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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도박, 혁신과 용퇴사이만의 문제인가 (손상훈)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2 14:25
조회
204

손상훈/ 소셜리서치앤멘토르 기획국장
종교인 도박, 혁신과 용퇴사이만의 문제인가



2년간 은둔과 잠적을 했던 수경스님과 불교계의 선방스님들이 조계종 총무원장 용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성명서 발표이후 계획은 없고 현 총무원장의 반응과 평신도인 재가불자들의 입장을 보고 판단하겠단다.

시나브로 종교를 갖고 있는 53%종교인들도 우리 자신들이 믿는 종교계지도자들은 도박이나 성매매에 자유로운지 같이 살펴볼 일이다. 친종교성향을 갖는 무종교인들은 정보가 없으니 더 괴롭다. 종교비판에 자유로운 온전한 무종교인들은 배설적인 비판과 즐겁게 관전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때 쓴 소리를 시기적절하게 했던 종교계 시민단체 현직 일꾼이나 전직 활동가들은 무얼 하고 있는 걸까! 현재까진 성명서와 겹치는 조직 출범밖에 없다. 주요한 불교단체의 평신도 지도자들은 눈치만 보고 있거나 ‘재수가 없었다’거나 ‘상습도박이 아니어서 무죄판결을 받는다’는 등 국민의 눈높이와 동 떨어진 이야기만 들린다. 무능한 활동가였던 내가 보기에도 한심하거니와 처량해 보이기도 하다.

내가 몸담았던 교단자정센터는 개점 휴업상태이고, 심지어 주변에선 폐업했다는 주장까지 한다. 부끄럽고 가슴이 아프고 쓰리다. 종교의 가르침이 살생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수경스님을 비롯한 열 분의 스님들 주장만이 전부일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왜냐하면 현 총무원장스님은 자신의 자리를 걸고 용퇴하거나 그동안의 삶을 반성하고 죽을 각오로 해결을 할 의지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저 최고경영자인 시이오(CEO)자리에서 난 최선을 다하고 있고 나의 진정성을 믿어달라는 것이다. 진정성은 이미 보여준 현 총무원장 스님이다. 역대 총무원장이 하지 못한 다양한 소통과 인내도 보여주었다. 여기까지다. 아무리 진정성을 앞세워 조계종을 잘 먹여 살리겠다고 해도 실력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벼락같은 혁신의 모습이 부족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당선이후 벌인 다양한 수익사업들의 수치가 보여준다. 모든 것을 걸어야 새로운 길이 보이는 법이다. 총무원장 스님의 이런 모습도 확인하지 않는 불교시민사회가 더 안타깝다.

그럼 무엇을 해야 할까! 간단한다. 그동안의 장점인 진정성을 살려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추상같은 혁신을 하던지, 선방스님들의 주장처럼 수임기구를 만들어 질서 있게 용퇴하는 방법 두 가지 가운데 하나이다.

그래도 아쉽다면 황당한 꿈을 ‘목에가시’처럼 상상해보면 어떨까! 개그콘서트를 만들어 국민들을 위로하는 천재들이 나타나 네 가지를 만든다. 모든 종교계 지도자들 가운데 도박을 했거나 평신도들이 용납하기 힘든 부정행위를 했다면 스님, 신부님, 목사님 모두 나서서 ‘반성박람회’를 개최하게 평신도들이 나서는 것이다. 개그콘서트 '네가지‘처럼 같이 공감하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내실 있는 종교인들의 큰 반성의 울림이 평범한 종교인들의 다친 가슴을 치유할 수 있게 크게 웃고 우는 축제를 열어보는 상상이다. 밤새워 놀이문화, 친교라는 허울로 밤새워 화투, 포커를 했던 모든 종교지도자분들이 공명하고 화답해 주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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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문수스님 입적 후 은둔에 든 수경스님.


평신도인 재가지도자, 불교시민사회 제 역할 못해 더 실망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처럼 불교계 시민단체의 지도자였고, 조계종을 대표하던 사찰의 주지를 맡았던 이가 도박사건에 연류된 것은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고 불교계 시민사회는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나를 비롯해 더 반성해야 하는 재가불자 지도자들이 더 큰 문제다. 최근 몇 주 사이에 모두 현 총무원장에 의존하거나 눈치 보는 입장 말고는 들어보질 못했다. 폭로하는 사람들만을 비판하거나 비난한다. 불교계시민단체를 이끌어온 대표나 현직 활동가들은 ‘교단자정센터’에서 10여 년간 추진했던 종교자정 메뉴얼과 내부규정의 절차인 당사자 확인도 하지 않고, 구체적인 활동계획도 없이 관망만 하겠단다. 관망이란 회원들에게 향후 계획을 제시하는 예상지도에 따라 여지를 두고 지켜보는 방식이다. 교단자정센터의 내부적인 활동계획도 없이 관망한다는 것은 직무유기뿐만 아니라 대응시기를 놓쳐 종교계 시민사회 전체를 먹칠하거나 똥칠하는 일이다. 종교계 자정을 10여 년간 이끌어 왔던 평신도 재가불자조직이 활동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고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개혁을 위한 종교인네트워크를 함께 했던 평신도 종교지도자 활동가들은 지금 당장 새로운 제안을 위한 모임을 주선해야 한다. 이게 마중물이고 품앗이, 두레이다.

모든 종교계 평신도, 지도자, 시민사회 함께 나서야

불교계 시민사회가 제대로 종교자정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같이 한다면, 광화문광장이나 시청마당, 큰 사찰에서 조직적이고 공개적인 반성운동이 이웃종교와 함께 기획되고 제안해야 한다. 교단을 개혁하려는 모든 양심적인 종교인들이 모여 만민 공청회를 열어 허물을 드러내길 바란다. 수경스님 등 선방스님들이 던진 ‘용퇴’를 재가불자 지도자들은 어떻게 화답할까! 뼈를 깎는 쇄신과 혁신으로 이어갈까, ‘네가지’를 만들까! 눈 밝고 지혜로운 평신도들의 지혜가 융합되길 지켜볼 일이다. 더 뜨거워져 통제 불가능한 여름이 오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