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인권연대

home > 활동소식 > 월간 인권연대

[84호] 이종우 경무관의 소리없는 복직/ 국가인권위, 진실의 힘을 보여 달라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29 15:53
조회
1959

인권연대 편집국


 이종우 경무관의 소리 없는 복직


 지난해 7월 평택미군기지 확장 이전 반대를 위한 평화대행진. 집회가 끝나고 행진이 시작되자, 1만 여명의 행진 참가자들은 듣는 귀를 의심해야 했다. 경찰방송차량을 통해 경찰지휘관의 거침없는 말이 계속되었다.


              “과감하게 상체를 공격해 논두렁에 처박아 버려!”
              “어이 시위대! 이제 돌아가, 여러분 팰 병력도 없어.”
              “잘하고 있어 밀어! 때려! 방패로 쳐! 작대기로 쳐!”
              “아주 작살을 내버려. 훈련된 동작으로!”


 이런 흉악한 말을 하면서, 폭력진압을 지시한 사람은 서울경찰청 기동단장 이종우 경무관이었다. 당시 이 경무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그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채 기동단장으로 근무를 계속했고, 지난해 11월 여의도 농민집회까지 지휘하게 된다. 작대기로 치고, 방패로 치라는 지휘관 휘하의 기동대는 농민 두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이 사태는 대통령의 사과, 경찰청장의 사임으로 이어졌다.


 농민사망사건으로 첨예한 충돌이 계속될 때, 경찰청 인권수호위원회는 이종우 경무관에 대해 ‘엄정한 조사를 통한 분명한 책임’을 물을 것을 경찰청장에게 요구했고, 경찰청장은 책임을 묻겠다는 분명한 답변과 함께 이를 즉각 받아들여 이 경무관을 직위해제했다.


 그런데 최근 확인된 바에 의하면 이종우 경무관은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고, 지난 5월 강원경찰청 차장으로 복직했다고 한다. 보통 총경급 인사만 있어도 보도자료를 내던 경찰청은 보도자료 한 장 없이 조용히 이경무관의 복직을 처리했다. 경찰청의 조용한 플레이를 그래도 ‘염치는 있다’고 평가해주어야 할지는 모르지만, 농민 두 명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이 같은 ‘제 식구 감싸기’식 행태가 올 여름 포항에서 건설노동자 하중근씨의 죽음을 부른 것이 아닌가 싶다. 한마디로 국민들 입장에서는 조용히 우롱당한 격이 되었다.


 잘못하면 처벌받는다는 최소한의 상식만 확인되어도 집회 시위 현장에서의 경찰폭력은 상당한 정도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잘못한 사람을 잡아다 처벌하는 일을 주 임무로 하는 경찰이 아닌가.


 국가인권위, 진실의 힘을 보여 달라


 국가인권위는 호민관의 역할을 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인권침해를 감시하고, 인권피해자를 돕는 것이 인권위의 책무이다.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에 인권위에는 몇 가지 부족한 점이 눈에 띄는데, 가장 아쉬운 것은 인권위의 조사역량이다. 국가기관인 인권위가 인권문제를 다룰 때 일방적으로 피해자의 주장만을 옮길 수도 없지만, 다른 국가기관의 변명만을 주워 담을 수도 없다. 당연히 사안마다 인권위의 자체적인 조사활동이 진행되어야 한다. 인권위가 목소리를 내기 위한 전제는 치밀한 조사활동이다.


 인권위는 검찰, 경찰, 군대, 다수인보호시설 등에 각각 약간 명의 조사관을 배치해두고 있지만, 인력도 부족하고, 무엇보다도 조사관 개개인의 조사역량이 부족해 국가기관의 발뺌이나 변명의 문제점을 캐내지 못하고 있다.


 조사관들의 다수가 인권위에 오기 전에 조사업무에 종사하지 않은 다양한 경력을 지닌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인권위는 설립 5년이 다 되도록 기초적인 조사관 교육조차 진행하지 않고 있다. 조사역량이 떨어지는 인권위 조사관들이 조사해야 할 사람들이 주로 조사로 먹고사는 경찰관, 헌병, 교도관, 검사들이니 제대로 된 조사를 기대하는 것이 애초 무리가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그동안 인권위가 자체적인 조사활동의 결과로 중요한 인권사건에서 검, 경 등 국가기관의 발뺌이나 거짓말을 통렬하게 뒤엎은 적은 거의 없었다. 다시 말하면, 인권위가 진실의 힘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상황이 이러니 더 이상 다른 기관들이 인권위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설립 5년도 안된 젊은 조직이 벌써부터 편한 기관이 되어 가고 있다. 하기야 벌써 피해자에게 돈을 뜯는 파렴치한 조사관이 나올 정도이니 더 무슨 할 말이 있을까 싶기는 하지만

전체 2,173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300
[84호] 이종우 경무관의 소리없는 복직/ 국가인권위, 진실의 힘을 보여 달라
hrights | 2017.08.29 | | 조회 1959
hrights 2017.08.29 1959
299
[84호] 청년이 서야 조국이 산다
hrights | 2017.08.29 | | 조회 376
hrights 2017.08.29 376
298
[84호] 왜 인권인가? (권영미/ 부여중학교 교사)
hrights | 2017.08.29 | | 조회 447
hrights 2017.08.29 447
297
[84호] 3기 교사인권강좌 종료…인권과 교육의 실천적 만남 고민 (이지연/ 인권연대 인턴활동가)
hrights | 2017.08.29 | | 조회 426
hrights 2017.08.29 426
296
[84호] 버마 8888 민중항쟁 기념 인터뷰 - 한국에 5.18이 있다면 버마에는 8888이 있다
hrights | 2017.08.29 | | 조회 337
hrights 2017.08.29 337
295
[84호] 해방 투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한 헤즈볼라 (홍미정/ 한국외대 연구교수)
hrights | 2017.08.29 | | 조회 337
hrights 2017.08.29 337
294
[84호] 한일전의 추억 (정 원 위원)
hrights | 2017.08.29 | | 조회 287
hrights 2017.08.29 287
293
[83호] 인권연대에 도움 주신 분들 (6월)
hrights | 2017.08.29 | | 조회 318
hrights 2017.08.29 318
292
[83호] 인권연대 2006년 6월에는 이렇게 살았습니다
hrights | 2017.08.29 | | 조회 286
hrights 2017.08.29 286
291
[83호] 이스라엘의 그칠 줄 모르는 전쟁야욕
hrights | 2017.08.29 | | 조회 283
hrights 2017.08.29 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