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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기자본을 보는 두 시선 (홍성준)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2 11:46
조회
223

홍성준/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국장


 

먹튀 VS 변양호 신드롬

한국에서 금융·투기자본의 폐해가 본격화 된지 이미 10년이 넘는다. 그 중 대표적으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사건이 “론스타게이트”이다. 론스타게이트란 2003년 투기자본 론스타와 인허가권을 지닌 경제관료,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의 전문가 집단이 공모해서 외환은행을 불법적으로 인수한 사건이다. 이미,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도 이 사건은 널리 쓰인다. 이 투기자본 론스타의 외환은행 재매각을 두고 우리사회는 극단적인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하는데, 이 두 시각을 대표하는 두 가지 단어도 있다. 하나는 “먹튀”이고, 다른 하나는 “변양호 신드롬(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승인의 책임이 있는 관료-노무현 정권에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이다. 이 단어들의 생성기원을 보면, 전자는 필자가 활동하는 투기자본감시센터에서, 후자는 삼성재벌 신문인 중앙일보가 만든 조어이다.

먹튀는 금융투기자본이 단기간에 무자비한 방법으로 고수익을 챙겨 시장에서 떠난다는 의미, 분노의 목소리이다. 반면, 변양호 신드롬은 인허가권을 가진 고위 관료가 세상의 비난이 두려워 지닌 권한을 사용하지 않아 시장에서 수익을 남기지 못했다는 의미, 안타까움의 목소리 또는, 다른 한편의 분노의 목소리이다. 상식적으로 볼 때, 전자는 금융투기자본의 무자비한 고수익 축적으로 피해를 입은 대중들이 주로 사용할 것이고, 후자는 고수익의 기회를 놓친 소수의 자본, 금융투기자본들이 주로 사용할 것이다.
대법원 판결보다 투자자 보호!

이제, 론스타가 5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먹튀 수익을 챙겨 떠나려는 순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동안, 론스타게이트의 불법성에 언제나 면죄부를 내리던 대법원이 이전과는 다른 판결을 낸 것이다. 지난 3월, 대법원(주심 안대희)은 2003년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 범죄를 저질렀음을 명확히 밝히고 유죄판결을 내렸다. 그 순간, 모든 것은 명확해 졌다. 은행법 등 관련법에 불법을 저지른 자가 대주주 자격이 없다고 명시되어 있어서,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 박탈은 명백한 진실이 된 것이다. 대주주 자격박탈과 강제매각을 내릴 주체인 금융위원회도, 비록 위원장인 김석동과 금융위원인 심인숙이 론스타게이트 주요 책임자 또는 법률 대리인 출신임에도 론스타 먹튀를 승인할 수는 없었다.

그러자, 재미있는 일이 생겼다. 한국 사회 대부분의 언론과 방송은 일제히 “변양호 신드롬”을 말하며, 금융위원회를 질타하고 나섰다. MBC, 조선일보, 한국일보, 매일경제, 머니투데이, 서울경제, 이데일리, 연합뉴스, 국민일보, 이투데이, 아시아경제, 서울신문, 아주경제... 모두 헤아리기도 힘들다. 모두들 금융위원회의 관료들이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능동적으로 외환은행의 재매각-론스타 먹튀를 승인하지 않아 안타깝다고 한다.

그럼 주가조작을 위해 “사제폭탄”을 투척해도 투자자만 보호되면 된다는 소리인가! 즉, 소수의 자본, 금융·투기자본이 먹튀로 큰 돈 버는 것이 대한민국 대법원 판결보다 우선하는지 밝혀야 한다. 아울러, 이완용은 자신이 지닌 “애국의 소신”이 한일합방이었다는데, 그의 정책결정을 가속화한 일진회 100만 회원의 여론 조작과 이들 언론과 방송의 행태가 무엇이 다른가? 다른 무엇보다, 다수 대중이 아닌 고수익을 챙길 소수 자본-론스타, 론스타 투자 한국인, 하나금융 등을 대변하는 그들은 대중 언론인지, 아니면 금융·투기자본의 대변인인지를 답을 해야 한다!

나찌에 부역한 세력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드골이 가중 처벌한 대상이 언론과 지식인이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 이유는 세상 그 어떤 압제보다 민중에게 가장 큰 해악은 정신을 오염시키는 것 때문이다. 변양호 신드롬 운운하는 언론과 방송은 이 세상 그 어떤 오염물질 보다 강력한 독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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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사이비 진보와 무식한 진보

그리고, 또 하나의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전에도 투기자본 론스타 먹튀를 옹호해왔던 김상조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가 보수지인 조선비즈(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또 한 번의 그 “소신”을 밝혔다. 언제나처럼, “론스타가 팔고 나가게 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라고 했고, 먹튀를 중단시킨 금융위원회를 비겁하다고 맹비난했다. 김상조 교수의 그런 소신은 솔직히 놀랍지도 않다. 이것이 그와 그의 단체의 일관된 주장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참여연대에 있을 때인 2006년도부터, 론스타가 천문학적인 먹튀 수익을 챙기고자 벌린 재매각 협상이 있을 때마다 그러했다. 그 뿐이 아니다. 론스타게이트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대표적인 투기자본 문제인 쌍용차 사태에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기술유출 방지방안 마련이 외국인 투자를 막는다고 반대 했다. 이것은 우리센터의 노력이나 시민사회 분노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의 문제일 뿐 아니라, 지금까지 모두 15명의 무고한 생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쌍용차 사태를 외면하는 행태이다. 같은 사례는 찾으면 많다. SK-소버린 사태에서도 투기자본인 소버린을 대변 아니, 법률적으로도 대리하였다. 이처럼, 그와 그의 단체의 오류는 찾을수록 발견된다. 아무튼, 이제 다시 한번 더 나서서 론스타 먹튀를 옹호하고 있는데, 시민단체, 시민운동가의 금도를 이미 넘어 섰다고 판단되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그와 그의 단체가 전문가로 유명세를 타고 진보로 자처한 것은 금융•투기자본의 문제가 미국 월가의 일로 치부하는 우리사회의 무지 때문이다. 특히, 진보진영이라고 불리는 단체와 개인 명망가들의 책임이 크다. 그와 그의 단체의 본질은 그냥 신자유주의 금융화로 무장하고, 주주자본주의를 옹호하는데 있다. 삼성재벌을 비판하고 있지만, 그들이 삼성 노동자들의 권리나 원하청 관계를 통한 수탈의 문제로 고민하고 싸운 적을 본 적이 있는가! 이건희-이재용의 불법상속으로 손해를 입은 다른 주주-외국인 주주(삼성전자는 50%에 육박)를 위해 싸운다는 판단은 왜 못하는가! 그들과 관련된 “소액주주운동”을 통해, 실제로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 성과는 물론, 노동탄압의 문제, 반사회적 영업의 문제를 제기했다는 말을 아직 듣지 못했다.

하지만, 모두 진실을 외면하였다. 오히려, 그들과 함께 사진 찍는 것을 즐겼고, 진보언론매체는 지면을 아낌없이 할애하였고, 진보정당은 주요 간부로 임명하며 자랑하였다. 부끄러운 일이다. 또한, 잘못이다. 정말 몰라서 그랬다면 묻고 배워라! 하지만, 몰라서 묻고 배우는데, 상대를 불쌍한 피해대중과 소위 유명한 전문가를 구분하는 태도는 오만한 엘리트주의일 뿐이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쌍용차 사태를 다룬 진보적인 방송-PD수첩 등에서도 사태 원인-투기자본 상하이차 자체를 다룬 것을 본적이 없다. 그냥, 쌍용차 노동자가 불쌍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방송만을 주로 접했다.

오히려, 경제 전문가들은 누구인가? 아마도, 지금의 경제체제 하에서 존재하는 이데올로그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대안이라는 것도 현 경제체제 하에서 이미 (타국에서) 허용되는 법제도이거나, 현재의 대주주에서 다른 대주주로 주인을 바꾸자는 수준의 주장일 것이다. 이는 현재의 경제체제-금융·투기자본의 폐해는 피해대중이 더 잘 알지 경제학 교과서에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론스타와 김앤장, 그리고 경제관료들의 투기동맹을 조사하고 책까지 낸 사람은 외환카드의 해고 노동자였다. 상하이차가 먹튀 방식으로 회계를 조작하고 정리해고를 한 것을 최초로 밝힌 사람은 77일 파업으로 감옥에 있던 50대의 고졸 학력의 쌍용차 생산직 노동자였다. 결코, 많이 배운 교수나 TV출연이 잦은 전문가가 아니다! 자칭 진보라면, 이들을 과격하고 조야하다 말고 이들 피해대중의 경험과 소망에서 배워라! 그것이 아니라면, 그런 진보 또한 혹세무민(惑世誣民)일 뿐이다!

※ 이글은 금융위원회의 론스타 대주주 적경성 심사유보 결정 후, 필자가 속한 단체의 두차례 촌평(필자 집필)을 기초로 쓰였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