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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의 유엔인권활동 마무리, 비판, 그리고 다시 활동을...... (이동화)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2 13:23
조회
204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 간사



올해 6월 3일 프랭크 라 뤼 유엔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 17차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한국 표현의 자유 보고서(8개 분야, 16개의 권고안)를 발표하였다. 한국 상황에 대해 보고서에서 언급하고 있는 내용은 많지만 결론적으로 아주 간략하게 이야기 하자면 이명박 정권이후에 한국에서의 전반적 표현의 자유는 후퇴되었고 특히 인터넷 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가 두드러지게 위축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권고안을 이행하기 위해 정부 측과 국회(천정배 의원실), 그리고 인권시민노동단체들이 공동으로 8월 17일에 국회에서 보고서 후속이행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이로써 2008년 8월 유엔특별보고관에게 최초로 한국에 인권침해 조사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한 이후 3년여의 유엔인권활동(엄밀히 말하면 유엔 특별절차에 진정한 이후 진행되는 프로세스)이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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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말 유엔인권이사회 17차 세션 한국 NGO 참가단 출국 기자회견 모습
사진 출처 - 필자


앞에서 잠깐 언급하였지만 이 활동은 2008년 촛불집회로부터 시작되었다. 2008년 광우병수입협상으로 촉발된 촛불집회는 그해 6월을 정점으로 정부의 심각한 탄압에 직면하게 되었고 그 상황에서 민변을 포함한 인권시민노동단체들은 유엔이라는 상대적으로 공신력이 높은 외부기구에 한국 인권침해상황에 대해서 정식으로 조사방문을 요청하는 유엔특별절차(UN Special Procedures)를 활용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국내단체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대표적인 인권단체인 포럼아시아와 함께 2009년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과 아시아 단체 활동가들이 참여하는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고 결국 한국의 상황을 인식한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2010년 직접 한국을 조사 방문하였고, 이를 2011년 6월에 보고서로 발표한 것이다. 이를 위해 꼬박 3년 동안 국내 수십여 인권, 시민, 노동단체들이 연대활동을 하였고 국제인권단체들도 많은 수고를 기울였다. 결론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 보고서에서 한국 단체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었고 나름 상세하게 한국 표현의 실상에 대한 언급과 함께 적절한 권고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단체들 간에는 성공적인 활동이라는 평이다. 하지만 다른 평가도 있다.

다른 유엔활동인 유엔 조약기구 활동(한국이 가입한 국제인권조약의 이행을 감시하는 기구에 NGO 보고서를 제출하는 활동)도 그렇지만 한국 정부에 대한 권고안이 강제력이 없기에 정부에서 이행하지 않겠다고 하면 별다른 도리가 없다. 이번 권고안에도 포함되었지만 유엔의 권고안들의 상당수가 1995년도부터 반복되고 있다.(특히 국가보안법 폐지, 기존 유엔권고안에 대한 이행 등) 그래서 유엔권고안에 대한 실효성은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되고 있다. 또한 이행평가 토론회에서 정부담당자는 “특별보고관 보고서의 권고사항 이행계획을 수립할 예정이 없다”고 발언했다. 또한 이번에 같이 활동했던 활동가는 “유엔의 활동은 겉보기에는 화려해 보이고 얻어지는 결과(권고)도 나쁘지 않지만 들어가는 품은 많은데 비해 실효성이 부족하여 피로함이 높은 활동인 듯하다”라고 평을 하기로 하였다. 일리 있는 평가이다.

상반된 평가 속에서 유사하지만 또 다른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유엔 UPR(국가별인권상황정례검토)활동이다. 아직 제대로 된 평가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그래도 다시 시작한다. 누군가는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활동은 활동가의 상상력을 빼앗고 매너리즘에 빠지게 만든다고 한다. 나 역시 스스로 내적인 평가가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사한 활동을 이어간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어쩌랴. 한 번의 시도로 잘못된 구조와 현실이 변화된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것이 정말 비현실적인 기대일 뿐이고, 몇 번을 해도 여전히 국가보안법과 표현의 자유가 후퇴하고 있다면, 국가보안법이 폐지 될 때까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될 때 까지 계속 맨땅에 헤딩도 하고 계란으로 바위도 치고 해야 하지 않을까? 남들이 뭐라고 해도 지금은 냉정한 평가와 이성적 판단보다는 우직하게 한 우물을 깊게 파내려가는 우공이산의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것은 분명히 내 자신의 합리화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