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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강기훈 사건 재심개시를 촉구한다! (이현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2 14:35
조회
187

강기훈의 쾌유와 진실을 위한 후원콘서트를 엽니다


이현정/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부장



얼마 전 한 선배가 브로셔를 건넸다. “우리의 친구 강기훈을 지켜주십시오.” 김기설 유서대필 사건의 피해자 강기훈의 쾌유와 재심개시 촉구를 위한 브로셔. 91년도 한 젊은이의 억울한 사건, 그러나 2012년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모두들 아시다시피 91년도 봄 캠퍼스는 노태우 정권에 항거한 학생들의 분신정국이었다. 당시 시인 김지하는 “죽음의 굿판 당장 걷어치워라”는 논란까지 일으켰다. 결국 위기에 몰린 노태우 정권은 강기훈에게 김기설 유서 대필과 분신 사주의 범죄를 뒤집어 씌웠다. 당연히 재판 중에 증거는 부족했고, 고문 및 강압 등의 가혹행위가 이어졌다. 여기에 92년도에는 검찰이 유일한 증거로 삼았던 국과수 필적 감정 책임자에 대한 뇌물 수수와 허위감정 구속 또한 있었다. 그러함에도 결국 강기훈은 민주화운동을 잠재우기 위한 독재정권의 희생양으로 무참히 짓밟혀 버렸다.

1991년, 1992년이 이러했다.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떠할까? 최근에 드라마 <추적자>를 한 번에 몰아서 보았다. 몇 달 전 드라마였지만, 그렇게 애정을 갖고 다시 볼 수 있었던 것은 그 내용이 우리 사회를 그대로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에게는 무서운 법이 되고, 누군가에는 우스운 법이 되는 현실. 국민은 없고, 권력 투쟁만 있는 정치 현실. 전쟁의 북소리가 들리면 침묵하는 법조계. 심지어 권력의 주인을 위해 온갖 날조가 난무하는 현실. 한 대기업의 떡값은 아무리 받아먹어도 탈이 나지 않아 계속 받아먹는 현실. 드라마는 이 슬픈 대한민국의 현실을 여과 없이 투영하였다. 당시 강기훈 사건의 현실과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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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훈씨 모습


그러나 다행히도 최근에 강기훈 사건이 회자되었다. 2007년 진실과화해위원회가 재심 권고를 내렸고, 2009년 고등법원은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결국 이 사건의 수사와 재판이 모두 억지였음을 자인한 것이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대법원은 재심 개시 결정을 미루고 있다. 한 인간을 잡아가두고 부모는 한을 가슴에 안고 죽었고, 그의 가족은 행복을 송두리째 빼앗겼고, 시대의 양심은 갇혀야만 했다. 그러함에도 현재의 국가권력과 사법부는 이를 덮어두기에 일쑤다.

최근 지난 날 국가권력의 횡포로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들이 명예를 회복하는 사례가 있었다. 물론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거사도 많지만, 인혁당 사건, 학림사건, 수많은 간첩 혐의 무죄 등이 드러났다. 독재권력 시절, 권력의 횡포에 억울하게 죽어가고 쓰러져간 역사의 진실을 밝혀준 것이다. 이제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도 이러한 수순을 밟을 때이다. 당시 증거가 불충분했고, 고문 등 폭력행위로 이뤄진 조사였기에 대법원은 조속히 재심을 해야만 한다. 사법부는 과거 국가권력에 의해 잃어버렸던 사법부 정의를 꼭 찾아야만 한다. 이게 사법부의 몫이고 ‘개판’이 아닌 ‘재판’을 하기 위한 21세기의 과제이기도 하다.

강기훈씨가 지금 많이 아프다. 현재 간암이라는 병마와 힘겹게 싸우고 있다. 어찌 보면 시대의 아픔을 홀로 짊어지고 싸웠던 그였기에 이 아픔이 찾아왔을 것이다. 당시에는 아무도 잡아주지 못했던 손, 이제는 큰 짐을 짊어졌던 그에게 우리가 손을 내밀어야겠다. 그의 무죄 판결은 개인의 명예회복뿐만 아니라, 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명예회복도 되는 것이다. 반갑게도 최근에 강기훈의쾌유와재심개시촉구를위한모임이 결성되었다. 현재 치료비 모금 활동과 대법원 재심 개시 촉구활동을 펼치고 있다.

10월 9일(화) 7시 30분, 서울시립대학교 대강당에서 강기훈의 쾌유와 진실을 위한 후원콘서트가 펼쳐진다. 그를 위한 많은 손길이 모여지기를 바란다. 과거에는 혼자 외롭게 싸웠지만, 이제는 외롭지 않도록 그의 손을 우리가 잡아주자. <추적자>의 맨 마지막 장면, 죽었던 딸 백수정이 백홍석에게 찾아와 “아빠는 무죄야.”의 행복한 대사가 떠오른다. 하루 빨리 강기훈씨의 딸이 그의 앞에서 이렇게 얘기를 해줬으면 좋겠다. “강기훈 아빠는 무죄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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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훈 후원콘서트