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가시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목에가시

‘목에가시’는 현장을 살아가는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칼럼 공간입니다.

‘목에가시’는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총장), 신종환(공무원), 윤요왕(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장), 이동화(아디 활동가), 이승은(경찰관), 이원영(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 정한별(사회복지사) 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종교계 부정부패 흐름 개선되어야 한다_불교편 (손상훈)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2 11:29
조회
299

손상훈/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상담위원


 

연말이 다가오면서 훈훈한 감동을 주는 종교지도자들이 많다. 스님이나 목사, 신부님이 고무장갑을 착용하고 ‘김장담기’를 기업의 협찬을 받아 함께 벌이는 현장. 종교계 최고 지도자들이고, 종교 행정을 맡고 있는 책임자들의 활동은 매년 보는 드라마지만 기분 좋은 이벤트이다.

불교계 최대 종단 조계종은 소위 달동네라 불리는 산비탈에 사시는 이웃들을 위해 ‘연탄 나르기’ 봉사활동 이벤트를 벌였다. 어떤 이는 스님들이 연탄까지 나르는 ‘쇼’를 한다고 비판도 하지만, 4년 임기 내 한 번도 이웃을 위해 봉사하지 않는 지도자보다야 낫다.

그런데, 언론에 소개되는 좋은 기사 말고도 사회법의 심판을 받는 소위 ‘종교지도자’라고 할 수 있는 스님, 목사님들의 경우가 종종 눈에 들어온다. 자신이 좋아하는 종교에 ‘사랑의 콩깍지’가 끼면 잘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보인다.

인터넷 검색창에 몇 가지 열쇠 글만 통합검색해서 올 한해 보도된 것을 보면, 전형적인 공금횡령 사건의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101124web03.jpg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은 먹거리나누기운동협의회 주최로 조계사에서 '행복나눔 김장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장 김근상 주교,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김종성 목사, SK텔레콤 정만원 대표이사와 시민, SK텔레콤 직원, 군인, 대학생 등 자원봉사자
600여명이 참여했다.
사진 출처 - 불교포커스


주지인 승려 1억여 원 횡령

충남의 한 경찰서는 지난 1996년부터 2004년 7월까지 약 8년 간 B군청으로부터 사찰관람료 명목으로 입금되는 금액을 인출해 임의 소비한 전 사찰 주지 모 승려를 지난 10월 구속했다. K사찰 주지(46세)는 1996~2004년 7월경까지 주지로 근무할 당시 B군청으로부터 매월 입금되는 사찰관람료 중 약 9500만 원을 종단의 승낙을 받지 아니하고 개인 용도로 써 공금을 횡령했다. 불교계에서 이런 공금횡령사건은 매년 1~2건 정도 언론에 보도되는 편이고 드러나지 않는 사건은 더 많다.
정교분리 위반, 특혜받기 위해 뇌물 살포한 승려

올해 부정부패 사건의 백미로 특별 선물세트는 ‘지방자치단체와 연결된 납골당 사업 승려’이다. 지난 10월 경남 함안에 있는 한 사찰의 주지가 납골당을 지어 분양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었다. 지역의 유력 정치인들과 유착돼서 각종 비리를 저질러 왔고, 유명 정치인들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대부분 농민들인 이 지역 특성상 한 푼 두 푼 모은 세금을 타 내 사리사욕을 취한 사례이다. 이 승려는 지난 2008년에 납골당을 함안군에 팔면서 군비와 도비 12억 원을 받아냈으며, 이 과정에서 당시 함안군수와 군의원에게 금품을 ‘베푼’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밖에도 이 승려가 사찰에 들어온 기부금을 도내 유력 정치인들에게 전달한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단다. 검찰은 이 승려가 J시 한 소방시설 업자와 지역 국회의원을 연결해 주는 대가로 업자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를 포착하고, 실제로 이 돈이 해당 국회의원 측에 흘러갔는지 보좌관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고 한다.
승려가 본드 흡입하려 도둑질

지난 10월 경찰서 '경승(警僧)'으로 활동하는 승려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공업용 본드를 훔치다 발각돼 경찰에 입건됐다. 제주의 한 경찰서는 제주시 모 사찰 주지 박 모(45) 씨를 절도 혐의로 입건했다. 박 씨는 밤 9시경 모 철물점에서 공업용 본드 3개(5,100원어치)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씨는 물건을 훔쳐 나오다 철물점 주인 김 모(38) 씨에게 발각돼 곧바로 현행범으로 붙잡혔다. 경찰은 "박 씨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본드를 흡입하기 위해 절도 행각을 벌인 것으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한편, 박 씨는 제주 모 경찰서에서 경찰관들의 불교 신앙을 돕는 경승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분을 경승으로 위촉한 경찰서도 문제지만, 이런 승려를 경승으로 추천한 종단은 더 심각한 도덕 불감증에 빠져 있는 것 같다. 공공기관은 종교계의 자원을 활용할 때 더 엄격한 검증 절차를 가져야 한다.

101124web04.jpg
조계종 중앙종회 감사보고 장면
사진 출처 - 불교포커스


최근 조계종의 ‘국회’격인 중앙종회는 3년 만에 ‘국정감사’격인 종정감사를 실시하고 ‘본회의’ 보고를 하였다. 국회의원 격인 한 중앙종회의원 스님은 “본사 5곳을 감사했는데, 관람료 수입 5억이 5천만 원으로 기재되는 등 오점이 있었음에도 그간 누구하나 이를 지적하지 못했다”며 조계종의 발전을 위해서 매년 감사가 실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부감사를 하지 않는 종교계보다야 낫다고 할 수 있지만 불교계 최대 종단임을 감안하면 ‘부정부패’를 감시하는 내부 활동이 심각하게 미진하다.

불교계의 청렴성을 확대하고, 부정부패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승려 내부의 자발적 개선은 기본이다. 또한 평신도들로 조직화된 ‘모니터’ 및 사찰평가를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이제는 종교계는 더 이상 ‘권위의 성역’도 아니다. 더구나 한국불교계가 인도불교처럼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와 함께 협력하고 회향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사찰재정 공개를 꾸준히 요구하고,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부정부패의 통계를 내고, 공공기관에서 불교계에 지원한 세금을 올바르게 집행 감독하고 있는지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평신도의 ‘사찰재정 투명성 모니터’활동 등 시민 사회적 경험 교류와 교육기회가 많아질 때 변화의 큰 흐름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불교계 시민사회세력이나 제도권 안의 신도회 조직은 매우 취약하다. 바로잡아야 할 종단 제도권과 스님에게 ‘쓴 소리’를 내는 측은 소수이고, 오히려 승려들의 이해관계에 이용당하거나 ‘침묵’과 ‘방관’이 대세인 상황이다.

최근 목소리를 내는 평신도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고 ‘나도 사찰의 주인’이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이런 흐름이 다양한 종교인권감수성 교육과 연계되어 ‘민주시민의식’으로 발전되는 데 시민인권단체들의 관심과 연구도 필요하다.

우리사회에서 세금 한 푼 내지 않으며 특혜를 가장 많이 받는 종교계가 이웃을 돕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불교계는 문화재, 템플스테이 등을 이유로 다양한 국가예산을 지원 받는다. 이런 불교계가 부정부패의 흐름을 개선하지 않고, 내부 자정 능력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연탄 나르기’나 ‘김치담기’는 진짜 ‘쇼’로 의심받을 수 있다. 종교계 내부의 부정부패의 흐름 막고, 재정투명성을 높이는 데 평신도들의 더 많은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