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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 국민이냐고? 그럼 너넨 어느 나라 정부인데?!! (이동화)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2 11:08
조회
196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 간사



월드컵으로 온 나라가 웃고 울며 떠들 때, 한국의 대표적인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사무실 앞에는 태극기와 참여연대 OUT이라는 손피켓을 든 다수의 어르신들이 기자회견 및 집회를 개최하며 참여연대는 빨갱이 단체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심지어는 가스통과 기름이 담긴 인화물질을 소지하고 참여연대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서 “다 불태워버리겠다”고 위협해서 이를 경찰이 막는 참으로 기이한 풍경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그리고 지금도 보수단체들의 집회는 계속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진보건 보수건 자신들의 주장과 의견을 표현할 권리가 있기에 그 분들의 기자회견과 집회 그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물론 테러에 가까운 물리적 폭력과 언어폭력, 이에 대한 경찰의 뜨뜻미지근한 대응은 심각한 문제이지만 여기서는 다루지 않기로 한다.)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보수단체의 어르신들을 참여연대 앞으로 보내게 한 이 정부의 비겁하고 치졸한 행위에 있다.

참여연대의 서한이 유엔안보리로 발송이 된 것은 지난 11일(금) 오후이다. 그리고 다음 주인 14일에 국내 주요일간지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 외교부 대변인의 공식 성명을 시작으로, 외교부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여당의 원내대표도 한 목소리로 참여연대의 서한발송이 “국익에 저해되고”, “안타깝고” “부적절한 행위” 라고 하였다. 특히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치인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참여연대의 서한 발송은 “어느 나라 국민인지 의심스럽다”라고 하며 참여연대의 애국심을 의심했다. 정부의 주요 인사들과 여당의 실세들이 이렇게 발언하며 매도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니 보수단체가 참여연대 앞에서 그렇게 극성스럽게 시위를 하는 것이 이해가 되고, 일반 시민들도 참여연대가 대단히 큰 잘못을 한, 옛날 말로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로 비춰질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참여연대 서한의 내용은 논외로 하고, 과연 참여연대가 유엔안보리에 서한을 발송한 것이 문제가 되는지의 여부는 유엔의 시스템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고 접해본 사람이라면 참여연대가 지극히 특별할 것 없는 소위 NGO(비정부기구) 활동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정반대로 정부의 외교에 커다란 어려움을 주었다니, 이즈음 되면 정말이지 “막가자는” 이야기들이라 답답하다 못해 통탄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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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참여연대 관련 발언을 하고 있는 정운찬 국무총리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참여연대라는 단체는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가 부여하는 특별협의지위자격(Special Consultative Status with UNECOSOC)이 있는 단체이다. 이러한 협의지위자격이 있는 단체는 유엔의 각 기구에(주로 유엔인권이사회와 경제사회이사회) 단체의 주장과 의견을 제기, 발표하고, 로비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는다. 그리고 그 권리는 유엔의 결의안으로써 더욱 보장받고 강화를 받고 있는 것이 현재의 추세이다. 국가들 간의 연대체인 유엔에서 NGO의 의견을 중시하고 제도적으로 보장한 역사는 유엔의 탄생 때부터라고 할 만큼 상당히 오래되었다. 특히나 유엔이 갈수록 각 국가들간의 외교적 공간으로 전락하고 강대국의 이익만이 관철된다는 국제적 비판으로 인하여 국가들과 일정정도 다르고 비판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는 NGO들에게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하려 하는 움직임은 갈수록 제도적으로 뒷받침되고 있다.(유엔인권이사회의 UPR 제도 신설 등) 그러하기에 유엔에서 국가와 다른 의견을 가진 엔지오의 존재는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만약 회원국가의 의견과 그 회원국가의 NGO가 의견을 같이 한다고 하면 그것이 유엔차원에서는 이상하게 받아들여지고, 이는 제 3세계 독재국가내의 관변단체들로 인식이 될 뿐이다.

또한 이 서한은 유엔안보리에 Open letter(공개서한) 형식으로 보낸 것이다. Open letter는 특정 수신인에게 비밀리에 보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에게 공개적으로 보내지는 일종의 낮은 수위의 청원 글인 것이다. 실상 이러한 형식의 서한은 공식적인 논의의 대상이 되기 힘들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공식적으로 NGO들이 제기한 사항에 대해서 의제화 하거나 NGO들의 공식적 참여를 제한하는 폐쇄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안보리에서 다루는 주제가 대단히 위중한 것들이기에 각각의 주제에 따라 전 세계 수없이 많은 시민단체, 노동단체, NGO, 인권단체들은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들에게 Open letter를 보내고 또한 적극적인 로비도 진행한다. 대표적인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1999년 6월 이후 현재까지 안보리에 50여통 이상의 Open letter를 보냈으며, 인터넷 검색엔진인 구글(Google)을 검색해보면 유엔안보리에 보내진 Open letter는 전 세계적으로 수십 만 건 이상이 검색되어 진다.

아마도 이러한 사실은 외교부에서도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교부를 비롯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정부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을 거라면 입 닥치고 가만히 있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참여연대는 어느 나라 국민이냐고 언성 높여 꾸짖는다. 참나 아무리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며 입 다물고 살아야 하는 요즘이라지만, 이건 정말 해도 너무한다. 옛 말에 올바른 위정자는 국민을 섬긴다고 하였다. 하지만 요즘의 정부 관료는 국민을 섬기며 국민의 의사를 귀 기울이기는커녕 국민을 자신들의 부속품으로 생각하는가 보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찌 정부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았다고 하여 애국/매국으로 나눠서 색칠해버리는 놀랄 정도의 무모함을 발휘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유엔에 사무총장을 배출하고 유엔의 인권이사국인 한국 정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의 정부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다 떠나서 나는 이 정부가 진심으로 창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