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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 레미콘 기사님도 함께 운 강정마을 현장 이야기 (이현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2 14:28
조회
245

이현정/ 흥사단민족통일운동본부 부장


 
얼마 전 제주해군기지 건설 공사 중인 강정마을을 5일 동안 찾았다. 작년에 방문했을 때와는 달리 그곳에 더 큰 상처가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잠깐이었지만 불법과 폭력이 난무한 그 현장에서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의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여기에 담아본다.

가장 먼저 우리와 함께 울어준 해군기지 공사장 레미콘 기사님이 잊혀지지 않는다. 하루에 수십 대씩의 레미콘이 공사장에 출입하는데, 그 기사님들께 매일 같이 인사하고, 눈물과 편지로 호소하는 강정지킴이들이 항상 공사장 앞에 있다. 그 날도 그러했다. 그러다가 우리 일행들 약 20여 명이 도로 위 한 대의 레미콘 앞에서 평화의 절을 올렸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약 40여 분간 레미콘 기사님께 절을 올렸다. 순간 레미콘 기사님이 눈물을 훔치신다. 절을 하는 사람들도, 그리고 옆에서 전 날 사제가 돼 첫 예배를 보던 성공회대 신부님들도 모두 함께 울었다. 그리고 기사님은 죄송해서인지 시선을 못 마주치신다. 담배만을 피워대시면서 그 40여 분을 묵묵히 기다려주신다. 옆에 다가간 우리 일행에게 말씀하신다. “나도 마음이 아퍼~ 먹고 살라니 어쩔 수 없구만.. 나한테 이러지 말고, 회사에 얘기를 해줘. 근데 그 놈들이 무서운 놈들이여~” 어느덧 레미콘 예닐곱 대가 그 뒤에 섰고, 그렇게 40여 분간 해군기지 공사는 멈춰졌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평화의 교감을 나눴다. 당시 사진을 못 찍었던 나는 누군가로부터 사진을 받고 이 내용을 트위터에 올렸는데, 김미화씨가 RT를 해주면서 많은 분들에게 알려지기도 하였다. 한 강정지킴이로부터 이전에 양심에 가책을 느낀 레미콘 기사님이 그만 두기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불법과 파괴가 난무하는 이 강정해군기지 건설 현장에서 흘린 이 눈물이 오늘의 강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날 것 그대로라 더욱 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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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해군기지 공사장으로 들어가는 레미콘 앞에서
평화의 절을 올리는 이들과 기사님의 눈물



낮부터 저녁까지 매일 같이 강정해군기지 반대운동을 열심히 하는 한 50대 남성을 만났다. 사실 이 분은 강정마을 옆 주민이었고, 본인이 쓴 표현을 조금 섞으면 해군에 포섭돼 해군기지 찬성 선동활동을 앞장서서 했던 바람잡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왜 이제는 완전히 바뀌어 이렇게 반대운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계실까? 먼저 찬성 주민들도 현재 해군, 제주도가 처음 본인들에게 얘기했던 것들(민군복합 관광미항, 지원금 등)이 조금씩 거짓이라는걸 알고 있단다. 그런데 이 주민들이 왜 반대로 돌아서지 못하나? 해군이 찬성하면 보상으로 1억원을 준다고 하였고. 벌써 지급받은 사람이 있어 집 고친 사람도 있고, 아직 못 받은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물질하는 강정 해녀들이 초기에 적극 찬성을 했단다. 이유로는 해군이 화순에서 해녀들이 해군기지를 적극 반대해 실패한 경험이 있어 해녀들부터 1억원을 준다고 적극적으로 포섭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차피 강정해녀들은 기지건설 내용을 잘 몰랐고 나이가 있어 물질을 못하니 1억원 보상 조건으로 적극 찬성하였단다. 초창기 해군이 주민투표를 할 때 이렇게 찬성하는 해녀들과 포섭된 주민들만을 대상으로 매우 소수만 데리고 했던 것이란다. 이 아저씨 얘기로는 현재 돈 받은 사람이 있지만, 아직 못 받은 사람이 많고, 해군 꼼수로 아마 못 받을거라 한다. 그렇다면 왜 이 분은 해군기지 적극 찬성에서 적극 반대로 돌아섰을까? 바로 앞서 얘기했듯이 해군, 제주도가 해가는 것이 처음 약속과는 달리 계속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찰이 힘 없는 노인, 여성에게 폭언과 발길질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더니 그럼 자기들을 고소하라면서까지 협박을 했다고 한다. 거기에 반대활동을 위해 전국 곳곳에서 모이는 사람들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그들의 진심을 보았고 너무 미안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50대 중년남성은 이렇게 해군기지 적극 찬성에서 적극반대로 뛰고 계신다고 하셨다. 또한 강정포구의 한 횟집 사장님은 처음에 찬성측이었다가 반대측으로 돌아선 것이 구럼비가 파괴되는 모습을 보면서였다고 한다. 이렇듯 지금은 처음에 찬성했던 소수 주민들도 민군복합관광미항이 아닌 일방적 해군기지 건설과 갖은 폭력과 파괴 등으로 찬성측에서 마음을 돌리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강정마을에서 만난 주민 대다수와 강동균 마을회장, 노인회장, 부녀회장, 청년회장까지 모두 강정해군기지를 적극 반대하고 계셨다. 또 지난 5월에는 마을의 몇 분이 제주도청 앞에서 삭발까지 하셨다. 이게 진짜 강정 주민의 날것 그대로의 여론이다.

주민들을 대표하는 이 분들 얘기를 좀 더 해보련다. 강정 부녀회장이 말씀하셨다. 해군기지 이전에는 그렇게 사이 좋았던 주민들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지나가는 찬성측 주민에게 "삼촌~ 어디 갔다 옴쑤까?" 인사해도 고개를 돌려버리고, 집 제사 때에도 형제, 사촌 간에 의견이 다르면 제사만 지내고 훅 가버리는 현실이라며 너무 아프다고 한다. 마을 큰 길에 슈퍼 두 개가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하나는 반대측 주민의 조금 큰 일반 슈퍼, 그리고 하나는 찬성측 주민의 조금 작은 나들가게(기관의 저소득층 지원 가게)가 있었다. 어느덧 이 슈퍼에 출입하는 손님들도 반대, 찬성 주민들이 나뉘어져 이용한다고 한다. 슈퍼에 물건 하나 사러 가는데도 이렇게 갈라질 정도로 마을공동체 또한 파괴되었다고 한다. 주민 간에 정이 사라졌고, 흥겨운 민요가 없어졌고, 한바탕 웃음을 잃어버린 파괴의 현장이었다. 강정민속보존회장님도 말씀하시길 옛날에 전국민속대회에 가서 상도 받을 정도로 참 정겨운 마을이었는데 어떡하다가 이렇게까지 됐느냐 하면서 슬퍼하신다. 청년회장님도 한 말씀 하신다. 지금 찬성측 주민들이 소수인데, 그 분들의 다수가 사실 이 곳에서 오랫동안 농사를 착실히 지었던 분들이기보다는 선거 때 왔다갔다하는 그런 분들이 많다며 매우 안타까워했다. 연세가 많으셨던 노인회장님의 안내를 따라 마을 한 바퀴를 돌았다. 해안가 달팽이카페에서 태평양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며 쉼을 갖는 올레꾼의 모습도 참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런데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어 우리들 모자가 계속 날라다녔다. 그러자 노인회장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나마 오늘은 바람이 적게 부는 날이여. 근데 여기가 바람이 많이 부니까 해군 계획으로는 그때는 군함을 못 띄운다고 하더라구. 거기에 태풍이라도 오면 군함이 기지에 정박을 해놓아도 위험하기 때문에 다른 항구로 옮긴댜~ 그렇다면 고런 것이 무슨 놈의 해군기지여! 제대로나 나라 지키겄어!" 하며 강하게 쓴소리를 내뱉으셨다. 60대 여성으로서 지난 5월 제주도청 앞에서 삭발을 하신 강정마을해군기지여성대책위원장이 호소하셨다. “강정에서 해군기지 공사가 시작된 후 투쟁, 데모를 모르던 보수적이고 평범한 내가 이제는 진보가 되었고, 깨우침에는 나이가 없듯이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울테니 여러분들 좀 도와주십시오~” 평범한 60대 이 여성 주민의 말씀이 마음 깊숙이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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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해군기지 공사장 앞의 경찰


이 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떠오른다. 지난 달 초에 경찰로부터 방송차량이 뺏겼다는 소식을 듣고, 목포에서 두 분이 방송무대차량을 끌고 제주해협을 건너오셨다. 그리고 6월 초까지 마을 주민들과 함께 울고 웃고 하신다. 또 마을에는 30~40여명의 강정지킴이들이 살고 있다. 원래 주민이 아니라 강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전국 곳곳에서 하나둘씩 모여든 평화지킴이들이다. 사연도, 나이대도 참 다양하다. 강정에 잠깐 들렸다가 이곳의 현실을 그냥 두고 갈 수 없어 눌러 앉아버린 이. 문정현 신부님이 계셔서 잠깐 있다가 가려다가 1년 동안 지내고 있는 이. 또 이 분 때문에 마음이 아파 떠나지 못하고 남아있는 이. 비정규직 노조운동을 하다가 일터에서 쫓겨나고 아내에게 석 달의 위로휴가를 받아 이곳에 내려온 이. 외국에 나가있는 아버지 몰래 이 곳에 왔고, 한국에 잠깐 들리는 아버지 때문에 잠깐 서울에 갔다올 이. 그리고 사제는 고통받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죽을 준비가 되어있다며 이곳에 찾아온 문정현 신부님. 여균동 감독님 등 모두 다양한 이유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리고 한 목소리로 강정해군기지 반대를 위해 활동하고 계신다.

이곳에는 사람들의 이야기만 있는 것도 아니고, 주민만이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었다. 파괴되는 뭇생명들이 너무 많다. 강정천에는 매년 5월 강정은어축제를 한다. 그러나 올 해는 축제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해군기지공사로 은어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100년도 못 사는 인간들이 3만 년된 구럼비 바위를 파괴하고, 붉은발말똥게, 은어, 남방큰돌고래, 맹꽁이 등 수 없이 많은 귀한 생태계가 다치고 깨지고 사라지고 있었다.

결국 해군의 국가안보논리는 허구이고, 민군복합관광미항도 모두 거짓말이다. 설계에도 치명적인 오류가 있고, 현장에 15만톤 크루즈호도 못 오고, 강한 풍속과 유속으로 군함 두 대의 교차출입도 어렵고, 그 관할권도 도지사가 아니라 해군사령부에 있다는게 이미 밝혀졌다. 거기에 지난 주에는 한국 해역(제주 남방해역)에서 최초로 한미일 연합군사훈련이 펼쳐졌듯이 지금의 강정해군기지는 향후 미국의 태평양 해군기지로 이용됨으로써 평화의섬 제주가 매우 위험해지는 것이다. 거기에 제주관광객 70%가 중국인, 화교계까지 포함하면 80~90%인 상황에서 미중간에 갈등이 생겨날 시 제주도 관광수입에 오히려 막대한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크다. 제주 도민 여론도 민군복합항이 아닐 경우에는 70% 이상이 강정해군기지를 반대하고 있는 현실이다. 여기에 강정주민, 종교인들, 지킴이들에게 행하는 해군과 경찰의 폭력과 체포, 구속, 또한 절대보전지구인 강정 생태계 파괴와 모든 공사절차 위법 등 결국 강정해군기지는 총체적으로 대국민 사기극에 불과한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지금이라도 해군과 제주도, 그리고 해당 건설업체들은 불법과 파괴가 난무하는 강정해군기지 건설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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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명랑운동회에서 함께 즐겁게 어울리는 강정주민, 제주도민들


강정에서 만난 사람들과 생명의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소개하였다. 역시 답은 현장에 있었다. 현장의 날것 그대로가 진실이고, 그것을 따르는 것이 곧 정의였다. 그렇다면 해군이 말하는 강정해군기지 건설은 정의도 안보도 아니었고, 그 진실은 불법, 폭력, 파괴만이 난무한 곳이었다. 아직 늦지 않았다. 5년 동안 싸워왔다. 그냥 끝낼게 못 된다. 그리고 공사도 25% 정도 밖에 진행되지 않았다. 또 다른 도가니가 되어버린 강정마을을 살려내야 한다.

주민들의 소리를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이 슬픈 현실. 주민들이 왜 반대하는지, 왜 소송을 제기하는지, 왜 체포되고 구속되는지에 대해 아무도 들어주지 않지만, 강동균 마을회장이 주민, 지킴이들과 함께 하는 구호는 여전히 혼이 실려 있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우리는 해냈다! 해군기지 결사반대! 세계평화는 강정에서부터! 지화자 좋다!” 이들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