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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조차 '스펙'이 되는 세상 (임아연)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2 11:30
조회
205

임아연/ 한밭대 학생


 

대한민국 20대는 참 별 게 다 힘들다. 이 무슨 어린애 같은 투정이냐고? 하지만 사실이다. 적어도 기성세대라고 불리는 이들은 취업을 위한 '스펙'의 하나로 트위터를 시작하진 않을 테니까.

그야말로 SNS(Social Networking Service)의 시대다. 국내 싸이월드는 물론이고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미투데이, 마이스페이스 등등 이름도 낯선 온갖 SNS가 쏟아져 나왔다. 덕분에 한국의 평범한 대학생 임 모 양도 오바마와 '친구' 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대중들은 SNS를 통해서 유명 연예인, 정치인과 자유롭게 소통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현상이 탐탁치만은 않다. 어느 순간부터 SNS엔 소통을 가장한 자신의 인간관계에 대한 과시욕이 만연해 있는 걸 느낀다. 마치 싸이월드 '투데이(하루 동안 나의 미니홈피에 다녀간 사람 수)'에 집착하듯 사람들은 페이스북 친구 수와 트위터 '팔로워(트위터에 올린 나의 글을 구독하는 사람)' 수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숫자는 이제 한 사람의 인기를 나타내는 척도가 됐다. 심지어 가뜩이나 힘든 취업 현장에 까지 영향이 미쳤다. 어느 기업은 지원자에게 트위터 팔로워 수를 물었다고 했다. 팔로워가 300명은 넘어야 한다는 구체적인 숫자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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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페이스북과 트위터


20대는 또 분주해졌다. 스펙의 기본인 학벌, 그리고 학점과 토익점수 관리는 기본이고, 취업 5종 세트(공모전 입상ㆍ인턴경험ㆍ봉사활동ㆍ각종 자격증 취득ㆍ아르바이트)에 더해 이제는 트위터 팔로워 수도 관리해야 한다.

트위터의 정보전달 속도와 그 영향력을 평가절하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취업 때문에 관계 맺고 소통하는 것까지도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 싫은 거다. 20대의 대부분의 일상은 '취업 때문'에 이뤄진다. 봉사활동 조차 사회적 의미를 담기보다 취업 때문에 한다. 관계도 마찬가지다. 다른 세상,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언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며, 트위터도, 페이스북도 그러한 동기로 시작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화의 내용보다 숫자에 집착한다.

세상이 SNS의 영향력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SNS 상에 등장한 어느 정치인의 발언이 이슈가 되기도 하고 SNS를 통해 실종된 사람을 찾거나, 절망한 누군가의 자살을 막기도 한다. 또 뉴스보다 더 빠르게 정보가 전달되면서 현장성도 높아졌다. 필자 역시 어디서나 누구와도 쉽게 안부를 전할 수 있는 SNS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이러한 영향력 아래 숨겨진 현실을 발견할 때마다 밀려오는 회의감은 어쩔 수 없다. 한 인간의 존재가치가 초ㆍ중ㆍ고등학교부터 등수로 매겨져온 것도 모자라 이제는 관계조차 숫자로 치환됐다. 내가 어떤 사람과 무슨 대화를 나누느냐 보다 몇 명이 팔로워 했느냐를 궁금해 한다. 서글프다. 관계조차 스펙으로 남아버린 사회. 관계조차 경쟁하듯 맺어야 하는 현실. 이와 더불어 모든 20대가 취업만을 위해서 살지는 않을 것인데, 정말로 세상과 함께 호흡하고 싶은 젊은이들에게도 그런 굴레가 덧씌워 지는 게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