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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호] 음악, 다른 자신을 여는 열쇠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29 16:35
조회
279

서정민갑/ 대중음악 평론가


 

 음악과 관련된 일로 연명하는 탓에 날마다 많은 음악을 듣는다. 한 달에 사는 음반이 3-50장 정도이니 날마다 한 두 장정도의 새 음반을 듣는 셈이다.


 남들이 보면 무슨 음반을 그렇게 많이 사느냐 하겠지만 일이니 어쩌겠는가.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새 음반을 빠짐없이 듣고 이런 저런 평가를 내리는 것이 업이고 보면 사실 그 정도도 적은 편이다.


 하지만 이것도 그냥 일이라면 지겨워서도 못한다. 날마다 새 음악을 쉴 새 없이 들을 수 있는 것은 즐겁기 때문이다. 기대되는 음반을 주문하고, 주문한 음반을 기다리고, 배송된 음반을 받고, 음반을 시디플레이어에 작동시키는 순간은 매순간이 호기심과 기다림으로 가득 차는 즐거운 순간이다.



 무수한 나를 만나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장 즐거운 순간은 음악을 듣는 바로 그 순간이다. 처음 듣는 음악이 귀를 타고 흘러들어올 때 나는 하나의 섬이 되어 파도처럼 밀려들어오는 음악에 몸을 적신다. 그것이 록이건, 메탈이건, 포크이건, 재즈이건, 힙합이건, 팝이건 감동의 무게는 별반 다르지 않다. 가만히 음악에 귀 기울이는 순간은 음악과 내가 서로 교감하는 시간이다. 때로는 격렬하게, 때로는 나지막하게 말 걸어오는 소리에 귀를 열다보면 실상 열리는 것은 내 안의 또 다른 나이다.


 다양한 음악을 듣는 것은 이처럼 내안의 무수한 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익스트림 계열의 음악을 듣다보면 내 안의 야성 같은 것이 맹렬하게 깨어난다. 소리 높여 말하지 못하고 숨죽인 채 살아가야하는 일상 속에서 억눌린 분노와 열정 같은 것들이 기타의 속주와 작렬하는 드럼소리로 인해 포효하며 깨어나는 순간 나는 무한히 자유롭다.


 포크음악을 들을 때면 흔들리는 여린 마음의 촉수, 힙합을 들을 때면 생동하는 젊음의 생명력이 내가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사소함과 은밀함과 격렬함과 발랄함의 어디쯤에서 오늘을 살고 있는 자신을 만나는 것이 바로 내가 음악을 듣는 이유이다.


 그래서 한두 가지 장르의 음악만을 듣는 이들을 보면 뭐랄까, 더 많은 음악을 통해 자아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삶의 다양하고 깊은 속내를 온전히 바라볼 때 비로소 세상을 아는 사람이 되듯, 대중음악의 명편들을 통해 내 안에 잠재한 수많은 나를 더 깊이 이해해준다면 삶이 더 의미 있는 무엇이 되지 않을까.



 광명음악밸리축제를 즐기시라


 그렇게 음악을 좋아하는 이에게, 그리고 음악을 통해 자신과 세상을 바라고보고자 하는 이에게 <광명음악밸리축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만찬이다. 지난해에도 그랬지만 여기 무대에 올라오는 뮤지션들은 깐깐한 비평의 기준을 통과한 아티스트들로서 한국 대중음악의 트랜드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총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전자음악단, 강산에, 김창기, 장필순, 한영애, 이한철, 비행선, 이지형, 글램, 바세린, 할로우 잰, 윈드시티, 가리온, 콰이엇, 포츈쿠키, 에스피오네, 전제덕, 스왈로우, 두 번째 달, 세임 올드 스토리, 머스탱스, 아이러브제이에이치, 윈터그린, 럭스 등 그 면면이 화려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디사운드, 다크 트랭퀄리티, 스트레이라잇 런처럼 멋진 해외팀들도 대기하고 있다.


 때로는 흥겹게, 때로는 감동적으로, 그리고 때로는 놀라움으로 음악을 듣다보면 출연진의 수만큼 많은 이야기가 자신 안에 숨어있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9월 22일부터 24일까지 광명 시내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모두 라이브에 무료. 사실 광명은 신도림에서 겨우 20분밖에 안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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