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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 그 후 10년 (이동화)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2 13:48
조회
235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 간사



2012년 3월 20일, 이라크 전쟁이 발발한지 정확히 10년이 지났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짧지 않은 시간이다. 10년 전을 되돌아보면 나와 우리(주변 소위 운동권이라 불리는이들)는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고 이라크에 평화를 소리높여 외쳤다. 그리고 그해 여름 1차 파병, 그리고 그 다음해 2차 파병(자이툰 부대),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파병, 우리의 외침은 조금씩 사그라졌다. 모든 경우가 그렇지는 않지만 한국의 운동권(?)에게 시작은 뜨겁다. 뜨겁다 못해 과열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그 뒤를 받쳐주고 이어나갈 책임감과 진득함은 매번 아쉽다, 또한 누구의 시각과 입장에서 외쳤는지도 의문이다.

2003년 3월, 우리는 미국에 의한 이라크 전쟁에 분노하였다.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이유로(납득이 된다고 하여도 그것이 전쟁의 이유가 될 순 없지만) 미국의 대통령이 전쟁을 선포할 때 우리는 계속 거리에서 규탄했다. 미국을 규탄하며, 미국의 뒤에서 눈치 보며 전쟁의 한 몫을 담당한 한국 정부를 규탄하였다. 오랫동안 이라크를 독재하였던 사담과 그의 군대는 사람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무력하였고 전쟁은 빨리 마무리 되었다. 기회가 닿아 이라크에 가게 되었을 때, 그곳에서 만난 이라크 인들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미국에 대한 분노 못지않게 독재자 사담일가에 대한 분노도 가득했다. 우리는 그들의 절반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했고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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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겨울, 한국의 자이툰 부대 파병안이 국회에서 통과 되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군대로 평화를 유지한다는 모순적인 이유도 그렇고, 실재 파병이 된 곳도 이라크 내에서 교전지역이 아닌 곳으로, 도무지 무엇 때문에, 가서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불분명한 곳으로 한국의 젊은이들을 매년 수천 명씩 보내는, 국익이라는 블랙홀 같은 명분으로 파병이 정당화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 분노했고 거리로 나가 정부와 국회를 규탄하며 치열하게 투쟁했다. 이 소식을 접한 이라크인들도 분노했다. 그들에게 한국의 자이툰 부대를 물으면 그들은 반대했다. 동시에 이라크는 급격히 무너지고 있었다. 지속되는 폭탄공격, 무력과 폭력이 이라크를 지배하게 되었다. 법과 질서는 너무도 무력했고, 전쟁의 당사자인 미국을 포함한 파병국의 군인들도 무력했다. 초기 파병을 반대했던 이라크인들에게 파병국의 군인들은 점점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졌다. 본인들의 생존이 가장 시급했을 것이다.


그 이후 2008년 한국의 자이툰 부대는 이라크에서 철수했고, 2011년 미군 역시 이라크에서 소수의 인원만 남기고 철수하며 전쟁종료를 선언하였다. 수년이 지났다. 하지만 우리의 외침에서 더 이상 이라크의 평화와 점령 반대를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2005년 이후 이라크 난민은 이라크 내부적 상황으로 인하여 급증하게 되었고, 2009년도 유엔난민기구추산 인구의 17%인 약 450만 명에 이르게 된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이후 최대의 난민 숫자이다. 2009년 WHO 집계 약 10만에서 22만명의 민간인이 사망하였고, 종파간 분쟁으로 인한 사망자수는 이라크 정부 추산 8만 5천명이다. 최근 SNS로 접하는 현재의 이라크인들의 모습은 2003년에 비교해서 그리 나아진 것 같지 않다. 여전히 하루의 절반시간정도 정부가 제공하는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곳을 한국 정부는 2007년부터 여행금지국가로 지정하였다.

이라크는 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것이 없다. 하지만 우리의 외침에는 큰 변화가 있다. 물론 어떠한 운동도 처음의 치열함을 지속하기란 불가능 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관심을 가졌던 것이 미국에 의한 전쟁, 한국 군대의 파병, 한미관계, 국익 정도였지 않았나? 그리고 우리가 전쟁 후 점령, 점령이 가져다주는 수많은 인권침해, 폭력과 무력에 의한 지배, 불처벌(impunity) 현실에 대해서 직시하고 함께 나누려는 노력이 부족 않았나?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이라크 전쟁은 우리 시대의 커다란 불행이었고, 이를 막기 위해 많은 사람들은 치열한 투쟁과 노력을 기울였다. 비록 전쟁을 막지도 점령을 멈추지도 못했고 이라크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점령은 끝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우리의 지난 노력과 투쟁이 헛되지 않고 다른 차원의 운동을 만들고 연결하기 위해서 지난 운동에 대해 우리는 한번 쯤 가슴 아프게 되돌아 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다시 한걸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