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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있는 대북정책? 똑바로 해!! - 이현정/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차장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1 16:39
조회
259

무원칙의 대북정책을 원칙 있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현정/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차장



요즘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살펴보면 무엇이 ‘원칙’이고 무엇이 ‘유연성’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요즘 개그 유행어처럼 “너희들 지금 뭐하는 거야? 똑바로 해 이것들아~~”와 같은 답답한 심정이다. 물론 대북정책뿐만이 아니다. 서민을 위한 정부라면서 정부 인사의 사교육 감소 정책 발언에 대통령이 나서서 자중하라고 경고하고 있고, 부자감세 등으로 줄어든 세입을 채우기 위해 추경예산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을 덮어씌우고 있는 현실 또한 답답하다.

여기에서는 최근의 남북관계를 살펴보자. 지난 4월 5일, 북한의 인공위성 로켓 발사 이후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반도 정세는 계속 요동치고 있다. 로켓 발사의 직접적인 원인은 내부 결속 증대와 대미 협상력 강화에 있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악화된 남북관계 또한 이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가 모두 인지하듯이 잃어버린 10년을 되찾는다는 ‘듣보잡’ 구호 아래 대북정책에서의 대전환이 일어났다. 비핵개방3000 대북정책 등장, 무조건 기다리겠다는 엄격한 상호주의 전략, 통일부 폐지 시도, 통일부 내에 외교안보라인 강화 결과는 북한의 대남강경 입장들만 강화시켜줬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북한의 대남 협상세력보다는 강경세력들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지난 두 달여 동안의 대북정책은 그야말로 무원칙, 감정 대응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는 몇 달 전부터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 전면 참여를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내부 진통 등으로 현재까지도 혼선을 빚고 있다. 이렇게 전면 참여를 하지도 않을 바에 왜 그렇게 빨리 발표를 했었는가. 대북 엄포용이었나? 격한 감정을 드러낸 것인가? 혹시 대중들에게 정치적 쇼를 한 것이었나? 또한 최근에는 한 달이 넘게 억류돼 있는 현대아산 직원 신병 처리 문제에서도 물의를 빚고 있다. 보름 전에 유명환 장관이 이 문제를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기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도 행동에 못 옮기고 있다. 주변의 상황을 고려하다보니 일이 더 커져버릴 것 같은 판단 때문이다. 역시 실효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진행한 무원칙, 감정 대응이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지난 4월 21일, 22분 만에 끝나버린 남북 당국자 첫 공식 접촉은 북한의 개성공단 특혜조치 전면 재검토로 마무리되었다. 현 남한 정부가 6.15와 10.4선언을 인정하지 않는 만큼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 원칙은 사라졌고, 더 이상 특혜를 줄 필요가 없다는 내용을 통보한 것이다. 개성공단 확대·발전은 경제적 이익을 뛰어넘어 한반도의 정치군사적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을 불러올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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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는 남북관계의 뒤틀림 속에서 개성공단 운영마저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럴 때일수록 이명박 정부는 대북정책에서 무원칙과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상호 신뢰 회복을 위한 여러 조치들을 즉각적으로 취하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첫째, 6.15선언과 10.4선언을 이행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지금의 개성공단 문제는 단순히 무상 사용료, 낮은 임금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북한이 볼 때는 남한이 서로 약속한 공동선언을 파기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한국은 지금 깊이 논의되고 있는 PSI에 전면 참여해서는 안 된다. 이 PSI의 강제차단 행위는 국제법 논란 여지가 있으며, 무기 확산 의혹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없으며, 한 국가에 군사적 행동과 경제봉쇄까지 가져올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시스템이다. 특히 한국이 PSI에 전면 참여할 경우, 영해상에서 군사적 충돌 위험성이 커지고, 이는 결국 남북 간에 더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므로 글로벌 차원이 아닌 우리 문제로서의 로컬 차원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은 남북이 서로 맞대고 살아가는 운명공동체인 만큼 기존의 남북해운합의서 틀과 PSI의 부분적 참여를 유지하면서 슬기롭게 남북관계를 관리해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북미관계의 변화를 주목하여 한국의 실리를 챙기는 적절한 대북정책을 펼쳐야 한다. 사실 이번 로켓 발사는 미국 오바마 정부가 대북정책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졌다. 오바마가 조만간 대북정책에 대한 정치적 리더십을 확보할 경우, 대북정책 기조가 비핵화와 비확산인 만큼 북한과 대화와 협상을 펼쳐나갈 것은 분명하다.

역사학자 E.H.카는 역사는 현재와 과거 간의 끝없는 대화이고, 역사철학자 액튼은 역사는 반복된다고 말했다. 바로 지금의 남북관계의 답답한 상황을 우리는 어디에선가 경험한 듯하다. 바로 김영삼 정부 시기와 유사하다. 당시 93년 북핵 1차위기 때 김영삼 정부는 “핵을 가진 자와는 대화할 수 없다.”고 했고, 이후 조문 파동 등까지 겹쳐 남북관계는 김영삼 정부 말기까지 노태우 정부보다 더 냉랭해졌다. 결국 김영삼 정부는 클린턴 정부와 불협화음을 보였고, 북미 간에 발전된 행보를 멀뚱히 지켜보고 있어야만 했다. 지금 이명박 정부도 마찬가지다. 실효성 있는 대응을 내놓기도 전에 원칙 없는 발언과 행동 등으로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벌써부터 오바마 정부와의 대북정책이 삐걱거리며 혼선을 빚어가고 있는 듯싶다. 지난 김영삼 정부의 남북관계 추락이라는 역사적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대북정책을 실효성 있는 화해·협력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면서 신중한 접근을 통해 한국의 발언력을 계속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

요즘 남북관계가 15년 전으로 되돌아갔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만약 개성공단이 이대로 문을 닫아버린다면 남북관계는 30년 전 이상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암울한 현실에 놓여있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의 경제공동체를 뛰어넘는 통일공동체로의 변화·발전은 더욱 요원해질 것이다. 지난 4월 5일, 이대통령이 “북한은 로켓을 쏘지만 우리는 나무를 심는다.”고 언급하였다. 이렇듯 여유롭게 행동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지난 10년 간 남북 화해·협력 정책이 성공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점을 깊이 살피고, 남북관계를 이념의 잣대가 아니라 실용의 잣대로 풀어가겠다는 취임사와 같이 지금은 한국의 국익을 생각하여 대북정책을 펼쳐가야 한다. 이 정책이 바로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