이 협조를 해주지 않았다. 비자를 내주고 입국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애를 썼다. 이들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 버마민주화를 위해 한국은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 우선은 버마의 상황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버마난민들을 지원해 주었으면 한다. 특히 국경지역의 난민촌에 있는 아이들의 경우 지원이 절실하다. 교육문제도 그렇고, 의료, 주거 모두 열악하다. 아이들만이라도 희망을 갖고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해 주었으면 한다.


또 한국의 정부가 버마 군부와 협력하지 못하도록 힘을 모아주었으면 한다. 군부와 협력하는 일은 어떤 일이건 버마 사람들을 탄압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한국 정부라도 군부와 협력하지 못하도록 해 달라.


정리=허창영/ 인권연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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