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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호] 지령 100호 기념 대담 - 인권연대를 말한다 1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31 16:33
조회
157

 <인권연대> 지령 100호를 맞아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와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조효제 교수는 인권연구자로 최근 <인권의 문법>, <세계인권사상사>, <직접행동> 등의 저서와 역서를 펴내기도 하였다. 이 대화는 11월 30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점심식사를 함께 하는 가운데 진행하였다.


 오창익(이하 오): 반갑습니다, 조효제 교수님. 인권연대가 매달 펴내는 소식지가 이번에 지령 100호를 맞습니다. 그래서 저희 스스로를 한번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교수님께서 그 역할을 맡아주실 적임이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모시게 되었습니다.


 조효제(이하 조): 어이쿠, 어려운 주문이군요. 어떤 단체의 구체적인 내용은 제가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외부자가 쉽게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니니까요. 평가를 하려해도 맥락이 다르기 때문에 판단의 주체는 내부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래도 판단의 도구나 방법은 제시할 수 있겠지요. 비단 시민연대만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말하면 단체의 상근활동가가 너무 일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한 가지 일화를 말씀드리지요. 교황 요한바오로 2세가 지독한 워크홀릭이었는데, 그것을 두고 어떤 주교가 일을 너무 많이 하면서 자신을 혹사시키는 것도 죄를 짓는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지요. 일만 하고 쉴 줄 모르면 그것 자체가 세계인권선언 24조를 훼손하는 것입니다. 자발적으로 자기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설령 자발적 선택이라 하더라도 노예가 될 수 없다는 원칙과 비슷합니다.


오: 인권연대는 그렇게 일을 많이 하는 단체는 아닙니다. 연대사업도 별로 안 하고 있고요.


조: 아무리 좋은 일이더라도 자기 역량에 맞춰서 차근차근 내실 있게 하는 게 좋겠지요.


오: 저도 분수껏 일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조: 시민사회단체의 건강도를 측정하는 평가 방법으로 보통 4가지 요소를 듭니다. 구조, 환경, 가치, 영향력인데 인상비평을 넘어서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요소들이죠. 먼저 구조라는 것은 민주적인 운영, 진성회원의 의견 반영도, 의사결정 과정, 재정의 건전성, 투명성, 재정구조의 튼실함 등을 말합니다. 환경은 어떤 단체가 활동하는 법적, 정치적, 문화적 배경과 맥락을 말합니다.


오: 그럼 나머지 둘은 무엇인가요?


조: 가치란, 단체가 어떤 가치를 갖고 있나, 그리고 내세우는 노선을 스스로에게도 적용하고 실천하는가 등을 말하고요. 마지막으로 영향력이란 좁은 의미의 노선투쟁이라기보다는 그것보다 넓은 의미의 영향력을 말합니다. 주장하는 바를 얼마나 관철해내는가. 대중에게 얼마나 알릴 수 있는가 등이 해당되겠죠.


오: 이런 평가 기준으로 본 인권연대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저희가 인권연대에 대한 평을 청하면 대개는 ‘열심히 한다’ ‘수고한다’ 같은 칭찬뿐입니다. 물론 고생도 하겠지만, 덕담 말고 발전을 위한 냉정한 평가를 받고 싶은데요.


조: 그러면 저한테도 정보가 있어야 하니까 몇 가지 물어볼게요. 인권연대 스스로 생각하는 단점이랄까 부족한 점은 어떤 것들인가요?


오: 여럿 있는데요. 하나만 말씀드리자면 실무 인력의 부족으로 검찰 등 권력기관에 대한 일상적인 모니터 자체가 어렵습니다. 입법과정도 살펴보기 힘들고요.


조: 그렇다면 다른 단체에 견주어 인권연대가 갖고 있는 독특한 부분도 있을텐데요.


오: 특징적인 부분이라면, 단체에 ‘대표’직을 비롯해 각종 직함 있는 ‘자리’를 만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가령, 대표가 상근자, 회원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정치판에 가버린다든지 하면 단체의 위상 자체가 흔들리거나 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그런 일을 막아보자는 차원도 있고, 또 하나는 일반적인 시민단체들에는 대표-위원장-총장, 처장, 국장 등의 직함이 많은데, 긍정적인 변화를 도모하는 사람들이 구태의연한 직함에 휘둘리지 말자는 뜻도 있습니다.


또, 비교적 선택과 집중을 하려고 하는데, 복잡한 논의 구조를 없애고, 일을 잘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 그렇군요. 아까 말씀드린 평가의 네 차원에서 어떤 영역을 더 집중할 것인가를 선택할 필요가 있어요. 또, 목표는 구체적으로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구체화된 수치를 바탕으로 내부 평가에 활용하는 것이 좋겠네요. 계획도 플랜A, 플랜B 등으로 여러 차원에서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오: 단체와 언론과의 관계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희는 언론에 목을 매는 운동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보도자료도 벌써 4,5년째 전혀 내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다른 단체에 비해 언론보도에는 자주 나오는 편이지요.


조: 원칙적으로 언론홍보는 자원이 부족한 운동단체가 자신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수단입니다. 기자들도 바보가 아니죠. 보도자료를 내지 않아도 기사감이 된다면 실을 것이고, 아무리 보도자료를 만들어도 기사감이 안 된다면 싣지 않을테니까요. 다만 일도 하지 않고 내용도 없으면서 보도자료만으로 존재하는 단체들은 비판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운동단체가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가능한 모든 정치참여방식도 다 동원되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집회나 시위는 ‘온 몸으로 하는 투표 행위’이기도합니다. 단체들에게는 기본적으로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효율적이고 비용이 적게 드는 모든 방식을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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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제 교수


오: 여러 단체들이 매일처럼 보도자료를 통해 성명도 내고, 이런저런 활동도 알리는데, 일종의 보도자료 홍수처럼 여겨지고, 또 뭐랄까 진정성이랄까 하는 것도 찾아보기 힘든 것 같습니다. 오․탈자는 물론 읽어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는 성명도 많고, 너무 전문적이거나 현학적인 글도 많은 것 같습니다.


조: 그것과 관련해서 저는 언어순화가 한국 사회의 민주화, 인권의 진전과도 중요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 법원과 검찰이 대표적인데 시민들이 쓰는 것과 다른 언어를 쓰면서 스스로를 뭔가 다른 존재라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조: 영국에는 ‘쉬운 영어운동’이란 것이 있습니다. 어떤 할머니가 주도하는데, 배움이 많지 않은 사람에게는 무슨 계약서 한 장 쓰는 것도 너무 어려운 일이지요. 어렵게 쓴 글을 누구나 쉽게 알아보도록 쉽게 쓰자는 운동입니다. ‘쉬운 영어운동’은 권위적이고 전문적인 언어 사용과 싸우는 일인데, 그것 자체가 기성체제와 싸우는 하나의 방식입니다. 저는 학교에 계신 국어선생님들이 인권운동의 차원에서 언어인권운동에 나서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오: 계약서나 약관처럼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글도 그렇고 법률적 효력이 있거나 하는 글들은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는 다들 어렵기만 합니다.


조: 은행, 관공서, 보험, 세무업무, 등등의 영역에서 언어인권운동이 꽤나 의미 있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방식이 아니더라도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인권운동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자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억압적인 권력이 무엇인지 조금 더 예민하게 상상력을 동원해서 찾아봐야 합니다.


오: 그런 다양한 실천을 위해서는 더 많은 상근인력이 필요한데, 최근에는 학생운동이 붕괴되면서 상근인력의 배출창구가 없어졌습니다. 저희도 그렇지만 여러 단체들이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지요.


조: 인력 문제가 있어도, 오히려 그 문제의 극복을 위해서도 시민의 자발성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한 운동입니다.


오: 저는 ‘활동가’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뭔가 자신들은 다른 존재라는 배타성이 배어 있는 것 같고, 계몽적 시각도 담긴 것 같아요. 저희의 일이 일종의 코디네이터 역할이지요. 자기가 직접 일하기보다는 시민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거나, 연결해주는 것 말입니다. 시민들과 호흡하며 운동을 통해 뭔가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지, 그저 실무자로 남아 보도자료 쓰기 등의 잡무만 잔뜩 하는 것은 너무 소모적으로 보입니다.


조: 그렇지요. 토론회 같은 행사를 조직하는 것은 오히려 쉽죠. 중심 되는 가치를 붙들고 하나의 흐름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정말로 어려운 일입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두서없이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다보니 벌써 시간이 다 되었네요. 아무쪼록 늘 고생하시는데 제가 했던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일하는데 좋은 영감이 되었고요. 여러 귀한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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