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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을 읽자!(서동기)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9-03-08 13:10
조회
142

서동기/ 인권연대 간사


새 정부 출범 이후 공휴일이면 무슨 날인가를 슬쩍 보고 정부기념식을 챙겨본다. 올해 3·1절 기념식은 더욱 기대되었다. 2017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느꼈던 감동과 벅참을 이번 3·1절 기념식에서는 어떻게 만들어낼까 하는 기대와 궁금증도 있었다. 올해 초부터 정부와 언론이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3·1운동 100주년을 드디어 맞이했기 때문이다. 슬프게도 기대는 당황과 실망으로 서서히 바뀌었다.


래퍼 비와이씨의 공연 때 화면에 잡힌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모델 이용수 할머니와 김정숙씨의 당혹스런 표정들에 격하게 공감하다가 가수 인순이씨의 ‘아름다운 강산’ 공연에 이르러 실망은 절정에 달했다. 행사 내내 비딱하게 걸려있던 중앙무대 위의 대형 태극기처럼 행사는 뭔가 아쉬웠다. 다양한 공연들이야 좋다면 좋겠지만, 딱 맞아 떨어지는 느낌을 주지 못하는 공연들과 어수선하게 느껴지는 구성들은 아쉬움만 더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짙은 여운을 남긴 장면은 3·1독립선언서를 현대말로 쉽게 풀어써 여러 시민들이 함께한 낭독이었다. 국민의례나 애국가 제창 이전에 함께 읽은 것도 좋았다. 함께 읽고 그 내용을 나눌 때 떨림은 살아났고 여운은 짙었다. 쉽게 풀어 쓴 선언문을 검색해 천천히 읽어보면서 3·1운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서서히 깨달았다.


‘오등(吾等)은 자(慈)에 아(我)’를 동그라미치고 달달 외우며 짜증을 내던 것이 끝이었다. 시험을 위해 빠르게 외우고 문제를 풀기에 바빴고 금세 잊어버렸다. 3·1독립선언이 ‘인류가 모두 평등하다는 큰 뜻을 분명히 하고, 우리 후손이 민족 스스로 살아갈 정당한 권리를 영원히 누리게 할 것이다.’로 시작하여 ‘마지막 한 사람까지, 마지막 한 순간까지, 민족의 정당한 뜻을 마음껏 드러내라.’는 멋진 약속으로 끝났다니. 내용과 떨림이 이제야 눈에 들어왔다.



사진출처-YTN


감동은 그들의 이야기와 고민들을 알아갈 때 지속된다. 한겨레신문은 올해 초부터 ‘1919 한겨레’ 지면을 구성해 100년 전 하루하루를 날짜에 맞춰 보여주고 있다. 고종이 죽었을 때 나도 모르게 한숨이 쉬어지고 2.8독립선언의 그날에는 적국 일본의 한 가운데 모인 청년들을 떠올리며 가슴이 뛴다. 그 하루들을 따라가니 당시의 이야기들은 조금씩 살아난다. 그들의 이야기와 암중모색이 지면에서 일상으로 스며들기도 한다.


최근에는 올해 3월 1일 출간된 권보드래 교수의 <3월 1일의 밤>을 읽는다. 남녀노소 ‘민족자결’과 ‘독립만세’를 말하고, 황해도 연백군 혜성면의 한 농민이 파리강화회의를 말하며 면장을 설득했다는 100년 전 그날들의 기록을 읽으면, 장삼이사 무명씨들의 이야기는 어떤 장면이 되어 살아난다.


좋은 기념은 무엇일까? 역사적인 해를 맞아 새로운 백년을 준비하는 최고의 방법은 그들의 고민을 기억하며, 이어받아 그들의 외침과 고민들을 우리의 오늘과 연결시키는 것은 아닐까. 그 시작은 아는 것이다. 새로 쉽게 풀어쓴 독립선언서부터도 좋겠다. 한겨레신문을 구독하며 1919년의 그날들을 따라가는 것도 좋고, 새로 나온 <3월 1일의 밤>을 함께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 세기를 지나 새로운 백년을 맞이하기 위해 우리 다 같이 3·1운동을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