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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를 찾아서(최유라)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0-12-15 14:04
조회
166

최유라/ 지구의 방랑자


 트리에 색색의 조명이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고 징글벨을 부르는 화음이 울려 퍼지는 거리에 서 있으면 어느덧 크리스마스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겨울 이맘때쯤이면 나도 모르게 기다리게 되는 무언가가 있다. 물론 기다리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다. 아마 듣기만 해도 설레는 이름, 바로 '산타'다. 사실 산타를 기다린다기보다는 집에 몰래 놓여 있을 선물을 기다린다는 말이 더 맞지 않을까 싶다.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존재하는가 아닌가로 논쟁의 중심이 되기도 했던 산타이건만, 지금은 그저 추억일 뿐이다. 나는 산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아이 중 한 명으로 “산타는 없어! 어른들이 다 지어낸 거야”라며 산타를 믿는 친구들을 종종 울리기까지 했었다. 산타가 없다고 생각했던 이유에는 ‘굴뚝’ 때문이었다. 산타는 굴뚝을 타고 내려와 선물을 놓고 간다는데 당시 우리 집에는 굴뚝이 없었다. 굴뚝 있는 집에서 살아야만 받을 수 있는 선물이라니. 그 당시 그것이 너무 차별적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머릿속으로는 ‘산타는 없다’라고 믿었지만 내심 산타가 집에 찾아와 선물을 놓고 가기를 기다리기는 했었다.


 “착한 아이에게만 선물을 준다.”라는 말에 12월 즈음이면 의식적으로 ‘착한 아이’가 되려고 애썼다. 평소에는 신발을 벗으면 두 짝이 제각각 여행을 떠나는데 12월이면 신발 두 짝을 외롭지 않게 가지런히 놓아둔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지 못했다. 더더욱 산타를 믿지 못했고, 선물을 받았다고 자랑하는 친구들에게 “산타가 준 게 아니고 부모님이 몰래 둔 거야.”라고 목소리 높였던 기억이 있다.


 착한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를 가르는 기준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누가 그 척도를 잴 수 있었던 것일까? 어린이 세계의 산타 이야기는 비단 그 시절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산타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선별복지’와도 닮은 점이 많다.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는 누군가와 받을 수 없는 누군가의 기준은 분명해 보이는 것 같지만 실상 살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넘쳐난다.


사진출처-freepik


 올해 서울시 청년수당을 신청했다. 서류가 통과되어 6개월간 50만 원을 지원받았다. 덕분에 조금이나마 풍요로운 6개월을 보냈다. 사고 싶었던 책도 마음껏 사고 세미나가 끝난 뒤 통장 눈치 보지 않고 뒤풀이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돈이 없어서 직장이 어떤 조건이건 간에 취직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부터도 조금 자유로울 수 있었다. 물질적 풍요라기보다는 심적 풍요를 경험했다.


 올해 청년수당 신청자가 다른 해보다 많았다는 기사를 접했다. 예산이 정해져 있다 보니 서류를 통과해도 모두에게 지급하지 못했다는 말도 전해 들었다. 신청서류에 적힌 사연들을 읽으면서 이 모두에게 지급할 수 없다는 사실에 가슴 아팠다는 누군가의 말도 듣게 되었다. 가끔, 가난을 선별하는 가난 테스트에 신청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청년수당을 받은 자의 여유일지도 모른다. 내가 받은 복지로 인해 누군가가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50만 원의 무게감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받은 사람과 받지 못한 사람의 사이에 흐르는 경계는 누가 정하는 것일까? 문제는, 2021년에는, 더욱더 ‘선별’ 복지에 초점이 맞춰질듯 하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코로나라는 명분으로 청년 자율예산제를 포함해 청년예산을 삭감했다는 사실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서울시와 시민의 약속이었던 청년자율예산은 편성액이 18% 삭감되었고, 코로나19 관련 서울시 청년예산도 함께 삭감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취업 날개 서비스는 20%, 청년 전담부서 예산은 26% 삭감했다고 한다. 청년월세지원사업 확대 계획은 2만 명에서 5천 명으로 축소되었고 마음건강 지원사업은 3천 명에서 2천 명으로 축소되었다. 그러나 2021년 서울시 예산은 40조를 넘어,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한다. 시민과 함께 시정을 운영하겠다는 시정 철학에 따라서 오랜 시간 공론화를 거쳐 확정된 자율예산을, 숙의 과정 없이 삭감하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선별복지로 지급된 재난지원금도 여기저기 구멍이 드러나고 있어 그에 대한 비판과 지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편복지로 확장되지 못하는 것을 보니, 산타는 2021년에도 여전히 굴뚝만 찾아 헤맬 것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